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해당되는 글 92건

  1. 2010.01.08 <너는 모른다> - 너는 내가 알고 싶기는 하니? (8)
  2. 2009.12.24 나감책 2009 중간 결산!
  3. 2009.12.21 [나감책 No.15] 쉽게 꺼지지 않는 희망의 등불(동스파파님) (2)
  4. 2009.12.10 [나감책 No.8] 촉촉이 내 영혼을 적시는 그대(soulnote님)
  5. 2009.12.08 [나감책 No.6] 눈과 함께 내린 나감책(우연님)
  6. 2009.12.07 [나감책 No.5] 무섭고 슬프고 아름다운(자목련님) (2)
  7. 2009.12.04 [나감책 No.4] 다음 한 걸음을 위한 시간(비이님) (2)
  8. 2009.12.03 [나감책 No.3] 끝없는 욕심, 한없는 행복(태극취호님)
  9. 2009.12.02 [나감책 No.2] 책과 사람, 그리고 반디&루니스(반디) (2)
  10. 2009.12.01 [나감책 No.1] 대체 이 녀석을 어떻게 빼란 말이냐구!(레삭매냐님) (6)

<너는 모른다> - 너는 내가 알고 싶기는 하니?

 

정이현, <너는 모른다>, 문학동네, 2009


너는 모른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말 중 하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뭐가 문제인지 물었을 때 상대방이 ‘너는 몰라’라고 하면, 둘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긴다. ‘그 어떤 말을 해도 너는 이해할 수 없으니 우린 끝’이라 선언하는 잔인한 말. 이 말을 들으면 해결을 위한 뜨거운 의지도, 지금껏 함께한 시간도, ‘나는 소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연으로 한없이 처박힌다. 만약 사랑하는 이들 간에 이 말이 오고간다면, 사랑은 거기까지다. 정이현 작가는 무슨 독한 마음을 먹었기에 ‘너는 모른다’는 제목을 택했을까.

강남의 고급 빌라에 사는 혜성의 집은 남들보다 잘 산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를 거 없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다. 아버지 상호는 돈을 잘 벌어다 주고, 화교 출신의 새엄마 옥영은 모나거나 별나지 않게 가정을 돌본다. 배다른 동생 유지는 엄마 옥영을 닮아 조용하고, 문제는 일으키지 않는 초등학생이다. 의대에 합격한 혜성 또한 집안 분위기를 잘 맞출 줄 아는 만 스무 살 성인이자, 상호의 자랑거리이다. 가족 중 문제를 일으키는 이는 혜성의 친누나 은성. 다행히 그녀는 따로 살아 집안에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느 평범한 일요일, 유지가 사라진다. 상호는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나가고, 옥영은 친정어머니를 만난다는 핑계로 옛 연인을 만나러 대만에 가고, 혜성은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난동을 부리는 은성을 진정시키러 간 사이, 유지는 바이올린 과외 선생님에게 줄 레슨비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동안 옥영의 품에 쌓여 바이올린밖에 모르던 아이 유지. 그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유지가 사라지고 잔잔하던 가정에는 큰 파문이 밀려온다.

당연히 있어야할 곳에 부재가 자리 잡자 가족은 불타듯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 불안감은 아이를 잃은 슬픔과 자신들이 어린 유지를 혼자 집에 방치했다는 죄책감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뭔가 뒤가 구린 일을 하는 아버지, 가족들 몰래 옛 연인을 만나는 어머니, 한때 동생을 납치해 상호에게 돈을 뜯어내자고 했던 은성, 뭔지 모를 상실감에 타인과 소통하기를 꺼려하는 혜성까지. 사건을 해결하고, 상처를 치유하는데 각자 다른 생각과 방식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옥영의 눈동자에 피로와 불안, 도탄과 고통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그럼에도 절망의 깊다란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의지가 느껴졌다. 상호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바짓주머니를 뒤져 답배갑을 찾았다.
“내 얘기 좀 들어요.”
아내가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녀는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경찰을 더 이상 못 믿겠어. 그 사람들은 조그만 아이 하나 없어진 일에는 큰 관심이 없어. 하긴 그 사람들한텐 그게 당연하겠지만.” (…) “딴 방법이 일을 거야. 오늘부터 같이 찾아봐요. 이대로 경찰 손에만 맡겨두었다가는 정말로 어떻게 될지 몰라.”
“에이 썅, 그만하라고 했지!”

(206~207쪽)

사라진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너는 모르는’ 사실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갈등은 커진다. 네가 알아서는 안 되는 사실들과 또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사실들은, 판도라의 상자에 봉인됐던 온갖 불행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긁고 또 할퀸다. 여기서 정이현 작가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사실과 사실이 밝혀져야만 사건이 해결되는 모순된 상황이라면 우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답을 내리기 쉽지 않다. 더욱이 그것이 가정의 해체와 딸아이의 실종이라는 정면충돌이라면, 답은 진실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남겨진다.

작품은 이처럼 ‘앎’과 ‘모름’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우리의 숙명을 드러내는 한편,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민낯을 주저함 없이 까발린다. 돈을 위해서라면 인륜을 저버리는 냉혹한 어른들의 세상, 화교라는 낙인으로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하는 우리 사회, 애정 결핍으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굴곡이 커져버린 젊은이, 지나친 기대와 관심으로 인터넷 공간 속으로 침전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아이들. ‘나’는 ‘너’를 얼마나 알려고 했을까. 아니, 알고 싶기는 한 걸까.

1월 4일, 폭설이 내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날, 뉴스를 보는데 <너는 모른다>가 떠올랐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 속에서 우왕좌왕하며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유지를 잃은 가족의 모습과 같았다. 정이현 작가는 쉽게 벌어지지는 않지만 분명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사건을 시작으로 불안 가득한 세상을 솜씨 좋게 재구성한다. 사건의 원인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형식 때문인지, 그들의 이야기가 감추고 싶은 우리네 삶을 보여줘서인지, 가슴이 아프면서도 책장은 잘도 넘어간다.

                                                                                                     - 반디(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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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n'A 2010.01.08 09:5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한번쯤 보고싶은 책인데..^^
    오늘도 여전히 춥지요
    감기조심 하세요^^

    • 반디앤루니스 2010.01.08 10:23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읽는 재미도 있고, 읽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 많이 하게합니다..^^
      으앙~ 그나저나 동장군 기세가 무서워요~
      Sun'A님 옷 따숩게 잘 챙겨입으세요~^-^b

  2. 아련_ 2010.01.10 03:1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이현작가님의 장편 나왔다는 말 들었는데 여기서 보게되네요.
    이전에 나온 정이현작가님의 단편, 굉장히 좋아했습니다...만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조금 실망을 했었는데 이번 작품은 평이 좋네요!

    • 반디앤루니스 2010.01.10 15:57 신고 address edit & del

      달콤한 나의 도시랑은 분위기가 달라요~
      정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3. 카타리나 2010.01.11 10:55 address edit & del reply

    제목이 맘에 들었지만
    전 이상하게 이 작가의 책은 별로 ㅡㅡ;;

    • 반디앤루니스 2010.01.11 16:56 신고 address edit & del

      ㅋㅋㅋㅋㅋ
      다른 작가도 많으니까 괜찮아요~
      근데 정이현 작가가 삐지면 어떡해요. ㅋㅋㅋ
      도서관에서 빌려서 함보세용~ ^-^b

  4. 난나  2010.01.19 01:1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읽고 있는 책입니다^^.

    인터넷에 연재하실 때 2,3회 보다가 책 나오면 사서 읽어야지, 했던 것을 이제야 읽고 있네요. <달콤한 나의 도시>는 저와 너무 맞지 않았었는데, 요 작품은 아직 초중반부까지밖에 못 읽었지만 <달콤한 나의 도시>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이, 열심히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 반디앤루니스 2010.01.20 17:09 신고 address edit & del

      아, 요즘 읽고 계시구나..^^
      중후반으로 가면 페이지가 더 빨리 넘어갈 거예요..
      좀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요.. ㅠㅠ

나감책 2009 중간 결산!

안녕하세요! 반딥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0^)/

반디 가족 여러분 모두모두 즐거운 성탄절 연휴 보내세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꼭 연인과 함께 보내지 않더라도 즐거울 거예요.
연휴가 기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싹 풀어도 좋을 거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 보내도 좋겠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요.^-^b

나감책 중간 결산

어제 말씀드린 나를 감동시킨 책 중간 결산을 시작해볼까요?
먼저 나감책에 많은 성원 보내주신데 무한 감사드립니다.
좋은 책을 서로 나누고,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아요.
나감책 하길 잘했어, 하길 잘했어! ^-^b (뾰로롱~)
내년에도 고고씽!

