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2.12 『내 심장을 쏴라』 - 내 심장을 쏴 봐
  2. 2012.01.03 [반달토끼의 책방앗간] 정유정, <7년의 밤>
  3. 2009.06.01 [6월 1~2주 추천도서] 잔인한 계절

『내 심장을 쏴라』 - 내 심장을 쏴 봐

 

 

 



정유정 | 『내 심장을 쏴라』 | 은행나무 | 2009



세계문학상 수상작은 1회부터 꾸준히 읽어오고 있다. 세계문학상은 다른 문학상과는 다른 뚜렷한 개별성이 있다. 텍스트의 가독성과 재미를 중시한다. 한국판 나오키상(直木賞)이라 할 수 있다. 세계문학상은 읽기 쉽고 몰입도가 높은 대중적인 소설이 꾸준히 선정됐다. 도발적인 소재와 개성 있는 문체, 빠른 속도감과 흡입력 있는 서사를 갖춘 작품이 세계문학상의 표적이 된다.

1회 수상작인 김별아의 『미실』은 여태까지 생각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어냈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보수적인 한국사회에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질문함으로써 꽤 충격적인 도발을 시도했다. 신경진의 『슬롯』은 도박을 소재로 자본주의의 바다를 헤엄치는 인간의 정체성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백영옥의 『스타일』은 신세대 한국여성의 진화된 원형을 익살스럽게 담아냈다. 잘 읽히면서 도발적이고 신선한 점이 세계문학상 수상작의 공통적 분모다.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내 심장을 쏴라』는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대중에게 자리매김한 소설가 정유정의 장편소설이다. 『내 심장을 쏴라』는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재미있지만 보다 '문학적'이다. 요컨대 재미와 무게를 함께 지녔다. 최근에는 영화로 제작되어 『내 심장을 쏴라』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 소설은 폐쇄된 정신병원에서 만난 두 남자의 이야기다. 둘은 서로를 알아가며 각자의 삶에서 열정을 얻는다. 가위만 보면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1인칭 화자 이수명, 그와 같은 날 정신병원에 입원한 시력장애인 유승민. 둘의 첫 만남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첫 만남의 데면데면함부터 친밀한 우정으로 변하기까지의 과정이 생기 있게 담겼다.

수명과 승민은 각자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수명이 내면으로 자신을 축소한다면, 승민은 외면을 향한 방향에 집착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수명과 승민은 모두 과거의 비밀을 가슴에 품고 지낸다. 정유정 작가는 두 인물의 트라우마와 그것에 함몰되어 일상이 뭉개지는 현실의 긴장감을 잘 그려냈다. 소설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과거에 봉착되어 있던 수명과 승민의 내밀한 비밀이 밝혀진다. 타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고백으로 깨달아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내 심장을 쏴라』의 서사는 느리다. 몰입하기엔 미지근하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 후반에 이르게 되면 여태까지 소급되어 응축된 이야기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독자의 가독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소설의 말미, 주인공 수명이 오랫동안 가슴 깊숙한 곳에 봉인해 두었던 삶의 참된 진실을 인식하고 용기를 표출하는 장면, 그 순간은, 이 소설이 선사하는 가장 강렬한 울림이자 카타르시스다.

『내 심장을 쏴라』의 핵심 키워드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그것은 바로 '자아'와 '자유'다. 폐쇄된 정신병동이라는 외면의 벽을 탈출하려는 몸부림은 자아를 제대로 인식하기를 원하는 내면의 열정에 닿아있다. 두 인물의 과거의 아픔과 이에 구속된 일그러진 현재상은 자신의 인생에서 자아의 지정학적 위치를 잘못 두었을 때를 그대로 은유한다. 자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은 빠진 채 비본질에 대한 집념과 고집만이 반복될 뿐이다. 자유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정작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 방식은 자아의 역동과는 거리가 먼 외적 환경의 파괴, 또는 내적 울림과의 단절에 불과하다.

