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해당되는 글 71건

  1. 2012.02.06 [수정선: 화해] - 수정선! 슬픈 울림을 간직한 서정적인 음악으로 항해를 시작하다
  2. 2012.01.25 [2012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DVD]]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2012.01.09 [더 문샤이너스 : 푸른밤의 BEAT!] - Over the Rock'n Roll
  4. 2012.01.05 [들리는 블로그] 김목인 *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5. 2009.12.21 <지은 2집> - 오지은 'Songs in December' (2)
  6. 2009.12.14 『Battle Studies』- 감성에 공명하는 세련된 블루스 록
  7. 2009.12.07 <The Fall> - 심심함 혹은 담백함
  8. 2009.11.30 <집시의 시간> - 스패니쉬 기타, 그리고 감수성 (3)
  9. 2009.11.23 『HEXAGONAL』- 설득력 있는 이야기꾼들
  10. 2009.11.20 [들블]왠지 느낌이 좋아 - 여행스케치(Love Story) (4)

[수정선: 화해] - 수정선! 슬픈 울림을 간직한 서정적인 음악으로 항해를 시작하다

 

수정선 | [수정선: 화해] | Sony Music | 2012

 

음반 표지에서 이채연이 곤하게 잠들어 있는 두 마리 아기 곰과 수정선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 ‘수정선’이라는 이름을 보며 언뜻 떠오른 것은 화가들이 그림을 수정한 후 그림에 남아 있는 “수정선”이었다. 하지만 정작 가수를 소개하는 글에는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아니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 수정선의 의미, 즉 ‘수정으로 만들어진 배’라는 뜻이 적혀 있었다.

 

수정으로 만든 배! 분명 물 위에 뜰 수는 없을 것이다. 너무도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이름이다. 수정선을 자신의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수 신재진은 2004년에 서정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며 데뷔한 인디 록 밴드 ‘잔향’의 일원이었으며, 2005년부터는 솔로로 전향해 수많은 공연활동을 통해 음악 팬들과 만나왔다. 그리고 2008년에는 네오 포크 지향의 미니 음반(EP) 『Deluxe Girl』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수정선은 여러 음악인들과 교류하며 연주활동을 이어갔는데, 여기에는 그가 평소 음악적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이장혁도 포함된다. 두 사람의 음악적 교류는 수정선이 그에게 자신의 EP를 건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둘 사이에는 정규 음반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오고 가게 되었고, 결국 이장혁과 유재인-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의 베이스 주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레이블인 ‘앨리스(Alice)’를 통해 2012년 1월 17일 수정선의 정규 데뷔 음반 『화해』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신재진이 수정선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데뷔 음반에는 모던 록 성향의 서정적인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드럼 프로그래밍이 신재진의 기타와 만나면서 시작되는 첫 번째 트랙 「거짓말」은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 한 멜로디를 가진 곡으로, 배경에 흐르는 신재진의 해먼드 오르간 소리가 정겹게 다가온다. 신재진의 기타가 전면에 부각되어 다소 가려진 듯 하지만 오히려 보일 듯 말 듯한 수줍음을 간직한 해먼드 오르간 소리가 가사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지난 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송현지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는 두 번째 곡 「Butterfly」는 우선적으로 검정치마의 조휴일이 추천 글에서 했던 말(”슬플 땐 슬픈 노래를 들어야 빨리 치유된다고 한다”)을 떠올리게 한다. 신재진의 목소리에서 강한 울림이 전달되는 곡이다. 곡을 지탱하는, 아름답지만 슬픈 서정성이 「Butterfly」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세 번째 트랙 「Imagine Love」는 2008년 발표했던 「Deluxe Girl」의 새로운 버전으로, 가수 겸 작곡가 해오의 아름다운 현악기 편곡이 마치 멜로트론 음향을 듣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곡이다. 이 곡은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거나 아름다운 사랑을 경험했던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인 동시에 개인적으로 음반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이기도 하다.

 

송현지가 피아노와 함께 펜더로즈(Fender Rohdes) 키보드로 따뜻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부탁」의 가사는 이 음반에서는 유일하게 신재진이 아닌 다른 이, 브라질 음악 가수 소히가 쓴 것이다. 여성 특유의 감수성이 지배하는 가사가 신재진의 곡과 만나 경쾌한 흐름을 이루고 있는 곡이다. 앞의 곡에서 피아노와 펜더로즈를 연주했던 송현지가 피아노와 해먼드 오르간 연주를 들려주는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은 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돌아보게 만드는 곡으로 곡 후반에 등장하는 스캣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장혁의 하모니카 연주로 시작하는 「Far Away」는 송현지의 피아노와 신재진의 해먼드 오르간 연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곡은 어리석음이 없이 지혜로움만이 가득한, 내 안에 없는 먼 나라를 그리워하는 칩거한 이의 외로움을 노래하는데, 두 대의 건반만으로 이토록 황량한 쓸쓸함이 그려지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일곱 번째 곡 「엄마야 누나야」는 신재진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 구성되었다. 노래 가사는 김소월의 시에 멜로디가 더해진 동요 ‘엄마야 누나야’를 살짝 비틀어 차용하고 있는데, 이 곡을 듣다 보면 왠지 모르게 개발되기 전의 강남 모습이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어서 신재진의 1분 30초짜리 짧은 기타 연주곡, 「지어낸 슬픔」이 아련한 슬픔을 흩뿌리며 지나간다. 그리고 나면, 송현지의 피아노와 신재진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작은 전쟁」이 등장한다. 마음 속 아픈 상처의 기억을 어루만지듯 흐르는 피아노와 상처를 헤집는 듯한 신재진의 목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는 곡이다. 신재진의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음반의 타이틀 곡, 「화해」는 브라스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의 리더인 최철욱이 참여해 곡의 중반부에 트럼본을 들려주는, 모던팝적인 분위기가 특징인 곡이다.

