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12.30 안녕히 가십시오, 2014년
  2. 2013.11.18 [사이언스 북 카페] 틸 뢰네베르크,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
  3. 2013.04.10 [에디터의 북카트] 현선의 4월 10일 북카트 - 대체로 졸림
  4. 2010.07.09 <百의 그림자> - 쓸쓸함이 쓸쓸함을 만났을 때

안녕히 가십시오,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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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북 카페] 틸 뢰네베르크,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

 

 

틸 뢰네베르크 | 《간을 빼앗긴 사람들》 | 추수밭 | 2013

 

■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아침형 인간이 환영받는 세상입니다. 그런 만큼 잠이 많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게으른 취급을 받기 십상이고요. 오늘은 이와 같은 수면과 각성 상태의 조절은 물론, 인체의 활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생체 시계에 관해 알아보는 책,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을 준비해봤습니다. 

 

■ 제 주위에도 유독 아침잠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개는 늦은 밤까지 쌩쌩하게 활동하는 야행성이기도 하고요. 이게 생활 습관이 아닌 생체 리듬과 관련돼 있다는 거죠?

 

네. 시간생물학자인 저자 틸 뢰네베르크에 따르면 각자의 체내 시계가 만들어내는 개개인의 체내 시간은 몸집과 성격처럼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이 체내 시간을 무시하고 모두에게 아침형 인간이 되길 사회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거죠.

 

■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이해가 되네요.

 

특정 시간에 활성화되는 유전자를 비롯하여 체온 변화와 호르몬 배합 또는 수학 문제 풀이 같은 인지적 능력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신체 기능은 체내 시간에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각자가 지닌 어떤 능력의 고점과 저점은 이 시간유형에 따라 달라지고요. 예컨대, 10시가 넘어서 제대로 각성 상태가 되는 사람에게 아침 8시에 등교해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하면 당연히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거고요.

 

■ 그러니까 문제는 개개인의 생체 시간과 ‘사회적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거죠?

 

맞습니다. 저자는 이를 ‘사회적 시차증’이라고 부르는데요. 그에 따르면 인간의 생체 시계는 철도가 발명된 후 서로 다른 시간대를 빠르게 오가며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경험해보신 ‘시차증’도 같은 맥락에 있는데, 저자가 문제시하는 ‘사회적 시차증’은 장거리 여행 뿐 아니라 장거리출장, 원거리근무, 야간근무, 교대근무 등 억지로 활동 시간대를 바꾸도록 하는 사회적 강요, 모두를 포함합니다. 이 책은 수면장애는 물론이고 우울증과 스트레스, 과로 등의 신체적 이상을 낳는 사회적 시차증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고요.

 

■ 먼저 생체 시계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 몸속의 어떤 부분이 생체 시계의 역할을 하나요?

 

우선적으로 체내 시계는 빛의 지각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의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막대세포, 원추세포가 일차적 역할을 하고 이 같은 시각적 기능 없이도 빛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멜라놉신이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체내 시계에 있어 무엇보다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은 시신경이 교차되는 부분 바로 위쪽에 위치한 SCN(suprachiasmatic nucleus), ‘시교차 상핵’인데요.

 

일례로 시각장애인들의 체내 시계는 그들이 빛을 지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빛과 어둠의 교대에 정상적으로 반응할 수 있지만 이 시교차 상핵이 손상된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잠자고 깨고 활동하고 휴식하는 리듬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또한 시교차 상핵은 특정 유전자와도 관련되어 있어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체내 시계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빨라지거나 느려지고 이는 다시 유전적으로 대물림된다고 하고요.

 

■ 그럼 이제 ‘사회적 시차증’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볼까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개개인은 저마다 다른 시간유형을 지니고,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입니다. 이 차이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게 바로 수면과 기상이고요. 예컨대 A 라는 사람은 밤 10에서 아침 6시까지 잠을 자고 B 라는 사람은 밤 10시에서 아침 8시까지, C 라는 사람은 자정에서 아침 6시까지 잔다고 했을 때, 이들의 수면유형은 잠들고 깨는 시각, 잠자는 양, 그리고 수면의 중간점에 따라 제각기 달라집니다. 따라서 시간유형이 다른 A 와 B 가 아침 8시까지 출근하는 회사에 똑같이 다닐 경우, A 는 기상에 문제가 없겠지만 B 는 두 시간이나 앞서 일어나야 하는데요. 아마도 B는 10분 간격으로 자명종을 맞춰놓고 겨우 일어나게 될 겁니다. 물론 체내 시계를 거슬러 너무 빨리 기상했기 때문에 활동에 필요한 신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테고요.

