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해당되는 글 92건

  1. 2015.02.06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 헤르만 헤세의 독후감
  2. 2015.02.05 『도시의 시간』 - 도시의 멜로디
  3. 2015.02.04 『달콤한 로그아웃』 - 이제 좀 꺼져줄래
  4. 2015.02.03 『남자의 자리』 - 나는 아버지의 시간을 모른다
  5. 2014.11.28 그래도 읽어 간다
  6. 2014.10.06 당신이 연휴에 TV를 보는 동안
  7. 2014.09.25 곧 뵙게 될 펜벗에게 편지를 부치며
  8. 2014.09.24 [반디앤루니스] 펜벗을 모집합니다!
  9. 2014.08.19 《책방 주인》 - 찾는 책 없습니다
  10. 2014.01.28 [반디 행사 수첩] eBook 할인 쿠폰 받고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 헤르만 헤세의 독후감


 



헤르만 헤세 |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 김영사 | 2015


서평 또는 평론을 쓰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한다. 작품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과 무엇보다도 그 책을 읽고 싶게 만들기. 나는 둘 다 안 되기에 항상 내가 유의하는 부분이지만 쉽지 않다. 다작만이 글쓰기 실력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글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인데, 때마침 이 책 서문에 인용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답이 될 듯싶다.

글로 쓰인 모든 것 중에서 나는 오로지 글쓴이가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글을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정신임을 알 것이다. 타인의 피를 이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글을 읽으며 게으름 부리는 자들을 미워한다. (9쪽)

‘피로 쓰고, 피로 읽어라.’ 글을 쓰는 자라면 신조처럼 여겨질 것이다. 헤르만 헤세도 그랬다. 헤세의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잠깐 글쓰기의 방식인 비평, 평론, 서평에 대한 단상을 꺼내보고자 한다. 오늘날에는 비평가와 평론가의 펜을 통해 독자들이 따라간다. 평론가의 필력은 독창적인 해석에 도움을 준다. 문단에 대한 철저한 비판도 결국 비평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여기서는 평론이나 비평이 아니라 서평에 가까운 주제를 얘기할 것이다. 서평가로 알려진 ‘로쟈’는 독자에게 지적 유희를 보여준다. 그에게 가장 높이 평가할 부분은 성실함이다. 그가 매일같이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은 독자에게 책을 고르는 좋은 정보가 된다. 이러한 성실함의 원조는 사실 따로 있다. 바로 오늘 말할 헤르만 헤세다.

그는 살면서 삼 천여 편의 서평을 썼다. 이 책은 73편의 글을 담고 있다. 직업으로서 평론, 비평, 서평을 쓴 사람은 있지만, 문학가 즉 작가가 서평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작업은 보통 철학자들이 유희적으로 자신의 지적 발산을 위해서나 이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담을 때 행해지는데, 헤르만 헤세는 소설가로서 소설가를 소개한 것이니 재미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니체가 문학적 글을 쓰기 위해 빨간 피를 뿜었다면, 그는 이번 작업을 쓰기 위해 파란 펜을 들었다. (이 부분은 책 전체가 파란색으로 인쇄된 것에서 찾아낸 것이지만) 내가 본 헤세의 글쓰기는 『데미안』에 대한 일화에서 알 수 있듯 독자를 위한 성실함이었다고 본다. 가명으로 출간한 의도가 이 책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지고 있는데, 그가 지속해서 서평을 쓴 이유 또한 세상의 젊은이들을 위한 안내자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헤르만 헤세가 마치 살아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헤세의 주관적인 생각을 알아볼 수 있다. 한 편 한 편 마다 자신의 영향을 받은 작가나 그가 비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당시 시대적 상황이나, 그 소설이 나왔던 이유가 적혀 있었다. 이 책이 제법 가볍게 읽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서문에서도 헤세의 성실함을 두고 ‘읽지 않은 책들의 더미’에 쌓여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의 생각이 모인 이 책이 나에겐 또 하나의 소설로 다가왔다. 내가 알던 헤세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책이기도 했다. 그의 흥분과 숨소리를 듣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해안'님은?

