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1.09 당신과 나와 그들로서
  2. 2009.06.23 [인터뷰] 길에서 만난 ‘Yellow Butterfly’ - 꽃별 2부

당신과 나와 그들로서

 

 

 

 

당신과 나와 그들로서


정초에 김훈 작가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을 읽었습니다. 새해를 맞기 전 잊지 말아야 할 세월호의 슬픔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김훈 작가는 지난 한 해를 보내며 세상이 그동안 저지른 일을 크게 통한했습니다.

1월 6일, 국회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의 내용을 알렸습니다. 참사 265일만입니다. 법안을 받아들인 유가족의 대부분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것에 비해 특별법은 구체적이지 않았고, 이미 나왔던 얘기를 한 번 더 해석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265일 동안 너무나 많은 관점이 이 사안으로 발을 붙였습니다. 슬픔은 정치적으로 번져가는 과정에서 싸움으로 변하였고, 세상의 바람은 이미 기울어진 배처럼 허물어졌습니다. 물 밑으로 꺼진 세월호는 한 편의 슬픔을 아우르는 물체가 아니라 이편과 저편이 가늠해 보는 중심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쓰면서도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중대한 법안을 만들 때만큼이나 이야기를 만들 때도 관점을 고르기 쉽지 않다는 것은 《소설가의 일》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인생을 사는 게 쉽지 않듯이. 나만의 시야만으로, 일인칭 시점만으로 바라보기에 이 인생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관점이 얽혀 있다. 문제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이다. 그것마저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생의 일들은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틀리는 일이 없이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재해석된다. 전체 이야기로 보자면 해피엔딩이지만, 관계 이야기로 보자면 불행한 결말이 실제 삶에서는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소설도 마찬가지다. 일인칭 시점에 이인칭 시점이 포함돼 있어야만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김연수, 《소설가의 일》, 문학동네, 2014)

오랫동안 준비해서 만든 특별법 사항을 들고 여야가 일인칭 시점에만 머무르지 않길 바랍니다. 어느 날 갑자기 터진 이 뜻밖의 사건을 훗날 이인칭 시점과 삼인칭 시점이 어떻게 기억할지 알아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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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 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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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길에서 만난 ‘Yellow Butterfly’ - 꽃별 2부


 

길에서 만난 ‘Yellow Butterfly’ 

언젠가 길 위에서 만난 나비 얘기를 들은 거 같아요.
혼자서 막바지에 왔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그때가 4월 봄이라 나비들이 막 날아다니는데, 흰 나비만 있고 노랑나비는 없는 거예요. 노랑나비가 막 보고 싶었어요. 숲길을 걸으면서 ‘노랑나비를 보면 힘이 나서 걸을 텐데’라고 혼잣말을 했어요. 말동무가 없으니까 혼잣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구름아 너무 땡볕인 거 아니니? 양심적으로다가. 나무야 어디 그늘 없니?’ 이렇게요.(웃음)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면서 걷고 있는데….

있는데요?
노랑나비가 저 앞에서 길을 따라 오는 거예요. 그리고 제 옆을 스치고 지나갔어요. 순간 얼음이었죠. 또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때 ‘내가 부탁을 하면 누군가가 듣는구나’ 깨달았어요. 누구도 안 믿는다고 해도, 노랑나비는 길이 보내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끝까지 잘 걸어라’는 응원처럼요. 잊지 못할 장면으로 가슴에 확 새겨졌어요. 너무너무 고맙고, 그 순간이 제가 힘들게 걸었던 모든 순간의 이유가 됐어요. ‘내가 여기 왜 왔을까’ 스스로 질문하면서 걸었는데, ‘내가 이 나비를 보려고 이 길을 와서 그 고생을 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음반 제목을 ‘Yellow Butterfly’라고 지었어요.

음반 제목에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는 몰랐어요.
여행이라는 건 그런 걸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인거 같아요. 내가 찾으려고 했건 안했건 간에 어느 순간에 어마어마한 선물이 발견할 수 있죠. 일상생활에서도 겪을 수도 있지만 여행을 가지 않으면 그런 걸 겪기 힘들 거 같아요. 고생스럽지 않았다면 그 나비가 그렇게 소중하지 않았을 거 아니에요. 특별함이 있는 거죠.  

