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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23 가족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2. 2014.12.15 2014 미결산 도서
  3. 2014.11.28 그래도 읽어 간다

가족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가족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귀성길 정체된 도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라디오입니다. 1999년 10월부터 2001년 7월까지 미국의 공영라디오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에서는 소설가 폴 오스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폴 오스터는 프로그램 《주말에 바라본 세상만사(Weekend All Things Considered)》의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코너였던 ‘전국 이야기 프로젝트(National Story Project)’에 출연해 청취자들이 보낸 편지를 읽었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 두시탈출 컬투쇼 >와 비슷한 성격이죠. 그가 읽은 원고의 대부분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올 설에도 라디오에서는 가족을 부르는 말이 어느 때보다 자주 들릴 것입니다. 다만 연휴 동안 방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는 모습은 어딘지 쓸쓸해 보입니다. 오늘따라 외롭고 세상의 일부에서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면 데이비드 밴의 소설 『자살의 전설』을 읽어보시길 과감히 권합니다. 가족과 공유될 수 없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욱 읽어보시길.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들은 상상 속에서 끊임없이 아버지를 재현합니다. 끝내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해를 넘어 내가 왜 혼란스러운지 냉정하게 고백합니다. 홀로 고독하다고 당장 위로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무거운 소설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나와 보세요. 설날에 멀리 떠나지 않은 대신 이참에 ‘나’와 지내보는 것도 좋을 테니까요.

『빅 브러더』는 가족을 위해 나는 얼마나 희생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케빈에 대하여』와 『내 아내에 대하여』의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신작 소설입니다. 가족들이 떠나고 이제야 나 혼자만의 주말을 맞았다면,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명절 연휴 동안 비록 혼자라도 연인과 나 사이, 가족 속의 나를 돌아보고 이윽고 올해 설은 잘 보냈다고 여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슬픈 이야기든 기쁜 이야기든 그 이야기들을 거듭 읽을수록 나는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끈을 얼마나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끈을 얼마나 강렬하게 붙잡으려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폴 오스터 엮음,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 열린책들, 2004) 책은 현재 절판되었지만, NPR 웹사이트에서 영어 원문과 녹음된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npr.org/programs/watc/features/1999/991002.sto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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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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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미결산 도서


 

 

2014 미결산 도서

 

곳곳에서 시상식으로 분주한 걸 보니 역시 연말입니다. 다수의 매체가 올해 ‘최고의 책’을 가르고 있습니다. 덮어놓고, 지금 잠깐 여기에 있는 네 권의 책을 되짚어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출간되었고, 최고로 잘 팔리진 않았지만, 오늘날 분명 필요했던 책입니다. 다시금 보시고, 내년을 헤아리는 건 어떨지요.

《그의 슬픔과 기쁨》은 올해의 온도를 어느 정도 높였습니다. CBS 라디오 PD 정혜윤은 ‘선도투’라 불리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26인의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 곁으로 바짝 다가서서요. 해고된 노동자들은 슬픔을 기쁨으로 치환했습니다. 그들은 절망의 밑바닥에서 다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으로 몸소 올라왔습니다. 나 외에 다른 인간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들을 보고 궁금해졌습니다.

《킹》은 한 도시에서 부조화를 이룬 노숙인의 삶을 섬세히 그려낸 작품입니다. 존 버거는 스페인 알리칸테 지방에 있는 노숙인을 관찰한 후 1999년에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킹’이라는 개는 노숙인의 삶을 지긋이 바라보고는 끊임없이 울부짖었습니다. 킹은 “파괴를 견디고 살아남은 자, 혹은 견디고 살아남은 물건만이 다음 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 말합니다. 무기력하고, 참을 수 없었고,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무참했던 한 해, 절실한 마음으로 거듭 펼쳐 읽을 책이었습니다.

《나를 고백한다》에서 피에르 바야르는 자신을 극한 상황으로 모질게 몰고 갑니다. 충격적인 상황, 전쟁, 대학살, 삶의 갈림길에서 확연히 변할 ‘나’, 잘 모르고 있던 자신의 일부를 자세히 살피고 고백합니다. “나에게는 자기의 핵심에 있다는 그 비밀스러운 씨앗이 없는 걸까? 분노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탈바꿈시켜줄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선택 받은 소수만이 가진 그 씨앗이?” 올 한 해, 다른 존재도 아닌 하필 인간이어서 무력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의 고통만이 유난히 가여워 보였습니다.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비정상화된 세상에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으로 살길 바라며, 다시 꺼내 볼 책입니다.

《노인으로 산다는 것》에서 노인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가 말합니다. “노인은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미래를 보여주니까요. 부당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불평은 그만두고 다른 사람들이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됩시다.“ 2014년은 어른이 그르쳤기에 더없이 불쾌했고, 어른의 잘못을 감내해야 할 아이들이 처량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어른다운 어른, 사회가 받아들여야 마땅한 노인을 그리며 읽을 책입니다.

2014년,
부디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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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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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읽어 간다

 

< SESAME STREET >

 

그래도 읽어 간다

 

도서정가제가 11월 21일에 시작되었습니다. 11월 20일 자정이 다 될 때까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는 인터넷 서점들이 차지했습니다. 평소 책과 서점을 먼 산 대하듯 바라보셨던 분들도 이날은 장바구니를 비워내느라 바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사고 싶었던 책들, 좋은 기회에 잘 구매하셨는지요?

 

한때 유행처럼 독서캠페인이 번졌었습니다. 국가와 매체에서는 책 좀 많이 읽자고 부추겼습니다. 그리고 이제, 국가에서는 제대로 된 책을, 제값에 사야 한다고 새로운 법을 시행했습니다. 독서캠페인과 도서정가제 모두 ‘독서 진흥’에 뜻을 두고 있습니다. ‘진흥’이라는 말은 떨치어 일어나거나 일으킨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사들여도 스스로 읽어야 완성되는 것이 독서일 텐데, 새삼 ‘독서’라는 성질과 타의에 의한 ‘진흥’이라는 조합이 영 어색해 보입니다.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 다시 없을 기회에 붙잡은 책들은 지금 ‘독서 진흥’하고 계시는지요.

도서정가제를 맞아 왜 책을 읽으려 하나, 혹은 왜 또 사려는 건지 많이 생각했습니다. 미국의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설이나 희곡, 시집 한 권이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 생각이나 자신에 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시대는 ―그런 시대가 설혹 있었다 해도― 이미 지나가 버렸어요. (…) 소설은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소설은 단지 그것에서 얻는 강렬한 즐거움 때문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뭔가가 지속적이고 오래가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지요. (PARIS REVIEW, 권승혁 ? 김진아 역, 《작가란 무엇인가》, 다른)


아쉽기는 합니다. 지금까지 좀 더 저렴하게 책을 취할 수 있는 묘미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책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가장 순수한 것 하나만 남은 셈입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요. 도서정가제의 취지대로 더 좋은 책이, 즐거움을 주는 책이 오래오래 ‘점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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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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