어제(23일)까지 총 17명의 주자가 나감책에 함께했습니다.
17 곱하기 5하면 85니까 총 85권의 책이 소개됐을 법한데,
중복되는 책이 있어 책이 85권이 되지는 않습니다.
9권의 책이 2번 이상 나감책으로 선정됐고, 지금까지 소개된 나감책은 71권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책이 가장 많이 나감책에 올랐을까 궁금하시죠?
먼저 2번 이상 올라온 책은 총 9권입니다.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1Q84> [리뷰 보기(클릭)]
<고등어를 금하노라> [리뷰 보기(클릭)]
<엄마를 부탁해>
<후불제 민주주의>
<나는 여기가 좋다> [리뷰 보기(클릭)]
<도가니>
<세계의 끝 여자친구> [리뷰 보기(클릭)]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리뷰 보기(클릭)]
<흐느끼는 낙타>

어떤 책이 몇 번 올랐는지도 궁금하시죠?
<1Q84>가 4번, <고등어를 금하노라> <엄마를 부탁해> <후불제 민주주의>가 3번, <나는 여기가 좋다> <도가니> <세계의 끝 여자친구>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흐느끼는 낙타> 2번입니다. 

나감책 최종결과가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저도 긴장감을 느끼기 위해 남은 나감책을 보지 않았습니다. 함께 즐겨야죠! 과연 지금처럼 <1Q84>가 최다득표를 차지할 것인지, 아니면 나머지 책들이 막판 역전승을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남은 나감책 주자가 3분, 총 15권이 남았으니까 결과를 예상할 수 없겠죠? 끝까지 함께해주시길 바라요! ^-^

 

숨바꼭질(「Hide&Seek」)

오랜만에 음악 한 곡 준비했습니다. 고민 많았습니다. 기타리스트 박주원이냐, 새 음반을 발표한 루시드폴이냐, 아니면 크리스마스 음반을 발표한 스팅이냐. 고심 끝에 박주원을 선택했습니다. 예전에 공연장에서 본 그의 열정적인 연주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요. 함께 들으실 곡은 얼마 전 나온 첫 정규 앨범 『집시의 시간』 6번 트랙 「Hide&Seek」입니다.  뭐랄까요. 슬픈 음색이면서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런 음악입니다. 처음 들으신 기타 연주가 바로 「Hide&Seek」입니다.(반디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놨어요.^-^b)

 

 

판타스틱! <아바타>

오랜만에 영화 얘기도 한 번 할게요. 그 주인공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지난 금요일 3D 아이맥스로 봤는데, 이건 뭐, 아주 그냥 환상이었습니다. 눈앞에서 뭐가 슉슉!대며 지나다니는데, 정말 실감나더라고요. 색감은, 아름다웠습니다. 그중 제 가슴을 울린 건 ‘교감’이란 화두였습니다. 나비족 전사들은 판도라산(産) 말과 거대한 새를 타고 다닙니다. 전사와 말, 새가 짝을 짓기 위해서는 신체 일부인 촉수(?)를 서로 이어야 합니다. 서로 몸이 닿는 순간 둘은 하나가 됩니다. 소울 메이트가 된 둘은 삶도, 죽음도 함께 합니다. 

나비족 전사가 된 제이크도 거대한 새를 탑니다. 그의 앞에는 더 위협적인 새, 인간의 전투기 등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쫓기는 신세가 된 제이크와 그의 또 다른 영혼. 위험천만한 비행을 하고 있는 순간 제이크는 말합니다.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참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하늘을 날지도 못하는 그가 어찌 지켜줄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 짧은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너를 믿고, 너도 나를 믿으니 우린 끝까지 함께할 거야. 죽음의 순간이라 하더라도.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생명체는 이렇게 교감을 합니다. 이게 사랑이 아닐까요. 존재만으로 충분한 그런 사랑. 

마지막으로 메리 크리스마스 쿠폰 드릴게요.

쿠폰번호: bandi25

이걸 반디앤루니스 홈페이지->이벤트->쿠폰->오프라인 쿠폰 등록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12월 31일까지 발급할 수 있고, 발급 이후 15일 안에 쓰시면 됩니다. 이번 쿠폰은 여러 번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많이많이 사용해주세요.^-^

등록 페이지 주소: http://www.bandinlunis.com/front/event/couponEvent.do

몇 시간 후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겠죠? 행복한 시간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해피 크리스마스 앤드 메리 뉴 이어! ^-^b

반디 올림! (^^)(__)(^^)/

[박주원의 「Hide&Seek」 들으러 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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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책 No.15] 쉽게 꺼지지 않는 희망의 등불(동스파파님)

12월 21일. 크리스마스가 있는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무슨 좋은 계획들 갖고 계신가요? 저는, 음, 성탄절이니까, 아기예수님 탄생을, 축하드려야겠지요? 이 땅을 구원하러 오셨는데, 데이트가 뭐가 중요하겠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b 오늘 따뜻한 햇빛과 함께 반디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이 계십니다. 바로 동스파파님이십니다. 그럼 나감책 15번째 이야기 시작해볼까요? ~~~~~~~~~~~~~~~~/(^0^)/

책을 읽는 이유는 상황이나 사정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지식전달자로서, 정서함양을 위해서,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해서, 감정을 순화시키기 위해서 등…. 이렇게 여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전 우연한 기회에 만난 책의 향기에 취할 때가 으뜸이 아닐까 합니다. 올해도 저를 달구어 들끓게 한 숱한 책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알찬 한 해가 아니었나 회고해 봅니다.

그래서 책을 읽어내다 보면 나름의 경향이나 패턴이 생기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문학작품의 무생산성을 혐오하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이는 자기계발도서의 구호나 법칙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어떤 판단근거에 따라 양서와 악서로 나누는 것은 지극히 편협한 시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대상이나 가치판단에 따라 호불호를 달리할지언정 작가의 노고나 경험을 온전히 무시하기에는 (책을 통한) 일방통행으로 치우칠 경향이 다분하다 할 것입니다.

요즈음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읽고 감상하는 데 그치는 정보습득자가 아니라 컨텐츠를 생산해내는 정보가공자로 올라서는 양방향 소통의 사회로 바뀐 것도 책에 대한 정체성을 달리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른바 커넥터(Connector)입니다. 이처럼 종이 책에 대한 퇴보를 경계하는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희망의 등불은 쉽게 꺼지지 않기에 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따라서 전 전방위적 글 읽기를 모토로 삼고 있는 <책 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의 저자 이권우씨가 소개한 다치바나 다카시님의 방향을 흠모하고 있습니다. 무턱대고 질량감이나 이미지에 현혹되어 책을 선택하는 것보다 자신의 수준이나 성향에 맞추어 읽어내는 것이 궁극의 교감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해서 올 한 해 제 손에 안착된 보물과 같은 책들 중 분야별로 선별해서 5권을 추슬러 소개해 볼까 합니다.

[동스파파님의 나를 감동시킨 책 5]

 

 

<스노볼>, 위렌 버핏(자기계발)
- 오마하의 현인으로 추앙받는 시장의 마법사 워렌 버핏의 전기를 담은 평전입니다. 그가 이룬 오늘날의 성공은 도전과 열정이 어우러져 만든 지칠 줄 모른 삶, 바로 위대함에 있습니다. 재산의 80%를 통 크게 기부하는 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은 단순하게 거부로서의 지위보다 대중의 삶을 선도하는 본보기로서 대단한 값어치가 있는 지표라 할 것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상대로 평전을 짓는다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무엇보다 “집중이야     말로 탁월함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그의 신념이 남달랐던 절정의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에세이)
- 성마르고 팍팍한 복잡다단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굴레입니다. 그 속에서 인생을 재단하고 경영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날 선 세상에 상처받고 균형이 무너지고 흐트러지는 것은 어찌 보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저자 대니얼 고틀립의 생각은 명징함마저 깨우치게 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심각한 척추손상을 입은 불구의 몸에도 그는 강단한 정신력과 긍정의 마인드를 보여주는 <샘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미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삶의 통찰과 타인에 대한 연민의 마음은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보다 삶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로 귀결되는 혜안을 머금은 영혼의 노래처럼 맑고 그윽합니다.

