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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22 《삼십 살》 - 이런 서른도 괜찮지 아니한가

《삼십 살》 - 이런 서른도 괜찮지 아니한가

 

 

 

앙꼬 | 《삼십 살》 | 사계절 | 2013

 

이것은 만화가 앙꼬의 일기장이다. 당연히 내용은 그녀의 개인적인 일상을 다룬다. 짧은 글과 그림 안에 그녀의 어느 날이 요약돼있다. 그 날에 앙꼬‘들’은 대개의 이들이 그리 하듯 어제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갈망한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짐하고 계획한다. 그러나 또한 누구나 그러하듯 다짐의 실행과 계획의 실천이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몸에 베인 습관이 앞길을 가로 막아 다짐을 무너뜨리고 계획을 일그러뜨리기 때문이다. 이렇듯 습관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오랜만에 단편 하나를 완성시킨 나는, 무척이나 행복했다. 난 오늘 나에게 상을 받는다. 첫 번째 상, 씻기. 찜질방으로 향했다. 이딴 더러움! 난 다시 태어난다. 

 

   안마를 마친 후 나의 계획에 대하여... 

 

   찜질방에 대한 명작을 하나 남긴 후 64도 찜질방에서 땀을 빼고 뜨거운 물에서 깨끗이 씻은 후, 은행으로 가서 인터넷 뱅킹 신청, 카드 재발급, 계좌조회, 현금 인출을 한 후,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 약을 받아 온 뒤, 교보에서 스케치북을 산다. 이때가 추정 오후 2시. 시내네 미용실로 가서 그토록 원하던, 날 밝고 상쾌하게 만들어줄 커트와 파마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인형>의 파일을 전부 프린트해서 확인 후 만족해하고 아름답게 잠에 든다. 

 

   아직도 안마의자 위에 앉아있는 현실의 나는 도대체 저 중에 몇 개를 할 수 있을까. 피곤하다... 우선, 명작 그리기부터 취소하자. (15-17쪽)

 

시인 최승자는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고 했다. 습관대로 습관처럼 “이렇게” 살고 있는 ‘현실의 나’가 참을 수 없이 불안해지는 나이가 왠지, 서른인 것이다. 《삼십 살》은 “커피를 마시며 어른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개를 타고 있”는, 그래서 ‘서른 살, 삼십 세’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 앙꼬 자신에 대한 기록이다. 아마도 그녀에게 서른 살다운 ‘서른 살’은 충동적인 자기 욕구를 통제할 수 있는 상태인 듯 보인다.

 

그리하여 서른 살인 그녀는 과자 ‘포스틱’이 아무리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저금통에 모아 둔 동전을 털어 계획한 일을 실행해야 하지만, ‘현실의 그녀’는 부러 노래방용 대형 포스틱을 사서는 4일에 나누어 먹을 종전의 다짐이 무색하게 그 큰 한 봉지를 금새 먹어치워버리고 “갑자기 인터넷 중고쇼핑 꽂혀” 갑자기 필요가 생겨난 물품들을 사는 데 많은 돈을 써버린다. 5년 동안 계획한 헬스와 요가를 등록하고는 아침 7시에는 헬스, 저녁 9시에는 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하루 온종일을 보낸다.

 

그러나 “이렇게” 살고 있는 그녀가 서른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살고 있는 것 또한 서른이라 말할 수 있다. 서른은 자기 아닌 누군가가 맞는 나이가 아니다. 자기로 살아온 누구나가 자기답기 맞는 나이가 서른인 것이다. “이렇게 살고 있”는 ‘현실의 나’에 두 발을 딛고 무리하게 무엇을 가장하지 않고 “아프지 않고 두렵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이대로의 소소한 행복을 받아들이는 것, 이 모든 《삼십 살》의 날들을 지나 앙꼬가 깨달은 것처럼 “이렇게” 또 그렇게. 두려움과 조급함으로 살아온 지난날에 안녕을 고하는 의연한 한 마디, 이런 서른도 괜찮지 아니한가.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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