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4.11.18 [서점에서 만난 사람] 여행을 이해하는 방식 - 다카하시 아유무
  2. 2014.09.11 《야만스러운 탐정들》 - 詩를 위한 시간
  3. 2013.12.03 [서점에서 만난 사람]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임으로 - 《우리 모두 틀림없이 다르다》의 저자 인터뷰
  4. 2009.11.26 <섬> - 외롭지 않다. 나는 자유다 (4)
  5. 2009.05.19 그늘의 발달 - 생의 태초의 순간을 갈망하며

[서점에서 만난 사람] 여행을 이해하는 방식 - 다카하시 아유무

 

 

 

정처 없이 떠나길 주저하지 않는 남자가 있다. 이상과 현실? 굳이 구분하지 않는단다. <러브 앤 프리>로 청년들의 마음을 불 쏘시던 그가 이번엔 좀 더 짜릿한 이야기를 들고 나타났다. 가족 모두가 함께한 세계 일주 여행기를 들려준단다. 2008년, 캠핑카 몰고 무작정 떠났던 그 여행은 2013년이 돼서야 종지부를 찍었다. 새 책 <패밀리집시>에는 종횡무진이던 그 여행의 소소한 기억들이 녹아들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유로운 남자' 다카하시 아유무. 그가 조금 부럽다. 궁금해진다.

 

"안녕하세요 다카하시 아유무씨. 이렇게나마 인사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몇 가지 응답으로 인해 <패밀리집시> 책에 담지 못한, 다카하시 아유무의 안부와 궁극적인 메시지를 한국의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메일을 드립니다."

 

라는 메시지를 그에게 건넨 지 어언 3개월. 당시 금방이라도 답변을 전해 받을 줄 알았건만 일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고…. 급기야 인터뷰를 요청했던 사실도 회신을 기다리는 일도 까맣게 잊힐 즈음. 어느날 아침 출판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다카하시 아유무씨가 한국에 오기로 했답니다.” 기다리다 돌부처가 되기 직전, 단비 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는 나는 그길로 폴더 깊숙이 숨겨 놓은 질문지를 출력해 그에게로 달려갔다. 마치 꼭 만나야 할 사람을, 원래부터 오늘 만나기로 한 것처럼.

 

“반갑습니다, 아유무상!”

 

Editor_김민경 |Photo_다카하시 아유무

 

 

프로필_다카하시 아유무

작가이자 자유인. 197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26세에 결혼을 했고, 결혼식 3일 후 아내와 둘이서 세계일주에 나섰다. 2년여 동안 남극에서북극까지 세계 수십 개국을 방랑한 끝에 귀국한 그는 2000년 12월오키나와로 이주. 동료들과 함께 카페 바&해변의 여관 '비치록하스'를 열었으며, 출판 펙토리 'A-Works', 전 세계에 음식점을 개장하자는 'Play Earth'를 운영하는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8년에는 결혼 10주년을 기념하여 가족 세계일주 여행을 떠났으며 여행을 마친 후 현재 하와이로 이주해 살고 있다. 저서로는 <러브 앤 프리><패밀리집시><인생의 지도> <어드벤처 라이프> 등이 있다. 작가의 공식 웹사이트 www.ayumu.ch

 

 

Q. 여행을 마치고 현재 하와이에 머물고 계시잖아요. 잠깐 거치는 ‘여행지’로서가 아닌, 실제 그곳에 집을 마련하고 거주하며 느끼는 하와이는 어떤가요. 애써 ‘여행자’로서의 마음을 유지하려고 하는지, 혹은 그곳 ‘주민’으로서 하와이를 바라보게 되는지.

 

원래 한 군데 오래 머물며 생활하는 듯한 느낌으로 하는 여행을 좋아해요. 특히 ‘패밀리 집시’는 가족 전체가 함께했던 여행이었는데, 여행한다라고 의식하기보다 가족 전체가 좋아하는 곳에서 한 번쯤 살아본다는 마음으로 임했죠. 여행자일 때는 현지에서 그 사람들을 만나고 끝나는 관계인데 반해, 생활하게 되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사이 혹은 동료가 되기도 해요. 크게 변화는 없지만 주변 관계에 대한 부분이 ‘여행’과 ‘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흔히 사람들은 하와이에 ‘알로하 마인드’가 존재한다고 말해요. 실제로도 공감하는 부분인가요?

 

이전에 오키나와에서 8년 정도 산 적이 있어요. 재미있는 건, 하와이와 오키나와가 많이 닮아있다는 거예요. 알로하 마인드처럼, 그곳 사람들 모두 ‘작은 일에 서로 신경 쓰지 말고 웃으면서 잘 해나가 보자.’라는 마음가짐이 짙게 깔렸죠. 하와이와 마찬가지로 자연재해가 실제 빈번했던 곳이라, 큰일이 있을 때에도 나만 생각하지 않고 서로 도우면서 하자라는 생각이 강해요. 물론 사람마다 각자 정의하는 ‘알로하 마인드’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 알로하 마인드란? 웃으면서 함께 잘 해나가는 것이죠.


