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기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2.16 <영원한 것은 없기에> - 단지 두 사람만으로, 사랑은 완성
  2. 2009.12.11 [나감책 No.9] 아름다운 스무 살을 선물한 그(굼실이님)

<영원한 것은 없기에> - 단지 두 사람만으로, 사랑은 완성

 

로랑스 타르디외, <영원한 것은 없기에>, 문학동네, 2008


사람에게 과거란 어떤 의미일까? 그저 지나간 시간일 수도 있고, 죽는 순간 떠오르는 한 장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잊지 못할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안다. 과거란 아무리 떼어버리고 싶어도 끈덕지게 어딘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스런 결과물인 아이가 어느 날 실종된다. 이 일은 두 사람을 돌아 올 수 없는 강 저편으로 갈라놓는다. 소설의 주인공인 주느비에브와 뱅상의 이야기다. 딸 클라라가 어느 날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힘든 삼 개월을 보내며 결국 딸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주느비에브.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딸의 흔적을 기다리는 뱅상. 결국 사랑해 마지않던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간다.

그렇게 십오 년이 흐르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뱅상 앞으로 주느비에브가 보낸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난 죽어가고 있어 뱅상 난 죽어가 보고 싶어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보고 싶어 당신을 보고 만지고 당신 목소릴 듣고 싶어 보고 싶어 뱅상 난 죽어가.” 과거를 지우고, 그녀도 잊었다고 생각하며 지낸 뱅상이지만, 편지를 다 읽기가 무섭게 옷도 제대로 챙기지 않은 채 차를 몬다. 주느비에브가 있는 그 곳으로.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그녀가 아프다. 그가 간다. 둘은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 사이에 그녀와 그의 과거가 밝혀진다.) 등장인물은 과거를 묻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던 두 남녀이다. 그러나 곱씹을수록 이 책은 진한 맛이 난다. 읽을 때는 문장이, 읽은 후에는 잔영이 남아 마음을 붙잡는다.

세 개의 키워드. 과거, 글, 사랑.  

“몸과 뇌에서 과거가 모조리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현재만 남았으면, 오로지 현재 속에 존재했으면.” 과거가 사랑하는 여인들을 잃은 고통의 시간으로만 남아있는 뱅상은 기억과 화해하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그럼에도 과거는 끈덕지게 기억 속을 헤집고 다닌다. 이어지는 주느비에브와의 만남. 이를 통해 뱅상은 바뀐다. 참혹했던 과거는 여전히 슬픔으로 가득하지만, 이제는 과거를 과거로서 인정한다. 그녀의 마지막 유품인 노트 세 권도 고이 받아들인다.

글에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 주느비에브가 힘든 시기를 이겨낸 방법 또한 글쓰기다. 매일 밤 그녀는 글을 쓴다. 그녀는 고백한다. 쓰기를 통해서 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글쓰기를 멈춘다면 죽고 말 것이다. 오직 글만이 내가 살아 있도록 지탱해준다.” 글쓰기는 그녀 곁에 아무도 없던 15년간 그녀 삶을 지탱해 준 친구이자 연인, 가족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사랑. 클라라를 향한 뱅상과 주느비에브의 끝없는 기다림의 사랑. 함께 살아가진 못했지만 삶의 마지막에서 서로를 찾은 뱅상과 주느비에브의 오랜 사랑. 사랑은 언제나 고통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갈구한다. 왜? “기억에 새겨둘 것. 우리에게 기쁨이 존재했음을. 의심하지 말 것.” 고통보다 큰 기쁨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녀와의 짧은 재회에서야 뱅상은 깨닫는다. 사랑, 행복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란 사실을. “그러니까 행복은 다름 아닌 그녀와 나, 두 사람이었다. 그렇게 단순한 것이었다.” 단지 두 사람만으로 사랑은 완성된다. 죽음, 이별 같은 일에 깨질 만큼 약하기도 하지만, 그 앞에서 다시 되찾을 용기를 낼 만큼 강하기도 하다.

