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문집'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2.17 <아흔 개의 봄> - 부모와 자식이라는 건
  2. 2010.08.31 <슬로머니> - 돈의 흐름을 느리게 그리고 쓸모 있게!
  3. 2009.07.12 그들의 예술이 빛나는 이유 - <예술가의 방>

<아흔 개의 봄> - 부모와 자식이라는 건

 

 

김기협 | <아흔 개의 봄> | 서해문집 | 2011

 


아무리 늙은 자식도 부모에게 모두 아이처럼 보일 뿐이다. 아흔 셋에 돌아가신 할머니도 살아 계실 때 언제나 자식 걱정뿐이었다. 특히 막내 아들에 대한 편애가 심했다. 작은 아버지가 시골에 다녀가실 때면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올 때까지 잠도 주무시지 못하고 결국엔 어린 내게 전화를 걸게 하셨다. 그 애틋한 사랑을 받아서 일까, 할머니 기일마다 눈물을 보이신다.  


부모님이 내 곁을 떠날 꺼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해서, 내게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허망하게 엄마를 떠나보내고 나니, 불쑥 아버지마저 떠나실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여 더 자주 찾아 뵈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내 일에 바쁘고, 내 아이들 챙기느라 부모는 언제나 뒷전이다.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사는 모든 이가 그렇다. 부모님이 자리보전하고 계셔야 두려운 마음에 찾아 뵙는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레 빨리 돌아가셔야 할텐데, 하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부모님의 존재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부재를 확인하고서야 할게 되니, 참으로 어리석은 게 자식이란 사람들이다. 

어떤 자리에 계시든 살아 계실때 기쁘게 해드려야 함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자식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바로 역사학자 김기협의 시병일기 <아흔 개의 봄>이다. 2008년 11월 24일 부터 2010년 11월 22일 까지 아흔 한 살의 노모를 돌보는 예순 하나의 아들의 마음은 때로 서글프고 때로 안타깝다. 점차 병세가 호전되어 자식을 알아보시고 농을 던지시고 꾸짖기도 하시는 모습을 보는 읽은 이의 마음까지 환하게 밝혀준다.

시병일기는 병원에서 지내는 노모의 일상의 기록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일기를 통해 우리는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누구나 마주하게 될 노년의 삶을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요양병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난한 독거 노인들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젊은 날 모두 열심히 살았을 삶인데 그들에게 남은 게 쓸쓸함 뿐이라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갑자기 나이 넘는 게 두려워진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건강이니 더욱 그렇다.  

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 저자는 정말 효자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 어머니와 관계가 가장 좋지 않던 아들이라 말한다. 그런데 결국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가장 기뻐하는 일이 무엇인지 살뜰히 살펴드리는 보호자가 된 것이다. 온전하게 맑은 정신은 아니지만, 책 속의 노모는 행복해보인다. 질곡의 삶을 살아오신 할머니, 그 어떤 꽃보다 환하게 웃고 계신 모습이 보는 이까지 행복하게 만든다.

햇볕과 바람과 꽃. 그것으로 어머니는 더 바랄 것이 없이 행복하시다. 찾아온 사람들은 덤이다. (342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자목련'님은?
그저 폭넓은 책읽기를 꿈꾸며 책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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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머니> - 돈의 흐름을 느리게 그리고 쓸모 있게!