세상을 읽고, 세상을 쓰고, 세상을 그리고 싶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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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간』 - 도시의 멜로디


박솔뫼 | 『도시의 시간』 | 민음사 | 2014


박솔뫼 작가의 『도시의 시간』을 읽으면서 내가 지나온 시간을 떠올려 본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나는 '서울 토박이'라고 말하지만 서울은 왠지 '토박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 않는 도시다. 많은 사람이 그리는 '고향'은 없지만 서울을 떠나 다시 서울로 돌아올 때면 포근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언젠가부터 서울이라는 도시를 떠올리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고 내려가는 '광장'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같은 특색이 드러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살지만 저마다의 색깔이 빛나는 곳.

서울의 이질적인 면을 깨닫게 된 것은 지방에서 살던 친척 오빠가 잠시 우리집으로 와서 대학을 다녔을 때였다. 아마도 내가 중학교에 다녔을 때였는데, 그때까지도 난 내가 살던 곳이 무척이나 익숙했고, 내가 사는 도시가 좋았다. 그러나 오빠의 입장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대학교를 입학하기 이전에는 잘 올라오지 않았던 서울에서 부모와 형제들 없이 생활해야 했을 어려움과 익숙하게 살았던 그곳과 달라 도시의 이면이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함께 이야기하던 중 '서울은 참 차가운 도시'라 했던 오빠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엄마가 있고, 들어갈 집이 있는 나에게는 이 도시의 차가움과 흐린 빛이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멀리 떨어져 있는 오빠에게는 도시의 시간이 삭막하고, 사람들이 어디든지 많은 곳이지만 고독하여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도시의 시간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은 나와 우미, 우나, 배정이 보냈던 십 대 시절이 아닌 지금이다. 박솔뫼 작가가 느릿느릿 리듬의 속도를 내며 한창 순수했고, 발랄했고, 때론 감수성이 짙었던 시절에는 그 시간의 막막함을 몰랐던 것 같다. 어른이 된 후에 이 책을 읽으니 그들이 느꼈던 암흑과 그들이 함께 보냈던 제니 준 스미스의 음악이 위로가 되고, 꿈이 되었던 시절을 깨닫는다.

나는 나에 대해 별생각이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정작 뭐가 되어 가는 것은 없었다. 뭐가 될 리가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지금처럼 살아갈 것이다. 지금 같은 대학생이 직장인이 될 것이다. 그마저도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날 것이다. 그 이후는 알 수 없다. 되는 것 없이 변하는 것 없이 완성되는 것도 나아지는 것도 없고 깨닫고 나아가는 것도 없다. 그것만 꼭 그렇게 될 것이다. (46쪽)

박솔뫼 작가가 그리는 『도시의 시간』은 회색빛이다. 음울하고 차가운, 미래에 대해서는 전혀 기대감이나 들뜬 기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그리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류는 대단한 미래를 그렸다. 그리고 정말 시간이 지나면 달나라에 갈 것처럼 더 발전되고, 안정된 사회를 생각했을지도. 그러나 시간은 무심히 흘러갔고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글 속에서 느껴지는 차가움과 무심함은 어쩌면 청춘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고민했을 흔적이자 동시에 회색빛 아래에서 사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나와 우나는 십 대인데 중고생은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일 뿐이었다. 우리는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낀 채로 타는 냄새를 지나쳤다. 우나가 가져온 음악은 도서관 휴게실보다 한밤의 미분양 아파트와 더 어울렸다. 밤이라 조용한 곳을 돌아다니기가 긴장되었지만 음악을 듣는 것은 좋았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잡은 채로 시멘트 덩어리 사이를 걸었다. 우나는 기타 하나가 중심이 되는 음악을 좋아했고 그 노래들은 모두 먼 곳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연기가 향해 가는 곳, 웃음소리가 떨어지는 곳, 그보다 먼 곳을 노래했다. 우리가 어두운 밤과 음악에 집중하는 사이 우우우 우우우 시멘트는 그렇게 노래했을지도 몰랐다. (55쪽)

끝없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네 명의 청춘들의 이이야기는 시작과 끝도 없이 도시의 시간 속으로 스며드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그들이 어떻게 무슨 일을 하며 삶을 살아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저 책을 읽은 독자들이 스스로 그들의 삶을 유추할 뿐이다. 『도시의 시간』은 경장편에 속하는 짧은 소설이지만 호흡이 굉장히 느리다. 책 속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며 그들을 그리는 것 같지만 세밀하게 한 글자 한 글자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삶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삶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동시에 그들의 감정선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무엇 하나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청춘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명확한 고조가 드러나면서도 진중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다소 그 호흡이 느려 무엇을 이야기하기에 이처럼 모호하고 단조로울까 싶었다. 어느새 작가의 호흡으로 들어가 까마득했던 그 시간을 기억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물방울'님은?