 

 

<공무도하>, 김훈(국내문학)
- 21세기 한국문단의 허리를 곧추 세우고 소설 읽기의 재미를 복원시켰다는 찬사를 받는 작가 김훈의 이야기로, 벼린 날처럼 인식의 층위를 확장시켜 주는 책입니다. 근간에 쏟아지는 신간들을 보면 자극적이고 단락적이며 말초신경을 후벼 파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데 비해 우리글이 가진 언어적 향연을 보기 좋게 다듬어 펼친 작품성이 뛰어난 책입니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이 당면한 문제다.”라는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지며 신랄한 사회비판의식이 오롯이 담긴 내용은 무엇이 진실인지를 가늠하는 이 시대의 목소리에 다름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인간의 이중성과 정체적 불합리성에 중심을 잡을 사유의 본보기로 좋은 책이며 실재와 이상을 분별하는 힘을 보여주기도 할 것입니다.

 

 

<1Q84>, 무라카미 하루키(해외문학)
- 무라카미 하루키. 국내에 소개된 일본작가 중 대중적 파워가 가장 큰 인물이자 아우라가 상당한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판타지를 넘나드는 불가해성으로부터 출발해서 이념과 관념을 아우르는 상당한 진폭을 가지고 있는 내용 일색입니다. 실제 무라카미의 책을 접하다 보면 그의 깜냥의 원천이 어디까지일까 하는 엄청남을 느낍니다. 인간의 본성을 탁월하게 조탁해서 원형의 심리적 밀도감을 줄이는 그의 선율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이 책 또한 상당한 기간 동안 준비하고 조율하여 탄생한 작품이기에 작품 속 내용과 고전의 반열에 오른 조지 오웰의 <1984>와 비교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두 개의 달이 주는 상징성이 잘 녹여 진 <1Q84>는 진공청소기처럼 빨려 들어가는 흡입력이 대단한 책입니다.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인문사회)
- 유시민은 일러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 울 만큼 참여정부의 핵심인물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지식 소매상이라고 하며 지식 생산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책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 있을까 싶기도 할 정도로 세간에 이목과 화제를 집중시킨 책입니다. 책의 내용은 헌법을 기저로 한국사회가 행하고 있는 현실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날카롭게 비평한 담론이 가득합니다. 아쉽게도 자신의 정치소회를 밝힌 부분에서는 이슈가 될 성질의 소재들이 깔려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시대를 호흡하는 동시대인으로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대상이라 할 것입니다.

그밖에도 많은 분야의 책들이 교감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을 반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지만 지면상 다 하지 못해 아쉽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주관에 의해 추천된 책들이기에 특정한 선정기준은 없습니다. 누구나 보고 읽으면 깨달음 내지는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들 내용들이기에 선정의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시대를 사는 한 사람으로서 책을 통해 소통하고 확장하는 사유의 즐거움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소박하기 그지없는 평범한 책만 보는 바보로서 저의 바람이 멀리 넓게 퍼져 나가 조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갈망하는 마음 그득합니다.

[<1Q84> 리뷰 보기(클릭)]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동스파파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오늘 어제 오늘 아침, 정말 추웠습니다. 그런데 낮이 되니 날이 풀리면서 기분도 좋네요. 빤한 말이지만, 많이 추우면 곧 따뜻해질 거예요. 혹시 반디 가족 중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 계시면, 홧팅! 늘 반디가 응원하겠습니다. 내일 16번째 주자와 돌아올게요.^-^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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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루이스피구 2009.12.21 23: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반디님 추천이니 다른 책도 기대가 되지만
    무엇보다도 워렌버핏 평전은 꼭 읽어보고 싶네요

    그리고 반디님~ 덕분에 2009년 한해동안 즐거웠습니다
    연말 따뜻하게 잘 보내세요~ ^^

    • 반디앤루니스 2009.12.23 11:08 신고 address edit & del

      저야말로 피구님 덕분에 음악 듣는 재미가 두 배는 커졌습니다. 2010년에도 많은 음악 들려주세요~ ^-^b

[나감책 No.8] 촉촉이 내 영혼을 적시는 그대(soulnote님)

12월 10일. 촉촉이 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날이 많이 춥지 않은 덕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네요. 그 소리에 올해 만났던 책들, 사람들을 하나둘 꺼내봅니다.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오늘 함께할 나감책 주인공은 soulnote님이십니다. 반디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실 거예요...

따듯한 커피 한 잔을 들고 탁 트인 창가에 자리를 잡습니다. 추위를 떨쳐내지 못하고 종종걸음 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해 보이는 저녁. 때마침 올 들어 첫 눈이 내리고 있네요. 잠시라도 세상에 더 머무르려는 듯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천천히 맴을 도는 함박눈. 마치 몽글몽글 부풀어 오르는 솜사탕처럼 포근한 그 생김새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런 날 마음을 보듬어 주는 책 한 권과 마주한다면 세상 부러울 게 없겠죠.

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지 3년이 되어갑니다. 그 전까지 책이란 읽어야하는데 쉽사리 읽히지 않는 골치 아픈 존재였죠. 괜한 의무감. 아무도 읽어라 하지 않는데 책을 읽지 않아 어딘가 한 구석이 불완전한 느낌, 이라면 이해가 좀 되실까요. 3년 전 어느 날, 우연히 펼쳐든 책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즈음부터 나름의 습관이 생겨 책을 읽어 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내내 책을 읽고 있지요. 어느 정도냐 하면 말씀드리기 쑥스러울 만큼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제 갓 독서에 재미를 붙인 터라 느릿느릿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라 할 수 있거든요.

산에 올라보지 않았던 사람이 처음부터 정상을 정복하고자 속도를 내다보면 중간도 못 가 지치고 말지요. 독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무리하게 속도를 내기보다 산책을 하듯 느린 보폭으로 읽어갑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새 책 속으로 흠뻑 빠져든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새 바람 물소리를 온 몸으로 만끽하며 산행하는 사람처럼 책을 읽다보면 이전까지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던 몸의 세포들이 일제히 깨어나는 느낌이 듭니다. 세밀한 감정들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세상을 향해 보다 농밀한 시선을 던지게 만들죠. 책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내면의 다단한 감정과 오롯이 마주한다는 것은 삶의 또 다른 희열입니다.

책에 눈을 뜨고부터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간과 그동안 읽지 못한 구간들 사이에서 조바심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저의 느리디 느린 독서습관으로 볼 때 평생 가야 만날 수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누가 순위를 매기는 것도 아닌데 과욕을 부리다 지치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기보다 수집하기에 열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마음을 고쳐먹었답니다. 단 한 권이라도 온전하게 받아들이기로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줄기차게 내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온 마음을 다해 마음에 새기고 느끼는 과정입니다. 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더하는 것은 나중의 문제지요. 혼자만의 잣대로 판단을 내리기보다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라 생각합니다.
 
올 한 해에도 많은 책들을 만났습니다. 읽은 책보다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의 수가 더 많긴 하지만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저에게 소소한 행복을 안겨준 책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일단 베스트셀러는 제외시켰습니다. 비록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제 마음을 그득하게 채워준 책들을 골라보았답니다. 추운 겨울입니다. 뜨듯한 아랫목 벙어리장갑 크리스마스트리의 영롱한 불빛처럼 온기를 전해주는 좋은 책 한 권이 당신의 마음을 데워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soulnote님의 나감책 5]

 

 

1.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장은진, 문학동네)
- 한 자 한 자 정성을 들여 써내려간 편지를 받아본 기억이 아련하신가요? 그렇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세요. 다소 느리고 어설퍼 보이는 아날로그적 정취가 빈틈없지만 어딘가 허전함을 안고 사는 디지털화된 마음을 차분히 다독여준답니다. 눈 먼 개 와조와 삼 년째 여행을 다니는 편지여행가 지훈, 여행을 하는 동안 자신의 소설을 팔고 새로운 소설을 집필해나가는 방랑소설가 751.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유난히 서툰 두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웃음과 눈물 기막힌 반전이 잠시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네요. 누구에게라도 강권하고 싶은 책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2. 어린왕자 팝업북(생텍쥐페리, 문학동네)

- 누구나 한 번 쯤 마음에 품어보았을 ‘어린왕자’가 삼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팝업북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상상으로만 만났던 세계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 어린왕자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소장하고픈 욕심이 생길만한 책이랍니다. 거대한 부피를 자랑하는 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에 제 아이에게 꼭 물려주고 싶네요.

