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1.04.14 <사랑받을 권리> - 사랑의 바다를 향한 회복
  2. 2010.02.04 <정글피쉬> - 전쟁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3. 2009.12.16 <영원한 것은 없기에> - 단지 두 사람만으로, 사랑은 완성
  4. 2009.12.08 <좋은 이별> - 사랑의 다른 이름
  5. 2009.07.10 지금은 상처를 치유해야할 때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2)
  6. 2009.07.06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북테스터 20분 모집!
  7. 2009.06.13 힐더월드(HEAL THE WORLD) - 세상을 치유하는 법

<사랑받을 권리> - 사랑의 바다를 향한 회복

 

 

일레인 N. 아론 | <사랑받을 권리> | 웅진지식하우스 | 2010

 


’그 기획안, 별로 신경써서 한 거 아니야’, ’교수님 편견이 워낙 심해서 내 논문을 낮게 평가한 거야’, ’난 상관없어 너 원하는 대로 해’, '난 오직 최고의 배우가 되는 것에 내 생을 다 바칠 거야',  ’학벌 좀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 바닥에서 30년 터줏대감인 나는 못 따라오지’, ’나는 저렇게 아무한테나 달라붙는 사람 싫더라’

이것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평범한 말 속에 담긴 심리를 이 책에 따라 분석해보면 각각 ’최소화하기’, ’외부 요인 탓하기’, ’경쟁에서 빠지기’, ’과도하게 성취하기’, ’부풀리기’, ’투사하기’ 라는 6가지 방어기제로 설명할 수 있다. ’방어기제’란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심리적 수단으로 여타 심리학 서적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친숙한 개념이지만, <사랑받을 권리>는 이것을 테스트와 사례 중심으로 심층 분석하여 최종적으로 ’못난 나’에서 ’사랑받는 나’에 이르도록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각종 방어기제에 의존하는 자아(自我)인 ’못난 나’는 원제 <The Undervalued Self>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저평가된 자아’ 정도로 직역할 수 있으며, 흔히 말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나 열등감이 심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의식하지는 못해도) 스스로 자신이 못났다고 여기기 때문에 늘 인간관계 속에서 ’순위매기기’에 열중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오는 친밀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더불어 친밀감과 친구의 숫자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렇게 늘상 순위를 매기는 까닭은 자신의 마음속에서라도 이 ’못난 나’가 높여지길 원하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진짜 못난 모습이 드러날까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숨겨진 ’못난 나’의 다양한 모습들을 확인해보고, 해결책으로 제시된 ‘능동적 상상법’을 참고하여 ’관계맺기’를 배워간다면 보다 바람직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사랑받을 권리>는 ’못난 나’에 관한 새로운 심리학적 관점을 주장하거나 기존 학설에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방어기제의 돌파에 중점을 둔 점, ’성인아이’라는 개념과 원가족(자신이 태어난 가족)을 중심으로 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trauma, 심리적 외상)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 외부요인인 트라우마와 함께 타고난 본성도 ’못난 나’에 작용한다는 것을 포괄한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한 ‘능동적 상상법’에 있어 1차에서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2차 방어벽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이다.

저자는 1차, 2차 방어벽을 각각 ‘내면의 비판자’, ‘보호자-학대자’라고 부른다. ‘내면의 비판자’는 트라우마로 인해 형성된 자신에 대한 부정적 관점의 목소리이다(예> 넌 파티 때 사회를 맡기엔 너무 말주변이 없잖아? 괜히 실수해서 창피만 당할 거야). 이 내면의 비판자와는 ’관계맺기’의 대화법을 연습함으로써 서로 화해하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더 큰 장애물인 ‘보호자-학대자’의 벽을 뚫어야 한다. ‘보호자-학대자’는 단순한 관계맺기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기나긴 인내와 기다림이 요구된다. 게임이나 도박, 술 등의 중독이나 헛된 욕망과 같은 것이 외적으로 나타나는 보호자-학대자의 모습인데, 처음에는 보호자로서 달콤하게 유혹했다가 나중엔 벗어나지 못하도록 희망과 의지를 꺾는다.

