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해당되는 글 27건

  1. 2015.02.23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나 요즘 진짜 엉망이야
  2. 2014.11.18 [서점에서 만난 사람] 여행을 이해하는 방식 - 다카하시 아유무
  3. 2014.10.16 《헤세의 여행》 - 남쪽으로 간다
  4. 2014.08.06 [반달토끼의 책방앗간] 이병률 《끌림》
  5. 2013.07.15 《여행》 - 나를 떠나 너에게로 (3)
  6. 2012.05.04 《인도 방랑》 - 삶을 압도한 여행
  7. 2011.11.17 [서점에서 만난 사람] 다시, 1만 시간 동안 - 여행작가 박민우
  8. 2011.10.21 [접어놓은 구절들] 요시모토 바나나, 암리타
  9. 2011.07.07 <고맙습니다> - '홀로'가 아닌 '서로'의 삶으로
  10. 2011.05.09 [그리는 일기] 10년 밖에 남지 않았어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나 요즘 진짜 엉망이야

 



제프 다이어 |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


여행 산문집이라는 말 때문에 손을 내밀었다. 여행서가 맞으나, 장소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다는 말도 상당히 유혹적이었다.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는 장소를 이야기하지 않는 여행기다. 정말 그렇다. 작가가 어디론가 떠나기는 했으나 이 책에는 그곳에 관한 소개가 없다. 그는 작정하고 떠나지도 않았다. 일삼아 떠났을 뿐이고 마음이 내켜서 가방을 꾸렸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지리적 배경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몇 안 되는 배경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빼곡히 적혀 있다. 사람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풍경이 이채로웠다. 이 책은 여행이라는 게 그렇게 특별한 게 아니라고, 어떤 장소에서 느끼는 것들이 모두 여행의 한 쪽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다. 파리에 가서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 박물관만 보고 왔다면 그것은 파리에 가 본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여행을 갔다 왔다고 말할 수 없는 거라던 어떤 이의 말에 공감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진짜 여행’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앎에도 그 목적이 있을 테지만, 짐작은 언제나 앎보다 재미있다. (39쪽)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는 것일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51쪽)

저자 제프 다이어는 "이 책에 적은 일들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만, 그중 몇몇은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났다."고 말한다. 분명 책을 읽다 보면 이게 진짜로 일어났던 일인지, 상상인지 헷갈린다. 신비로운 일이다. 그가 어디를 갔는지, 왜 갔는지는 묻고 싶지 않다. 그저 카메라 하나 둘러매고 가뿐하게 떠났을 것 같은 그의 여행길에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싶은 욕심이 난다.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던 곳에 다시 가본 적이 몇 번이나 될까? 좋았던 곳은 다시 가도 좋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다시 가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바다에 가면 해파리에 쏘이거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멀찍이 수영하는 사람만 바라보고, 논두렁길을 걸으며 상대를 앞지르거나 넘어질까 서로를 잡아 주면서 나무에 관해 얘기하고, 성지에 가면 유적지가 뿜어내는 성스러움에 나를 동화시키려 애쓰고, 공놀이할 때는 온전히 공놀이에만 빠져든다거나. 사소한 일들이 여행이라는 이름표 밑에서 속살거린다. 캄보디아 프레룹 사원에서 콜라를 파는 소녀와 작가의 신경전은 정말 흥미로웠다. 별것 아닌 일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나는 옆에서 지켜봤던 것처럼 이상한 쾌감이 느껴졌다.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는 혼자만의 철저한 독백이다.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에서 함께 여행을 느끼고 싶은 여운이 남는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아이비'님은?

책과 우리 문화유산을 사랑합니다. 답사를 다닐 때마다 소망합니다. 그곳에 머물던 이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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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여행을 이해하는 방식 - 다카하시 아유무

 

 

 

정처 없이 떠나길 주저하지 않는 남자가 있다. 이상과 현실? 굳이 구분하지 않는단다. <러브 앤 프리>로 청년들의 마음을 불 쏘시던 그가 이번엔 좀 더 짜릿한 이야기를 들고 나타났다. 가족 모두가 함께한 세계 일주 여행기를 들려준단다. 2008년, 캠핑카 몰고 무작정 떠났던 그 여행은 2013년이 돼서야 종지부를 찍었다. 새 책 <패밀리집시>에는 종횡무진이던 그 여행의 소소한 기억들이 녹아들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유로운 남자' 다카하시 아유무. 그가 조금 부럽다. 궁금해진다.

 

"안녕하세요 다카하시 아유무씨. 이렇게나마 인사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몇 가지 응답으로 인해 <패밀리집시> 책에 담지 못한, 다카하시 아유무의 안부와 궁극적인 메시지를 한국의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메일을 드립니다."

 

라는 메시지를 그에게 건넨 지 어언 3개월. 당시 금방이라도 답변을 전해 받을 줄 알았건만 일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고…. 급기야 인터뷰를 요청했던 사실도 회신을 기다리는 일도 까맣게 잊힐 즈음. 어느날 아침 출판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다카하시 아유무씨가 한국에 오기로 했답니다.” 기다리다 돌부처가 되기 직전, 단비 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는 나는 그길로 폴더 깊숙이 숨겨 놓은 질문지를 출력해 그에게로 달려갔다. 마치 꼭 만나야 할 사람을, 원래부터 오늘 만나기로 한 것처럼.

 

“반갑습니다, 아유무상!”

 

Editor_김민경 |Photo_다카하시 아유무

 

 

프로필_다카하시 아유무

작가이자 자유인. 197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26세에 결혼을 했고, 결혼식 3일 후 아내와 둘이서 세계일주에 나섰다. 2년여 동안 남극에서북극까지 세계 수십 개국을 방랑한 끝에 귀국한 그는 2000년 12월오키나와로 이주. 동료들과 함께 카페 바&해변의 여관 '비치록하스'를 열었으며, 출판 펙토리 'A-Works', 전 세계에 음식점을 개장하자는 'Play Earth'를 운영하는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8년에는 결혼 10주년을 기념하여 가족 세계일주 여행을 떠났으며 여행을 마친 후 현재 하와이로 이주해 살고 있다. 저서로는 <러브 앤 프리><패밀리집시><인생의 지도> <어드벤처 라이프> 등이 있다. 작가의 공식 웹사이트 www.ayumu.ch

 

 

Q. 여행을 마치고 현재 하와이에 머물고 계시잖아요. 잠깐 거치는 ‘여행지’로서가 아닌, 실제 그곳에 집을 마련하고 거주하며 느끼는 하와이는 어떤가요. 애써 ‘여행자’로서의 마음을 유지하려고 하는지, 혹은 그곳 ‘주민’으로서 하와이를 바라보게 되는지.

