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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28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2. 2014.12.15 2014 미결산 도서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사진 출처: 《박완서》 - 예술사 구술 총서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수전 손택은 “작가란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세상에 바짝 붙어서 관심을 기울였던 작가 박완서의 4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는 수전 손택이 말한 작가의 정신과 맞닿아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풀어낸 글은 세상의 한 시대라고 봐도 좋습니다. 해마다 1월 22일 즈음이면, 박완서를 추모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작가의 삶을 기리기 위한 책이 여럿 출간됩니다.

2015년의 신간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는 박완서의 맏딸 호원숙이 쓴 산문집입니다. 그녀는 엄마로서의 박완서를 글에 담았고, 친구처럼 대해줬던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딸이 엄마를 썼다면, 다분히 이 책은 개인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책은 개인적인 것을 넘어 한국문학을 다시 비추기도 합니다. ‘글 쓰는 엄마’의 딸 호원숙은 엄마를 작가 박완서로 고쳐 보고, 그의 문학 앞에서 정중히 머리를 숙입니다.

나는 글쓰는 엄마를 외면했다. 도와줄 수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는 엄마만의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엄마에게 가족의 일은 그렇지 않았다. 노망이 든 할머니와 늘 해왔던 아버지 수발과 해마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입시로부터 어머니는 놓여날 수가 없었다. 그 가족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다 문학으로 풀어내셨다. 그 어떤 것도 외면하지 않고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호원숙,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달, 2015)

1977년부터 40여 년간 출간된 박완서의 산문집이 최근 재편집되어 총 7권의 산문집으로 나왔습니다. 작가는 한국 사회의 비틀어진 부분을 말할 때 더욱 냉철했습니다. 자신의 굴곡진 인생은 소설에 담아 작가가 스스로 움켜잡았다면, 산문에서 작가 박완서는 자신이 걱정하는 세상을 붙들고 놓지 않았습니다.

발전이란 게 계속 이런 속도로 질주만 하다간 이 아이가 주역이 될 21세기의 세상의 모습은 어떨는지, 무엇이 남아 있고 무엇이 없어졌을지, 그때도 사람에게 꿈이란 게 있을지, 그때 세상에도 사랑이란 말이 살아 있을지 그것조차 예측할 수 없다니 현재의 삶은 또 얼마나 황당한가. 그 황당함 때문에 더욱 큰 소리로 “사랑해”를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완서,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문학동네, 2015)

2012년 1월 20일, 돌아가시기 이틀 전 작가 박완서가 남긴 일기에는 “살아나서 고맙다.”는 말이 쓰여 있습니다. 오늘, 작가 박완서의 4주기를 맞아 한국문학으로 살아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가정이나 나라가 고난에 처했을 때 우리의 어머니나,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얼마나 아름답게 처신했던가는 상기해볼 만하다.’라고 한 산문에서 직접 말씀하셨듯 오늘은 당신을 절실히 상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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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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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미결산 도서


 

 

2014 미결산 도서

 

곳곳에서 시상식으로 분주한 걸 보니 역시 연말입니다. 다수의 매체가 올해 ‘최고의 책’을 가르고 있습니다. 덮어놓고, 지금 잠깐 여기에 있는 네 권의 책을 되짚어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출간되었고, 최고로 잘 팔리진 않았지만, 오늘날 분명 필요했던 책입니다. 다시금 보시고, 내년을 헤아리는 건 어떨지요.

《그의 슬픔과 기쁨》은 올해의 온도를 어느 정도 높였습니다. CBS 라디오 PD 정혜윤은 ‘선도투’라 불리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26인의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 곁으로 바짝 다가서서요. 해고된 노동자들은 슬픔을 기쁨으로 치환했습니다. 그들은 절망의 밑바닥에서 다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으로 몸소 올라왔습니다. 나 외에 다른 인간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들을 보고 궁금해졌습니다.

《킹》은 한 도시에서 부조화를 이룬 노숙인의 삶을 섬세히 그려낸 작품입니다. 존 버거는 스페인 알리칸테 지방에 있는 노숙인을 관찰한 후 1999년에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킹’이라는 개는 노숙인의 삶을 지긋이 바라보고는 끊임없이 울부짖었습니다. 킹은 “파괴를 견디고 살아남은 자, 혹은 견디고 살아남은 물건만이 다음 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 말합니다. 무기력하고, 참을 수 없었고,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무참했던 한 해, 절실한 마음으로 거듭 펼쳐 읽을 책이었습니다.

《나를 고백한다》에서 피에르 바야르는 자신을 극한 상황으로 모질게 몰고 갑니다. 충격적인 상황, 전쟁, 대학살, 삶의 갈림길에서 확연히 변할 ‘나’, 잘 모르고 있던 자신의 일부를 자세히 살피고 고백합니다. “나에게는 자기의 핵심에 있다는 그 비밀스러운 씨앗이 없는 걸까? 분노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탈바꿈시켜줄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선택 받은 소수만이 가진 그 씨앗이?” 올 한 해, 다른 존재도 아닌 하필 인간이어서 무력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의 고통만이 유난히 가여워 보였습니다.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비정상화된 세상에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으로 살길 바라며, 다시 꺼내 볼 책입니다.

《노인으로 산다는 것》에서 노인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가 말합니다. “노인은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미래를 보여주니까요. 부당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불평은 그만두고 다른 사람들이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됩시다.“ 2014년은 어른이 그르쳤기에 더없이 불쾌했고, 어른의 잘못을 감내해야 할 아이들이 처량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어른다운 어른, 사회가 받아들여야 마땅한 노인을 그리며 읽을 책입니다.

2014년,
부디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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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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