이처럼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온전히 사랑받는 자아로 회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나를 기분좋게 만드는 사람’이 한 사람쯤은 있을 것이다. 마치 영화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이 사랑하는 여인 실비아의 눈동자를 푯대 삼아 기획자의 품을 떠났던 것처럼, 사람에게는 아련히 사랑스러웠던 누군가가 있게 마련이고 자신의 감옥을 탈출할 힘이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를 기분좋게 만드는 사람’을 떠올려보는 것은 ’순위매기기’에서 ’관계맺기’로 가는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에서 누군가를 떠올렸다면 당신에게는 이미 사랑받을 권리에 대한 희망이 있는 것이다.

사랑받을 권리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여기에는 권리와 의무가 함께 공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권리를 요구해야 할 첫번째 상대가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받을 의무는 자신의 ’못난 나’를 스스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현재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겸허한 마음으로 인정하고 나아가자. 이렇게 나를 올바로 알아가려는 노력이 지속될 때 내 마음은 컵에 담긴 물에서 넓은 호수만큼 성장하며, 한 두 방울의 검은 잉크쯤은 품어내고 맑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참을 수 없는 부당함과 억울함, 타인들의 상처까지 감당할 수 있는 너른 바다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사랑받을 권리의 회복은 개인의 행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위대함에 이르는 첫 걸음임을 기억하며,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만끽하길 소망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이향*'님은?
일흔살까지 1만 권의 책을 읽고 1백 권의 책만 소장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출발했지만 아직은 5천 권을 읽고 1천 권을 추려내기에도 벅찬 평범한 햇병아리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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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피쉬> - 전쟁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한정광, <정글피쉬>, 노마드북스, 2008 

"42년을 묵혀온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든 털어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제대로 살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죽고 죽이는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겪어내야 했던 젊은이의 고통을 보통사람은 짐작조차 못할 겁니다. 이전의 나는 몸속에 광기를 내재한 일종의 휴화산이었습니다." 

1966년 12월 24일 성탄 전야. 고교 시절엔 트럼펫을 불던 낭만소년이었으며, 팝음악과 할리우드 영화에 열광하던 한 청년이 동료군인 150여 명과 함께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특별기를 타고 베트남을 향한다. 해병대 청룡부대 파월군인의 일원이 된 것이다.

총알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포탄 파편이 동료들의 가슴팍에 박히는 처참한 전장에서의 1년. 청년은 살기 위해서 '적'을 죽여야 하는 끔찍한 현실을 온몸으로 겪어내야만 했다. 밤새 계속된 야간전투에서 월맹 정규군과 목숨을 건 육박전을 벌이고, 매복작전을 나갈 때면 베트남 무장게릴라(일명 베트콩)의 신출귀몰하는 습격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전우들이 죽거나 다쳤다. 그 시절 겪은 동료들의 죽음은 청년의 가슴 안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고스란히 남았다.

지옥 같았던 베트남전쟁의 현장에서 1년 만에 귀국했다. 그러나, 적응이 쉽지 않았다. 눈만 감으면 어두컴컴한 정글이 보였고, 그 속에서 튀어나온 베트남 군인과 게릴라들이 총을 난사하고 칼을 휘둘렀다. 전사한 동료들의 모습 또한 시시때때로 튀어나왔다. 계속되는 환청과 환시. 한국에서의 삶 역시 전쟁터와 마찬가지로 지옥에 다름 아니었다. 끊임없이 악몽을 강요하는 '베트남전쟁'이란 이름의 악령. 청년은 그 악령에게 생과 존재 전체를 위협받고 있었다. 

그 악령으로부터 청년을 구한 것은 산(山)과 아내였다. 한국은 물론 알프스와 히말라야를 비롯한 전세계의 산을 돌아다니며 참혹했던 베트남 정글에서의 전투를 차츰 잊어갔고, 아내의 극진한 희생과 사랑이 폭력과 광기로 번득이던 청년의 눈빛을 평범한 사람의 그것처럼 누그러뜨렸다. 그리고,  2008년 늦여름. 예순 셋의 장년이 된 그 청년은 태어나 처음으로 소설이란 걸 썼다. 베트남전쟁과 그로 인한 상처, 그 상처의 극복과정까지를 원고지 980매에 차곡차곡 옮겨 쓴 것이다. 그 소설의 제목은 <정글 피쉬>(노마드북스). 