 

원래 한 군데 오래 머물며 생활하는 듯한 느낌으로 하는 여행을 좋아해요. 특히 ‘패밀리 집시’는 가족 전체가 함께했던 여행이었는데, 여행한다라고 의식하기보다 가족 전체가 좋아하는 곳에서 한 번쯤 살아본다는 마음으로 임했죠. 여행자일 때는 현지에서 그 사람들을 만나고 끝나는 관계인데 반해, 생활하게 되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사이 혹은 동료가 되기도 해요. 크게 변화는 없지만 주변 관계에 대한 부분이 ‘여행’과 ‘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흔히 사람들은 하와이에 ‘알로하 마인드’가 존재한다고 말해요. 실제로도 공감하는 부분인가요?

 

이전에 오키나와에서 8년 정도 산 적이 있어요. 재미있는 건, 하와이와 오키나와가 많이 닮아있다는 거예요. 알로하 마인드처럼, 그곳 사람들 모두 ‘작은 일에 서로 신경 쓰지 말고 웃으면서 잘 해나가 보자.’라는 마음가짐이 짙게 깔렸죠. 하와이와 마찬가지로 자연재해가 실제 빈번했던 곳이라, 큰일이 있을 때에도 나만 생각하지 않고 서로 도우면서 하자라는 생각이 강해요. 물론 사람마다 각자 정의하는 ‘알로하 마인드’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 알로하 마인드란? 웃으면서 함께 잘 해나가는 것이죠.


 

 

photo by_ayumu

 

 

Q. 요즘의 일상은 어떠한가요. 매일이 다르겠지만, 문득 그곳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시간 쓰임이 궁금합니다.

 

 

 

photo by_ayumu

 

 

우선 아침 6시에 일어나요. 오전 중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해변에 나가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하죠. 집 앞에 해변이 3개 정도 있는데, 거의 매일 아침 70%에 가까운 확률로 돌고래가 찾아옵니다. 해변 입구까지 오는 바람에 바로 앞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죠. 전 세계에서 이러한 생활이 가능한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전 중에 돌고래가 나오면 돌고래와 수영을 하고, 안 나오면 낚시를 하거나 서핑, 혹은 패들 보트를 탄다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집으로 영어 선생님을 초대합니다. 가족 4명이 모두 영어 회화를 공부하고 있어요. 남은 시간 동안에는 책을 쓰기도 하면서 저만의 일을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빼놓을 수 없어요. 제게는 소라와 우미 두 명의 아이가 있는데, 직접 그 아이들을 가르친답니다. 제가 잘 못 하는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치는 건 아니에요.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려 해요. 경계하는 건 꼭 이런 인생을 살라고 이야기하진 않아요. 저 또한 여러 사람의 인생을 듣고 또 보면서 그중 하나를 제가 선택한 것이기에, “이런 인생도 있어.”하고 그 많은 인생을 들려주고 보여주려고 하죠. 그렇게 해가 지면 저녁을 먹고, 일하고 자는 ‘패턴’이에요.

 

 

Q. 책 얘기를 해 볼게요. <패밀리집시>를 먼저 읽고 <러브 앤 프리>를 읽었어요. 두 책을 통해 다카하시 아유무씨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어요. <패밀리집시>의 글을 통해 느낀 점은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졌다고 할까요? 글도 더 담백해졌고, 심리적으로도 그렇게 느껴져요. <러브 앤 프리>에서 자신의 감정에 집중했다면, <패밀리집시>에서는 중심이 ‘내 안’이라기보다 ‘자연’ 그 자체에 맞춰졌다는 느낌이었죠. 변화가 느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읽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요. 방금 말씀해 주신 부분에 더 많이 공감한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중심은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제 책은 독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것 같아요. 어느 시기에 어떤 마음일 때 책을 읽었는지에 따라 공감하는 게 모두 다를 거예요. 예를 들면 <패밀리집시>의 경우 미혼인 독자가 읽었을 때와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독자가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요. 물론 그것이 좋다 아니라는 말은 아니고요.

 

 

Q. 책 뒷부분에 아내가 쓴 편지글이 눈에 띄어요. 남편과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글 말이에요. 사실 본문의 내용으로만 보아서는 물리적인 힘듦이 드러나진 않잖아요. 아내가 쓴 글을 보고야 알 수 있었죠. “이번 여행은 정말로 매일 힘들었을 거야.”라는 글귀도 와 닿았고요. 가장으로서 이번 여행을 하며 가장 주안을 둔 점은 무엇인가요. 또 여행 중, 개인적으로 힘든 점이 있었다면.

 

일단 기본적으로 가족 여행뿐 아니라 늘 여행할 때마다 생각하는 게 있어요. 굳이 무엇인가 얻어야 한다고 생각 하지 않아요. 간혹 세계 일주를 하는 분 중에는, 엄청난 여행을 했으니까 주변에 대단한 걸 얘기해야 하고, 스스로 변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저의 경우 근본적으로는 그 여행을 끝마치고 집에 왔을 때 ‘아 이번 여행이 즐거웠어.’ 하면 그걸로 끝이죠. 이번에도 출발 전부터, 여행이 끝났을 때 “즐거웠다.”라고 가족들과 얘기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어요.

 

한 가지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이번 여행은 온종일 캠핑카로 이동하다 보니 운전이 가장 큰일이었죠. 제가 운전을 굉장히 못 한답니다. (웃음) 만약 친구와 함께 갔다면 번갈아가면서 운전했을텐데 가족들과의 여행이라 아무도 운전을 대신해 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몇 만km를 혼자 운전해야 했죠. 나중에는 운전하면서 들을 새로운 노래가 없더라고요. 음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인데, 일본 밴드인 블루하트 음악과  로큰롤이 그 긴 운전길을 달래주었어요.

 

     

 

 

Q. 책을 쓸 때 보통 어떤 방식으로 집필하나요.

 

제목을 먼저 정하고 ‘이제부터 쓰자!’ 생각하진 않아요. 그때마다 느끼는 것을 수시로 적곤 하는데, 나중에 이것들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요. 평소에 생각했던 걸 모은 뒤 ‘자, 이제 이것들의 제목을 뭐로 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편이죠. <러브 앤 프리>를 처음 펴냈을 때에는 사람들이 제 책을 많이 읽고 사랑해주던 시기가 아니었어요. <패밀리집시> 같은 경우 <러브 앤 프리>를 출간하고 10년 정도 지난 다음 쓴 책인데, 팬들이 생긴 후 쓴 책이라 어쩌면 멋을 부리면서 쓴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거예요. (웃음)

 

 

Q. 새 책의 제목을 패밀리집시라 정했는데요. 다카하시 아유무에게 집시란 어떤 의미인가요.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가고 싶은 곳에서 기한 없이 생활해 보는 게 아닐까요. 저는 갈 곳을 미리 정해놓고 계획을 세워 움직이지 않아요. “자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생각하는 게 당연한 삶이 되도록 생활해 왔죠. 아내도 결혼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4~5년 동안 전 세계를 캠핑카로 여행하다 보니 이렇게 집시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래서 솔직히 얘기하면, 이 집시 생활의 끝이 하와이가 아니에요. 언제가 살아보고 싶은 곳이 생기면 또 다시 터를 옮기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16살이 되면, 독립시킨 다음 다시 한 번 아내와 떠나고 싶어요. 신혼여행하며 쓴 책이 <러브 앤 프리>였고, 결혼 10주년을 기념해서 한 여행이 ‘패밀리 집시’였다면, 아이들의 양육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한 번 기억에 남을만한 여행을 하고 싶어요.

