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해당되는 글 92건

  1. 2014.01.24 [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2. 2014.01.24 《마이클 더다의 고전읽기의 즐거움》 - 고전은 즐거운 것
  3. 2014.01.23 《시간과 권력의 역사》- 달력에 박힌 권력의 자취
  4. 2014.01.21 《위로하는 정신》- 몽테뉴에게서 자신을 찾다
  5. 2014.01.20 [반디 행사 수첩]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로 情을 나누세요!
  6. 2014.01.17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다면
  7. 2014.01.16 《위로의 디자인》 - 날개가 된 디자인
  8. 2014.01.15 《천년 벗과의 대화》 - 대화가 필요해
  9. 2014.01.0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서점, 추억이 쌓이는 공간
  10. 2011.07.11 [그리는 일기] 소망 하나!

[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혜원
사진 제공 | 문학동네

 

같은 책이라도 전집(全集) 안에 들어가면, 새로워 보입니다. 책의 새로운 터전 같다고나 할까요? 위대한 문학전집이 세상에 나오면, 이 땅에 훌륭한 집 한 채가 지어진 것 마냥 우두커니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자꾸 보면 살고 싶어지는 것이 집입니다. 책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훌륭한 전집일수록 전부 다 모으고 싶죠. 그래서 전집은 ‘샀다’는 말보다 ‘장만했다’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세계문학전집과 한국고전문학전집을 출판한 문학동네에도 새집이 들어섰습니다. 하얗고 튼튼한 스무 권의 책들입니다. 김승옥의 단편 10편이 수록된 1권부터 2009년에 나온 박민규의 <카스테라>까지. 스무 권을 아우르고 있는 시대는 사실 모호합니다. 문학동네의 신형철 편집위원은 한국문학전집의 발간을 기념하며, 선정 기준을 밝혔습니다.

 

 

 

 “’문학성’입니다. 문학동네가 소설을 출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신뢰하는 기준은 ‘서사의 힘’입니다.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이야기가 밝혀서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작품이 어느 정도 독자들과 소통했는지, 한 시대의 사회적 징후를 대표적으로 보여줬는지 하는 ‘문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박완서를 읽고 자랐고, 모두가 박완서를 읽으며 세월을 났다.” (400쪽)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세 번째 책, 박완서의 대표 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에 쓰인 문학평론가 차미령의 해설입니다. 세월을 함께한 책을 전집으로 다시 보는 기분은 어떨까요?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2014년에 나온 ‘새 책’이기도 합니다. 이 전집을 계기로 누군가는 한국문학 입문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통해 ‘한국문학이 이런 거구나.’라고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세대의 한국문학 독자, 한국문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속에 정착되도록 하는 게 문학 출판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종연 편집위원의 바람이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출간하는 중요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우선으로 발표된 스무 권 외에 앞으로 전집에 입주 예정인 이웃도 궁금해집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문학동네 편집위원들은 자신감 있게 입을 모았습니다. “전집을 만든다는 것이 기존에는 정서를 확정 짓는 대단히 권위적인 작업이었습니다. 문학동네는 좀 더 동시대 독자들과 호흡할 여지를 많이 남기고자 합니다. 조금 더 유연하게. 어떤 작품은 전집으로 묶기엔 조금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동시대의 작품 중 앞으로 어떤 것이 한국문학전집에 포함될 것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는 맨 처음 기준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모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문학동네의 자신감 표현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문학전집을 장식하는 표지에는 한강 사진이 있습니다. 낯선 풍경의 한강을 아름답게 찍는 이대원의 사진입니다. 문학동네가 기록할 한국문학전집의 역사가 한강의 물결을 따라 굳세게 흘러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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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더다의 고전읽기의 즐거움》 - 고전은 즐거운 것

 

 

 

마이클 더다 | 《마이클 더다의 고전읽기의 즐거움》 | 을유문화사 | 2009

 

은 고전 작품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독서의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라면 좋은책을 선별해서 읽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에 책을 잘 안읽거나 분야가 다른 책들을 읽다가 모처럼 고전읽기에 도전해 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은 하나의 커다란 과제이자 벽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막막해지기 쉽상이다.