책도 하나의 인연이라 생각하며,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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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로그아웃』 - 이제 좀 꺼져줄래

 

 


 


알렉스 릴레 | 『달콤한 로그아웃』 | 나무위의책 | 2013


“모두 그러라는 것은 아냐. 하지만, 적어도 한 집 정도는 조명을 끄고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말이야.” 이것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그늘에 대하여』의 맨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에는 또 이런 아름다운 문장도 실려 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모든 것은 대부분 지극히 일상적인 삶 속에서 나온 것들이다.” (28쪽)

나는 종종 2G 폰으로 오해받는 폴더 폰을 사용한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난생처음 휴대폰이라는 것이 생겼고, 그 휴대폰을 대학 졸업하고도 한참을 쓰다가 지금의 휴대폰으로 바꾼 지는 5년이 넘었다. 스마트폰 안 쓰는 사람 찾기가 힘든 세상이다 보니 “아직도 이런 폰 쓰는 사람이 있어요?”라며 가끔씩 ‘미개인’ 취급을 받기도 하고, “이제 그만 스마트폰 장만하지.” 하는 구슬림도 없지 않다. 스마트폰이 유용할 때가 있다는 건 안다. 그래도 이상하게 내키지가 않는다. 시대 변화를 역행하고픈 반항 심리 따위가 아니다. 소심하고 은근 모범생병이 있는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회사 출근하고 반나절이 지나서야 집에 휴대폰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예전 경험을 미루어 볼 때 휴대폰은 나에게 그리 중요한 물건이 아닌 듯하다. 지금 쓰는 휴대폰만 하더라도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하고(실제로 접속해 본 적은 없지만), 음악, 게임이며 여러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통화하고 문자 주고받는 정도의 기본 중의 기본 기능만 충실히 쓰고 있으니, 이런 사람에게 스마트폰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스마트폰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끈기와 수고로움을 요구하지만 컴퓨터라는 기기가 있는 한 언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니 스마트폰 없이도 당분간은 살아갈 수 있지 싶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차치하고 인터넷 없이도 살 수 있을까?

지금껏 잘 써 온 ‘블랙베리’를 휴대폰 가게 점원에게 맡겨둔 것도 모자라 회사와 집에서 쓰는 컴퓨터에 인터넷 연결 프로그램을 모두 삭제한 남자가 있다. 그의 직업은 신문기자. 최신 정보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신문기자가 과연 휴대폰과 인터넷 없이 살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달콤한 로그아웃』은 아날로그 생활로 돌아간 한 남자의 182일간 기록이다. 제목과 달리 디지털 세계와 로그아웃을 선언한 남자의 생활은 솔직히 그리 달콤해 보이지 않다. 아날로그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남자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시행착오를 겪고, 심지어 금단현상까지 보인다. 이런 남자 말고도 이 책에는 자유롭게 밖을 나다니지 못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빼앗긴 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호소하는 교도소 수감자,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 와서도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는 한 엄마, 남자가 무엇을 묻든 “구글에서 찾아봐!”라고 대답하는 직장 동료들이 등장한다. 내 모습을 연상시키는 인물들의 등장에 괜히 속이 뜨끔하다.

남자는 이 기록을 통해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거나 지금 당장 디지털 네트워크를 끊으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남자 역시도 실험이 끝난 뒤 집에서만은 웹 브라우저를 설치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으니 감히(?) 그런 주장을 할 수 없었으리라. (남자의 친구가 비밀번호를 몰래 바꿔놓는 바람에 웹 브라우저 설치는 순간 미수에 그치지만, 뒷이야기는 알 수가 없다.) 남자는 그저 몸소 아날로그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느낀 매 순간의 감정을 솔직히 적고 있을 뿐이니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편리한 문명의 기기를 거부하고 굳이 아날로그 생활로 돌아가 보는 남자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다가는 도태되고 고립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 시스템 역시 많은 부분을 디지털 네트워크에 의존하면서 인터넷 없이는 살기 어려운 구조로 변모해 버렸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런 이유 혹은 변명 한 가지씩은 가슴에 안고 문명 기기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나는 책에 나온,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 왔다는 그 엄마에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아이들과 스마트폰 중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하고. 그러면 그녀는 분명 (어쩌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들이요.”라고 답하지 않을까. 그녀 자신도 분명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그 순간이 둘도 없이 소중한 시간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머리로도 알고 가슴으로도 아는 일인데 눈은 스마트폰 화면을 향하고 손은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기 바쁘다. 참 이상한 일이다.