 

 

Q. 아이들이 아빠처럼 세계를 여행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면요. 적극 지지할 건가요.

 

아이들에게 항상 말해요.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뭐든지 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게 무엇이든지 상관없어요.

 

 

Q. 아주 본질적인 질문인데요. 다카하시 아유무씨가 궁극적으로 자유를 추구하고, 이를 실행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데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을까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해 주세요. 무엇이 다카하시 아유무씨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요.

 

뭔가 자유를 말하기에 이상할 정도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어머니는 유치원 교사였죠. 부모님이 교사였기에 방학 때면 늘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늘 제게 하던 말이 있었어요. “뭐든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만들어 봐.” 어머니께선 “오늘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었니?”라고 물어보았고요. 그 시절의 저는 흥미로운 일을 꼭 만들어서 집에 가 그걸 들려드려야 할 것만 같았죠.

 

 

Q. 흔히 여행한 뒤에는 일종의 후유증 같은 게 남잖아요. 어떻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나요. 괴리감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면?

 

오히려 저는 여행하는 중에 일본에 더 돌아가고 싶어져요. 평소 돌아갈 곳이 있기에 여행이 즐겁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 여행도 즐거울 테지만 이상하게 도쿄 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 잘 갔다 왔다.’ 하면서 마음이 놓이고 안심이 돼요. 특별히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후유증은 없고요. 도착했을 때 여기서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또 여행을 마친 뒤면 토크 콘서트 등 바쁜 일상이 기다리기에 후유증을 느낄 새가 없어요. 때때로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계속해서 여행 한다라고 느끼는 거죠.

 

 

Q.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체 계바라 책을 추천합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감독, 미아자키 하야오의 책도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영화와 영상이 명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그러한 작품들을 만들었는지 기술한 책도 출간되었어요.

 

               

 

 

Q. 지구 곳곳을 여행해 봤잖아요. 혹시 '지구' 이외에 다른 '행성'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는지요. 이를테면 우주여행 같은 것 말이죠.

 

굉장히 흥미 있습니다. 최근에 일본의 한 음료 회사에서 자사의 제품 광고를 위한 우주 여행을 제안한 적도 있었어요. 우주선 안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그 안의 작은 창문으로 지구를 바라보는 콘티였죠. 저는 '우주에 가보고 싶다.' 단지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지 조사를 한 적도 있어요. 구체적으로 비용이 어느 정도 드는지 알아봤는데 1,500만 엔을 내면 여행이 가능하다고 했죠.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놀라운 경험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Q. 아뮤무씨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가요.

 

저는 굳이 '이게 인생이다.'라고 한 길을 정해놓지 않아요.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항상 '이 순간이 최고야.'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죠. 저는 인생이 여행과 같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계획을 세워놓고 달성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두리뭉실하게 큰 방향은 정해두되 자연스러운 흐름에 내맡기는 것이죠. 그럼 나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펼쳐질 확률도 높아져요. '내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었구나.' 상상하며 사는 게 즐거워요.

 

 

Q. 현실과 이상의 간극도 존재하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저는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아요. 사실 그러한 발상이 제겐 없어요. 굳이 나누고 있지도 않고요. 물론 빚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내 이상은 높은데 이런 생활을 하고 있어.' 절망하기보다 빚을 갚을 수 있는 상황 안에서 '이상'을 꿈꾸며 살면 돼요. 저 또한 지금도 그런 생활을 하고 있고요.

 

 

Q. 누군가 '떠남'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어떤 조언을 하나요.

 

사실 그렇게 상담해 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어느 정도 답을 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후배들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상담해 오면 반대로 똑같은 질문을 당사자에게 해요. 결국 본인에게 질문하면, 어떻게 하고 싶다 답을 얘기하죠. 그럼 "그렇게 하면 되잖아!"하고 말해주죠. 한데 일정량 이상 술을 마시면 설교가 시작되요. (웃음)

 

Q. 끝으로 반디앤루니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로운 여행을! (愛する人と自由な人生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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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 남쪽으로 간다

 

 

헤르만 헤세 | 《헤세의 여행》 | 연암서가 | 2014

 

오래 전 일입니다만, 미국에서 공부할 때 짬을 내어 여행에 나서곤 했습니다. 가족 여행이라서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온 가족이 여행하기 위하여 미국을 방문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간단하게 해답을 얻었던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던과 마이클 노튼이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에서 제안한 행복을 담보하는 지출원칙의 첫 번째 ‘체험을 구매하라’라는 원칙에도 잘 맞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따르면 물질적 구매보다 체험적 구매를 하는 경우에 구매자가 후회하는 경우가 적다고 합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만, 첫 번째 여행을 앞두고서 비디오카메라를 구입하고 별도로 슬라이드사진을 찍을 카메라와 스냅용 카메라를 준비해서 여행의 기억을 남기려고 애를 썼습니다. 물론 그때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본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 그림, 글과 같이 여행을 기록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오늘 날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사진일 것입니다. 사진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한다고 믿고 있습니다만, 수전 손택은 여행 중 사진을 찍는 행동에 관하여 "사진은 경험을 증명해주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경험을 거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사진에 관하여》, 26쪽)라고 하였습니다. 김한민은 《그림 여행을 권함》에서 “그림은 여행에 재미를 더해주고, 여행의 기억들을 더 소중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어 두고두고 펼쳐보게 할 것이며, 그렇게 펼칠 때마다 미소를 자아내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존 러스킨을 인용하여 사진만으로는 보는 것과 살피는 것 사이의 구별, 보는 것과 소유하는 것 사이의 구별을 흐려버린다고 지적했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사물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즉,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인상을 굳히려면 글을 써야 한다, 러스킨의 말대로라면 ‘말로 그려야’한다는 것입니다. 《희망의 발견》의 저자 실뱅 테송(Sylvain Tesson)은 한술 더 떠 강조합니다. “장거리 보행자에게 글이란 가장 강렬한 진정의 순간이다(…). 저녁마다 글을 쓰면서 여행자는 또 다른 표면으로 길을 계속 이어가고 페이지 위에서 전진을 연장한다.”

