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4.01.24 [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2. 2011.05.24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 스무 살의 정체
  3. 2011.05.20 [료] 전경린, <바닷가 마지막 집>
  4. 2009.12.10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 자주 열어보고픈 소중한 책
  5. 2009.07.31 [반이소] 책에 매인 소녀 - 굼실이님 (2)

[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혜원
사진 제공 | 문학동네

 

같은 책이라도 전집(全集) 안에 들어가면, 새로워 보입니다. 책의 새로운 터전 같다고나 할까요? 위대한 문학전집이 세상에 나오면, 이 땅에 훌륭한 집 한 채가 지어진 것 마냥 우두커니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자꾸 보면 살고 싶어지는 것이 집입니다. 책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훌륭한 전집일수록 전부 다 모으고 싶죠. 그래서 전집은 ‘샀다’는 말보다 ‘장만했다’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세계문학전집과 한국고전문학전집을 출판한 문학동네에도 새집이 들어섰습니다. 하얗고 튼튼한 스무 권의 책들입니다. 김승옥의 단편 10편이 수록된 1권부터 2009년에 나온 박민규의 <카스테라>까지. 스무 권을 아우르고 있는 시대는 사실 모호합니다. 문학동네의 신형철 편집위원은 한국문학전집의 발간을 기념하며, 선정 기준을 밝혔습니다.

 

 

 

 “’문학성’입니다. 문학동네가 소설을 출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신뢰하는 기준은 ‘서사의 힘’입니다.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이야기가 밝혀서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작품이 어느 정도 독자들과 소통했는지, 한 시대의 사회적 징후를 대표적으로 보여줬는지 하는 ‘문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박완서를 읽고 자랐고, 모두가 박완서를 읽으며 세월을 났다.” (400쪽)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세 번째 책, 박완서의 대표 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에 쓰인 문학평론가 차미령의 해설입니다. 세월을 함께한 책을 전집으로 다시 보는 기분은 어떨까요?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2014년에 나온 ‘새 책’이기도 합니다. 이 전집을 계기로 누군가는 한국문학 입문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통해 ‘한국문학이 이런 거구나.’라고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세대의 한국문학 독자, 한국문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속에 정착되도록 하는 게 문학 출판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종연 편집위원의 바람이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출간하는 중요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우선으로 발표된 스무 권 외에 앞으로 전집에 입주 예정인 이웃도 궁금해집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문학동네 편집위원들은 자신감 있게 입을 모았습니다. “전집을 만든다는 것이 기존에는 정서를 확정 짓는 대단히 권위적인 작업이었습니다. 문학동네는 좀 더 동시대 독자들과 호흡할 여지를 많이 남기고자 합니다. 조금 더 유연하게. 어떤 작품은 전집으로 묶기엔 조금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동시대의 작품 중 앞으로 어떤 것이 한국문학전집에 포함될 것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는 맨 처음 기준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모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문학동네의 자신감 표현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문학전집을 장식하는 표지에는 한강 사진이 있습니다. 낯선 풍경의 한강을 아름답게 찍는 이대원의 사진입니다. 문학동네가 기록할 한국문학전집의 역사가 한강의 물결을 따라 굳세게 흘러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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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 스무 살의 정체

 

 
전경린 |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 문학동네 | 2002

 

 

생의 시간을 분절하는 단위인 ‘나이’ 중에서도 유독 큰 의미를 갖는 숫자가 있다. 첫 번째가 스물, 그 다음이 서른이다. 스물과 서른은 ‘청춘’을 표상하는 나이임에 틀림없다. 서른이 농익은 청춘이라면 스물은 이제 막 망울을 터뜨린 청춘일 게다.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은 그 시작되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고, 이 다음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몰랐던 스무 살 여자애였다. 세상은 텅 비어 있었고 무엇을 해도 심심했고 아무것도 긍정할 수 없었다. 다만 아주 막연히 어딘가로 가고 싶었다." (7쪽)

 

시작되는 청춘에는 으레 성장통이 따른다. 생이란 너무도 사소해서 이걸 하든, 저걸 하든, 뭔가를 하든, 아무것도 하지 않든 차이가 없다 깨닫게 되는 순간 성장통은 스무 살에게 존재를 알린다. 자다가 느닷없이 다리에 쥐가 나듯, 예상치 못한 통증을 겪게 되는 것이다. 스무 이전의 이들에게 스무 살은 유예시켰던 자유 되찾는 지점이며, 무엇이든 있는 가능성 약속이다. 한편 스무 이후의 이들에게는 영화의 흔적만 남은 성터 같은 혹은 되새기기도 끔찍한 어젯밤의 악몽이다. 정작 스무 살의 실제는 어떠한가. 준비 없이 주워진 방대한 자유 무위에 대한 초조, 선택항이 너무 많은 가능성 사실은 어떤 선택도 없는 막막함으로 바뀌어 버린다. 웃는 낯을 하고서는 매질을 하는 셈이다.