특별함 좋죠. 노랑나비 얘기를 들으니까 3번 트랙 ‘사월’이 생각나요. 왈츠 풍의 연주가 살랑거리며 나는 나비 같고, 클라이맥스에서 들려오는 해금 소리가 긴 여행 끝에서 만난 무언가 같아요.
“따단~ 따단~” 그 부분 말씀하시는 거죠? ‘사월’ 지금 모 화장품 광고에 나오는데.(웃음) 그 곡을 제가 직접 만들지는 않았어요. 대신 만든 사람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죠. 그때 얘기도 들려줬고,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도 말해줬어요. 근데 그 곡 녹음하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왜요?
들어보셔서 아시겠지만 작고 절제된 소리를 내기가 힘들거든요. 막 내지르는 소리가 오히려 더 쉬워요. 들릴 듯 말 듯 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소리를 내기가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연습도 많이 하고, 꽤 여러 번 녹음했어요. 작곡한 친구가 어찌나 요구하는 게 많던지.(웃음) 덕분에 좋은 음악 나와서 감사해요. 

별의 소리를 찾아서 

이번 음반 들으면서 꽃별 씨가 소리에 대한 욕심이 커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보통 뮤지션이 활동을 오래하면 소리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잖아요.
맞아요. 여행을 하면서 많은 소리를 들었어요. 낯선 곳에서 들려오는 음악은 물론 흙 밟는 소리, 비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 바람이 나무에 부딪히는 소리, 나비가 스쳐가는 소리까지요. 그러다 보니 제 음악의 소리에도 관심이 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악기들과 함께 연주를 했어요. 들으시는 분들은 그 속에서 다양한 감성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기존 앨범에서 다른 악기들이 해금에 맞춰 연주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앨범은 연주자 각자가 자기의 소리를 내고 그 가운데서 꽃별 씨의 연주도 녹아드는 것 같았어요.
3집까지는 모든 게 저를 중심으로 준비가 됐었어요. 음, 잘 차려진 무대 위에 내가 ‘짠’하고 나타나서 아름답게 해금을 연주한다고 할까?(웃음) 근데 이번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다른 연주자 분들도 자유롭게 연주하는 가운데, 저도 제 소리를 내는 거죠. 

많은 소리 가운데 꽃별 씨가 자기 소리를 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졌어요. 그러다 보면 꽃별 씨만의 해금 소리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해금 소리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아, 그거 제가 꼭 해보고 싶은 거예요. 오로지 해금 소리로만 사람들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연주. 해금 소리만으로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5초 이상 해금 소리만 있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는 그런 음악이요. 안 그래도 요즘 해금하고 다른 악기 하나만 해서 소품집을 만들까 생각 중이었어요. 

피아노와 해금 정도?
아니요. 피아노는 소리가 너무 풍성해요. 퍼커션하고 해금이면 충분할 거 같아요. 미니멀하면서도 다양한 연주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하는 걸 보면 꽃별 씨의 음악은 여행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요.

음악을 찾아서 여행을 하기도 하고, 여행을 하다가 소리를 찾기도 해요. 그 여정에서 ‘넌 왜 그 음악을 하니’라는 질문은 별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 ‘너는 전통악기를 하는 사람이니 이런 음악을 해야 해’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도 않고요. 전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면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아, 이 음악은 나를 위한 곡이야’라고 생각한 적도 많아요.(웃음) 

재밌는 상상인데요?
음악은 이유를 찾기 전에 먼저 듣잖아요. 그냥 좋으니까. 그럼 음악을 더 자유롭게 하고, 자유롭게 들을 수 있을 거 같아요. 

4집 음반을 듣고, 꽃별 씨와 대화를 나누니까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지 예측이 안 돼요. 그래서 더 기대가 되고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3집 앨범 나오고 이번 앨범이 3년 만에 나온 건데, 다음 앨범은 언제 나올지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일단 내년에 40일 여정으로 순례자의 길을 한 번 더 다녀오고 생각해볼까 해요.(웃음)  

하고 싶은 음악 다 하세요. 그렇게 앨범 30장 내면 꽃별 씨 음악 좋아하는 분들은 평생 들을 수 있겠네요. 꽃별 씨 음악의 변화도 함께 느낄 수 있고요.
30장이요? 어이쿠!(웃음) 

재밌고, 기묘하고, 가벼운 

여행도 많이 하시고, 좋은 음악도 많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근데 책을 많이 읽으시는 거 같아요. 음악작업 하느라 시간 없을 텐데.
책은 생각지도 못해 봤던 걸 상상할 수 있게 해 줘서 재밌고, 겪어보지 않은 걸 가슴절절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줘서 기묘하고, 우울할 때는 깔깔거리면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참 많은 걸주죠. 읽기만 하면 기분이 바뀔 수도 있다니. 얘기하다보니 신기하다. 그쵸~?  

