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12.17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 나의 바다야
  2. 2012.08.29 [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8월 29일 북카트
  3. 2009.12.17 <나는 여기가 좋다> - 책 사이로 퍼져나오는 바다 냄새
  4. 2009.12.14 [나감책 No.10] 편애해도 좋아! ^-^b(원주님)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 나의 바다야

 

 

한창훈 |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 문학동네 | 2014

 

바다에 가면 눈이 떠졌다. 어딜 둘러봐도 사방은 건물뿐인 도시에서는 눈이 쉴 곳이 없다. 바다에 서서 파란빛을 보고 있으면, 하늘이 바다 같기도 했고 바다가 하늘 같기도 했다. 구름에서 수영을 하는 것은 사람들의 오랜 상상이었다. 나는 구름에서 수영을 하면 바다가 하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란 그렇게 물구나무서기와 같은 모습이었다. 육지의 고기보다 나는 바다에서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 생선은 제철에 꼭 먹어줘야 하는 의무감 비슷한 것도 있다. 특히 씹으면 바다 맛이 나는 굴이나 멍게를 즐긴다. 바다의 젖을 먹고 자란 생물은 바다를 온전히 품고 있다. 나는 바다의 맛을 보며,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했다. 하지만 스스로 바다에 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화의 혜택에 익숙해져 있고, 정 외로우면 집 앞 카페에 가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문화의 혜택이 적고, 황량함 속에서 파란빛의 풍요에만 만족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바다는 그저, 가끔 찾아서 좋은 곳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바다에서 태어나 쭉 자라고 바다에서 죽는다. 보통 그런 사람을 가리켜 어부라고 부르지만, 그건 너무 단순한 일반화의 오류다. 시인도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라고 바다에서 죽을 수 있고, 소설가도 그렇고, 그냥 모두가 그럴 수 있다. 바다와 벗한 사람들은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고 사는 것일까. 어쩌면 그런 사람들은 외로움이 체질인 채 길러졌을 거라고, 나는 쉽게 추측한다.

 

쓸쓸함은 환경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흥분되고 기대되는, 어쩌다 생기는 짧은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쓸쓸하고 외롭다는 것. 인류는 그것을 느끼고 자각하게끔 진화되어왔다. (68쪽)

 

제주에 가서 살고 싶은 바람을 넌지시 내비쳤을 때, 제주 생활 2년 차인 지인이 내게 말했다. 토박이나 다른 곳에서 온 이주자들이나 많은 사람이 술병을 얻는다. 토박이들은 오로지 술로 외로움을 달랠 줄을 알고, 이주자들은 이질감과 갑자기 마주한 고독의 파도를 달래려 술을 마신다. 정착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 바다는 감동이 아니라 일상이 되고, 눈부시던 황혼도 일상적인 풍경이 된다. 매일 보는 것이 매일 감동적이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 말에 나는 제주를 향한 열병을 조금은 해소했다. 이방인이기에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생활의 지겨움으로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가진 것을 놓을 준비가 충분히 안 된 것이다. 그저, 좋은 것만 보고 부러움과 시기를 하는 것뿐이다.

 

그것이 무슨 얘기인지 쉽게 알 수 없다면, 한창훈 작가의 책이 도움된다. 바다에서 나고 자란 그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 외로움과 친구가 됐다. 가끔 배를 타고 아주 멀리 나가기도 한다. 자고 일어나도 바다다. 그 속에서 그는 고래와 북극곰과 말도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본다. 다만, 그것은 달랠 길 없는 속병이다. 알면서도 자처하는 그야말로 외로움이 체질인 사람으로 길러진 작가다.

 

어쩌면 스며든 게 아니라 포획 당했을 수도 있다. 바닷가에서 볼품없이 홀로 이러고 있는 모습이 잡혀버린 고기와 크게 다를 게 없으니까. 그렇다면 이곳은 감옥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곳이다. 술도 마시게 해준다. 그래서 스스로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73쪽)

 

알면서도 새삼 그의 삶이 질투가 나는 것은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일 뿐이다. 그렇게 외로울 수 있을까. 외로움이 그리워서 또다시 외로울 수 있는 건 그렇게 길러진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이다. 작가의 글로 그 특권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해 평균 두 번 정도 바다를 찾는다고 한다. 애인과 헤어지고, 시험에 실패하고, 사업 망하고, 또는 그저 놀려고 온다. 뭐 그런 이유 아니라도 툭하면 바다로 간다. 왜 영화나 소설도 마무리가 어중간하면 바다가 보고 싶어, 운운하다가 찾아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던가. 바다로 간다고 하면 적당히 용서된다. 그렇게들 와서 뭔가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간다. 원망이나 절망, 집착, 또는 지루함 같은 것들인데, 그런 것들은 살면서 또 쌓이기에 다시 오게 된다. 우리에게 던져진 숙명은 근심이니까. 버림받은 것들이 스며드는 게 바다이다. 수심 4천 미터 이곳 아래에도 숱한 사연들이 떠다닐 것이다. (113쪽)