 

"스무 살이란 원래 막막하라고 있는 나이 같았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있는 나이……" (83쪽)

 

스무 살 여름을 맞은 수련은 방학 동안 무엇을 하든 집 바깥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엄마의 고함 소리와 위협적인 아버지의 침묵, 법석을 떠는 어린 동생들, 자궁암으로 앓아 누운 할머니, 집 안 곳곳에 밴 악취로 대변되는 수련의 집은 누구든 기어이 수돗가로 달려가 구역질을 할 만한 곳이다. 수련은 우연한 기회로 연극을 시작하게 되고 그곳에서 스물과 서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성장은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고독이며 비밀이다." (31쪽)

 

수련과 함께 연극을 하는 이들은 모두 어딘가 비틀린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비틀린 삶이란 말은 옳지 않은지도 모른다. 어디에도 온전한 삶은 없으므로. 그렇게 그들은 좁고 더운 소극장 안에서 고독하고 비밀스러운 성장을 하고 있다. ‘이 세계에 대해 가정하지 않고, 이유를 묻지도 않으며 그냥 묵묵하게 사는어른들과는 달리 성장하는 청춘들은 세상 모든 것에 가정과 의문을 품은 채 여기저기 부딪히고 까져가며 지금을 살아낸다.

 

"누가 스무 살을 그 자체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머릿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자신조차 모르는 무정형의 존재를……" (35)

 

내게 스무 살은 그 숫자가 가진 상징을 감당해야 한다는 이상한 당위에 빠지기 쉬운 나이였다. 세상이 멋대로 부여한 빛나는 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경험을 가져야 할 것 같았다. 그것을 갖지 못한 나는 때로 초조하고 울적해졌다. 밀어도 가지 않는 시간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스무 살인 나는 스무 살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역시나 그것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이제는 어렴풋하게 말할 수 있다. 스무 살은 스무 살 일뿐이라고. 그러니까 그것에 어떠한 주석도 달 수 없다고.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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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 전경린, <바닷가 마지막 집>


 

 

전경린 | <바닷가 마지막 집> | 생각의 나무 | 2005

 

 

여자애는 책읽기를 좋아한다. 언젠가, 세상에서 길을 잃어 빛 하나 없는 어둠 속에 있을 때, 그때 책의 구절들이 수많은 반딧불처럼 되돌아와 여자애의 길을 밝혀줄 거라고 엄마가 말했기 때문이다. 또 책은 세상에 더 힘겨운 고통과 더 환한 기쁨과 더 깊은 의미와 더 귀한 가치가 있으니 쉽게 절망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고 언제나 새로워질 힘을 준다고 하였다.

 

전경린, <바닷가 마지막 집> 중 밤의 나선형 계단

 

 


언젠가부터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문장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책의 한 귀퉁이를 접어놓는 습관이 들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자그마한 노트들에 쓰여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나는 문장수집이라 불렀다. 문장수집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지만 이 문장을 만났을 때야 비로소 문장수집의 온당한 이유를 부여받은 기분이었다. 내가 수집한 문장들은 어떤 경로, 어떤 형태를 통해서든 내게 '울림'을 준 것들이다. 문장들은 내 안에 스며 있다가 때를 만나면 하나씩, 혹은  여럿이 툭툭 튀어나왔다. 늘 누군가와 그것들을 나누고, 함께 이야기 하고 싶었다. 고적한 취미로 때로는 자학의 습관으로, 오른손 셋째 손가락이 움푹 패이도록 써두었던 문장들을 여기에 부려놓는다. 기억나는, 기억하고픈,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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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 자주 열어보고픈 소중한 책

 

