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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06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 쓰레기가 판친다
  2. 2014.08.18 《송창식 골든 제2집》 - 예술가들에게 송창식이란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 쓰레기가 판친다

 

 

카트린 드 실기 |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 따비 | 2014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에 쓰레기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보면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인간이 모여 살게 되면 필수적으로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가 잇따랐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 인간이란 어쩔 수 없게 지저분한 동물이구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보면 환경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같고, 쓰레기가 인간의 소비 성향을 비추는 그림자 역할을 한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쓰레기에게 이름을 부여하면서까지 우리가 이미 버린 것, 쓸모없다고 여기는 것, 지저분한 것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시도가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쓰레기 처리 문제를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고심-대개 유럽(프랑스)과 미국 등지에 한정되어 있지만-을 전개해 갑니다. 특히 프랑스 혁명 이전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한 법이 없었을 무렵, 사람들은 도시 곳곳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고, 그것이 온갖 질병과 악취의 온상을 만들어냈다는 부분에서 저는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향수》가 떠올랐습니다. 《향수》의 배경이 프랑스 혁명 전후인데다 주인공이 타인을 뛰어넘는 가공할 만한 후각의 소유자라는 것이 부각되어 프랑스의 '악취'가 소설 전반에 매우 두드러집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프랑스의 과거사를 보면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버티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비위생적인 사례가 많이 등장합니다.

 

당시 유럽 사람들의 위생관념이 현재와는 많이 달랐을 텐데, 쓰레기를 질병의 온상으로 인식하게 된 것도 파스퇴르의 발견 이후라고 합니다. 의외로 당시 사람들이 쓰레기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쓰레기로 가득 찬 도시에서 일상을 보내는 인간들의 모습이 놀랍습니다.

 

과거 유럽인들이 쓰레기를 지금의 님비처럼 마냥 적대적으로 여긴 것은 아닙니다. 음식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유럽 도시에서 돼지를 풀어 넣고 길렀다고 하는데, 지금에야 도시에서 돼지를 키우는 일은 없지만, 책에 따르면 인간들에게 종종 멸시나 천한 비유 대상이 되는 돼지의 탐식이 쓰레기 문제에 있어서는 인간들에게 꽤나 고마운 동물이란 사실이 언급됩니다. 과거 유럽에서 음식쓰레기를 짐승의 사료로, 농작물의 거름으로 썼다는 이야기를 보면 동양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돼지를 키우면서 그들에게 남은 음식을 주는 것은 옛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많이 있었음직한 일이니까요.

 

당시 유럽에는 넝마주이가 한 사회의 문화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넝마주이는 사회의 아웃사이더였으며, 넝마주이가 등장한 이유도 그 사회의 요구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는 분명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존재를 필요로 하고, 동시에 쓰레기에서 자원을 얻는 일도 비일비재했으니까요. 도시는 청결을 유지하고 넝마주이들은 쓰레기를 팔아 다시 물건을 만들며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유럽의 넝마주이들은 흔적을 감추었지만, 현재의 개발도상국에서는 넝마주이가 여전히 하나의 직업군으로 존재합니다.

 

책의 중반을 넘어서면 현대의 쓰레기 처리 문제가 부각됩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썩지 않는 물건들이 많이 버려지면서 더 이상 일상의 쓰레기는 짐승의 먹이나 농작물의 거름으로 쓸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입니다. 현대인의 문화는 도저히 썩기 어려운 물질들 없이는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지요. 어쩌면 현대는 쓰레기 과잉 상태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쓰레기 과잉을 부추기는 것은 다름 아닌 현대의 소비문화입니다. 쉽게 싼값으로 필요한 것을 사고, 망가지면 다시 고치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대체재를 쉽게 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이들 중에선 이런 소비지향적인 태도를 버리고, 사회적으로도 재활용을 선호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환경보호 정책과 더불어 사회나 단체의 노력을 비추고 있는데 가장 특이하게 고찰한 사례는 바로 예술가들이었습니다. 예술가들이 영감의 소재로 사람들이 쓰다 버린 것, 낡은 것을 취했었다는 이야기를 예시로 들고 있는데요, 쓰레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예술가들만이 가능한 건 아니지요. 쓰레기를 '놀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쓰레기 과잉을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이사금'님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다 보니 이제는 책을 떼어버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내 가장 좋은 친구는 책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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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식 골든 제2집》 - 예술가들에게 송창식이란

 

송창식 | 《송창식 골든 제2집》 | 이엔이미디어 | 1996

 

7월 25일부터 5주간 매주 금요일 박재현의 < 송창식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를 소개합니다. 이 글은 독립잡지 [월간 이리] 2014년 3월호부터 7월호에 연재된 글입니다.  이후 새롭게 이어지는 글은 월간 이리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대중들이 열광했듯 많은 예술가들도 송창식을 환호했다. 그의 남다른 삶의 방식이 예술가의 어딘가를 자극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들은 무엇보다 그의 실력에 감탄했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와 함께 작업하길 원했고, 그 결과 우리가 잘 아는 몇몇 작품들이 잉태되었다. 사실 나는 거물과 거물 혹은 천재와 천재의 만남을 좋아한다. 가령, 폴 매카트니와 스티비 원더의 만남이라든지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의 만남처럼. 그래서 나에겐 송창식과 다른 예술가와의 만남이 더 흥미롭다.

