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몽각'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8.28 《전몽각 Jeon Mong Gag》 - 사진 예술의 작은 박물관
  2. 2013.05.20 [서점에서 만난 사람] 결혼생활자, 둘 : 이대로 할머니가 되어도 좋아 - 《어쿠스틱 라이프》의 만화가 난다 (7)
  3. 2010.07.14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4)

《전몽각 Jeon Mong Gag》 - 사진 예술의 작은 박물관

 

 

전몽각·정재숙·이문강 | 《전몽각 Jeon Mong Gag》 | 열화당 | 2013 

 

휴가나 주말의 짧은 여행을 떠날 때 계절에 상관없이 가방 안에 꼭 챙겨넣는 게 한두 권의 책이다. 배낭의 무거움을 최소한 줄이면서 '비움'의 미학을 발휘해야 하는 배낭여행이나 자전거 여행은 그와 함께 갈 책도 조금은 달라서 가볍고 얇은 문고판 형식의 책을 선호하게 된다. 

 

그런 책들 가운데 추천할 만한 것이 열화당에서 나온 사진문고 시리즈다. '포켓사이즈'라 얇고 가볍고 한 손에 쏘옥 들어오는 느낌이 어릴 적 읽었던 문고판 책들을 떠오르게 한다. 임응식, 최민식, 구본창 등 한국작가의 사진집 15권과 유진 스미스, 앙드레 케르테스, 사페이, 도마쓰 쑈메이 등 외국 사진가의 사진집 24권이 발간되었다. 사진문고 시리즈는 매년 계속되고 있어 여행자는 물론 주머니가 가벼운 사진 애호가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마음을 훈훈하게 때론 가슴을 알알하게 하는 사진들과 그에 어울리는 작가의 짧고 진솔한 아포리즘 (aphorism ;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의 성찬으로 볼거리, 생각거리가 풍성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독자들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 같은 책들이요, 사진 예술의 작은 박물관이다.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사진, 전몽각

 

왜 장가 못 가느냐고 주변에서 핀잔 받던 내가 어느 사이엔가 1녀 2남의 어엿한 가장이 되었다. 아이들을 낳은 후로는 안고 업고 뒹굴고 비비대고 그것도 부족하면 간질이고 꼬집고 깨물어가며 그야말로 인간 본래의 감성대로 키웠다.

 

공부방에 있다 보면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소리가 온 집안 가득했다. 그 소리에 이끌려 나도 몰래 아이들에게 달려가 함께 뒹굴기도 일쑤였다. 그야말로 사람 사는 집 같았다. 나는 이런 사람 사는 분위기를 먼 훗날 우리의 작은 전기(傳記)로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만 돌아오면 카메라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전몽각 Jeon Mong Gag》, 열화당 사진문고 36) 

 

사진 애호가가 되면서 멋들어진 풍경과 감동적인 찰나의 순간을 찾아 출사여행을 떠나거나 사진 동호회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정작 자기 곁에 있는 식구들이 무엇보다 좋은 사진 주제가 된다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하기가 쉽다. 사랑이란 흔한 테마 외에도 공존, 아픔, 이별 등 나라의 역사처럼 가족사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큰딸이 태어나서 결혼하기까지의 성장과정에 대해 기록한 사진 애호가 전몽각의 사진집은 내 곁에 있는 식구들에게 관심과 시선을 돌리게 하는 책이다. 

 

사진집은 갓난아기 때 모습부터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결혼하여 부모 곁을 떠나갈 때까지 아이의 성장과정을 아버지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한 가족이 살아오며 그려낸 기쁨과 행복, 슬픔과 이별이 담긴 삶의 갖가지 풍경을 보면서 삶의 의미와 함께 사진의 의미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가족이 해체되는 시대, 가슴이 따뜻해지고 떨어져 살고 있는 식구들이 보고 싶어지는 사진집이다.

 

저자인 전몽각 선생(2006년 작고)은 직업 사진가가 아니다. 빼어난 구도도 번쩍이는 아이디어도 선명한 화질도 아니지만, 그의 사진집은 진정한 아마추어리즘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렌즈 너머 대상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따뜻한 시선과 끈기라는 것을….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익숙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발굴해내는 작업은 비단 프로 사진작가가 아닌 사진 애호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함께 선물해 주셨다. 