 

■ 그렇게 평일 내내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군요. 일단은 자신이 어떤 시간유형부터 알아봐야겠어요.

 

네. 자신의 시간유형을 파악한 후에야 자기만의 생체 시계에 따른 삶을 계획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자신의 시간유형에 맞는 직업을 갖고 노동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적 시차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또 저녁형 인간들의 경우 오전에 자전거 출근으로 더 많은 빛을, 오후에는 선글라스와 은은한 조명으로 더 적은 빛을 쬐어 일조량을 조절하면 사회적 시간과의 격차를 조금은 줄일 수 있다고도 하고요.

 

■ 이제까지 잠이 많고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건 개인의 습관과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전적 요인에 기인한 저마다의 시간유형이 정해져 있다니 놀랍습니다. 저도 제 시간유형이 어떤지 좀 알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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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현선의 4월 10일 북카트 - 대체로 졸림

잠이 많아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그리고도 너무너무너무너무. 그 덕에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발딱, 상큼하게 기상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은 이불이 너무 좋아요. 맨 살갗에 닿는 보들보들한 그 촉감, 환장하게 좋아요. 팔과 다리, 허리, 목, 인체 관절의 놀라운 쓰임을 놀라울 거 전혀 없이 이렇게 저렇게 꺾고 접고 펴며 우주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최적화되어 있는 바로 그 순간, 이불에 붙은 미세 먼지가 되어도 여한이 없을 최적의 몸 상태 그대로, 그저 잠시만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 여러분은 아실는지요.

 

그렇게 5분, 또 5분, 또또 5분을 보내며 밤새 비축해둔 육체의 에너지 대부분을 기상이라는 단 하나의 행위를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 한 자연인이 매일 억지로 맛봐야 하는 아침의 비애를, 그 아침을 수놓는 나와 나의 치열한 심리전과 갈등을, 그리하여 문명에의 패배와 굴종의 쓴맛을 다시며 또 다시 집밖을 나서야 하는 사회인의 비장한 발걸음을, 그 비정한 시간 사용법을, 말이죠.

 

 

시작은 《밤으로의 여행》으로 하겠습니다. 꽁냥꽁냥 이불과 한몸 되어 잠에 빠져 있느라 번번이 놓쳐버린 그 밤의 세계를 설렁~설렁이라도 한번쯤은 어슬렁거려봐야 할 테니까요. 그리곤 곧장 다음으로, 크리스토퍼 듀드니의 또 다른 책, 《세상의 혼》으로 건너가보겠습니다. 음, 눈치채셨겠지만 지금부터가 오늘 소개해드릴 책 꾸러미의 핵심인데요. 그 키워드는 바로 ‘시간’입니다.

 

《세상의 혼》을 통해 ‘찰나’에서 ‘영원’까지, 시간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훑어본 후, 똑딱똑딱 매순간 우리를 지배하려드는 기계화된 시계를 가열차게 째려보며 그 시계 밖에서 유유히 흐르고 있을 '다른' 시간을 향해 《시계 밖의 시간》을 들고 고고! 그리고 마침내, 시간을 빼앗겨 버린 암울한 스스로의 처지로 돌아와 잠시 묵념. 아, 그런데 이 마지막 책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 목차만 봐도 눈이 번쩍! 그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지는데요. ‘아침형 신화는 허구’, 오호~ 내 말이. ‘낮잠 자는 도시가 합리적이다’,  옳소, 닥치고 찬양. ‘아침 수업은 시간 낭비’, 부디 이 책을 사회지도층에게로. ‘생긴 대로 사는 법’, 진정 그곳이 유토피아로세. 라나 뭐라나.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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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의 그림자> - 쓸쓸함이 쓸쓸함을 만났을 때

