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12.11 [2013, 바로 이 책! No. 2] 나 자신과의 약속 - 꼼쥐1님
  2. 2013.07.26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 - 이불 홑청에 담긴
  3. 2010.12.03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북테스터 20분 모집!

[2013, 바로 이 책! No. 2] 나 자신과의 약속 - 꼼쥐1님

언제까지 이것저것을 하자.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뭔가를 다짐하면서 으레 기한을 정하곤 합니다. 이후 ‘언제’가 되고 보면 양상은 제각각입니다. 기한 내에 지켜졌거나, 아니면 자신과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거나. 후자의 경우 앞에서 낙심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그것이 아직 진행형이라면 기한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디 일주일, 한 달, 일 년만 시간인가요? 앞으로의 삶 속에서 이루면 될 일이죠. 혹시라도 올해의 독서량을 아쉬워하고 계실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몇 자 적어 봅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책 읽기에 대해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성과”라고 말씀하셨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일 년 동안 충분히 알찬 독서를 해오신 분이 있습니다. 꼼쥐1님. ‘2013, 바로 이 책!’이 모신 두 번째 리뷰어입니다.

 

반디 | 2013년에 독서를 앞두고 다짐한 나만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그것은 이루어졌나요?

 

 

꼼쥐1 | 2013년이 시작되면서 나는 ‘인디고 서원’*을 운영하는 허아람님의 추천 도서를 모두 읽어야지, 생각했었다. 그녀의 저작 《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에 올라와 있는 추천 도서는 대략 270권에 이른다. 그 중에 내가 읽었다고 자신할 수 있거나 리뷰를 썼던 책은 고작 34권이었고, 읽은 적이 없었거나 읽은 듯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 책은 정확히 234권이었다. 나는 그 읽지 않은 책 중에서 올해 51권을 읽었고, 33권에 대하여 리뷰를 썼다.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성과다. 내년에는 남은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지……

 

* 편집자 주 : ‘인디고 서원’은 부산에 위치한 청소년 인문학 서점이다. 문을 연 2004년부터 지금까지 “쓸모 있는 실천으로서 인문 공부”를 지향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인디고 서원’ 바로가기

 

반디 | 2013년에 출간된 책의 키워드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세 가지와 그 이유를 들려주세요.

 

꼼쥐1 | 2013년에 출간된 책의 키워드를 말하자면 딱히 이것이다, 라고 규정짓기 어렵지만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을 때 ‘청춘’, ‘행복’, ‘불황’을 꼽고 싶다.

 

 

몇 년째 지속되는 청년실업의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에 내몰려 시름하는 우리의 청년들을 다독이는 책들이 유독 많았다. 작년 말에 발간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비롯하여 《청춘, 거침없이 달려라》, 《가슴청년 희망을 도둑맞지 마라 등이 떠오른다.

 

 

‘행복’이라는 키워드는 어느 해를 막론하고 거론되는 것이겠지만 올해에도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가 하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여성에게 드리는 100자의 행복》 등 행복을 주제로 한 책들이 강세를 이어갔다.

 

 

 

내가 꼽은 키워드에서 ‘불황’은 다소 포괄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유난히 심했던 서점가의 불황으로 빚어진 달갑지 않은 현상을 두고 생각한 것이다.  올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들 중 대부분이 유명세를 타는 작가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독자의 입장에 있는 나로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우리 국민들이 올해에는 도서 구입에 유난히 인색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역으로 말하자면 유명인의 작품이 아니면 거의 팔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추리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윌리엄 폴 영의 《갈림길》, 신경숙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파울로 코엘료의 《마법의 순간》《아크라 문서》, 박범신의 《소금》, 정유정의 《28》,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조정래의 《정글만리》,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반디 | 그런가 하면 2013년에 완독하신 책도 있을 텐데요. 그 중 나에게 최고로 기억된 다섯 권의 책을 감상평과 함께 소개해주세요. 특정한 구절을 발췌해주셔도 좋습니다.

 

 

꼼쥐1 | 2013년에 완독한 책은 많았던 듯한데 그 중 최고로 꼽을 만한 책을 고르려고 하니 꽤나 어렵다. 하여, 각기 다른 분야의 책들을 골랐다.

