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11.22 [단편소설의 맛] 김성중, <에바와 아그네스>
  2. 2012.05.25 [단편소설의 맛] 윤고은, <해마, 날다>
  3. 2009.09.04 너와 나 사이 흐릿한 끈 -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 2009>(토끼의 묘 외) (2)

[단편소설의 맛] 김성중, <에바와 아그네스>

마지막으로 [단편소설의 맛]을 쓴 것이 언제였나 보니 9월 19일입니다. 백가흠 소설이었고요. 하지만 그것은 마지막이 아니었기에! 돌아온 소설덕후 인사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연말 시즌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소설덕후에게는 가장 흥분되는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각종 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죠.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 요기 잉네!'라든가 '아니, 이런 소설이 다 있었나?'라고 감탄하고 발견하는 시간들. 저 역시 예외는 아닌데요. 그리 많은 소설을 읽지 않고 있어도, 수상작품집만은 꼭 챙겨 보거든요. 이번 [단편소설의 맛]에서 소개할 <에바와 아그네스>도 그렇게 읽게 된 소설입니다.

 

"어떤 책은 거꾸로 읽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 (76쪽)

 

거울은 은판사진처럼 두 소녀의 마주친 시선을 응고시킨다. (98쪽)

 

두 여자가 등장합니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에바'와 '아그네스'인데요. 이야기의 도입에서 그들은 재회합니다. 재회라.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이미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만나지 못하는 동안 (…) 보이지 않는 끈이 이따금 당기는 것처럼"(88쪽) 서로를 생각하곤 했던 그들입니다. 김성중은 '에바'와 '아그네스'가 여느 때보다 가까이에 있는 재회의 순간으로부터 "두 개의 거울이 마주보며 만들어 낸 끝없는 복도"(76쪽)를 걸어가듯 과거로, 보다 먼 과거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전개상의 순서대로 말하면) 장애인이 되었고, 교통사고를 당했고, 모델로서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고, 패션에 매혹되었고, 체코에서 막 영국의 시골로 전학 온 소녀였을 때의 '에바'와 혈육을 만났고, 종군사진작가로 전장을 떠돌았고, 사진에 빠졌고, 한국에서 영국으로 입양된 소녀였을 때의 '아그네스'를 만나기까지 우리는 이 소설을 다 읽어야 합니다. "거울의 은판사진"(98쪽)처럼 마주한 그들의 첫 만남은 <에바와 아그네스>의 마지막 대목입니다. 소설의 구조가 흥미롭죠?

 

김성중은 어쩌면 "책을 거꾸로 읽"(76쪽)어 나가듯, 사진첩의 가장 최근 것부터 오래 전의 것까지 넘겨 나가듯, 실타래의 기원을 찾아내듯 밀도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지듯, 그리하여 한 편의 이야기가 시작되듯, 그러니까 때로는 삶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요. "셔터를 눌러서, 빛을 응고시"(82쪽)키듯 따로 또 같이 이어지고 있는 김성중의 문단들을 봅니다. 나는 언제부터 소설을 좋아했더라? 삶에서 희미해진 시발점들을 하나씩 자문해 보면서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 김성중
1975년 서울 출생.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가 당선되며 등단. 소설집 《개그맨》이 있음.

 

* 현재까지 발표작
<에바와 아그네스>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2》에 게재

<국경시장> | 《2012 제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게재
《개그맨》 | 문학과지성사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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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의 맛] 윤고은, <해마, 날다>

여느 때보다 특별한 금요일입니다. 긴 휴일을 보장 받은 중생들이 질세라 밤거리를 점령할 테니까요. 누군가는 노래할지도 모릅니다. ‘부처 핸섬!(put your hands up!)’이라고요. 그만큼 반가운 연휴를 맞이하여 나름의 계획을 세웠을 겁니다. 여행을 떠나는 분들도 있겠고요. 오랜만에 대청소를 하거나, 밀린 드라마를 몰아서 보기도 하겠죠. 예상컨대 걔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계획은 술자리겠죠. 평일 내내 밥벌이의 지옥도를 체험한 중생들은 이런 연휴를 놓치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아름다우나 실은 더욱 치명적인 (술)지옥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를 자처하지요.