 

수정선은 이제 막 항해를 시작했다. 앞으로 도착하게 될 미지의 항구에서 수정선이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얻게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단 하나 우리가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수정선에서 내려질 음악들이 슬픈 울림을 간직한 서정적인 음악들이라는 것뿐이다. 수정선이 개척해 나갈 항로를 지켜보기로 하자.

 

오늘의 책을 리뷰한 '까만 자전거' 님은?
음악으로 하나되는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의 블로그 http://wiver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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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DVD]]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리스 얀손스,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2012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DVD]] | Sony BGM | 2012

 

시작은 가볍게

 

새해맞이와 함께 화려하게 시작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Neujahrskonzert)는 이제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음악팬들의 공유물이 되었다. 194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음악회는 1월 1일 정오에 슈트라우스 일가의 춤곡과 행진곡으로 흥겹게 막을 연다. 오늘날에는 비교적 다양한 지휘자들이 이 콘서트를 이끌지만, 1986년까지는 빌리 보스콥스키(빈 필의 악장이자 지휘자였다)라든가 로린 마젤(당시 빈 국립 오페라의 음악감독)같은 한정된 지휘자들이 맡곤 했다. 하지만 1987년, 베를린 필과 사이가 나빠진 카라얀이 빈에서 이 콘서트를 맡은 이후로는 아바도, 카를로스 클라이버, 주빈 메타처럼 빈 필과 많은 연주회를 함께한 지휘자들도 신년음악회 무대에 서게 되었다. 또한 90년대로 들어서면서는 영상매체의 발전에 힘입어 TV 실황중계와 음반은 물론, 비디오와 DVD로도 출시되어 전 세계인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판매시기를 잘 맞춰야 하는 신년음악회의 특성상, 녹음일자와 음반 발매일자간의 시간차가 비교적 긴 편(녹음 된 지 십 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발매되는 경우도 꽤 있다)인 클래식 음반 시장에서 그 차이가 가장 적은 아이템이기도 하다.

 

빈 필은 전 세계의 오케스트라 중 가장 보수적인 전통을 고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로지 빈에서 교육을 받은 음악가만을 단원으로 받아들였다는 그 옛날의 이야기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들은 지휘자의 선정에 있어서도 상당히 까탈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지휘자는 음악적, 대중적으로 인정을 받은 사람으로 오스트리아와 빈 특유의 예술적 분위기에 적응하는 감각을 지녀야 하고, 콘서트에서도 수준 높은 청중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물론 신년음악회를 지휘해보지 못했다고 해서 '세계적인 지휘자'가 아니라는 말은 그야말로 난센스지!- 그 특유의 보수성로 인한 부작용인지는 몰라도 한 때(90년대 중후반) 신년음학회의 지휘를 리카르도 무티, 로린 마젤, 주빈 메타가 번갈아가면서 맡게 되었고, 실제로 이 라인업에 대해서 '진부하다'거나 '3M만 무대에 설 수 있나보군'하며 비판하는 음악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 볼멘소리가 빈에도 들어갔는지, 2001년의 연주회에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태어난 건 베를린이지만 삶의 모든 기반은 어렸을 때 이주한 그라츠와 빈을 비롯한 오스트리아 지역이다)와 세이지 오자와, 조르주 쁘레뜨르 같은 지휘자가 등장하더니, 2011년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비교적)젊은 지휘자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지휘대에 오르기도 했다(벨저-뫼스트는 2013년의 내정자이기도 하다). 올해 신년음악회의 지휘자는 라트비아 출신의 거장 마리스 얀손스(Mariss Jansons)가 선택되었고, 이는 2006년에 이은 마에스트로의 두 번째 신년음악회 무대이기도 하다.

 

예능감각의 달인 얀손스 선생

 

1943년생인 얀손스는 약간 험상궂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겸손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내세우는 현존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이며, 현재 암스테르담 콘서트허바우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라는 최고의 포스트들에서 동시에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얀손스는 작품의 전체와 오케스트라의 기능적 세부에 통달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견실하고 다채로운 음색을 뽑아낼 수 있는 진정한 달인이다. 오케스트라 조련사로서의 얀손스는 80년대 샨도스 레이블를 통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전집이 발매되면서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얀손스는 이 녹음에서 특유의 깔끔한 음색과 생생한 열기를 조화시키면서 많은 애호가들의 지지를 얻었고, 90년대에 들어서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해 또 하나의 훌륭한 기록을 남겼다.

 

<하라는 지휘는 안하고 얀손스가 호각과 망치와 시계를 든 까닭은? DVD에서 확인하시라!>

 

이제 70줄에 접어들었고 건강도 불안해서 이따금 콘서트도 취소해야 하는 얀손스지만 이번 신년음악회에서는 젊고 세련된 자신의 음색처럼 재미있는 모습도 많이 보여주었다. 지휘봉대신 망치를 들거나 호각을 불기도 했고 커다란 시계를 들고 나와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숨겨왔던 그의 예능감각을 한껏 보여준 것이다. 신년음악회에서 연주되는 곡들은 대규모의 교향곡처럼 깊이가 있는 곡들은 아니지만, 새해를 가볍고 신선한 마음으로 맞기에는 이 이상 좋은 레퍼토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특히 DVD에서 볼 수 있는 뛰어난 화질과 우아한 발레 안무는 이 음악에 더해져 더 큰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앙코르에서 전통적으로 연주되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들으며 우리도 빈의 청중들처럼 박수를 쳐 보자. 