홀가분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은 청년은 그때서야 전쟁이란 비극이 강제한 지우기 힘든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일까? 40년 이상을 곁에 머물며 끈질기고 광폭하게 청년을 괴롭힌 악몽과 악령은 이제 온전히 물러난 것일까?

실화가 주는 감동... 전쟁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사회적응이 어려워 격리되다시피 한 나를 산은 그 넉넉한 품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품어주었다. 산은 어머니처럼 항상 나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축 늘어진 나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나의 사소한 투정까지 모두 받아주었다. 말하자면 베트남이 산으로 바뀌어 다시 내게 다가온 것이다. 산은 또 하나의 베트남 정글이었다.'
(318쪽 중 일부) '이젠 오랜 미망, 그 허망한 꿈에서 깨어나고 싶었다. 그리하여, 정글 피쉬처럼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넓은 바다로 힘차게 나아가고 싶었다.' (352쪽 중 일부)

<정글 피쉬>는 앞서 언급된 '청년'의 이야기를 담아낸 장편소설이다. '소설'이라는 외피를 입고 있지만 기실은 '수기'에 더 가깝다. 허구가 아닌 사실을 근간으로 작성된 글인 것이다.

책의 저자인 한정광은 베트남 파병과 현지에서의 전투, 우여곡절 끝의 귀국과 제대란 간단치 않은 세파를 겪은 이후 뒤늦게 대학에 입학했고, 이후 중고교 국어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왔다. 아직도 아내가 곁에 없으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고, 산이 주는 위로와 위안이 없다면 세상살이를 견뎌내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한정광. 그는 소설을 쓰게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전까지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많은 소설과 영화들은 참전 군인들의 비참한 최후에만 집착을 해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전쟁의 고통과 악몽을 떨쳐내고 제대로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내 몫의 사명이라고 믿었습니다." 

포탄에 의해 불바다가 된 정글, 그 정글에서 팔열지옥의 모습을 봐야 했던 스무 살 남짓의 어린 군인들, 그 군인들이 타의에 의해 입어야 했던 지울 수 없는 생채기,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적으로 겪어야 했던 청년기의 악몽, 그리고 악몽과 악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

실화여서 더 생생한 감동을 가감 없이 담아낸 진솔한 소설 <정글 피쉬>를 읽는다는 것은 한 인간의 영혼 안에 자리한 고통을 이해하고, 그 극복과정에 동참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전쟁이 초래하는 비극을 겪지 못한 세대들에게도 이 책은 유의미하다. 

덧붙여 하나 더. 책의 제목이 된 '정글 피쉬'는 태풍에 의해 정글 속에 떨어진 아프리카 바닷가에 사는 물고기를 뜻한다. 누구나 짐작 가능하다시피 이는 베트남전쟁의 불길 속에 갇힌 군인들을 우회적으로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파졸리니'님은?
시집을 포함해 4권의 책을 냈지만, 여전히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게’ 즐거운 서른 아홉 문학소년(?). 루이스 푸엔조와 에보 모랄레스를 좋아하기에 그들의 꿈이 꽃 핀 남아메리카를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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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없기에> - 단지 두 사람만으로, 사랑은 완성

 

로랑스 타르디외, <영원한 것은 없기에>, 문학동네, 2008


사람에게 과거란 어떤 의미일까? 그저 지나간 시간일 수도 있고, 죽는 순간 떠오르는 한 장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잊지 못할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안다. 과거란 아무리 떼어버리고 싶어도 끈덕지게 어딘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스런 결과물인 아이가 어느 날 실종된다. 이 일은 두 사람을 돌아 올 수 없는 강 저편으로 갈라놓는다. 소설의 주인공인 주느비에브와 뱅상의 이야기다. 딸 클라라가 어느 날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힘든 삼 개월을 보내며 결국 딸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주느비에브.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딸의 흔적을 기다리는 뱅상. 결국 사랑해 마지않던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간다.

