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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1 <조세현의 얼굴> - 사진이란 이름의 기도 (4)

<조세현의 얼굴> - 사진이란 이름의 기도

 

조세현, <조세현의 얼굴>, 앨리스, 2009


“여기 보세요! 하나, 둘…. 기분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좀 웃으세요. 김치! 하나, 둘, 셋!” “찰칵” 누구나 이런 기억 하나쯤은 있습니다. 너무 오래 웃고 있어 경직된 입꼬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어색한 브이(V). 생각해 보면 한 없이 촌스러운 포즈지만, 우리는 오래된 사진 한 장덕에 웃고, 그 시절을 추억합니다. 만약 인간의 기억이 무한하거나, 세상을 그리는 솜씨가 빼어나다면 사진은 그 의미가 반감했을 겁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인간은 그렇지 못하기에, 사진은 소중한 기억을 담습니다.

<조세현의 얼굴>은 인물사진 잘 찍기로 소문난 조세현 사진작가가 2009년 중국 시안의 여름을 담은 책입니다. 시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작가를 향해 한없이 맑은 웃음을 짓습니다. 그들의 웃음을 보면 “거짓 없는 그들의 얼굴이 이방인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낯선 사람이 들이미는 카메라에 성내지 않고 웃어주는 그 얼굴이 고맙다.”(45쪽)는 작가의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는 그 웃음에 매료됐는지 길, 시장, 버스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담습니다. 남루한 차림을 하고도 해맑은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 ‘야채 장수’, 사진 제공 앨리스)


사진은 ‘발견’입니다. 작가가 입을 빌자면 ‘사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은 1/16초’입니다. ‘그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은 오직 사진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진기는 우리의 한계로 인해 일상적으로 사라져가는 표정들을 사로잡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것. 발견이지요. 작가는, 사진기는 무심히 스쳐가는 이들의 표정을, 그들이 사는 이야기를, 오랜 시간 진시황릉을 지켜온 병사들의 생기를 발견합니다.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는 무궁무진해집니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듭니다. 작가를 순식간에 스쳐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사진기가 초를 잘게 쪼개 몹시 짧은 순간을 잡는다 해도 그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답은 ‘사진은 사진기가 아닌 마음으로 찍는다’는 작가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사진을 찍기 전 먼저 마음을 열고, 그들과 친해지려 노력합니다. 그 속에서 누구도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마음과 마음 사이에 오가는 따뜻한 기운들. 그는 그것을 사진기에 담습니다. 그에게 있어 사진의 또 다른 이름은, ‘기도’입니다.
 


(‘친구’, 사진 제공 앨리스)


먼 훗날 자신의 어린 시절이 담긴 사진으로
스스로의 세월을 돌아보며 행복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키가 자라고 몸집이 커지면
저들의 마음에도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길 것이다.
그 꿈이 무엇이든
포기하지 말고 이루어 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189쪽)

작가가 소개한 얼굴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납니다. 또 더 오래 보고 있으면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합니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닿은 사진 한 장을 고르라면, 오랜 고민 끝에, 시안의 외곽 마을 화련에서 찍은 ‘빨간벽돌 앞에서’를 꼽겠습니다. 은은한 달빛 아래서 그림자 연극에 푹 빠져버린 마을사람들.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상관없이 그들은 한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본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입니다. 사람의 온기, 순박함, 하나 됨을 느끼게 한 작가에게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야겠습니다.
 


(‘빨간벽돌 앞에서’ , 사진 제공 앨리스)


                                                                                               -반디(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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