 

 

photo by_ayumu

 

 

Q. 요즘의 일상은 어떠한가요. 매일이 다르겠지만, 문득 그곳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시간 쓰임이 궁금합니다.

 

 

 

photo by_ayumu

 

 

우선 아침 6시에 일어나요. 오전 중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해변에 나가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하죠. 집 앞에 해변이 3개 정도 있는데, 거의 매일 아침 70%에 가까운 확률로 돌고래가 찾아옵니다. 해변 입구까지 오는 바람에 바로 앞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죠. 전 세계에서 이러한 생활이 가능한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전 중에 돌고래가 나오면 돌고래와 수영을 하고, 안 나오면 낚시를 하거나 서핑, 혹은 패들 보트를 탄다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집으로 영어 선생님을 초대합니다. 가족 4명이 모두 영어 회화를 공부하고 있어요. 남은 시간 동안에는 책을 쓰기도 하면서 저만의 일을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빼놓을 수 없어요. 제게는 소라와 우미 두 명의 아이가 있는데, 직접 그 아이들을 가르친답니다. 제가 잘 못 하는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치는 건 아니에요.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려 해요. 경계하는 건 꼭 이런 인생을 살라고 이야기하진 않아요. 저 또한 여러 사람의 인생을 듣고 또 보면서 그중 하나를 제가 선택한 것이기에, “이런 인생도 있어.”하고 그 많은 인생을 들려주고 보여주려고 하죠. 그렇게 해가 지면 저녁을 먹고, 일하고 자는 ‘패턴’이에요.

 

 

Q. 책 얘기를 해 볼게요. <패밀리집시>를 먼저 읽고 <러브 앤 프리>를 읽었어요. 두 책을 통해 다카하시 아유무씨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어요. <패밀리집시>의 글을 통해 느낀 점은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졌다고 할까요? 글도 더 담백해졌고, 심리적으로도 그렇게 느껴져요. <러브 앤 프리>에서 자신의 감정에 집중했다면, <패밀리집시>에서는 중심이 ‘내 안’이라기보다 ‘자연’ 그 자체에 맞춰졌다는 느낌이었죠. 변화가 느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읽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요. 방금 말씀해 주신 부분에 더 많이 공감한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중심은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제 책은 독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것 같아요. 어느 시기에 어떤 마음일 때 책을 읽었는지에 따라 공감하는 게 모두 다를 거예요. 예를 들면 <패밀리집시>의 경우 미혼인 독자가 읽었을 때와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독자가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요. 물론 그것이 좋다 아니라는 말은 아니고요.

 

 

Q. 책 뒷부분에 아내가 쓴 편지글이 눈에 띄어요. 남편과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글 말이에요. 사실 본문의 내용으로만 보아서는 물리적인 힘듦이 드러나진 않잖아요. 아내가 쓴 글을 보고야 알 수 있었죠. “이번 여행은 정말로 매일 힘들었을 거야.”라는 글귀도 와 닿았고요. 가장으로서 이번 여행을 하며 가장 주안을 둔 점은 무엇인가요. 또 여행 중, 개인적으로 힘든 점이 있었다면.

 

일단 기본적으로 가족 여행뿐 아니라 늘 여행할 때마다 생각하는 게 있어요. 굳이 무엇인가 얻어야 한다고 생각 하지 않아요. 간혹 세계 일주를 하는 분 중에는, 엄청난 여행을 했으니까 주변에 대단한 걸 얘기해야 하고, 스스로 변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저의 경우 근본적으로는 그 여행을 끝마치고 집에 왔을 때 ‘아 이번 여행이 즐거웠어.’ 하면 그걸로 끝이죠. 이번에도 출발 전부터, 여행이 끝났을 때 “즐거웠다.”라고 가족들과 얘기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어요.

 

한 가지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이번 여행은 온종일 캠핑카로 이동하다 보니 운전이 가장 큰일이었죠. 제가 운전을 굉장히 못 한답니다. (웃음) 만약 친구와 함께 갔다면 번갈아가면서 운전했을텐데 가족들과의 여행이라 아무도 운전을 대신해 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몇 만km를 혼자 운전해야 했죠. 나중에는 운전하면서 들을 새로운 노래가 없더라고요. 음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인데, 일본 밴드인 블루하트 음악과  로큰롤이 그 긴 운전길을 달래주었어요.

 

     

 

 

Q. 책을 쓸 때 보통 어떤 방식으로 집필하나요.

 

제목을 먼저 정하고 ‘이제부터 쓰자!’ 생각하진 않아요. 그때마다 느끼는 것을 수시로 적곤 하는데, 나중에 이것들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요. 평소에 생각했던 걸 모은 뒤 ‘자, 이제 이것들의 제목을 뭐로 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편이죠. <러브 앤 프리>를 처음 펴냈을 때에는 사람들이 제 책을 많이 읽고 사랑해주던 시기가 아니었어요. <패밀리집시> 같은 경우 <러브 앤 프리>를 출간하고 10년 정도 지난 다음 쓴 책인데, 팬들이 생긴 후 쓴 책이라 어쩌면 멋을 부리면서 쓴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거예요. (웃음)

 

 

Q. 새 책의 제목을 패밀리집시라 정했는데요. 다카하시 아유무에게 집시란 어떤 의미인가요.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가고 싶은 곳에서 기한 없이 생활해 보는 게 아닐까요. 저는 갈 곳을 미리 정해놓고 계획을 세워 움직이지 않아요. “자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생각하는 게 당연한 삶이 되도록 생활해 왔죠. 아내도 결혼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4~5년 동안 전 세계를 캠핑카로 여행하다 보니 이렇게 집시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래서 솔직히 얘기하면, 이 집시 생활의 끝이 하와이가 아니에요. 언제가 살아보고 싶은 곳이 생기면 또 다시 터를 옮기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16살이 되면, 독립시킨 다음 다시 한 번 아내와 떠나고 싶어요. 신혼여행하며 쓴 책이 <러브 앤 프리>였고, 결혼 10주년을 기념해서 한 여행이 ‘패밀리 집시’였다면, 아이들의 양육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한 번 기억에 남을만한 여행을 하고 싶어요.

