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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08 <에곤 실레> - 벌거벗은 자화상을 생각하다

<에곤 실레> - 벌거벗은 자화상을 생각하다

 

장루이 가유맹, <에곤 실레>, 시공사, 2010 


 

한 남자가 거울 앞에 서 있고, 그 눈이 거울에 비친 자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더 자세히 보면, 그 눈이 다시 나-보는 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결국 거울 앞에 서 있는 자신과 거울에 비친 자신, 그 모두를 보고 있는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인데요. 이렇듯, 자아(自我)와 타아(他我) 그리고 타자(他者) 사이를 오가는 예민한 시선이 바로, ‘불안과 매혹의 나르시시스트’ 에곤 실레 그 자체가 아닐까 합니다. 

 

    
 에곤 실레(Egon Schiele), <팔로 머리를 비틀고 있는 자화상>, 1910년


“각 시대마다 예술가는 그 시대의 삶의 단편을 드러낸다. 그리고 바로 예술가라는 개인적 존재의 위대한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에곤 실레

기존의 관념이나 사상을 일소하려는 의지 너머로, 존재론적인 경험을 새로운 예술의 ‘원칙’으로 삼으려는 갈망을 지니고 있었던 에곤 실레. 그에 따르면 “예술가는 규칙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에게로 향하며 특히 자신이 만질 수 있는 것, 즉 자기의 육체로 향” (29쪽)합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자화상을 통해 그려낸 그의 벌거벗은 육체는 이미 ‘살의 매력’을 상실한 표현의 매체에 불과하며, 그 자체의 물질성이 아닌 영혼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다시 말해, “육체를 다듬어 표현하기보다는 그대로 인정하며 장식으로 꾸며진 육체를 지우는 그의 욕망은 육체에 상처를 입히고 그 정체를 폭로” (149쪽)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거울 앞에 서 있는 에곤 실레의 모습이 거칠고 뒤틀린 터치로 육체를 드러내고 벌거벗은 영혼의 시선으로 누군가를 응시할 때, 그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어떤 불안과 매혹에 휩싸여 그 시선을 피하지 못하는 내가 있다면, ‘나’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단 한 번이라도, 이토록 단호하고 고통스럽게 온전히 벌거벗은 자아와 대면해본 적이 있는가.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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