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01.08 《밤의 인문학》- 일상으로서의 인문학이 유희가 되다
  2. 2009.12.28 <그림공부, 사람공부> - 2009년 끝에서 만난 진한 깨우침 (2)
  3. 2009.12.23 <덕혜 옹주> - 꿈 한 번 펼쳐보지 못한 마지막 황녀 (1)
  4. 2009.12.17 [나감책 No.12] 나는야 영원히 철들지 않는 앨리스!(앨리스님) (2)

《밤의 인문학》- 일상으로서의 인문학이 유희가 되다

 

밥장 |《밤의 인문학》| 앨리스 | 2013

 

밤은 삶의 고단함을 무장해제하는 힘이 있다. 삶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감정을 희석하고 또 위로해주지만, 그러나 밤이 미치는 힘은 단지 거기까지만이다. 핏줄 돋워가며 했던 이야기들도, 수없이 되내던 후회 섞인 말도 밤을 벗어나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12시간도 지속되지 못하는 밤의 열기는 아침의 씁쓸함을 통해 지난 밤의 자신을 쓰리도록 기억케 할 뿐이다. 그러나 밤에 기대어 자신의 심정을 토해내지 않는다면 어쩌면 이 세상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밤에 맞는 이야기들과 인문학을 밥장이 소개하고 있다. 

 

 

째즈의 선율이 흐르는 더빠(the bar)에서, 그간 밥장은 사람들을 만나며 인문학과 삶에 대한 자신의 무대를 꾸며왔다. 인생이 무언지 어렴풋이 알긴 하지만 아직 딱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삼십대를 위해, 밥장은 인문학을 처방전으로 내고 그 과정들을 책으로 담아냈다. 그가 전하려는 16가지의 이야기는 삶에 꼭 필요한 이야기 반, 있으면 더 좋을 이야기 반이다. 그의 처방전은 부담 없고 경쾌하며, 함의하는 바는 묵직하기에 읽는 맛은 자못 쏠쏠하다. 게다가 그림과 사진까지, 밥장은 그만이 낼 수 있는 느낌을 귀엽고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모르겠어? 내가 아는 것이 바로 내 자신이야.
그건 내가 자네에게 들려줄 수 없어.
자네가 직접 찾아야 해. 나는 자네가 읽어야 할 책이야.
책이 스스로 말할 수는 없지 않나?
책은 자기 안에 적힌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지.
나도 내가 누구인지 몰라. (80쪽)

 

어쩌면 인생의 진짜 답은 '모른다'일 것이다. 만약 안다면 그토록 간절히 탐독할 이유가 없으며, 누군가의 어깨에 고개를 기댈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내 건조한 삶을 촉촉하게 해줄 대상으로 인문학을 꼽았고, 적어도 인문학은 우리를 벼랑으로 몰지 않을 거라 확신하기에 손을 내미는 것이다. 삶에 드리워진 그늘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밥장이 소개하는 인문학은 삶의 애상을 대체할 수 있는 힘으로서의 인문학, 삶을 다독이며 생의 의미와 가치를 일상에서 구현하는 힘으로서의 인문학이다.

 

나는 지금까지 수차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음악을 만들었지만
한 번이라도 음악이 좋지 않으면 다음에는 나에게 의뢰를 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항상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일을 하고 있고 매번 진검승부이다. (150쪽, 히사이시 조,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중에서) 

 

저는 광고회사에 있다가 40대에 데뷔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중요합니다.
개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엇을 그릴까 늘 생각하고 노력도 해야 합니다.
제 그림은 일본에서 40~50대들이 즐겨봅니다.
그러려면 작가인 저도 어느 정도 경험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그리면 됩니다. (151쪽, 《심야식당》의 작가 아베 야로 인터뷰)

 