 

유진 리처즈(Eugene Richards, 1942~ )

 

한 남자가 눈을 부릅뜨고 아이의 목을 조르고 있으며 아이는 신문지가 깔린 바닥 위에서 혀를 내밀고 괴로워하고 있다. 그리고 사진작가 유진 리처즈의 메시지, "사랑은 힘들 수도 있고, 사랑은 잘못될 수도 있고, 부모가 아이를 잔혹하게 다루면서도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곳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도 알아야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 - (《유진 리처즈》, 열화당 사진문고 5) 

 

영화 <뱅뱅 클럽 (2012)>은 남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시절의 분쟁을 사진으로 담고 있던 사진가 네 명의 활약과 고뇌가 담긴 이야기다. 가난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에 사는 국민들의 실상을 세상에 알려 참여와 도움을 구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사진을 골라 찍어서 돈과 명예를 얻는 포토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의 애환을 알게 되기도 했다. 

 

유진 리처즈는 현대 포토저널리즘에서 가장 뛰어나고 중요한 작업을 해낸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사진가다.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는 카메라를 손에 쥘 때부터 예술사진보다는 길거리의 거친 것들을 즐겨 찍기 시작했고, 직업 사진가가 되고서부턴 사진으로 사회적 정의와 현대적 삶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포토저널리스트다. 중산층의 백인이었지만 그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가난하거나 병에 걸린 흑인들이었다. 리처즈의 그런 마음은 그의 렌즈를 통해 분노의 침묵으로 우리 앞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이 세계를 카메라에 담겠다는 것과 사진으로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것, 회사(사진 잡지사)가 원하지 않는 이미지라 해도 계속해서 그것을 그려나가겠다는 것, 사이버 시대에도 사진을 고집하겠다는 것 등. 사진집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말할 수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신의 혹은 신념이 사진들 속에 담겨져 있다. 

 

풍요로움과 성급하게 맞바꾼 골목의 기록, 김기찬 

 

내 사진 테마는 골목안 사람들의 애환, 표제는 골목 안 풍경, 이것이 내 평생의 테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러한 나의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일이 없다. (《김기찬》, 열화당 사진문고 31)

 

가난과 행복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 시대에 가난했지만 행복했으며 좋은 시절이었다고 느껴지는 사진들이 차곡차곡 포개져있다. 서울 만리동, 공덕동, 도화동, 문래동, 아현동…. 내게도 익숙한 동네 이름과 친숙한 사진들이 펼쳐진다. 몸만 시간에 쫓겨 바쁘게 허덕일 뿐, 마음은 오히려 공허해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치유와 같은 사진집이다.

 

그의 사진 속 배경이나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쾌적하지 않고 가난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햇살이 양지를 만들어 이불을 보송보송하게 말리는 장면, 개구쟁이 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웃음소리와 강아지들의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웃 간에 술 한 잔을 놓고 어려움을 나누는 인정이 사진 속에 녹아 있어 결코 불쌍하거나 비루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풍요로움과 성급하게 맞바꾼 소중한 것들이 그 속에 남아 있다는 강한 이끌림에 그의 골목 안 사진을 구석구석 찬찬히 살펴보게 만든다. 그는 포토그래퍼 이전에 따뜻한 마음과 정겨운 시선으로 이웃을 감싸 안는 휴머니스트였던 것 같다. 그의 사진의 남다른 따스함은 그의 사람됨과 진정성에서 나온 듯싶다. '쓸쓸함'과 '훈훈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김기찬의 사진의 매력이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골목 안에서 자신의 고향을 보았고,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느꼈다고 한다. 골목 안 주민들과의 오랜 유대감을 바탕으로 진행된 그의 골목 안 작업은 타계하기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사진가 김기찬은 그가 반평생 사진으로 담았던 서울의 골목들이 거의 다 사라져버린 2005년에 돌아가셨다. 아마 골목은 그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나 보다.  

