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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27 [가을방학: 선명 [2집]] - 선명한 기쁨, 선명한 슬픔
  2. 2012.02.09 [들리는 블로그] 바비빌 * 맥주는 술이 아니야

[가을방학: 선명 [2집]] - 선명한 기쁨, 선명한 슬픔

 

 

가을방학 | [가을방학: 선명 [2집]] | LUOVA FACTORY | 2013

 

모순, "좋은 아침이야 점심을 먹자"
격정, "잘 있지 말아요"
대구, "끊어져 닻을 잃고 찢어져 돛을 잃고"
메타포, "만남이라는 사치를 누리다 헤어짐이라는 오만을 부린 우리"
유희, "우린 서로 편애해서 서로의 편에 서 온 사이잖아요..."

 

가을방학이 돌아왔다. 2년 반 만이다. “작품(works)을 작업(works)으로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라는 뒤샹의 100년 전 자문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양 정바비는 이 앨범을 내놓기 4일 전에 『영원의 단면』 재발매 기념으로 「체리 블라썸」이라는 줄리아하트의 신곡도 내놓았었다. 물리적으론 언제나 바빠 보이는 그지만 가을방학으로 돌아오는 순간 그는 순둥이가 된다. 그것도 아주 여유롭고 문학적인 순둥이.

 

살며시 안아주는 커버 그림은 부클릿 속 같은 소묘에 색을 입힌 것이다. 이로써 그림은 ‘선명’해진다. 이 시각적 회화는 CD를 거슬러 금새 청각적 음악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음악은 다시 감성적 문학으로, 그 안에서 정바비는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다. 바로 예술의 원점이자 본질이다.

 

가사는 시작과 같다. 모순, 격정, 대구, 메타포, 그리고 언어유희. 여기에 슬픈 멜로디를 가진 「언젠가 너로 인해」의 모호하게 슬픈 사연과 「삼아일산三兒一傘」의 단편 스토리까지 더해져 시時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집이 된다. 음악과 시가 따로 노는 듯 조화되는 이 수채화 같은 공간에서 듣는 당신은 울거나 웃거나, 아니면 울고 웃게 될 것이다.

 

유행이란 것의 운명이 과잉 속에서 질식 당하는 희소성이듯, 국내 인디신에서 포크(록)의 범람은 종사자들에게 예기치도 않았고 의도하지는 더욱 않았을 개성 상실이라는 부담을 지웠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천편일률이라는 오해는 어디까지나 오해일 뿐이라고 증명해 내는 몇몇 능력자는 어느 예술 장르에서든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다. 오소영과 시와가 그랬고 드린지 오나 가을방학의 정바비도 거기에 엮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단순한 장르나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다. 감각의 문제고 감성의 문제다. 악기의 선택과 배치, 음과 리듬의 덧셈 혹은 뺄셈, 가사와 멜로디의 조응, 비우고 채우는 것에 대한 고민. 이것들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바로 재능이고 재주다. 가을방학 2집에서 정바비는 그걸 잘 해냈고 그래서 2집은 ‘명반’이라고까지 추켜세울 만한 요소들로 가득할 수 있었다.

 

브로콜리너마저에서 인상적이고 일상적인 목소리로 듣는 사람을 잠기게 했던 계피 역시 능력자가 선택한 능력자. 개인적으로 좋은 보컬이란 기교보다 표현력이라고 생각하는 쪽인데 계피는 그런 필자의 잣대에 거의 부합하는 보컬이다. 가령 「더운 피」 같은 곡에서 토해내야 하는 실연의 먹먹함은 계피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밝고 수수하다가도 한 번에 어둡고 깊게 꺼져버릴 수도 있는 보컬. 그것이 바로 계피다.

 

「진주」라는 곡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좋았던 것들만 기억하는 건 얼마나 쉬운가
값비싼 경험을 팔아 값싼 감상을 사는 건 또 얼마나 쉬운가”

 

가을방학의 값비싼 경험이 부디 값싼 감상에 머물지 않기를, 나는 조용히 빌어본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돗포'님은? 
버트란드 러셀을 좋아하고 도스토예프스키에 빠져 있으며, 록앤롤/ 재즈/ 블루스를 닥치는대로 섭취중인 30대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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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바비빌 * 맥주는 술이 아니야

 

맥주는 술이 아니야

 

1989년에 탐구생활을 푸는 날
마루로 불러내셔서 아버지께선
맥주를 따라주셨네
어머닌 깜짝 놀라며 애한테
무슨 짓이냐 했지
아버진 껄껄 웃으며 상관없다며
이렇게 말씀하셨네
맥주는 술이 아니야
갈증을 풀어줄 뿐야
아무리 들이부어도 취하진 않네
맥주는 술이 아니야
언젠가 나이가 들어 내 몸이
술을 안 받아 주면
난 술을 끊어야겠지 맥주만 빼고
맥주는 술이 아니니까
맥주는 술이 아니야
인생을 적셔줄 뿐야
아무리 들이부어도 취하진 않네
맥주는 술이 아니야
맥주는 술이 아니야

 

자랑은 아닌데, 말하다 보면 자랑이 되는 게 술이지요. 동이 틀 때까지 마신다거나 해장을 술로 한다는 이야기는 마치 무용담처럼 들립니다. 우리를 호기롭게 만드는 것은 아세트알데히드라는 광고계(?)의 보고가 있었지만, 그보다 다른 성분의 영향이 크지 않나요? ‘나 아직 말짱하거든?’이라고 쓰고 ‘만취’라고 읽는 자기암시 말입니다. 이 덕분에 우리는 마시면 마실수록 ‘한잔 더!’를 외치는 바보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한 잔 마시겠습니다. (꿀꺽)

 

바보 인증을 한 이들이 여기 또 있습니다. ‘바비빌’(바보와는 상관없는 작명일 텐데 묘하게 들어맞네요.)입니다. 언니네 이발관, 줄리아 하트, 가을방학 등으로 활동한 뮤지션 정바비의 컨트리 음악 프로젝트에요. 2006년에 처음 결성했고, 작년에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꾸준히 음악을 해 온 탓인지 오 년 간의 공백이 무색하게 느껴집니다. 컨트리 음악의 중요한 주제는 음주와 숙취, 남자들의 실패와 실수담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바비는 자신과 잘 맞는 음악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해요. 최근작인 [바비빌: Dr. Alcohol]의 수록곡 목록만 슬쩍 봐도 ‘바비빌’의 색깔을 알 수 있지요. ‘술박사’, ‘난 내가 네 애인인 줄 알았어’, ‘평생 너만 사랑하고 싶어(근데 잘 안 돼)’ 같은 제목들 앞에서는 낄낄 웃음이 납니다. (들으면 더 그래요!)

 

첫 번째 앨범인 [The Men Of The 3m]에도 술 노래가 있습니다. ‘맥주는 술이 아니야’라는 곡인데요. ‘나 아직 말짱하거든?’을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하다면 주목하세요. 맥주는 술이 아니랍니다. 인생을 적셔줄 뿐이라잖아요. 게다가 1989년부터 구전되는 정설인데 그 누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어요. 자, 다들 따라 부를까요? (자기암시를 시작합니다.) 맥주는 술이 아니야. 갈증을 풀어줄 뿐야. 잠깐만요. 그럼 소주는 어떡하느냐는 분이 계시네요. 근데요. 소주는 술이잖아요. (야유) 아이참, 이 바보들아, 그건 술이라니까!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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