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01.24 [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2. 2012.11.16 《위풍당당》 - 이 풍진 세상에서 만난 봉래산 사람들 이야기
  3. 2011.10.18 [요즘 뭐 읽니?] 성석제 외, 소울푸드

[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혜원
사진 제공 | 문학동네

 

같은 책이라도 전집(全集) 안에 들어가면, 새로워 보입니다. 책의 새로운 터전 같다고나 할까요? 위대한 문학전집이 세상에 나오면, 이 땅에 훌륭한 집 한 채가 지어진 것 마냥 우두커니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자꾸 보면 살고 싶어지는 것이 집입니다. 책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훌륭한 전집일수록 전부 다 모으고 싶죠. 그래서 전집은 ‘샀다’는 말보다 ‘장만했다’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세계문학전집과 한국고전문학전집을 출판한 문학동네에도 새집이 들어섰습니다. 하얗고 튼튼한 스무 권의 책들입니다. 김승옥의 단편 10편이 수록된 1권부터 2009년에 나온 박민규의 <카스테라>까지. 스무 권을 아우르고 있는 시대는 사실 모호합니다. 문학동네의 신형철 편집위원은 한국문학전집의 발간을 기념하며, 선정 기준을 밝혔습니다.

 

 

 

 “’문학성’입니다. 문학동네가 소설을 출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신뢰하는 기준은 ‘서사의 힘’입니다.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이야기가 밝혀서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작품이 어느 정도 독자들과 소통했는지, 한 시대의 사회적 징후를 대표적으로 보여줬는지 하는 ‘문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박완서를 읽고 자랐고, 모두가 박완서를 읽으며 세월을 났다.” (400쪽)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세 번째 책, 박완서의 대표 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에 쓰인 문학평론가 차미령의 해설입니다. 세월을 함께한 책을 전집으로 다시 보는 기분은 어떨까요?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2014년에 나온 ‘새 책’이기도 합니다. 이 전집을 계기로 누군가는 한국문학 입문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통해 ‘한국문학이 이런 거구나.’라고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세대의 한국문학 독자, 한국문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속에 정착되도록 하는 게 문학 출판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종연 편집위원의 바람이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출간하는 중요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우선으로 발표된 스무 권 외에 앞으로 전집에 입주 예정인 이웃도 궁금해집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문학동네 편집위원들은 자신감 있게 입을 모았습니다. “전집을 만든다는 것이 기존에는 정서를 확정 짓는 대단히 권위적인 작업이었습니다. 문학동네는 좀 더 동시대 독자들과 호흡할 여지를 많이 남기고자 합니다. 조금 더 유연하게. 어떤 작품은 전집으로 묶기엔 조금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동시대의 작품 중 앞으로 어떤 것이 한국문학전집에 포함될 것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는 맨 처음 기준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모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문학동네의 자신감 표현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문학전집을 장식하는 표지에는 한강 사진이 있습니다. 낯선 풍경의 한강을 아름답게 찍는 이대원의 사진입니다. 문학동네가 기록할 한국문학전집의 역사가 한강의 물결을 따라 굳세게 흘러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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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 이 풍진 세상에서 만난 봉래산 사람들 이야기

 

 

성석제 | 《위풍당당》 | 문학동네 | 2012

 

상처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의 상처는 하나같이 깊었고, 결코 아물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상처가 서서히 봉합되기 시작했고, 시간이 더 지나자 그들이 모인 곳은 잔칫집처럼 흥겨워졌다. 성석제가 그려낸 기적의 현장은 나를 끌어들였다. 봉래산 어디에 있다는 그 기이한 마을을 나는 찾아나서기로 했다.