술의 부작용으로는 지갑분실, 콩깍지, 전화질, 통곡, 막말, 허세, 허기, 구토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만행에 대해 “그래/난 취했는지도 몰라/실수인지도 몰라/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 나”라며 구슬프게 읊조려도 별 소득은 없습니다. 당신은 ‘취중진담’이 용서되는 김동률이 아니고, 주정에는 목격자가 있기 마련이며, 그리하여 이미 소문난 진상이 되어 있겠죠.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나 봅니다. “끊어진 필름을 친구나 애인, 가족, 혹은 직장 동료가 보관하는 것보다는 전문적으로 폐기 처분해 주는 곳에 맡기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하는 윤고은 작가의 이야기, 꽤 솔깃하지요.

 

사용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이면 발신이 정지되는 휴대폰이 등장했다. (112쪽)

 

그저 동참할 뿐이다. (135쪽)

 

《세계의문학 2010년 여름호》중에서

 

소설은 ‘해마 005’의 홍보 문구에서 시작합니다. 음주 전화 전문 콜센터로, 획기적인 발명에도 불구하고 저런 기능이 없는 구형 휴대폰이 보다 많이 거래되고 있으니 음주 통화를 양성화하자는 취지의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나’는 그곳에서 술에 취한 ‘당신’들의 전화를 받는 직원입니다. ‘당신’들은 ‘여보세요.’나 ‘누구세요.’가 아니라 ‘어디세요.’라고 묻는 ‘나’에게 “회사 생활의 시작과 종말, 연애의 시작과 종말, 결혼 생활의 시작과 종말, 그 외에도 아주 사소한 시작과 종말들”을 털어놓습니다. 어찌 보면 시작도 종말도 아닌 불완전한 어디쯤이 ‘당신’들의 위치인 셈이지요.

 

뇌에서 기억을 입력하는 장치를 뜻하는 해마는 그러나 저장하는 곳은 아닙니다. ‘당신’들이 ‘해마 005’를 찾는 것도, 훗날 ‘당신’이 되어 버린 ‘나’가 ‘해마 005’에 전화를 거는 것도, <해마, 날다>를 읽던 제가 ‘이런 게 있었으면!’ 하는 것도 그래서겠죠. 말을 들어주되(입력) 곱씹지(저장) 않는, 그러니까 “그저 동참할 뿐”인 상대라니, 가련한 중생들에게 이만한 자비가 또 있을까요. 물론 이것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마시거나, 잠들거나, 말하”지 않고는 이 삶을 견디지 못하는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일순간만을 동행하는 술보다 ‘당신’의 곁을 오래 지켜주기도 하고요. 이 정도면 <해마, 날다>와 같은 소설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연휴도 괜찮지 않나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 윤고은
1980년 서울 출생.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등단. 소설집 《1인용 식탁》과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수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 현재까지 발표 작품
《무중력증후군》 | 한겨레출판 | 2008
《1인용 식탁》 | 문학과지성사 | 2010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1》 | 문학의숲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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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사이 흐릿한 끈 -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 2009>(토끼의 묘 외)

 

편혜영 외,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 2009>(토끼의 묘 외), 해토, 2009

 

가산 이효석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제정한 ‘이효석문학상’이 올해로 10회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이순원, 성석제, 윤대녕, 정이현, 구효서, 박민규, 김애란 등 주목받는 작가들이 이효석문학상을 거쳐 갔습니다. 10회를 기념하는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 2009 (토끼의 묘 외)>(이하  <작품집>)에는 편혜영, 김애란, 박성원, 조경란, 이장욱, 천운영, 한유주 등이 함께했습니다. 이중 편혜영 작가는 이효석문학상을 수상, 표지에 얼굴이 가장 크게 나오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번 문학상 수상작은 편혜영 작가의 <토끼의 묘>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6개월짜리’ 파견근무에 나갑니다. 주인공은 도시를 떠나 조금 긴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고 파견근무를 수락했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 의미 없는 일들,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무적인 인간관계, 심지어 무단결근을 해도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 통장에 잔고는 늘어납니다. 이게 배부른 투정 혹은 편안한 삶일까요? 존재의 이유가 무(無)로 사라진 공간에서 주인공은 토끼를 발견합니다. 애정을 주지 않아도, 아무 때나 버려도 되는 애완용 토끼. 주인공은 버려진 토끼에서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토끼의 묘>가 흐릿한 인간관계를 건조하게 그린 작품이라면 수상작가 자선작 <크림색 소파의 방>은 그로 인한 인간의 내재적 불안과 공포를 그린 작품입니다. 소도시에서 지방근무를 하던 ‘박’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아내와 젖먹이 아기와 함께 서울로 이사를 갑니다. 무미건조하기만 했던 소도시를 떠난다는 기쁨도 잠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자동차 와이퍼가 고장 나 폐허가 된 주유소로 도움을 청하러 갑니다. 술 취한 청년이 와이퍼를 고쳐주지만, 박의 기분은 좋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고치는 도중 아내의 젖가슴을 쳐다보는 그의 시선, 도움의 대가를 바라는 그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불청객과의 만남 자체를 불쾌하게 여겼을 수도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서울로 향하지만, 차는 갑자기 멈춰 서고 불쾌함은 불안과 공포로 바뀝니다.