뱅상은 바뀐다. 모든 일을 체념했던 그가 새로운 기운으로 시작할 힘을 얻는다. 과거를 슬픔이 아닌 즐거움으로 느낀다. 죽음을 앞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힘을 전해준 주느비에브가 보여준 사랑의 강함에 놀랐다. 책의 제목은 <영원한 것은 없기에>였지만, 글쎄. 그녀의 사랑은 죽음을 넘어서 그의 마음에 다시 살아났으니 ‘영원한 것은 있을지도’ 라며 희망을 가져 봐도 좋지 않을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굼실이’님은?
어쩌다 보니 하루라도 책과 만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불치병에 걸려버린, 북홀릭 청춘. 책 속에서 사랑도, 지혜도 찾고픈 그런 사람.

<영원한 것은 없기에>는 굼실이님이 선정한 나감책입니다. 굼실이님의 나감책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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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책 No.9] 아름다운 스무 살을 선물한 그(굼실이님)

12월 11일. 나감책 챕터 2의 마지막 날. 연말이 깊어지고 사람들 연락이 많아지고 날도 춥지 않아 더욱 기대가 되는 주말입니다. 오늘, 주말의 손을 꼭 잡고 나감책을 찾아주신 주인공은 굼실이님입니다. 김연수 작가에 대한 사랑 고백이 무척이나 설레게 다가오는데요,(벌써 여기저기서 비명 들려오고~) 그럼 시작할까요? ~~/(^0^)/

*이야기 하나

“사실 나는 그(혹은 그녀)가 아닌 그 문장을 오래도록 사랑해왔던 것이었다.”
지난 밤 떠오른 이 말은 한 작가에 대한 4년간의 이유 모를 애정의 이유를 설명해줬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연수 작가. 

근래작인 <밤은 노래한다> <여행할 권리>를 읽으며 작가에 대한 애정이 식었음을 막연하게나마 느끼던 중이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김연수 작가 노래를 부르고 다닐 정도로 좋아했는데 왜 변한 걸까? 라고 이 또한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역사 의식이 포함된 그의 글들이 다소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온 건 아니었을까였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그의 초기작도 결코 가볍지는 않다.) 그러던 중 이번엔 분홍빛 달달한 표지의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가 출간되었다.

 

 

조금 가벼워진 스토리와 단편이란 점이 어우러져 다시 김연수 읽기의 즐거움에 잠시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밤, 드디어 깨달았다. 사실 그 좋아한다던 김연수 작가의 작품을 나는 몇 개 읽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김연수=<스무 살>이란 공식에 얽매여 있었음을. 나는 김연수 작가의 작품들을 사랑했기보다는, 그의 글 중 단 한 문장만을 4년 동안 질리게도 사랑해왔다. 그렇다. 이 글은 바로 한 문장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다. 

“스무 살이 지나고 나면, 스물한 살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지금 다시 소리 내어 읽어도 여전히 몸에 전율이 도는 아름다운 문장이다. 단, 화창한 봄빛 햇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살얼음 낀 초겨울 날의 서늘한 아름다움이다. 지금은 나도 스무 살이라는 그 마법 같은 시간을 추억 한 줌도 안 되는 시간의 먼지 속에 날려먹었지만, 이 문장을 만난 이후 아직도 스무 살에 대해 이렇게 간결하고 무자비하며 아름답게 서술한 문장을 만난 적이 없다. 

김연수의 말대로 스무 살은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지나간다. 의식하지 않은 채 지나고 나면 그런 시간이 있었나 싶게 빨리. 그리고 스무 살 이후가 온다. 스무 살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오히려 미화되어 전설처럼 남는 것이다. 스무 살이란 이름만 덩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나의 스무 살을 그렇게 미화시켜줄 수 있었기에 나는 이 문장에 이토록 오래 매료되어왔던 건 아닐까. 