원재훈,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예담, 2009


이름만으로도 한국 문학의 상징이 되는 작가들. 그들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설렘을 준다. 박범신이 만난 젊은 작가들에 비해 원재훈이 만난 작가들은 가장 적은 나이가 마흔인 중년을 훨씬 넘어선 작가들이다.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확고한 신념이 있는 작가들이라고 하면 맞을까 싶다. 21명의 작가 중 정현종 시인을 시작으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아서 다소 흥분된 책읽기를 시작하였고 끝까지 그 기분은 계속되었다. 책은 1~2년 전 원재훈이 직접 작가들을 인터뷰한 글들을 엮어 놓았다. 인터뷰한 장소는 주로 서울이나 일산이 많았고 도종환과 김용택은 작가의 집으로 저자가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한 잔의 차나 술잔을 마주하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하면서 문학과 사랑, 삶,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유명인이나 다름없기에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사실도 많았지만 김연수와 시인 문태준이 고교 동창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언제나 책을 처음 만났던 그 때의 나와 작가를 기억하고 있었던 때문인지 은희경이 쉰을 넘겼고 정호승 시인이 예순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작가들에게는 언제가 책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법. 많은 책들이 언급되었고, 정현종이 언급한 <카프카와의 대화>를 꼭 만나봐야겠다 생각했고, 정호승의 만나지 못한 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세련된 외모의 은희경이 어린 시절 왕따를 당하고 아버지의 사업이 안 좋아서 야반도주의 경험을 <비밀과 거짓말>로 썼다니 그 소설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전 소설가로 사는 게 좋아요. 이것만 잘하면 되니까 말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산문을 쓰기로 했어요. 이제 좀 다른 장르의 글을 쓰는 법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이제는 여러 가지 상황이 바뀐 것 같아요. 전 이제 문학소녀가 아니라, 일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여러 장르의 글을 소화해내는 것도 능력이죠.”(86쪽) 이제 그녀의 산문을 읽을 준비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삶을, 오늘을 노래하다

책의 제목은 윤대녕의 말을 썼다. 그는 어린 시절 조부모 밑에서 자랐고 조부를 문학의 아버지라 할 정도다. 그리고 그 시간을 이렇게 말했다.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어요.” 그는 자신의 소설을 오늘이라고 한다. “모든 인간은 다 죽습니다. 죽음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확실한 미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삶을 이야기하지요. 그것이 바로 오늘 입니다. 나는 이 오늘을 씁니다.”(113쪽) 그가 쓰는 오늘은 작가이며 독자이기도 한 것이다. 아, 윤대녕의 단편 <못구멍>을 다시 읽고 싶어진다.  

딸과 함께 다녀온 인도 여행을 풀어 놓는 전경린의 글 속에서는 왠지 평온함이 느껴진다. <엄마의 집> 이후로 그녀의 글에서는 불안보다는 안정감과 따뜻함이 나타나지 않을까. “글쓰기의 한가운데에서 글쓰기의 행복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럼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지 않는다면 내가 뭘 선택할 수 있을까 라는 반문을 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어떤 일을 해서 먹고 살 방편을 마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지요. 그래서 쓰고 또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426쪽) 혼자서 써야 하는 외로움과 고단함의 시간이 얼마나 많았으며 그 안에서 자신이 쓴 글에 만족한 시간은 또 얼마나 될까. 

아직 소설이나 시로 만나지 못한 작가도 있다. 윤후명의 작품은 몇 번 만났지만 읽다가 손을 놓았던 기억이 있고, 김선우의 산문집도 그러하다. 김선우가 쓰는 동안 쓰고 싶은 소설이 세 권이나 몸으로 들어왔다는 <나는 춤이다>가 궁금해진다. 읽는 동안 행복했던 이유는 원재훈의 글에도 있다. 시인이라 그런지 무척 감각적이고 섬세했으며 같은 공간을 묘사한 부분도 작가마다 그 느낌에 따라 달랐고 독자가 작가들 더 사랑하도록 공들여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인터뷰 하는 내내 작가들도 무척 행복했을 것 같다. 친구이자 선후배를 만나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열심히 자신이 쓴 작품과 삶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그 자체로도 소중하므로. 내게도 자주 자주 열어보고 싶은 또 하나의 소중한 책으로 남는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자목련’님은?
저는 그저 폭넓은 책읽기를 꿈꾸는 사람이며, 책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는 자목련님이 나감책으로 선정한 책입니다. 자목련님 나감책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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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소] 책에 매인 소녀 - 굼실이님


어느덧 7월의 마지막 날. 2009년의 절반도 훌쩍 넘었습니다. 새삼스레 ‘잘 지내고 계시죠?’란 질문이 하고 싶네요. ‘잘’이란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겠죠? 그냥 오늘 손에 쥔 책이 있고, 책에 대해 말할 친구가 있고, 자기 전 생각나는 사람 있으면 잘 지내시는 겁니다. 스마일~/(^^)/ 오늘 본격적으로 더운데, 제가 더위를 날려줄 이웃 한 분을 모셨습니다. ‘굼실이’님입니다. 자자, 시작해볼까요?  


굼실이님의 블로그 소개 부탁드려요.

