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10.21 [접어놓은 구절들] 요시모토 바나나, 암리타
  2. 2011.08.03 [서점에서 만난 사람] 왠지 도서관에서 알바했을 것 같은 ? - 외국어·기술공학 MD
  3. 2009.09.18 그대의 오늘을 살아나게 만드는 주문 - <무지개>

[접어놓은 구절들] 요시모토 바나나, 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 <암리타> | 민음사 | 2001

 

"마유는 여행스런 여자였어. (...) 이틀이고 사흘이고 같은 일행이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남녀의 구별도 일거리도 점차 없어지고, 피로한 탓인지 묘하게 기분만 고조되잖아? 돌아오는 차 속에서는 헤어지기가 싫어서, 필요 이상 명랑해지기도 하고, 무슨 얘기를 해도 재미있고 우스워서, 이렇게 사는 인생이 어쩌면 진짜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즐거워지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그들의 존재감이 사방에 잔상처럼 머물러 있어서, 이튿날 아침 혼자 잠에서 깨어나, 아니? 그 사람들은? 하고 멍해 있다가, 아침 햇살 속에서 괜스레 서글퍼지곤 하잖아? 그러나 뭐 어른들이란, 그런 건 다 지나가고 말기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치부하며 살아가지. 그런데 마유는 달랐어. 단 한번이라도 그런걸 느끼면, 책임지고 지속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는 어리숙함이 있었지"

  

<멜랑콜리아> 

 

얼마 전 뒤늦은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사흘 정도, 짧게나마 서울에서 먼 곳으로 떠났다. 모처럼 함께 휴가를 내어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된 두 친구와 내내 붙어 다니며 밥을 먹고, 걷고, 이야기를 하고, 사진을 찍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바다를 보았다. 정말 '무슨 얘기를 해도 재미있고 우스워서, 이렇게 사는 인생이 어쩌면 진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은 새롭기만 했고, 어디에서도 우리를 화나게 하거나 인상을 쓰게 만드는 것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들판,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에 층층 구름,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와 나뭇잎들, 바닥에 뒹굴고 있는 밤송이, 해질녘 그라데이션으로 빛깔을 뽐내던 바다. 아낄 것 없이 다 내보여주는 자연 앞에서 우리는 그저 순하고 순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사흘 동안 부족했던 잠을 몰아 잤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며칠동안 온 시간을 나눠 쓰던 친구들이 없다는 것에 어리둥절해졌다. 꺄르르 웃고 떠들던 소리가 귓가에 아직 쟁쟁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부재를 깨닫는 순간, 다시 여기로 돌아왔다는 걸 알았다. 그 '진짜'라고 느꼈던 삶의 순간은 다 어디로 흩어져 버린걸까. '그런 건 다 지나가고 말기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치부하고 싶지 않은 건, 아직 내가 어른이 되지 못해서인 걸까.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Trackback 0 Comment 0

[서점에서 만난 사람] 왠지 도서관에서 알바했을 것 같은 ? - 외국어·기술공학 MD

 

다들 여름휴가 다녀오셨나요? 아마도 지금이 한창일 것 같은데요. 저처럼 아직 안 다녀오신 분들은 휴가 계획 세우시면서 설레어 하고 계실 테고요. 전 이번 휴가에 그간 읽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루어 놓았던 책들을 왕창 읽을 생각입니다. 시원한 곳에서 더없이 편한 복장과 자세를 유치한 채 말이죠. 읽다가 졸리면 바로 잘 수 있게요.ㅋ

 

그렇지만, 여러분! 휴가 떠나시기 전에 [서점에서 만난 사람]은 꼭 보고 가세요. 이분의 이야기 중에 우리의 휴가를 최고로 즐겁게 해줄, 기특한 책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디앤루니스 인터넷 서점 외국어, 기술공학 MD를 맡고 있는 정소현입니다. 책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나, 책 자체의 질감과 형태를 좋아하고, 수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책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없음에도, 친구들은 가끔 저에게 묻곤 합니다. 너 도서관에서 알바하지 않았나? 

 

서점에서 일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함께 코엑스에 놀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에 들어가서 이 책, 저 책 훑어보며 놀다가, 친구들한테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이런 서점에서 일 하려면 어떻게, 뭘 해야 할까?” 라고요. 말이 씨가 된다고 하죠. 그때는 설마 제가 정말 반디앤루니스에서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서점 직원이라서 좋은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었습니다. 텍스트와 일러스트가 빡빡하게 들어찬 책을 보면 뭔가 충실한 느낌이 들어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도 책을 좋아하셔서 전집으로 책을 사주시곤 하셔서, 저의 자리는 언제나 책장 옆이였었죠. 이웃집에 놀러갈 때도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점 직원이라 좋은 점은 항상 옆에 책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제 책상 위에 쌓아져 있는 30권 가량의 책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습니다.

