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8.19 [리스트: 순례의 해] - 베르만이 리스트와 순례를 떠나던 해
  2. 2012.07.31 [요즘 뭐 읽니?] 무라카미 하루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3. 2012.07.24 [반달토끼의 책방앗간] 무라카미 하루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리스트: 순례의 해] - 베르만이 리스트와 순례를 떠나던 해

 

 

라자르 베르만 | [리스트: 순례의 해] | DG | 2013

 

하루키가 사랑하는 음악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특정한 키워드가 있다. 가령 맛있는 음식(특히 스파게티)이나 음악 같은 요소들 말이다. 그 중에서도 하루키는 자신의 작품 이곳저곳에 클래식 음악들을 집어넣었다. 《노르웨이의 숲》에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이, 《태엽 감는 새》에는 모차르트, 슈만, 로시니의 음악이 등장하며 《1Q84》에는 ‘갑자기 뜬’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있었다. 이 외에도 작품마다 거의 강박적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와 연주자들의 실제 음반이 등장하며 최근 출간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도 그러한 음악이 등장한다.

 

바로 리스트의 피아노 독주곡 「순례의 해(Ann?es de P?lerinage)」 가 그것이다. 소설의 제목 자체에 곡명이 들어가 있는데다, 주인공이 친구들을 찾아 여정을 떠난다는 작품의 내용과도 맞물리며 나름대로 의미 있는 모티브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는 흡사 PPL처럼 직접적으로 특정 연주자의 음반을 언급해 ‘이 연주가 최고임!’이라 평하고도 있으니, 이 정도면 이 음반과 소설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니와 상술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은 아직 읽어보지 않아지라 상세한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애초 이 글의 관심은 라자르 베르만이 연주한 「순례의 해」의 음악적 가치에 있음을 밝혀둔다.

 

색채가 풍성한 리스트와 베르만

 

「순례의 해」는 프란츠 리스트가 평생에 걸쳐 작곡한 거대한 작품이다. 크게 세 개의 권(券)으로 나눠져 있으며 각 권에는 ‘첫 번째 해-스위스’ ‘두 번째 해-이탈리아’ ‘세 번째 해’와 같은 부제가 붙어있고, 각각의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상과 풍경, 해당 지역의 특정 장소들에서 얻은 예술적 감흥이 음악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1권이 리스트의 나이 44세이던 1855년에 나왔고 마지막 3권이 그가 사망하기 3년 전인 1883에 나왔으니(실제 작곡된 시기는 1870년경) 이 작품이 그의 인생의 궤적과 함께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의 제목과는 정반대로, 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는 큰 규모의 작품답게 정말 다양하고 풍성한 색채를 자랑하고 있으며 리스트 피아노 음악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세 개의 파트는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낭만주의’라는 명확한 시대사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큰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특히 두 번째 권인 ‘이탈리아’의 7번째 곡 「단테를 읽은 후에」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빈틈없이 치밀하게 짜인 구성으로 감상자를 압도한다. 섬세하면서도 전원적인 풍경을 묘사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1권 ‘스위스’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훌륭한 것은 리스트 만년의 예술정신이 담겨있는 3권이다. 화려한 생활을 뒤로하고 수도원에서 성직자로 생활하던 시기의 리스트는 이 3권에 종교적인 깊이와 명상을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3권의 2~4번째 곡인 「빌라 에스테의 분수」는 투명함과 농밀함이 공존하는 색채감을 보여주며 리스트 이후에 등장한 프랑스 인상주의 피아니즘의 음색을 예견하는 듯하다.

 

죄르지 치프라, 호르헤 볼레, 다니엘 바렌보임 등이 남긴 숱한 명연이 있지만 라자르 베르만의 녹음은 특유의 압도적인 기교를 과시하듯 보여주기보다는 보다 관조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특히 1권에서의 완벽한 손가락 컨트롤 끝에 빚어내는 음색과 3권의 마지막 곡 「수르숨 코르다」에서 느껴지는 끝 모를 음악적 깊이는 그가 왜 20세기의 리스트 스페셜리스트 중 한 명이며 왜 하루키가 소설에서 자신 있게 그의 연주를 언급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꼭 유행하는 소설 때문이 아니더라도 레코딩 역사에 있어서 충분히 가치를 지니는 음반이기에 꼭 한번 들어볼 것을 권한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박현준'님은?
편견없이 음악을 듣고 편견없이 생각하고 싶어하는 음대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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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무라카미 하루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 문학동네 | 2012

 

나른한 오후, 의식은 자꾸 아래로 아래로만 가라앉습니다. 그 끝은 당연히, 꾸벅거리며 졸고 있는 직무태만 상태. 표면적으로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긴장의 끈을 놓고 늘어진 육체를 의자에 겨우 걸치고 있는 상태. 감은 두 눈을 뜨려고 애써 보지만 어느새 정신 차리고 나면 또 다시 같은 상태. 의식이 깨어난 찰나, 잽싸게 그 틈을 치고 들어온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이라봤자, 에어컨 팡팡 터지는 쿨~한 방구석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사지를 제멋대로 뻗은 채 낮잠이나 실컷 자는 헛된 꿈꾸는 그런 상태. 써진 것과 써야 할 것 사이를 오고가며, 이처럼 단순하고 저질스러운 말장난으로밖에 하루키를 불러내지 못하는 그.그..런 상태.

 

“제 꿈은 쌍둥이 여자친구를 갖는 것입니다. 쌍둥이 자매 둘 다 제 여자친구인 것―이것은 십년 동안 품어온 제 꿈입니다. 

 쌍둥이 여자가 이런 글을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난 잘 모르겠다. 어쩌면 불쾌해할지도 모른다. 말이 되는 소리야, 하고 버럭 화를 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이건 그저 제 꿈일 뿐이에요. 꿈이란 대개 불합리하며 일상의 규제를 넘어선 것이죠. 그러니 ‘이건 그저 무라카미 하루키의 꿈이야’ 하고 너그럽게 이해하고 읽어주십시오.”

 

무라카미 하루키의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중 서두입니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하루키의 백일몽을 읽으며 제 머릿속은 자꾸만 ‘불합리하며 일상의 규제를 넘어선 것’으로 채워지고 있네요. 그러나 저는 하루키가 아니고, 여기는 사무실이며, 지금은 근무시간이므로, 어서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사장님 이하 ~장님들께서 너그럽게 이해하고 읽어주진 않으시겠지요.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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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토끼의 책방앗간] 무라카미 하루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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