구글 창립자인 에릭 슈미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컴퓨터와 휴대폰을 꺼라.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이렇게 살짝 바꿔보려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컴퓨터와 휴대폰 때문에 놓치지는 마라. 남자가 하고 싶었던 말도 이것이 아니었을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새벽하늘'님은?

나무에게 부끄럽지 않을, 좋은 책을 찾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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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리』 - 나는 아버지의 시간을 모른다

 

 


아니 에르노 | 『남자의 자리』 | 열린책들 | 2012


영화 ‘국제시장’의 아버지를 떠올려본다. 윤덕수(황정민)는 피난길에 잃어버린 아버지와 여동생을 기억하며 스스로 가장이 된다. 그는 홀로된 어머니와 동생들을 보살핀다. 그게 자신의 의무라 여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학업도 포기한다. 남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파독 광부에 지원하고 여동생의 결혼 자금을 위해 베트남에 간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 그에게 남은 건 장애가 난 한쪽 다리와 계속 돌봐야 하는 가족뿐이다. 이러한 삶이 당연한 거라 믿으며 그는 의지를 꺾지 않는다. 시간이 흘렀고 그도 늙었다. 자녀들은 자라서 가정을 꾸렸고, 그에겐 손자들도 생겼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시장통의 오래된 가게를 왜 끌어안고 사는지, 왜 오래전 시간을 붙잡고 놓지 않는지를.

아니 에르노가 『남자의 자리』를 통해 아버지의 삶을 되짚으며 말한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고백 같은 아버지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는 주변의 아버지, 보편적인 개념의 아버지였다. 가족을 위해 애쓰면서도 애정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무뚝뚝함, 점점 자신의 영역이 좁아지고 자녀가 자라면서 거리감이 생기는 순서까지 똑같았다. 저자는 그런 아버지가 죽고 나서 그를 기억하며 아버지의 역사를 적었다. 어떤 감정보다 지극히 객관적인 순서의 기록이었다. 작가가 직접 보지 못한 아버지의 모습까지 적을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아버지와 딸 사이가 어떤 교감으로 이루어졌을 한때의 시간이 준 기억. 아버지가, 아버지가 된 순간부터 봐 왔던 모습. 늙어가던 아버지의 생활과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이 쌓이는 서로의 삶. 그렇게 아버지의 크기가 달라져 갔다.

이 무렵, 그는 벌컥 화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증오감에 입가에 뒤틀릴 정도로 심하게 화를 냈다. 나는 어머니와 어떤 공모 의식으로 맺어지고 있었다. 달마다 찾아오는 복통, 골라야 할 브래지어, 화장품 같은 것들을 통해서였다. (…) 우리에겐 그가 필요 없었다. (91쪽)

투병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조금씩 달라졌다. 얼핏 추측하기에 육체의 노쇠함보다 정신적인 피폐함이 더 삶을 짓눌렀을 듯하다. ‘나는 이제 상자 하나도 제대로 들지 못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가족들에게 어떤 권력도 행사할 수 없어. 나는 혼자야…… 그에 반해 자식들은 점점 자라 다른 세계로 편입하고 세상을 알게 되어 자주적으로 살아간다. 아버지는 관심 혹은 간섭의 기회까지 사라진 영역을 오롯이 혼자 지킨다. 늙고 나약해져, 그만의 세계를 산다.