그렇게 십오 년이 흐르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뱅상 앞으로 주느비에브가 보낸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난 죽어가고 있어 뱅상 난 죽어가 보고 싶어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보고 싶어 당신을 보고 만지고 당신 목소릴 듣고 싶어 보고 싶어 뱅상 난 죽어가.” 과거를 지우고, 그녀도 잊었다고 생각하며 지낸 뱅상이지만, 편지를 다 읽기가 무섭게 옷도 제대로 챙기지 않은 채 차를 몬다. 주느비에브가 있는 그 곳으로.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그녀가 아프다. 그가 간다. 둘은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 사이에 그녀와 그의 과거가 밝혀진다.) 등장인물은 과거를 묻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던 두 남녀이다. 그러나 곱씹을수록 이 책은 진한 맛이 난다. 읽을 때는 문장이, 읽은 후에는 잔영이 남아 마음을 붙잡는다.

세 개의 키워드. 과거, 글, 사랑.  

“몸과 뇌에서 과거가 모조리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현재만 남았으면, 오로지 현재 속에 존재했으면.” 과거가 사랑하는 여인들을 잃은 고통의 시간으로만 남아있는 뱅상은 기억과 화해하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그럼에도 과거는 끈덕지게 기억 속을 헤집고 다닌다. 이어지는 주느비에브와의 만남. 이를 통해 뱅상은 바뀐다. 참혹했던 과거는 여전히 슬픔으로 가득하지만, 이제는 과거를 과거로서 인정한다. 그녀의 마지막 유품인 노트 세 권도 고이 받아들인다.

글에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 주느비에브가 힘든 시기를 이겨낸 방법 또한 글쓰기다. 매일 밤 그녀는 글을 쓴다. 그녀는 고백한다. 쓰기를 통해서 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글쓰기를 멈춘다면 죽고 말 것이다. 오직 글만이 내가 살아 있도록 지탱해준다.” 글쓰기는 그녀 곁에 아무도 없던 15년간 그녀 삶을 지탱해 준 친구이자 연인, 가족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사랑. 클라라를 향한 뱅상과 주느비에브의 끝없는 기다림의 사랑. 함께 살아가진 못했지만 삶의 마지막에서 서로를 찾은 뱅상과 주느비에브의 오랜 사랑. 사랑은 언제나 고통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갈구한다. 왜? “기억에 새겨둘 것. 우리에게 기쁨이 존재했음을. 의심하지 말 것.” 고통보다 큰 기쁨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녀와의 짧은 재회에서야 뱅상은 깨닫는다. 사랑, 행복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란 사실을. “그러니까 행복은 다름 아닌 그녀와 나, 두 사람이었다. 그렇게 단순한 것이었다.” 단지 두 사람만으로 사랑은 완성된다. 죽음, 이별 같은 일에 깨질 만큼 약하기도 하지만, 그 앞에서 다시 되찾을 용기를 낼 만큼 강하기도 하다.

뱅상은 바뀐다. 모든 일을 체념했던 그가 새로운 기운으로 시작할 힘을 얻는다. 과거를 슬픔이 아닌 즐거움으로 느낀다. 죽음을 앞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힘을 전해준 주느비에브가 보여준 사랑의 강함에 놀랐다. 책의 제목은 <영원한 것은 없기에>였지만, 글쎄. 그녀의 사랑은 죽음을 넘어서 그의 마음에 다시 살아났으니 ‘영원한 것은 있을지도’ 라며 희망을 가져 봐도 좋지 않을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굼실이’님은?
어쩌다 보니 하루라도 책과 만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불치병에 걸려버린, 북홀릭 청춘. 책 속에서 사랑도, 지혜도 찾고픈 그런 사람.

<영원한 것은 없기에>는 굼실이님이 선정한 나감책입니다. 굼실이님의 나감책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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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 사랑의 다른 이름

 

김형경, <좋은 이별>, 푸른숲, 2009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은, 즐겁다. 주위 사람들에게 소리쳐 자랑한다. 행복하다. 이별은  혼자서 견뎌내며, 힘들어한다. 행복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아파하고 힘겨운 시간도 오래간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은 서점에서 흔하다.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이별 후의 시간을 잘 떠나보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찾기 어렵다. 이별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마음이 아프다. 종기가 생겼을 때,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큰 병으로 커진다. 이별 후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방치하면, 몸과 마음이 더 힘들어진다. 몸에 대한 치료는 쉽게 묻고, 병원에 찾아가지만, 마음을 치료하는 병원을 가는 일은 다른 이에게 묻거나 알리기가 쉽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 저자는 <사람풍경>과 <천개의 공감>이라는 심리치유 에세이 두 권을 출간했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대하는 일반인이 가진 편견의 벽 너머의 세계를 이야기한 책들이다. 돌아온 작가는 상실 이후, 애도에 주목한다.