 

 

 

오늘의 책을 리뷰한 '박현준'님은?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으며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으로서 어정쩡한 신분의 삶을 살고 있는 남자입니다. 남의 연주에 대해 끼적이는 걸 좋아하면서도 음악을 공부하며 생긴 어정쩡한 동업자 정신 탓에 나쁜 연주를 나쁜 연주라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암튼 정체가 수상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트위터 http://twitter.com/brahms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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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샤이너스 : 푸른밤의 BEAT!] - Over the Rock'n Roll

 

더 문샤이너스 (The Moonshiners) | [더 문샤이너스 : 푸른밤의 BEAT!] | 미러볼 뮤직 | 2011

 
이건 그냥 미치라는 거다. 이미 미쳐있다. 그래서 맨 정신으로 듣기 힘들다. 아니, 첫 곡이 끝나기도 전에 함께 미치게 된다. 말이 좋아 록큰롤이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스타일의 점잔빼는 록큰롤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원조 록큰롤러 중에서 비교 대상을 찾아보자면 최소한 딕 데일(Dick Dale)이나 보 디들리(Bo Diddley) 급이다. 호방한 리프의 구성과 직진하는 밴드의 기운은 이 이름 옆 어디쯤에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멤버 모두의 집중력은 끝을 치고 있고, 사운드의 합은 개별 멤버의 능력보다 위에 있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놀랍게도 밴드가 토해내고 있는 이렇게 "뿅가는" 사운드가 실은 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숙성시켜 내놓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상 그것이 앨범이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미덕이다. 그렇다! 에너지의 기운으로만 보자면 뱃속에서 그냥 뱉어내기 바쁠 것 같지만, 문샤이너스는 이 사운드를 푹 삭혀 내놓는다. 최고급 햄이 원래 돼지 뒷다리 고기가 가진 풍미를 높일 뿐, 고기가 가진 육질이나 성질을 죽이는 게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갈은 자투리 고기를 뭉쳐 만든 싸구려 햄 말고, 껍질에 향기로운 곰팡이가 검게 묻어있는 1년 이상을 잘 숙성시킨 진짜 햄 말이다. 지난 1집 『冒險狂白書』(2009)가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쏟아져 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2장의 CD에 담았다면, 이번 『푸른 밤의 BEAT!』는 선별과 집중이라는 숙성 과정을 거쳐 1장의 CD에 차곡차곡 담았다. 그래서 이 사운드는 아무리 들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 덕분에 청자는 문샤이너스가 그려내는 사운드의 검은 물속으로 즐겁게 빠져들 수 있다.

작렬하는 피크 스크래치와 왜미 패달로 만든 사운드가 서프 뮤직을 떠올리게 만드는 연주곡 「The Mothman Rising(나방 人間의 飛上)」부터 두툼한 사운드가 한 가득이다. 가청 공간을 가득 채운 사운드는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다. 기복도 없다. 앨범 가운데를 지르고 나가는 「검은 바다가 부른다」에서 들을 수 있는 일렉트릭 시타 연주는 앰비언트를 잔득 머금은 두둑한 밴드 사운드가 받치고 있기에 오히려 빛을 발한다. 풍부하고 깊이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는 밴드는 어떤 악기나 악곡이 붙더라도 모두 자기 소리로 수렴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검은 바다가 부른다」는 바로 그러한 사실 때문에 주목해야 한다. 차승우와 백준명의 기타 연주가 가장 먼저 귀에 와 닿지만, 진정 핵심은 최창우의 베이스와 손경호의 드럼 배터리의 탄력 넘치는 리듬, 나아가 그 소리의 결이기 때문이다. 이 얘기는 단순히 베이스와 드럼 연주가 빼어나다는 의미가 아니다. 네 명이 공명(共鳴)하는 소리의 쾌거, 이를 증거하는 장면이란 얘기다.

뻔해 보이는「모텔 맨하탄(눈물의 테디 보이)」과 「Bye Bye Bye(분노의 테디 보이)」 연작에 담긴 사랑에 아픈 질풍노도 청춘 이야기마저 문샤이너스가 연주하자 상투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여전히 서핑 보드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고, 그 세계만 노래하는 딕 데일의 음악(「Nitrus」를 듣고 "형님~!"을 외치지 않을 수 있는가 말이다)이 뻔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밴드의 푹 젖은 연주에서 뭉근히 퍼지는 에너지가 노래 그리고 앨범을 삼켜버린 것이라 하겠다. 문샤이너스의 라이브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이들의 정교한 연주와 주체 못할 무대 매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두 장의 녹음 결과물은 항상 라이브와 달리 뭔가 부족했었다. 그것은 무대와 스튜디오라는 물리적 차이를 록큰롤 정신으로 몰아쳐서 넘어버리고 싶었던 밴드의 욕심이었을 게다.

이제 문샤이너스는 『푸른 밤의 BEAT!』를 통해 무대와 다른 공간, 객석과의 에너지 대류가 없는 스튜디오에서도 청자를 요리할 방법을 깨달았다. 나아가 스튜디오라는 공간을 십분 이용하여 무대가 만들 수 없는 또 다른 종류의 풍미를 소리에 담아내는 노하우까지 터득했다. 2011년 한국 록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명반이다. 록큰롤을 넘어선 록큰롤의 짜릿함이 뿌듯하다. 미쳐라. 이 앨범은 이미 당신과 미치도록 놀 준비가 끝나있다.