 

요즈음 해외의 여행지마다 한국 사람들로 넘쳐나는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여행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여행기가 그저 안내서에 그치거나 글쓴이의 단편적인 감상에 머물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행기다운 여행기를 읽어보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럽에서 순수하게 '유람'을 목적으로 한 여행은 18세기 무렵에서야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작가들은 작품을 구상하기 위하여 혹은 견문을 넓히기 위하여 여행을 즐겼고, 여행에서 느낀 점을 글로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들의 여행기를 읽어보면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느껴야 할지 가늠이 서기도 하고, 여행에서 느낀 것을 정리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36쪽)는 말을 읽고 유명하다는 곳이라면 주마간산 식으로라도 지나치는 저와 달리 헤세는 평소에 만날 수 없는 사람과 사물을 체험함으로써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은 어떤 나라와 민족, 어떤 도시나 풍경을 여행자의 정신적 소유물로 만들려는 목적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여행자는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낯선 것에 귀 기울여야 하고, 낯선 것에 담긴 본질의 비밀을 끈질기게 알아내려 노력해야 한다."(41쪽)라고 한 헤세의 여행 가이드를 마음에 새긴다면, 인생의 여행을 잘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눈초'님은?

아내와 함께 걷기를 즐거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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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토끼의 책방앗간] 이병률 《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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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나를 떠나 너에게로

 

 

정호승 | 《여행》 | 창비 | 2013

 

지난 시간 나는 너에게 부대끼며 몇 번인가 울었다. 네가 너이기만 한 것이 부당하다는 듯 억울한 얼굴을 가장했었다. 타인은 지옥이라고, 나는 누구에게도 타인이지 않은 것처럼 너를 비난하는 데 골몰했었다. 나는 나이기만 한 채로 상처받은 역을 연기했었다. 자기연민에 심취했었다. 이런 나에게, 모든 ‘너’에게로 다가간 시인이 말을 한다. “너는 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니/ 언제까지 여기에 머물려고 그러니/ 이곳은 더 이상 머물 곳이 아니야” (16쪽, ‘여행가방’)

 

여행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이미 떠나 있는 이의 시선을 빌리자 여기에 홀로 있는 내가 보인다. 나만 있고 나만 있을 이곳에, 무시로 먹었던 마음과 달리 한 번도 제대로 떠나지 못한 내가 고여 있다. 번번이 여기에 멈춰선 원인을 너의 탓으로 돌리고, 빈약한 생으로 나이만 먹고 있는 내가 나로서 병들어간다. 너는 여전히 멀고 나는 아직 사랑을 모른다. 하여 잠시도 “아름다운 인간”이 되지 못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진다. “내가 잠시 아름다운 인간이 될 수 있”기를 (38쪽, ‘바닷가’) 바라, 먼저 떠난 시의 말에 귀 기울인다.

 

지푸라기

 

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게 아니다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 따라 떠도는 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
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뿐이다

 

그러므로 나를 떠나 너에게로 가는 길은 더 이상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게 아니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인 지푸라기가 되어야 함을, 이해한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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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방랑》 - 삶을 압도한 여행

 

 

후지와라 신야 | 《인도 방랑》 | 작가정신 | 2009

 

우리네 삶은 비극일지 모른다. 기약 없는 임을 기다리듯, 행복이란 잠시잠깐의 한때를 위해 우리는 지금을 산다. 설사 이 순간 행복하더라도 그것은 러닝타임 2시간짜리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를 멍하니 바라보며 극장 밖 현실로 돌아가는 길을 잠시 유예하는 것과 같다. 비극은 끝을 모른다. 그러기에 행복은 짧다. 그래서 행복은 우리를 오래도록 슬프게 만든다. 하지만 인간은 비극의 서사에 자신의 삶이 위치할 때, 끈질기게 희망을 추적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은 삶의 비극성에 길들여진 결과이다. 비극의 니힐리즘은 우리를 태생적 추적자로 만들었다. 행복이란 허상을 쫓는 삶의 방랑자로 말이다.

 

여행서의 명작으로 꼽히는 여행 사진작가 후지와라 신야의《인도방랑》은 우리네 삶이 비극임을, 때문에 살아야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여행에세이이다. 작가가 1969년부터 1972년까지 3년간의 인도 여행 기록을 담은 이 책은, 낭만이란 여행의 허위를 잔인하게 벗기고 있다. 사실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여행기는 충격적이었다. 책 속에 묘사된 인도는, 풍경은 황량했고 태양은 뜨거웠고 바람은 거칠었으며 삶보다 죽음이 지배하는 비극의 땅이었다. IT강국으로 떠오른 지금의 인도와는 사뭇 다른, 포악한 성정의 원시성이 살아 꿈틀거리는 인도의 맨얼굴이 그의 글과 사진에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낭만이 사라진 자리에는 오로지 생명이란 본능에 충실한 인간군상의 처절한 사투가 대신했다. 거지와 창녀, 노인과 어린아이, 사기꾼과 히피가 공존하는 거리와 사막의 풍경은 여행자의 삶의 체취는 물론, 독자의 삶의 체취마저 흩뜨려 놓았다. 그곳은 삶의 격전지였다. 1970년대의 인도는 여행자들에게는 미지의 땅이었다. 지금처럼 이방인의 시선을 끌기위해 화장하지 않았다. 때문에 여행자는 방랑자로 그 정체성을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역시 살기위해 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인도 본래의 풍경으로 흡수된 것이다.

 

이 책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단연 사진이다. 방랑자의 카메라는 집요하리만큼 죽음을 찍었다. 갠지스 강에서 치러지는 인도의 전통 장례에서 그의 렌즈는 생명과 죽음이 무섭도록 공평하게 이 불모의 땅에서 서로의 위치를 바꾸는 것을 목격한다. 아버지를 화장(火葬)하는 소년의 눈물은 타오르는 불길에 말라갔다. 강가에 널려있는 시체를 먹는 개들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이방인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다. 개들에게 방랑자는 자신의 먹잇감을 뺏으려는 적으로 간주됐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갓난아이를 강에 던지는 아버지의 통곡은 강물에 무심하게 떠내려갔다. 강에서 나온 아버지는 곧이어 웃는다. 순간, 그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어리디어린 자식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낸 아버지의 웃음은 죽음을 외면하며 아등바등 살고 있는 우리네 삶을 조롱한다. 방랑자의 카메라에 잡힌 인도의 강은 이처럼 보는 이를 우습게 만든다. 초라하게 만든다. 젊은 아내의 시체를 지키고 있는 젊은 남편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랑자는 벌거벗은 여자의 음부를 끈덕지게 바라본다. 어둠으로 가려진 그 구멍은 생명이 태어나는 자리였다. 갠지스 강에는 생명과 죽음이 이토록 참혹할 정도로 아름답게 공존한다. 거기서 구경꾼의 시선은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사진은 거칠고 어둡다. 그럼에도 그 속엔 빛이 있었다. 작렬 하는 태양은 생명을 말라비틀어지게도, 태어나게도 했다. 죽음은 무참한 삶을 이어가는 시작점이라 말하고 싶은 듯, 태양빛을 거둬들인 강은 침묵하며 흘렀다.

