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5.02.24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한때는 내가 정말 사랑했던
  2. 2014.11.20 미리보는 양띠 해 세상
  3. 2014.02.03 [그리는 일기] 둥근 해가 떴습니다
  4. 2014.01.06 [반디 행사 수첩] 반디앤루니스 북컬렉션 2014년 1월
  5. 2014.01.02 [그리는 일기] 새해 첫날의 다짐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한때는 내가 정말 사랑했던


김연수 |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문학동네 | 2013


대학 졸업반 시절에 만났던 남자친구는 문학을 사랑하는 '문청(문학청년)'이었다. 문학이라면 한국문학과 외국 문학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고, 문학 관련 잡지도 찾아 읽었다. 그는 신춘문예에 도전할까 고민할 정도로 문학을 좋아했다. 졸업과 동시에 그는 출판사에 취직하고 나는 다른 길을 택하면서 우린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요즘도 책을 다 읽고 나면 맨 뒷장에서 이 책의 편집, 디자인, 마케팅을 누가 했는지 본다. 나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찾게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이름을 봤었다. 요즘은 통 못 봐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다. 그토록 꿈꾸던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유학이라도 간 걸까.

김연수의 소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에도 헤어진 연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벚꽃 새해」의 주인공은 성진과 정연이다. 예전에 선물한 시계를 돌려받고 싶다는 옛 여자친구 정연의 요구에 성진은 아연할 수밖에 없다. 헤어진 남자에게, 그것도 6년 전에 준 선물을 내놓으라는 정연의 요구가 황당하기도 했지만, 실은 그 시계를 전당포에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건, 고가의 명품인 줄 알았던 그 시계가 알고 보니 짝퉁이었던 것. 시계를 되찾기 위해 성진과 정연은 다시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둘은 연인이었던 지난날을 회상한다. 내 마음을 울렸던 건 성진의 대사다.

"그게 그렇더라구. 어릴 때만 해도 인생이란 나만의 것만 남을 때까지 시간을 체로 거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른이 되고 보니까 그게 아닌 것 같더라. 막상 서른이 되고 보니 남는 게 하나도 없어. 다 남의 것이야. 내 건 하나도 없어." (29~30쪽)

둘이 사귈 때는 영화 속 여배우의 대사마저도 내 것 같았다는 정연의 말에 성진은 다 남의 것이고 내 건 하나도 없다고 자조한다. 정말 그렇다. 사랑할 때는 거리에 울려 퍼지는 온갖 사랑 노래가 다 내 이야기 같고, 이 사람이 내 것 같지만, 헤어지면 내 것도 네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명품인 줄 알았던 사랑도 언젠가는 짝퉁만도 못한 싸구려로 전락하리라는 걸 안다. 그래도 '내 건 하나도 없'는 것만은 아니다. 성진이 언젠가 둘이 함께 갔던 휴양지 호텔방 침대에 누워있던 그녀의 모습을 아름답게 기억하듯이, 그 어떤 사진이나 영화 속 장면보다도 강렬하게 남아있는 연인의 모습은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나만의 보물이다. 사랑이 끝나도, 그 사람을 더 이상 못 보게 되어도 기억만은 온전히 내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게 남아 있어서 인간은 아무리 이별이 슬퍼도 다시 사랑하고, 다시 사랑할 사람을 만나려 하는 것이 아닐까.

한때는 꿈 많은 대학생이었던 그 남자와 그 여자. 문학을 사랑하던 그 남자를 동경했던 그 여자는 이제 그를 동경하지도 않고 남자를 따르는 대신 택했던 길을 걷고 있지도 않다. 다만 그가 좋아했던 소설을 읽고, 그가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책을 읽는다. 가끔 그를 추억할 뿐이다. 때로는 그런 사람이 내 인생에 정말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 다시 사랑할 수 있었던 건 그가 남기고 간 '내 것' 덕분임이 분명하다. 그 덕분에 나는 책을 좋아하는 남자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다시 사랑할 때는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책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택했다. 나는 그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그는 나에게서 무엇을 '내 것'으로 취했을까?

좋은 책과 서평을 나누고자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을 펜벗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펜벗이란 서평을 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를 의미합니다.
매주 월요일, 성실한 서평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2월의 펜벗 서평 주제는 '그 남자, 그 여자'입니다.


| 펜벗 일문일답

● 블로그에 올리신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의 다른 서평을 읽어 보았습니다. 이 소설은 어쩔 수 없음의 정서를 그리고 있다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부재, 아쉬움, 무력하고도 귀한 감정이 담긴 책을 읽을 땐 그 책을 읽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겠죠. 단면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하루 중 어느 시간에 읽어야 좋던가요?

저녁 퇴근길,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밤, 할 일 없는 주말 낮 등 여러 시간에 이 책을 읽었는데, 그중 가장 좋았던 시간은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밤이었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이 대개 그렇지만, 이 책은 옛 애인, 돌아가신 부모님 등 과거의 인물을 회상하는 내용이 많아서 팍팍한 현실을 잊고 추억에 취하고 싶어지는 밤에 읽기 좋았습니다. 단편집이라서 한 편씩 읽고 잠을 자기에도 좋았고요.