음~ 일단 블로그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네요. 맨 처음 포스트가 아마도 시립미술관에서 했던 ‘피카소전’ 후기였을 거예요. 사진만 몇 개 갖다 붙여놓은, 정말 소소한 일상만 끼적거리다 본격적으로 블로그 안에 ‘book review’란 카테고리가 생긴 건, 작년 1월 말쯤이었답니다. 카페를 통해 리뷰단 활동을 하면서 1,000자 리뷰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1년 반쯤, 한 달에 10편 이상 꾸준히 리뷰를 올리다보니 이제는 자신 있게 제 블로그의 색은 책 리뷰랍니다, 라고 말할 정도가 되었어요. (하핫;) 요즘엔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윽! 이대론 안 돼, 란 마음에 자꾸 주춤하기도 하지만 제 블로그의 색을 잃지 않으려고 고군분투 중이에요. 

굼실이의 블로그 castle in the air는 말 그대로 공상의 집이랍니다. 책을 읽고 공상의 놀이터에서 뛰어 노는 거죠. 때론 맛있는 거 먹고 온 이야기, 재밌는 거 보고 온 이야기도 들려드리고요. 맨 처음 블로그를 열 때 마음 그대로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도 잊지 않으려 해요. 이건 비밀이지만, 힘들어 죽겠단 투정도 몰래몰래 하곤 한답니다.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좋아하는 작가 참 많죠~잉. 하지만 그중 가장 사랑하는 작가라면 곧 장편 소설을 갖고 돌아올 ‘전경린’ 작가입니다. 지금은 교보에서 ‘풀밭 위의 식사’란 제목으로 장편 연재중이죠. (꼭 챙겨봐야지 했건만, 결국 종이책으로 나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무 살의 고통에 같이 몸부림치던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으로 만나,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를 읽으며 깊이 빠져들었다는 후문이…. 독특한 느낌의 문장을 소설 속에 많이 감춰두는 작가에요. 이번 연재소설 중 ‘고래와 기린같이 다르다’는 문장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기억에 오래 남더라고요. 전체 이야기가 아닌 (생뚱맞게도) 한 문장으로 기억하게 하는 작가란 생각을 해봅니다. (전 아직도 <난 유리로 만든...>책만 생각하면 일만팔백구십육 칼로리의 초콜릿이 생각나요.) 

아! 한 분만 더요. 아신다는 분은 다 아신다는 그 분, 아니 에르노입니다. 오직 자신이 체험한 것만 글로 쓴다는 프랑스의 여류 작가에요. 우리나라에는 <탐닉> <단순한 열정> <집착> <칼 같은 글쓰기>등이 번역되어 있고요. 에르노를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정말 솔직한 글을 쓰거든요. 글을 쓸 때 보는 사람을 의식하며 고쳐나가는 저로서는 배우고 싶은 글쓰기를 하는 작가죠. 글을 통해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녀가 참 멋있어 보여요. 파격적이지만 강렬함을 맛보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아니 에르노.

늘 마음속에 있는 책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근래 만난 책이지만 강하게 어필된 책이 하나 있어요. 먼저 들어보세요.

장미꽃은 내 눈을 불태운다/ 가시면류관을 쓴 성자처럼 나를 목마르게 한다
어지러움에 잠겨 바라보는 뜰 위로/ 장미꽃이 부르는 붉은 목소리
장미꽃을 움켜쥐면/ 내 핏줄을 타고 고압의 전류가 흘러들리라
피, 피에 목마른 샘/ 장미꽃이 가르치는 저주
나는 이미 붙들렸다 타오르는 장미의 입술이/ 나를 마신다 내 피를 마신다
내 살갗을 가르고 무섭게 피어나는/ 장...... 미...... 꽃

남진우 시인의 ‘장미’라는 시예요. 우연히 알게 된 시 하나 때문에 사게 된 시집 <죽은 자를 위한 기도>에 나오는 시죠. 시를 잘 알지도, 즐겨 읽지도 않는데 왠지 오늘 이 대답에는 이 시집을 얘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안도현 시인의 시만큼 쉽게 와 닿는 시는 아니지만 왠지 마음 한 구석을 징하게 건드리는 시가 많이 들어있어요. 전체적으론 어둑하면서 강렬한 느낌을 가지고 있죠. (사실 이런 느낌의 책들을 좋아한답니다.) 

‘늘’의 답은 <어린왕자>예요. 전 4시에 올 당신을 기다리며 3시부터 두근거리며 살고 있는 풀밭의 여우거든요. (응?) <어린왕자>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의 책이에요.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알려주기도 하고, 진짜 관계란 이런 거라고 속삭이기도 하죠. 세상일에 휩쓸려 잊고 있던 소중한 걸 다시 마음속에 담아주기도 해요. 아마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책 한권을 누가 물어본다면 그 답은 <어린왕자>일거에요. 