 

 

3. 마음가는대로 산다는 것(앤 라모트, 청림출판)

- 약물과 알코올 중독, 폭식증, 자살미수, 불륜, 낙태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허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쏟아낸 작가 앤 라모트. 절망적이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과거를 거침없이 써내려간 그녀의 솔직함에 적잖이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솔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삶에 당당하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 이 책은 자신의 과거와 화해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한 여성의 솔직담백한 자기고백을 담고 있습니다. 바람 잘 날 없던 지난 삶을 시종일관 명랑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기지에 삶을 향한 긍정의 시선이 느껴지네요. 아직 화해하지 못한 자신과의 문제가 있다면 이 소설을 통해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4. 나이브? 슈퍼!(에를렌 루, 문학동네)

- 스물다섯 살 청년의 자아 찾기 프로젝트! 일명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 무심결에 방치해 두었던 감정들을 톡톡 건드려 주네요. 인생이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관심만 기울인다면 충분히 특별할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읽다보면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키득키득 웃게 되는데요, 다소 흡입력이 약한 제목과 표지에 비해 주인공의 말투와 생각에서 엉뚱 발랄함이 묻어나기 때문이지요. 웃으면서 읽으세요, 깨달음은 덤이랍니다!

 

 

5. 서툰 여행(최반, 안그라픽스)

- 언젠가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질 것을 꿈꾸며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인도 여행기!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듯 조곤조곤 이어지는 작가의 말투가 사뭇 정겹습니다. 이 책은 어서 인도로 떠나 보라고 부추기지 않습니다. 인도를 먼저 마음에 품어본 자의 온화함이 아직 그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 인도를 사람을 세상을 품어보라 말하고 있는 듯하네요. 수많은 여행서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이병률의 ‘끌림’처럼 단 번에 제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랍니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리뷰 보기(클릭)]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soulnote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다른 리뷰도 좋지만, <어린왕자 팝업북> 리뷰는 꼭 읽으시길 바랍니다. 안 보면 손해! ^-^b)

내일이 벌써 금요일이네요. 하루하루 나감책 보는 재미에 빠졌더니, 벌써 주말!
주말을 몰고 올 다음 나감책 주자도 기대해주세요.^-^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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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책 No.6] 눈과 함께 내린 나감책(우연님)

12월 8일. 모니터를 보다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펄펄 내리는 날입니다. 사무실 곳곳에서 ‘와!’란 탄성이 나왔습니다. 좋은 책을 만났을 때도 그렇습니다. 킥킥대고 웃다가, ‘와’하고 탄식하고,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마는…. 그 소중한 감정들은 나를 조금 키우겠지요? 자, 그럼 여섯 번째 나감책 시작해볼까요? 오늘의 주인공은 우연님이십니다! 짜잔~~~~/(^0^)/

우연씨가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의 블로그에서 블로그 이웃들을 대상으로 ‘나를 감동시킨 책 2009’란 이름으로 책을 뽑아 달라는 부탁을 해주셨습니다. 음주가무는 물론이고 인간관계마저도 얄팍하고 소질이 없는 우연씨의 유일한 놀이라고는 겨우(-_-;;) 책읽기 정도인데, 게으름 때문인지, 소심함 때문인지 책 이야기는 자주 올리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걸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도 약간 두려웠는데, 우연씨가 연말이면 했던 ‘올해의 영화’ 혹은 ‘00년, 하루를 더 준다면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보는 마음과 올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성장하게 된 우연씨를 기록하는 마음으로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몇 번 이야기 하긴 했는데, 우연씨는 어렸을 때 동화책을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마담님이랑 네온님 댁에도 그 비슷한 동화테이프가 있었다고 하시던데, 같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연 씨 집에는 세계명작동화와 전례동화의 내용을 극으로 꾸며서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한 테이프가 있었습니다. 

매일 밤마다 우연씨 자매들이 잠자리에 누우면 어머니가 한 개씩 틀어주셨습니다. 그렇게 매일 밤마다 듣다 보니, 나중엔 저절로 외워져서 이불 속에 누워서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흉내 내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둘째 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 한 쯤부턴, 달력 뒷장에 혹은 종합장 표지에 대본 같은걸 써서 밤마다  가족들 앞에서 연극을 하곤 했습니다. 이불장에서 이불을 몽땅 꺼낸 뒤에 그 안에 들어가서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며, 밤마다 난리굿이었을 텐데…. 가족들은 늘 재밌다고 또해보라며 좋아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책을 들으며 놀다가 본격적인 책 ‘읽기’로 넘어간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었습니다. 요즘은 초등학교도 교과목 선생님들이 따로 있다고 하던데, 우연씨가 초등학교를 다닐 땐, 담임선생님이 전 과목을 다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우연씨가 다니던 학교가 무슨 시범학교로 지정 되면서 일부 교과목 선생님들이 따로 생겼습니다. 교실을 이동하기도 하고 선생님들이 수업시간마다 다르게 들어오시기도 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에 우연씨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도덕 시간이었는데요, 그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쯤이면 매번 책을 읽어 주셨습니다.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책 한 권이 끝났고 마지막 수업시간에 간단한 독후감을 발표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 되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시는 10분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 선생님이 낭송, 연기를 잘하기도 하셔서 아이들의 반응도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그렇게 몇 달간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책을 들으면서 지냈는데 우연씨네 집 근처에 새 학교가 지어지면서 우연씨를 포함 전교생의 1/3정도가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토요일 마지막 수업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을 따라 새 학교로 전학을 가는데, 우연씨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전날 선생님이 읽어 주시던 책 뒷부분이 너무나 궁금했거든요. 우연씨는 몇 명의 친구들과 교무실로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저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다짜고짜로 ‘그래서 주인공은 어떻게 됐죠?’라고 물었더니,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너희가 읽으면 되지’라고 말씀 해주셨습니다. 충격! 아, 내가 읽으면 되는구나. -_-;; 

변명을 하자면, 그때까지 집에 있는 동화책을 읽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우연씨는 선생님이 읽어주시던 책은 뭔가 차원이 달라서 우연씨는 읽을 수 없다고 생각 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곤 선생님은 그 책을 저희들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 책이 우연씨의 첫 번째 책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연씨의 책 ‘읽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20살 넘어서면서부터는 매년 100권 가까운 책을 구입하고 그 이상 혹은, 그보다 조금 못하게 읽지만, 대부분이 소설로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 '듣기' 엿보기에서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니까 고백하자면, 우연씨의 책읽기는 어렸을 때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로 뗀 세계 명작 동화 '듣기' 수준. -_-;;

그러다 올해, 책을 읽기에서 '공부하기'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생겼습니다. 그건 ‘나를 감동시킨 책’에 포함되는 혹은, 포함되지 않더라도 우연씨가 읽은 작가들 덕분인데요. 우선, 첫 번째로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에서 공부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시더니, 연애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시던 <호모 에로스>의 고미숙씨와 자신의 월경기를 씩씩하게 밝혀 주셨던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마 속까지 정치적인’의 목수정씨 그리고 세상과 직접 부딪치며 몸으로 배운걸 알려준 언니네 덕분입니다. 

반디 블로그에서 책 선정 할 때,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출간된 책 중에서 뽑아 한다고 했기 때문에, 고미숙씨 책과 목수정씨의 책은 포함 할 수 없어서 '언니들 집을 나가다'를 첫 번째 책으로 뽑겠습니다.

 

 

<언니들, 집을 나가다>, 언니네 네트워크, 에쎄

어느 순간부터 가족이란 테두리, 이름이 역할의 부담과 부채감들로 무겁게 짓눌러서 밖으로 나가지도 안으로 품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어떤 탈출구도 찾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을 때. 눈물 흘리지 않고 가족과 이별하기와 날 때부터 만들어진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관계로 만들 수 있다고 가르쳐 준 책. 방문 잠그고 혼자 꺽꺽거리며 울었던 수많은 밤들을 위로해 주고 용기를 준 책입니다.

두번째 책은 몇 년 전부터 가족에 관한 책이라면 무조건 읽고 있는데, 그 중 최고 였던 책.

