'황석영'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01.24 [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2. 2013.01.14 《여울물 소리》 - 이야기는 흐른다
  3. 2013.01.07 [반디 행사 수첩] 반디가 소개하는 내 인생의 작가 - 황석영
  4. 2011.05.31 [요즘 뭐 읽니?] 낯익은 세상, 황석영

[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혜원
사진 제공 | 문학동네

 

같은 책이라도 전집(全集) 안에 들어가면, 새로워 보입니다. 책의 새로운 터전 같다고나 할까요? 위대한 문학전집이 세상에 나오면, 이 땅에 훌륭한 집 한 채가 지어진 것 마냥 우두커니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자꾸 보면 살고 싶어지는 것이 집입니다. 책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훌륭한 전집일수록 전부 다 모으고 싶죠. 그래서 전집은 ‘샀다’는 말보다 ‘장만했다’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세계문학전집과 한국고전문학전집을 출판한 문학동네에도 새집이 들어섰습니다. 하얗고 튼튼한 스무 권의 책들입니다. 김승옥의 단편 10편이 수록된 1권부터 2009년에 나온 박민규의 <카스테라>까지. 스무 권을 아우르고 있는 시대는 사실 모호합니다. 문학동네의 신형철 편집위원은 한국문학전집의 발간을 기념하며, 선정 기준을 밝혔습니다.

 

 

 

 “’문학성’입니다. 문학동네가 소설을 출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신뢰하는 기준은 ‘서사의 힘’입니다.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이야기가 밝혀서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작품이 어느 정도 독자들과 소통했는지, 한 시대의 사회적 징후를 대표적으로 보여줬는지 하는 ‘문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박완서를 읽고 자랐고, 모두가 박완서를 읽으며 세월을 났다.” (400쪽)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세 번째 책, 박완서의 대표 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에 쓰인 문학평론가 차미령의 해설입니다. 세월을 함께한 책을 전집으로 다시 보는 기분은 어떨까요?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2014년에 나온 ‘새 책’이기도 합니다. 이 전집을 계기로 누군가는 한국문학 입문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통해 ‘한국문학이 이런 거구나.’라고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세대의 한국문학 독자, 한국문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속에 정착되도록 하는 게 문학 출판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종연 편집위원의 바람이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출간하는 중요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우선으로 발표된 스무 권 외에 앞으로 전집에 입주 예정인 이웃도 궁금해집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문학동네 편집위원들은 자신감 있게 입을 모았습니다. “전집을 만든다는 것이 기존에는 정서를 확정 짓는 대단히 권위적인 작업이었습니다. 문학동네는 좀 더 동시대 독자들과 호흡할 여지를 많이 남기고자 합니다. 조금 더 유연하게. 어떤 작품은 전집으로 묶기엔 조금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동시대의 작품 중 앞으로 어떤 것이 한국문학전집에 포함될 것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는 맨 처음 기준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모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문학동네의 자신감 표현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문학전집을 장식하는 표지에는 한강 사진이 있습니다. 낯선 풍경의 한강을 아름답게 찍는 이대원의 사진입니다. 문학동네가 기록할 한국문학전집의 역사가 한강의 물결을 따라 굳세게 흘러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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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 이야기는 흐른다

 

 

황석영 | 《여울물 소리》 | 자음과모음 | 2012

 

나는 추석이 지나자마자 길을 떠날 작정을 했다. (9쪽)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말문을 열자마자 별안간 떠난다는 영문이 무얼까. '나'는 '연옥'이다. '연옥'은 시골 부자인 양반네와 기생 첩 사이에 태어난 여자다. 기생의 딸로 상처한 부잣집 재취살이로 시집을 갔으나 일전에 단 하룻밤 연을 맺은 이야기꾼 '이신통'을 잊지 못한다. 우여곡절 끝에 시집을 떠나 객주를 연 친정집에서 지내던 중 '연옥'은 '이신통'과 재회하여 부부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것도 잠시, 뜻한 바가 있던 '이신통'은 "내 마음 정한 곳은 당신뿐이니, 세상 끝에 가더라도 돌아올 거요."(87쪽)라는 한 마디 말과 정표만을 남기고 홀연 사라진다. '연옥'이 떠나기로 작정함은 '이신통'이라는 그 정인을 만나기 위함인 것이다.

 

알아차렸겠지만, 《여울물 소리》의 배경은 옛날, 구한말이다. 황석영은 화자인 '연옥'을 내세워 "전기수, 강담사, 재담꾼, 광대물주, 연희 대본가, 그리고 나중에는 천지도에 입도하여 혁명에 참가하고 스승의 사상과 행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꾼"(494쪽) '이신통'의 일생을 추적케 한다. 중인의 서얼 출신으로 세상을 떠돌게 된 '이신통'의 발자취를 통해 우리는 봉건왕조의 붕괴, 민중의 자생적 근대화, 외세의 개입, 동학의 출현 등으로 어지러이 격변하고 있던 당시 시대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헌데 이 소설은 단지 역사적 서술에서 그치지 않는다. 황석영은 질문한다. 그런 때에 이야기란 무엇이었나? 그네들 고통스러운 삶의 무엇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그러나 정인을 그리듯 계속 찾게 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나는 다시 '연옥'에게로 돌아온다. '연옥'은 '이신통'의 뒤를 쫓는 길에 그가 거쳐 간 여러 사람을 만난다. 생면부지인 그들과 '연옥'을 이어주는 끈은 '이신통'의 이야기, 더 정확히는 '이신통'이 등장하는 자신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는 소설 상에서 '연옥'에게서 아예 화자의 역할을 넘겨받아 수십 장이고 이어지곤 한다. 이야기가 끝날 즈음이면 '연옥'은 거리상으론 '이신통'과 멀어졌대도 그의 삶에 보다 가까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말미에 누군가가 "만나게 되면 내 말이나 좀 전해주세요."(361쪽)라고 당부해올 때, '연옥'은 이미 '이신통'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자가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를 구전하는 자가 되어 있다. 이야기는 '이신통'으로 대표되는 그네들의 고된 날들을 하나 되게 한다.