 

박정대 |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 민음사 | 2001 - 시집으로는 박정대 시인의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를 소개하고 싶다. 내가 썼던 리뷰의 일부를 옮겨 적는다. ▶ 리뷰 보기

 

“박정대의 시를 읽으면 아련한 슬픔이 묻어나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나만이 느끼는 주관적 감정일 수 있다. 왜 그렇게 느꼈을까? 그것은 시인과 내가 겪었던 추억의 공유, 적어도 같은 시대, 같은 지역에서 느꼈던 막막함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정선에서, 나는 고한에서, 산들로 둘러싸인 육지 속의 섬과 같은 곳에서 자랐다. 석탄 트럭이 굉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고, 인생의 막장과 같은 곳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악다구니를 쏟아내는 곳. 삶은 생각만큼 아름답지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부모의 한숨 소리에 설핏 잠이 깬 그 순간에 배웠다. 생존본능의 포로였던 아이들은 전혀 아이답지 않았고,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슬픈 매질이 내 영혼에 문신처럼 남았다.”

 

텐도 아라타 | 《애도하는 사람》 | 문학동네 | 2010 - 2013년에는 예년과 달리 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런 탓에 소설 분야의 선정은 더욱 어렵다.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과 텐도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을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텐도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을 선택하기로 했다. ▶ 리뷰 보기

 

“인생의 본질은 어떻게 죽었나가 아니라, 사는 동안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에게 사랑받고 어떤 일로 사람들에게 감사를 받았는가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다비드 르 브르통 | 《걷기 예찬》 | 현대문학 | 2002 - 에세이 분야도 난감하기는 매한가지다. 오병욱의 《빨간 양철지붕 아래서》와 한강의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정희재의 《도시에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 등 소개하고 싶은 책이 너무도 많다. 그 중 나는 《걷기 예찬》을 고른다. 몇 번을 읽어도 늘 새로운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도시인이 지향하는 내적 소실점, 걷기를 통한 침묵의 장 또는 그 고즈넉함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우리가 걷는 길은 지도상의 작은 선이 아닌 마음으로 향하는 내밀한 이야기요,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기억과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은밀한 대화이며, 그 신비 속으로 들어가는 첫 걸음임을 상기시킨다. 또한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원초적 행위인 걷기를 통하여 자연의 희로애락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 리뷰 보기

 

찰스 두히그 | 《습관의 힘》 | 갤리온 | 2012 - 자기계발서는 비교적 쉽다.  애석하게도 나는 자기계발서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찰스 두히그가 쓴 《습관의 힘》과 KBS 공부하는 인간 제작팀의 《공부하는 인간》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습관의 힘》을 낙점했다. 습관에 대해 쓴 책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유난히 나의 눈길을 끌었던 책은 이소무라 다케시의 《이중세뇌》와 최근에 발간된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이다.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이 두 권의 책은 상호 보완적인 면도 있고, 습관을 주제로 한 다른 어떤 책보다도 설득력이 있다. 《이중세뇌》가 습관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떤 강박이나 집착에 의해 자신의 의지가 금세 꺾이고 마는 마음의 함정, 즉 의존증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반면 《습관의 힘》은 습관의 형성 과정에 있어 그것이 어떻게 저장되고 발현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두 책이 서로 상호 보완적이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습관의 힘》이 주로 신체적(주로 뇌)인 면을 다루고 있다면 《이중세뇌》는 주로 의지와 관련된 정신적 측면을 다루기 때문이다. ▶ 리뷰 보기

 

최갑수 |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 | 달 | 2010 - 과학 분야의 책은 많이 읽지는 못하여 소개하기 어렵고, 그래도 꽤 많은 책을 읽었던 여행 분야의 책을 소개하고 싶다.  최갑수 사진작가의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이다. 책에서 한 구절을 인용한다. ▶ 리뷰 보기

 

“골목을 다니다보면 순수한 사랑으로만 가득 찬 곳에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것은 바람으로 흔들리는 미루나무의 움직임처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  나는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지켜보며 보일러로 따뜻해진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온통 평화와 사랑으로 충만하다는.”

 


 

반디 | 2013년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 때문에 읽게 된 책이 있나요? 감상평을 들려주세요.

 

꼼쥐1 | 부끄럽게도 ‘오늘의 책’ 때문에 읽었던 책은 많지 않았다. 굳이 말하라고 하면 윤성근의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가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내 젊은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었다.  책을 사랑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책값이 없어 헌책방을 맴돌던 8·90년대의 아련한 풍경이 떠오른다. ▶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오늘의 책 보기

 

 

반디 | 2013년 이전에 출간되었지만 올해에도 자주 꺼내 보았던 좋은 책이 있나요?

 

꼼쥐1 | 마음이 번잡하거나 어떠한 노력으로도 가라앉지 않을 때면 늘 꺼내 읽는 책이 있다.  그것은 바로 《폴 신부님의 마음 여행》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울림이 들리곤 한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은 어느덧 조용히 가라앉는다.

