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8.06 다행히도, 세상에는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
  2. 2014.01.14 [반디 행사 수첩] 새해맞이 소설 대표 출판사 브랜드전

다행히도, 세상에는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

 

오수완 |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뿔 | 2010

 

“전 세계에서 1년에 출간되는 책이 100만 종. 한국에서 출간되는 책은 4만 종 이상. 하루에는 1,000종 이상. 부수로는 1억 부 이상. 그 대부분은 국가자격시험을 비롯한 각종 시험을 위한 문제집, 수험서, 참고서.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서적은 130만종. 한편 보통 사람이 일하고 공부하고 밥 먹고 잠자고 남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매일 다섯 권씩 책을 읽는다면 1년에 1,825권. 이 짓을 100년간 하면 18만 2,500권. (중략) 아무도 읽지 못한, 띠지도 벗기지 않은 1판 1쇄의 책들이, 제지 공장으로 들어갑니다. 이것이 책의 지옥이죠.”

 

이처럼 자세히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이 지구 상에서 매일 얼마나 많은 책이 태어나고 사라질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그나마 도중에 멈추지 않고 지속하고 있는 유일한 취미가 독서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세상엔 저자의 말처럼 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들이 존재할 터인데 거기에 매초마다 얼마나 많은 책들이 보태어질 것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에 대한 두려움이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이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최근 어느 사진작가가 자신의 사진을 위해 200년이 넘은 나무를 무참히 베어버렸다는 소식이 겹친다. 그의 무참한 정신상태 역시 심히 측은하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나무를 순전히 우리만을 위해 베어내고 있는지 생각조차 하기 두렵다. 저 수많은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가 매일 매일 무심코 버리는 수많은 종이를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쓰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가 사라지고 있을까.

 

책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겠지만 우리는 항상 그 별들이 아름답고 다른 이를 비출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들어야 한다. 그야말로 쓰레기와 같은 책을 만들기 위해 소중한 나무를 마구 베어버리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아주 먼 훗날이 될지 모르지만, 만약 내가 책을 펴내는 날이 온다면 부디 그 책은 어둠이 아닌 빛으로 간직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갖는다.  

 

이 소설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위한 찬가이자 책들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들의 이야기이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책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곧 사라질 책들, 곧 태어날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놈의 직업병이 문제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작가의 길고 긴 문장의 호흡에 적응키 어려웠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무조건 문장은 간결하고, 가능하면 짧은 것이 좋다는 기자로서의 강박관념이 감히 소설이라는 전혀 다른 글에까지 적용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글에 대한 평가나 기준은 그야말로 ‘엿장수’ 맘이 아니던가. 그 엿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고 다디달게 먹는가는 다른 문제이겠지만.

 

책은 매우 흥미롭다. 저자의 해박함(이 정도의 단어로 표현될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독서량을 가늠케 하는)에 감탄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빠져들며 다시 한 번 감탄. 어떤 독자들은 결말이 조금 허무하다고 평가하지만, 나로서는 그리 나쁜 마지막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끝은 끝이 아닐 것이기에.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확실치 않은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전직 책 사냥꾼 반디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소리를 위해 의뢰를 맡게 된다. 그리고 책을 찾아 단서를 찾아 헤매는 동안, 점점 그 책이 또 하나의 책을 찾기 위한 단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곧 무언가 더 큰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만남이 이어진다. 그가 찾으려 한 책은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반디가 겪은 모든 일들이 애초 일어나기는 한 일이었을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상상인지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의 존재함.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책에 대한, 출판사 등 책으로 먹고사는 이들에 대한 극심한 탄압이 절정을 이룬 때로 표현된다. 출판사들을 규탄하는 관제데모가 벌어지고, 책들을 모아 불태우는 행위가 있었다. 정부는 강력한 정책으로 출판문화를 규제 혹은 변화시키려 하고, 책이 사라질수록 오히려 어떤 책들은 더 높은 가격에 어둠 속에서 거래된다. 허구의 시대이지만 과연 작가가 보여주는 그 허구가 허구인지도 역시 나는 어지럽다.

 

모든 권력은 문화를 통제하려 노력한다. 거기에 빌붙어 열심히 충성하는 이들은 항상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허영과 욕망을 온전히 다 바치며 찰나의 존재감, 찰나의 권력에 취한다. 그리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그동안 그리 많은 책을 읽지 못하였다. 물론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책들을 어설프게나마 읽다 보면 쓰레기를 발견하는 일도 가끔 발생하기 마련이다. 정치적 목표를 위한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 찬 책, 자신의 어설픈 지식을 늘어놓으며 결국은 되지도 않는 훈계나 일장 연설로 마감하는 책, 처음부터 ‘난 돈 벌고 싶어 미치겠어!’를 노골적으로 선포하며, 독자들의 주머니를 털려는 자기계발서, 투자안내서 등 그리 반갑지 않은 책들도 적지 않게 만났던 것 같다. 물론 그것도 누가 어떠한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겠다.

 

책을 주제로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하게 생각게 하는 작품은 적어도, 무지한 나로서는 처음이었다. 책은 과연 나에게 무엇인지 인간에게 책은 어떤 존재이자 의미인지. 우리는 어떤 책을 만들고 버리며, 어떤 책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작지만 신념을 지니고 의미 있는 책들을 펴내는 소중한 출판사들이 있다. 물론 그 반대가 더 많지만 돈이 된다면 박근혜든 박정희든 그 어떤 무엇이 되던 칭송하고 떠받들며 온갖 역겨운 소리를 지껄이는 책들, 우리들 마음속에 욕망과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책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펴내는 그런 곳들도 여전히 많다. 그런 곳들이 그렇지 않은 곳들보다 많은 돈을 버는 것 역시 사실이다.

 

책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많고 우리는 그 많은 별 중 하나하나를 우리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은 언제나 자유로울 것이며 무거울 것이다. 우리의 선택으로 밤하늘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암흑 그 자체가 될지도 모른다.

 

책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애증, 욕망과 고뇌가 모두 느껴지는 책이었다. 앞으로도 그가 책이라는 화두를 오래 붙잡으며 우리에게 또 다른 책 이야기를 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그의 후속작을 살펴보다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확인했다.

 

소설이 전해주는 재미와 감동, 그 이후의 난처함까지 온전히 전해준 작품이다. 즐겁고도 난처한 경험이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wittgen77'님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북한, 통일문제를 공부했습니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 국제정세 등을 다루는 주간지, 월간지 등에서 10년 정도 글을 써서 먹고 살았습니다. 지금은 통일운동 단체에서 정책홍보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여전히 게으른 녀석입니다.

Trackback 0 Comment 0

[반디 행사 수첩] 새해맞이 소설 대표 출판사 브랜드전

 

[새해맞이 소설 대표 출판사 브랜드전 페이지 바로가기]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