 

 

그가 왔다

 

성석제가 돌아왔다. 그 천연덕스러움과 능청스러움이 반가워 나는 활짝 웃고 말았다. 보무당당한 흥겨움에 들뜨고만 나는 그가 벌이는 잔치에 숟가락을 슬쩍 얹어 보았다. 자고로 잔치에는 먹을 게 많아야 한다. 이 잔치엔 풍성한 웃음과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아픔이 듬뿍 담겨있다. 웃어도 눈물이 배어있고, 울어도 기쁨이 솟는다. 나도 그들과 같이 어울려 본다. 얼씨구 좋다. 정 주면 내 집이고 마음 나누면 가족이지, 별게 있나. 이 풍진 세상에!

 

봉래산에 별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봉두난발에 먹을 수 있는 거면 다 먹어치우는 여산이 믿음직한 우리의 주인공이다. 열혈남아에 순정마초인 그는 스님을 아자씨라 부르며, 스님 앞에서 굳이 육식을 고집한다. 법보다는 불법과 친하며, 공무원을 스리슬쩍 속이면서도 필요한 만큼만 법을 어기는 사나이 여산. 그런 여산과 찌릿찌릿한 눈길을 주고 받는 여자는 이령이다. 그녀는 무지막지한 남편 밑에서 차마 겪을 수 없는 고초를 겪고 인생의 마지막에서 여산과 만났다. 이령은 딸을 지키지 못한 어미의 아픔과 가혹한 운명을 딛고 이제 여산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목이 터져라 이태리 칸소네를 부르는 백발의 노인네 영필. 부잣집 적장자로 태어나 고생이라곤 모르고 살다가 하루 아침에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그 충격으로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뜨니,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그가 할 일이라곤 군대에 가는 것 밖에 없었다. 믿어야 할 사람을 믿어야 했는데 교활한 친척을 믿어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내리막길이 되고 만다. 돈 떨어질 때마다 친척들을 찾아가 마구잡이 떼쓰기로 돈을 뜯어내다 오히려 영필의 삶은 더 엉망이 됐다. 마침내 인생이 거덜나고만 영필에게 이제 남은 건 늙은 몸과 오직 하나 뿐인 그대, 소희 밖에 없다.

 

처녀인데도 부잣집 재취로 들어가 이용만 당하고 돈 한 푼 건지지 못한채 쫓겨난 여자, 소희. 나이 든 그녀를 반기는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교장이었던 남편은 그녀의 젊음만 이용하고는 유산도 남겨주지 않았고, 저당 잡힌 인생에 대한 분노는 그녀를 방화범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봉래산으로 들어왔는데, 하늘도 무심치 않으셨는지 여기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이제 그녀는 이곳의 정착민이 되어 여산에게는 어무이라 불리고, 영필에게는 하나 뿐인 그대가 되었다.

 

하늘에서 내려 온 듯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 새미와 그녀의 불쌍한 동생 준호. 새미는 어릴 때부터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이를 알게 된 동생과 함께 의붓아버지를 응징한 후 집을 나온다. 아이들에게 이 곳은 집이자 고향이며 천국이다. 그러나 운명의 그 날, 생리대를 사러가던 새미가 전국구 조폭의 눈에 띄는 불행을 만나게 된다. 세미는 자신을 범하려던 조폭 세동의 중요 부위를 훑는 사고를 친후 냅다 도망치는데, 이곳을 아지트로 삼으려던 그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이게 웬 떡이냐며 시비를 걸려는 조폭과 마을 사람들 간에 드디어 전쟁이 벌어진다. 조폭은 그들의 자존심을, 마을 사람들은 생존을 걸고 사투를 벌인다.

 

혈연을 넘어선 가족들의 이야기

 

이 싸움은 마을 사람들이 밀려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왠일인지 결과가 달리 나왔다. 혈연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뭉친 가족과 말로만 가족인 조폭과의 싸움은, 물량으로 승패를 겨룰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 처참하게 터지고 깨지지만 결국 봉래산 주민의 승리로 돌아간다. 이 승리는 가족으로부터 상처 입은 사람들이 타인을 신뢰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뤄낸 승리요, 기적이었다. 이 기적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내 상처로 상대를 이해하고, 나아가 그 상처로 상대를 살리는 시너지 효과까지 불러왔던 것이다.

