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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3 《자기 앞의 생》 - 사랑으로 살아요

《자기 앞의 생》 - 사랑으로 살아요

 

에밀 아자르 | 《자기 앞의 생》| 문학동네 | 2009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

   “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 해주세요?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있는 법이란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12-13쪽)

 

생(生)은 가차 없이 주어지는 것이다. 맨몸으로 세상에 던져진 누구라도 그 생의 조건에 관해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생은 종종 그 자체로 부당한 것이 되곤 한다. 나로선 어쩌지 못할 현실이 눈앞에 놓여있고 그 결과들 안에서 스스로의 책임을 찾지 못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여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오롯한 몫으로 남았을 때,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은 해결되지 않은 채 이생과 불화하는 불행한 자기(自己)만을 토해낸다.

 

나는 불행했기 때문에 다른 곳, 아주 먼 곳, 그래서 나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가버리고 싶었다. (33쪽)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채운 인생들이 그렇다. ‘모모’가 우리라고 부르는 이들, 편견과 차별, 멸시의 대상으로, 그러므로 삶은 늘 낯선 것일 수밖에 없는 이방인으로서, 프랑스 멜빌에 모여 사는 가난한 유태인과 아랍인, 흑인들의 삶이 그렇다. “몸으로 벌어먹고 사는 여자들”과 그녀들의 비“위생”이 낳고 생의 밥벌이가 떨어뜨려 놓은 아이들의 나날이 또한 그렇다. (14쪽)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174쪽)

 

그곳에 그들이 살고 있다고 알아주는 이 없다면, 그렇게 아프면 다가와 돌봐주고 기꺼이 따뜻한 품을 내어줄 누군가마저 없다면, 다만 주저앉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태어남이 곧 상처인 삶들이 있다. 사람으로, 사랑으로 그 상처를 어루만져야만 그제야 생의 비밀에 조금쯤 다가갈 수 있는 이들이, 그 안에서 숨겨져 있던 기쁨을 찾아 흉터처럼 몸에 새긴 채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이 있다.

 

그렇기에 《자기 앞의 생》에는 아무리 “복통과 발작을 일으”켜도 “끝내 엄마는 오지 않”는 모모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에 강제수용” 되었다 끝내 병들어 죽어간 로자 아줌마의 관계가, 그 사이를 잇는 사랑이, 그에게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일러준 하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그리하여 “사랑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살 게 된 아이의 이야기가 부당한 생 대신 아름다운 결말로서 주어져 있다. (15, 307쪽)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보고 싶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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