최근 읽고 계신 책은 어떤 책인가요.

최근엔 ‘사랑’이 주제인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요 근래 읽은 목록을 훔쳐보니 필립 베송의 <이런 사랑>, 오현종의 <너는 마녀야>, 한스 에리히 노삭의 <늦어도 11월에는>. 세 권 모두 독특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라, 여름 밤 잠도 들지 않을 때 추천해드려요. 사랑, 그거 너무 진부하다고 하지만 인류가 태어난 이후로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주제잖아요. 읽을수록 새롭고 빠져드는 걸 보면 이 세상에 같은 사랑은 없다란 말이 틀린 건 아닌가 봐요. 

오늘은 막 미뤄둔 비카스 스와루프의 <6인의 용의자>를 마쳤어요. 역시 이야기꾼답게 1/3쯤 넘어가니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추리와 역사와 문화를 어우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직접 만나보셔야 한다니까요. 오늘부터는 며칠 전 발견해 바로 구입해버린 대작! 무려 1000페이지의 <셜로키언을 위한 주석 달린 셜록 홈즈>를 읽을 거랍니다.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웃음이 가시질 않는 책이랍니다~ 흐흐.

책 말고 다른 관심 분야는 무엇인가요?

책에 매인 소녀에게 다른 관심 분야를 물으시니...! 전 두루두루 얇은 흥미를 가진 사람이랍니다. 영화 보는 것 좋아하고요. (블록버스터, 유명세 탄 작품은 좀 기피하는 편입니다. 인디 느낌의 영화들을 좋아해요. 좀 오래된, 빛바랜 영화들도 좋아하고요.) 노래 듣는 것 좋아합니다. 중고딩 때 사 모은 CD들이 방구석에서 나 좀 봐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요. 자연의 품에서 노닥거리는 것도, 문화의 단맛에 빠지는 것도요. 맛있는 음식 먹는 것도 좋아하고요. 맛집, 맛있는 디저트를 파는 카페 찾아다니는 짓도 종종 한답니다. 같이 하실 분 손! 


나는 요 재미로 산다! 최근의 낙(樂)은 무엇인가요?

일단 최근에 외삼촌으로부터 넷북을 선물 받았어요. 요새는 요거 들고 다니면서 쓰는 재미가 쏠쏠하죠. 카페에 앉아서 노트북 켜고 뭔가 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는데! 이젠 저도 할 수 있단 말이죠 후후. 데스크톱보다 작아 불편한 감도 있지만, 휴대하면서 작업할 수 있단 즐거움은 정말이지! 

요 며칠은 전쟁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보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했어요. 총 10부작인데 처음엔 좀 지루한가 싶더니, 전쟁 영화의 스펙터클함 + 훈훈한 전우애의 감동이란. 아기자기한 로맨틱 영화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했답니다. 액션이나 전쟁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전 윈터스 소령님이 참~ 좋았다죠. 아! 상상마당에서 매주 화요일에 듣고 있는 ‘우리말 달인의 건방진 글쓰기’ 강의도 재밌게 듣고 있어요. 듣는다고 당장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내용을 배우니까 공부도 즐겁다는 걸 깨달았죠. 

마지막 질문. 굼실이님의 인생 최고의 순간을 하나 꼽으라면요.

2008년 1월 마지막 주 어느 날이요. 이 때 우연히 네이버후드에서 ‘책좋사’란 카페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카페에 가입하면서 저에게 책과 만나는 제2의 세상이 열렸죠. (좀 과장하자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도 하고. 책 관련 행사에 참석도 하고. 막연하게나마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단 결심도 하게 되고요. 그 시작점이 된, 컴퓨터를 뒤적거리던 순간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참, 31일 교보 본사에서 진행하는 전경린 작가 낭독회에 당첨되었다는 메일을 조금 전에 받았는데, 아마 31일 저녁 때도 최고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3년 이상 좋아해 온 작가님을 드디어 만나볼 수 있는 날이니까요. 그 동안 다른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많이 참석하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 날 그간의 회포를 다 풀고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이렇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이 최고의 순간은 아닐까 싶네요. 여기까지 굼실이었습니다^^  

자, 이젠 굼실이님의 블로그에 놀러 가볼까요? [요기] 꾹 눌러주세요~ ^^

*'반이소'는 또 다른 블로거와 함께 2주 후에 찾아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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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n'A 2009.07.31 13:3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반디님~~!
    오후 잘 보내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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