 

고전에서만 느낄수 있는 감동과 향수를 느껴보고 싶다거나, 느긋하게 책한권 읽기도 힘든 세상에 절대로 시행착오를 겪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조언자의 추천과 설명이 좋은 선물이 될수 있다. 이 책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에는 퓰리처상 수상 서평가인 마이클 더다가 추천하는 90여편의 고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전이라고 하면 흔히 따분한것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고전은 순전히 교육적인 측면이 강하여 고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수세기에 걸쳐 사람들이 그 책들을 읽을만하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고전이 된 것이다." 라는 지론하에 저자가 선별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작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 들은 의외로 접근하기가 그리 어려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소설, 시 역사, 전기 그리고 심지어는 장르소설의 팬이라면 눈이 휘둥그래질만한 환상소설과 추리소설, SF 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고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관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영역의 흥미로운 작품들이 잔뜩 포진되어 있다.

 

주제별로 90여명의 작가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문, 요약문, 멋진 인용구, 간단한 전기등을 준비해서 각 작가, 혹은 작품들만의 특별한 매력을 저자 특유의 글쓰기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대체적으로 작가의 접근 방식은 비평가나 학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책과 글읽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 서서 독자가 고전에 대해 좀 더 흥미를 가질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또 세익스피어나 디킨스같은 고전중에서도 고전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있는 작품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작품들중에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들에 중점을 두어 소개한다.

 

진수성찬처럼 잘 차려진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모를 설레임의 연속이지만, 그중 어느것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작가의 맛깔나는 설명, 유려한 문장 그 자체가 또한 큰 매력이다. 오랜세월 다방면의 수많은 작품을 섭렵해온 퓰리처상 수상 서평가의 해박한 지식이 뒷받침되는 서평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또한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면 과장일까. 저자의 글을 읽고 있는것만으로도 마치 그 고전들을 끝마친양 포만감과 행복한 기분이 찾아든다. 그것들을 읽는동안 저자가 느꼈을 그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쉽고 재미있다. 고전에 대해 막연한 장벽을 느끼고 있던 사람들이 그 장벽을 단숨에 허물어 버릴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할 듯 싶다.

 

저자가 소개하는 90여편중, 가장 흥미를 끄는 작품들만 선별해서 읽을수도 있고,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을 중심으로 시작할수도 있겠지만, 읽다보니 왠걸 다 찾아 읽겠다는 목표가 생긴다. 적어도 그런 의욕으로 넘치게 될것만은 분명하다. 아쉬운 것은 영미, 유럽 이외의 책은 전무하다 할 정도로 특정지역 작품에 국한 되어 있는 점, 그리고 게중에는 현재 국내에서 번역본으로는 구할수 없는 작품들도 다수 있다는 점, 단 한작품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못내 아쉬움이 클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하나씩 접해볼 생각에 두근두근한다. 구매리스트가 가득하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독자라면 저자가 원망스러울 만도 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리타' 님은?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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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권력의 역사》- 달력에 박힌 권력의 자취

 

 

외르크 뤼프케 | 《시간과 권력의 역사》 | 알마 | 2011

 

“특정한 달력은 권력의 존재를 보여준다. 적법한 지배자든 부당한 지배자든 그들은 자신의 날로 달력을 가득 채운다. 독재자의 동상과 초상화로 공간이 뒤덮이듯 시간도 달력의 모습으로 그렇게 뒤덮인다.”

 

이.럴.수.가! 시간마저 내 것이 아니었다니. 시간까지도 지배하려는 권력의 음침한 욕심은 어디까지일까. 이 책은 달력에 관한 이야기다. 고대부터 시작된 유럽지역 달력의 문화와 역사에 숨겨진 이면을 들여다본다. 사실 고대유럽의 낯선 어원과 용어, 역사가 익숙지 않은지라 책의 초반을 읽어나가는 게 그리 녹록지 않았다. 

 

고대의 달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되었다. 연대기로 기록되어 역사적이고 종교적 성격을 띠었고, 황제의 축제일을 모자이크와 그림으로 새기거나, 읽을거리로서의 달력텍스트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고정달력인 파라페그마, 한해의 모든 날이 적힌 파스티, 천문학과 일기예보에 관한 농민력, 다양한 독자층을 지닌 달력이야기라는 문학 장르도 있었다. 성경 이외에 책이 많지 않던 시절 매년 구입하는 달력은 인기 있는 ‘책’이었다. 시간과 작업을 계획하는 도구, 메모와 참고서적, 오락물로서 끊임없이 낭독되었다. 정보를 주고 행동양식을 결정하고 오락의 기능을 하는 달력의 역할은 중세까지 계속되었다. 계몽주의시대에는 국민계몽과 국민교육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달력의 역사가 권력의 역사다. 매년 반복적으로 거행되는 축제나 왕가행사는 지배자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정치에 큰 효과가 있었다. 지배자들은 달력구성을 독점해서 상류층의 결속을 다지고 축제를 정치적으로 기획해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정치도구’로 달력을 이용했다. 달력의 역사에는 지배 권력의 자취들이 깨알같이 박혀있다.