픽션을 거부하는 그녀의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써지고 있지만, 그 개인적인 경험이 그녀만의 기억은 아닌 것 같다. 애틋했던 부모와 자녀 사이도 시간이 흐르면서 무덤덤하고 건조해진다. 살아가는 방식과 시간이 달라 서로 얼굴을 보기도 힘들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나고 벽이 쌓인다. 보통의 가족이 이런 시간을 거친다. 내가 알고 있는 주변의 아버지와 자식들 사이의 모습이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아버지와 나 사이는 그 '보편적'인 범주에조차 속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아버지와는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기억이 없다. 대화로 시작된 말은 싸움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자동으로 차단되는 마음. 서로에게 타인이 되어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아버지와 나 사이에 '우리'라는 표현은 없다. 아버지에 관한 이러한 책은 나에게 늘 넘어야 할 거대한 산으로 자리한다. 보편성을 이해하기 위해, 내가 모르는 시간을 알기 위해 부딪혀야만 하는 전쟁 같은 도전이다. 나는 아버지의 시간을 모른다. 그가 어떤 시간을 통과해 어른이 되었고, 어떤 마음으로 부모가 되었으며, 어떤 바람으로 늙어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아니 에르노가 하는 말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그녀의 글을 통해,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지?' 하는 물음표를 띄우며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 사이에 오갔을 대화를 그려봤다. 아버지의 유년기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듣고 있을 딸의 눈빛, 몰랐던 시간이 오고 가며 쌓였을 애틋함과 이해, 아직 멀어지기 전인 부녀의 관계. 나는 바람 같은 시선을 던지며 이 짧은 소설을 꾸역꾸역 삼켰다.

아버지가 화두가 되는 이야기 앞에서 나는 늘 답답하다. 애써 피해가고 싶고, 쉽게 건너가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다행이었던 건, 그녀가 이 글을 참 담담하게 썼다는 점이다. 감정의 파도가 지극히 일렁일 것 같은 사건 앞에서도 아니 에르노는 기록 의무자처럼 객관적이다. 이게 가능할까 싶지만, 그래야 쓸 수 있었던 그녀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기억, 정리, 기록이 차례차례 가능해지는 순간에 비로소 찾아오는 안도감과 같이. 언젠가 나의 아버지를 더는 볼 수 없는 시간이 오면 나도 이런 기록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않고서는 내 가슴속 말, 이해, 정리를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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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과 서평을 나누고자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을 펜벗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펜벗이란 서평을 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를 의미합니다.
매주 월요일, 성실한 서평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2월의 펜벗 서평 주제는 '그 남자, 그 여자'입니다.


| 펜벗 일문일답

● ‘그 남자’를 아버지로 생각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이 '전쟁 같은 도전'이라고 했는데, 전쟁을 마치고서 아버지의 거대한 산은 좀 작아 보이던가요?

‘그 남자’를 주제로 여러 책의 주인공을 떠올려 봤는데 연인 같은 남자가 많더라고요. 그 많은 남자 사람을 뒤로하고, 언젠가 한번은 마음 다잡고 덤벼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였어요. 펜벗 주제가 아니었더라면, 이 책을 다시 책장 구석에 넣어둘 것만 같아서요. 아버지를 소재로 한 영화나 책은 늘, 저를 힘들게 하거든요. 가까이 가기 위해 아주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늘 제자리에 서 있다가 되돌아가곤 합니다. 평소의 저라면 그런 경우 관계 유지를 포기하는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 단절이 ‘단절’이 되지 않더군요.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아, 그 거대한 산이 이제는 작아 보이냐고 물으셨죠? 아니요. 작아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서로 마주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힘들어도 다시 산에 오르자 다짐하고 언젠가 또 이런 이야기를 선택할 것 같아요.

● 평소 다양한 장르를 신중하게 소화하는 캔맥주 님의 모습을 보고 노력하는 ‘다독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언제부터 즐겨 읽으셨어요?


저 정말 책을 안 읽고 사는 대한민국 사람이었거든요. 대학에 다닐 때도 전공 서적 외 책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하면, 지금 제 주변의 책 지인들이 놀라시더라고요. ‘정말?’ 하면서요. 네, 정말요. ^^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데, 책을 즐기기 시작한 건 한 5년쯤 된 것 같아요. 우연히 모교 구내서점에 갔다가 『냉정과 열정 사이』를 잠깐 읽었는데요. 서서 읽다 보니 재미있어서 바로 사 들고 나왔어요. 그때부터였어요.
지금도 저는 책을 편식하고 많이 읽지도 못하지만, 책을 옆에 두고 늙어가고 싶은 소박한 바람이 있어요.