 

이외에도 '열화당 사진문고'는 한국의 사진가 강운구, 주명덕, 김녕만, 민병헌 등과 세계적인 사진가 베르너 비쇼프, 워커 에번스, 낸 골딘, 도로시아 랭, 요세프 수데크 등의 작품을 작가의 연대기와 함께 실은 작품집 시리즈다. 현재까지 39권이 나왔다. 손바닥 만한 크기지만 작가들의 작품이 시대별로 꼼꼼히 실려 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하듯,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우선 좋은 사진들을 많이 보아야 한다. 사진의 역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많이, 자세히, 자주 보는 일은 사진에 대한 안목과 실력을 키워,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사진 한 장에 삶과 더 가까운 어떤 순간이 오롯이 담기게 할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써니21’님은?
소박하게 먹고, 가진 것을 줄이기, 이방인으로서 겸손하기, 모든 것을 새롭게 보기를 실천하며 늘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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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결혼생활자, 둘 : 이대로 할머니가 되어도 좋아 - 《어쿠스틱 라이프》의 만화가 난다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도서 이미지 제공 | 애니북스

 

일과 사랑과 삶의 공존은 가능하다, 두 사람이 노력한다면! 우리는 결혼에 관한 네온비 작가님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부럽다, 훈훈하다, 좋은 염장이다…… 긍정적인 반응이 마구 터져 나온 인터뷰였죠. 하지만, 의심 많은 우리 천만(?) 독거생활자들이 팔짱을 딱 끼고 삐딱하게 앉아 묻네요. 결국 자기 삶의 일부분을 서로 포기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거잖아. 그게 정말 행복해? 이것은 결혼생활자에게도 찾아드는 의문일 것입니다. 남편, 아이, 시댁 혹은 친정 어른들을 비롯하여 결혼 이후 지지고 볶는 타인들 사이에서 내 삶은 가능한가. 문득 아예 다른 삶, 결혼 이전의 내가 그리워지기도 하겠죠. 그런데요. 난다 작가님은 도리어 이 결혼생활의 미래를 꿈꾼다고 합니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지나 할머니가 되는 것을요. 그런 행복을요. 행복의 모양새란 완전하기보다는 조금 삐뚤빼뚤하고 못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속에서 나름의 만족을 얻는다면, 《어쿠스틱 라이프》는 우리와도 그리 멀지 않은 삶이겠죠?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는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할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만화입니다. 2010년에 시작하여 현재는 시즌7로 완결된 상태고, 단행본으로는 4권까지 출간되었는데요. 개인 블로그에서 시작한 만화는 이제 책이 되어 한 권씩 쌓여 가고 있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난다 | 1권을 출판하면서 2권도 낼 수 있을까 불안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4권까지 나오고, 지금은 5권을 준비중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하나밖에 없어서 여전히 신인 같은 기분이에요.

 

반디 | 이 만화로 이름을 알리셨지만, 사실 작가님께서 만화를 그리신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남편 분이신 ‘한군’과의 인연이 고등학교 시절 만화 동아리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어쿠스틱 라이프》의 유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평생의 짝과 일, 두 가지를 만나게 한 것이 만화였던 셈인데요. 이 만화와의 인연도 궁금합니다. 《어쿠스틱 라이프》를 처음 그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난다 | 원래 하고 싶은 만화는 판타지 장르였는데 당시 동아리 사람들이 '너는 니얘기가 제일 재밌다'고 종종 말해주곤 했었어요. 사실 판타지물을 꼭 좋아했다기보다 90년대에 워낙 대유행이어서 휩쓸렸던 거지만요. 아무튼 계속 공모전을 통해 만화가 데뷔를 노리다가 취업 시점이 되면서, 생업(게임회사 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을 유지하면서도 그릴 수 있는 형식의 가벼운 생활만화를 그려보자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반디 | ‘한군’과의 결혼생활을 소재로 다루면서 웹툰계의 대표 결혼장려만화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습니다만, 《어쿠스틱 라이프》는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한 여자의 일상사와 인생관이 담겨 있는 생활만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결혼만화라고 의식해본 적은 없다고 최근 연재분 후기에서 밝혀주셨는데요. 이런저런 타이틀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부연해주신다면요?

 

난다 | 생활만화다보니 제가 처한 일상이 타이틀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아무래도 만화가로서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아서 결혼만화로 국한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결혼하면 이렇게 행복하단다. 너네도 이렇게 해봐.'처럼 들릴까봐 걱정이 많이 됐거든요. (물론 행복한 건 맞지만) 결혼도 육아도 삶의 한 가지 선택일 뿐이라는 것, 그런 프레임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싶어요.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의 이야기는 작가님의 임신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쌀이’를 순산하셨고요. (축하드립니다!) 아기가 생기기 이전과 이후의 생활에 다종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난다 |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정말 변화가 많아요. 생활패턴부터 생각하는 방식까지. 다행히 아기가 잠을 잘 자주는데다, 시터의 도움으로 내 시간을 확보 받고 있어서 금방 적응한 것 같아요. 남편도 육아분담을 잘 해주고 있고요. 더 많은 이야기는 6월부터 시작될 어쿠스틱 라이프 8시즌에서 풀어볼까 합니다.