 

 

반디 | 얼마 남지 않은 2013년은 어떤 책과 함께하실지 소개해주시고, 한해 독서를 돌아본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꼼쥐1 | 매년 이맘때쯤이면 나는 이러이러한 책을 읽어야지, 하고 정하지 않는다. 연말이 멀지 않았고 몸도 마음도 바빠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는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들을 다시 읽고 리뷰를 쓰고 있다. 아마도 그렇게 연말연시를 맞지 않을까 싶다. 물론 기회가 되면 신간도 서너 권쯤 읽겠지만 말이다.

 

늘 겪는 일이지만 한 해를 되돌아 볼 때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허아람님의 추천 도서를 다 읽어야지, 작심했으면서도 나는 때때로 다른 책에 눈길을 돌려 시간을 허비하곤 했었다. 읽어야 할 책의 1/4쯤을 읽은 셈이다. 생각할수록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책을 손에서 놓고 지낸 적은 없었다. 다만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하지 못했을 뿐이다. 결국 내가 한 약속은 지키지 못한 셈이지만 조금 아쉬울 뿐 크게 후회하지는 않는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들 어렵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책을 읽는 사람이 늘어나야 하는데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다.

 

꼼쥐1님의 반디 서재가 궁금하다면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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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 - 이불 홑청에 담긴

 

최갑수 |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 | 달 | 2010

 

낯선 골목을 걷고 있노라면 시간의 회벽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추억의 한 장면을 만나곤 한다. 골목을 따라가면 언제나처럼 작은 공터가 나오고 왁자한 아이들이 그곳에서 숨바꼭질을 하거나, 비석치기를 하거나, 양갈래머리를 한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다. 때로는 무리에 속하지 못한 어린 아이들이 놀이에 끼이고 싶어 이리저리 기웃대며 놀이를 방해하지만 저녁 어스름이 질 때까지의 골목은 온통 아이들 차지였다. 어둑어둑 해가 지면 아이들은 아쉬움만 한아름 내려 놓고 공터를 떠난다. 호박꽃이 환한 저녁이면 공터 한켠에 놓인 평상으로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밤새 모깃불이 타올랐었다. 이따금 어른들의 이야기가 호박 넝쿨처럼 길게 이어지는 날이면 졸음에 겨운 아이들은 제 어미의 무릎을 베고 곤한 잠에 빠져들고 풀벌레 소리만 별처럼 가득했었다.

 

골목에서는 그때 맡았던 제 어미의 땀내음처럼 아릿한 향수가 밀려오곤 한다. 낮은 담장 넘어 손바닥만한 마당 한켠에선 걸레를 빠는 누이의 모습. 일렁이는 검은 머릿결에 함초롬한 가을 햇살이 소복소복 쌓일 것 같은 오후.  영훈, 종애, 영숙, 정태 같은 낯익은 이름들이 어디선가 들려올 것만 같다. '아무개야!  밥 먹어라!' 하는 메아리가 앞산 머리에 쩌렁쩌렁 울릴 것만 같다. 손을 뻗으면 그 정겨운 풍경이 하마면 잡힐 듯한데...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골목의 옛 모습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까치발을 뜨면 안마당까지 훤히 보이던 정겨운 풍경도, 깡통을 차며 놀던 작은 공터도, 세월의 더께가 일던 담배가게도 이제는 모두 아슴아슴 멀어지고 있다. 여행작가 최갑수의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는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최갑수 골목산책'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나즈막한 슬레이트 지붕이 골목으로 나란히 펼쳐지는, 골목을 따라 코스모스 여린 데궁이 일렁일 것만 같은 그때의 풍경 속으로 안내한다.

 

골목을 다니다보면 순수한 사랑으로만 가득 찬 곳에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것은 바람으로 흔들리는 미루나무의 움직임처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 나는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지켜보며 보일러로 따뜻해진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온통 평화와 사랑으로 충만하다는. (240쪽)
 
서울의 부암동이나 북촌 한옥마을에서부터 통영의 동피랑, 청주의 수암골, 부산의 태극도마을, 대전의 복지관길 등 저자의 발길은 몇 남아 있지 않은 전국의 골목을 누비고 있다. 건물의 높이가 1m씩 높아질 때마다 남보다 두세 걸음쯤 앞서 걸어야만 했던 우리는 골목의 여유란 그저 게으름의 상징, 청산해야 할 구태의 하나쯤으로 여기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어미의 시큼한 땀내음이 물씬 풍겨오던 삶의 터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리에는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도통 찾을 길 없는 콘크리트 건물만이 위압적인 자세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이렇듯 풍경의 변화는 사람들의 일상을 생경하게, 또는 살풍경하게 만들어 놓았다. 추억은 오직 마음 속의 그리움으로만 존재하는 추상적 개념이 되고 말았다.