● 요즘은 무슨 책을 읽고 계세요?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와 하이타니 겐지로의 『상냥하게 살기』를 같이 읽고 있어요. 내키는 대로 두 책 중 손에 잡히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스토너』는 한 남자의 평범한 일생을 담았어요. 심심한 듯 들릴 수 있는데, 오히려 그의 평범한 삶이 너무 와 닿아요. 이 책의 홍보 문구에서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라고 하는데요, 딱 그거였어요. 우리 사는 모습과 너무 닮았어요. 그래서 뭉클하게 공감하게 돼요. 『상냥하게 살기』는 하이타니 겐지로가 사십 대에 발표한 육십사 개의 산문집이에요. 나중에 그가 아와지 섬으로 이주한 후의 일상도 들려주는데, 진지하면서 재미있어요. 문득, 하이타니 겐지로가 좀 엉뚱한 아저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이런 선생님을 만났다면 조금은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게 돼요.


● ‘펜벗’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펜벗에 선정되고 나서 궁금했어요. 매달 어떤 주제로 새로움을 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처음부터 선정된 주제가 저의 기대만큼 새롭거나 신선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말이죠. 그게 반전이었어요. ‘처음’, ‘겨울’, ‘그 남자 그 여자’ 이런 주제가 어떤 책을 떠올리는데 상당한 고민과 관심을 두게 하더라고요. 어떤 책을 골라 볼지 이렇게 많이 고민해본 적이 정말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보면 참 평범한 주제일 수 있잖아요. 일상에서 늘 떠올릴 수 있는 주제인데, 이 평범함이 비범함을 만들고 있었어요. 책에 대한 느낌과 의미가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펜벗이 좋아요.
굳이 소박하게 바라는 점 한 가지라도 말해보라면, 펜벗의 주제가 조금 더 친근해져도 좋을 듯해요. 예를 들어, ‘이 주인공만 보면 욕이 나온다.’ 같은 주제요. ^^


오늘의 책을 리뷰한 '캔맥주'님은?

책을 좋아하고 싶어서, 책을 읽어요. 내일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한 페이지를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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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읽어 간다

 

< SESAME STREET >

 

그래도 읽어 간다

 

도서정가제가 11월 21일에 시작되었습니다. 11월 20일 자정이 다 될 때까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는 인터넷 서점들이 차지했습니다. 평소 책과 서점을 먼 산 대하듯 바라보셨던 분들도 이날은 장바구니를 비워내느라 바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사고 싶었던 책들, 좋은 기회에 잘 구매하셨는지요?

 

한때 유행처럼 독서캠페인이 번졌었습니다. 국가와 매체에서는 책 좀 많이 읽자고 부추겼습니다. 그리고 이제, 국가에서는 제대로 된 책을, 제값에 사야 한다고 새로운 법을 시행했습니다. 독서캠페인과 도서정가제 모두 ‘독서 진흥’에 뜻을 두고 있습니다. ‘진흥’이라는 말은 떨치어 일어나거나 일으킨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사들여도 스스로 읽어야 완성되는 것이 독서일 텐데, 새삼 ‘독서’라는 성질과 타의에 의한 ‘진흥’이라는 조합이 영 어색해 보입니다.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 다시 없을 기회에 붙잡은 책들은 지금 ‘독서 진흥’하고 계시는지요.

도서정가제를 맞아 왜 책을 읽으려 하나, 혹은 왜 또 사려는 건지 많이 생각했습니다. 미국의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설이나 희곡, 시집 한 권이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 생각이나 자신에 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시대는 ―그런 시대가 설혹 있었다 해도― 이미 지나가 버렸어요. (…) 소설은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소설은 단지 그것에서 얻는 강렬한 즐거움 때문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뭔가가 지속적이고 오래가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지요. (PARIS REVIEW, 권승혁 ? 김진아 역, 《작가란 무엇인가》, 다른)


아쉽기는 합니다. 지금까지 좀 더 저렴하게 책을 취할 수 있는 묘미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책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가장 순수한 것 하나만 남은 셈입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요. 도서정가제의 취지대로 더 좋은 책이, 즐거움을 주는 책이 오래오래 ‘점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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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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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연휴에 TV를 보는 동안

 

당신이 연휴에 TV를 보는 동안

 