 

그는 오늘도 바다에서 술을 마실 것이다. 안주는 제철에 잡힌 좋은 고기가 아니라 잡어로 만족하고. 조만간 얻게 될지도 모를 술병을 걱정하지만, 역시 술을 마실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만족할 것이다. 몸이 시리다. 아직 상처적 체질로 다져지지 않은 나는, 그냥 여기서 눈을 돌린다.

 

저 거대한 바다와 단둘이 있으면 사람이 상한다. 산은 품어주지만 바다는 그렇지 않는다. 그저 돌출시켜놓기만 한다. 견디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게 만든다. 견딘다는 것은 에너지를 허무하게 써버린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안 할 수 없다. 태어났으니 살 수밖에 없는 것처럼. (284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앨리스’님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며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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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8월 29일 북카트

동거인의 장기 여행으로 텅 빈 집. 그사이 날이 제법 차졌고, 비바람이 지나갔고, 8월도 지나가는 지금. 마음 한 구석에 바람이 들기 시작합니다. 기름진 음식으로도 채울 수 없는 이 허기는 이름하야 방랑기. 바람의 정체를 알면서도 쉽게 발을 떼지는 못합니다. 밥벌이에 매인 몸이란 게 그렇지요. 어디 내 몸이 내 몸이던가요. 여행을 운운하다가도 끝내 가을은 가을대로, 생활은 생활대로 흘러가고 말 것입니다. 그런 9월을 예감하기에 이 책들이 눈에 들어왔을지 모르겠습니다. 바다로, 폐사지로, 마음이나마 전송해 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동거인의 여행길도 막바지에 이르겠지요.

 

 

한창훈 |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문학동네 | 2010

 

한창훈은 소설가, 이전에 전라남도 여수 거문도에서 태어난 섬사람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섬사람들 사이에 섞여 바다생활을 하고 있다지요. “바다를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자산어보》를 읽고서 아예 좌절을 했지 뭔가. 이 애물단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몇 년을 고민하다 결국 에세이 여는 글로 삼기로 했네.”라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힌 한창훈은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부제가 헛말이 아닌 게, 갈치, 숭어, 홍합, 병어 등 목차만 보아도 갯내음이 물씬, 손수 낚은 바다 이야기가 가득하거든요. 더 말해 뭐하겠어요. 허기에 잡아먹히기 전에 바다로, 그저 바다로.

 

 

이지누 |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 알마 | 2012

 

《돌들이 끄덕였는가, 꽃들이 흔들렸다네》라는 책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전라북도의 폐사지 여덟 곳을 답사한 기록인데요. 앞서 출간된 것이 바로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입니다. 이 책은 전라남도의 폐사지 아홉 곳을 다루고 있습니다. 폐사지라는 용어가 낯선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폐사지(廢寺址)는 말 그대로 폐하여져 승려가 없는 절의 터, 그러니까 절이 ‘있었던’ 곳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평소 한국문화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왔던 저자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에 이어 다른 지역도 답사할 예정이라고 해요. “폐허란 그저 지저분해서 반드시 정리하고 깔끔하게 정돈해야 할 공간만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폐허의 스산한 풍경이 혐오감이나 두려움만 발생시키던가. 그렇지 않다. 아름다움이란 음양陰陽 모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코 그중 어느 하나가 다른 어떤 것에 비해 우월하거나 우선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여정을, 저는 어쩐지 계속 따라가게 될 듯합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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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가 좋다> - 책 사이로 퍼져나오는 바다 냄새

 

한창훈, <나는 여기가 좋다>, 문학동네, 2009


바다 냄새가 나는 사람이라 했다. 그 이름만 들어도 바다가 떠오르는 사람이라 했다, 한창훈 작가는. 늘 그리움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바다의 이미지가 있고, 코끝에 스치는 바다 냄새를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더욱 이 작가의 책을 만나보고 싶었다.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그 글에서 바다 냄새가 날까 궁금했다.