 

가끔 서점에 일하면서 오히려 좋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순간 책이 지겨워지는 때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평방 1미터 가량의 수레에 제 키만큼 쌓아져 있는 책을 보면, 예전의 나라면 황홀해 해야 할 광경에 짜증이 솟는 것입니다.

 

반디앤루니스에서 일하시는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매장 직원이었을 때는 제가 잡은 컨셉으로 진열한 평대를 사진으로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 주시는 분들을 봤을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현재 인터넷점 MD로서는 직접 기획한 이벤트나 기획전이 웹상에 게시되는 순간순간이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고객과의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종로타워점 매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 고객님이 책을 찾아달라고 했는데, 살 책이 아닌 본인의 책이었습니다. 서점이란 공간에서 섞여버린 한 권의 책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책의 종류를 물어 해당 분야에도 가보고, 그 고객이 지났던 경로를 따라가며 열심히 눈으로 훑었지만 책은 나오지 않더군요. 고객님은 이미 지쳐서 제 걸음을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저도 거의 포기상태였지만, 마지막으로 둘러본 카운터에 왠지 이 책이다 싶은 책이 있었습니다. 저 멀리서 터벅거리며 걸어오는 고객님한테 그 책을 가져다 보여주니, 확 밝아진 얼굴로 이 책이 맞다며, 정말 고맙다며, 제 명찰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표정을 보니,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고객의 분위기, 머리스타일, 옷차림까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담당하시는 분야 도서 중에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해주세요.

 

  

 

<ETS TOEIC Reading Prep Book>


- 토익 출제기관인 ETS의 이름으로 걸고 YBM에서 야심차게 발행한 토익 교재입니다. 

 

<비즈니스 영어 이메일 패턴 사전>

- 패턴영어로 유명한 백선엽 저자의 책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영어로 이메일을 써야 할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요. 770개의 여러 상황별로 패턴을 만들어 그에 맞는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담당하시는 분야 도서 중 ‘이 책만은 반드시!’라고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도서를 소개해주세요.

 

  

 

<해커스 토익 보카 HACKERS VOCABULARY>

- 토익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보카의 바이블로 여겨지고 있는 교재입니다. 출제 빈도가 높은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고, 최근 증보판에는 인덱스가 첨부되어 공부했던 단어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원스쿨 기초영어법>

- 영어에 좀 관심있다 하시는 분들은 다 아는 시원스쿨입니다. 저 역시 시원스쿨 동영상 강의를 들어본 학생이었습니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영어를 쉽게 느끼도록 도와주더군요. 이 책이라면 영어와 친숙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읽는 설렘’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책이란 것이 참 신기해서, 얇은 책 한 권에도 무궁무진한 세계가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책 속의 세계에 동화되어, 마치 그 장소에 서서는, 전혀 새로운 광경을 눈으로 보고 있는 듯한 감각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설레임을 느낍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는 어떤 게 있나요?

 

    

 

지금 침대 옆에 <비트 더 리퍼>와 <소란한 보통날>, <비에이로부터>, <1Q84 3권>이 쌓여 있습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돌려 읽고 있습니다.

 

담당하는 분야 이외에 평소 즐겨 읽는 분야와 추천할 만한 도서를 소개해주세요.

 

  

 

어렸을 때는 동화를 좋아했고, 커서는 소설을 많이 읽습니다. 요 근래 3년 전부터는 여행 에세이도 즐겨 읽고 있어요. 추천도서는 <밤의 피크닉>과 <끌림>입니다. <끌림>은 특히나 좋아해서 현재 같은 걸 3권이나 가지고 있어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합니다. 에세이집 <해피 해피 스마일>을 읽어보니까, 굉장히 귀여운 분이시더라구요. <키친>을 시작으로 중학교 때부터 자주 읽어서 그런지, 친숙하기도 하고, 정말 내 곁의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있을 법만 이야기를 그려주어서, 간혹 그 세계에 빠져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글 쓸 때 쉼표 많이 찍는 것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영향이지요.

 

늘 마음에 두고 있거나, 몇 번이고 다시 보며 감동을 느끼는 책이 있으신가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 이 두 책은 언제나 제 마음 제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읽으며 받았던 충격은 잊을 수가 없네요.