 

이런 힘을 희망이나 연대 같은 말로 섣불리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이야기라고 부를 수 있을 뿐이다. 이야기는 끝에 다다르는 듯하다. '연옥'은 결국 '이신통'의 죽음까지 추스른다. 유골을 옆에 두고 "아득하게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488쪽)은 한 노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가 잠든 '연옥'이 다시금 깨어 여울물 소리를 들을 때, 나는 그 마지막 장을 오래 읽는다. 한 생이 끝나고 한 시대가 저무는 자리에서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흐른다. 그리고 여울물 소리를 듣는 '연옥'들이 있다. 살아 있음은 또한 이어질 것이다.

 

까무룩하게 잠이 들었다가 얼마나 잤는지 문득 깨었다. 고요한 가운데 어디선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눈 감고 있을 때에는 바로 귓가에서 들려오다가 눈을 뜨면 멀찍이 물러가서 아주 작아졌다. 가만히 숨죽이고 그 소리를 들었다. 여울물 소리는 속삭이고 이야기하며 울고 흐느끼다 또는 외치고 깔깔대고 자지러졌다가 다시 어디선가는 나직하게 노래하면서 흐르고 또 흘러갔다. (488쪽)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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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행사 수첩] 반디가 소개하는 내 인생의 작가 -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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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낯익은 세상, 황석영

 

 

황석영 | <낯익은 세상> | 문학동네 | 2011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입니다. 지금 서점에서 예약판매 중인 바로 그 책이죠. 아, 이래서 서점 직원이 좋은 거겠죠? 아침 댓바람부터 웬 자랑이냐고, 너무 나무라진 말아주세요. 제가 보고 있는 건 증정본이라, 작가의 '친필 사인'은 없거든요.

 

황석영, 그의 이름만으로 이 책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해 <강남몽>을 통해 진정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줬던 그는, 이 책을 통해 ‘강남’으로 상징되는 현재 자본주의의 추악한 모습을 들추어냈는데요. 남한 자본주의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형성사를 살펴보는 한편, 숨가뿐 근대화의 여정을 따라가며 개발시대의 욕망과 치부, 상흔들로 얼룩진 근현대사의 단면들을 소설 속의 인물과 사건들에 녹여내며, 작가로서의 뛰어난 역량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낯익은 세상’, 무엇이 낯익다는 걸까요? 힌트를 찾기 위해, 책의 마지막 부분을 펼치고, ‘작가의 말’부터 읽어봅니다.

 

"이제 자본주의는 세계의 운명인 것처럼 보인다. (…) 파국의 여러 징조가 보이는데도 꼭 잡고 계속해서 달려야만 한다. 내가 도시 외곽의 쓰레기장에 주목한 것은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재의 삶이 끝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욕망에 의하여 지탱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보다 더 많은 생산과 소비는 삶의 목적이 되었고 온 세계가 그것을 위하여 모든 역량과 끝까지도 탕진한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 드러나 있는 풍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 외곽에서도 만날 수 있는 매우 낯익은 세상이다. (…) 그것은 우리가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만들어낸 세계이기 때문이다.” (233-234쪽)

 

작가의 말에서 드러났듯이, 도시 외곽의 쓰레기장, 여기가 바로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공간입니다. 각 구역에서 몰려오는 쓰레기들이 한 데 모이는 곳. 그렇게 <낯익은 세상>은 그곳으로 향하는 모자(母子)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자기의 이름 따위 절대로 아무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 “이제 열네 살이지만 동네 골목에서는 두 살을 올려서 열여섯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딱부리’와 그의 엄마는 아빠 친구의 소개를 받고 ‘꽃섬’이라 불리는 쓰레기 매립장으로 향해갑니다. 온갖 쓰레기를 뒤지며 그 쓰레기로 삶을 연명하기 위해 말이죠.

 

소설은 딱부리의 시선으로, 쓰레기 더미 옆에서, 쓰레기로 지은 오두막에서, 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그 쓰레기 중에서 쓸 만한 것들을 주워 모르며, 돈을 벌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부분은 그가 바로 옆 오두막에서 사는 아빠 친구의 아들, ‘땜통’과 함께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땜통’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파란 불’을 본다고 하는데요.

 

안타깝게도 제가 읽은 부분은 여기까지. 앞으로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그 내용을 통해 작가 황석영은 어떤 말을 우리에게 던져줄지,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그럼, 글은 이만 마치고 전 다음 페이지 읽으러 가보겠습니다. 총총~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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