 

 

Q. 아이들이 아빠처럼 세계를 여행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면요. 적극 지지할 건가요.

 

아이들에게 항상 말해요.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뭐든지 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게 무엇이든지 상관없어요.

 

 

Q. 아주 본질적인 질문인데요. 다카하시 아유무씨가 궁극적으로 자유를 추구하고, 이를 실행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데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을까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해 주세요. 무엇이 다카하시 아유무씨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요.

 

뭔가 자유를 말하기에 이상할 정도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어머니는 유치원 교사였죠. 부모님이 교사였기에 방학 때면 늘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늘 제게 하던 말이 있었어요. “뭐든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만들어 봐.” 어머니께선 “오늘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었니?”라고 물어보았고요. 그 시절의 저는 흥미로운 일을 꼭 만들어서 집에 가 그걸 들려드려야 할 것만 같았죠.

 

 

Q. 흔히 여행한 뒤에는 일종의 후유증 같은 게 남잖아요. 어떻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나요. 괴리감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면?

 

오히려 저는 여행하는 중에 일본에 더 돌아가고 싶어져요. 평소 돌아갈 곳이 있기에 여행이 즐겁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 여행도 즐거울 테지만 이상하게 도쿄 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 잘 갔다 왔다.’ 하면서 마음이 놓이고 안심이 돼요. 특별히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후유증은 없고요. 도착했을 때 여기서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또 여행을 마친 뒤면 토크 콘서트 등 바쁜 일상이 기다리기에 후유증을 느낄 새가 없어요. 때때로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계속해서 여행 한다라고 느끼는 거죠.

 

 

Q.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체 계바라 책을 추천합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감독, 미아자키 하야오의 책도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영화와 영상이 명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그러한 작품들을 만들었는지 기술한 책도 출간되었어요.

 

               

 

 

Q. 지구 곳곳을 여행해 봤잖아요. 혹시 '지구' 이외에 다른 '행성'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는지요. 이를테면 우주여행 같은 것 말이죠.

 

굉장히 흥미 있습니다. 최근에 일본의 한 음료 회사에서 자사의 제품 광고를 위한 우주 여행을 제안한 적도 있었어요. 우주선 안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그 안의 작은 창문으로 지구를 바라보는 콘티였죠. 저는 '우주에 가보고 싶다.' 단지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지 조사를 한 적도 있어요. 구체적으로 비용이 어느 정도 드는지 알아봤는데 1,500만 엔을 내면 여행이 가능하다고 했죠.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놀라운 경험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Q. 아뮤무씨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가요.

 

저는 굳이 '이게 인생이다.'라고 한 길을 정해놓지 않아요.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항상 '이 순간이 최고야.'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죠. 저는 인생이 여행과 같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계획을 세워놓고 달성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두리뭉실하게 큰 방향은 정해두되 자연스러운 흐름에 내맡기는 것이죠. 그럼 나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펼쳐질 확률도 높아져요. '내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었구나.' 상상하며 사는 게 즐거워요.

 

 

Q. 현실과 이상의 간극도 존재하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저는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아요. 사실 그러한 발상이 제겐 없어요. 굳이 나누고 있지도 않고요. 물론 빚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내 이상은 높은데 이런 생활을 하고 있어.' 절망하기보다 빚을 갚을 수 있는 상황 안에서 '이상'을 꿈꾸며 살면 돼요. 저 또한 지금도 그런 생활을 하고 있고요.

 

 

Q. 누군가 '떠남'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어떤 조언을 하나요.

 

사실 그렇게 상담해 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어느 정도 답을 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후배들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상담해 오면 반대로 똑같은 질문을 당사자에게 해요. 결국 본인에게 질문하면, 어떻게 하고 싶다 답을 얘기하죠. 그럼 "그렇게 하면 되잖아!"하고 말해주죠. 한데 일정량 이상 술을 마시면 설교가 시작되요. (웃음)

 

Q. 끝으로 반디앤루니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로운 여행을! (愛する人と自由な人生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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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스러운 탐정들》 - 詩를 위한 시간

 

 

 

 

로베르토 볼라뇨 / 우석균 옮김 | 《야만스러운 탐정들》 | 열린책들 | 2012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읽었다. 읽었다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이 책은 마치 어린이 동화 속 주인공 여우가 그랬듯 조금씩 먹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처음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읽을 때는 1권의 끝 부분에서 포기하고 말았었다. 첫 번째 이유는 '아르투로'와 '울리세스'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했다. 두 번째는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제국과 '파블로 네루다' 제국 사이에 끼여 숨 쉴 수 없었던 상황에서 아르투로와 울리세스가 그리는 라틴 아메리카의 자유와 혁명의 이야기들이 내게는 아주 먼 나라 이야기처럼, 마치 유통 기한이 지난 통조림 날짜를 확인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나의 의심은 빗나갔다. 어느 순간 그들의 거친 자유 속으로 나도 모르게 빠져 들어갔다. 《야만스러운 탐정들》은 조국 멕시코에서 길을 잃은 아방가르드 여성 시인 '세사레아 티나헤로'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젊은 시인들의 이야기다. 자유와 혁명은 언제나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다. 야만적인 시대에 자유를 부르짖던 이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부조리와 부딪히며 살아가야 하는 억압된 현실의 고통과 닮았다.