 

인도에는 인간이 자신의 몸을 적당히 놓아둘 만한 중용의 장이 없다. 오로지 삶과 죽음을 병렬 배치하며 걷기만을 종용하는 곳이다.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기는 그 전의 어떤 여행기에서도 느끼지 못한 지극히 건강한 인간을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죽음에 순응하고 자연에 길들여지기를 마다하지 않는 인도인의 삶은 단순한 만큼 풍요로웠다. 갠지스 하구에서 해안을 따라 500킬로미터 내려가면 동서 30킬로미터 남북 60킬로미터 남짓의, 육지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만이라고 해야 할지 호수라고 해야 할지 애매모호한 칠카 레이크가 있다. 호수 인근에는 하루에 단 한발의 총알로 단 한 마리의 오리만 잡아 생활하는 오리 사냥꾼들이 산다. 방랑자는 해가 뜨기 전부터 오리사냥에 나선 인도인에게 “왜 총에 총알이 하나 밖에 없으며 하루에 한 마리의 오리만 잡느냐?”고 묻는다. 자본이 넉넉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거둬들인다는 자본주의 논리에 익숙한 문명인의 합리적 질문에, 오리 사냥꾼은 현명한 답을 내놓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냥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하루에 한 번이고, 오리는 머리가 붉은 상등품이 5루피(현재 1루피는 한화로 22원정도), 머리가 푸른 하등품이 3루피, 산탄 한 발 값이 1루피 반이므로 오리 한 마리를 잡는데 산탄 2발을 쓰면 머리가 붉은 오리를 잡더라도 2루피 밖에 못 벌고, 머리가 푸른 녀석이면 산탄 값이 오리를 판값과 맞먹으니 고생한 보람이 없단다. 그렇다. 사냥꾼에게 이것은 물러설 수 없는 생활인 것이었다. 그들의 단순한 계산법 앞에서 책을 읽는 나조차 한 없이 부끄러워졌다. 

 

생활이 인생이라는 동의어로 남아있는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질에 길들여진 우리가 꼭 되찾아야 할 삶의 회귀점 같은 것이다. 설사 지금의 인도 사람들이 이때처럼 살지 않더라도 그 진정성은 퇴색하지 않는다. 오리 사냥꾼은 한 발의 탄피만 들어있는 엽총을 들고 호수로 들어가 오리 떼를 추적한다. 총을 머리 위에 올린 모습은 흡사 오리와 비슷하다. 날지 못하는 가짜 새가 진짜 새를 쫓는 칠카 레이크의 아침 풍경은 경이로웠다. 우스꽝스러운 광경은 차라리 숭고했다. 날것 그대로의 삶은 이토록 아름다웠다. 문득, 태양이 아침마다 가시(可視)영역의 주홍빛으로 세상을 밝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삶과 죽음의 동시성을 있는 그대로 직시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단 한번 밖에 없다. 마치 단 한 마리의 오리만 잡는 사냥꾼처럼 우리 또한, 매일을 그렇게 살아야 했다. 아니, 그렇게 인생이란 길을 걸어야만 한다. 

 

나는 걸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슬프도록 못나고 어리석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비참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웠다.

만나는 사람들은 경쾌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화려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고귀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거칠었다.

 

세계는 좋았다. 

 

-본문 중에서

 

방랑자의 눈에 비친 호수의 아침 전경은, 한 인간의 별것 아닌 힘만 믿고 어깨를 재며 걷기보다는 온갖 모순에 순응하는 가려한 몸이야말로 이 땅에서 요구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사는 인도인의 삶은 그들의 종교인 힌두교의 체현에 가깝다. 그것은 강과 황무지에서 자라난 도덕이고, 자연이 부여하는 도덕에 대한 사실이며, 사실에 대한 허용이다. 그들의 방식(삶)은 정리된 인간의 언어 나부랭이를 믿기보다는 언제나 모순을 토해내는 물체의 무게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언제나 혼돈으로 가득해도 대단히 온전했다. 자연을 상대로 한 드잡이에서 승리하려기보다 패배하려는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온전함이었다. 여행이 삶을 압도한다면, 여행은 방랑이 된다. 기만의 허위를 벗은 후지와라 신야의 방랑기에는 죽음에 대한 인도인의 순응으로 가득하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그것은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이다. 죽음마저도 꼭 거쳐야 하는 여행지에 불과하다. 모든 것에 패배를 경험한 이들이 온전하게 살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삶의 비극이 만들어낸 행복이다. 

 

이에 반해, 텍스트 밖에 있는 나나 우리는 대단히 불완전하다. 거짓을 진실이라 우기고 물질을 삶의 가치로 환원하며 불완전의 완성에 박차만 가했다. 행복을 좇고 있는줄 알았는데 내 삶의 걸음은 비극의 중심부로 향해 있었다. 비극은 끝을 몰랐다. 행복은 짧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아마도 패배하지 않으려고 악을 쓰고 있기에 이렇게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돌아갈 수 있다고 착각하고 이기지도 못할 싸움에서 돌아가려고 기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원심력의 균형이 깨져 비극의 중심부로 떨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서 말이다. 그곳에서 멀어지려고 나는 걸었다. 그리고 모든 것에 패배하기 위해 다시 걷는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취한미남’님은?
절망, 불운의 꼬리표를 달고 폭풍 같은 3년 여의 시간을 보냈다. 뭐 하나 되는 일이 없는 이 시기에, 나는 정말 우연히도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만약 책이 없었다면, 지난 3년의 시간을 나는 진정 불행한 사람으로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책이 있어 나는 견뎠고 조심스레 희망도 품었으며, 새로운 꿈도 갖게 됐다. 책은 인간을 구원하지 못한다. 책 많이 읽는다고 해서 인생이 하루아침에 역전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책을 가까이 함으로써 인간은 生의 의지를 끈덕지게 붙들고 늘어진다. 못 믿겠다고? 지금의 내가 그 산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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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다시, 1만 시간 동안 - 여행작가 박민우

 

누구나 여행을 생각합니다. 어떤 날의 기억으로, 언젠가의 꿈으로, 그렇게 여행은 누구나의 삶에 있어 언제나 함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잘 다듬어진 언어를 통해 그 모든 걸 전해주는 책들을 더하고 나면, 우리는 떠나지 않고도 떠날 수 있고, 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행운까지 가지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걸 통해 우리는, 내 몸 밖으로 펼쳐진 더 넓은 세상을 품에 안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주 [서점에서 만난 사람]에서는 그 넓은 세상을 우리에게 펼쳐 보여주시는 여행작가 한 분을 모셔볼까 합니다. <1만 시간 동의 남미>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여행작가 박민우 님이신데요. 남미 이후로 5년만에 다시 1만 시간 동안의 여행을 다녀오신 박민우 님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사진 속에서 순간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여행작가 박민우 님의 모습이 보이네요. 마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고 외치고 있는 듯도 하고요. 자, 그러면 박민우 님의 소개부터 시작할까요?