황정은, <百의 그림자>, 민음사, 2010


시간은 무엇에게나 흔적을 남긴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평생 동안 혹은 그 이상으로. 이 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넘어가는 사이, 필시 무언가는 사리지고 또 무언가는 생겨난다. 수많은 밤과 낮을 오고가며 이루어진 생멸(生滅)의 축적이 다름 아닌 시간의 흔적일 것이다. 그렇게 어제를 지나 오늘에 이르는 우리에게 아픈 상처의 기억을 남기는 것도, 그 고통을 이겨낼 또 다른 기억을 심어주는 것도 결국 시간이다.

이 소설, <百의 그림자>은 그 시간의 흔적들을 생각하게 한다. 처음 책을 폈을 때, 우리에게는 숲을 헤매고 있는 ‘은교’와 ‘무재’가 걸어들어 온다. 쓸쓸한 그들의 기억, 그들에게 새겨진 시간의 흔적이 함께 따라 들어온다. 그 안에 집 나간 어머니, 무뚝뚝한 아버지, 왕따와 폭행을 당했던 은재의 학창시절과, 아홉 명의 식구, 개연적으로 혹은 필연적으로 빚을 지게 된 무재의 부모, 아버지의 죽음 등이 들어 있다.

그들의 일상이 이어진다. 은교와 무재를 만나게 했던 장소, 도심에 있는 전자상가가 이야기 속에 들어온다. “가동과 나동과 다동과 라동과 마동으로 구별되는 상가는 본래 분리되어 있었던 다섯 개의 건물이었으나 사십여 년이 흐르는 동안 여기저기 개축되어서 어디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얼핏 봐서는 알 수 없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는 그곳. (29쪽) 그 자체가 시간의 흔적이고, 그 안에 수많은 이들의 삶을 담아냈을 그곳, 전자상가의 역사가 함께 들어온다. 가족들에게 외면당한 기러기 아빠, 공사장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유곤 씨, 전구를 파는 ‘오무사’ 할아버지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전자상가 철거가 시작된다. 그렇게 사십여 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이들의 삶을 품어 주었을, 그 ‘시간의 흔적’을 참 쉽게도 지워버리는 철거가, 또 한 번의 쓸쓸함을 남기며 또 다른 '시간의 흔적'으로 새겨지고 있다.

“이 부근이 슬럼이래요. […] 나는 슬럼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있어도, 여기가 슬럼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 슬럼이라느니, 라는 말을 들으니 뭔가 억울해지는 거예요. 차라리 그냥 가난하다면 모를까. 슬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치 않은 듯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 언제고 밀어 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 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으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113-115쪽)

전자상가의 가동을 밀어내고 들어선 깔끔한 공원 벤치에 앉아 은교와 무재는 말한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요. […] …… 어디로 갈까. ……조용하네요. 네. 예쁘네요. 예쁘지만, 이상한 기분이 드네요.” (112-117쪽)

그러나 여기에 한 번의 눈물로 타인(그들)의 불행을 쉽게 지나쳐 가게 하는 상투적 표현은 없다. 그들은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그림자가 일어섰다’고, 말하자면 언제고 우리 옆에 들러붙어 있는 어둠이 결국 일어서고야 말았다고 말할 뿐. 헤어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둠 속을 걷고 또 걷는 그들이, 모두에게 남겨진 ‘시간의 흔적’처럼 시간을 걸어 나가고 있다. 그러므로 실컷 울고 난 후, 어렵지 않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나는 없다. 내 옆에도 그림자(어둠)는 언제든지 달라붙어 있으니까.

그러나 삶의 어느 순간에 “달려온 방향과 가야 할 방향이 모두 어둠에 잠겨 있”을지라도, 은교의 쓸쓸함과 무재의 쓸쓸함이 만나 그랬던 것처럼, “걸어갑시다”라고 말하며 손을 이끌어주는 누군가를 만나 “어둠에 잠겼다가 불빛에 드러났다가 하며 천천히” 시간을 걸어 나가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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