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4.10.06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 쓰레기가 판친다
  2. 2013.06.17 [사이언스 북 카페] 에릭 샬린, 《광물, 역사를 바꾸다》
  3. 2013.06.03 [사이언스 북 카페] 홍성욱,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4. 2012.12.12 [북테스터] 《장마딩의 여덟째날》 북테스터 20분 모집!
  5. 2012.04.06 《한홍구와 함께 걷다》 - 역사는 그렇게 우리 곁에 있음을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 쓰레기가 판친다

 

 

카트린 드 실기 |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 따비 | 2014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에 쓰레기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보면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인간이 모여 살게 되면 필수적으로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가 잇따랐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 인간이란 어쩔 수 없게 지저분한 동물이구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보면 환경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같고, 쓰레기가 인간의 소비 성향을 비추는 그림자 역할을 한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쓰레기에게 이름을 부여하면서까지 우리가 이미 버린 것, 쓸모없다고 여기는 것, 지저분한 것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시도가 흥미롭습니다.

 

저자는 쓰레기 처리 문제를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고심-대개 유럽(프랑스)과 미국 등지에 한정되어 있지만-을 전개해 갑니다. 특히 프랑스 혁명 이전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한 법이 없었을 무렵, 사람들은 도시 곳곳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고, 그것이 온갖 질병과 악취의 온상을 만들어냈다는 부분에서 저는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향수》가 떠올랐습니다. 《향수》의 배경이 프랑스 혁명 전후인데다 주인공이 타인을 뛰어넘는 가공할 만한 후각의 소유자라는 것이 부각되어 프랑스의 '악취'가 소설 전반에 매우 두드러집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프랑스의 과거사를 보면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버티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비위생적인 사례가 많이 등장합니다.

 

당시 유럽 사람들의 위생관념이 현재와는 많이 달랐을 텐데, 쓰레기를 질병의 온상으로 인식하게 된 것도 파스퇴르의 발견 이후라고 합니다. 의외로 당시 사람들이 쓰레기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쓰레기로 가득 찬 도시에서 일상을 보내는 인간들의 모습이 놀랍습니다.

 

과거 유럽인들이 쓰레기를 지금의 님비처럼 마냥 적대적으로 여긴 것은 아닙니다. 음식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유럽 도시에서 돼지를 풀어 넣고 길렀다고 하는데, 지금에야 도시에서 돼지를 키우는 일은 없지만, 책에 따르면 인간들에게 종종 멸시나 천한 비유 대상이 되는 돼지의 탐식이 쓰레기 문제에 있어서는 인간들에게 꽤나 고마운 동물이란 사실이 언급됩니다. 과거 유럽에서 음식쓰레기를 짐승의 사료로, 농작물의 거름으로 썼다는 이야기를 보면 동양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돼지를 키우면서 그들에게 남은 음식을 주는 것은 옛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많이 있었음직한 일이니까요.

 

당시 유럽에는 넝마주이가 한 사회의 문화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넝마주이는 사회의 아웃사이더였으며, 넝마주이가 등장한 이유도 그 사회의 요구에 따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는 분명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존재를 필요로 하고, 동시에 쓰레기에서 자원을 얻는 일도 비일비재했으니까요. 도시는 청결을 유지하고 넝마주이들은 쓰레기를 팔아 다시 물건을 만들며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유럽의 넝마주이들은 흔적을 감추었지만, 현재의 개발도상국에서는 넝마주이가 여전히 하나의 직업군으로 존재합니다.

 

책의 중반을 넘어서면 현대의 쓰레기 처리 문제가 부각됩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썩지 않는 물건들이 많이 버려지면서 더 이상 일상의 쓰레기는 짐승의 먹이나 농작물의 거름으로 쓸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입니다. 현대인의 문화는 도저히 썩기 어려운 물질들 없이는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지요. 어쩌면 현대는 쓰레기 과잉 상태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쓰레기 과잉을 부추기는 것은 다름 아닌 현대의 소비문화입니다. 쉽게 싼값으로 필요한 것을 사고, 망가지면 다시 고치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대체재를 쉽게 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이들 중에선 이런 소비지향적인 태도를 버리고, 사회적으로도 재활용을 선호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환경보호 정책과 더불어 사회나 단체의 노력을 비추고 있는데 가장 특이하게 고찰한 사례는 바로 예술가들이었습니다. 예술가들이 영감의 소재로 사람들이 쓰다 버린 것, 낡은 것을 취했었다는 이야기를 예시로 들고 있는데요, 쓰레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예술가들만이 가능한 건 아니지요. 쓰레기를 '놀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쓰레기 과잉을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이사금'님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다 보니 이제는 책을 떼어버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내 가장 좋은 친구는 책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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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북 카페] 에릭 샬린, 《광물, 역사를 바꾸다》

 

 

에릭 샬린 | 《광물, 역사를 바꾸다》 | 예경 | 2013

 

■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50가지 광물을 통해 인류 문명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 《광물, 역사를 바꾸다》입니다.