 

반디 | 드라마와 시트콤을 오가며 인생을 꿰뚫어 보는 시선(저는 관통미라고 부르고 싶어요.^^;)이 《어쿠스틱 라이프》의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만화 속에서 인생을 관통하는 테마로 ‘병풍’을 언급한 적도 있으신데요. 요즘 새롭게 발견하신 인생의 테마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난다 | 병풍테마도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겨우 발견한거라……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는 독자 분들 앞에 지금까지 총 4권을 선보였는데요. 웹상에서 연재하던 만화를 단행본으로 엮는 것은 또 다른 새로운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연재 순으로 구성해 나가시겠지만, 그 외에도 어떤 기준이나 콘셉트를 가지고 만들고 계시는지요. 앞으로 몇 권이 더 남았는지 책을 사 모으는 팬으로서도 미리 알고 싶어요.

 

난다 | 웹상에 공개된 만화이기 때문에, 책으로 봤을 때 새로운 재미를 얻을 수 있도록 부록원고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생활정보만화(?)인 리빙포인트를 비롯해, 데뷔 전에 그렸었던 미공개 오리지널 에피소드들도 다시 그려서 싣고요. 4권부터는 미공개 분량이 다 소진되어서 리빙포인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처음엔 웃자고 시작한 리빙포인트가 권을 거듭하며 매우 진지해지고 있어요.

 

또 웹툰이 책으로 옮겨졌을 때 호흡이 달라지지 않도록-디자이너님과 편집자님이-많이 신경써주고 계십니다. 사실 단행본에 관해서는 애니북스 김지아 편집자님의 노련함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어요. 아이디어도 많이 주시고요. '이런 이런 건 어떨까요' 하고 의견을 물으시는데 '전문편집자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라고 거의 수긍하는 편이예요. 그렇게 받은 과제 안에서 최대한 재밌게 표현하려고 애쓰는 게 제 몫이고요. 단행본은 일단 지금 연재된 분량까지는 다 출판될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에서 《자학의 시》를 오마주하는 장면을 몇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 한편, 작가님께서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 추천평을 쓰시기도 했는데요. 이런 경우를 보면 작가님도 독자로서 꽤 많은 만화를 애정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만화 인생에 영향을 끼친 거장들을 소개해주신다면요?

 

 

난다 | 좋아하고 닮고 싶다는 작가들은 많지만, '인생에 영향 레벨'까지 오른 작가는 드문 것 같아요. 자학의 시를 보고 '아이를 가지고 싶다' 고 생각한 게 가장 기억나는 영향인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의 자세는 조석 작가님을 목표로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디 | 작가님께서는 만화뿐만 아니라 여러 책을 꾸준히 읽어 나가시는 독서가입니다. 저는 작가님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라는 책을 접하고 몹시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이처럼 최근에는 육아와 관련해서 갖가지 책을 섭렵하셨을 것 같은데요. 아기와 만나기를 기다리는 독자 분들에게 몇 권 추천해주시면 좋겠어요.

 

 

난다 |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에세이집을 좋아해요. 딸 윤미가 태어나 시집갈 때까지의 모습들을 아버지인 전몽각 선생이 사진으로 남겨 엮은 책인데요. 평범한 가족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가 마무리 되고, 다시 자식이 같은 역사를 만드는 모습을 아버지가 지켜보는 거죠. 마지막 장을 덮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제 딸이 태어난 후 《윤미네 집》을 다시 보니 전에는 못 봤던 '육아'라는 부분도 새로이 보여서 재밌는 데다, 나도 이렇게 우리 가족의 역사를 만들고 있구나 싶어서 펼칠 때마다 기분 좋아져요.

 

반디 | 육아로 바쁘시겠지만 작업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요즘에는 작가님께서 참여하시는 ‘창작집단8’의 활동이 무척 활발해 보입니다. 작가님을 비롯하여 다음과 네이버 등 여러 포털에서 연재 중이신 작가 분들을 접할 수도 있고요. 함께하는 분들, 활동 취지, 앞으로의 계획을 난다 작가님께서 ‘창작집단8’을 대표하여 소개해주세요.