* 이 글은 www.100beat.com과 다음뮤직에 실렸던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 매주 금요일마다 게재된 [오늘의 음반] 은 이후 격주로 찾아갈 예정입니다.
횟수는 줄어들지만 음악 그리고 음반의 감성을 더욱 짙게 전하는 글들로 채워가겠습니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헤비죠'님은?
조일동이란 본명이나 헤비죠(heavyjoe) 란 필명 모두에서 왠지 무게감이 느껴지는 음악 글쟁이이자 문화인류학 꾼. 아웃사이드의 여러 웹진과 잡지, 단행본에 록, 블루스, 재즈, 메탈, 펑크, 힙합 등 음악에서 현실정치까지 오지랖 넓게 글을 써왔음. 현재는 웹진 음악취향 Y(cafe.naver.com/musicy)에서 주로 활동 중이며, 대학에서 문화, 영상, 인류학, 대중미학, 일상음악 등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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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김목인 *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매년 일정 비율로 태어나는지 음악의 아이들은 계속 나타난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비밀스런 자기만의 윤리를 지키고 살아간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누구나 좋아하지만, 누구나 집안에 들여놓고 싶어 하진 않는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이 직업은 세계 어디에 가도 알아보는 전지구적 연줄을 자랑한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엄청난 어려움에도 위대하고 아름다운 교향곡들을 남겨왔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이 직업은 가장 오래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모든 곳에 음악이 사용되어도 모든 계획에 음악이 고려되진 않는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모든 일이 그렇듯 이 직업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마냥 즐겁게만 본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모든 일이 그렇듯, 이 직업에도 사명이 있지만 마냥 무책임하게 본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무수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시간은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음악가의 시간들은 돈으로 계산되지 않지만 엄격한 미소는 요구된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져도 완전히 가격이 매겨지진 않을 것이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오랜 어려움에도 살아온 살아있는 화석이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현대인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야생지대다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역할이 생깁니다. 저는 어떤 이에게는 가족이고, 또 누군가의 술친구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저를 컨텐츠팀 에디터라고 소개했지요. 벌써 세 가지나 되네요. 역할은 대개 관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부여 받게 됩니다. 반면에 스스로 자처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이를테면 여행가 혹은 음악가. 어떤 길을 만드는 힘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니까요. 그 성찰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노래가 있습니다.



한 달 전에 발매된 『음악가 자신의 노래』는 김목인의 첫 번째 앨범입니다. 1집이라고 해도, 2002년부터 음악가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캐비넷 싱얼롱즈,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 등 몇몇 밴드의 멤버로 꾸준히 활동했지요. 정규 솔로 앨범을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1번 트랙에 수록된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의 가사는 한 편의 선언문 같습니다. 건반 연주에 묻어나오는 목소리에서 음악이라는 터널을 지나가는 한 사람을 만납니다. 김목인은 누구보다 자신에게, 스스로 택한 역할을 되새기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노래가 음악가에게만 유효한 성찰은 아니겠지요. 나를 움직이는 힘을, 그 의미를 가만가만 읊조려 봅니다. 무엇인가, 무엇인가, 하면서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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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2집> - 오지은 'Songs in December'

 

오지은, <지은 2집>, MNET MEDIA, 2009


고마운 초대를 받았다. 관람석으로 들어서니 2대의 모니터에서 ‘혼자 와서 공연 시작이라는 영겁의 시간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합주 연습 장면, 그녀의 캠퍼스 생활(이지만 ‘이바구’를 잠시 풀다가 끝난다.^-^;), 음악 친구들(노리플라이의 TUNE군 등)의 인사가 나온다. 그러다 영상이 끝나고 적막. 오! 첫 곡은 「작은 방」이다. 그녀의 1집 『지은』을 완전히 막 내리게 만드는 작은 목소리의 고백.

관람객들은 오지은이라는 이름에서 제각각 무엇을 연상하고 온 것일까. 공연이라기보다는 독주회 같은 조용한 분위기이다. 곡 한 곡 한 곡이 끝나고 박수가 그때마다 적절하게 터져 나오고…. 그녀의 멘트가 객석을 웃음으로 잠시 흔든다. 그리고 다시 자연히 다음 노래로 이어지는, 이런 식이라서 내 개인적으로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관객들도 당일 날 시작된 추위 덕분에 몸과 마음이 다소 경직되어 보였다) 그마저도 스며들었지만.

초반엔 겨울 선곡이 주를 이루었다. 그녀의 ‘방라이브’ 시절 첫 디지털 싱글이었던 『Winter night』의 오리지널 버전이 나오다가 중반부 ‘청춘의 록’ 버전으로 바뀌는 등 묘를 발휘했고, 전반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의 겨울 콘서트 분위기를 표방했다. 프리텐더스의 리메이크 「2000 miles」, 내년 민트페이퍼 3번째 (‘강아지/고양이 이야기’, ‘남과 여 프로젝트’에 이은) ‘여러 아티스트 프로젝트’인 『Life』에 수록 예정인 「겨울 아침」 등이 밖에서 동결되었던 관객들의 몸을 느슨하게 이완시킨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내년 프로젝트를 상기된 표정으로 알린다. 그녀는 ‘밴드 음악’, 또는 ‘나도 사람들을 방방 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음악’을 하고팠나 보다. 자 어떤 음악들이 나올까. 난 좋았다. 제목은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제 가르쳐줘」와 「아저씨 미워요」 이렇게 두 곡이었는데 아무튼 내년에 들을 기회가 올 것이다. 그때를 기대해보자.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3집’ 음악은 아니다. 한때 사람들이 ‘민트락’이라고 불렀던 그때의 센스에 가깝다. 그래도 그녀 특유의 ‘핵’이 잠재했으리라 난 믿어본다.