 

한편 지은이는 달력 사용을 가장 강하게 특징짓는 일주일리듬 이야기와, 평범했던 일요일이 의미 있는 날로 선택된 이유도 풀어놓았다. 현재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이 점진적으로 수용되기까지의 과정과 실패로 돌아간 개혁의 역사도 흥미롭다. 일본의 경우 1872년에 유럽의 산업국가와 미국과의 교류를 위해 급작스럽게 그레고리력을 채택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전의 12월 3일에서 그레고릭력 1월1일로 바꾸면서 급료를 지급하지 않고 국가의 재정부담을 덜려는 경제적의도가 숨어있었다. 또한 황제의 신화적 즉위의 출발점으로도 이용한데서 사회적 행위와 정치적, 경제적인 달력의 다층성을 엿볼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현재의 달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나, 달력 속에서 움직이는 시간의 역사는 모든 것의 속도를 높이는 역사가 되었음을 지적한다. 또한 화요일 오전의 자유시간, 일요일이나 야간의 근무 등 기존관념과 방식에 얽매여 시간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서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제각각 이용할 수 있는 ‘달력의 회색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방적이고 선도적인 일부 기업에선 이미 실행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매일같이 시간과 달력에 쫓기듯 살면서도 정작 다양한 용도로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어 영향을 끼쳐온 ‘달력의 역사’에 무지했다. 성당에서 받은 달력을 보고 있자니, 성인들의 축일이 만들어졌던 그 옛날의 법석이는 장면들이 눈앞에 어렴풋이 펼쳐진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파란해골13호' 님은?
이런저런 만남이 가득한 책이 좋습니다. 시야를 딱 틔워주기도 하고, 다시 치열하게 살고 싶게 하고, 주변을 돌아보게도 하고,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도 하네요. 무엇보다 제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며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은 참 고마운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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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하는 정신》- 몽테뉴에게서 자신을 찾다

 

슈테판 츠바이크 | 《위로하는 정신》| 유유 | 2012

 

자신이 없다. 숫자의 명령에 사로잡힌 현실과 남의 기준에 꿰맞춰진 일상. 이대로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만 같은 인생과 그대로 언젠가는 끝나버릴 것만 같은 이 생(生)에 자신이 없다. 어떤 변곡점 하나 없이 마치 정해진 길인 듯, 마냥 흘러가고만 있는 내 삶에 내가 정말 있는가, 자신할 수가 없다. 어쨌든 이제까지의 모든 날에는 내가 분명 있고, 그 날에 선택들은 내가 한 것이 틀림없는데, 그 결과로 주어진 오늘이 이리도 낯설은 이유는 무엇인가. 어딘가에 흘리고 모른 채 지나온 것처럼, 잊고 있던 걸 비로소 기억해낸 것처럼, 내가 잃어버린 게 나라고 이제는 그것을 찾아나서야겠단 생각이 드는 것은. 그러지 않고 더는 갈 수 없다는 계속된 이 속삼임이 삶에서 점차 빠져 나가고 있는 내가 나에게 남기는 말인가, 하여서다.

 

“너의 체험 중에서 가장 고약한 것들, 패배로 보이는 것들, 운명의 타격은 네가 그런 것들 앞에서 약해질 때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일들에 가치와 무게를 두고, 그런 일에 즐거움이나 고통을 분배하는 사람이 네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냐? 너 자신 말고는 그 무엇도 너의 자아를 귀하거나 비천하게 만들지 못한다.” (39쪽)

 

지난 시대, 인간의 비이성과 광기에 지배당한 역사가 있었다. 그 안에, 목숨과 개인의 자유를 위협받으며 “뒤흔들리는 영혼”으로 고통 받던 사람이 있었다. 한때 절정에 달한 인문주의 문화를 완전히 망각한 양, 전쟁과 학살로 골몰하며 인간을 몰살하고 인간성을 말살한 “집단 광증의 시대”에 “이 거대한 파멸의 한가운데서 정신적·도덕적 독립을 흠 없이 지키는 일”에 긴급히 내몰린, “그런 시대로 인해 자신의 인간성을 잃고 싶지 않”았던 ‘슈테판 츠바이크’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찾아낸, 그보다 먼저 “자신의 가장 내밀한 자아, 자신의 ‘본질’을 혼탁하고 독성이 짙은 시대의 거품에 뒤섞이지 않도록 깨끗하게 지키기 위해 그보다 더 정직하고 격렬하게 싸운 사람”, “내적인 자아를 자기 시대에서 구하여 모든 시대를 위해 보존하는 데 성공한 사람” ‘미셸 드 몽테뉴’가 있었다.

