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다이어'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2.23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나 요즘 진짜 엉망이야
  2. 2014.04.03 《그러나 아름다운》 - Jazz에게
  3. 2014.02.04 《지속의 순간들》 - 멈추어 되살아나는 그,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나 요즘 진짜 엉망이야

 



제프 다이어 |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


여행 산문집이라는 말 때문에 손을 내밀었다. 여행서가 맞으나, 장소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다는 말도 상당히 유혹적이었다.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는 장소를 이야기하지 않는 여행기다. 정말 그렇다. 작가가 어디론가 떠나기는 했으나 이 책에는 그곳에 관한 소개가 없다. 그는 작정하고 떠나지도 않았다. 일삼아 떠났을 뿐이고 마음이 내켜서 가방을 꾸렸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지리적 배경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몇 안 되는 배경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빼곡히 적혀 있다. 사람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풍경이 이채로웠다. 이 책은 여행이라는 게 그렇게 특별한 게 아니라고, 어떤 장소에서 느끼는 것들이 모두 여행의 한 쪽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다. 파리에 가서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 박물관만 보고 왔다면 그것은 파리에 가 본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여행을 갔다 왔다고 말할 수 없는 거라던 어떤 이의 말에 공감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진짜 여행’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앎에도 그 목적이 있을 테지만, 짐작은 언제나 앎보다 재미있다. (39쪽)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는 것일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51쪽)

저자 제프 다이어는 "이 책에 적은 일들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만, 그중 몇몇은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났다."고 말한다. 분명 책을 읽다 보면 이게 진짜로 일어났던 일인지, 상상인지 헷갈린다. 신비로운 일이다. 그가 어디를 갔는지, 왜 갔는지는 묻고 싶지 않다. 그저 카메라 하나 둘러매고 가뿐하게 떠났을 것 같은 그의 여행길에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싶은 욕심이 난다.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던 곳에 다시 가본 적이 몇 번이나 될까? 좋았던 곳은 다시 가도 좋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다시 가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바다에 가면 해파리에 쏘이거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멀찍이 수영하는 사람만 바라보고, 논두렁길을 걸으며 상대를 앞지르거나 넘어질까 서로를 잡아 주면서 나무에 관해 얘기하고, 성지에 가면 유적지가 뿜어내는 성스러움에 나를 동화시키려 애쓰고, 공놀이할 때는 온전히 공놀이에만 빠져든다거나. 사소한 일들이 여행이라는 이름표 밑에서 속살거린다. 캄보디아 프레룹 사원에서 콜라를 파는 소녀와 작가의 신경전은 정말 흥미로웠다. 별것 아닌 일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나는 옆에서 지켜봤던 것처럼 이상한 쾌감이 느껴졌다.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는 혼자만의 철저한 독백이다.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에서 함께 여행을 느끼고 싶은 여운이 남는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아이비'님은?

책과 우리 문화유산을 사랑합니다. 답사를 다닐 때마다 소망합니다. 그곳에 머물던 이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Trackback 0 Comment 0

《그러나 아름다운》 - Jazz에게

 

 

제프 다이어 | 《그러나 아름다운》 | 사흘 | 2013 

 

쳇 베이커(Chet Baker)가 부른 ‘Blue Room’을 나의 첫 재즈 음악으로 기억한다. 처음 들었던 쳇 베이커의 목소리는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그 순간을 어떻게 달리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적과 차분한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리듬엔 감정과 분위기만 있는 것 같았다. 침묵마저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그가 읊조리는 가사는 바로 시가 됐다. 목소리는 나를 시 속으로 데려갔다. ‘작고 파란 방엔 사랑하는 남자와 나 둘뿐인, 우리 둘이 여기 있으면 매일 휴일 같은, 입 맞추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는 방 안.’ “참 심하게 예쁘네.”라는 말 밖에. 제프 다이어는 《그러나 아름다운》에서 쳇 베이커를 이렇게 표현했다.

 

 

 

 

쳇의 친구들 중 누군가가 그녀에게 그의 연주에 대해 했던 말을 다시 생각했다. 그가 음을 다루는 방식은 여자가 울기 직전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고. (215쪽)

 

트럼펫을 연주한다기보다는 꿀꺽꿀꺽 마시는 것 같았고, 꿀꺽꿀꺽 마신다기보다는 한 모금씩 마시는 것 같았다. (219쪽)

 

노래들이 그에게 복수를 감행했다. 그는 언제고 노래들을 버렸지만 항상 버렸던 노래들에게로 돌아왔다. (…) 대개 곡들은 그를 가엾게 여겼고,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228쪽)

 

1988년, 쳇 베이커의 생전 마지막 콘서트 영상에서 나는 금방이라도 세상을 떠날 사람이 어떻게한숨을 쉬는지 볼 수 있었다. 한숨은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예감을 준다. 여전히 쳇 베이커는 유일무이한 나의 첫 재즈로 남아있다. 쳇 베이커를 알게 된 이후, 나는 그가 불렀던 곡을 다른 재즈 뮤지션은 어떻게 불렀을지 궁금했다. 니나 시몬(Nina Simone)이 부른 ‘Little Girl Blue’를 들었을 땐 음악이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언제는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의 목소리로 ‘Every Time We Say Goodbye’를 들었을 때 쳇 베이커에게는 들을 수 없던 자음과 모음이 들린 적도 있다. 물론 기분 탓이겠지만, 나는 그 자체가 재즈라고 생각한다. 그저 기분에 탓하는 것. 감정에 이끌려가는 것. 이 곡에서 저 곡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나는 다른 재즈 뮤지션의 삶으로 들어가곤 했다. 레스터 영(Lester Young)과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가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잠깐 재즈뮤지션의 삶을 넘보지만, 좀처럼 그렇게는 못 하겠다고 고개를 젓는다. 또 한 번 《그러나 아름다운》에서 나를 좌절시키는 문장을 만난다.