우디 타쉬, <슬로머니>, 서해문집, 2010 


교환가치의 목적으로 사용되던 돈은 어느 순간 축적의 대상이 되었고, 점차 소수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부를 축적하는 방법이 고도화되어 조금의 노력도 없이 수십 배에 달하는 돈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돈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제 몸을 불리거나 소멸되는 것이다. 패스트머니라 불리는 이러한 돈의 흐름은 점점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의 편중을 가속화시키며, 돈에 의한 예속을 부추기고 있다. 정신적인 가치보다 물질적인 가치가 인간을 지배하고, 돈으로 인해 목숨을 끊게 만든다. 그래서 전반적인 경제 수준은 올라가더라도 인간의 행복지수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우디 타쉬는 그의 저서 <슬로머니>에서 패스트 머니의 이러한 부작용을 막고 돈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땅, 먹을거리, 세상을 살리는 자본이라는 의미를 지닌 ‘슬로머니’는 지역농업지원사업에 투자되는 인내자본이자 자본주의를 거치며 그동안 거침없이 성장해온 ‘패스트머니’에 대한 대안이고 투자전략이다. 이는 일종의 ‘복원경제학’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파괴로써 새로운 것을 얻는 현재의 자본주의 방식을 탈피하여 자본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토지 비옥도를 높이고 각 지역에서 로컬푸드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돈을 너무 흔해빠진 탓에 어디서든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기계에 사용되는 윤활유처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일하며 살아가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표출되는 우리의 소중한 뜻이 담긴 분야의 젖줄처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돈의 폭발적 자기 증식이라는 요청을 우선시해서는 안되며, 이제는 사회 내부의 파괴와 절박한 생태계 붕괴라는 긴급 과제를 무엇보다도 중시해야 한다.”
(136쪽)

이 책을 통해 가장 시급히 돌아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돈’에 대한 생각이다. 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도록 일만하고 노년을 맞아야 하는 슬픈 현실이 대다수의 삶을 지배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주인공은 평생 집 대출금을 갚기 위해 살지만, 결국 가족과 소원해지고 마지막 대출금을 갚기 전날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돈의 흐름을, 자본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돌려야 한다. 그리고 저자가 주목하는 ‘땅’과 ‘먹을거리’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자본주의 이전에는 땅을 일구고 그로부터 나오는 생산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발달로 1인당 생산량은 급격히 늘어갔다. 과도한 농약살포로 땅은 황폐화되고 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지역이 점점 사라지며 식량 자주권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

땅과 그로부터 나오는 먹을거리는 인간의 영원한 보고(寶庫)이다.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이 진리를 잊는다면 인간은 땅으로부터 버림받고 말 것이다. 돈의 흐름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슬로머니의 제안은 그래서 반갑다. 슬로머니의 실현은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슬로머니가 현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기보다는 제안의 근본적인 이유를 먼저 살펴보았으면 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꽃다지'님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책만 보는 바보.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하나일 때보다는 여럿일 때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꽃다지처럼 살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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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예술이 빛나는 이유 - <예술가의 방>

 

김지은, <예술가의 방>, 서해문집, 2008


온갖 유행하는 병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나지만(황사의 영향도 그리 안 받는 듯) 1년에 2번 정도 환절기에 몸살을 심하게 앓곤 한다.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는 기본 2~3일, 심할 때는 1주일 정도 몸져눕곤 하는데, 회사를 다니다보니 제대로 쉴 수 없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몸살이 좀 심하다. 단순히 손발이 저린 정도가 아니라 음식을 먹으면 바로 토해버리곤 해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양방에서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 하고, 한방에서는 체질이 그렇다고 하지만 어느 쪽에도 설득력은 없고 좀처럼 몸이 차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멍하게 회사 일을 하고 구역질을 겨우 참으면서 침도 맞고, 거기다 회사를 마치고 자격증을 위해서 학원까지 다니고 있는데 그 학원이 바로 요리학원이라 더 고통이 심한 듯하다. 구역질을 참기 위해서 혼자 노래까지 부르면서 요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가 이번 주는 완전히 몸이 고장이 나서 학원도 하루 결석하고 근무 중에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병원까지 다니고 있다. 4시 이후로 상태가 제일 악화되는데 의사선생님 말로는 그때가 바로 잘 때라고 하지만 회사에서 그게 가능하기나 한가.