네. 볼수록 다양한 매력이 있죠.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책이 있다면?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요. 예술가로 산다는 것. 아, 고독하고 그래서 잔인하기도 한.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나. 그래서 완성되는 무엇. 그리고 망설임 없이 허물어버릴 수도 있는. 스트릭랜드는 정말 미친 사람이었죠. 그린다는 것, 그 외에는 아무것도 그 사람의 존재에 영향을 줄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삶과 사랑, 산다는 것 자체가 그리기 위한 것이었죠. 살기 위해서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팔기 위해서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그런 변절한 예술가가 아니었던 거죠. 광기. 저는 가지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따끔거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죠. 얼마나 도덕적이어야 하고, 사회성이 있어야하는지 아직도 모르지만. 스스로 원한 걸 분명히 알고, 그렇게 살아간 스트릭랜드는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단 생각이 들어요. 으윽, 난 정말 그렇게 살수 없는 것인가. 근데 딴 책도 얘기해도 돼요? 

물론이죠.

여행 얘기할 때도 나왔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요. 무언가를 원하는데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에요. 일본에서 혼자 살며 외롭게 음악 활동을 했던 저에게 가장 큰 가르침이자 불꽃이 되었던 책이에요. “무엇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하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 온 우주가 그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그렇다고 믿어요. 정말. 멋진 말이죠. 제가 항상 말하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 것에는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도 이 책의 영향이고요. 그리고 하나만 더 할게요.

얼마든지. 저희 서점입니다.
히라노 게이치로에 <달>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내 사랑은, 제발 들어주시오. 내 사랑은 단 한번 휘두른 검이오. 달군 불길이 그대로 남은, 거세게 달구어져 번쩍번쩍 빛이 나는 붉은 검이오. 뽑아서 휘두르면 사람도 단번에 베었을 것이오. 그러나 헛되이 그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을까. 검이라면 반드시 그 속에 죽음을 감추고 있을 터. 일격에 죽일 죽음을! 칼집의 매듭은 그저 한번 풀면 족하요. 베지 못할 검이라면 그저 그걸로 끝일뿐! 지금 나는 그 검을 뽑았고. 당신 앞에서 뽑아 보인 것이오. 칼집은 일찌감치 내던졌소. 다시 집어넣을 수는 없어요! 당신은 그저, 그 칼자루를 쥐고 내 가슴팍 앞에 서기만 하면 되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담아 찌르면 되오! 깊게깊게, 저 먼 곳으로 뚫고 나갈 만큼!” 뭐, 더 말 할 것도 없죠? 사랑에 대해서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근데 히라노 게이치로는 정말 저런 감정을 일으키는 사랑을 해 본 것일까요? 

 


나중에 인터뷰할 기회가 생기면 물어보겠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뭔가요?
히라노 게이치로의 <당신이 없었다 당신>이요. <달> 생각하다 갑자기 히라노가 그리워져서 지금 읽고 있어요.  

꽃별 씨는 여행도 많이 하고 해서 출판 제안도 받았을 거 같아요.
제안을 몇 번 받았어요.(웃음) 음, 누구에게나 자기 인생은 특별한 거겠죠. 그렇게 보면 누구든 당연하게도 특별히 사는 것이고요. 그러나 그게 다른 사람에게도 특별한 건지는 잘 모르죠.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저의 이야기들을 책으로 써내서 사람들에게 읽어보란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하게 살고 있는 건지. 그리고 저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잘 음미하고 그 엄청난 혹은 사소한 의미들을 잘 깨우치고 있는지.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먹을 것들을 아직 다 소화하지 못했는데 섣부르게 피와 살이 된 것처럼 얘기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그런 고민을 한다는 건 반은 준비가 된 것 같은데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해 보려고요. 그래서 조금씩 쓰고 있답니다. 일기는 어느 정도 꾸준히 써왔고, 여행기들은 제대로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책, 언젠가 할 수도 있겠죠?(웃음) 근데 짧은 소설이나 편지 같은 것들을 쓰려고 하면 꼭 그 즈음 잃었던 책들과 문체가 닮아있어서 다시 읽으며 당황하죠. 김훈의 <칼의 노래> 읽고 나서 쓴 글들은 어찌나 비장하고 메마르고 아프던지. 제 새로워진(?) 문체를 보며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아, 난 왜 이리도 영향을 잘 받는 걸까요?(웃음)

에필로그: 이렇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받으며 인터뷰는 끝이 났다. 1시간 반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언가 하고자 함’이 가득한 그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치면 쉬고, 힘들면 우는 그녀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 식지 않은 열정이 음악과 (언젠가 빛을 볼) 글로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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