다시 모니터가 밝아지며 ‘팬 영상’에 실린 「Wind Blows」가 관객들의 마른 침을 넘어가게 만들었다. 「두려워」의 후반부 격정이 조금 아쉬웠지만(무척 좋아하는 넘버다), 공연에서 「당신이 필요해요」를 들을 날이 올 줄이야! 적막하게 느껴졌던 무대와 객석의 거리감이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반 농담조로 말하는 것이다) Heart beat는 2PM이 아니라 오지은이 원조였다! 심장고동과 그녀의 목소리로 이뤄진 팽팽한 아름다움. 이어지는 것은 정중엽의 기타 후주가 지글거리며 흐드러지는 일렉 넘버들의 향연이었다. 오지은은 말 그대로 ‘정말 잘 불렀다.’

조명이 바뀔 때마다 흰 원피스 안에 비치던 그녀의 라인이 아슬아슬했다고 쓰고 그냥 여자친구에게 혼나기로 하자.

-1부-
01. 작은방
02. Winter Night
03. 2000 miles (The Pretenders cover)
04.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05. Christmas time is here
06. 겨울 아침

-guest(이지만 실은 오지은 2010년 프로젝트)-
01. 너에게 그만 빠져들 방법을 이제 가르쳐줘
02. 아저씨 미워요

-3부
01. Wind Blows
02. 익숙한 새벽 3시
03. 두려워
04. 잊었지 뭐야
05. 24
06. 웨딩송
07. 인생론
08. 당신이 필요해요
09. 진공의 밤
10. 요즘 가끔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야
11.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encore-
01. 화
02. 오늘 하늘엔 별이 참 많다

그리고 다시 무대에 올라온 그녀는 올해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 때 왜 그토록 힘들었는지를 말한다. 흡족하지 못했던 그때 당시의 의문점이 풀렸다. 노래는 이어진다. 그렇게 나머지가 채워지고 무대는 막을 내렸다. 나의 일요일 밤이 덕분에 슬프지 않게 저물고 있었다. 마음에 ‘밝음’이 심어졌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렉스’ 님은
?
사촌누나의 음악테이프를 몰래 주머니에 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음악듣기, 이제 그 듣기를 애호와 피력으로 발산하려 하나 여전히 역부족. 웹진 음악취향Y(
http://cafe.naver.com/musicy)에서 렉스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 게으른 직장인이자 숨가쁜 인터넷 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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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tle Studies』- 감성에 공명하는 세련된 블루스 록


 

『Battle Studies』, 존 메이어, SONY MUSIC, 2009


엣지(Edge)가 빙의된 듯 차분한 기세로 성큼성큼 울려대는 규칙적인 기타 고동이 변화의 조짐을 암시하는 걸까. 잘은 몰라도 적어도 「Heartbreak Warfare」는 이 유능하고 잘빠진 젊은 기타리스트 겸 보컬리스트의 가속이 관성 때문이 아니라 분명한 운동에너지에 의한 것임을 어렴풋이 감지하게 만든다. 옛스런 재료들을 결코 구태의연하게 반복하지 않고, 늘 현대적인 감성으로 현 신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모색하는 능력으로 이제껏 가장 신뢰감 있는 젊은 아티스트의 위상을 자리매김 해 온 그가 아니던가. 이번에도 역시 예사로운 음악 만들기는 아니다.

사실 존 메이어를 마뜩지 않게 보는 시선의 이면에는 새초롬한 귀를 무턱대고 잡아 끌려 유혹하는 그 특유의 캐취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에, 뭐 그런 하찮은 핑계거리가 다 있어? 하지만 정말이다. 두 번 이상 들을 필요 없이 익숙해지는 멜로디, 자연스러운(이라고 쓰고 ‘계산된’이라고 읽는다) 톤, 탁월한 대중성. 잭슨 브라운(Jackson Browne), 밥 딜런(Bob Dylan),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스팅(Sting)의 베스트 음반들에서 한두 번쯤 들어봄직한 친숙한 무언가가 매번 자꾸자꾸 신곡이라는 이름으로 의심 많은 귀를 유혹하는 것도 죄라면 죄다. 그런데 그러면서 결코 싫지 않은, 누군 알면서도 넘어간다는 바람둥이 남자의 속보이는 클리쉐 유혹 세레나데 마냥 이 친구의 음악은 늘 그렇게 중독성이 있다.

시간은 흐르고, 소소한 방식은 바뀌었지만, 그래도 본질은 변함이 없다. 멜로디 지향, 깔끔 알싸한 편곡, 쳐낼 것과 남길 것을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귀, 보컬-연주의 거의 완벽한 균형미는 열 번 용융되어 굳혀도 남은 결정마냥 여전히 그대로다. 실망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 사실 그 반대다. 「All We Ever Do Is Say Goodbye」부터 「Perfect Lonely」까지 4연타로 이어지는 소프트 록/포크 퍼레이드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변색되지 않은 메이어만의 고유한 음악 만들기의 힘을 확인시킨다. 특히 「Who Says」의 자조적인 읊조림은 특유의 멜랑꼴리한 기타 톤과 어우러져 대단히 매력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같은 자극적 기운은 없지만 에두르지 않고 감성에 직선적으로 와 닿는 기운만은 정말 여전히 쌩쌩하다.

