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9.18 [요즘 뭐 읽니?] 노라 에프런,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요즘 뭐 읽니?] 노라 에프런,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노라 에프런 |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 반디 | 2012

 

“나는 수년 동안 많은 것들을 잊어왔다. (…) 내가 뭔가를 잊기 시작하던 초기에는 단어들이, 특히 고유명사들이 슬쩍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 여기 내가 절대로 기억할 수 없는 고유명사가 있다. 제러미 아이언스(Jeremy Irons)가 나오는 영화의 제목이다. 클라우스 폰 뷜로(Claus von Bulow)가 주인공이다. 무슨 영화인지 당신은 알겠지. 기껏 애써봐야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최대치는 이것이 세 단어로 이루어져 이고 가운데 단어가 ‘of'라는 것이다. (…) 친구들 여덟명을 극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우리 중 누구도 그 제목을 기억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휴식시간에 누군가 뛰어나가서 구글 검색을 해왔다. 우리는 모두 그 제목을 듣고 아하 했고 다시는 그것을 잊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10-11쪽)

 

첫 장이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격하게 공감한다. 나도 정말이지 수년 동안 많은 것들을 잊어왔다. 특히 고유명사에 취약하다. 책 제목은 물론이고 영화 제목, 감독, 작가 이름, 주인공 이름, 배우 이름 등.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게 뭐지? 그게 누구지? 있잖아, 왜 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꼭 그래야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아무렴, 있긴 있다. 내 기억 속에 없는 게 문제지만.

 

미용사를 사랑하는 한 소년이 있다. 이 소년, 참 심지가 곧다. 취향도 확실하다. 동네에 있는 풍만한 몸매의 미용사가 세상에서 제일 이쁜 줄 안다. 그녀를 보기 위해 매일 같이 그 미용실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 채 자라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뻔질나게 미용실에 들락거린다. 그런 이 소년의 꿈은, 미용사의 남편이 되는 것. 

 

갑자기 웬 소년 타령이냐면, 이게 바로 그거다. 이 영화의 제목이 매번 그렇게도 생각이 안 나는 거다. 심지어 볼 때마다 펑펑 우는, 겁나게 좋아하는 영화다. 추천도 많이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내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그게 뭐였더라’다. 생각나는 건 이 스토리와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소년의 꿈, ‘미용사의 남편’이라는 문구 뿐.

 

암튼, 그러니까 결론은 이제 막 펼친 책,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의 시작이 아주 괜찮다는 거다. 시작이 반이라고, 앞으로 날 실망시키는 일은 부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음 장을 잽싸게 넘긴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