 

 

 

■ 광물이라면 금, 은, 철 같은 물질을 말하는 거죠?

 

예외가 있긴 하지만 광물은 자연에서 산출되는 균질한 결정질의 고체를 말합니다. 말씀하신 금, 은, 철을 포함해 다이아몬드, 구리, 알루미늄, 아스팔트, 모래 등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의 밑바탕에 이와 같은 광물들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고요.

 

■ 그 광물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알아보는 책이군요.

 

그렇습니다. 인류가 현재의 문명에 이르게 된 것은 진화의 과정 중에 자연환경을 변형해 도구로 이용해왔기 때문인데요. 그중에서도 광물은 석기시대에서 신석기 혁명을 거쳐 구리와 청동, 철 등의 금속의 시대로 역사가 변화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 역사 속에서 50가지의 광물들 각각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그와 관련된 역사적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고요.

 

■ 많은 여자들이 결혼 선물로 받길 원하죠, 다이아몬드. 그 얘기부터 시작해볼까요?

 

아시다시피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움과 단단함의 대명사인 보석입니다. 순수한 결정체로서의 모습은 사랑과 결혼의 순수성을, 변질되지 않는 속성은 영원성을 상징하며 약혼반지로 각광을 받고 있고요. 물론 이 모든 건 다이아몬드의 희소성 때문에 더욱 가치를 발합니다. 그래서 동서양 왕가에서 자신들의 부와 명예를 드러내는 데 사용하게 된 것이고요.

 

■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의 단편 중에는 <리츠호텔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라는 제목도 있던데요. 실제로도 그렇게 큰 다이아몬드가 존재하나요?

 

1905년에 남아프리카의 프리미어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한 광부가 채취한 결정이 역대 최대의 다이아몬드라고 밝혀졌다고 하는데요. 그 질량이 무려 621.35그램에 무게는 3106.75캐럿에 달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 다이아몬드가 리츠호텔만 한 건 아니지만요. 게다가 2011년에는 이보다 더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대기권 밖에서 발견되었는데, 뱀자리 성운에서 약 4000광년 떨어진 이 다이아몬드 행성의 크기는 지구의 5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 금은 어떤가요? 금도 다이아몬드 못지않게 사랑받는 보석이잖아요?

 

반짝반짝 노랗게 빛나는 금은 부유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금속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가 불안정한 때일수록 믿을 만한 투자 대상으로서 그 가치가 높아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인류의 역사에는 그 금을 차지하기 위한 유럽국가의 신대륙 탐험, 식민 지배, 원주민 착취 등 부정적인 행위들이 주를 이루기도 합니다.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그들의 고유문화를 파괴한 걸 두고 ‘검은 전설’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처럼요.

 

■ 그런가 하면 인류의 문명이 현재에 이르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게 석탄이잖아요. 석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은 도시화와 산업화의 진행에 따른 것으로, 이는 19세기 영국에서 비롯된 산업혁명의 결과입니다. 이때 공장과 철도의 연료로 쓰이며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던 게 ‘검은 황금’이라는 별칭이 있는 석탄이고요.

 

■ 현대문명의 기반이 된 광물과 그 역사를 통해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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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북 카페] 홍성욱,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홍성욱 |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 책세상 | 2012

 

■ 오늘은 어떤 책인가요?

 

이미지를 통해 과학의 역사에 새롭게 접근하는 책,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입니다.

 

 

 

■ 새롭게 접근한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기존에 과학사를 다루는 방식은 주요 인물과 사건을 연대기 순으로 서술하는 것입니다. 이때의 인물, 즉 과학자들은 피와 살,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기보다는 이론과 법칙을 발견해낸 합리적 이성의 소유자에 불과하고요. 말하자면, 생동하는 존재로서 인간은 지워지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론과 개념의 발달을 중심으로 기술된 게 이제까지 우리가 접해온 과학사라는 거죠.

 

따라서 이 책은 과학과 관련된 여러 이미지들을 분석하며 그 안에 재현되어 있는 인간과 역사, 문화를 드러내고 이로써 거시사가 그동안 담아내지 못했던 과학의 숨은 역사를 복원해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 숨은 역사라고 하니 왠지 더 흥미롭네요.