 

 

난다 | 창작집단8은 저를 비롯해, 10명의 만화가들이 '손에 잡히는 단편만화집'을 만들어보자는 투지에서 시작한 모임입니다. 각자의 개인적인 활동취지는 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기존의 어쿠스틱라이프 외에 작품영역을 더 넓혀보고 싶은 마음, 학생시절 이후로 내 인생에 다신 없을 줄 알았던 단체 활동에 대한 환상 등등이고요. 텀블벅이라는 창작후원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독자들로부터 선후원을 받은 원고료로 첫 번째 책을 제작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첫 번째 단편집의 주제는 '여행'으로, 10명의 작가들이 같은 주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그려 책으로 엮습니다. 실물 단편집은 후원해 주신 분들만 보실 수 있고요, 만화는 창작집단8 블로그*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 창작집단8 공식 블로그 (바로가기▶)

 

반디 | 차기작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즌7의 후기를 통해 시즌8 혹은 생활만화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예고해 주셨죠. 둘 다 기대가 되는 작업인데요. 특히 생활만화가 아닌 다른 이야기라면 어떤 만화가 될지 궁금합니다. 조금 더 세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난다 | 사정상 준비하던 차기작은 보류되고 어쿠스틱라이프8시즌으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막상 결정되니 마음이 편안하네요. 연재를 반년 이상 쉬니 할 이야기가 많이 쌓였었거든요, 풀 수 있어 다행이에요.

 

반디 | 프로필에서 “낮에는 생활인, 밤에는 만화가”로 소개되고 있는 만큼, 이제 만화가는 작가님 인생의 반을 차지하고 있을 텐데요. 그런 만화가로서 작가님의 포부나 소망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난다 | 노후를 자주 생각하는데요. 가족을 이룬 자식들이 주말에 찾아오면, 다 같이 둘러앉아서 어묵탕에 맥주 마시면서 즐겁게 떠들고, 적금은 들고있니, 건강이 최고다, 부모의 잔소리도 좀 해주고…… 그러다 다음 날이면 ‘엄마 이제 마감해야 하니 다들 집으로 돌아가거라.’라고 말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좀 더 가까운 소망이라면 내년에도 출판사로부터 명절선물을 받고 싶어요.

 

반디 |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에게 5월 덕담 한 마디 부탁드려요!

 

난다 | 건강이 최고입니다.

 

 

 

난다

 

개인 블로그에서 연재하던 만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2010년 혜성같이 등장했다. 어눌하지만 섬세한 작화, 차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감성과 독특한 상황 속에서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능력으로 독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디어다음 ‘만화 속 세상’에 《어쿠스틱 라이프》를 연재했다.

 




Trackback 1 Comment 7
  1. 애독자 2013.05.21 09:44 address edit & del reply

    어쿠스틱라이프를 정주행, 역주행으로 몇 번이나 돌려보고 단행본도 다 산 애독자에요~ 시즌 시작 전에 이렇게 인터뷰로 보니 정말 반가워요ㅜㅜㅜㅜㅜ 새 시즌 시작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고 단기적인 소망, 소박하면서도 엄청 구체적이시네요ㅋㅋㅋ 꼭 명절 선물 받으시길!

    • 반디앤루니스 2013.05.22 10:02 신고 address edit & del

      후후. 우리 애독자들의 소망은 새 시즌 시작이죠?
      얼마 후면 6월입니다! 설레는 맘으로 기다려 보자고요.^^

      -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드림

  2. fiaa 2013.05.21 14:16 address edit & del reply

    아! 드디어 연재가 시작된다 :)

    • 반디앤루니스 2013.05.22 10:05 신고 address edit & del

      정주행, 역주행, 단행본 정독까지!
      연재 시작 전까지 할 일이 많습니다.^^

      -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드림

  3. 난다팬 2013.05.28 11:53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랜만에 난다님의 소식을 접하니 정말정말 기쁘네요!
    게다가 곧 돌아오신다니... ㅠㅡㅠ/
    단행본 5권까지 소식까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인터뷰였습니다.

  4. 난다팬 2013.05.28 11:54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랜만에 난다님의 소식을 접하니 정말정말 기쁘네요!
    게다가 곧 돌아오신다니... ㅠㅡㅠ/
    단행본 5권까지 소식까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인터뷰였습니다.