상반된 듯 보이는 두 작가의 말을 통해 밥장은 생의 양 측면을 소개하며, 삶에서 잡아야 될 것과 놓아야 될 것을 구분한다. 그리곤 좀 더 나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고, 지금의 이 자리를 소중히 여기게 하는 통로로서의 인문학을 청유한다. 일상으로서의 인문학은 몸으로 하는 공부이기에 누가 대신해 줄 수도, 대신해서도 안되지만 그 공부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균열과 괴리, 허무와 허탈이 있던 자리가 비로소 완상과 위락으로 채워질 것임을 암시한다. 그 인문학이 오리무중의 안개에 갇힌 이 시대의 젊거나 혹은 나이든 청춘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책을 리뷰'둘이서랄랄라'님은?
평범한 아줌마입니다. 제게 간직한 꿈이 하나 있는데요. 3층 짜리 조그만 건물을 지어 1층은 작은 도서관으로, 2층은 작은 출판사로, 3층은 선교사를 위한 단기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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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공부, 사람공부> - 2009년 끝에서 만난 진한 깨우침

 

조정육, <그림공부 사람공부>, 앨리스, 2009


아마추어 작가는 화면 위에 붓질을 더하는 것을 고민하고, 프로 작가는 붓질을 덜어내는 것을 고민한다. 위대한 작가는 덜어내고 덜어내서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는 상태가 될 때까지 일을 멈추지 않는다. (…) 나는 지금 내 인생이라는 화면에 몇 번 붓질을 하고 있을까. 쓸데없이 혹은 습관적으로 불필요한 붓질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25쪽)

연말이 되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올 한 해 잘 살았는가. 애초 계획했던 일들은 잘 했는가.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준비가 됐는가. 내년은 어떻게 살까. 2009년도 얼마 남지 않은 날, 미술평론가 조정육 선생의 <그림공부, 사람공부>를 들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뭔가를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첫 장 ‘텅 빈 데에 오묘한 것이 있다’에서 뭔가에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 내가 끊임없이 채우기만 바랐던 건 아닐까. 책 속에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정선, '어한도' "진한 먹을 쓰면서도 공간과 여백을 충분히 살린
화가의 배려가 느껴진다."-조정육. 이미지 제공 앨리스.


<그림공부, 사람공부>는 동양미술 전문가인 저자가 그림을 통해 옛 현인들의 지혜를 전하는 책이다. 아주 오래 전 그림들이 아직도 생생한 감동을 전하는 것처럼, 그 속에 숨겨진 지혜는 매우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느낌이다. 또 책 속에는 저자가 고민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남과 다른 삶을 사는 듯한 이질감, 잘 살고 있나에 대한 회의, 또 이상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까지. 저자는 이러한 고민을 안고 그림 앞에 선다. 그때 그림은 ‘괜찮다’고 말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정육 선생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내가 왜 이렇게 쓸모가 없을까’란 고민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을 무렵 마주한 앙코르와트. 저자는 그곳에서 돌을 나르다 죽어간, 이제는 흔적도 없는 수많은 ‘무명씨’를 느낀다. 그들이 없었다면 그 위대한 예술은 존재할 수 없으리라.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의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그림도 그렇다. 별로 대수로워 보이지 않는 ‘제시’가 그림을 완성한다. 임웅의 ‘환선사녀도’가 그렇고, 허곡의 ‘금어도’가 그렇다. 결국 이렇게 고백한다. “살아 있는 혹은 살았던 모든 존재는 한번 생명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귀하다.”(28쪽)

우리 모두가 충분히 귀한 존재고, 그것을 알고 있다고 해서 시련이 단숨에 멈추는 건 아니다. 세상의 것들과 비교해서 찾아오는 끊임없는 장애와 결함들. 결함이란 무엇일까? 남과 달라 결함이 생긴다면 모두가 같아졌을 때 결함은 사라질까.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똑같은 지극히 밋밋하고 폭력적인 세상이다. 저자는 이한철이 그린 ‘김정희 영정’을 보면서 결함을 긍정한다. 김정희의 얼굴은 마마자국으로 보기 흉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얼굴의 결함을 인생의 결함으로 전이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흠이 우리의 인생을 슬픔에 밀어 넣기에는 충분치 않다.
 


