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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30 <이 팬티는 어디에서 왔을까> - 팬티 너머 펼쳐지는 삶의 풍경
  2. 2009.09.02 환경지식의 재발견 -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2)

<이 팬티는 어디에서 왔을까> - 팬티 너머 펼쳐지는 삶의 풍경

 

 

조 배넷 | <이 팬티는 어디에서 왔을까> | 알마 | 2011

 

 

오늘날 우리에게 ‘Made in China’ 혹은 ‘중국제’라는 말은 싸구려, 저가품, 품질이 떨어지는, 쉽게 망가지는, 유해한, 믿을 수 없는, 짝퉁, 쓸모없는 등등의 온갖 부정적 형용사를 함축하고 있는 단어이다. 그러나 당장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책상 위를 살펴보자. 거의 24시간 나와 함께하는 아이폰4,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는 필립스 무선주전자, 책상에 앉아 있는 내내 즐겁게 음악을 들려주는 JBL 소형 스피커, 그리고 이 글을 치고 있는 로지텍 키보드와 마우스. 이 모든 상품에 ‘Made in China’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들쳐보기 귀찮아서 찾아보진 않았지만 지금 내가 쳐다보고 있는 HP 모니터 어딘가에도 분명 똑같은 딱지가 붙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역설 혹은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그토록 하찮게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에 걸린 삶. 이 책의 저자 조 베넷은 이 코미디 같은 상황을 이해해보고 싶어 한다.

 

궁금증은 대형할인매장에서 구입한 팬티에서 시작된다. “팬티가 담긴 쇼핑백을 조수석에 싣고 집으로 가다가 문득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 제조된 팬티가 수많은 중간상인들을 거쳐 머나먼 뉴질랜드까지 와서 단돈 5.99뉴질랜드달러에 팔리는데도 이익이 남다니! 게다가 팬티 다섯 장들이 묶음이 겨우 8.59뉴질랜드달러에 팔리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쌔고 쌘 ‘Made in China’를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만한 생각, 그러나 아무도 그 궁금증을 해결해보려 시도하지 않았던 생각을 저자는 직접 실행에 옮긴다. 팬티가 만들어져 소비자의 품에 도달하는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그렇게 ‘팬티 찾아 삼만리’라는 황당한 여행기가 시작된다.

 

물론 이 책의 기획 의도는 판매처에서 무역업자를 거쳐 팬티 제조공장과 원자재 수급처까지, 다시 말해 중국산 팬티가 생산되어 소비되는 전 과정을 하나하나 역추적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핑계거리일 뿐이다. 이 책은 팬티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 대한 단순한 르포르타주가 아니다. 우리가 베넷의 글을 통해 만나게 되는 건 전 세계 5분의 1이라는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저가 노동력을 공급하며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다. 화려한 네온과 고층빌딩으로 무장된 도시와 그로부터 단 몇 분만 벗어나면 텃밭과 거름과 소떼가 어슬렁거리는 시골의 풍경, 끊임없이 도시와 산업단지로 빠져나가는 젊은 인력들과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 등, 마치 우리의 70년대가 그러했듯이 한참 성장 중인 나라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산업화의 이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또한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경제 현실에 대한 단순한 보고에 머무르지도 않는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유인원에 대한 온갖 사소한 사실을 의식하게 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사람의 얼굴과 몸짓과 자세를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덕분에 언어 문명의 찰나적인 영향에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공통점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게 좋았다. 인간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신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서양인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편견 혹은 선입견에 갇히지 않기 위해 유교, 불교, 도교와 같은 중국의 사상과 각 지역의 역사를 공부하고, 낯선 여행자가 겪을 수 있는 신기하고 때론 불쾌할 수도 있는 에피소드들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여행 작가로서의 저자의 매력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유머러스하게 버무려 풀어내는 저자의 뛰어난 감각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 책이 가진 매력은 한 서양 여행자의 중국 여행기이면서 이런 종류의 책이 으레 빠지기 쉬운 경멸 혹은 예찬과 같은 극단적인 평가로 일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중국 정부의 위압적이고 통제적인 정책이나 위구르 인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종차별과 같은 부당한 행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중국인의 맥락에서 그들을 이해하며 서양이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과거 서양이 중국에 가한 역사적 잘못 등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다시 말해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신기한 나라 속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도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않고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그곳도 결국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걸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 황당무계하고 유쾌한 여행기는 경제 성장이라는 신화 속에서 잊혀져가는 인간의 모습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출판사의 요구로 우루무치의 목화 농장에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사진을 보게 된다면, 저자의 다음과 같은 설명에 고개가 자연스레 끄덕여질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카메라만 갖다 대면 경련을 일으키는 버릇이 있다. (…) 지금은 죄책감 때문에 내 모습을 더욱 의식하게 되었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누군가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곳이다. 그런데 나는 호화로운 자동차를 타고 10분 동안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떠난다. 거짓을 말하는 사진, 흥미를 유발하고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사진 말이다. 나는 내가 피상적이고 기생충 같은 존재임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etnunc'님은?
자유로운 백수를 꿈꾸며 알바로 연명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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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지식의 재발견 -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이진아,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책장, 2008


책 소개에 앞서 쉽고 재밌는 퀴즈를 풀어볼까요?
 
질문1: 콜럼버스가 북미 대륙에 도착하고 200년 동안 감소한 원주민 수의 비율은?

질문2: 일제 식민지 시대 36년 동안 파괴된 우리나라 삼림의 비율은?

질문3: 중국산 한약재에 중금속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이유는?