 

약간의 대인 기피증과 조직 부적응증을 앓고 있다. 남의 눈을 병적으로 의식하지만, 또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다 병을 키운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 구매등급은 실버이며, 이게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건지는 모른다. 73년 태어났으며, 과격하게 패인 팔자주름 때문에 입 근육 운동을 최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인기가 없었으며, 외로움을 공상으로 달랬다. 아버지가 빗자루를 들고, 어서 나가 뛰어놀라고 하면 집 앞 쓰레기통 옆에 쭈그려 앉아 공상을 마저 했다. 공상의 내용은 마술의 힘으로 슈퍼초인이 되어, 학교에서 가장 부자인 친구 생일 초대를 받거나, 나비넥타이를 매고 동등하게 그들과 시소를 타거나 하는 내용이었다. 우주인이거나, 혹은 지구를 대표하는 천재일 거란 생각은 여섯 살 때부터 했고, 지금도 안 한다고는 말 못하겠다.

 

93년 고려대학교 국어국문과 입학해 학교 방송국, 영화 동아리, 연극 동아리 등을 전전했으나, 툭하면 그만둬버리는 사회 부적응자의 모습을 보였다. 작은 재주들, 이를테면 의류회사 광고 공모전 입상(부상은 5만 원 상품권이었다. 모두 양말을 샀다), 시나리오 작가협회 공모전 우수상 수상 등으로 왠지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몇 년은 의기양양했다. 지금은 폐간된 잡지 <유행통신> 피처팀 기자로 근무하며 연예인을 만난다는 사실에 황홀했지만, 특종은 죄다 경쟁사 잡지에 뺏기는 무능함에 괴로워하다가 사직서를 내고 말았다. 고민 끝에 프리랜서로 전직했고, 청탁이 줄을 이을 줄 알았으나 입에 풀칠할 정도의 원고로 연명하며 살았다.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공모전에서는 번번이 떨어졌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두 번 고배를 마신 입시의 실패자이기도 하다.

 

애써 발랄하게 표현했지만, 실패는 나를 아프고 병들게 했다. 마추픽추라도 보자는 생각에 남미로 떠나게 되고 여행이 끝난 후 <1만 시간 동안의 남미>라는 책을 냈다. 반응이 의외로 좋아서 네이버 오늘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EBS 세계테마기행 ‘콜롬비아’와 ‘에콰도르’편에 출연하며 방송과도 인연을 맺었다. KBS ‘세상을 여는 아침-배낭 메고 떠나고’에 여러 번 출연하며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두루 돌았으며, MBC라디오 ‘성시경의 푸른밤’ ‘문지애의 푸른밤’에서 자폭, 자학 경험담을 자랑처럼 남발하는 게스트로 쫓겨나지는 않고 그럭저럭 오래 방송했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인데, 여행은 아직까지 까불며 좋아하는 중이다. 중국,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이란, 시리아에 이르는 긴 여행을 막 끝냈다. 

  

 

1만 시간이 모이고 모여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시즌 2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 시즌 3
가까운 행복(tea bag)
행복한 멈춤 STAY

 

■ 사실상 1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500일의 5분의 1인, 10일의 휴가가 주어진 이에게, 이번 여행으로 다녀오신 곳 중 어디를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10일간의 여행 코스를 직접 추천해주세요.

 

- 열흘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겠죠. 하지만 대부분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보고, 경험해보고 싶을 겁니다. 중국 리장이 좋을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리장은 ‘중국의 베니스’라고 불려요. 골목골목을 자잘하게 물길이 흐르고, 오래된 전통가옥은 시간여행을 온 듯한 신비로움을 주죠.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여행지라 사람이 너무 많은 게 흠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중심지에서 벗어나면, 옛 중국의 고즈넉함을 맛볼 수 있어요.

 

머물면서 세계 3대 협곡인 호도협(虎跳?) 트레킹을 1박 2일 혹은 2박 3일 동안 하는 겁니다. 그리고 리장에 머물면서 재래시장에서 이것저것 군것질도 하고, 수허고성(束河古鎭) 등 주변 마을을 자전거 타고 다녀오고요. 그리고 바로 옆 따리(大理)에 머물면서 배낭여행자들과 어울리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면서 한적한 기분도 내보고, 심심하면 자전거 타고 주변 얼하이(?海) 호수 등을 다녀오는 거죠.

 

여행을 너무 쫓기듯이 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다들 언제 또 와보겠느냐는 마음에 가이드북에서 추천해주는 곳은 모두 가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일상에 지쳐 여행하는 건데, 여행이 일처럼 부담스러워서는 안 되죠. 모두 봐야겠다는 조급함보다는 모처럼 허락된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 적은 예산으로 많은 곳을 다녀오셨는데요. 같은 예산으로 한곳에 둥지를 틀고 마음껏 휴양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하셨을 텐데, 머무르고 싶은 마음을 이기고 다른 곳을 향해 짐을 꾸리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 호기심이죠. 인간의 만족감은 간사해요. 어디가 좋다고 해도, 익숙해지고 나면 뭐 딴 거 없나? 좀이 쑤시고 안락한 행복이 지루해지죠. 배낭 다시 싸는 게 생각보다 참 귀찮아요. 그리고 어딘가에 도착해서 또 헤매야 한다는 것이 막막할 때도 있고요. 하지만 거기에 가면 새로운 무언가가 나를 홀려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겨요. 물론 어딘가가 좋아서 마냥 오래 머무는 것도 멋지죠. 실제로 그런 곳에선 한 달 이상 머무르기도 해요. 어쩌면 평생 머물고 싶은 곳을 찾아 여행하는 건지도 몰라요. 호기심까지 무력화시킬 만큼 멋진 곳을 꿈꾸죠.

 

■ 중국은 ‘마음을 주기까지 시간이 필요 ’했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그땐 그랬지만 지나고 보니 아쉽더라, 하는 곳이 있으신가요?