 

 

<멀베이니 가족>, 조이스 캐럴 오츠, 창비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묶이면, 그 안의 개인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인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안에서는 아무도 바로잡는 방법을 알 수도, 찾을 수도 없어서 그저 그렇게 죽음의, 지리멸렬한 세월만 보내야 하는 것인지…. 너무너무 아팠던 소설. 20년 만에 찾아온 화해와 용서가 오히려 너무 잔인한 것은 아닌가 해서, 너무 아파서 오래 기억에 남는 책.
 
세 번째 책은 한참 전, 모 예능프로에 장한나씨가 나왔었는데요. 그때 그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20살이 됐을 때 아버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이제 너도 성인이 되었으니, 네가 받은걸 사회에 환원 할 방법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책임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장한나씨가 아버지의 말씀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면 우연씨는 이 책을 통해서 생각 하게 됐습니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이레

자존심 혹은, 콤플렉스가 뭐라고 몇 십 년의 세월을 갉아먹나, 자존심이 너무 센 게 아니라 자존감이 없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역사 앞에서 무죄인 개인이 과연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오늘을 사는데 있어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들었던 책.

 

네 번째 책은 올해의 핫이슈(!?)

 

 

<1Q84 1, 2>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살 무렵, 선배네 집에 갔다가 발견한 책, 작가들이 몇몇 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무라카미 하루키. 모두(?)가 그렇겠지만, 우연씨도 <상실의 시대>부터 시작해서 그의 책들은 줄줄이 찾아 읽었지만, 단 한 번도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습니다. 높게 말해야. 에세이는 기가 막힌 것 같아 정도? 늘 그는 너무 높게 평가 되거나 너무 낮게 불려 지기도 했고 개인의 내밀한(?) 부분들‘만’을 말하는 것 같아서 쉽게 입 밖으로 꺼내서 그의 책을 이야기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어쨌든. 우연씨의 기억이 맞다면 처음으로 하루키가 좋다고 말한 책.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이상한 연애 소설이지만, 내가 서 있는 이 땅에도 하늘의 달이 두개가 아닐까하고 밤하늘을 몇 번이고 올려다보게 했던 책.

다섯 번째 책!

 

 
<꿈꾸는 카메라 - 아주 특별한 365일 간의 기록> 한국영화아카데미, 씨네21

여전히 세상엔 영화보다 중요한 게 많다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들의 우선순위가 있다면, 1번으로 두고 싶은 욕망을 입 밖으로 낼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책. 물론, 용기만으론 영화를 꿈 꿀 수 없어서 짜증나게 배 아프고 짜증나게 부러웠지만 말입니다. 영화책이기도 하고 우연씨는 개인적으로 ‘나도 했으니 너도 해봐. 너도 할 수 있어’ 식의 접근이나 응원은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출발지점에 설 용기를 주는 책.

그 외에, 위에 이야기 했던 고미숙씨와 목수정씨의 책 말고도 <사우스 브로드> <고전 읽기의 즐거움> <고통을 달래는 순서> <영화 인문학> <창조적 글쓰기> <노생거 수도원> <심야 식당> <밤은 노래한다> <더 로드> 등도 지난 일 년간 우연씨를 감동시키고 한 뼘 까지는 아니더라도 5cm쯤 성장시킨 책들인데, 기간에 들어가지 못하거나(2008년 10월 이전 출간) 손가락이 모자라거나(5권‘만’ 뽑으라고 해서) 완독을 못한(<사우스 브로드>는 2권을 오늘에야 받아서 아직 못 읽었고요,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책의 재미 등과 상관없이 인내가 필요함;;;) 이유로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아, 우연씨의 2009년은 이렇게 5권의 책으로도 정리가 되는군요. 우연씨네 집에 자주 오시는 친구들의 2009년은 어땠는지 궁금한데요. 여러분의 2009년도 알려주세요.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우연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내일은 어떤 분이 나감책 주자로 나오실지, 궁금하시죠? 밍티엔 찌엔!(요즘 중국어 배우는 반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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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책 No.5] 무섭고 슬프고 아름다운(자목련님)


12월 7일. 대설(大雪)이 민망치 않게 하려고 지난 주말 눈이 내렸어요! 좋은 기억들 만드셨나요? 전 별루.^^; 하지만 괜찮아요! 오늘도 나감책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거니까요. 오늘 주인공은 좋은 이웃님이신 자목련님이십니다. 반디 가족 여러분! 오늘 하루 눈보다 고우신 자목련님과 좋은 하루 보내세요.^0^/
 
책읽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책에 관련된 메일을 많이 받습니다. 새로운 신간소식, 화제작, 작가와의 만남, 낭독회 등. 지방에 살기도 하거니와 형편상 참여는 어렵기에, 메일만으로 접하는 소식도 언제나 반갑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올해의 최고의 책에 대한 이벤트 메일이 많은데, 올해는 수많은 이벤트 메일 속에 반가운 메일이 있었습니다. 2009년 최고의 책 5권을 선정해달라는 좋은 이웃님이신 반디앤루니스의 반디님이 보낸 메일이 그것입니다.

하여, 내가 쓴 리뷰를 읽어 보게 되었지요. 생각보다 많은 책을 만났고, 2009년 기억에 남았던 책도 많더군요. 특히 한국문학을 좋아하니, 5권이 모두 한국문학을 선정하려 하였으니, 마지막으로 나를 흔든 책은 외국문학이었습니다. 그럼,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책들을 만나볼까요?

 

 

1. <나쁜피>, 김이설(민음사)
민음사에서 경장편 소설을 기획했고, 그 첫 번째로 만난 소설이 바로 <나쁜피>입니다.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가 있지요. 영화도 무척 인상 깊었기에 소설에 갖는 기대가 컸습니다. 물론, 소설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화숙과 수연의 인물 대비, 천변을 사이에 두고 개발된 도시와 고물상의 모습. 2009년 동인문학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던 소설입니다. 작가 김이설의 단편도 만난 기억이 있어, 그녀의 단편집도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2. <나는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원재훈(예담)
이 책은 인터뷰집이라고 해야 맞을까 싶어요. 시인 원재훈이 만난 21명의 작가들의 이야기지요. 우선, 많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읽는 내내 정말 제목처럼 행복했습니다. 정현종, 은희경, 정호승, 공지영, 조경란, 윤대녕, 김선우. 그들이 아끼는 책,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떤 소설보다 더 즐거운 일이지요.

 

 

3. <도가니>, 공지영(창비)
다음에 연재되었던 소설이지요. 이 소설에 대해서는 혹평과 호평이 끊이지 않더군요. 소설은 읽는 내내 답답했고 불편했습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쓴 소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만나게 되어 속상하기도 했고, 그 사회에 한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나는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습니다. 소설로 쓰기를 결심하고 취재를 다니며, 과연 공지영 작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고마웠지요.

 

 

4. <아주 사적인, 긴 만남>, 루시드폴, 마종기(웅진지식하우스)
가을의 끝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루시드폴의 음악을 들으면 좋겠다는 말부터 꺼내봅니다. 루시드폴과 시인 마종기가 나눈 메일로 엮어진 책이지요.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라는 제목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그들의 편지가 참 좋았습니다.

 

 

5. <1Q84>, 무라카미 하루키(문학동네)
이 책에 대해 선인세 10억이라는 기사를 먼저 접했기에, 다소 편견을 갖고 만났습니다. 일본문학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더 색안경을 끼고 본 게 맞겠지요. 많은 독자들이 열광했듯, 책은 아주 좋았습니다. 하루키의 의도에 상관없이 우선 재미있었고, 그의 문장력은 매력적이었습니다. 역시나 대단한 작가구나 싶었지요. 두 개의 달이 존재하는 세상, 그리고 궁금해지는 뒷이야기.