 

나는 지금 수암골 골목에 서 있다. 주홍빛 불이 들어오고 있는 가로등 아래로 단발머리 여자 아이가 뛰어간다.  먼 지붕 위로 별이 돋고 어디선가 졸리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이 모든 것은 익숙하지만 새롭게 다가온다.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한 곳. 그곳이 바로 골목이다. (359쪽)

 

언젠가 댐 건설로 인해 자신이 발붙이고 살던 고향을 잃고 실향민 아닌 실향민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호수 어드메쯤을 가리키며 자신이 살던 곳이라고 말했었다. 그때 나는 느꼈었다. '아, 개발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되는구나!'하고 말이다. 개발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음을 그때 알았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체취는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새로이 태어나는 자식들에게 제 부모의 흔적을 지우도록 강요하는 사회를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까. 골목을 보존해야 하는 첫째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은가.

 

뽀얀 가을 햇살 속에 온종일 펄럭였던 이불 홑청처럼 순수한 마음이 흘러가던 곳. 그곳이 바로 골목이었음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모퉁이를 돌면 백구가 컹컹 짖던 내 어릴 적 친구의 집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이제는 몇 남지도 않은 골목이 부디 무사하기를... 그곳에 흐르던 순수의 마음들이 계단을 오르고, 공터를 돌아 고샅고샅 흩어지기를... 

 

오늘의 책을 리뷰한 ‘꼼쥐’님은?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딱히 장르를 정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읽는 잡식성의 독서가이자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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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북테스터 20분 모집!



'나무 [수:]'에서 나온 신간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을 읽고 리뷰를 써주실 북테스터 20분을 모집합니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은 사진에세이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를 잇는 작가 최갑수의 다섯 번 째 책인데요. 삶과 사랑의 리얼리티를 예민한 감성으로 포착하는 그가 이번에는, 붙들 수 없는 것들이 자꾸만 늘어 가는 '서른과 마흔 사이', 그 인생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위로하는 글과 사진을 가득 들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서른과 마흔 사이'를 이미 지나온 당신, 지금이 바로 그때인 당신, 언젠가 그때를 맞이할 당신들 모두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나이. 새로운 직장을 위해 이력서를 쓰기가 쑥스러운 나이,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따뜻한 공기가 빠져 가는 벌룬처럼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나이. 기율과 위계 의식과 연대 의식, 이런 것들에 대해 서서히 신경을 쓰게 되는 나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편견이 서서히 쌓여 가는 나이. 하지만 상대방의 편견을 존중하기는 어려운 나이.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나이."    

-  '서른과 마흔 사이' 중에서


■ 도서명: <잘 지내나요, 내 인생>
■ 도서 상세정보 : http://www.bandinlunis.com/front/product/detailProduct.do?prodId=3225185
■ 모집 기간: 11월 29일(월 ) ~ 12월 5(일) 7일간
■ 모집 인원: 20명

■ 선정 기준:
□ 신청 댓글의 내용과 반디지수, 반디앤루니스 '나의 서재' 활동을 참고해 선정합니다.
□ 이전에 반디앤루니스 북테스터로 선정되셨던 분들의 경우, 해당 도서에 대한 리뷰를 참고해 선정합니다. 
□ 북테스터를 통해 반디앤루니스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되신 분들의 경우, 신청 댓글란에 이전에 작성하셨던 도서 리뷰의 페이지 주소(개인 블로그)를 함께 남겨주시면 선정에 참고하겠습니다. 

■ 발표: 12월 6일 (책과 사람 -> 북테스터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배송지 확인 : 2010. 12. 6(월) ~ 2010. 12. 7(화)
■ 도서 발송: 12월 8일(수)
■ 서평 완료: 12월 26일(일)까지
■ 신청 방법: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당 게시물(반디앤루니스> 책과 사람> 북테스터 공지글) 아래쪽에 댓글로 달아주세요.
■ 참여 방법: 정성껏 쓰신 리뷰를 반디앤루니스 서재에 올려 주시면 됩니다.

<질문>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즈음이면,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얼마 후면 하나 더 늘어날 나이를 떠올리며,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인생을 떠올려봅니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 하고 물어도 보겠죠. 그 물음이 더 무게를 갖는 게, 아마도 '서른과 마흔 사이'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반디 가족 여러분 각자의 '서른과 마흔 사이', 그때를 떠올려보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지나온 분, 지금이 바로 그때인 분, 언젠가 그때를 맞이할 분,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서른과 마흔 사이', 여러분의 인생은 어떠했나요? 어떤가요? 어떠할까요?

 

 

[북테스터 신청하러 반디앤루니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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