# 참 좋은 사람,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사랑의 다른 이름, 좋은 이별이라는 말이 처음엔 어색했다. 이별은 아픈 건데, 좋은 이별이 가능할까? 좋은 이별은 서로 원만하게 이별을 통보하고 끝내는 쿨한 이별이 아니라, 그와 이별한 후에 생기는 마음의 응어리, 감정들을 애도작업을 통해 치유하고, 떠나보냄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키우는 과정이라 저자는 말한다. 

이별 직후, 생기게 되는 마비, 부정, 분노, 그리움, 환상, 미화까지 다양한 감정들이 나쁘지 않다 이야기한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치러야 할 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등의 이별 후의 감정을 잘 포착한 가려 뽑은 시구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별을 만날 때의 감정들이 가슴에 전해진다. 저자는 감정에 빠진 상황을 극복하는 하나의 길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지금 느끼는 상실의 감정을 인정하고, 밝은 쪽으로 변화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recipe’라는 글에 담겨있다. 글의 처음은 저자의 경험으로 시작한다. 솔직한 글을 읽다보면, 힘든 이별의 순간이, 나만 겪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마음이 든든해졌다.

#  마음은 거두어 들었지만, 갈 곳이 없네.

돌아오지 못한 마음이 주는 부정과 그리움, 환상 등의 감정의 시간이 지나면, 마음은 거두어 들었지만, 둘 곳이 없어 방황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자기애와 조증, 떠돌기, 대체대상 사랑하기 등 어찌할지 모르는 시간과 감정들은 혼란스럽다. 저자는 상실을 극복하는 애도의 시기를 지나는 자연스런 과정이라 이야기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몸의 증상, 특히, 식습관과 관련된 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에 공감했다. 어떤 이는 “그가 떠나갔는데 밥이 넘어가느냐”며 거식증에 걸리고, 다른 이는 꾸역꾸역 먹다가 폭식증에 빠진다는 글에 고개를 끄덕였다. 심리학과 정신분석에서 바라보는, 유아기 때 겪은 상실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몸의 감각으로 느끼고, 몸의 반응으로 표출한다. 기억하기 어려운 유년기부터 쌓였던 경험들은, 의식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무의식의 내면에 여전히 남아있다. 내면의 감정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음을 확인 하였다.

# 애도 작업의 핵심은 슬퍼하기이다.

몸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우울증과 붕괴의 감정에 빠져있을 때, 극복과 치유가 시작된다는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모든 감정이 다 사라져버린, 울음도 나오지 않는 절망의 지점이, 다시 희망을 안고 시작하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울 수만 있다면, 마음의 병이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여성보다 남성은 울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작은 일에도 분노하고, 마음에 담아두거나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슬픈 노래나, 실컷 울 수 있는 공간에서, 마음을 달래주면, 감정에 빠져 무기력한 마음이 달라진다. 저자는 독서와 글쓰기, 노래 부르기, 술자리에서 이야기하기 등,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기형도 시인의 절창을 다시 만나 좋았다.

울지 못하는 마음에 병이 생기고, 무기력해지며, 살아가려는 의욕이 사라진다. 애도 작업의 핵심은 슬퍼하기이다. 유대인들이 통곡의 벽에서 상실한 이를 배려하는 관습과 우리 문화에 남아있는 굿과 삼우제, 49제, 3년상 등을 소개한다. 잘 이별하기 위한, 오랜 지혜의 결과인 이별의 의식들이 현대사회에서 빠져있다. 개인의 감당해야 할 우울의 깊이가 큰 이유를 이해했다. 애도의 관점으로 바라본, 다양한 문학작품을 만났다. <이방인>과 <수레바퀴 아래서> 등 다양한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만났다. 흥미로웠다.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웠다.