 

- 지나고 보면 모두가 다 아쉽죠. 제가 이란을 여행할 때(3권에 나옴) 맘고생을 많이 했어요. 다시는 이란에 오나 봐라. 탈출하듯이 도망쳤어요. 그런데요. 이젠 다시 가보고 싶어요. 불쾌한 경험에 매몰되어서 싫어하고 저주하는 데 에너지를 다 써버렸어요. 객관적이고 차분하지 못했죠. 이제는 정말 아쉬움만 남아요. 긍정의 힘을 쥐어짜서라도 더 보고, 느꼈어야 했는데 그냥 정을 떼버린 거죠.

 

■ “여행은 장소뿐만 아니라 시간을 여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같은 곳을 본다고 해도, 다른 시간이라면 다른 곳을 본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다녀오신 곳 중 다른 시간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으신 곳은 어디인가요?

 

- 정말 멋진 질문이네요. 그런 곳이야 많지만, 겨울의 키르기스스탄을 보고 싶어요. 겨울이 주는 추위는 싫은데, 겨울이 주는 하얀 눈 세상은 정말 아름답잖아요. 키르기스스탄의 산들이 정말 멋져요. 싱그러운 녹지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 충분히 아름답긴 했지만, 그곳이 하얀 눈 세상으로 돌변한다면 또 다른 아름다움이 펼쳐질 것 같아요. 자연풍광만으로는 제가 본 그 어떤 나라보다도 화려한 곳이 키르기스스탄이었어요. 혹시 트레킹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키르기스스탄도 언젠가 한 번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 여행 중 어디가 가장 좋았나요? 라는 질문에 다 좋았다고 이야기하신다고 했는데요.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더럽고 두렵고 힘들었던 이야기들도 참 많은데, 그게 다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이유는 뭘까요?

 

- 시간의 힘이죠. 당시에 속해 있을 때는 감정이 정리가 안 되죠. 속해 있던 장소와 시간에서 벗어나면 찬찬히 곱씹을 수가 있어요. 그리고 관대해질 수 있죠. 정말 되먹지 못한 불쾌한 경험도, 그땐 그랬지. 웃으며 친구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되잖아요. 시간이 주는 좋은 교훈이 또 하나 있어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질 감정인데 너무 안달복달할 필요 없다는 거죠. 사실 너무 화낼 일도, 억울할 일도 없는 거죠.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거니까요.

 

■ 여행의 동반자였던 카즈마 씨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여행하다 부딪히게 되는 서로의 차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요. 그런데 책 속에 쓰여 있는 그 이야기를 카즈마 씨는 모두 알고 계신가요? 혹시 알고 계신다면 카즈마 씨는 뭐하고 말씀하셨을지 궁금하네요.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에서부터 시작된 인연이라서요. 속내를 가감 없이 쓴다는 건 다 알고 있어요. 좀 살살 좀 쓰라더군요. 자신에 대해 좋게 좀 쓰라고도 하고. 자신의 이름이 책에 쓰인다는 걸 재밌어해요. 심지어 카즈마 아버지도 제 책에 대해 잘 알고 계세요. 제 책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조금씩 읽어 보고 그러시나 봐요. 이번에 카즈마 가족이 서울에 놀러 왔을 때 제가 안내를 해 드렸어요. 저를 응원해주는 고마운 가족들이세요.   

 

■ 여행을 떠나시기 전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보통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책 속에 <론리 플래닛>에 대한 언급도 꽤 보이고요.

 

- 배낭여행자들은 대부분 ‘5불 생활자’ 카페에서 정보를 얻어요. 저도 그 중 한 명이고요. 장기 여행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오가니까요. 태국 여행할 때는 ‘태사랑’에 많이 의지했죠. <론리 플래닛>도 아주 중요한 여행친구죠. <론리 플래닛>에서 소개한 숙소를 가야만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친구 만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이 <론리 플래닛>을 들고 다녀요.

 

■ 다른 작가분들의 여행기를 많이 읽으시는 편인가요?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또 다른 여행 작가분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그럼요. 제가 가보지 못한 곳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여행서잖아요.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를 읽으면 토요일 오후 한가한 어딘가에서 노닥거리는 기분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이지상 씨의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어요. 유명한 <러브앤프리>도 좋았어요. 군데군데 가슴을 치는 문장들이 있더라고요.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어서 좋게 읽었어요.

 

 

■ 여행은 기본적으로 여행하는 사람 각자의 경험이고, 그 몸이 기억하는 시간일 텐데요. 그런 여행의 체험과 그에 대한 기록 사이에서 어려움을 느끼신 적은 없으신가요? 

 

- 이번 책에서 그런 어려움이 더 절절했어요. <1만 시간 동안의 남미>를 쓸 때만 해도 무서울 것이 없었죠. 막강한 호기심과 서툰 실수로 점철되었으니 그 감정을 고스란히 옮기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엔 달랐어요. 어떤 때는 아무런 기대감 없이 여행하기도 했어요. 그런 시간을 글로 옮기려니까, 어렵더라고요. 답이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고민했죠. 머리를 쥐어짜고 끙끙댔어요. 쓸 게 없는 건 아닐까? 나는 더 이상 여행기를 써서는 안 되는 게 아닐까?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지루했던 마음도 내 마음이다. 다 쓰자. 그리고 나니, 글이 써지더라고요. 스스로가 가진 강박관념을 최대한 제거하고, 자유롭게, 솔직하게 나 자신을 투영시키는 글쓰기가 정답이더라고요. 더 거창하게, 더 격렬하게 글을 쓰고 싶었던 욕심을 버렸더니, 글이 써지더라고요.

 

■ 말씀하셨던 것처럼, 여행의 큰 장점은 ‘다름’과 ‘새로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다름’과 ‘새로움’의 기억을 안고 현실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고요. 이제까지의 여행에서 얻은 다름과 새로움으로 일상이 변한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좀 더 침착해졌어요. 예전엔 허둥지둥 대기 일쑤였는데, 그런 게 많이 줄었어요. 세상을 좀 더 멀리서 보는 거죠. 비행기에서 보면, 세상이 참 작고, 인간은 더 작죠. 개미 같아요. 개미가 세상에 대해 너무 고민하면 좀 웃기잖아요. 우리도 개미랑 다를 거 없어요. 무의미하게 작은 존재죠. 그런 생각으로 살면 마음이 침착해져요. 길에서 자주 안 넘어진다거나 지갑을 잘 안 잃어버리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아요. 허둥대지 않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남이 보면 실수투성이에 불안한 사람이지만, 확실히 좀 더 여유가 생겼어요.

 

■ 작가님께서 직접 독서치료를 하신다고 가정했을 때,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는 어떤 이가 어떤 때, 어떻게 읽으면 가장 좋으리라 생각하시나요?