 

재즈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소리를 가질 수 있어. 다른 장르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특별하거나 유별난 점들을 다리미로 쫙쫙 펴듯 없애버렸지. 만약 글을 쓰는 자들이라면 그들은 철자법을 지켜야 하거나 구두점을 찍어야 하거나 하는 까닭에 이런 것을 할 수 없지. (81쪽)

 

재즈 하듯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난 매번 맞춤법에 맞는지 틀리는지 검사하고, 찍어야 할 곳에다 구두점을 찍는다. 그렇다고 유일무이한 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이런저런 법을 지켜서는 절대로 나만의 소리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잘못된 ‘소리’는 글에서 오타일 뿐이다. 고쳐야 한다. 그러나 참 위대하게도 재즈는 고치지 않아도, 그대로 충분해 보인다. 정답이 아닌 곳에서 스스로를 소모하고 살았던 재즈 뮤지션의 삶은 괴로웠으며, 위태로웠다. 그들은 빨리 늙어가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아름답다.

 

그녀(빌리 할리데이)는 음주로 인해 잿빛이 된, 해면처럼 변해버린 그(레스터 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들의 삶이 몇 년이나 달아나려고 했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패착의 씨앗을 태어나면서부터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했다. 고주망태, 폐물, 감옥. 재즈 뮤지션들은 일찍 죽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남들보다 빨리 늙을 뿐이었다. 그녀는 그간 불러온 노래들, 멍 든 여인들과 그들이 사랑했던 사내들에 대한 노래들을 부르며 천 년도 넘게 살아온 참이었다. (51쪽)

 

 

 

- 컨텐츠팀 에디터 정혜원 (hyewonjung@bandinlunis.com)



Trackback 0 Comment 0

《지속의 순간들》 - 멈추어 되살아나는 그,

 

 

 제프 다이어 | 《지속의 순간들》 | 사흘 | 2013

 

찰나의 틈도 허락지 완전한 지배. 자비와 동정 없는 가혹한 집행. 보이지 않되, 보이는 모든 것들에서 발견되는 절대적 존재감. 매순간 철저히 감지되는 영향력. 어떤 의지도, 자유도 있을 수 없는 복종의 지대. 선천적으로 영원히 박탈당한 선택권. 사는 한 한시도 벗어날 길 없는 삶의 조건. 흐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 바로 그 시간.

 

그러므로 맞서는 저항으로, 그러나 매혹됨으로 남은 ‘사진’, 그리고 제프 다이어의 《지속의 순간들》

 

그 속의 이야기는 흐른다. 시간과 무관히 자유롭게. 보이는 것에서 보았던 것으로, 또 보이지 않았으나 볼 수 있던 것으로. 어떤 사진과 사진가들, 사진 그 자체에 대한 제프 다이어, 개인의 주석과도 같은 《지속의 순간들》은, 그렇게 흐르고 있다. 연대(年代)라는 억압적 틀을 거부하고, 의지대로 기억과 감각과 지식이 선택한 역사의 장면들로 마음껏 건너가, 멈추어 되살아나는 그, 정박된 찰나로부터 그러나 여전히 흐르고 있는 사진 안팎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로써 눈먼 걸인, 모자, 벤치, 이발소, 손, 문 등 일련의 주제와 모티브로 이어진 사진과 사진, 사진가와 사진가의 새로운 연대(連帶)가 시작된다. 기존이 갖지 못한 “고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진화하는” 해석된 사진의 역사 하나가 새로이 생겨난다.

 

사진가는 가능성들을 이해한다. …… 그가 사진을 찍었을 때, 그는 아마도 모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가 제대로 사진을 찍었는지, 그가 찍은 것이 어떤 사진이 될지를 알 수가 없다. 그는 단지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그는 자신이 찍은 것이 사진처럼 보일지 아닐지를 알 수 없다. 내 말은, 그가 본 것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자신이 찍은 것이 사진처럼 보일 수 있을지 없을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 …… 사진을 찍는 행위와 결부된 무언가가 변화를 일으킨다.

 

“나는 사진처럼 보이게 될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기본적으로, 바로 이것이 내가 사진을 찍는 가장 단순한 이유이다.” (위노그랜드)

 

내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도 위노그랜드와 같다. 사진으로 찍혀온 특정한 사물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사진으로 찍혔다는 사실이 그 사물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발견하는 것. 때로 사진으로 찍힌 사물들은 다른 사진들처럼, 이미 사진 찍혔거나 찍히기를 기다리는 사진들처럼 보인다. (368-369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