#  정신분석과 심리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종교에 대한 신화도 사라졌고, 과학에 대한 엄밀함도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 21세기에 산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은 자신의 감정상태를 알고 싶어 하는 이에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이유를 알려주는 괜찮은 도구라 생각한다. 저자는 정신분석과 심리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말한다. 애도작업을 보내고, 더 나은 자신이 된 시기 역시, 1-2년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자신을 관철하고, 분석하는 일을 지속했기에 가능했다 이야기한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희망과 꿈을 파는 책들이 많이 출간된다. 쉽게 찾는 해답을 바라는 대중이 많은 시대에, 한계를 인정하는, 진솔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하나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비전공자인 작가의 글이기에, 다양한 이론들이 소개되었다. 저자의 글로 만나는 심리학과 정신분석의 세계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책을 읽었지만, 이별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허전한 마음을 채웠던 충만한 느낌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다. 소중한 누군가를 만났기에, 이별의 시간도 따르는 법이라고, 행복했던 그 시간들이 나를 살게 만들었던 소중한 시간임을 기억한다. 떠나간 그에게 집착하는 것보다, 그를 잘 떠나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그와 나,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감정의 노예가 아닌, 감정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책이다. 좋은 이별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는 말을, 소리 내 말해본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비이’님은?
문학이 주는 삶의 감동의 숲과 인문학이 주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의 산, 과학이 주는 정확한 사실과 호기심의 바다를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초보 독서인.

[<좋은 이별>은 비이님이 선정하신 나감책입니다. 비이님의 나감책 보러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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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상처를 치유해야할 때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김준기,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시그마북스, 2009

요즘 TV 뉴스를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파행을 겪는 국회 때문은 아닙니다. 온갖 해프닝을 벌이고 있는 국회 모습은 ‘답답하다’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마음 아픈 건 비정규직 노동자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때문입니다. 멀쩡히 일하다가 하루 아침에 생계 수단을 잃은 노동자들, 복직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가족들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 특히 궂은 날씨에 50일 넘게 공장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보면, 절망스런 마음에 뛰어내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불안정한 고용 상태는 노동자들에게 큰 불안입니다. 또 언제 어떤 형태로 찾아올지 모르는 해고 통보는 그야말로 충격입니다. 이는 노동자, 그의 가족,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만난 책이 정신과 전문의 김준기 교수가 쓴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입니다. ‘한국 사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란 거창한 생각으로 책을 편 건 아닙니다. 이번 북테스터를 진행하기 위해 본 책이지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PTSD는 ‘일반적인 인간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혹은 ‘일반적인 적응 능력을 압도하는 특별한 사건’을 경험한 후에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합니다. 전쟁, 재난은 물론 강간, 중요한 사람의 죽음, 심한 좌절의 경험 등을 체험한 사람들이 겪을 수 있지요. 저자는 “급격한 변화가 많아진 만큼 우리의 삶에서 사건, 사고도 수시로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PTSD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는 9시 뉴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위태로운 삶 속의 위로함

PTSD 등 전문용어가 나온다고 해서 책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김준기 교수는 가장 대중적인 예술 장르인 영화를 통해 PTSD에 대해 쉽게 접근합니다. 책에는 <밀양> <레인 오버 미> <여자, 정혜> <가을로> <포레스트 검프> 등 총 24편의 영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물론 이들 영화 주인공들 모두 PTSD를 겪고 있지요. 저자는 영화와 상처 치유 사례, 그리고 정신분석학적 전문지식을 통해 PTSD의 정의, 원인, 양상, 그리고 해결책을 말합니다.

상처를 받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밀양>의 신애(전도연)은 아이가 유괴, 살해당해 상처를 받았고, <레인 오버 미>의 찰리 파인맨(애덤 샌들러)는 9.11 테러로 가족을 잃고 삶의 의미를 상실합니다. 이밖에도 성폭행(<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왕따’ 경험(<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등 개인적인 이유에서부터 전쟁 후유증(<람보>), 대참사(<가을로>), 군대 문화(<용서받지 못한 자>) 등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아픈 기억에 고통스러워하고,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거나 죽음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요. 먼저 필요한 것은 ‘안정’입니다. 아픔의 원인이 없어졌음을 확인시켜줘야만 치유의 단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당사자는 불안한데 ‘괜찮다, 말해봐라’라고 하는 건 찢긴 상처에 물을 붓는 격입니다. 다음 단계는 트라우마의 기억을 떠올리고 이야기해나가는 작업입니다. 힘든 일이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 상처의 강렬함과 특별함은 서서히 사라집니다. 마지막 단계는 고립감에서 벗어나 사회적 연결 고리를 찾는 일입니다. 사람, 사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관계를 형성했을 때 비로써 삶의 의지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닙니다.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선이지요.