 

성석제는 신뢰의 붕괴란 아픔을 딛고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주는 멋진 산수화를 내게 보여주었다. 그는 사랑이란 이름의 잔치로 이들의 상처를 씻어준 후, 멋진 가족마저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봉래산 사람들이 가족이 되었을 때 나는 뒤돌아서고 말았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아서였다. 흉허물마저 감싸는 세상 유일의 집단, 가족. 가족의 탄생이야말로 얼마나 살뜰한 만남이며 아름다운 훈장인가. 슬며시 나도 그들의 가족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자신들의 깊은 상처를 훈장으로 만든 사람들, 그들이 봉래산 사람들이다. 그러니 내가 이참에 슬쩍 그들의 가족이 되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밥숟가락 얹기를 정말 잘했다.

 

오늘의 책을 리뷰'콩순이'님은?
좀 더 나이가 들고 돈이 모이면, 조그만 3층 짜리 건물을 지어 1층은 지역 내 작은 도서관으로 활용하구요, 2층은 단기 게스트하우스로 선교사님들의 휴식처로 제공하구요, 3층은 저희 가족의 보금자리로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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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성석제 외, 소울푸드

 

 

성석제 외 | <소울푸드> | 청어람미디어 | 2011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소울푸드>입니다. 이 책은 여러 명의 공동저자가 있는데요. 소설가 성석제, 백영옥, 박상, 서유미, 이지민, 만화가 이우일, 딴지총수 김어준, GQ편집장 이충걸, 가수 김창완 등 낯익은, 친숙한 이름의 21인이 자신들의 '영혼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물건이나 장소도 그렇지만 음식 역시 사람마다 자신만의 특별한 사연이 있기 마련이죠. 음식이라는 것은 고유한 '이야기'를 품게 될 때 단순히 식재료들의 조합이나, 주린 배를 채워주는 물질을 넘어서서 '향수'나 '치유의 힘'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들의 '소울푸드'를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다 보니, '나의 소울푸드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솟아올랐습니다. 스물 여덟 해 동안 먹어온, 세어 보는 것 자체가 곤란한 수만가지의 음식을, 그 이름을, 모양새를 떠올려보다가 어떤 한 가지 음식에 생각이 멈췄습니다. 대여섯 살 꼬마 시절의 기억이었는데요. 나무 마룻바닥이 있던 양옥집에 살 때 였습니다. 착한 일을 할 때 혹은 특별한 날에 한번씩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별미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뜨끈한 밥 위에 노란 체다치즈 한 장을 얹어 간장으로 비빈 일명 '치즈간장밥'이었어요. 근데 엄마가 이 '치즈간장밥'을 만들어주시는 날에는 늘 일종의 신호를 보내셨습니다. 엄마와 저만의 비밀 암호 같은 것이 있었는데요. 끼니 때가 되었을 즈음이면 엄마는 제게 화장실 옆 나무 기둥으로 가게 시킨 뒤 "벽에 엎드려서 하나부터 열까지 세."라고 하셨어요. 그럼 전 정말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시킨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외친 다음에 "다 됐어?"하고 묻곤 했습니다. 엄마의 "다 됐어!"라는 말을 들으면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가 방금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치즈간장밥'을 뚝딱 해치웠죠. 곧 먹게 될 맛있는 음식을 상상하며 몇 번이고 "다 됐어?"라고 묻던 그 기억은 언제고 다시 떠올려도 행복해집니다.

 

<소울푸드>를 읽고 나니 심상하던 음식과, 밥 먹는 일이 조금은 달라 보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이 음식이,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 한 끼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의 소울푸드가 될 수도 있겠다, 는 생각도 들고요. 여러분들의 <소울푸드>는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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