 

 

책은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합니다. 그곳에 삶은, 때로 무섭고, 때로 아름답고, 슬프고, 놀랍기도 하지요. 그것이 바로 책의 매력이고, 책을 탐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책과의 만남을 바라며, 객관적인 시선과 감상이 잘 버무려 좋은 리뷰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나의 이웃 반디님, 고맙습니다.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자목련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오늘 오후부터 날이 좀 풀린다고 하네요. 조금 따뜻해진 내일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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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7 14:4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반디앤루니스 2009.12.07 16:18 신고 address edit & del

      요번 공지영 작가 소설이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전 아직 못 읽었지만요.. ㅋㅋㅋ
      전 이미 잤습니다. 밥 먹고 와서 엎드려서.
      이거 내복을 입덨더니 졸립니다..^^;;
      Sun'A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ㅎㅎ

[나감책 No.4] 다음 한 걸음을 위한 시간(비이님)

12월 4일 금요일, 나감책 챕터 1을 마감할 시간입니다. 그 주인공은 친애하는 이웃, 비이님이십니다. 비이님의 글을 보고 있으면 조용하면서도 강한 포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궁금하시죠? 바로 시작할게요!/(^0^)/

친구를 사귀는 일과 책을 고르는 일은 닮았다. 그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알려준다. 인연을 넓히는 다양한 모임에 안 나간다. 지인들이 소개하는 이와 인연을 맺는 걸 좋아한다. 책과의 만남도, 베스트셀러나 언론에서 소개된 책보다 지인들이 올린 글에 소개된 책을 먼저 읽었다. 좋은 느낌으로 남은 책 속에 소개된 책과 느낌이 좋았던 작가의 다른 책도 우선 읽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 좋아. 읽어 봐”라고 지인에게 소개 했을 때, “야, 이 책 출간된 지 5년 넘었거든. 출간 때부터 베스트셀러였는데, 이제 만났니. 남들은 다 읽은 책이야.”라고 지인의 타박소리를 듣기도 한다.

2009 나를 감동시킨 책 역시, ‘남들이 다들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베스트셀러보다는, 2009년을 떠올리게 하는 책에 무게를 두고 선정했다. 책장에 있는 책 중에서 5권을 뽑았다. 다른 지인들에게 선물하거나 추천했지만, 책장에 없던 책들도 생각난다. 문학에서는,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1, 2>,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 김탁환의 <뒤적뒤적 끼적끼적>이 생각난다. 인문에서는, <불멸의 신성가족>, <언니들, 집을 나가다>, <지식의 단련법>이 떠오른다. 글쓰기에서는 <글쓰기의 최소원칙>과 <유혹하는 에디터> <작가>가 좋았다. 

12월에는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돌아보며, 정신없이 보냈던 2009년을 돌아보고, 2010년의 새로운 방향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작년 12월 말에,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고, 글을 남기기, 문학과 인문, 글쓰기 분야만 읽지 않고, 과학과 경영, 예술 등 즐기지 않는 분야의 책도 한 달에 10권은 읽기로 다짐했었다. 달이 지날수록, 하루에 하나의 글을 남기는 일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다양한 분야의 10권씩은 5권으로, 용두사미라는 말이 어울리는 한 해였다. 뒤를 돌아보는 건, 다음 한 걸음을 잘 내딛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책장에 남아, 책을 읽는 동안 감정의 변화를 주었던, 5권의 책을 소개한다. 

[비이님의 나를 감동시킨 책 5]

 

 
1. <로쟈의 인문학 서재>, 이현우, 산책자

- 인터넷 서점에서,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책이다. 블로그에 쓴 글들 가운데, 가려 뽑아 교정을 보아 만든 책이다. 문학과 예술, 지젝, 철학, 번역비평까지, 다양한 분야에 곁다리로, 본격적인 인문학과는 거리가 있다고 저자는 말하지만, 읽을 때마다 저자의 생각의 깊이가 느껴진다.

뭔가 같이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세상이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가 없는 건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견딜 만한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쁨을 주는 건 나의 몫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 책 머리에 중에서.

이 책을 시작으로,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블로거의 글이 많이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 <문체, 혹은 양파에 대하여>처럼, 김훈과 김규항, 고종석의 문체를 비교한, 작가의  포즈와 목소리를 살피는 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2. <좋은 이별>, 김형경, 푸른숲

- 저자의 전작인 <사람풍경>은 일생동안 느끼게 되는 마음의 다양한 풍경을 다루었다. <천 개의 공감>은 개인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데, 근간이 되는 성, 사랑, 관계 맺기의 문제를 다룬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이 결합된 저자의 에세이로 위로를 받고, 공감을 했다.

심리 에세이 3번째 책으로, 이별과 상실 이후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설명하고, 잘 애도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책을 주문해서 받는 동안, 다양한 우울한 일이 겹쳐서 마음이 심란했다.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숨어있는 감정들이 불편한 일을 계기로 드러났음을 깨달았다.  

Cool하게 이별하기보다, 슬픔의 감정을 잘 다독여서 애도했을 때, 새로운 시작의 발걸음이 시작된다 생각한다. 책 한권으로,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 감정에 빠져, 출구를 찾지만, 보이지 않을 때, 실마리를 알려주는 책으로 어울리는 책이다.

 

 

3. <야구의 추억>, 김은식, 이상
- 야구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야구에 관한 책들은, 복잡한 야구의 규칙을 소개하거나, 야구를 즐겁게 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야구의 추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야구선수에 무게를 두고,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동했던 선수를 조명한 책이다. 타율과 삼진 등 기록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지만, 열정과 끈기, 도전 등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이 전해지는 책이다.

특정구단이 아닌, 8개 구단의 선수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8-90년대 스타들의 이야기도 많아, 고교야구의 열품이었던 시대에 살았던 세대들과 대화를 나누는데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28년, 서른이 되어간다. 50이 훨씬 넘은 일본이나 미국처럼, 이미 규칙이 정해지기보다, 20대 후반의 패기처럼, 다양하게 부딪쳐가며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열정이 느껴진다.

 

 
4. <과학이 나를 부른다>, 김연수 외, 사이언스북스
- 인문학자에게는 “최근 지적 관심사를 배경으로 과학을 주제로 한 칼럼 형식의 글을”, 과학에게는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감상이나 일화 등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달라”는 책머리의 글이 인상적인 책이다. 과학자는 인문학에 대해, 인문학자는 과학에 대해, 두 영역의 경계에 있는 이는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서 느끼는 고뇌에 대해, 각 부당 10편씩, 30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소설에서 이야기를 만들 때, 구체적으로 쓰는 일이 상상력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공상과 상상의 차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종두법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제너가 첫 우두 실험을 한 대상이 자신의 아들이 아닌 사실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과학의 울타리 안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른 학문에서도 과학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인세가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에 지원금으로 쓰여, 책을 읽기만 해도, 과학 분야에 도움을 주게 되는 책이다.

 

 
5. <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 김귀현 이유하, 에쎄(글항아리)
- 20대가 직면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책을 고르다, 선택한 책이다. <언니들, 집을 나가다>라는 책이, 결혼하지 않는 삶, 비혼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은 거주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20대는 돈이 없기에, 선택의 폭이 좁다. 하늘 위로 올라가던지, 지하 깊숙이 내려가야 한다.

집 떠나면, 고생임을 느끼게 하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반지하남과 반지하녀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 힘들고 곤란함이 묻어있지만, 즐겁게 읽어지는 건, 반지하와 옥탑방의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저자들의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20대는 막막하다. 취업은 힘들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독립하려면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르는 이가 많다. 70대 재벌 총수도, 자신의 전 재산과 바꾸고 싶을 만큼 젊음은 소중하다. 몸 안에 지니고 있지만, 젊음의 소중함보다 현실의 팍팍함에 좌절하는 20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20대가 되었을 때, 아이들은 이런 고충을 겪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비이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12월 첫 주 레삭매냐님, 반디, 태극취호님, 비이님의 나감책을 봤습니다. 올 한 해 자신에게 감동을 선물한 책에 대한 애정이 잘 담겨있는데요, 이번 주말,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나감책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월요일날 5번째 나감책 주자와 함께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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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n'A 2009.12.04 13: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자취의 달인의 책을 보고싶어 지네요..ㅎㅎ
    그냥 궁금..ㅎ

    반디님~~좋은시간 보내세요^^

    • 반디앤루니스 2009.12.04 15:41 신고 address edit & del

      <자취의 달인>이 인기가 좋은 걸요? ^^
      주말이에요~
      Sun'A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ㅎㅎ

[나감책 No.3] 끝없는 욕심, 한없는 행복(태극취호님)

12월 3일. 아침에 비가 오더니 날씨가 꽤 추워졌습니다. 하지만 추위 따위는 겁나지 않아! 우리에겐 따뜻한 감동을 함께 나눌 나감책이 있으니까요!^^ 오늘 모실 분은 태극취호님이십니다. '반디의 이웃을 소개합니다(반이소)'의 첫 주자시기도 하신, 매우 유명하신 분이죠. 자자, 오늘도 책의 감동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0^/

올해도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아서인지, 여기저기 조금씩 한 해를 마감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나에겐 한 해 마감이란, 책장에 들어오고 빠져 나간 책을 정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리스트를 작성하고, 얼마나 읽었는지, 읽어야 할 책이 몇 권인지 정리해야 비로소 한해를 마감한 기분이 든다. 