김애란의 기수상작가 자선작 <너의 여름은 어떠니>는 청년 실업자로 방바닥과 친분을 쌓고 있는 미영이 주인공입니다. 고향 친구의 장례식에 갈 예정인 미영은 대학 시절 가슴에 품었던 선배의 전화를 받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다급한 목소리에 미영은 선배를 만나기로 하고, 설렜던 한 때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시 만난 선배의 모습에서 ‘선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선배가 미영을 부른 것은 자신이 만드는 방송의 게스트로 섭외한 것입니다. 미영은 날씬한 여인과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를 벌이고 있는 ‘뚱뚱한 여자’가 됩니다. 선배와의 기억, 고향 친구의 죽음, 핫도그를 씹고 있는 지금의 나. 미영은 눈을 감습니다.

듣고 싶어, 아니 말하고 싶어

추천 우수작 <고백의 제왕>(이장욱)은 <너의 여름은 어떠니> 보다 시간이 더 오래 지난 대학 동창들의 이야기입니다. 대학 시절 서양철학을 공부하며 지식을 논하던 이들. 하지만 이제 그런 열기는 세상의 바람에 날려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매해 하는 망년회가 지겨워질 무렵 이들은 ‘고백의 제왕’이라 불리던 친구 ‘곽’을 부릅니다. 곽은 자신의 첫 경험, 부친 살해 시도 등 쉽게 상상치 못했던 일들을 ‘고백’해 친해지고, 또 멀어진 친구입니다. 그런데 친구들 모두 곽과의 연락을 끊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개인적으로는 다들 곽과의 만남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곽과 은밀한 고백을 들으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픈 중년 사내들의 욕망. 어쩌면 감정의 농도가 짙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곽의 모습이 부러웠는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추천 우수작 <웃는 동안>(윤성희)은 죽은 ‘나’가 바라본 친구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예고된 죽음을 맞은 ‘나’는 친구 영재, 성민, 민기와 함께 자신의 장례식을 바라봅니다. ‘친구의 죽음’이란 비장한 출발이지만, 젊은이들의 여정은 유쾌하기만 합니다. 친구들은 ‘나’와의 약속대로 장례식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가야하는지 고민하고, 예전에 극장에서 훔친 낡은 소파를 들고 차례대로 자신의 집으로 가기도 합니다. 초등학생들에게 ‘이건 움직이는 자동차야’라고 ‘뻥’이나 치면서 말입니다. 누가 봐도 세상이 버린 ‘루저’지만, 그래도 이들의 관계는 따뜻합니다. 한 여자를 두고 누가 대시할까 시합했던, 수험표가 있으면 할인받는다는 말에 수능시험도 안보고 극장을 찾았던 기억이, 비록 한 명이 죽었지만, 여전히 유효하니까요.

언급한 작품들은 속에서 관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흐릿해진 인간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외로움과 불안, 공포(편혜영), 그리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관계를 부정하게 되는 젊은이들(김애란), 냉정한 시간이 멀어지게 한 관계 속에서 마지막 끈을 놓지 않으려는 중년의 사내들(이장욱), 그리고 세상의 버림을 받았지만 함께 있어 기죽지 않는 청년들(윤성희)까지. 또 <너의 여름은 어떠니> <고백의 제왕> <웃는 동안>에는 공통적으로 죽음의 정서가 깔려 있어, 현실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듭니다.

<작품집>에는 이밖에도 추천 우수작 <기타부기 부기우기>(조경란), <남은 교육>(천운영), <장면의 단편> (한유주)등의 단편 소설들과 편혜영의 수상 소감, 문학적 자전, 김애란 등의 ‘내가 만난 편혜영’ 등이 실려 있습니다. 반디(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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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n'A 2009.09.04 10:5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반디님 잘보고 갑니다..
    주말 재밌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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