이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압도적인 상황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이 홀로 세상과 마주하기는 힘듭니다.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이 오히려 상처를 더욱 크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문유정(이나영)은 성폭행 이후, 분노를 억누르라는 어머니의 말로 인해 더 큰 상처를 받습니다. 또 상처받은 사람에게 ‘그만 했으면 됐다’,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하는 건 고통을 더욱 키우는 일입니다.

PTSD를 겪는 사람들은 잘못이 자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들의 방>의 조반니(난니 모레티)는 자신이 아들과 달리기를 하지 않아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가을로>의 현우(유지태)는 민주(김지수)를 혼자 백화점에 보내 그런 사고를 당했다고 자책합니다. 이런 이들에게는 마음의 짐을 벗게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굿 윌 헌팅>의 숀 교수(로빈 윌리암스)는 윌 헌팅(맷 데이먼)의 과거 상체에 대해 “그건 네 잘못이 아냐”(It's not your fault)라고 말합니다. 처음에 윌 헌팅은 거부반응을 보이지만 결국 마음의 벽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합니다.
 


쓰레기통 혹은 초콜릿 상자

‘과연 치유가 가능한 세상인가’하는 의문도 듭니다. 이때 저자는 말합니다. “사실 세상이 비참한 쓰레기통인지, 아니면 달콤한 초콜릿 상자인지 어느 누가 알겠습니까? (…) 처음에는 이런 긍정적인 것들이 쉽게 안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반복적으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의 경우는 자신의 삶에는 전혀 긍정적인 경험이 없었다고 믿게 되는 경향이 있죠. 만약 당신이 그런 생각에 빠져 있다면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의구심부터라도 한번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유독 당신 인생만 늘 쓰레기 상자 같을 수만도 없지 않습니까?” (p 245~246) 중요한 것은 치유하고자하는 의지와 그 구체적인 노력이 아닐까요?

<미스 리틀 선샤인>에 대한 저자의 말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위안을 받은 부분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어차피 인생은 빌어먹을 미인 대회의 연속, 그렇다고 그 누구도 피할 수는 없잖아! 평범하면 평범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작은 승리small victory가 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당신만의 작은 승리는 무엇입니까?”(p 295)

반디(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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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북테스터 20분 모집!


-시그마 북스에서 나온 신간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을 읽고 리뷰를 써주실 북테스터 20분을 모집합니다. 이 책은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란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김준기 교수는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겪는 트라우마의 양상과 그 치유책을 알아봅니다.  

- 도서명: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도서 상세정보 :
http://www.bandinlunis.com/front/product/detailProduct.do?prodId=2987634


- 모집 기간: 7월 6일(월) ~ 7월 13일(월) 8일간

- 모집 인원: 20명(신청 댓글의 내용과 반디지수를 참고하여 선정합니다.)

- 발표: 7월 14일(화)

- 배송지 확인 : 2009. 7. 14 ~ 2009. 7. 15

- 도서 발송: 7월 16일. 출판사 시그마 식스 배송.

- 서평 완료: 7월 31일(금)까지

- 신청 방법: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을 반디앤루니스 홈페이지 해당 게시물 아래쪽에 댓글로 달아주세요.

<질문>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친구,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을 때 그들을 위로하기 위한 회원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함께 나눠요!

<본문 미리보기>
“급격한 변화가 많아진 만큼 우리의 삶에서 사건, 사고도 수시로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 어느 날 갑자기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통째로 무너지고, 비행기가 떨어지고, 여행하다가 납치당하고, 관광하다가 총에 맞고, 연쇄살인범에게 딸을 잃고... (…) 트라우마에 대해 무관심한 사회로부터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p 6~7, 서문 중 일부)

- 참여 방법: 정성껏 쓰신 리뷰를 반디앤루니스 서재에 올리면 됩니다.