 

그 외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반디앤루니스 많이 사랑해주세요~

 

<끌림>을 너무 좋아하셔서 같은 책을 세 권씩이나 소장하시다니... 그덕에 저도 <끌림>에 끌리는데요. 암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스마트한 생활 중이신 사진 속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도서관에서 알바했을 것 같은 용모도요. 하핫 (^^ㅋ)

 

 



Trackback 0 Comment 0

그대의 오늘을 살아나게 만드는 주문 - <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무지개>, 민음사, 2009


얼마 전,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태양 5cm 옆에 있는 무지개를 봤다. 요즘 아침에 초점이 맞지 않아 세상이 왜곡돼 보이는 기현상을 겪고 있어, 헛것을 본 게 아닌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그런데 형태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분명 무지개였다. 늘 같은 아침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 무지개가 고마워 한참을 바라봤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무지개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몸은 만원 전철을 향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무지개 너머의 공간으로 향했다. 그리고 하늘 건너편 타히티 섬에서 무지개를 바라보는 ‘그녀’ 에이코를 만났다.

에이코는 도쿄의 타히티안 레스토랑 ‘무지개’에서 오랫동안 일한 플로어 매니저이자 치프였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에서 일손을 돕던 그녀는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좋았다. “도쿄의 여느 장소와 다르게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일궈진 그 모습”이 좋았고, “맑은 날에는 투명하게, 비 내리는 날에는 부옇게, 구름 낀 날에는 차분하게, 한꺼번에 밝혀진 불이 귀엽게 빛나”는 것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코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일을 치르느라 피곤했는지 아니면 그 슬픔이 몸에까지 번졌는지, 그녀는 쓰러졌다.

식당에서 일하기 어렵게 된 에이코는 무지개의 오너 다카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할 것을 제안 받는다. 고민을 하던 그녀는 ‘몸이 좋아지면 식당에서 일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오너의 집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오너의 아내는 남편과 달리 차가웠고, 집의 개, 고양이, 정원은 피폐해질 데로 피폐해져 있었다. 평소 살아있는 것을 좋아하던 에이코는 동물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고, 정원을 정성껏 관리하면서 집안 분위기를 바꾼다. 하지만 출산을 앞둔 오너의 아내는 개를 팔아버리고, 에이코는 그 집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 다카다에 대한 연민을 느끼면서….

에이코는 타히티로 향한다. 자신이 애정을 품고 일했던 식당의 원천이기도 한 타히티는 그녀에게 치유의 공간이다. 섬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녀가 아무 생각 없이 산책을 하든, 수영을 하든, 잠을 자든, 그녀를 포근히 안아 주었다.

마치 꿈같다. 마치 무지개를 보는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 세계에 일곱 가지 빛깔이 모두 들어 있다. 그리고 그 빛들이 서로 번지듯 가늘고 예쁜 리본 띠가 되어 한들한들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 했다. (p. 17)
 


사진제공 민음사


1 대 무한대의 공간

‘타히티’는 ‘1 대 1 대응’이 무의미한 공간이다. ‘내가 하나 주면, 너도 하나 줘’란 세속의 공식이 통하지 않는 공간이란 말이다. 타히티의 하늘, 바다, 햇빛 그리고 무지개는 사람의 꼴에 상관없이 관대함을 선사한다. 타히티에서 에이코는 시공(時空)을 넘어 유년의 기억, 다카다의 정원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어린 시절 그녀가 경험했던 할머니의 가게는 돈과 음식이 교환되는 공간 이상의 의미였다. “할머니 얼굴만 보아도 마음이 놓인다는 사람”, “엄마가 만든 생선찜이 먹고 싶다는 사람”, “간판 아가씨였던 나를 보러 오는 사람” 등 손님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들고 찾아온다. 정원도 마찬가지다.

그 정원에 발을 디디면 나는 힘이 왕성한 장소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중심이 곧추서는 듯한 안정감을 느꼈다. 어느 틈엔가 새싹이 돋아나고 꽃망울이 맺힌 것을 보면 얼굴에 절로 웃음이 피었고, 그런 나날의 변화가 과장스러울 만큼 감수성을 자극한다는 것도 알았다. (…) 더불어 나 역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보살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p. 69)

지금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주고받는 것’을 뛰어넘는 공간은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위안과 감동을 준다. 에이코가 타히티 섬에서 만난 자연에 대한 풍성한 감상, 그리고 동물, 정원, 다카다와 교감하면서 만난 경이로운 체험은 우리를 판타지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무지개>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남태평양의 화산섬 타히티를 여행하고서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그녀가 본 것은 바로 이런 위로와 충만함이 아닐까.

에이코가 머물었던 그곳에 가고 싶다. ‘기상’, ‘놀기, ’밥, ‘휴식, ’꿈나라’로 가득했던 유년시절의 생활계획표 달랑 한 장 들고 말이다. 반디(ak20@bandinlunis.com)
 

Trackback 1 Comment 0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