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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어떻게 와서 어디로 가나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05

 

제도적 민주화를 이뤄낸 지 20년 하고도 몇 년이 더 흘렀다. 87년 6.29 선언 이후 민간 정부가 들어서고 권력이 바뀌고 또 다시 바뀌는 동안 우리네 민주주의가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어떤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한다. 역사상 어느 나라건 그것이 순탄하게 발전한 적은 없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과연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평소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절차적 민주화를 거친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되짚으며 오늘의 정치를 읽는다. 한국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 그것의 기원과 갈등,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과제 등 총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2002년 초판을 내고 2005년 개정판을 낸 책으로, 故 노무현 정권 중간 시기까지 언급한다.

“조숙한 보수적 민주주의.”
최 교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실험은 일단 실패했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후 민주주의를 재고 말고 할 겨를도 없이 받아들인 것은 일구지도 않은 땅에 씨를 뿌린 격. 또 냉전반공주의는 보수독점, 지역정당체가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터전을 만든다. 그 과정에 세워진 여당이나 야당 모두 협애한 이념의 틀 안에서 보수와 극우만을 대표하다 보니 정당 간 색깔의 차이는 크지 않다. 

“민주주의가 권위주의와 다른 것은 사회적 갈등을 억압하지 않는다는 것, 다시 말해 갈등을 정치의 틀 안으로 통합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간다는데 있다.
(245쪽)”

저자는 민주주의를 이끄는 정당체제에서 ‘갈등’을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 본다. 각 계급의 요구와 이해를 담은 갈등을 전면에 내세워 논쟁하며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치가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에 유리한 갈등만 동원하고 대표하려 한다. 결국 대중의 관심과 참여는 줄고 정치는 점점 ‘정치 엘리트들의 리그’가 되어간다.

그렇게 시작된 보수적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의 모습에 대해 최 교수는 국가, 시장, 시민사회로 나누어 돌아보고 있다. 무력했던 김영삼, 김대중 두 민간 정부, 신자유주의 이후 슈퍼재벌이 등장하며 정치가 경제에 종속되는 상황 등 현재 한국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현실이 주요 내용이다.

책의 막바지에 이르러 최 교수는 결선투표제나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과 같이 선거제도 개선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한눈에 그려지지 않는 면도 있었다. 갈등의 사회화, 유권자 편성, 경직된 정당체제 개선, 강한 국가 등 가야 할 방향은 있으나 그것을 이끌고 가야 할 주체와 구체적 방법이 애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고 다 같은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 제대로 된 정당체제가 민주주의 발전에 얼마나 필수적인가를 알려준 책이다.

지난주 6.2 지방선거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제대로 된 갈등을 보이기보다는 정당 간 인신공격, 말꼬리 잡기 등으로 일관하며, 노동, 복지, 빈곤, 보육, 주거 등의 분야와 관련된 생산적인 정책 토론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변화된 시대의 환경 속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투표를 독려하고, 새로운 사회를 위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려는 다수의 움직임이 있었고, 그러한 민심이 선거의 결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민주주의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의지는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지난 선거의 과정과 결과를 되짚어보며 민주주의의의 내용을 말할 때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영글음'님은?

내 아이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오늘 저녁 반찬은 또 뭘 해 먹나 고민하는 30대 아줌마입니다. 책과 글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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