 

이 소설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문학과 시인을 꿈꾸는 법대생 '후안 가르시아 마데로'의 일기로 시작된다. 가르시아는 내장 사실주의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알라모의 시 창작 교실에서 만난 '아르투로 벨라노'와 '울리세스 리마'의 시에 반하여 전위주의 그룹인 내장 사실주의에 가입하게 된다. 방황과 거침없는 자유,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으려는 반골 성향은 단숨에 가르시아를 사로잡는다. 그곳에서 다른 내장 사실주의자들을 만나며, 시와 인생, 청춘과 방황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1975년 12월 31일의 일기가 1부의 마지막이다. 킴(호아킨 폰트)이 창녀인 루페를 피신시키기 위해 아르투로와 울리세스에게 멀리 떠나 주기를 부탁했고, 킴의 임팔라 자동차에 갑작스럽게 가르시아가 뛰어오르면서 끝이 난다. 그 시각은 1974년 마지막 시각이자 1975년 최초의 시각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3부에서 다시 연결된다.

 

2부는 1976년에서 1996년까지 아르투로와 울리세스를 만났던 사람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로베르토 볼라뇨가 하고 싶었던 말이 가장 함축적으로 담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아르투로 볼라뇨'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얼터 에고, '울리세스 리마'는 볼랴뇨의 친구 '산티아고 파파스키아로'이기 때문이다. 볼랴뇨와 파파스키아로는 전위주의 그룹인 '인프라레알리스모'(밑바닥 현실주의)를 만들었는데, '내장 사실주의'가 그 모델이라고 한다. 아마도 볼라뇨는 내장 사실주의를 통해 자신이 꿈꾸던 문학과 몰락하는 문학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문학은 죽었고, 기득권의 힘에 의해 전혀 쓸모 없는 것이 유지되는 현실. 시인들의 영예는 자유와 혁명 대신 욕망으로 채워졌고, 추하고 위선으로 가득한 문학은 타락했다. 희극으로 시작된 모든 것이 비극과 공포, 미스터리로 끝이 났다. 그렇게 문학은 죽었다.

 

2부의 구성은 흐르는 시간과 흐르지 않는 시간으로 다시 구분된다. 1976년 1월 '아마데오 살바티에라'의 흐르지 않는 시점과 20년 동안 계속 흘러가는 시점으로 나뉘게 된다. '아마데오 살바티에라'는 실존하지 않지만, '옥타비오 파스'(실존 인물)와 같이 글로 생계를 유지하는 인물이다. 2부는 아르투로와 울리세스의 흔적을 따라가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아마데오 살바티에라'나 '세사레아 티나헤로'와 같이 재능 있는 시인이 야만적인 시대에 문학을 하려면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타난다. 그들이 '대서인'과 '볼품없고 뚱뚱한 아줌마'로 얼마만큼 비참하게 상실되어 갔는지.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그려진다.

 

또한 어느 기득권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했던 아르투로와 울리세스에 대한 상세한 증언이 이어지는데, 그들 대부분은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그 물결을 따라 내장 사실주의의 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가입했었다. 또 아르투로와 울리세스는 보르헤스가 누구인지도 잘 몰랐고, 존 더스패서스의 번역된 작품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시인이라고 부르기에 뭔가 부족할 정도로 시를 쓰지도 않았고, 때로는 마약을 팔기도 했다. 하지만 시와 삶에 대한 열정만큼은 가득했고, 그들은 '자유'가 무엇인지 알았기에 혁명과 시를 위해 자신을 버릴 수도 있었다. '내장 사실주의'는 권력에 저항하고자 하는 하나의 흐름이었지만, 결국 그들의 열정은 권력에 대항하는 혁명도 아니었고, 문학의 올바른 길에서도 아무것도 바꿔놓지 못했다. 20년이 흐른 후, 내장 사실주의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자유의 힘을 믿고 '시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그들은 잊혔다.

 

3부는 1부 이야기의 끝인 1976년 1월에서 다시 시작한다. 후안 가르시아 마데로의 일기다. 내장 사실주의 어머니인 '세사레아 티나헤로'를 찾아 소노라로 떠난 아르투로와 울리세스, 가르시아와 루페의 여정이 시작되는데,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 3부는 현실이 아니다. 시간이 이리저리 해체되고 어제가 오늘이 되는 시간, 오늘이 내일이 되는 기이한 시간이다.

 

울리세스와 아르투로는 우연히 만난 경찰에게 '산타테레사'로 가는 지름길을 물어본다. 이들은 계속해서 끝도 없는 길을 달려보지만 길을 잃은 것 같기도 하고 꿈속을 헤매는 듯하다가 어는 순간 '산타테레사'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세사레아를 찾기 위해 또 수없이 길을 달리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그들은 끝없는 길을 달리고 있었지만 같은 장소인 산타테레사로 되돌아온다. '산타 테레사'는 허구적 공간이다. 어쩌면 '산타테레사'는 잃어버린 시간을 의미하거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이야기하는 모든 공간을 포함하는 한 지점인 '알레프'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3부에서 볼라뇨는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길을 잃은 세대의 비애를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1968년 9월 멕시코 정부는 민주개혁을 갈망하는 반독재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멕시코 국립 자치대학에 경찰과 군대를 보내 학생들을 쓸어갔다. 이 사건은 이후 10월 2일 틀라텔롤코 광장 학살 사건으로 이어져 1만여 명이 희생된다. 1973년 9월 11일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에 의해 아옌데 정부가 무너지는데 이러한 정치적 현실은 라틴 아메리카의 지식인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거대한 산이었다. 두 사건은 볼라뇨 소설 《부적》과 《먼 별》에 등장한다. 볼랴뇨는 모든 것들을 소멸하고 폭력적인 현실이 허구의 공간이기를 간절히 바랬는지 모른다. 멕시코와 그들의 마지막 희망인 세사레아를 찾기 위해 도착한 그곳에서 아르투로와 울리세스는 죽음을 맞는다. 어쩌면 그것이 맥시코, 또는 우리의 현실일 것 같다.