두 인물의 자유 성취와 자아 성찰에 대한 공전(空轉) 행태는 승민이 병원을 탈출하여 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을 활공하는 바로 그 순간, 앎과 행복의 실현으로 반전된다. 승민은 끝내 죽는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소설의 마지막 수명이 정신병원을 퇴원하는 장면과 연결된다. 죽은 승민은 수명에게 질문한다. 너는 누구냐고. '새' 아니면 '비행기'냐고. 이에 대한 수명의 답은 단호하고 명확하다.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라는 것.

한 사람의 자유는 타자의 간섭이나 외부의 구속으로 조정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생 또한 타자가 아닌 자아의 추동, 즉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생(生)의 강렬한 욕망은 항시 자유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내 인생을 '나'로서 사는 것은 분명한 진리다. 이 타협할 수 없는 절대 명제 앞에서 삶은 때때로 외부를 의식하고 타자에 주눅들며 방황한다. 진정한 자유의 가치는 내가 내 삶의 주어로서 존재하며 약동할 때 빛을 낸다. 내 실존은 누구도 욕망하지 못한다. 이 말이 진리라면, 외부를 향해 가슴을 열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내 심장을 쏴 봐.

굉장히 잘 쓴 소설이다. 서사를 풀어가는 능숙함과 재치있는 입담이 돋보인다. 순간순간에 감동과 재미가 녹아 있다. 정교하고 정제된 묘사와 독자의 호흡을 쥐었다 놨다 하는 작가의 내공이 훌륭하다. 이런 소설에 박수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내적 자유와 자아의 고찰에 번민하는 이들에게 이 한 권의 소설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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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토끼의 책방앗간] 정유정, <7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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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주 추천도서] 잔인한 계절

잔인한 계절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북 에디터 정염(noside@bandibook.com) 입니다.  

5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서거하셨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요.
민장으로 장례가 치뤄진 5월 말까지 이 땅을 덮은 것은 추모의 물결이었고
애도의 눈물이었습니다. 한국은 한 주 동안 크게 일렁였고, 여전히 아쉬움과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5월 한달은 정치적 격변기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이 28일 2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동해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정부는 이에 PSI  참여로 맞대응을 선언했고
북한은 다시 '정전 협정 파기' 운운하며 무력 사용을 하겠다고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중입니다.

5월 중순까지는 
신영철 대법관재판 관여 파문이 계속되었지요. 이용철 대법원장은 징계없이
‘엄중 경고’로 사태를 마무리하고자 했지만, 단독판사들의 연이은 판사회의 소집으로 인해
또 야당의 ‘신대법관 탄핵 추진’으로 인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사법부의 정의가 올바로 세워지는 방향으로 결론이 맺어졌으면 합니다.

이번주의 가장 뜨거운 도서는 단연 이 책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생전에 직접 쓰신
진솔한 고백담이지요. 제목에서부터 아련한 감정이 밀려드는 듯 합니다. 독자들의 주문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면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노무현, "여보 나 좀 도와줘"

 
그밖에 최근 출간된 책들 가운데 두드러지는 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  김혜남,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 대중심리학 명저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묻다"의

저자가 그 속편을 냈습니다. 이번에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 정유정, “내 심장을 쏴라” :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탈출기를 그린

유쾌하고 감동적인 휴먼드라마. 1억원 상금 세계문학상 수상작. 


* 마종기, “아주 사적인, 긴 만남” :  마종기 시인과 가수 루시드 폴이

2007년 8월부터 최근까지 2년 동안 주고받은 이메일을 묶은 책.  


* 이외수, “청춘불패” : 세밀화가 곁들여진 소설가 이외수의 16편 위로의 메시지.
 
 

잔인한 5월은 물러갔지만, 6월도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가 여러 일자에 걸쳐있는 특별한 달이기도 하지요.
망종일, 현충일, 6.10, 6.25… 상처가 곪아 더 넓게 퍼지지 않고 새 살 가득 차오르길 빌어봅니다.
책과 함께 시원한 6월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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