파퓰러한 매력과 퍼스낼리티에 가려졌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기타리스트. 「Crossroads」에 대해 일언반구 없이 넘어간다면 메이어가 서운해 할까? 80년대 블루스-록을 연상시키는 톤으로 재해석한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은 폭주 않는 특유의 시크한 블루지함(이라는 것도 있다면)이 역시나다. 「Edge of Desire」에서처럼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확실한 톤을 갖고 반짝이는 기타 프레이징도 경이롭기 보다는 그저 자연스럽다. 정말이지 조금만 더 과욕을 부려도 좋을 텐데 싶은 여지들이 널려있지만 역시나 딱 거기까지. 그것이야말로 이번 앨범까지도 계속 유효한, 『Battle Studies』라는 타이틀은 살짝 무색한, 존 메이어의 장점과 한계 그 자체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투째지’님은
?
웹진 음악취향Y(cafe.naver.com/musicy)를 아지트 삼아 넷상에서는 투째지(toojazzy)라는 필명이 김영대라는 본명보다도 익숙해진지 13년째. "90년대를 빛낸 명반 50", "한국힙합, 열정의 발자취", "힙합, 우리 시대의 클래식"등 몇 권의 책도 썼지만 인세나 원고료를 통한 밥벌이는 꿈도 못꾸고 있는 세미프로 음악 평론가. 음악이 세상을 구원해 줄 날을 고대하며 현재는 미국 시애틀에 머물며 워싱턴대에서 음악 인류학(ethnomusicology)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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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ll> - 심심함 혹은 담백함

 

노라 존스, <The Fall>, EMI, 2009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녀는 주목을 받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 다이아몬드 레코드를 기록, 재즈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레코드 중 하나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낸 『Come Away With Me』는 물론이거니와 잇따른 두 앨범의 플래티넘 성공가도, 딱히 시비를 걸 틈을 주지 않는 특유의 보편적인 정서는 그렇다고 쳐도 포크와 블루스, 재즈와 보컬 팝을 너무도 쉽사리 자연스레 넘나드는 음악적 행보는 조금은 질린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녀가 독특한 건 전통적인 의미의 장르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적인 분류 기준에 의거, 스탠더드 보컬 팝 혹은 컨템포러리 보컬 재즈로 치부하기엔 일견 그 스펙트럼이 넓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이상을 시원스레 넘어서는 실험적인 마인드를 보여준 적은 일찍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 노라 존스라는 인물은 하나의 음악적인 ‘이미지’나 ‘색채감’에 가깝다는 느낌을 갖는다. 어떤 장르나 스타일로서 규정되는 뮤지션이 아니라 그 외모며 분위기, 목소리와 연주 등이 어우러진 하나의 ‘정서’ 말이다. 노라 존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늘 성공을 거두어 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따라서 그녀의 변신은 한편으로는 예견되어 왔던 것이며, 또 한편으로는 크나큰 위험을 내포한다. 사실 ‘변신’이라는 키워드는(글 쓰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쉬운 유혹의 어휘인) 이번 앨범에 함부로 적용하기가 껄끄러운 면이 없지 않다. 변한다는 것이 무얼까. 그 화학적 성질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애당초 전통적인 장르의 파격을 통해 이루어지는 변신에 대한 의지가 없는 존스의 음악에 함부로 ‘변화’나 ‘변신’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일 수 있을까. 형식적이다. 별다른 할 말이 없어 내뱉는 상투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노라 존스의 의도는 ‘비꼼’이라 말하고 싶다. 조금 틀어져 보기. 대놓고 막나가는 탈선은 아니지만 흑심을 슬쩍 감춘 채 은근히 삐져나온 ‘썩소’ 비슷한 일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Don't Know Why」의 그녀는 역시나 그대로 남아 있다. 그 해석과 방식의 양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미 전작 『Not Too Late』(2007)에서도 살짜쿵 비슷한 암시를 던졌지만 이제는 조금 더 그 의도를 분명히 하려 한다. 언뜻 그 키워드는 모던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지향성이다. 나이에 비해 턱없이 노티나는 이미지로 호소해 온 그녀가 아닌가. 『Chasing Pirates』는 그 노티나는 피아노와 스트링의 터치를 버리고 살랑살랑 바람 날리는 청량한 기타 소리로 그 공간을 대신 메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탐 웨잇츠(Tom Waits)와 아방가드로 세계를 구축하더니 어느덧 킹스 오브 리언(Kings of Leon)의 블루지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 낸 바 있는 자콰이어 킹(Jacquire King)에게 조타수를 맡긴 결과다.

덕분에 분위기는 살짝 달뜨고 목소리에서는 모던한 소녀들의 에너지가 감지된다. 좋은 의미에서 프로페셔널한, 노련하고 성숙한 여성 모던로커로의 재발견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정작 앨범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트랙들은 오히려 컨트리와 블루스, 포크와 루츠 록의 어디쯤을 복합적으로 뒤섞은 차분하면서도 조금은 난해한 사운드로 채워진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것은 노라 존스라는 지극히 통제된 이미지에 다시금 수렴된다. 릴리 앨런(Lili Allen)이나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까지는 안 바라도 모던하고 인디(쉬)한, 조금은 발칙한 록을 기대하기에는 한참 미적지근해 보이는 태도, 그렇다고 마냥 블루지하고 끈적한 서던 사운드를 떠올리기엔 이미 현대적인 컨템포러리 재즈에 최적화된 보컬의 결, 로(Raw)하지 않고 단정히 책의 한 챕터 한 챕터를 조근조근 넘기는 듯 유기적으로 엮여 들어가는 곡 배치와 만듦새도 그녀가 이미 구축한 규범적인 이미지의 틀을 어긋나지 않는다.