 

- 답답하고 무언가가 가슴에 쿡 박혀서 숨을 쉬기 어려운 사람이요. 희망이 없고, 세상이 자신을 홀대한다고 생각하는 외로운 사람이요. 그런 사람에게 일탈의 한 예가 될 수 있었으면 해요. 중고등학교 때는 성적이 제일 중요했죠. 그걸로 자살하는 친구들 마음도 이해가 가고. 하지만 어른이 되니, 성적은 삶 일부분에 지나지 않더라고요. 마찬가지죠. 지금 성공, 돈, 명예 등은 언젠가는 시시해질 가치죠. 그런데 그런 것들을 못 가져서 절망하잖아요. 자신을 학대하고, 윽박지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처럼 푼돈으로 세상을 떠돌며 놀아보는 것도 삶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 여행도, 박민우 작가님에 대해서도 특별히 관심갖지 않았던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을 건네신다면?  

 

-세상에 없는 재미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책보다는 게임, 동영상이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글자가 주는 재미를 오롯이 전달하는 그런 글 광대가 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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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어놓은 구절들] 요시모토 바나나, 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 <암리타> | 민음사 | 2001

 

"마유는 여행스런 여자였어. (...) 이틀이고 사흘이고 같은 일행이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남녀의 구별도 일거리도 점차 없어지고, 피로한 탓인지 묘하게 기분만 고조되잖아? 돌아오는 차 속에서는 헤어지기가 싫어서, 필요 이상 명랑해지기도 하고, 무슨 얘기를 해도 재미있고 우스워서, 이렇게 사는 인생이 어쩌면 진짜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즐거워지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도 그들의 존재감이 사방에 잔상처럼 머물러 있어서, 이튿날 아침 혼자 잠에서 깨어나, 아니? 그 사람들은? 하고 멍해 있다가, 아침 햇살 속에서 괜스레 서글퍼지곤 하잖아? 그러나 뭐 어른들이란, 그런 건 다 지나가고 말기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치부하며 살아가지. 그런데 마유는 달랐어. 단 한번이라도 그런걸 느끼면, 책임지고 지속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는 어리숙함이 있었지"

  

<멜랑콜리아> 

 

얼마 전 뒤늦은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사흘 정도, 짧게나마 서울에서 먼 곳으로 떠났다. 모처럼 함께 휴가를 내어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된 두 친구와 내내 붙어 다니며 밥을 먹고, 걷고, 이야기를 하고, 사진을 찍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바다를 보았다. 정말 '무슨 얘기를 해도 재미있고 우스워서, 이렇게 사는 인생이 어쩌면 진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은 새롭기만 했고, 어디에서도 우리를 화나게 하거나 인상을 쓰게 만드는 것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들판,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에 층층 구름,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와 나뭇잎들, 바닥에 뒹굴고 있는 밤송이, 해질녘 그라데이션으로 빛깔을 뽐내던 바다. 아낄 것 없이 다 내보여주는 자연 앞에서 우리는 그저 순하고 순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사흘 동안 부족했던 잠을 몰아 잤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며칠동안 온 시간을 나눠 쓰던 친구들이 없다는 것에 어리둥절해졌다. 꺄르르 웃고 떠들던 소리가 귓가에 아직 쟁쟁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부재를 깨닫는 순간, 다시 여기로 돌아왔다는 걸 알았다. 그 '진짜'라고 느꼈던 삶의 순간은 다 어디로 흩어져 버린걸까. '그런 건 다 지나가고 말기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치부하고 싶지 않은 건, 아직 내가 어른이 되지 못해서인 걸까.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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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홀로'가 아닌 '서로'의 삶으로


 

안효원 | <고맙습니다> | 이야기쟁이낙타 | 2011

 

고맙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습관적이고 의례적으로 입 밖으로 내뱉을 뿐, 그 말에 진정(眞情)을 담는 일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마치 매일 건네는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가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진심을 담보하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이 말에는 본래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하는 힘이 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나는 또 그를 위해, 서로를 향해 베푸는 마음들이 오가며 온기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오로지 스스로만 아는 마음이 가질 수 없는 따뜻함이다. 그렇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에는 ‘홀로’가 아닌 ‘서로’를 향하는 마음의 길이 나 있고,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우리네 삶에 대한 이해가 스며들어 있다. 

 

‘농촌총각의 투르크 원정기’에 붙여진 ‘고맙습니다’라는 책 제목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날 수 있는 문구, “그동안 만난 사람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 앞으로 만날 사람들 모두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고맙습니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의 삶의 태도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로 이 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그가 본격적(?)으로 농촌총각이 되기 전, 예상치 못하게 겪게 된 투병 생활로부터 시작된다. “작은 몸뚱이를 살리기 위해 애쓴 의사와 간호사의 따뜻한 손길, 그리고 회복을 바라는 수많은 이들의 기도를 통해 다시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그가, 그런 “따뜻한 손길을 가슴에 새기고 자신 역시 앞으로 사람을 ‘살리는 손’이 되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맙습니다>가 전하는 19일간의 터키 여행기는 사실, 그런 저자의 삶의 태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터키라는 낯선 공간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새겨져 있는 삶의 흔적들을 느끼며 그 안에서 다시금 ‘사람과 사람, 그 사이’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에 대한 인식은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에 대한 존경의 태도로 드러난다. 낯선 곳을 낯설게만 바라보지 않는 그의 시선이 어디서나 사람은 사람이고, 삶은 삶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에 따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의 걸음이 자주 멈추고 머물길 반복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책속으로 옮겨다 놓는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그의 카메라에 담기고 마음에 새겨진 것은 유명한 유적지나 문화재만이 아니다. 그의 마음 안에선 이미 그곳에 서려 있는 사람들의 숨결까지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사도 바울의 순례길을 따라 걸으며 그의 고단한 여정을 떠올리고 그 마음으로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와 자신 또한 세상을 살리는 자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그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자연스럽게 어떤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된다. 고맙습니다, 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그의 새로운 삶이 또 다른 고맙습니다, 로 이어지는 따뜻한 그림 말이다.

 

“우리의 인생이 달리는 차 안에서 사진을 찍는 것과 같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불안하고 흔들리는 오늘을 살고 있다. 그래도 우리가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멀리 빛나는 밝은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흔들린다고 해서 영원히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힘들고 불안할 때는 시선을 높이 들어 좀 더 먼 곳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가 상상하는 좋은 날은 오늘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힘이다.” (145쪽)

 

그렇게 우리가 상상하는 좋은 날은, 나에게 베푼 타인의 마음이 그에게로 보답하고픈 나의 마음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서로’의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생각해본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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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기] 10년 밖에 남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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