 

“몽테뉴의 책을 펼치면 펼치는 곳마다 우리 자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지금 이 시대에 내 영혼에 가장 내밀한 근심을 만들어내는 일들에 대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그가 더욱 명료하고 뛰어나게 생각하고 말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의 자아가 반영된 ‘너’가 있다. 여기서는 시대를 나누는 그 먼 거리가 사진다. 책 한 권, 곧 문학이나 철학 책 한 권이 아니라, 나의 형제와 내게 충고를 해주고 나를 위안하고 나와 친밀한 인간, 내가 그를 이해하고 또 그가 나를 이해하는 한 인간이 나와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37쪽)

 

《위로하는 정신》은 인간적인 무엇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길 없는 광란의 시대를 맞닥뜨린 슈테판 츠바이크, 그 자신을 위한 책이다. “곧 세계가 인문주의를 통해 밝아질 것이라는” “거대한 희망”을 일거에 밀어내고 그 자리를 폭력적으로 점거한 당혹감과 분노, 좌절 그리고 절망에 헤매는 정신, 그러나 끝내 맞서 싸우는 그의 정신이 고스란히 남은 기록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맞서 자신을”, “자기 내면의 독립성”을 지키고자 했던 그가  “운명의 동질성”으로 뒤늦게 알아본 미셸 드 몽테뉴의 삶이, 그 삶의 기술과 지혜가, 그것을 되새기고 곱씹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려한 문장과 깊이 있는 사색이 이토록 다행스레 오늘, “자기 자신을 향하는 길”을 찾아나선 혼란하고 불확실한 이 시대의 우리에게도 주어지게 된 것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이성적으로 남아 있기, 비인간성의 시대에 인간적인 사람 되기, 미친 듯이 패거리 짓는 한가운데서 자유롭게 남아 있기” (36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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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행사 수첩]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로 情을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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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다면

 

에밀 시오랑 |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 챕터하우스 | 2013

 

걸을 때마다 절망과 고통에 부딪히는 시대다. 하여 많은 이들이 환멸의 삶을 살고 있다. 길을 잃은 양처럼 목자를 찾는다. 불안과 허무로 채워진 삶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인문학과 철학을 향한 관심의 급증을 보면 그곳에 무언가 해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어쩌다 읽게 된 책이다. 그러니 나는 에밀 시오랑의 철학이나 사상에 대해 알지 못한다. 때문에 그의 사색에 더 쉽게 흡수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에 쫓기는 듯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유를 선물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한 긍정이나 행복에 대해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죽음, 고통, 허무, 슬픔, 우울로 가득하다. 그것이 모두 삶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고통에 대해 생각하고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에밀 시오랑은 ‘유’가 아닌 ‘무’ 를 통해 존재를 말하는 듯하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던 시절, 살아내기 위해 살았던 시절에는 죽음을 두려워했을까? 이런 구절을 마주하면서 죽음은 삶의 동의어구나 생각한다. 

 

삶의 구조 자체에 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은 존재의 구성 속에 없음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죽음을 없음 없이 생각할 수 없다. 삶을 삶의 부정이라는 원칙 없이 생각할 수 없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곧 없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죽음은 ‘없음’ 이 결국 삶을 누르고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없음을 향하는 도정을 현재화한다. ('죽음에 대한 소고'중에서, 45쪽)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나의 삶을 생각하니 말이다. 아니, 슬픔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우리는 여지없이 죽음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다만 그것을 누가 알아차릴까 두려울 뿐이다. 하지만 슬픔의 얼굴은 표가 난다.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는 슬픔에 표정은 잠식당하고 만다. 그리하여 결국엔 슬픔의 주제를 잃어버리고 에밀 시오랑의 말처럼 슬픔은 신비로 교체된다. 아무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는 슬픔이라니...  