어쩌면 이때부터 시작했을지 모를, 올해 나의 책읽기의 포인트는 바로 문장 곱씹기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불과 몇 달 전부터 책을 읽을 때면 마음에 드는 문장이 담긴 쪽수를 기록해뒀다가 다 읽은 후 다시 책을 되짚어가며 문장을 기록해놓곤 한다. 많을 땐 몇 페이지를 꽉 채울 정도다. 다만 특이한 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멋진 문장보다는 나중에 보면 생뚱맞은 문장들을 기록해놓곤 한다는 것. 가령 “막 바다에서 나온 현의 손은, 그러나 뜨거웠다.”라던가. (<세계의 끝 여자친구>중 ) 그래도 역시 아직까지 내 최고의 문장은 “스무 살이 지나고 나면, 스물한 살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다. 그런데 김연수 작가는 알까? 자기가 쓴 한 문장 때문에 자기를 4년이나 좋아하고 있는 바보 팬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둘(굼실이님의 나감책 5)

 

 

<영원한 것은 없기에>, 로랑스타르디외

- 날씨가 추워지면 ‘땡기는’ 장르가 있으니, 달달한 사랑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너무 달콤한 청춘의 사랑 이야기는 보다가 집어던질 우려가 있으니 제외. 여기 읽고 나면 마음 한 켠이 따스하게 녹아드는 느낌이 드는 책이 있다. 로랑스타르디외의 <영원한 것은 없기에>.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잃고 멀어졌던 부부가 죽음 앞에서 다시 만나 화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제목과는 달리 영원한 사랑의 감정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다.

 

 

<나는 여기가 좋다> 한창훈

- 시원하면서 정감 있고, 대단치 않은 보통 사람들 이야기지만 찌질하지 않고. 무엇보다 작가가 가진 생에 대한 긍정적인 어투가 빛을 발하는 책, 한창훈의 <나는 여기가 좋다>. 때론 마음 넉넉한 바다여인의 한 서린 목소리로, 때론 죽지 않은 농어촌 청춘들의 패기서린 목소리로 분하는 한창훈의 이야기 모음집이다. 겨울바람 춥다고 이불 속에만 쳐박혀있을 것이 아니라, 바다사나이가 들려주는 호탕한 이야기 들으며 추위를 물리쳐보는 건 어떨까? 추천이야기는 '올라인네코'.

 

 

<도착하지 않은 삶>, 최영미
- 시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내가 좋다고 추천하고 다니는 최영미 시인의 최근작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 상당히 추상적인 제목과는 달리 시의 소재들은 사회적 이슈들, 일상의 작은 이야깃거리들이다. 어느 날의 시청 앞 광장, 귀여운 조카의 모습, 생리의 기쁨…. 어렵지 않은 시어를 골라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시는 솔직하고 담백하다. 온 세상이, 우리의 모든 삶이 다 시라고 말하는 그녀의 당돌한 외침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는 책이다.

 

 

<벽>, 마를렌 하우스호퍼
기대치 않게 건진 (내 맘대로) 올해 최고의 책.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니 온 세상이 죽어있고 자신은 투명한 벽으로 가로막힌 한 언덕배기에 홀로 남겨졌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평범한 주부가 어느 날 세상에 나 홀로 남아 암소, 개, 고양이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혀 긴박하지 않고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한 번 읽을 때보단 두 번 읽을 때, 읽고 난 후 다시 떠올릴수록 좋아지는 책으로, 기억에서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고등어를 금하노라>, 임혜지
이 또한 의외로 건진 괜찮은 책으로 독일에 사는 한국인 아줌마의 유별난 삶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돈보단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고, 자연환경 지키는 데 솔선수범하는 가족이다. 그래서! 이 가족의 식탁엔 고등어를 금한다. 내륙국가인 독일에서 고등어를 먹으려면 환경과 자원 낭비가 심하다나 뭐라나. 특별한 건 없지만 사소한 행복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멋진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추천. 가볍게 읽히지만 배울 게 많은 책이다.

[<고등어를 금하노라> 리뷰 보기(클릭)]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굼실이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굼실이님을 끝으로 나감책 챕터 2(2주차)가 끝났네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올레!와 낮은 탄식! 그런데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재미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다음 주 월요일(14일)에는 나감책 챕터 3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첫 주인공은 누구일까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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