 

이미 고인이 된 로베르토 볼라뇨,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자리 굳히기' 문학을 비판하며 문학의 올바른 길을 찾고자 했던 그는 '산타테레사'라는 괴물을 통해 자신만의 지름길을 찾았을까? 폐허의 땅 소노라에서 '공장'의 지도를 만들며 다가올 2600년을 기다리던 세사레아 티나헤로는 마지막 희망을 보았을까? 멕시코에서 길을 잃은 멕시코인들은 이제 자기만의 길을 찾았을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거인의 등장에 굴복하지 않고도 어둡고 깊은 동굴 속에 갇힌 '아이'를 구해낼 수 있을까? 지금은 아쉽게도 그 어떤 질문에도 거대하고 거만한 침묵뿐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muo'님은?

삶의 모든 흔적 때로는 삶에 대해 아무것도 간직하고 있지 않는 듯한 책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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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임으로 - 《우리 모두 틀림없이 다르다》의 저자 인터뷰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희진
사진 및 도서 이미지 제공 | 한우리북스

 

저도 모르게 눈이 가버렸습니다. 어떤 때는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그저, 제 눈이 쫓아간 그들의 외모가 저와 너무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새까맣거나 거무죽죽한 피부의 외국인도 있었고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은 이도 있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라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부질없는 생각일 뿐입니다. 이미 누군가는 호기심 어린 제 눈빛에 상처받은 후일 테니까요.

 

지하철 앞자리에 앉은 다정한 커플이 서로의 귀에다 대고 무언가를 속닥거리며 피식피식 웃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끼리 밀담을 나누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건너편에 앉은 저를 두고 자꾸 힐끔거리는 겁니다. ‘뭐지? 왜지?’ 당혹스럽다가 ‘내가 김태희처럼 겁나게 예쁜 게 아니므로 저 속삭임은 분명 칭찬이 아닌 욕이다’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기분이 확 상하면서 ‘내가 왜 저런 시선을 받아야 하나’ 화가 났습니다. 그래도 뭐 달리 방법은 없었어요. 그 후에도 얼마간 지속된 그들의 시선을 무방비한 상태로 받아낼 밖에는요.

 

그렇게 여기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여전히, ‘인권’이라는 말은 머리에만 담아둔 채 무신경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서로의 인권에 상처를 입히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니까요.

 

반디 | 《우리 모두 틀림없이 다르다》는 ‘지식교양 모든’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입니다. 책 표지를 통해“높은 학년 어린이를 위한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은 읽기 시리즈”임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 시리즈를 기획하시게 된 배경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시리즈 안에 ‘어린이 인권’이라는 주제가 들어오게 된 이야기도 궁금하고요.

 

편집자 | 열다 에서 기획한 시리즈로는 가든(저학년 대상), 든든(중학년 대상), 모든(고학년 대상)이 있습니다. 모든은 우리의 시각을 좀 더 넓혀서 세계를 바라보는 지식을 담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권이라는 주제는 모든 시리즈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권이라는 것은 나만 지킨다고 해서, 혹은 다른 나라의 누군가만 지킨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세계를 하나의 연대로 생각하는 확장된 사고와 포용력이 있어야만 이해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독자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반디 | 《우리 모두 틀림없이 다르다》, 책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틀림없이’는 ‘반드시’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틀리지 않다’라고도 읽힐 수 있는데요. ‘어린이 인권’과 관련하여 이 제목을 통해 어떤 의미를 표현하고자 하셨는지요.

 

편집자 | 흔히 나와 다르면 틀린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요. 그런 인권 차별은 그런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모두 생김새뿐만 아니라 생각, 종교, 이념 등이 명백히 다른 존재이니 이것을 인정하자는 뜻에서 지어진 제목입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여서 차별을 없애자는 희망을 담아 봤습니다.

반디 | 2장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혁명을 하나씩 살펴보며 인권의 역사를 알아보는 부분입니다. 특히그 내용이 아드님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 자칫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평소에도 방학 때마다 아드님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현장에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신다고 하셨는데요. 이 책의 대화를 구성하시면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쓰셨는지요.

 

김현식 | 처음에는 아들에게만 들려주다가 몇 년 전부터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수업을 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는 오늘 우리가 보는 문화유산이나 사람들의 생활과 서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반디 | 이 책을 통해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어린이 독자들에게 인권의 역사나 인권 운동가 등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만한 책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2장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해주신 《노란 샌들 한 짝》 처럼 인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그림책을 추천해주셔도 좋고요.

 

 

 

김현식 |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인권변호사 조영래》를 추천합니다. 편안하고 좋은 길을 마다하고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다간 조영래 변호사의 삶을 통해 인권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을 거에요.

 

반디 | 3장에서는 ‘세계 인권 선언’을 시작으로 자유, 평등, 연대 등 인권을 설명하는 데 중심이 되는 개념을 소개하고 계신데요. 특히 연대의 경우, 서로를 친구로 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어린이 독자들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을 예로 들어주신 것처럼 책을 읽은 어린이가 자기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연대의 방법을 제안해주신다면요?