6시까지 겨우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당연히 밥은 먹을 수 없고, 가만히 구역질을 참으면서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데,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원래 TV는 잘 안 보는데다가 내가 좋아하는 독서조차도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으니 그 심심함이란… 그리고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그 강박관념에 또 다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 책을 처음 선택했을 때는 호기심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책이라면 무조건 읽고 보는 내 성격이 원인이었다. 이번 달 독서 테마가 ‘현대미술’이었기 때문에, 내가 아는 작가 중심으로 책을 읽다가 너무나 전문적인 용어들과 기법에 지쳐있을 때쯤 이 책이 ‘짠’하고 나타났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정말 나에게는 마술처럼 ‘짠’하고 나타났다. 몸이 이렇게 안 좋을 때 선택한 책이 아니고 아트페어에 가기 전에 사전지식이 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앤디워홀의 전기를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된 책인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정말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나운서 김지은씨가 10명의 현대 미술가들의 작업실을 찾아가서 작품을 소개하고 작가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서 ‘미술치료’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정서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만 실시한다고 생각했던 그 ‘미술치료’가 현재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피곤한 나에게 효과를 드러낸 것이다. 저번 주에 갔던 아트페어나 신세계갤러리의 앤디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유명한 작품을 봐도 ‘이거 책에서 봤던 건데… 아! 이 작품 본 적 있는데…’ 외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미술이라는 것의 다양한 표현력과 작품에 실린 작가의 마음과 작품에 묻어 있는 작가만의 스토리, 제일 중요한 자신을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힘이 났다.

쌀을 이용해서 초상화를 만드는 이동재씨, 지나치게 섬세하고 까다롭지만 너무나 귀여운 동글이 아빠 권기수씨(캐릭터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한다) 예전에 친구와 둘만의 아지트였으나 지금은 사라진 추억 속의 그 커피숍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더 반가웠던 작업실의 윤석남씨, 문신이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놀라운 것을 알게 해준 김준씨, 꼭 한번 작품을 만져보고 싶은 배준성씨, 데미안 허스트를 떠올리는 이름이라 제일 먼저 찾아왔던 한국적인 비너스에 도전하는 데비한씨, 김지은 작가와의 인연으로 제일 편애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와 같은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저자가 부러웠던 이영섭씨, 한동안 인터넷에 떠돌 때 중국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던 이투이선생(ET)과 수파만선생(슈퍼맨)의 손동현씨, 정말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배종헌 부부,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다. 이런 작가들을 선별한 김지은의 안목도 놀랍다는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추천사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스마일을 연상시키는 밝은 얼굴에 꽃방구를 뿜어내는 동글이처럼 몸의 나쁜 기운이 확 방출되는 기분이다. 유기견을 위해서 자신의 보금자리조차 포기한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6년짜리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있는 윤석남씨를 보니까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역시 감성이 틀리구나 하는 것도 느꼈다. 미대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다고 표현이 되어 있는데, 버려진 책상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개조해서 사용하는 그들의 작업 흔적이 역력한 책상과 탁자를 보면서 아트페어에서 본 단지 팸플릿만 놓여있었던 몇 천만 원짜리 네덜란드인가 덴마크에서 공수해왔다던 그 테이블과 비교를 해보게 되었는데 그 값어치는 당연히 전자가 빛날 수밖에 없다.

작품을 위해서 그 작은 쌀을 일일이 같은 방향으로 붙이느라 성한 곳이 없다는 작가의 혹사당한 어깨를 생각하면 한의원을 소개시켜주고 싶기도 하고 너무나 친숙한 곡선의 비너스의 모습에 웃기도 했다. 아는 만큼 보일 뿐만 아니라 미술이라는 것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장 차도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이 책이 내가 치유되는데 많은 힘을 준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이 깨달음을 소중히 간직해서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초식이'님은?
읽으면 행복해지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은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 리뷰를 쓰는 것은 곧 행복을 전하는 일이다. 나는 책에서 행복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리뷰를 통해 그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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