아직 한 해가 저물지 않아 정확한 통계라고 할 수 없지만, 올 초부터 현재까지 들어온 책은 370권이다. 읽고 리뷰 쓴 책 155권을 빼더라도 들어 온 책이 훨씬 웃돈 셈이다. 내가 구입한 책보다 여기저기서 얻어 보는 책이 대부분이라 늘 감사할 따름이지만, 열심히 읽어봐도 생기는 책을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다. 올 여름에 큰맘 먹고 구입한 책장에도 이미 책들이 빼곡히 들어차서 점점 늘어나는 책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책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고, 책을 읽기보다 쌓아두기만 하는 것 같아 조금 민망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즐거움은 여전히 떨쳐버릴 수 없어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나날은 여전히 행복하다. 

책장 정리로 한 해를 마감하면서, 올 해 읽은 책 가운데 어떤 책이 좋았는지 리스트를 뽑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매월 책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좋았던 책을 따로 체크하지만, 한 해를 독서를 마감하면서 리스트를 뽑아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선정일지라도, 심사숙고해서 책을 뽑고 나면 비로소 한 해의 독서가 정리되는 기분이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 좋았던 책 다섯 권을 뽑아 보았다. 

[태극취호님의 나를 감동시킨 책 5]

 

 

1.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2> - 칼렙 카

- 이 책은 나에게 <셜록 홈즈 전집>을 읽게 만든 책이다. 추리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터라,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모르고 읽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여기저기 추천을 많이 하고 다녔다. 19세기말의 뉴욕 맨해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내용인데, 과학수사가 발달하지 않은 시점에서 사건을 정밀하게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담고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범죄에 접근하는 태도, 범죄자에 대한 인간미를 잃고 있지 않아서 좋았었다.

 

 

2. <왜 미술관에는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플로렌스 포크

- 책 제목의 ‘미술관’이란 단어 때문에 구미가 당긴 책이었다.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해서 미술과 관련된 책인 줄 알고 읽었는데, 읽고 보니 심리 치유 에세이였다. 거기다 자기계발을 유도하는 내용들이 많아, 장르를 알았더라면 손이 뻗어지지 않았을 책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정보 없이 읽은 책이어서 그런지, 진솔하면서도 심오하게 다가오는 내용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책의 키워드는 ‘여자가 혼자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였는데, ‘혼자’의 의미가 방대해 저자의 위로가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말로만 앞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 타인의 경험, 많은 글귀로 깊이 있는 사료를 드러내고 있는 책이다.

 

 

3. <A가 X에게> - 존 버거

- 존 버거 방대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쓰는 작가다. 그의 존재를 우연히 읽은 건축에 관한 책에서 알게 될 정도로, 깊은 사색이 곁은 산문을 통해 첫 만남을 가졌다. 산문만 읽다 처음으로 그의 소설을 읽었는데, 산문만큼이나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편지로만 씌어진 소설에는 그리움, 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한 저항 등 존 버거의 역량이 가득한 책이었다. 무엇보다 이중종신형을 당한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절절한 여주인공의 편지가 돋보였었다.

 


4. <아주 특별한 시 수업> - 샤론 크리치

- 언젠가부터 아이들 책이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책을 읽다보니 눈에 띄는 작가가 생겼다. 그 중에서 샤론 크리치라는 작가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의 순수함과 고충을 글로 잘 풀어내고 있어 좋아하게 되었다. 우연히 번역자를 검색하다 발견한 저자의 <아주 특별한 시 수업>은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책이다. 시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 시인에게 편지쓰기, 시로 된 그림을 그려주는 선생님과 서툴지만 선생님의 가르침을 알아가는 아이가 무척 사랑스럽게 그려진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조카에게 바로 빌려주었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시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는 책이다.

 

 

5. <1Q84 1, 2> - 무라카미 하루키

- 출간 전부터 화제를 낳았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5년 만의 신작을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의 작품은 7년 전에 읽은 <상실의 시대>가 전부라, 읽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우연찮게 책을 선물 받게 되어 설렘 반, 망설임 반으로 읽게 되었는데, 왜 그렇게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랜 준비기간의 노력이 고스란히 들어날 정도로 촘촘히 짜인 구성과 흡인력 있는 문체가 돋보였다. 남, 여 주인공을 자연스럽게 도드라지도록 펼쳐내며 방대한 이야기를 잘 엮어가고 있어 재미나게 읽었다. 너무 인기가 많으면 회피하게 되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편견을 깨뜨려 주었을 뿐만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성공적인 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었다.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리뷰 보기(클릭)]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리뷰 보기(클릭)]
[<A가 X에게> 리뷰 보기(클릭)]
[<1Q84>] 리뷰 보기(클릭)]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태극취호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내일, 12월 첫주의 마지막 나감책 주자도 기대해주세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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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책 No.2] 책과 사람, 그리고 반디&루니스(반디)

나감책 두 번째 주자는 바로 반디입니다. 반디 가족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제가 먼저 쑥 끼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많은 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은 날이기도 하고요. 나감책의 열기가 두 번째 순서에서 식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ㅋㅋ. 자 그럼, 고고씽! ~~~/(^0^)/

달력 한 장 남겨놓고 한 해를 돌아보면 의미 없는 해는 없습니다. 07년에는 바르고 열정 넘치는 영화기자를 꿈꿨고, 08년에는 오리무중 현실에서 10년 이후의 미래를 ‘처음’ 상상했습니다. 앞의 두 해 모두 소중한 시간이지만, 2009년은 조금 더 특별합니다. 생명이 움트는 계절 사월, 반디앤루니스에 입사를 하게 됐고, 그때부터 책과의 인연은 더욱 소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을 시작하며 ‘책을 열심히 읽자’고 마음먹었습니다. 1월부터 매달 10권 이상의 책을 읽으며 미래의 어느 순간을 꿈꿨습니다. 입사 후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을 담당하는 북에디터로서 매달 10권 가량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4월 전후의 독서 모습은 좀 다릅니다. 이전에는 ‘공부’에 초점을 맞춰 인문, 사회, 철학, 경제 책을 읽었다면 이후에는 (복합적 의미로서) ‘재미’를 위해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알지 못하던 책 읽는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알게 된 건 책 읽는 재미뿐만이 아닙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게 됐습니다. 기계치임을 별로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던 반디는 입사 후 처음 블로그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내가 쓴 글을 남이 봐주는 것도 즐겁고, 이웃 블로그를 찾아가 좋은 글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위해주고, 용기를 불어줍니다. 이렇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줄 수 있는 게 무언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주는 기쁨’이란 거,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즐거움이 폭발(?)한 게 카페 ‘책을 좋아하는 사람(책좋사)’ 정모였습니다. 모두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지만, 모두 반갑고 또 반가웠습니다. 다른 공간에 있지만 같은 시간 책을 읽는 사람들은 따뜻했습니다. (북크로싱에서 오우아님이 선물해주신 ‘도(스또예프스)끼’의 <죄와 벌> 지금 숨넘어갈 정도로 엄청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만남은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날을 계기로 서울이 아닌 부산, 전주, 대구 등에서 새로운 만남을 약속합니다. 평생 만나지 못할 사람들, 가보지 못할 곳들이 책을 통해 소중한 인연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책에게 하고 싶은 말, 반디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없네요. “고맙습니다.”

글 휴게소!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을 보시면 ‘컨텐츠팀 에디터 안늘’이라고 나오는데, 그거 접니다. 제 성이 ‘안’(安)이고, ‘늘’은 필명(?)쯤 되는데, ‘늘’은 시골집에서 키우는 개 이름입니다. 어머니가 ‘늘아~ 늘아~’하면서 부르는 소리가 좋아, ‘늘’로 했습니다. ^^;

[나를 감동시킨 책 5]

 

 


<책과 노니는 집>, 이영서, 문학동네, 2009
- 동화라 생각하고 가볍게 책장을 열었다가, 책을 덮을 때 즈음 가슴이 묵직해진 작품입니다. ‘필사쟁이’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를 일찍 여위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워가는 소년 장이. 그는 책을 통해 운명을 넘어선 사람에 대한 사랑을 배웁니다. 책방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작가의 책 사랑이 각별해서 그런지, 책장 사이사이 책 향기가 가득합니다.