 

그렇죠? 게다가 과거에 실제로 존재했지만 그간의 역사에서 누락되었던 인물과 사건,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역사를 보다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준다는 의미 또한 지니고 있고요.

 

 

■ 구체적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나요?

 

책의 1부는 다면체 이미지를 중심으로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받았던 과학과 예술의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적 세계관을 시작으로 이를 회화 안으로 들여와 다시 탐구했던 르네상스 시기의 예술과 다면체에 근거해 우주와 세계를 이해했던 과학자들을 그리고 있고요.

 

■ 기하학적 세계관이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세계를 형상과 이미지로 나누고 형상을 생성과 소멸이 없이 영원?불변하는 이상적인 세계라고 여겼습니다. 현실에서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완벽한 형상의 세계는 기하학을 도구 삼아 접근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플라톤은 정6면체의 흙, 정4면체의 불, 정12면체의 우주, 정20면체의 물, 정8면체의 공기 등 4원소가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 물질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이와 같은 다면체에 대한 탐구는 기하학과 천문학, 과학혁명으로까지 이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저자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알 만한 코페르니쿠스 대신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궤적이 원형이 아닌 타원형임을 주장했던 케플러와 그의 스승 브라헤에 더 주목해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공간에 대한 기하학적 사고가 본격적으로 예술에 도입된 르네상스기를 살펴보며 ‘원근법’이 3차원의 대상을 2차원인 평면에 재현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이처럼 친밀했던 과학과 예술이 어떤 계기로 갈라지게 되었는지 그 시발점으로 거론되는 갈릴레오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주고 있고요.

 

■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그 바탕이 그림인 거죠?

 

그렇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성과 근대성’이라는 소제목으로 묶인 2부는 블레이크의 <뉴턴>이라는 그림으로부터 출발하는데요. 컴퍼스를 들고 세상을 재고 있는 신 유리즌을 통해 근대 과학의 신이라 불렸던 뉴턴을 상상력과 감정을 박탈당한 채 이성에 절대 복종하는 존재로 그리며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해주는가 하면, 프랑스 계몽사상을 집대성한 《백과전서》의 권두화에서는 당시의 일반적인 사고와 달리 이성과 상상력의 상호성을 강조했던 이들도 분명 존재하고 있었음을 이야기해줍니다. 또한 이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배제되었던 상상력처럼 주류 과학사로부터 주변으로 밀려난 인물들, 즉 여성 과학자와 과학자의 조수들도 재조명하고 있고요.

 

■ 사람들이 흥미롭게 느끼는 이미지를 매개로 과학의 숨겨진 역사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겠네요. 이로써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과학사의 새로운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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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테스터] 《장마딩의 여덟째날》 북테스터 20분 모집!

 

'삼화 출판사'에서 나온 신간 《장마딩의 여덟째날》을 읽고 리뷰를 써주실 북테스터 20분을 모집합니다. 19세기 말 중국 의화단 운동을 배경으로 한 《장마딩의 여덟째날》은 비이성적 광기에 휩싸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초하고 절망하며 고뇌하는 인간, 장마딩의 삶을 그려냈는데요. “모든 출로가 없는 절망과 반항, 모든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산천 풍경, 민간에서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온갖 모습과 반복적인 대비”를 통해 “가장 이성적인 사람들이 만든 가장 이성 없는 역사가 인류 자신을 옭아맨,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딜레마를 작품화”한 소설입니다.

 

집단의 욕망이 광적으로 분출되는 역사 상황에서 내내 말할 권리 없이 사회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이의 목소리가 담긴, 《장마딩의 여덟째날》. 그 소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신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도서명: 《장마딩의 여덟째날》
■ 도서 상세정보 : http://www.bandinlunis.com/front/product/detailProduct.do?prodId=3550951
■ 모집 기간: 12월 10일(월) ~ 12월 16(일)
■ 모집 인원: 20명

 

■ 선정 기준:
□ 신청 댓글의 내용과 반디지수, 반디앤루니스 '나의 서재' 활동을 참고해 선정합니다.
□ 이전에 반디앤루니스 북테스터로 선정되셨던 분들의 경우, 해당 도서에 대한 리뷰를 참고해 선정합니다. 
□ 북테스터를 통해 반디앤루니스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되신 분들의 경우, 신청 댓글란에 이전에 작성하셨던 도서 리뷰의 페이지 주소(개인 블로그)를 함께 남겨주시면 선정에 참고하겠습니다. 