이한철, '김정희 영정' "조선의 글씨를 세운 천하에 세운 김정희는 얼굴에 심한 마마자국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 어디에도 그로 인해 상처받은 흔적은 묻어 있지 않다."-조정육. 이미지 제공 앨리스


그림을 보고, 지혜를 배우면서 생(生)에 대한 의지가 충동한다. 새해에는 뭔가 새로운,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때 저자는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음을 말한다. 그것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 저자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광경을 목격하고 신비로움과 동시에 알을 깨는 고통이 얼마나 큰 건지 느낀다. 몇 시간 동안 껍질을 깨고 나와 지쳐 고개를 숙이고 잠시 쉬는 저 조그만 생명. 그들은 새로운 세상과 조우하기 위해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달리 먹는다고, 새해가 된다고 사람이 자연스레 달라지지 않는다. 혜가 스님은 깨우침을 받기 위해 자신의 한 쪽 팔을 잘랐고, 신윤복은 양반층의 실체를 까발리는 작품을 그려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또 정선은 ‘지도를 그리냐’는 비아냥을 뒤로하고 조선의 진경을 찾았다. ‘No Pain, No Gain!’

사람은 태어날 때 밥그릇을 안고 태어난다고 한다. 누구나 살 길이 있다는 거다. 살면서 겪는 고통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쉽게, 편하게 살면 좋다. 하지만 어딜 봐도 그런 삶은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겪어야할 고통이라면, 아니 고통이 삶의 다른 이름임을 받아들인다면 의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 고통으로 오늘도 귀한 삶을 살 수 있으니까. 아픔과 슬픔, 희망 그리고 귀한 삶. 이 모든 것이 눈앞에 펼쳐져있기에 2010년이 더욱 기대가 된다. 2009년의 끝에서 진한 깨우침을 준 책 <그림 공부, 사람공부>, 고맙고 또 고맙다.
                                                                                                                                                                    
                                                                      - 반디(
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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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 옹주> - 꿈 한 번 펼쳐보지 못한 마지막 황녀


 권비영, <덕혜 옹주>, 다산책방, 2009


사랑한다면 잊어야 한다. 그러나 잊는다 해도 온전히 잊히지는 않는 법이다. 가슴 속에 살아 있으면 언젠가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
(398쪽)

모두에게 묻고 싶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그렇다면 나도 이 나라를 그렇게 사랑해서 그 모든 것을 잊고 사는 것인가.

간혹 나의 무지와 마주하게 되는 때가 있다.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세상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고 그렇게 내 자신을 인정하고 있어도 정작 형태 없던 그것과 마주치는 순간 자신에 대한 분노는 치밀어 오른다. 나는 어쩌면 이렇게 모르는 사람일까. 덕혜옹주를 만난 순간에도 그랬다. 예전에 그녀에 대해 들은 적은 있지만 그것은 잠시 뿐, 관심은 망각 속에 묻혀졌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만난 순간 내가 모르고 있는 시간에 대해 화가 나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진 삶에 마음이 아렸다.

“달리는 말을 멈출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없구나......”
(165쪽)