[북테스터 신청하러 가기]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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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더월드(HEAL THE WORLD) - 세상을 치유하는 법

어릴 적에는 로보트 태권브이가, 커가면서는 수퍼맨, 배트맨 등 수많은 ‘맨’들이 세상을 지키는 줄 알았다. 일신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몸을 날리는 영웅들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으레 눈물이 났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왜 쟤네들만 지구를 지키는 거야’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면 화도 났다. 그래서 주체적인 인간이 되기로 마음먹었고, ‘세상을 지키겠다’는 야무진 꿈도 꿨다. 그런데 범인(凡人)이 세상 지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하늘을 날지도, 괴력을 갖고 있지도 못하는데. 그래서 먼저 <힐더월드(HEAL THE WORLD)>를 보고, ‘세상을 치유하는 법’을 배워보기로 했다.

<힐더월드>는 국제아동돕기연합에서 만든 책이다. ‘이해할 수 없지만 치유할 수 있는 일들(HEALing)’, ‘돌이킬 수 없지만 회복할 수 있는 일들(RECOVERing)’, ‘강요할 수 없지만 함께할 수 없는 일들(JOINing)’이란 목차에서 알 수 있듯,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고이 품고 있다. HEALing은 자비 없는 세상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RECOVERing은 오직 사람 입장에서 행동해 죽어가는 지구와 동물들을, JOINing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한다.


“삶은 에이즈로 끝나지 않는다”

먼저 HEALing을 보면 숨이 턱 막힌다. 르완다, 소말리아 내전 등으로 수백만 명이 죽어가고, 2,500만 명의 아프리카 에이즈 감염자들이 치료제를 못 구해 고통 받으며, 1억 2,600만 명의 아동들이 가혹한 노동을 강요받는다. 또 한쪽에서는 음식 쓰레기가 넘쳐나는 판에 다른 한쪽에서는 진흙쿠키를 먹고 뱃속에 기생충을 키운다. 이게 언제 적 얘기냐고? 바로 지금! ‘인간은 이성적,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하는 ‘그라민 은행 프로젝트’, 위험을 무릅쓰고 본연의 소명을 지키고 있는 ‘국경 없는 의사회’ 등의 존재이다. 그들을 통해 인간의 양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다.

인류의 발달과 인간의 탐욕이 만든 ‘파괴된 지구’의 모습을 담고 있는 RECOVERing은 충격적이다. 오존층의 파괴로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물들이 고통 받고 있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한 벌의 밍크코트를 만들기 위해 약 70마리의 밍크가 산 채로 벗겨진다. 물론 사라지는 동물은 밍크뿐만이 아니다. 여우, 친찰라(털실쥐), 과일박쥐 등은 곧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다. 혹자는 ‘예전에 다 그렇게 살았어’라며, 이들의 노력을 ‘도덕적 청결주의’로 매도할지도 모른다. <힐더월드>가 말하는 건 일방적인 환경과 동물 보호가 아니다. 절제와 균형을 통한 공존이다.

JOINing은 우리가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일상적으로 낭비되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일회용 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남기지 않더라도 세상은 그만큼 가벼워진다. 또 몸의 움직임을 귀찮아하지 않고 ‘우리들의 BMW’(Bus/Bike, Metro, Walking) 이용을 권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실제로 지구를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천 베일과 토비 맥과이어는 채식주의자이며, 만인의 연인 오드리 헵번은 소식(小食)을 실천하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사업에 앞장섰다. 오드리 헵번은 이렇게 말했다. “날씬해지고 싶으면 다른 사람과 나눠 먹으세요.” 이밖에도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삶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달은 차야 기운다

<힐더월드>의 가장 큰 매력은 강요하지 않는데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며 많은 고민을 했다. ‘과연 고기를 줄일 수 있을까’, ‘일상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레옹>의 나탈리 포트만이 한마디 건넨다. “나는 매우 엄격한 채식주의자이고, 동물에 대한 잔인한 처우에는 진심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설교가는 아니다. 나는 누군가를 강제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내가 내 가치에 따라 행동하듯 타인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믿는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매사를 무신경하게 흘려보내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가지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p 191) 그렇다. 달은 차야 기운다. 부담을 갖는다고 ‘나’는 변하지 않는다.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지 않는다면, 움직일 것이다.

책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미래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게임기보다는 놀이터와 맑은 공기가, 장난감보다는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동물친구들이 더 소중하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아이들을 더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HEAL THE WORLD.

안늘(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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