 

가장 유명한 ‘고래사냥’부터 이야기해야겠다. 작가 최인호는 영화 시나리오를 다 만들어 놓은 후 송창식에게 곡을 요청했다. 이 곡은 송창식을 최고의 가수로 만들어 놓은 동시에 대중가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이 되어 지금까지도 수없이 불리고 있다. 시원한 후렴구도 압권이지만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라는 도입부의 가사와 멜로디도 정말 백미 중의 백미다. (아니, 술 마시고 춤을 춰 봐도 슬플 수밖에 없다니, 이보다 더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송창식 하면, 서정주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복수 전공하며 시 창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시인으로 활동 중인 담당 교수님은 이렇게 말했다. “오로지 ‘시’ 하나로 본다면 저는 서정주 시인이 대한민국 최고의 시인이라 생각합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정치적인 부분을 제하고 과연 예술을 논할 수 있을까 싶지마는 그의 시보다 더 시다운 시는 없어 보인다. (‘동천’이라는 시를 떠올려 보라. 시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송창식이 중학생일 때 서정주 시인이 그의 학교에 초청되어 강연한 적이 있었다. 이때 시인의 시 짓는 방법을 듣고 송창식은 큰 감명을 받았다. 그 뒤 시간이 흘러 인기 가수가 된 그는 친구를 따라 우연히 서정주 시인의 집에 들르게 되었고, 친분을 쌓았다.

 

나는 둘의 만남이 궁금해 물어보았다. “저를 종종 부르셨죠. 그러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저에게 시를 한 편 보여 줬어요. 여기에 곡을 붙여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만들어 갔더니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그 곡이 바로 ‘푸르른 날’이다. 사실 서정주 시인은 자신의 시에 곡을 붙이거나 가수에게 주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만큼 송창식을 인정했던 건 아니었을까. 역시나 이 노래도 훌륭하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라는 가사에 그가 우렁차게 내뱉는 발성이 어우러진 이 곡은 가요 이상의 가곡과도 같은 여운을 준다.

 

또 송창식의 서울예고 1년 선배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지내고 현재 서울시 오페라단 단장인 이건용은 80년대부터 여러 차례 송창식과 작업했다. 그가 작곡한 노래를 송창식이 부르는 식이었다. 몇 달 전, 카페 무대에서 그런 곡 중 하나인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를 부른 송창식은 이렇게 말했다. “클래식하는 사람들이 대중가요 하는 사람들과 일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에요. 잘못하다 쫓겨날 수도 있죠.” 그렇다면 그는 왜 굳이 대중 가수인 그와 작업을 했을까? “송창식만 부를 수 있는 노래거든요. 그가 아니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황색 예수의 노래’라는 곡은 송창식 외에는 소화할 사람이 없어 초연 이후 아직까지 공연한 적이 없다.

 

협업까지는 아니지만, 송창식을 최고로 여기는 예술가(음악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서울예고 동창이었던 지휘자 금난새는 학창 시절 천재가 한 명 있었는데, 그가 바로 송창식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인터뷰 당시 나는 이에 대해서도 가볍게 물어봤다. “그렇지만 금난새가 지휘자 됐지, 나는 안 됐잖아요. 음악 쪽으로는 난 천재가 아니에요. 아마 공부 쪽으로 한 이야기였을 거야. (그는 학창 시절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이야기가 공부 쪽으로 흘러갔지만 그는 성의껏 얘기해 줬다.) 시험공부를 일부러 해서 하는 건 비겁한 일이라 생각했지. 안 좋은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것도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부터 한계가 있더라고. 집에서 예습, 복습하는 애들을 이길 수가 없어. 더군다나 수업 시간을 빼먹으니깐 안 되더라고. 공부를 안 하고 잘하는 건 고1 때까지야. 더 잘하려면 공부를 좀 해야 돼.”

 

이선희는 송창식을 가장 좋아하는 분이자 자신의 롤 모델이라며 4분이라는 노래 안에 이토록 넓은 세계를 담아내는 게 충격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수가 되기 전에도 좋아했지만, 가수가 되고 나서 더 좋아하게 됐다는 것 아닌가.

 

박완규는 가수가 된 후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완규야, 너 높은음 빽빽 부른다고 다 가수가 아냐. 송창식 노래를 한 번 들어 봐. 그냥 듣고 연습해 봐, 그래서 네가 저 사람처럼 노래할 수 있다면 아버지가 널 가수로 인정하마.”

 

현재 가장 가까이에서 송창식을 마주하는 함춘호의 생각은 어떨까.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당시 인터뷰 말미에 했던 내 질문에 그의 답은 이랬다. “좋은 분이죠. 그러니까 음악에 대해서도……. 제가 어릴 적 음악에 눈을 뜰 때 저의 영웅이었죠.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듣는 귀가 달랐는데, 소위 말해 음악적인 거, 폼이 있는 거 하셨잖아요. 그게 나한테는 너무 잘 맞았고, 구성이 복잡했고……. 또 성악을 했기 때문에 기타를 치면 너무나 교과서 같았죠. 그 뒤 기타에 눈을 뜨게 됐으니 나의 영웅인 거지. 같이 옆에서 한 지 이제 14년 됐는데 형식과 장르가 없어요. 선생님 음악이. 그냥 노는 거지. 다양하게 놀고 싶은 대로 따라가는 거죠. 말하자면 놀이터 같은 존재에요. 커다란 놀이터에 마당을 만들어서 ‘너 놀아봐.’ 그런 재미를 느끼면서 하죠. 그래서 다른 데서 형식적인 음악을 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박재현'님은?

87년생으로 단편 소설 '허전한 목을 채우고'로 데뷔했고 장편 소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를 출간했다. 현재, 할 말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잡지 「월간 이리」에서 송창식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한 여행 잡지에 여행기도 연재할 예정이다. 여전히 엘피를 고집하며 클래식, 재즈, 오래된 가요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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