조선의 마지막 황녀, 황족의 딸로 태어났지만 그녀는 한 순간도 그것을 누리지 못했다. 조선은 망해가고 있었고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황족 자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던 일본은 그녀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철저히 그녀의 존재를 무시했고 그녀는 한 번도 그녀의 의지대로 살 수 없었다. 조국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여느 독립운동가 못지않았지만 그녀의 신분은 그녀를 감시당하게 했고 구속당하게 했다. 아버지의 의문 많은 죽음, 타국에서 전해들은 어머니의 영면은 그녀를 제 정신으로 살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돌아갈 수 없는 조국은 그녀의 마음에 한이 서리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늘 한 나라의 황녀로서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사람 좋던 다케유키를 끝까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조선의 황녀로서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온전히 세상을 바라보고 그 바람을 다 견뎌내기가 힘이 들기도 한다. 옹주에게 그 바람은 너무나 거셌고 옹주는 무릎을 꿇는 대신, 등을 대고 바람을 막아내는 대신 눈을 감고 마음을 비워 버린다. 그리고 온전히 그 바람을 막아 낸다. 그녀에게 바람은 너무 늦게야 멈췄고 그 바람을 막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황녀로서의 자존심을 놓지 않았던 그녀와 그녀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을 너무 쉽게 잊어버렸다. 세월은 바뀌어 세상엔 더 이상 황족이 존재하지 않고 우린 더 이상 조국의 독립을 외치다 죽음 당하지 않으며 전쟁의 공포 속에 몸을 사리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 시절과 함께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과거까지 놓아 버렸다. 옹주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던 고국에 돌아 와 삶을 마감했지만 또 한 번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있다.

패망국의 황녀로 태어난 탓에 자신의 꿈 한 번 펼쳐보지 못했던 비운의 그녀, 이젠 우리가 그녀를 진심으로 고국으로 받아들여 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방법은 그녀를 기억하는 것, 그녀를 위해 이 나라를 지켜 가는 것. 그것뿐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앨리스’님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에 가장 행복한 27살. 책나무를 타고 이상한 나라에 도착, 앨리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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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감책 No.12] 나는야 영원히 철들지 않는 앨리스!(앨리스님)

12월 16일. 사람하고 찬바람하고 차이가 뭔지 아세요? 사람은 인정사정을 봐주지만, 찬바람은 봐주지를 않네요. 얼마나 바람이 차던지. 반디 가족 모두 꽁꽁 잘 싸매고 계시죠? 오늘은 책 얘기와 더불어 따뜻한 여행 이야기도 함께합니다. 이야기를 들려주실 분은 ‘인기쟁이’ 앨리스님! 저기 먼 곳으로 지금 출발합니다. ~~~~~~/(^0^)/

안녕하세요? 철없는 27살에서 철들기 싫은 28살이 되어가는 앨리스입니다. 2009년 나를 감동시킨 책을 추천해 달라는 반디님의 말씀을 듣고 잠깐 고민을 했어요. 2009년은 제게 나름 뜻 깊은 한 해였지만, 그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책과는 조금 멀어졌었거든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저를 움직였던 책들을 소개해 보고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타닥타닥, 어때요? 듣기 좋으신가요?^-^

2009년은 다른 해보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책과 더욱 가까워진 시간이었어요. 올 해 전 헌책방마을 HAY-ON-WYE에 두 번 방문을 했답니다. 그 방문에서 얻은 기억에 남는 순간을 여러분께 말씀 드리고 싶어요.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땐, 밤이 깊어 있었어요. 페스티벌 기간도 아니라 마을 전체가 조용하고 숙소도 운영되지 않는 곳이 많았죠. 

동네를 배회하고 있을 때 두 여성분을 만났고 이 분들이 제게 숙소를 찾아 주셨어요. 마을을 다 돌아다니고 전화로 문을 연 B&B를 찾아주시며 나중엔 차를 태워 저를 그 곳까지 데려다 주셨죠. 너무 고맙다고 이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저에게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내가 당신에게 준 친절에 마음이 움직였다면 당신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친절을 베풀라고, 그게 나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두 번째로 그 곳을 방문했을 때는 페스티벌 기간이었어요. 마을을 구경하다 잠시 쉴 겸 야외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자리를 잡지 못한 영국인 가족과 합석을 하게 되었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그 분들이 저보다 먼저 일어났는데 잠시 후 다시 돌아오시더니 제 커피 값을 계산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낯선 곳을 홀로 여행할 수 있는 용기에 감동받으셨다고. 앞으로 네가 가는 길에 행운을 빈다고. 이 때 전 확신했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따스함에 대해서. 지금, 제 글을 보고 계실 여러분의 마음도 따스할 것이라고 전 믿어요. 추운 겨울 날씨에도 책과 함께 하고 계신 여러분의 마음은 춥지 않으시죠?