 

■ 발표: 12월 17일 (책과 사람 -> 북테스터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배송지 확인 : 12월 17(월)~ 12월 18일(화)
■ 도서 발송: 12월 19일(수)
■ 서평 완료: 1월 6일(일)까지
■ 신청 방법: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당 게시물(반디앤루니스> 책과 사람> 북테스터 공지글) 아래쪽에 댓글로 달아주세요.
■ 참여 방법: 정성껏 쓰신 리뷰를 반디앤루니스 서재에 올려 주시면 됩니다.

 

질문: 여러분이 목격하신 '이성 없는 역사'의 한 장면과 그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주세요.

 

[북테스터 신청하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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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와 함께 걷다》 - 역사는 그렇게 우리 곁에 있음을

 

 

한홍구 | 《한홍구와 함께 걷다》 | 검둥소 | 2009 

 

역사공부가 지겨웠던 적이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연도를 외워야 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왕의 이름들과 사건, 지명을 외워야 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단기간에 외워서 단답식으로 치르는 시험도 역사공부를 싫어하게 된 배경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 난생처음 북의 역사를 공부하며(전공이 북한학입니다) 역사 공부에 대한 새로운 재미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반쪽인 남한 역사를 다시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전공자들의 수준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말이죠.

 

한홍구 교수님은 존경해마지 않는 분입니다. 비록 직접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리진 못했지만,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또한 대중 강연을 들으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교수님의 삶 자체가 하나의 역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은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는 ‘역사기행’의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안내서입니다. 가까운 곳에 얼마든지 우리 민족의 슬픔과 좌절, 환호와 희망이 살아 숨 쉬는 곳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복잡한 심정까지. 책을 통해 깨달은 사실들을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이후 동족 간의 가슴 아픈 전쟁, 또 이어지는 군사독재의 역사.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안고 살아온 민족입니다. 아울러 여전히 분단이라는 치욕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여전히 남과 북은 서로를 향해 증오와 분노의 몸짓을 서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끊임없이 희망을 만들어냅니다. 광장에서 광장으로 이어지는 환호와 외침. 불의를 향해 폭발하는 뜨거운 함성은 그 아무리 폭압적인 권력이라 하더라도 이내 끌어내리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울고 웃으며 한반도에서 살아냈습니다.

 

한홍구 교수의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은 이 땅의 많은 장소들이 곧 역사임을 말해줍니다. 전쟁을 기념하는 세계 유일의 치욕스러운 장소인 전쟁기념관, 일본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안식처이자 역사의 장이기도 한 나눔의 집, 근대 국가가 만들어 놓은 강요된 애국심의 현장 국립현충원, 가슴 아픈 역사의 상처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경복궁, 독립공원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이밖에도 강화도, 국립4·19민주묘지, 남산과 명동성당, 광장,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등 많은 사연과 굴곡을 안고 있는 곳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망각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이자, 혹은 권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끝내 남겨지고 기억되고, 호명되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네, 아마 있을 것입니다. 그것들을 끝까지 안고 가는 것, 힘들고 지치지만 결코 포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역사의 변절자는 누구인지, 누가 자신의 탈을 바꿔가며 구차한 삶을 이어갔는지, 어떤 이들이 진정한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려 했는지, 이 모든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부지런해야 합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역사와 민족을 팔아먹는 이들이 부지런한 만큼, 딱 그만큼 우리도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러한 여정에 한 교수님과 같은 분들이 지름길을 살짝 전해주고 있습니다.

 

책에는 가슴 저리는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 역사는 왜 이리 눈물과 한이 많은 것일까요. 하지만 마냥 울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쓰러지지 않기 위함입니다. 책을 통해, 이 땅의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이 어떻게 살았고, 죽어갔는지를, 4·19혁명의 주역이 대학생이 아닌 초등학교, 중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을, 6월 항쟁의 밑거름에는 집을 철거당한 빈민들이 명동성당에서 장기농성을 위해 준비한 쌀밥이 있었다는 사실을, 박정희가 형편없는 솜씨의 붓글씨로 얼마나 많은 역사 유적과 유적지에 낙서를 해놨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름 없는 이들이 역사를 이끌어 왔는지,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아내와 함께, 언젠간 자식들과 함께 이 책을 들고 꼭 소박한 ‘역사기행’을 하고 싶습니다.

 

아, 책에 실린 김수영 시인의 시가 지금 저에게 가장 와 닿았습니다. 곧 이 시를 다시 부를 날이 올까요. 4·19혁명 이후 시인이 쓴 시입니다.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
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
쓰러진 성스러운 학생들의 웅장한
기념탑을 세우자
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

 

오늘의 책을 리뷰한 ‘metalkid’님은?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게으름을 이기며 책읽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서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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