성과도 한계도 바로 그 지점에서 얻어진다. 하지만 그 조금은 지나친 듯한 사운드 통제력, 장르를 슬쩍 넘나들며 서로 다른 편곡으로 치장하면서도 자연스레 재생산되는 보수적이면서 안정적인 ‘심심함’ 혹은 ‘담백함’ 역시 누구나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미덕은 아니다. 어떤 편곡, 어떤 구성 속에서도 노라 존스의 음악이라는 그 독특한 표식은 어떤 식으로든 너무도 쉽게 발견되며 애써 구축해 온 이미지를 버리지 않고도 다양한 사운드의 실험에 도전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단순히 프로듀서나 제작자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아티스트쉽을 가진 이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뮤지션으로서의 높은 경지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투째지’ 님은
?
웹진 음악취향Y(cafe.naver.com/musicy)를 아지트 삼아 넷상에서는 투째지(toojazzy)라는 필명이 김영대라는 본명보다도 익숙해진지 13년째. "90년대를 빛낸 명반 50", "한국힙합, 열정의 발자취", "힙합, 우리 시대의 클래식"등 몇 권의 책도 썼지만 인세나 원고료를 통한 밥벌이는 꿈도 못꾸고 있는 세미프로 음악 평론가. 음악이 세상을 구원해 줄 날을 고대하며 현재는 미국 시애틀에 머물며 워싱턴대에서 음악 인류학(ethnomusicology)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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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시간> - 스패니쉬 기타, 그리고 감수성

 

박주원, <집시의 시간>, UNIVERSAL, 2009


개인적으로 기타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르는 스페니시 기타라고 생각한다. 기타 한 대와 플라멩고 가수 한 명만으로 무대를 채울 수 있는 장르는 많지 않다. 물론 포크도 감동을 가져다 주지만, 기타 한 대가 뿜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에너지가 구현되는 장르가 바로 스페니시 기타가 아닐까 싶다. 현 하나하나가 튕겨내는 불꽃, 그리고 명창을 연상케 하는 플라멩고 가수의 짱짱한 목소리. 저절로 테킬라 한 잔이 생각난다.

박주원은 그런 Fireworks의 기대를 슬며시 비켜간다. 첫 번째 트랙 「집시의 시간」을 플레이하면 맑고 차가울 만큼 명징한 사운드가 울려 퍼진다. 라 벤타나와의 6분짜리 협연 「Hide & Seek」은 박주원의 깔끔한 플레이와 라 벤타나의 부드러운 곡 해석이 어우러진 넘버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기타와 후광처럼 드리워지는 아코디언과 피아노의 앙상블은 한마디로 멋지다. 재즈 페스티발에서 이들의 협연을 기대해볼 만하다.

피아졸라의 넘버 「Oblivion」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기타 독주를 귓가에 바짝 댄 녹음으로 뒷받침해준다. 「Por Una Cabeza」는 아코디언이 상투적인 멜로디를 소화하고 기타가 따라가는 편곡으로 재탄생했지만, 아무래도 까를로스 가르델의 진부하면서도 기름기 적당한 원곡이 더 재미있다. 탱고 넘버 중 굳이 이 곡을 고른 이유는 아무래도 대중적인 선택 때문이 아니었을까. 몇 백 개의 리메이크 버전이 존재하는 「Por Una Cabeza」를 여기서 다시 연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말로가 피처링한 「Made in France」은 스캣과 기타가 어울린 멋진 곡이다. 스캣을 좀 더 살려 기타와 대결을 벌이는 구도로 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처음 들을 때에는 특별한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한 번 듣고 나면 100미터 밖에서 들어도 ‘앗 말로다’하고 알아듣게 된다. 정엽과 전제덕도 피처링했지만 유독 귀에 남는 사람은 말로다.   

이 앨범의 장점 중 하나는 깨끗한 음질이다. 녹음이 너무 잘 되어서 기타에 귀를 바짝 댄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런 깨끗함이 스페니시와 집시 기타를 표방한 앨범 컨셉과 어긋난다는 게 문제다. 클래식이나 재즈를 들고 나왔다면 깔끔한 녹음이 어울리겠지만, 귓가에 대고 거슬릴 정도로 깨끗하게 울려 퍼지는 스페니시 기타는 왠지 낯설고 어색하다.  

마지막 트랙 「J's Theme」를 듣고 나면 정작 박주원이 가장 하고 싶은 건 클래식 기타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스페니시 기타를 치는 데 필요한 테크닉과 해석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모자란 건 감성이다. 하나의 장르를 구사한다는 것은 그 장르를 형성시킨 시대와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주원의 앨범에서 들리는 것은 스페니시 기타의 테크닉이되, 녹아나는 감정의 흐름이 아니다. 스페니시 기타의 테크닉으로 표현한 클래식 기타의 감수성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어쨌든 관능적인 폭발력을 보여주기엔 박주원은 너무 깨끗한 감수성을 지녔다.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오필리어'님은?
주변인도 본인도 실명보다 ‘오필리어’라는 닉네임이 편하다. 서울 변두리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동거중이며, 아르헨티나 탱고를 연마한 지 만 4년이 넘었다. 마실 커피는 직접 로스팅한 뒤 추출해 마시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몸은 편하게 마음은 무겁게' 지내는 걸 좋아한다. 근대 문인의 지식축적 과정으로 학위논문에 몰두하려 애쓰고 있으나 트위터에 엄청난 방해를 받고 있다. 주소는
http://twitter.com/ophellia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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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XAGONAL』- 설득력 있는 이야기꾼들


 

리쌍, 『HEXAGONAL』, 로엔엔테테인먼트, 2009


가히 올해 최고의 진용이라고 하겠다. 올 연말 대중음악 결산의 가장 중요한 이름 중 하나가 될 듯한 장기하를 필두로 YB, 말로, 이적, 김바다, 루시드폴, 캐스커, Enzo.B(박정아) 등 이루 열거하기에도 벌써부터 지면(?) 걱정이 될 정도다. 여전히 ‘무브먼트’ 진영의 지원세력도 막강하다. 리쌍의 신보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이처럼 피처링 목록에 대한 놀라움을 표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잠시 고민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넘버에 이들이 자아낸 물리적 결합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리쌍의 신보 『HEXAGONAL』상의 게스트 초대는 단순히 양념이나 기능성으로서의 목소리 기용(또는 활용)에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게스트가 가진 개성과 장르적 장치를 온건히 보존함은 물론, 그런 면모들을 자신들과의 배합에 이질감 없이 녹여내는 노력에 할애를 한 듯하다. 덕분에 구성진 장기하의 털털한 보컬이 반복되는 가운데, 리쌍의 ‘애인을 향한 거짓말’이 술술 풀리는 스토리라인이 시트콤 화면처럼 절묘하게 그려진다.(2번 트랙 「우리 지금 만나」) 이뿐인가. 루시드폴의 나지막하고 여린 톤의 목소리는 리쌍이 짜놓은 이야기 안에서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토로’로 설득력 있게 배치된다.(5번 트랙 「부서진 동네」)