 

깊은 슬픔으로 충격을 받은 사람의 얼굴에서는 너무도 많은 외로움과 체념을 읽을 수 있어, 슬픔에 찬 얼굴은 곧 죽음이 밖으로 드러난 형상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슬픔은 신비로 향하게 된다. 그 신비는 너무도 깊어 슬픔을 수수께끼로 남긴다. 만일 신비의 등급을 매긴다면 슬픔은 무한하고 끝없는 신비의 범주에 속할 것이다. ('슬픔에 대하여' 중에서, 73쪽)

 

어제와 다르지 않는 오늘을 살면서 우리는 때로 수많은 어제를 그리워한다. 그때는 좋았는데, 그때가 행복했는데,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제에 속한 삶이 아니라 오늘을 느껴야 한다고 에밀 시오랑은 말한다. 그가 말하는 순간은 오늘인 것이다. 현재를 기억하고 현재의 나를 사랑하라는 말이다. 쉬운 말처럼 보이지만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의 상처가 남긴 환부를 지켜보며 살기 때문이다. 그는 이별했던 순간, 무시당했던 순간, 부끄러웠던 순간을 현재의 순간으로 채울 수 있어야만 충만해질 수 있다는 걸 각인시켜 준다. 

 

영원한 현재는 실존이다. 영원한 현재를 경험하면서 실존은 자명해지고 확실해진다. 순간의 연속에서 떨어져 나온 현재는 없음을 벗어나 존재를 생산한다. 순간의 기쁨 그리고 사물의 온전한 있음이 주는 매력에만 관심을 쏟는 사람, 순간 속에 살 수 있고, 현재를 빈틈없이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순간 속의 절대' 중에서, 155쪽)

 

모든 구절에 밑줄을 긋고 싶다. 아마도 이 책을 만나는 모든 이가 그럴 것이다. 주제마다 우울과 허무가 산재해 있지만 분명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왜 나만 불행할까, 왜 나만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절망하는 이에게 나의 심연과 마주하게 만든다. 산다는 건, 그 자체가 고행이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고통은 세상의 전부가 당연하다. 그럼에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감당해야 할 고통의 몫이 줄어든다. 안다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 에밀 시오랑은 그것을 아는 사람이다.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외로움이 아무리 깊더라도,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는 세상을 더 감동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객관적 의미나 초월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를 찾을 수 없지만, 존재의 다양한 형태들은 내게 언제나 슬픔과 희열의 원천이다. 한 송이 꽃의 아름다움이 우주의 궁극적 목적을 충분히 보상해주듯, 청명한 하늘에 떠 있는 작은 구름 조각이 나의 우울한 염세주의를 즐겁게 해주는 순간들을 경험했었다. 내면에 깊이 빠진 사람들은 지극히 미미한 자연의 광경에서도 상징적 의미를 발견한다. ('고통의 저주스러운 원칙' 중에서, 198쪽)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는 제목처럼 곧 해가 뜬다는 명징한 사실을 잊고 살면 우리는 어둠 속에서만 살아갈 것이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어둠이 길어질수록 마주할 빛은 크고 눈부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통과 절망의 삶에 지배당하는 게 아니라 삶을 지배하고 이끌 수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선인장'님은?
그저 폭넓은 책읽기를 꿈꾸며 책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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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디자인》 - 날개가 된 디자인

 

 

 

유인경 박선주 | 《위로의 디자인》 | 지콜론북 | 2013

 

 일반적으로 '디자인이 좋다'고 말할 때면 그것은 어떤 물건이 아름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찬성하거나 혹은 '내 취향은 아니야'라며 반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디자인이 좋다는 건 말이지...'하면서 딴지를 건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다음과 같다. '디자인이 좋다', 혹은 '좋은 디자인이다'라는 뜻은 기능성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고, 제작에도 용이해야 하며, 가장 최소한의 재료로 최적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리고 덧붙이길, 본래 디자인이라는 것은 ‘계획하다, 고안하다’라는 뜻으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우선으로 하려는 의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그렇다. 좋은 디자인은 딴지를 건 사람이 말한 것을 모두 갖추었을 때 성립되며 희한하게도 그럴 때에 아름다움이 자연적으로 따라온다.

 

이제 세상은 좋은 디자인의 시대를 너머 예술 같은 디자인의 시대로 폭주하는 것 같다. 유명 디자이너들의 제품은 질겁할 만큼 비싼 가격에 붙여지고, 오래 전 수공예작품들이 가졌을 법한 희소성을 '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복귀시킨다. 필요한 상품에 못지 않게 유희적이고 잉여적인 상품들이 탄생하고(예를 들면 극장에서 자리를 맡아놓는데 쓴다는 쏟아진 커피+커피잔 모형),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탓에 네모난 기계 하나가 작아졌다 커졌다 넓적해졌다 길어졌다 바람 잘 날이 없다. 솔직히 말해 눈에 띄어야 버텨나가는 기업들의 경쟁 속에서 충견 노릇을 톡톡히 하는 디자인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기능성에 충실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 그리워지는 것도 아니다. 이쯤에서 어디로든 디자인을 위한 탈출구가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위로의 디자인》은 디자인을 통해 오랜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기능성과 예술성과 의미가 모두 충족되는 수작들을 접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의 의도는 사용자와 소통이 가능하고 일상에 온기를 제공하는 디자인들을 소개하려는 것인데 한편으론 이것이 바로 디자인을 위한 탈출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 속에 소개된 모든 제품들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려는 의도가 때론 황홀하게, 때론 위트 있게, 때론 가슴 뭉클하게 배어있다. 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아름다움의 추구가 아니라 진심에 의해 자동적으로 발산되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황량한 곳에는 인간적인 터치를, 자연 앞에서는 겸손함을 발휘할 줄 아는 아름다움이며, 고독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을 감싸는 살가운 마음씨와 할 말은 다 하는 당당함, 그리고 생과 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사려 깊음, 언제나 마주해도 질리지 않는 위트 등을 하나씩은 장점으로 가진 아름다움이다.