질문4: 먹을거리 오염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어떤가요. 주관식 문제라 풀기 어렵지는 않았는지요. 혹자는 몇 초 안에 다 풀고 ‘이게 무슨 문제라고’하며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릅니다. 또 혹자는 ‘이게 무슨 쉽고 재밌는 문제야’라며 저를 미친 사람 취급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답을 몰랐습니다. 그럼 여기서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저자 이진아가 밝힌 답을 살짝 들여다볼까요? 

답1: 95%(16세기 유럽인 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갑자기 무서운 전염병이 돌아 인구가 95%씩 감소된 곳에서는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생각해 볼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 p 96)

답2: 90%(그 36년 동안 우리나라 삼림의 90% 이상이 파괴되었다. 자국에서, 그리고 2차 대전 중 군수 용도로 필요해서 일본이 대대적으로 벌채를 해갔기 때문이다. - p 160)

답3: 한약재를 채취해 철망 같은데 올려놓고 밑에서 석탄을 때문.(중국산 석탄에는 중금속과 유황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편에 속한다. - p212)

사실 이 문제들은 쉽지도 재밌지도 않습니다. 열 식구 중 아홉 식구가 죽어버린, 시체가 강 같이 흐르는 아비규환의 풍경, 남의 산이라고 사정없이 도끼질을 한 일본인의 이기심과 힘없이 발가벗겨진 산들, 몸에 좋다고 먹었는데 독약을 먹은 격이 된 이 현실은 상상할수록 복잡하고, 슬픕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구 온난화 등 환경의 역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란 제목만 보면 지금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 파괴와 ‘환경을 살리자’는 구호가 나올 법도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외침은 ‘이제 충분하며, 외침만으로 환경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대신 역사 속으로 들어가 인간이 살 수 있는 지침을 찾고자 하는데, 저자가 눈을 돌린 곳은 소빙하기였던 14세기 유럽입니다. 저자는 이 시기 유럽을 ‘슬픈 유럽’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 유럽은 전쟁, 질병 등으로 참 힘들게 살았는데, 이들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바다 건너 대륙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지요.

옛날 옛적에 유럽에서는

책 중반까지 등장하는 유럽 곳곳의 풍경과 유럽인들의 만행,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진 환경 파괴 사례들이 빠르게 전개됩니다. 1500년부터 노예무역을 금지한 19세기 초반까지 약 1천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유럽인들에 의해 노예가 되었고, 대규모 농장에서 생산된 차, 커피, 설탕 등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디저트, 후식 문화가 발전했으며, 생산력을 늘리기 위해 많은 숲이 황폐해졌습니다. 물론 ‘유럽인은 우월하다’는 이성주의와 ‘과학은 발전된 것이다’라는 과학주의가 그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지요. 저자의 서술은 바다 왕국들이 거침없이 타 대륙을 정복해나간 것처럼 거침이 없습니다. 이는 150개가 넘는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한 광범위한 지식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협지의 고수가 어려운 초식을 쉽게 펼치는 그 느낌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석유 에너지가 만든 수많은 독성물질들, ‘개발 중국’에서 날아오는 독한 미세먼지들, 환경 호르몬으로 인한 인간의 생식 기능 감퇴 등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래도 인간은 산다”고 말합니다. 중세 이후의 유럽인들이 소빙하기의 고난을 뚫고 살아남은 것처럼. 하지만 그것이 최선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 효율적으로 실천해가야 합니다.

‘사랑’이라는 그 흔한 말이

이제 앞서 제기한 네 번째 질문의 답을 들여다볼까요? 저자가 밝힌 답은 ‘사랑’입니다.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너무도 상투적인 답에 실망했으니까요. 하지만 저자의 말을 듣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사랑이나 감사의 마음을 갖는 상태에서 인간의 뇌 파동은 알파-파를 보이는데, 그러면 우리 몸이 만드는 쾌감 물질인 엔도르핀 등이 다량으로 분비되면서 몸 안의 독성물질이 해독되고 혈액순환이 좋아져 모든 세포의 기능이 활발해진다.”(p 249) 먹을거리를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먹으면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입니다. 생명은 기계가 아니니까요.

‘사랑’을 생각하다 보면 우리는 전통의 지혜공생의 삶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침 일찍 물을 뜨러 가는 가족의 마음, 장독대를 소중히 아끼며 많은 미생물과 평화롭게 공존하려는 마음, 그리고 텃밭에서 길러 많은 손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 김치까지. 예전에는 뜨거운 물을 땅에 버리지 않았다고 하지요.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요즘 한국사회에까지 생각이 뻗칩니다. 학창시절부터 몸에 밴 경쟁의식, 경제성을 높인다고 늘어만 가는 비정규직, ‘나와 다르면 잘못된 것’이라는 경직된 사고. 가장 많은 사랑이 필요한 환경이 바로 인간사회 아닐까 합니다. 오늘(6월 5일)은 환경의 날입니다. 새삼스레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자거나, 공존의 삶을 모색하자고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책 속에 등장한 히말라야의 앵무새 이야기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어느 날 히말라야 산에 큰 불이 난다. 수많은 동식물의 삶의 터전이었던 숲은 빠르게 잿더미로 변해갔다.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는 불을 피해 모든 동물들이 달아나고 있었다. (…) 물은 불에 닿기도 전에 증발해버렸지만 앵무새는 호수와 불타는 숲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결국 숲에 쓰러지고 만 앵무새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보신 부처님은 앵무새를 불쌍히 여겼고, 앵무새의 눈물 한 방울을 호수만큼의 물이 되게 했다. 숲의 불길은 잦아들기 시작했고, 숲은 다시 푸르게 회복되었다.” (p 171)

안늘(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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