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노래를들어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12.20 《자연의 노래를 들어라》 -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방법

《자연의 노래를 들어라》 -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방법

 

 

버니 크라우스 | 《자연의 노래를 들어라》 | 에이도스 | 2013

 

음악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간에게 음악은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며, 사회 속에서 인간의 언어와 행위를 통합시키고 사회적, 종교적 계급을 강화하는 접착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음악으로 한 시대를 이해할 수도 있는데, ‘공제욱’이 지적한 것처럼 일사불란한 동원, 효율적 생활, 근검절약, 강도 높은 노동, 희생 감수 등의 원칙에 입각해 전 국민을 군대와 같은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고자 했던 박정희 정권의 논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새마을 노래」였습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권력을 통한 규율화의 작동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음악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심리치료에도 사용될 정도로 음악이 사람들에게 가지는 힘은 대단합니다.

 

음악을 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다른 동물들, 심지어는 자연도 노래를 합니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소리에 대한 생물음향학 분야의 연구는 각 동물에 대한 각각의 소리를 녹음하는 방식이었지만, 이 책의 저자 ‘버니 크라우스’는 자연의 노래를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환경의 소리적 짜임새에 주목하고자 했던 ‘머레이 셰이퍼’가 만든 소리풍경이라는 방식으로 자연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리풍경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노래, 생물음의 분석을 통해 동물의 지리적 영역을 규정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생물군계 전체의 건강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천을 평가할 때는 오직 사람과 관련된 기준만 적용한다. 학술적인 조사의 목적은 물고기나 새, 조개, 잠자리, 작은 게의 생존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미역을 감을 수 있는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수생동물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들에게서 생존환경과 먹이 자원을 박탈한 것이다. (215쪽, 요제프 라이히홀프,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이랑, 2012)

 

자연을 소리로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시각적 정보만으로는 자연의 풍경을 이해하기 힘들며, 야생의 소리풍경은 정밀한 정보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한 벌목이 가능한지에 대한 데이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선별적 벌목은 시각적으로는 숲의 모습이 거의 달라지지 않게 보입니다. 그러나 소리풍경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말해줍니다. 겉으로는 자연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풍요로웠던 목초지의 소리는 사라진 것입니다. 인간의 눈이나 카메라 렌즈로 자연을 바라보면 상황을 왜곡할 수 있지만, 소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소리풍경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재 인간이 파괴하고 있는 자연의 현실은 시각적으로 인지하던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숲은 있지만 생물이 없습니다. 새의 소리도, 곤충의 소리도, 야생동물들의 소리도 극히 희박해진 것입니다. 저자가 녹음한 소리풍경의 절반 이상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어 다시는 녹음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자연의 소리풍경 자체에 무궁무진한 정보가 가득하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에는 우리의 기원과 과거에 관한 비밀들이 들어 있고, 현재의 문화, 나아가 미래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까지 소리풍경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긴꼬리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15초 동안 센 다음 40을 더하면 화씨온도가 된다. 다른 귀뚜라미들도 비슷하게 계산할 수 있는 온도 공식이 있다. (75쪽)

 

생물음을 대신해서 지구를 거의 정복한 음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리입니다. 문제는 이 소리의 상당수가 소음이라는 것입니다. 자동차 경적 소리, 사이렌 소리, 아파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층간소음까지 우리 주변엔 수많은 소음이 존재합니다. ‘요아힘 에른스트 베렌트’는 이런 소음을 가리켜 음향 쓰레기라고 불렀는데, 우리의 뇌는 이런 소음과 중요한 정보를 지닌 소리를 구별하기 위해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연구자들은 소음과 신호를 분리할 때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수반된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소음을 공기오염에 이어 두 번째로 해로운 환경 요소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음악적 음을 분석해보면 계속해서 반복되는 파동 유형을 이룬다. 이것이 음악적 음과 비음악적 소음의 차이점이다. 음악적 음의 조건은 개별적인 파동이 얼마나 복잡하든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44쪽, 존 파웰,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뮤진트리, 2012)

 

자연의 소리풍경을 주파수 그래프로 분석해보면, 자연의 소리는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소리가 아니라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은 형태를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음악의 기원 역시 이런 자연의 소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동물들이, 그리고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으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음악이 들려주는 리듬에 새가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전 지구적으로 생물음이 사라져가고 그것을 인간의 소음이 대체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지구의 소리를, 옥수수가 자라는 소리를, 눈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보라고 말합니다. 친절하게도, 저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녹음한 소리풍경을 들을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버니 크라우스는 자연계가 집단적으로 들려주는 목소리야말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음악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착선'님은?
지하철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청년입니다.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