우리는 책을 베개 삼을 수도 있다. 우리는 전자책 단말기를 쟁반으로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책과 스크린은 여전히 그 무엇인가를 읽고, 정신적 우주를 건설하게 하는 위대한 진입로이다. 종이의 부드러운 입자성이냐 아니면 스크린의 저항력 있는 매끄러움이냐, 책장을 넘기느냐 아니면 리더기를 터치하느냐의 동적 활동들, 기대어 앉느냐 똑바로 앉느냐의 자세 차이, 머리를 아래로 기울이느냐 앞쪽으로 기울이느냐, 양손으로 움켜쥐느냐 손을 얹혀놓느냐, 종이를 접어놓은 모양이냐 배회하거나 확대?축소하거나 클릭할 수 있는 전자 스크린의 표면이냐 등등, 이 모든 특징들(과 더 많은 특징들)은 독서와 다양한 관계를 맺게 한다. (앤드루 파이퍼, 《그곳에 책이 있었다》, 책읽는수요일, 2014)

 

《그곳에 책이 있었다》에서 앤드루 파이퍼가 말하는 것처럼, 독서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계절을 붙여 말해도 마찬가지겠죠.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저는 창 바깥 풍경을 보면, 책 생각이 금세 사라집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책은 무슨 책이냐며, 애꿎은 책만 내팽개쳐 놓게 됩니다. 가을은 참 책 읽기 힘든 계절입니다. 같은 말이지만, 가을이라 읽지 않은 책이 풍족하게 쌓이고 있고요.

 

책들도 가을을 맞으러 거리로 나왔습니다.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와우북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어느새 10년입니다. ‘와우북페스티벌’은 책도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걸 흥겹게 보여주었습니다. 거리를 거닐다가 일을 크게 벌여 보는 건 어떨지요. “책 읽기는 혁명”이라고 말했던 젊은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를 ‘와우북페스티벌’에서 만나면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 지도요. 홍대 주차장 거리를 가득 메운 책 더미 속에서 한없이 헤매시기 바랍니다.

 

장소를 옮겨 볼까요.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는 ‘파주북소리' 또한 알차게 준비돼 있습니다. *‘아직도 책을 즐기고 있다고? 오늘은 일요일이 아니잖아. 알면서 왜 그래.’ 아니까 이럽니다. 그러니까 아는 사람끼리만 일요일 오후에 책 읽기의 즐거움을 공유해 보세요. 10월 5일 일요일 ‘파주북소리’에서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의 ‘독(讀)한 습관' 얘기를 들으면서요.

 

‘와우북페스티벌’, ‘파주북소리’ 이외에도 시월에는 책 행사가 많습니다. 다 똑같은 말만 하고 있는 대중매체가 지겹다면, 매체 또한 책 안 읽는 당신을 지겨워할지 모르죠. 거리로 나가 책을 만나 보세요. 정성스러운 책이라면, 대중매체가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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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뵙게 될 펜벗에게 편지를 부치며

   

 

 

우표와 발행 안내 카드 사진 출처: 한국우표포털

 

 

‘펜벗’은 서평을 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를 의미합니다. 국어사전에 ‘펜벗’이라는 단어가 있는 건 아니에요. ‘펜벗’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말씀 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이 우표에 대하여 얘기해 보겠습니다. 정중앙에 ‘PEN’이라는 파란 글씨가 있는 이 우표는 1970년 6월 2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7차 세계작가 대회를 기념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세계작가 대회란, 1921년 영국 런던에서 창립된 작가 모임 ‘국제 P.E.N.’에서 매년 여는 행사인데요, 여기서 ‘P.E.N’은 ‘Poets, Essayists and Novelists’을 줄인 단어입니다. ‘국제 P.E.N.’은 인류의 정신문화가 전쟁으로 인하여 끝없이 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창립되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그리고 故박완서 선생 모두 ‘P.E.N’의 회원이었습니다.

 

 

읽고 얘기하고 뽐내고 마음 잘 맞는 펜벗을 찾길 바라며, 보내는 글에 이 기념 우표를 붙여 봤습니다. 어떠세요? 가을이 깊어질 때까지 아무쪼록 이곳에서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 ‘제37차 세계작가대회 기념 우표’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한국우표포털’에 나와 있습니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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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펜벗을 모집합니다!