    • 반디앤루니스 2013.05.29 13:08 신고 address edit & del

      하하하. 그리 기쁘게 읽으셨다니 저희도 기뻐요.^^
      앞으로도 난다님 활동에 꾸준한 관심 보내주시기를!

      -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드림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37 -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Dear Son」

사랑하는 아들아
네 안에 항상 힘세고 뭐든 잘 하는 아빠가 있게 해 주렴
나를 닮은 아들아
넌 멀리 보게 되고 넓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렴

*
Album form 이승환, 『Dreamizer』「Dear Son」 중  


나에게 들리는 따뜻한 노래

이승환의 『Dreamizer』에 수록된 「Dear Son」은 2007년 방영한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시리즈 중 ‘안녕 아빠’ 편을 보고 가사를 썼다고 한다. 이승환의 노래에는 ‘가족’이 종종 등장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발표한 3집 『My Story』(1994)의 마지막 트랙은 「내 어머니」다. “어머니 날 아시죠. 외롭고 약한 나를 세상물정 모른다 하시며 걱정하셨죠. 하지만 이제 아니죠. 내 어머니 당신께 약속드릴 게 있어요. 이제부터 당신의 강한 아들이 될 수 있다고” 1997년 발표한 5집 『Cycle』의 「가족」은 광고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며 많이 알려졌다. “힘이 들어 쉬어가고 싶을 때면 나의 위로가 될 그때의 짐 이제의 힘이 된 고마운 사람들 어떡해야 내가 부모님의 맘에 들 수가 있을지 모르고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을 그냥 말하고 싶지만 어색하기만 하죠.”

(‘안녕 아빠’에서의 ‘아빠’는 남매의 아빠보다는 부인이 남편을 부르는 호칭으로서의 아빠라는 의미가 더 큰 것 같았지만)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떠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Dear Son」은 가사가 인상적이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라면, 아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고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진다. “너와 먹고 자고 씻고 입고 울고 웃고... 가르쳐줄 게 좀 더 남았는데...”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라는 부제를 단 <윤미네 집>은 전몽각 선생이 1964년부터 1989년까지 장녀 윤미씨를 비롯해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다. 1990년 약 1천부만 초판으로 출판되어 중고서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책이었다. 수집가들의 애도 꽤 많이 태웠다고 한다. 이 책이 2010년 빨간 옷을 입고 다시 세상의 빛을 봤다.  

책을 받아들고 집에 가는 길, 버스 안에서 사진을 훌훌 넘겨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것이 아버지의 시선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를 바라보는 그 따뜻한 시선이 가족들의 모습에서 반사되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이에 대한 신뢰와 사진 속에 있는 이에 대한 사랑이 끈끈하게 묶여 있었다. 전몽각 선생은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담은 것 같았다. 솔직히는 그렇게 따뜻한 시선 속에 자란 윤미씨가 부러웠다.  

누군가가 나를 그토록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혹자는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라고 말할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가끔이라도 그 시선을 느끼며 살 수 있었던가. 가족은 늘 아름답기만 한 이름이 아니다. 특히나 가족에서 태어나 가족으로 마감하는 우리네 가족들은 애증병존(愛憎竝存)의 장이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TV 속의 가족주의 신화를 들춰내지 않아도 좋다. 안에 있으면 벗어나고 싶고 밖에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감정은, 서른 해를 넘기고서도 계속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의 그들을 따뜻한 시선만으로 바라볼 수 없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머잖아 필자도 새로운 가족을 만들게 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자랄 즈음엔 <윤미네 집>을 떠올리게 될 거다. 그리고 그들을 사진 속에 담으며 다시 한 번 <윤미네 집>을 떠올리게 될 거다. 아마도.

덧붙임. 얼마 전 지인의 추천으로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을 읽었다. 여기에도 ‘심각한’ 가족문제가...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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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빨간來福 2010.07.15 22: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갑자기 관계없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에전 필리핀 가수로 프레디아길라 라는 유명한 이가 있었습니다. "아낙"이라는 곡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번안곡으로 나온 것이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였던 기억이....쌩뚱맞죠? ㅎㅎㅎ

    오랜만에 왔네요.

    • 반디앤루니스 2010.07.20 09:26 신고 address edit & del

      전혀요~^^, 필리핀 가수의 노래까지 아시는 내복님이 새삼 대단해보이네요!

      -현선 드림

  2. [버섯돌이] 2010.07.17 14: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자식 없이 이혼한 이승환에게 dear son이란... 하는 생각을 했었더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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