 

 

류은숙 |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서 말 걸기, 말 걸기가 쑥스러우면 다른 방법 찾아보기(예를 들어 쪽지 전하기), ‘걘 원래 그래’ 또는 ‘쟤네들은 원래 그래’ 이런 식의 말과 태도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지 않기, 충분하고 타당한 이유 없이 누군가를 헐뜯거나 수군거리는 것을 보면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기, 다른 사람에게 벌어진 고통이나 재난을 보면 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해 보기, 내가 그런 고통에 대해 져야할 책임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기

반디 | ‘유엔 어린이 권리 협약’과 관련하여 야누슈 코르착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생전에 “어린이는 비로소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인간이다.”라고 말했던 폴란드 사람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이 돌보던 어린이들과 함께 죽음을 맞았다고요. 우리나라에도 그처럼 어린이를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하고 사랑한 어른이 있었는지요? 그 중에서 인권 운동을 하는 선생님께 롤모델이 되는 인물이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류은숙 | 이오덕 선생님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한글과 어린이를 아끼셨고 유엔 어린이 권리 협약을 처음 한국에 소개하는 활동을 할 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제가 낸 책 중에 《아이들의 권리, 세계의 약속》(내일을여는책, 1997)이 있는데, 맨 뒤에 협약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고쳐 써서 실었습니다. 지나친 영어 번역투로 쓰여진 그 책의 많은 잘못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는 맨 뒤에 실린 그 글을 보시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모든 것을 쓰고 말할 때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반디 | 인권, 하면 어렵고 심각한 분위기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선생님께서 4장에 소개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보니 우리 가까이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많더군요. 그런 장과 매개해주는 부모의 역할이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중요할 텐데요. 이야기해주신 사례 외에도 부모와 아이와 함께 체험하기 좋은 인권 교육의 장이 또 있을까요?

 

 

전희정 | 요즘은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권 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박물관 체험 학습이나 과학관 견학처럼 또 하나의 스펙 쌓기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것보다는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나들이를 겸하면서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소로 안산 국경 없는 마을, 인천 차이나 타운, 이태원 이슬람 사원, 이문동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 같은 곳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요? 또 지역마다 열리는 다문화축제에 참가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반디 | 청소년이 자유가 없다고 주장하면, 흔히 되돌아오는 것이 일단 대학부터 가고 나서 얘기하라는 식의 말이죠. 사람답게 살 권리를 대입보다 하찮게 취급하는 것이 우리나라 청소년 인권의 현주소입니다. 그래서 청소년 인권 단체인 아수나로의 활동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데요. 선생님께서 아수나로를 비롯하여 인권 문제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전희정 |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청소년 인권 문제는 청소년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성숙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미성숙한 어린 아이로 취급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청소년 인권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어른들도 청소년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부분은 고쳐 나갈 수 있도록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디 | 어린이 독자를 위한 책이지만, 어른이야말로 읽어야 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른으로서 같은 어른을 바라볼 때 인권에 무감각한 경우를 접한 적도 있으실 텐데요. 그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희정 | 장애인 인권, 여성 인권, 이주노동자 인권, 노인 인권, 어린이 인권, 청소년 인권,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인권에 무감각한 이유는 ‘나한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남일이니까’, ‘내 문제가 아니니까’라는 무관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주변의 작은 일에 관심을 갖고 주위 사람들의 기쁜 일, 슬픈 일, 힘든 일, 어려운 일에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공감이 인권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류은숙 | 우린 너무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형편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 그리고 나와 가까운 사람을 제대로 돌보기가 힘들죠. 이런 조건이 모두의 공통조건이라 여기며 사람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할 여유, 사람간의 관계를 조종하는 정치?경제?사회적 조건들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너무 없습니다. 이런 불안과 압박감, 여유 없음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지 않을까요?

 

김현식 | 인권을 이야기하면 먼 나라 일인 듯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서양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에서도 인권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싸워왔어요. 학교나 가정에서 인권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이 부족한 게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반디 | 나 자신에게 약속하는 인권 선언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전희정 | 인권은 관심과 공감이다.

 

류은숙 | 누구나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사람답게 사는 건 혼자선 안 된다. 사람들 사이에 있을 권리,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교류할 권리, 사람들과 더불어 더 나은 삶을 만들 권리가 있다.

 

김현식 | 나와 다른 사람을 인간답게 대접해야 나도 인간다운 존재로 대접받는다. 모든 사람을 하늘처럼 모신다.

 

 

글쓴이 김현식

포항에서 중학생들과 함께 사회를 공부하며 연극반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꽃과 채소를 가꾸는 것을 좋아하며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방학에는 청소년들과 아시아 문화 체험(Meet Asian People)을 떠납니다.

 

글쓴이 류은숙

1992년부터 현재까지 인권운동사랑방과 인권연구소 '창'에서 활동가로 일해 왔으며 두 단체의 창립 멤버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인권을 외치다》《사람인 까닭에》 등이 있습니다.

 

글쓴이 신재일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쳤고 지금은 어린이 책과 청소년 책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정치와 인권, 민주 시민 등을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열두 살에 처음 만난 정치》《둥글둥글 지구촌 인권 이야기》《세상을 바꾼 사람들》 등이 있습니다.

 

글쓴이 전희정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어린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여행하며 사진 찍고, 그림 그리며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함께 쓴 책으로 《만화보다 재미있는 민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린이 이광진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고향 제주도에서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생태 만화 《깡충거미 아차의 모험(전 3권)》이 있습니다.

 

그린이 창작 집단 도르리

도르리는 '밥을 고루 나누어 먹다'라는 뜻입니다. 도르리의 뜻처럼 세상 사람 모두가 평등하게 밥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답니다. 그린 책으로는 《너영 나영 구럼비에 놀자》가 있습니다.