 

이 책에서는 생활 곳곳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사물들이 주는 긍정적 에너지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사물들을 '디자인'이라 지칭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연과 같이 그 자체로 완벽한 '디자인'을 포함해) 그것들은 그저 운 좋게 그렇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 창작자들이, 사용자의 필요와 요구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사고와 노력 끝에 세상에 내 놓은 '계획된 창조물들'이기 때문입니다. (7쪽)

 

다양한 디자인 작품들을 형식상으로 크게 나눈다면 설치/환경 디자인과 제품 디자인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의미상으로 나눈다면 온기를 부여하는 디자인과 유머와 위트가 돋보이는 디자인, 그리고 삶을 성찰하는 디자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설치/환경 디자인에 어떤 작품들이 있나 살펴보면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이 맨 첫머리에 실린 '나부끼는 빛'이다. 이것은 거리의 조명으로써 기능을 다하고 동시에 설치예술로써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환호를 자아낸다. 같은 설치 작품이지만 반대로 그늘을 제공하는 바람개비 지붕(?)도 눈여겨볼만하다. 이것은 기특하게도 폐지가 된 신문을 재활용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형상을 한 송전탑은 진정 디자인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하고 자연과 문명, 그리고 인간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도 엿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에서 유독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생과 사에 대한 생각을 디자인에 반영한 작품들이다. 모름지기 즐거움을 위해 택하는 것이 디자인이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디자인도 우리에게 훌륭한 자극제가 된다. 담벼락에 낙서하던 추억을 상기시키는 커다란 블랙보드는 사소한 낙서 대신 '내가 죽기 전에'라는 문장을 완성하도록 유도하면서 삶의 의미를 돌이켜보게 한다. 단순히 담벼락에 설치한 간단한 장치인데도 우리가 평소에 생각지 않았던 질문에 정면으로 맞서게 함으로써 블랙보드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옆에 있는 작은 화분은 묘지가 될 곳에 심는 나무이다(수목장과 같은). 나무가 자라면 하얀 링이 깨지면서 땅속으로 분해되어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사람은 자연의 일부로 대단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소리 없이 묵묵히 사라지는 것이다.

 

 

위트와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그 안에 반영된 의도의 기발함에서 발현되는 멋진 위트와 유머이다. 'Dr. Hard drive Bag' 이라는 이름을 가진 제품은 안티바이러스 기능을 가진 하드드라이브이다. 형태와 거치대를 마치 수혈대처럼 만들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신선한 피(데이터)를 공급한다는 의미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양처럼 깜찍한 의자도 relation'sheep'이라는 비상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relationship)를 형성하는데 여러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이 의자는 양털 같은 포근함을 더하며 (relation)ship에서 sheep이라는 단어교체로 위트도 더한다. 마지막으로 한 여자가 펼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이불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들에게 외롭고 심심하지 말라고 이불 위에 읽을 거리를 적어놓은 것이다. 글자도 큼직하고 페이지도 널찍한데다 겹겹으로 된 이불이니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눈독을 들일 법도 하다.

 

 

책 속의 작품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보았지만 나머지 작품들도 못지않게 훌륭하다. 아니, 더 훌륭하지만 미래의 독자를 위해 비밀로 남기고 싶은 작품들, 혹은 한 컷으로 소개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상당히 있다. 유명 디자이너들의 수작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기발한 작품 몇 점을 좀 더 구경한다고 무슨 위로가 되며 뭐가 달라질까 생각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글솜씨 좋은 저자의 설명을 곁들여 천천히 작품을 감상한다면 특별한 감동을 얻을 수 있고, 디자인이 가진 외형이 아니라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진솔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끝으로 저자가 쓴 한 구절의 문장에서 디자인의 탈출구를 발견할 수 있었기에 그대로 적어본다.