올해 초에 발매된 5집 『伯牙絶絃(백아절현)』이 크루의 협력, 자기고백적인 가사가 포진된 전형적인 외형의 리쌍의 앨범이었다면, 본작은 다소간 작정한 시도가 돋보인다고 하겠다. 마치 앨범 커버의 육각형처럼 완벽한 좌우대칭의 균형이라는 결과물을 얻고픈 욕심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곡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그 아슬아슬한 성취도에 대한 개별적인 점수를 매길 것이다. 여러분들이 듣기에 일렉트로니카의 얇은 껍질을 쓴 락킹(Rockin') 넘버 9번 「Dying Freedom」(Feat. 김바다)이 어떻게 들렸는가? 농담조의 여담이지만 이런 협업 작업은 ‘무한도전’에 출연한 길의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의 진지한 버전 같다.

협업 작업에 멈추지 않고 동물원의 원곡을 크게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재가공한 5번 트랙 「변해가네」(Feat. 정인)는 특히 귀에 밀착한다. 원곡의 출중함 덕이기도 하겠지만, 이 곡에서도 역시나 진가를 발휘하는 ‘제3의 목소리’인 정인의 가세 덕일 것이다. 예의 이번에도 정인은 타이틀곡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에서 그 목소리를 제공함으로써 리쌍의 대표작들 상당수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탄탄히 새기는 이력을 이어갔다. 하기야 정인의 목소리가 아니라면 소외된 마초들의 정서를 읊조리며 탄식하는 리쌍의 음악에 누가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을까 상상할 수 있겠는가.

앨범을 마무리하는 넘버인 「내 몸은 너를 지웠다」는 이별하는 이들에 대한 스케치이자, ‘몸의 기억’에 대한 노골적인 고백이다. 다소 느닷없어 보이는 내용이지만 이런 거칠고 투박한 면모조차 리쌍다운 면모다. 가사를 좀 더 정제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못내 들지만. 어떤 의미에선 대중적인 설득력에 안배한 전반부와 중반부에 이은 마지막 귀결은 이들만의 고집으로 마무리 짓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리쌍의 신보 『HEXAGONAL』을 근사하고 새로운 시도의 힙합 앨범으로 훗날 기억할 가능성은 다소 낮다. 그보단 리쌍이 현재 시점 대중들에게 여전히 설득력 있는 스토리 라인을 펼치는 이야기꾼들이라는 증명에 본작의 의미는 가까울 것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렉스’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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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누나의 음악테이프를 몰래 주머니에 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음악듣기, 이제 그 듣기를 애호와 피력으로 발산하려 하나 여전히 역부족. 웹진 음악취향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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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블]왠지 느낌이 좋아 - 여행스케치(Love Story)


안녕하세요. DJ 반디입니다. 주초에 날씨가 엄청 추었죠? 꽁꽁 싸매고 다니느라 스타일이고 뭐고 그냥 입고 다녔는데. 반디 가족 여러분은 어떤 추위를 피하는 방법을 갖고 계신가요?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야 비한테 물어보면 되지만, 추위를 피하는 방법은 당최 모르겠어요.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것, 외로움에 추위도 추가해야겠어요. 내복이 간절해지는 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내복을 선물해 사랑도 나누고, 에너지 절감 -> 환경 보호도 하는 일석이조 프로젝트는 어떨까요?^^

오늘은 찬바람 속에서도 훈훈한 미소가 짓게 만드는 노래를 골랐습니다. 바로 여행스케치의 「왠지 느낌이 좋아」입니다. 여행스케치 8집 『Love Story』 1번 트랙인 이 곡은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선곡 이유가 참 단순하지요? ^^;; 초반에 연주되는 기타 소리도 좋고, 흥겨운 멜로디도 좋습니다. 가사? 물론 좋지요!

널 만난 후부터 난 달라지고 있어
매일 걷던 그 길거리를 걸어도
늘 새롭게 느껴져 처음인 것처럼
온 종일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아

얼마나 좋을까요!
매일 걷던 길이 새롭게 느껴진다면 말이에요. 또 그게 처음인 것처럼 느껴진다면, 늘 설레고 좋겠네요. “몇 번의 만남과 몇 번의 이별 후에 누군가를 또 다시 만난다는 게 내겐 가장 어려운 일이 됐었는데…”란 가사처럼 그런 느낌을 받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제대로 걸리면 좋은 거니까, 좀 오래 기다려도 좋을 거 같네요. 그 느낌이 왔을 때 놓치지 않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천천히 걸으면서요.^^

지금 사랑하시는 분들은 그 느낌 오래오래 간직하시길 바라고요, 날로 목이 길어지는 분들은 너무 늦지 않게 왠지 느낌이 좋은 분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느낌이 좋은 사람들은 많으니까, 그분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네요.

아래 [음악 들으러 가기]를 누르시면 들리는 곡이 「왠지 느낌이 좋아」입니다. 「왠지 느낌이 좋아」는 반디앤루니스 네이버 블로그에 올립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이 노래 상상하시면서 흥겨운 스텝 한 번 밟아보세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0^)/ [음악 들으러 가기(클릭)]

*음악 신청도 받습니다. 듣고 싶은 곡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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