 

 

<푸코 & 하버마스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 하상복, 김영사, 2009
- 철없고 객기도 없던 시절,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도서관을 들락거릴 때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들었을 때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책은 푸코와 하버마스의 철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그들의 철학이 지금 여기에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김영사의 ‘지식인마을’ 시리즈로,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검은 새의 노래>, 루이스 응꼬씨, 창비, 2009
-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바로 저기 있는데, ‘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얼굴이 까만 ‘나’는 그래서는 안 되는 거지요.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사랑을 했고, 사람들은 나를 ‘강간범’이라 부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의 비참한 삶과 작가가 묘사하는 아름다운 사랑이 극렬한 대비를 이뤄 더욱 슬픈 소설입니다.

 

 

<내 인생의 만화책>, 황민호, 가람기획, 2009
- ‘애냐? 만화 보게?’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필독서입니다. 만화 주인공들은 사랑받기 전에 먼저 독자들을 웃게 하고,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또 민중의 대리인이 되어 부정한 권력을 꼬집습니다. 이런 만화의 재미를 모르는 건 무조건 손해입니다. 저자의 각별한 만화 사랑은 절로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고등어를 금하노라>, 임혜지, 푸른숲, 2009
- ‘바닷가에 살지 않으니 고등어를 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당찬 가족. 처음에는 그들의 환경 사랑, 에너지 절약 정신에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돈, 물질보다 가족과의 시간을 택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르게 사는 삶’에 대해 꿈꿀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주체적이면서도 몹시 따뜻한 자녀들의 풍경은, 눈물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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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리뷰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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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ayClose 2009.12.15 20: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푸코&하버마스... 은 전부터 읽어봐야지 하면서 못읽어보고 있는 책이네요...
    이번 겨울에 다시 한번 읽기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ㅎ

    • 반디앤루니스 2009.12.16 11:36 신고 address edit & del

      아주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데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이 사회를 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요..^^
      꼭 읽어보세요~ ^-^

[나감책 No.1] 대체 이 녀석을 어떻게 빼란 말이냐구!(레삭매냐님)

12월 1일, 나를 감동시킨 책 2009(나감책)가 출발하는 날입니다. 첫 번째 주자는 레삭매냐님이십니다. 책 많이 읽으시고 글 잘쓰시는 것만 알았는데, 지난 책좋사 정모에서 보니 술을 아주 잘 드시더라고요. 둘이 순식간에 3병은 비운 듯.^^; 레삭매냐님! 이렇게 첫 주자로 나서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2008년 한 해 동안 184권의 책을 읽었다. 올해에는 거뜬하게 200권은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서, 올해 책읽기 목표를 좀 거창하게 200권으로 잡았다. 2009년 11월 18일 현재 모두 213권의 책을 읽었다. 200권 목표는 지난 10월 달에 달성할 수가 있었다. 거의 한 달에 20권 꼴로 책을 읽었나 보다. 앞으로 살면서 올해처럼 책을 많이 읽는 해가 또 있을까 싶다.
 


작년에도 나름대로 베스트 10을 꼽아 보았는데, 올해는 그 양이 늘어난 대신 ‘바늘구멍’을 좁혀 보기로 했다. 베스트 5, 반수로 줄이면 자연스럽게 질적으로도 담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베스트 5를 고르면서, 책을 읽을 때마다 꼼꼼하게 작성한 독서기록장이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책 제목, 지은이, 출판사 그리고 다 읽은 날 이렇게 기록하곤 했다. 

독서기록장을 살펴 보다 보니, 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책을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오프라인 서점은 물론이고, 헌책방, 도서관, 책모임에서 북크로싱 그리고 직장 동료 분에게 빌려서도 보고 올해 내가 한 독서의 방법은 참으로 다양했구나.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슬럼프에도 빠질 법도 한데, 이렇다 할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책을 읽어왔다.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북컬렉션에도 눈을 뜨게 됐다. 특히 어느 특정 작가의 전작주의를 하다 보니, 절판된 책들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에 다니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많은 책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바로 루이스 세풀베다 작가의 <감상적 킬러의 고백>이었다. 콘텐츠 역시 예의 작가와의 첫 만남만큼이나 강렬한 내용으로 다가왔다.
 


항상 무슨 선택을 할 때마다 고민에 빠지곤 하는 나는, 올해 나를 가장 감동시킨 5권의 책들을 고르면서 역시나 수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아니 도대체 이 녀석을 어떻게 빼란 말이냐구, 얘는 또 왜? 어떻게 억지로라도 집어넣어야 하는 게 아닐까?’ 결국 <아까비 베스트 3>와 <나를 감동시킨 베스트 5> 이렇게 두 개로 나누어서 선정해 봤다.
 


[나를 감동시킨 책 5] (읽은 날짜별로 선정)

1.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2월 2일)
- 칠레 출신의 망명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전체주의와 파시즘을 블랙 유머의 경지로 승화시킨 비판이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어두운 과거를 이렇게 희화화한 작가의 역량과 사실적 리얼리즘과 블랙 유머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2. <흐느끼는 낙타> (3월 8일)
- 사랑하는 이를 잃고, 비운에 간 싼마오 작가와의 재회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사막을 사랑하고, 사막에 사는 이들과 사막의 모래알 하나까지도 애틋하게 사랑한 싼마오의 사해동포주의가 가슴을 저며 온다.

3. <후불제 민주주의> (3월 31일)
- 2009년 문명의 역주행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우리가 값없이 누리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모든 이에게 주어진 행복추구권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귀중한 책이다.

4.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8월 6일)
- 다시 출간된 여행 테라피스트 테오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와의 만남. 생각은 하지만 항상 문지방을 넘지 못하는 우리네 삶에 케이프타운과 아프리카에 사는 펭귄들의 유혹은 너무나 강렬했다. 블로그에 방문해서 부족한 리뷰에 직접 덧글을 남겨준 테오 작가에게 쌩유를 날린다!!!

5.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9월 6일)
- 주류 강단 사학계를 저격하는 이덕일 작가의 역작으로, 다시 한 번 우리 역사에 대해 되돌아 보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식민사관으로 왜곡된 우리 역사 바로 세우기 과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이덕일 작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아까비 베스트 3]

1. <뉴라이트비판> (1월 5일)
- 국가의식과 역사의식 부재로 똘똘 뭉친 뉴라이트 집단의 모순과 허위를 고발하는 김기협 작가의 비판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애국심이 끓어올랐다.

2. <마더 나이트> (4월 18일)
- 마크 트웨인의 뒤를 잇는 미국 출신의 풍자 작가 커트 보네거트를 그의 대표작으로 처음 만날 수가 있었다. 올해 만난 작가 중에서, 칠레 출신의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와 더불어 전작주의에 도전하는 유이한 작가 보네거트가 만들어내는 하워드 W. 캠벨 2세라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암약한 스파이의 이중생활이 작렬한다.

3. <열외인종 잔혹사> (7월 20일)
-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주원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폭발하는 멋진 소설이다. 신자유주의와 물질만능주의, 88만원 세대들의 이데올로기들이 코엑스몰이라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장소에서 한바탕 난장을 벌인다.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레삭매냐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내일 만나는 나감책 두 번째 주자는 누구인지 기대해주세요~ ^^

Trackback 0 Comment 6
  1. elyu 2009.12.01 15:46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테오 작가님의 책을 참 좋아하는데^^
    독서 스펙트럼이 넓으신 분이네요~멋져요~:D

    • 반디앤루니스 2009.12.01 16:08 신고 address edit & del

      앞으로 19분이 더 나감책을 올릴 거예요~
      매일 오셔서 재밌게 봐주세요~ ㅎㅎ

  2. 난나  2009.12.01 23:0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흥미로운 책이름들이 많이 보이네요. 수첩에 적어둬야겠습니다!

  3. .몬스터 2009.12.02 11: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우와... 정말 책 많이 읽으시네요...
    거의 3일에 2권꼴인데, 사실 하루에 한 권 정도 읽는다고 봐야겠네요...
    전 올해 100권 읽는 목표 세웠는데 이제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
    다음 나감책도 기대해봅니다.

    • 반디앤루니스 2009.12.02 14:17 신고 address edit & del

      100권은 아니더라도 좋은 책 한 권 더 읽으신다 생각하시고 홧팅~ ^^
      다음 나감책은~ 접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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