 

그림책 작가 고미 타로(Gomi Taro)의 <똑똑하게 사는 법>(한림출판사,2009)이라는 책이 있다. 제대로 세상을 사는 방법들이 실려있는데, 개중에는 '연을 제대로 날리는 법'도 있다. 거기에 "물론 스스로 날 수 있는 사람은 연을 날릴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연은 날고 싶은 인간의 염원을 대신 이루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연은 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존재라는 인간의 자기 인식 그 자체가 아닐지.
  예술의 역할도 어쩌면 연 같은 것일지 모른다. 은유적 의미에서 인간을 날게 해주는 것.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하며 정신의 지평을 열어주는 것. 예술과 디자인의 탁월한 작품들은 우리를 무지와 아집, 교만으로부터 해방시킨다.(16-17쪽)

 

이제 디자인은 기능에 충실한 최적의 제품을 너머, 외형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제품을 너머, 우리들의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는 정신적인 사물로 재탄생 해야 할 것 같다. 디자인이 사람들의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와 닿는다면 우리들을 무지와 아집, 교만에서뿐만 아니라 탐욕에서도 해방시킬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이향치'님은?
올해로 독서세상에서 다섯 살이 된 아이. 예술, 인문, 문학 도서를 주식으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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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벗과의 대화》 - 대화가 필요해

 

 

 

 

안대회 | 《천년 벗과의 대화》 | 민음사 | 2011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건 초코파이밖에 없다. 뭐든 말해야 안다. 친구라면 더 그렇다. 대화를 통해야만 정(情)도 쌓인다. 《천년 벗과의 대화》는 한문학자 안대회가 서재를 통해 사귄 벗들의 이야기다. 안대회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친구들이 하는 얘기에 귀 기울였다. 주로 삶의 구석진 부분을 얘기한다. 불평불만도 다 들어줬다. 친구니까. 그리고 약 10년 동안 쓴 칼럼을 모아 《천년 벗과의 대화》에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얘기들을 친절하게 풀어놓는다. 

 

《천년 벗과의 대화》에는 안대회가 바라본 면면이 있다. 이름 정도 들어봤을까 싶은 조선 후기 문인들, 이름조차 낯선 노비의 일화, 대다수가 고리타분한 고전이라고 팽개쳐둔 이야기들. 안대회는 어떤 사람이든 자세히 본다. 누군가가 외면한 삶은 한 번 더. 할 일 없는 시골 생활 중에, 눈에 보이고 마음속에 생각한 것을 설마 남이 보겠나 하고 써서 모은 것. (세이쇼나곤의 《마쿠라노소시》중에서, 221쪽)까지. 덕분에 독자는 시대를 초월하여 친구가 생기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새삼 ‘교훈’이라는 걸 얻는다. 

 

“책상 위로 책을 높게 쌓아 놓을 처지가 못돼 머슴 어깨에 한 짐 얹어 오느라 몸이 바스러진다. 멋진 손님 모셔 오기가 왜 그리 더딘가? 이름난 꽃을 옮겨 달라 애걸하기 어렵구나. 부자 놈들 서재에 가득 쌓아 놓은 것 얄미우나 해를 넘겨 읽게 해 준 우정에는 정말 감사하네. 신령한 마음과 지혜를 키우려 하는데 석양빛은 너무 쉽게 마루 아래로 내려가네.” (‘서오생의 책 사랑’, 98쪽) 

 

친구들 사이에선 ‘서오생(書娛生)’이라고 불렸던 정조~순조 때의 시인 이명오의 시다. 《천년 벗과의 대화》에서 애서가 친구들이 ‘책’을 말할 땐 저마다 물 만난 고기 같다. 책이 귀했던 시대이니 만큼 그들에게 책은 ‘멋진 손님’이고 ‘이름난 꽃’이다. 읽을 책이 넘쳐나는 오늘날, 나는 ‘멋진 손님’을 모시기 위해 애쓴 적이 있었던가, ‘이름난 꽃’을 몰라보고 함부로 꺾어 버리진 않았나 반성해본다.   

