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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12 《면도날》 - 여보게, 젊음이여

《면도날》 - 여보게, 젊음이여

 

서머싯 몸 | 《면도날》 | 민음사 | 2009   

 

‘구원’은 날카로운 면도칼을 넘어서는 것만큼 힘든 난제다. 인류가 가장 풍요로운 시기로 접어드는 20세기나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에나 마찬가지다. 1944년 서머싯 몸은 《면도날》을 출간했다. 이 시기 젊은이들은 전쟁과 공황이라는 사회적 소용돌이 속에서 사랑, 명예, 부, 내적 평화 등 다양한 삶의 가치를 추구했다. 그들이 선택한 가치는 곧 그들의 삶을 대변했다.

 

래리가 ‘정말’ 너를 사랑했을까? (…) 사랑이 열정이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다른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거야 (…) 너희 둘 사이엔 열정이 개입되지 않았어. (278-280쪽)

 

노년의 소설가 몸은 《면도날》에서 삶의 어떤 가치가 옳다, 그르다 평하지 않는다. 여러 인간상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뿐이다. 사랑을 버리고 다이아몬드와 모피코트를 택한 이사벨, 삶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유랑하는 래리, 미국인이지만 유럽 상류사회를 갈망하는 앨리엇,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상대를 잃고 방황하는 소피. 몸은 소설에서 여럿의 이야기를 엮어 나가며 그들 각자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를 얻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자칭’ 지식인들은 거드름을 피우며 트집을 잡겠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대중은 모두 성공담을 좋아한다. 그러니 나의 결말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끝을 맺은 이 소설의 함의는 제목만큼이나 날카롭다.

 

《면도날》은 삶과 구원이라는 문제에 해답을 얻으려 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문제를 제기한다. “인식을 통해 본질인 실재에 도달할 수 있다”는 래리와 “자기 확신이 얼마나 강력한 열정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는 서머싯 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광활한 세계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구원’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구원으로 가는 길은 무엇인가. 어떻게 가는 것인가.

 

난 단지 자기 확신이 얼마나 강력한 열정이 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정욕도, 굶주림도 그 옆에서는 아주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리지. 자기 확신에 사로잡히면 그것으로 자신의 성격을 완전히 단정짓게 되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어. (…) (347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송기'님은?

괜찮은 사람입니다. 좋은 원두를 찾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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