책 표지에서부터 바다를 선사해 준 이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 책을 중간쯤 읽었을 때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깊숙한 산 속이었지만 오가는 길에 바다에 들른다 했다. ‘바다’라는 말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챙겨 들었다. 혼자 가는 여행도 아니고 가족 여행인데, 책 읽을 시간이 있을까 싶었지만 왠지 함께 가고 싶었다. 함께 바다를 보고 싶었다.(결국 여행지에서 책은 몇 장 읽지 못했다.) 그 여행길에서 두 군데의 바다에 들렀다.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이 책을 떠올렸다. 오합지졸로 밀려오는 파도와 저 멀리 떠있는 섬을 보며 이 책의 표지를 떠올렸고, 이 소설 속 사람들처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이 책에는 모두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여덟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한 편 한 편, 모든 글이 거센 해일이 되어 내 마음을 덮쳤다. 표제작인 ‘나는 여기가 좋다’의 첫 장부터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여, 몇 장 읽어나가기도 전에 나는 이미 이 ‘한창훈’이라는 ‘바다’에 풍덩 빠져버렸다.

한 평생 섬 사나이로 살아온 남자와 이제는 그 섬을 떠나려 하는 아내의 갈등을 어두운 밤바다를 배경으로 그려낸 ‘나는 여기가 좋다’, 식당집 여인네의 아련한 사랑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밤눈’, 사랑이 까딱하면 성매매가 될 뻔한 섬마을 다방 아가씨와 섬 총각의 ‘올 라인 네코’, 젊은 시절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친구의 제사에 일흔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찾아온 노인의 ‘바람이 전하는 말’….

그리고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 털어내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가장 가벼운 생’, 자살을 하러 바다에 찾아온 여인과 그 죽음을 도와주기로 한 섬 사나이의 ‘섬에서 자전거 타기’, 말도 많고 탈도 많고 그만큼 재미도 많았던 ‘삼도노인회 제주 여행기’, 아들을 뭍으로 내보내고 싶은 아버지와 기어이 꾸역꾸역 섬으로 되돌아온 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아버지와 아들’. 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무척이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책에 가득한 사투리도 일품이다. 책을 읽고 나서 ‘후유증’이 하나 생겼다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사투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학창 시절에 10년 가까이 시골에 살면서도 사투리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나인데, 어째 이 책 한 권으로 그렇게 빨리 사투리를 습득할 수 있었는지! 마누라가 이삐믄 처갓집 말뚝에다 대고도 절을 한다 해싸트만, 책이 좋응께 사투리도 기양 지절로 익혀져뿌리네!(?)

유난히 인상적인 대사가 하나 있었는데(이미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이 대사를 마음에 담았을 듯!) 바로 이 한 마디.

“올 라인 네코!”


나를 얽어매는 모든 구속을 풀어주는 듯한 이 주문이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인자 배를 출발할 것잉께 줄을 다 걷어내라’. 이제 나라는 배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출발할 것이니까 나를 묶고 있는 줄을 다 걷어내자! 올 라인 네코! (주의 : 애인 앞에서 사용하면 순식간에 므흣한 단어로 변하는 수가 있음)

여하튼 결론은,
나는 이 책이 좋다!!

 “난 전생에 뭔가 큰 죄를 졌어라우.”
그녀는 깊은 밤바다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무슨 말인가.”
“섬에서 태어났응께.”
...

“내 평생 생각한 것이, 내가 왜 섬에서 태어났을까 하는 것이요. 죄를 지어 벌을 받았다는 것 말고는 해답이 안 나왔소.”
“그러면 여기서 죄갚음 한다고 생각하면 되잖어.”
“그 죄가 기억이 나믄 좋겄소. 기억에 없으니 억울하요.”

(‘나는 여기가 좋다’ 중에서.)

오늘의 책을 리뷰한 ‘원주님’은?
책이 좋아 책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다가 번역의 길에 들어선 병아리 번역가입니다. 애석하게도 지금은 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제 손으로 번역한 중국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는 게 꿈입니다.

[<나는 여기가 좋다>는 굼실이님이 나감책으로 선정한 책입니다. 굼실이님 나감책 보기(클릭!)]
[<나는 여기가 좋다>는 원주님이 또 나감책으로 선정한 책입니다. 원주님 나감책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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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책 No.10] 편애해도 좋아! ^-^b(원주님)

12월 14일. 새로운 한 주를 맞는 월요일! 전 월요일라고해서 출근하기가 싫지 않습니다. 왜냐면, 나감책이 있고, 많은 분들과 댓글로 많은 얘기 나누는 게 너무 재밌거든요. 근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추워요! 하지만 걱정 없습니다. 오늘도 나감책이 이곳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테니까요. 그럼 오늘의 주인공을 모셔볼까요? 원주니이임~~~~~~~~~~/(^0^)/