 

그린이 홍선주

2000년 출판미술협회 공모전에서 동화 부분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뒤늦게 세상을 알아 가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초정리 편지》《흰 산 도로랑》《우리 한옥》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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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외롭지 않다. 나는 자유다

 

정현종, <섬>, 열림원, 2009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17쪽, ‘섬’)

섬은 외롭다. 망망대해 떠있는 섬, 곁에 친구 섬 있다 하더라도 그 사이엔 수이 건널 수 없는 쪽빛 심연이 있다. 섬은 우리를 닮았다. 아니 우리가 섬을 닮았나? 날로 외로워지는 인간은 오래 전부터 외로운 섬을 닮아간다. 서로 닿지 못해 탄식하는 섬의 한숨. 인생의 반은 견뎌야하는 인간의 쓸쓸함. 그런데 정현종 시인은 그 섬에 가고 싶다 한다. 둘 중 하나다. 외로움을 견디는 유전자를 체득했든지, 아니면 다른 섬을 꿈꾸든지.

정현종 시인의 시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뭔가 끊임없이 만나 속살거리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는 ‘바알간 불꽃의 감나무에 달려가 환하게 환하게 열리’고(‘환합니다’), ‘도토리가 톡 떨어져 굴러가는 도토리나무의 안부가 궁금해 뒤를 돌아본’다.(‘안부’) 또 ‘나무는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빈’다.(‘사물의 꿈1’) 그래, 외롭다 외롭다하여 주저앉아 있으면, 서로 닿을 수 없겠지. 섬의 뿌리도, 사람의 외로움도 한 없이 깊으니까. 그 무게를 온전히 들고 일어나야만 손끝은 낯선 설렘을 마주할 수 있다.
 


(이미지 제공 - 열림원)


‘너’와 ‘내’가 마주선다 하여 고민이 사라지고, 외로움이 다하는 건 아니다. 우리네 삶이 ‘의지’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노 시인이 모를 리 없다. 우리는 끝없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나는 반짝인다”고 노래하기 위해서는 ‘그대 별의 반짝이는 살 속으로 걸어들어가 노래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그대는 별인가’) 그런데 사람 사는 게 참 얄궂은 것이 어느덧 ‘지나친 마음씀’이 고개를 든다. 외로울 때는 몰랐던 집착 같은 사랑. 사랑이란 이름의 아픔. 아픔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또 다른 외로움….

지나침이 살포시 고개를 들 때까지만 해도 모른다. 문득 찾아오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외로움에 너무 아파 지금 여기만 벗어나면 될 줄 알았는데, 과한 마음은 날 선 칼날을 불러온다. 이는 시인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디 우산 놓고 오듯 /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 이 고생이구나 // 나를 떠나면 / 두루 하늘이고 / 사랑이고 / 자유인 것을”(99쪽, ‘어디 우산 놓고 오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현종 시인은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생명은 숨 쉬기를 멈추지 않기에. ‘강물은 우리의 피요, 바람은 우리의 숨결이며, 흙은 우리의 살’이다. 또 ‘나무는 구름을 낳고, 구름은 강물, 강물은 새들을, 새들은 바람을, 바람은 다시 나무를 낳는’다.(‘이슬’) 어느 곳 하나 쉽게 끊을 수 없는 생명의 무한 순환고리, 고리 속 어딘가에 있을 J에게 시인은 고백한다.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갈증이며 샘물인
샘물이며 갈증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
갈증이며
샘물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111쪽, 갈증이며 샘물인 - J에게)
 


(이미지 제공 - 열림원)


이번 출간된 정현종 시인의 시선집 <섬>은 열림원의 ‘그림이 있는 포에지’ 시리즈의 첫 결실이다. 짙고 푸른 <섬>에는 정현종 시인의 시 30여 편과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들, 자필 원고가 함께 있다. 시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니체, 그가 사랑하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 가르시아 로르카의 초상화, ‘움직임’이 만든 화석들, 그리고 숱한 시를 노래했던 그의 손 드로잉까지. 시와 그림이 한데 모인 <섬>은 외롭지 않다. 오생근 문학평론가가 귀띔해준 정현종 시인의 모습으로 <섬> 여행을 마친다.

“‘바오밥 나무’라는 작은 커피숍에 간 적이 있었다. (…) 마침 그날 커피를 마시던 중 들려온 음악 중에 <희랍인 조르바>가 있었다. 이 음악을 듣는 순간, 얼마 전 TV에서 본 카잔차키스의 묘비에 적힌 ”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 정현종 시인도 영화의 그 장면이 생각났는지 앉은 자리에서 잠시 두 팔을 들고 흥겹게 춤추는 동작을 취했다.”(139~140쪽, 발문 ‘날자, 행복한 영혼들이여’)

                                                                                                            -반디(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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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발달 - 생의 태초의 순간을 갈망하며


문태준, <그늘의 발달>, 문학과 지성사, 2008

2009년 5월. 이 땅에서 호사를 누리는 방법. 하나.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서 밤경치를 감상한다. 둘.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에 와인을 마신다. 셋. 자동차를 타고 한적한 교외로 데이트를 떠난다. 음, 몇 가지 방법을 적고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외롭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내가 캔디라서가 아니라, 호사를 누릴 다른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책 한권 들고, 건물 밖으로 나간다.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그늘을 찾는다. 10분이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지 않으면 우린 너무 슬픈 세상에서 사는 거다.