다섯 권을 뽑으며 너무 유명해서 리스트에 넣지 않은 한 권이 있었는데요, 바로 신경숙님의 <엄마는 부탁해>예요. 외국에 있을 때 지인이 이 책을 외국까지 보내줘서 읽게 되었는데 책의 중반부터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침을 먹으며 읽었어요. 결국은 울다가 그 후 일정을 하나도 못하게 되었죠. 눈이 정말 퉁퉁 붓도록 울었는데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거든요. 전 지금도 엄마한테 이렇게 농담을 해요. 어디 나갈 때 슬리퍼는 신지 마!  

[앨리스님의 나를 감동시킨 책 5]

 

 

1. <세계의 끝 여자친구>
- 마음 같아선 <밤은 노래한다>도 넣고 싶었어요. 김연수님의 열혈 마니아를 자청하는 제가 김연수님의 소설책을 빼 놓을 수는 없었거든요. 단편, 장편 모두 독자를 열나게 만들만큼 열라 잘 쓰시는 김연수 작가님, 다음 작품도 기대할 거예요.

 

 

2. <젤리피쉬>
- <캥거루가 있는 사막>을 쓰신 해이수 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 아직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일단 한 번 만나보시면 다음 작품을 기대하지 않으실 수 없을 거예요. 전 이 책을 통해 해이수 작가님의 완벽한 팬이 되었답니다.

 

 

3. <런던을 속삭여줄게>
- 엄청난 다독가로 소문난 정혜윤 PD의 여행기답지 않은 여행기. 하지만 꼭 형식에 메일 필요가 있나요? 이 책을 읽은 건 제가 1년 여 간의 영국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한 달 후였을 거예요. 그곳에서 제가 떠올린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한 말들, 그 말들을 정혜윤님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셨더군요. 제가 하고 싶은 런던에 관한 속삭임, 듣고 싶으시다면 이 책으로 대신 해 주세요:)

 

 

4. <덕혜옹주>
- 역사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한 사람이었는지 새삼 실감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무지한 자신에 대한 분노가 찾아오죠. 조선의 마지막 황녀였던 덕혜옹주를 만나며 그녀가 얼마나 허무하게 삶을 살다 갔는지 내내 마음이 아렸어요. 이제 조금 더 많은 분들이 그녀의 삶에 대해 조명해 봤으면 좋겠네요.

 

 

5. <2009 이상 문학상 작품집>
- 이 책을 소개해도 될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는데요. 언제 부턴가 한국소설을 사랑하는 제가 매년 꼭 읽는 작품집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집을 통해 좋아하던 작가의 근황도 알게 되고 또 다른 소설집도 기대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몰랐던 좋은 작가를 알게 되는 기쁨도 있고요. 영국을 여행하게 느꼈던 것은 자국의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렬한 애정이었어요. 그들의 문화 못지않게 눈부신 우리 문화,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한국문학. 그곳에 여러분도 애정을 쏟아주시겠어요?

[<세계의 끝 여자 친구> 리뷰 보기(클릭)]
[<런던을 속삭여 줄게> 리뷰 보기(클릭)]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앨리스님 집에 놀러가욧! ^0^/ [클릭클릭!]

네. 애정 많이 쏟을게요. 그리고 영국에서 만난 가족 참 멋집니다. 저도 커피 얻어먹기 위해 런던 가야겠습니다. 헤헤! 13번째 나감책 주자는 내일 따뜻한 바람과 함께 올게요.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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