벌써 한 해를 정리하며 지난 1년간 읽은 책의 목록을 살펴볼 때가 되었다.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를 읽으며 새해를 연 게 정말이지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 정산’이라니. 한 해 동안 만났던 소중한 책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올해의 책읽기를 돌아보자니 마음속이 금세 분홍빛으로 물든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고, 역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100만부를 돌파하는 경축할 만한 일도 있었고, 편애하고 싶은 몇몇 작가를 알게 되었고…. 평소에 시집을 많이 읽지는 않는 편인데 첫 출발을 시집으로 해서인지 올해에는 꼭 끌어안아주고 싶은 시집을 여러 권 만났다는 것도 무척 행복하다. 그래도 여전히 소설만 지나치게 편애한 한 해였지만. 

올해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 책, 기억에 남는 추억이 많다. 기억에 남는 책 중 다섯 권은 ‘2009 나를 감동시킨 책’에서 따로 소개를 하게 될 테지만, ‘신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처 선정되지 못했거나 좀 오래 전에 읽었기 때문에 최근에 읽은 책들에게 밀린 책들도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살짝 든다.(연말 시상식을 보면, 시상식 즈음해서 방영된 영화나 드라마가 수상의 영예를 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다섯 권의 목록을 뽑아보면서 문득 그런 시상식을 떠올리기도 했다.)

책 읽기 덕분에 생긴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도 많았다. ‘2009 나를 감동시킨 사연’을 세 가지만 소개하자면, 첫째는 김연수 작가의 전작 사인본 완성! 한 작가의 모든 책을 사인본으로 소장하게 되는 건 생각보다 훨씬 행복하고 멋진 일이었다! 둘째는 신경숙 작가와 함께 한 저녁식사! 고등학생 때부터 내 마음속 우상이었던 신경숙 작가와 와인잔을 부딪치며 함께 식사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살다보니 삶에게서 이런 선물을 받는 날도 오는구나, 감격스러웠다. 셋째는 장은진 작가에게 쓴 편지에 받은 답장! 앞으로 편애하리라, 마음먹은 작가에게서 날아온 편지를 받는 일이란, 아아아, 정말이지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감동일 것이다! 2009년은 내게 이렇게 행복한 추억을 많이 안겨주고, 이제 서서히 작별을 고하고 있다. 나의 2009년은 어떤 책으로 마무리하게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

[원주님의 나를 감동시킨 책 5]

 

 

1. <고통을 달래는 순서>(김경미/창비)
- 고통을 달래는 순서는 잘 모르겠지만 고통을 달래는 방법은 몇 가지 안다. 그 중 하나는 나와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과 공감 나누기.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고통을 달래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2. <그저 좋은 사람>(줌파 라히리/마음산책)
- 그저 편애하고 싶은 작가! <축복 받은 집>과 <그저 좋은 사람> 모두 올해 만났는데, 두 권 다 ‘나를 감동시킨 책’으로 꼽고 싶다. 가정과 사랑에 대해 이해와 위로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3. <나는 여기가 좋다>(한창훈/문학동네)
- 나는 이 책이 좋다! 바닷가 태생은 아니지만 바다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나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글을 무척 좋아한다. 작가의 맛깔스러운 문장으로 읽는 섬사람 이야기가 올해 내 가슴을 얼마나 두근거리게 했는지 모른다.

 

 

4. 세계의 끝 여자친구(김연수/문학동네)
- 이 책은 이천구년의 가을이 내게 내린 축복과도 같은 책이었다. 올해 몹시도 가을을 탔던 내게 이 책이 없었더라면 내 마음은 벌써 지쳐 쓰러졌을지도. 9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린 이번 소설집은 전작들에 비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평이 많았고, 나 역시 공감.

 

 

5.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장은진/문학동네)
- 2009년 문학의 키워드는 ‘소통’이었다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는데, 그렇다면 이 책 역시 그런 키워드를 잘 드러낸 책이 아닐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가 아닌 손편지를 매개체로 하는 아날로그적인 소통. 주인공 지훈과 눈먼 개 와조의 ‘편지 여행’은 참으로 따스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리뷰 보기]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리뷰 보기]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원주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나감책을 시작한 게 정말이지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따라쟁이 반디^-^) 엊그제 같은데 벌써 챕터 3이 시작됐습니다. 각종 편애(?)로 
눈을 동그랗게 만들어주신 원주님 감사드리고요! 나감책은 내일 11번째 주자와 다시 올게요!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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