 

 

모집 기간
9월 22일(월) ~ 10월 20일(월) 24:00 까지


모집 인원
40명
모집 인원은 심사 과정에서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활동 기간
2014년 10월 말 ~ 2015년 2월 말 (4개월)


활동 내용
매월 반디펜벗서재에 ‘오늘의 책 테마’가 공지됩니다. 펜벗은 테마와 어울리는 도서의 서평을 씁니다.
함께 참여해 주시는 분들께 매월 적립금 5만원을 드립니다.
여기서 펜벗과 함께 다양한 글을 나누어 봅니다.


신청 방법
이 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다운로드 한 후, 항목을 빠짐없이 적어서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hyewonjung@bnl.co.kr

 

발표        
10월 24일(금) 14:00
반디앤루니스 홈페이지 및 반디펜벗서재에 발표 / 개별 공지


문의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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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주인》 - 찾는 책 없습니다

 

 

레지 드 사 모레이라 | 《책방 주인》 | 예담 | 2014 

 

반디앤루니스는 도시의 많고 많은 서점 중 하나다. 여기에는 누구나 좋아하는 어여쁜 책도 있고, 꼭 나만 좋아할 것 같은 책도 있다. 좋아해 보려 해도 도저히 안되는 책도 있다. 서점에서 파는 모든 책의 주인은 아니지만, 나는 왠지 책을 대할 때 책임감이 들어서 쓰레기 같은 책은 꼭꼭 숨기고 진흙 속의 진주 같은 책을 앞장세운다. 나 좋으라고 그런다. 책을 좋아해서 책과 가깝게 지내는 일을 하고 있다. 서점에는 속보 기사처럼 신간이 쏟아진다. 신간 목록 중에는 포장이 제법 잘 된 쓰레기도 있다. 쓰레기를 아주 잘도 만들어내는 거짓 생산자에게 진주 같은 책이 지지 않으려면 나는 쓰레기와 진주를 꼭 구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책을 담백하게 권할 수 있을까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책방 주인은 쓰레기 같은 책은 절대 팔지 않았다.
 "쓰레기 같다는 건 누가 결정하죠?"
가끔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고 개중에는 대뜸 자신을 납득시켜보라고 고집을 부리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주인은 그였다.
책방 주인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책방 주인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그 도시에 많고 많은 다른 서점으로 가든가, 직접 책방을 차려서 쓰레기 같은 책들을 실컷 사고팔면 될 터였다. 책방 주인은 왜 자신이 굳이 그런 일을 떠맡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쓰레기 같은 책이 싫었다.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하니 책방에 손님들이 뜸하지, 라고 말하는 건 좀 입빠른 소리일 게다. (21쪽)
 
책방 주인은 쓰레기 같은 책은 팔지 않는다고 확실히 못을 박기 위해 읽어본 책만 팔았다. 좋은 책을 잘 권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읽는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책을 읽지 않을 때도 읽을 책을 찾았다. 그렇지만, 현실의 대형 서점에는 속도가 중요하다. 빨라야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판도 마찬가지다. 신간 도서 중에는 더러 나올 준비가 미처 되지 못한 것 같은 책도 있다. 책이야 말을 못하니 안쓰럽고 말지만, 문제는 빠른 속도에도 신속하게 응답하는 독자들의 서평이다. '반디앤루니스에는 리뷰가 많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오늘의 책'을 통해 좋은 책을 나누려고 서평을 찾다 보면, 서평다운 서평을 찾기 힘들다. 서평은 신간의 홍보 수단으로 변질됐다. 서평단의 결론은 '사용해 보니 좋네요'다. 서평이 아니라 상품평이다. 심한 경우, 서평단에게는 깊이 독서할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책방 주인은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뜯어내 봉투에 담아 그의 가족들에게 보냈다. 가족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페이지는 각각 달랐다. 편지에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책방 주인이 '좋은 책을 권하는 방법’일까?  그러고보니 좋은 책은 홍보에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꾸준히 잘 팔린다. 자발적인 서평도 곁들여진다. 애초부터 책은 속도에 호응하지 못하는 사물이 아니었던가. 상품평이 많은 책은 홍보가 많이 된 책이지, 다 좋은 책은 아니다. 반디앤루니스에는 상품평이 많이 없다.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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