봄날의 호사를 누릴 때는 시집이 좋다. 싱그런 봄바람을 맞으며, 시 한 편 읽고, 파란 하늘 바라보면 이런 호사가 어디 있겠는가. 그늘을 찾아 떠났으니, 전혀 연관성은 없지만, 문태준 시인의 <그늘의 발달>을 꺼내들었다. 그늘이 무슨 발달을 할까. 책을 펼치자마자 ‘시인의 말’이 나온다. “한 짐 가득 지게를 진 아버지가 / 굴을 빠져나와서 혹은 길가 비석 앞에서 / 지게를 진채 한쪽 무릎을 세워 앉아 / 잠시 잠깐 가쁜 숨을 고르시던 게 생각난다. // 시집을 내자고 여기 숨을 고르며 앉아 있는 나여, / 너는 얼마나 고되게 왔는가.” 시인도 잠시 숨을 고르며 앉아 있다고 한다. 지금 책을 읽고 있는 우리처럼.

가까이 하지 못한, 그래서 그리운

4부로 구성돼 있는 <그늘의 발달>은 각 장에서 다른 정서를 환기시킨다. 1부는 ‘나’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가을밤 뒷마당에서 서서 풀벌레 소리를 듣는 ‘나’(<혼동>), 돌담을 걷고 집에 돌아와 아무 까닭도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아무 까닭도 없이>),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시는 ‘나’(<百年>). ‘나’에게선 다가갈 수 없는, 손에 쥘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가는 곳마다 떠오르는 당신의 얼굴(<두꺼비의 빗댐>), 지난 기억을 품고 있는 듯한 감나무를 베지 말라고 청하는 슬픈 ‘나’(<그늘의 발달>).

내 걸음 가다 멎은 곳 당신 얼굴 들썽들썽해
천천히 오직 천천히
당신의 집과 마당을 다 둘러 나왔소

습한 곳에 바쳐질 조촐한 나의 목숨
나의 서정(抒情)
(p 20. <두꺼비에 빗댐 - 詩>)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
눈물은 웃음을 젖게 하고
그늘은 또 펼쳐 보이고
나는 엎드린 그늘이 되어
밤을 다 감고
나의 슬픈 시간을 기록해요
나의 일기(日記)에는 잠시 꿔온 빛
(p 31. <그늘의 발달> 중 일부)


이별의 말이 생겨나기 전

2부로 접어들면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세상을 바라본다. 마치 시인이 숨을 고르며 앉아 있는 것처럼. 그런데 가만히 둘러보니 나와 세상은 별개인 듯하다. 아무 것도 싣지 않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나’(<손수레인 나를>), 폐원이 된 과수원을 상속해 주신 ‘아버지’(나와 아버지의 폐원>), 그리고 다시 누군가 나를 은하처럼 길게 부르지만 내가 왜 이곳으로 벌써 돌아왔는지 알 수 없는 ‘나’(<동산>). 코스모스를 바라보던 ‘내’가 중심이었지만, 곧 코스모스에게로 중심이 넘어가고, ‘나’와 코스모스는 흔들리며 서로 바라본다(<흔들리다>). 그 때 그가 마주한 것은 ‘배를 내 눈알처럼 달고 다니는 올챙이’다(<이별의 말이 생겨나기 전>).

아주 어둡고 덜 어두울 뿐인
둥근 배 속
다리 넷이
한데 엉켜 있다.

한 통이다
한 통이 통째로 움직인다
마음 가면 마음이 전부 간다

속으로 울 때
손발이 모두
너의 눈물을 받아준다
(…)
이별이라는 말에 태동(胎動)이 있기 전
(p 46. <이별의 말이 생겨나기 전>)


생(生)의 태초의 순간을 갈망하며

어쩌면 ‘나’는 나와 너가 구분되기 전인 생(生)의 태초의 순간을 갈망하고 있는지 모른다. 3부에서 등장하는 ‘아이’는 태초를 갈망하는 ‘나’의 소망이다. 아이가 공을 몰고 가고, 공이 아이를 몰고 가는 기이한 상황, 공과 아이는 등을 구부려 둥글게 껴안는다(<공과 아이>). 또 ‘나’는 언젠가 “비밀을 갖고 가 / 저곳서 / 혼자 조금씩 자꾸 웃는 아이”였다(<조금씩 자꾸 웃는 아이>). ‘나’는 태초 모든 것이 하나 된 순간에서 영원히 머물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젖을 빨다 유두를 문 채 선잠든 아가처럼”(<사랑>).

이후 ‘나’는 세상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아마도 그곳의 ‘나’는 조금은 달라졌을 테지. “아무도 없는 빈 들판에 나는 이르렀네 / 귀 떨어진 밥 그릇 하나를 들고 / 빛을 걸식하였네 / 풀치를 말리듯 내 옷을 말렸네 / 알몸으로 누워있으면 / 매미 허물 같은 한나절이 열 달 같았네 / 배 속의 아가처럼 귀도 눈도 새로이 열렸네 / 함께 오마 하는 당신에겐 저 들판을 빌려주리”(<극빈 3 - 저 들판에>)

봄날의 호사가 꽤나 만족스럽다. 여느 때보다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바람은 아직 상쾌하다. 누구나 행복할 권리를 갖는 민주주의와 가장 닮은 계절 봄. 그리고 여름이 온다. 문명의 이기가 없으면 쉽게 호사를 느낄 수 없는 계절. 지금, 문태준 시인은 우리에게 또 한편의 시를 선사한다.

오늘은 탈이 없다
하늘에서 한 움큼 훔쳐내 꽃별에 넣어두고 그 곁서 잠든 바보에게도

밥 생각 없이 종일 배부르다

나를 처음으로 스다듬는다

오늘은 사람도 하늘이 기르는 식물이다
(p78. <봄볕>)

안늘(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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