● 이번 서평에는 쇼키치님 개인의 사연이 퍽 담겼습니다. 이 서평을 마친 후 기분이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청춘에 관한 글을 많이 쓴 김연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20대 초, 중반의 일이 많이 떠오릅니다. 책에 실린 「벚꽃 새해」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대학 졸업 무렵 사귀었던 사람을 떠올렸고, 그 사람을 생각하며 서평을 썼는데요, 서평을 마치고 나서는 그 사람보다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그리워 마음이 아팠습니다.

● 펜벗 앨범을 다시 열어 쇼키치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20대의 많은 시간을 독자와 서평 블로거로 보냈고, 30대는 '지은이'로 거듭나고 싶다고 하셨어요. 책을 써 볼 생각이라면, 어떻게 쓰실 건가요?

20대에 고시, 취업, 전직 등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고 실패하며 힘든 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소설을 읽으며 기분을 전환하거나 경제, 경영, 자기계발 책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만약 책을 쓸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처럼 책을 통해 위로 받고 싶고 답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하는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요네하라 마리처럼 기발한 발상이 빛나는 인문 에세이를 써보고 싶어요.

● 4개월간 펜벗 1기로 활동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단순히 여쭤봐도 될까요- ‘펜벗’은 어떠셨어요?

비록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매달 같은 주제를 생각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서평을 공유했으니 이 또한 더없이 소중한 ‘벗’이 아닐까요. 그동안 다수의 서평단 활동에 참여해보았는데, 서로 같은 주제를 생각하고 공유하는 활동은 없었기에 펜벗 활동이 특별하고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펜벗 1기로 활동한 지난 4개월 동안 무척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쇼키치'님은?

블로그 ‘키치의 책다락’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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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양띠 해 세상

 

 

 

미리 보는 양띠 해 세상

 

겨우 다 왔습니다. 2014년 말입니다. 한 달 남짓이면 새해입니다. 2015년은 을미년 乙未年 청양 띠의 해입니다. 아직 12월이 채 안 됐건만, 거리 곳곳의 풍경을 통해 새해가 머지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점만 하여도 일찍이 다이어리를 선보였고요. 2015년 트렌드를 예측한 책들이 줄지어 출간되고 있습니다. 아직 낯선 숫자인 2015는 책 언저리에 빼꼼하게 자리 잡았죠.

 

내년도 트렌드 분석의 서문을 연 책은 《트렌드 코리아 2015》입니다. 김난도 교수가 집필에 참여한 이 책은 11월 둘째 주 출간 이후, 빠른 속도로 베스트셀러에 안착하였습니다. 매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한 해의 흐름을 정리하고 내년을 짐작했던 독자라면 더없이 반가운 신간 중 하나일 테죠. 신간 소식에 ‘벌써 이 책이?’라는 놀라움도 느껴보고 진짜 새해가 다가오는구나 싶어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김난도 교수는 책 서문을 빌어 내년의 큰 흐름을 아래와 같이 그려보았습니다.

 

2015년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거대한 메가트렌드의 물결에 획일적으로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한 마리 두 마리 양을 세듯 작은 일상에서 평화롭게 만족을 구하는 이미지에 가깝다.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없으면 쉽게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와중에 소소하지만 풍요한 감각에 탐닉하거나, 평범함으로 사치하고, 좁은 골목길의 가게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하고, 부수적으로 주어지는 ‘덤’에 영향을 받으며, 내밀한 일상의 경험을 SNS로 자랑하면서, 가볍게 치고 빠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15》, 미래의 창, 2014)

 

뒤이어 선보인 《모바일 트렌드 2015》《2015 한국을 뒤흔들 12가지 트렌드》《라이프 트렌드 2015 가면을 쓴 사람들》《2015 20대 트렌드 리포트》 또한 모두 저마다의 관점으로 내년의 흐름을 담아냈습니다.

 

간단히 살펴보자면, 입을 모아 예측한 부분으로는 ‘옴니채널의 도래’입니다. 온라인과 모바일, 오프라인과 TV 홈쇼핑할 것 없이 모든 유통 채널의 경계를 허물며, 이들 유통망이 하나의 ‘축’을 이루게 해 소비자 중심의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죠.

 

강렬한 문구를 앞세운 《라이프 트렌드 2015 가면을 쓴 사람들》은 ‘가면’을 부각한 이유로 이러한 설명을 곁들입니다. ‘지난 몇 해 동안 많은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 안에서 많은 가면을 써 왔다. 가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이들은 이제 그만 가면을 벗고자 하며, 그렇다고 속살을 다 보일 순 없으니 새로운 가면을 찾는다.’라고요. 덧붙여 2015년은 이 같은 일상의 숱한 가면과 가식, 위선에 얽힌 욕망과 소비, 사회 문화적 변화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워낙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하다 보니, 이 같은 ‘트렌드 예측서’는 앞을 알 수 없는 미래의 ‘가이드’격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현대인의 ‘필수품’ 혹은 ‘필독서’처럼 인식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지적 호기심과 재미 그 이상으로, 불안함 때문에 강박적으로 책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지. 수많은 예측서 중 하나를 선택하기 전,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듯합니다.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2015년에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긍정적인 요소들이 시너지를 발휘해서 나라 경제가 다시 제 궤도를 찾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15》, 미래의 창, 2014)

 

|Editor_김민경

min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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