 

“선조 때 일본에서 공작새 한 쌍을 진상하여 서울 사람들이 새를 구경한다고 남대문에서 한강까지 도로를 메운 소동 사건이 일어났다.”
“명의 장수와 일본의 중이 안경을 쓰고서 가는 글씨를 잘 읽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조선에는 안경이 없다.”
“태종 때 길들인 코끼리를 순천의 섬에 방목하자 수초를 먹지 않고 울어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냈다.”
“세상 사람들이 보고 들은 것에만 사로잡혀 작은 지식으로 천하의 온갖 이치를 다 파악하려 하니 될 일인가?” (‘잡학의 발견’, 185쪽)

 

학자 이수광(1563~1628)이 편찬한 《지봉유설》에 등장하는 기사들이다. 무심코 ‘좋아요’를 누를 뻔했다. 양질의 문장으로 ‘타임라인’을 채운 이수광의 《지봉유설》은 사실 당대 순수 학자들에게는 외면받은 책이다. ‘잡학’이라고 치부됐었다. 《천년 벗과의 대화》에서 안대회는 《지봉유설》을 명저로 소개한다. 눈 밝은 친구가 자신 있게 추천했던 책들은 대부분 훌륭했다.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 (hyewonjung@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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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서점, 추억이 쌓이는 공간

 

시미즈 레이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학산문화사 | 2013

 

신림 사거리 치하철역에서 서울대 방면으로 빠져 나와 조금만 걸으면 옛날 순대골목이 있던 자리가 나오고, 학생들로 늘 번잡한 그 길을 따라 오 분쯤 걸은 후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돌면 옛 신림극장이 있던 자리가 나온다. 그 앞의 보도 한켠에는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나는 지금도 어쩌다 그곳을 지나칠 때면 아련한 추억에 젖곤 한다. 대학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깃든 곳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신림교를 건너기 전 천변 건물의 2층에 있던 작은 서점이다.

 

당시에 나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매달 강의료를 받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곤 했다. 도서 목록이 빼곡히 적힌 수첩과 빈 가방을 메고 서점을 들어설라치면 한결같았던 주인아저씨의 은근한 미소와 “어서 오세요.” 하며 반겨주던 구수한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목록을 확인하며 한 권 한 권 책을 가방에 담을 때면 나는 더없이 행복했었다. 2층의 서점에서 내려다보던 거리 풍경도 그때만큼은 더없이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게 있어 서점은 단순히 책을 거래하는 장소 이상의 공간이었고, 시간과 추억을 쌓아두는 비밀창고와 다르지 않았다. 매달 한 번씩 그렇게 나는 묵직해진 가방을 둘러메고 설레는 마음으로 마을버스를 타곤 했었다. 시미즈 레이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으며 대학시절의 나와 그때 내가 자주 들르던 서점을 함께 떠올렸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듯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서점을 소개하는 이런 종류의 책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추억의 단골서점으로 내 발길이 향하는 것처럼 마음과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까닭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사람들은 종종 종이책의 종말을 말하곤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 주변의 서점에는 그곳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듯한 아이의 손을 잡고 서점을 들어서는 부부의 모습을 볼 때 나는 저절로 미소가 번지곤 한다. 책과 서점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건재하고 다음 세대에도 그럴 것이라 믿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저자인 시미즈 레이나는 지금까지 100여 곳 이상의 서점을 취재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서점 스무 곳을 소개하고 있다. 에게 해의 석양이 아름답게 빛나는 산토리니 섬의 '아틀란티스 북스', 북 잉글랜드의 기차역이었던 곳의 '바터 북스', 이탈리아의 최신 유행을 발신하는 '디에치 꼬르소 꼬모 북숍' 브라질 상파울루의 '빌라 서점' 등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서점들이 큼직큼직한 화보와 함께 등장한다.

 

택배로 이 책을 받았을 때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백색의 양장본 표지에 우윳빛 띠지가 둘러진 책은 겉모습부터 나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책의 크기는 일반책의 1.5배쯤 될까? 책장을 펼치자 드러나는 화려한 사진들은 마치 이 책이 화보집인 듯 보이게 했다. 손에 잡히는 묵직한 느낌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고, 나는 금세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클릭 한 번으로 책은 살 수 있겠지만 그곳에 이야기는 없다. 서점으로 향하는 길목의 풍경, 서점을 가득 채운 공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배려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사소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편리하고 효율적인 삶을 탐욕스럽게 추구하지만 결코 그것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점을 찾는지 모른다. (7쪽)

 

우리가 처음으로 서점을 방문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대부분은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그 거대한 책의 세계로 안내되었을 것이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 나이에 그곳에서 맡았던 책 내음과 다양하게 빛나던 책의 표지에 감동했던 사람들은 아마도 평생 동안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기계의 편리로는 채워지지 않는 따뜻한 가슴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꼼쥐’님은?
평범한 직장인이자 책을 사랑하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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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기] 소망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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