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1.28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2. 2015.01.20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 시나브로 겨울이 지나간다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사진 출처: 《박완서》 - 예술사 구술 총서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수전 손택은 “작가란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세상에 바짝 붙어서 관심을 기울였던 작가 박완서의 4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는 수전 손택이 말한 작가의 정신과 맞닿아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풀어낸 글은 세상의 한 시대라고 봐도 좋습니다. 해마다 1월 22일 즈음이면, 박완서를 추모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작가의 삶을 기리기 위한 책이 여럿 출간됩니다.

2015년의 신간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는 박완서의 맏딸 호원숙이 쓴 산문집입니다. 그녀는 엄마로서의 박완서를 글에 담았고, 친구처럼 대해줬던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딸이 엄마를 썼다면, 다분히 이 책은 개인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책은 개인적인 것을 넘어 한국문학을 다시 비추기도 합니다. ‘글 쓰는 엄마’의 딸 호원숙은 엄마를 작가 박완서로 고쳐 보고, 그의 문학 앞에서 정중히 머리를 숙입니다.

나는 글쓰는 엄마를 외면했다. 도와줄 수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는 엄마만의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엄마에게 가족의 일은 그렇지 않았다. 노망이 든 할머니와 늘 해왔던 아버지 수발과 해마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입시로부터 어머니는 놓여날 수가 없었다. 그 가족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다 문학으로 풀어내셨다. 그 어떤 것도 외면하지 않고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호원숙,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달, 2015)

1977년부터 40여 년간 출간된 박완서의 산문집이 최근 재편집되어 총 7권의 산문집으로 나왔습니다. 작가는 한국 사회의 비틀어진 부분을 말할 때 더욱 냉철했습니다. 자신의 굴곡진 인생은 소설에 담아 작가가 스스로 움켜잡았다면, 산문에서 작가 박완서는 자신이 걱정하는 세상을 붙들고 놓지 않았습니다.

발전이란 게 계속 이런 속도로 질주만 하다간 이 아이가 주역이 될 21세기의 세상의 모습은 어떨는지, 무엇이 남아 있고 무엇이 없어졌을지, 그때도 사람에게 꿈이란 게 있을지, 그때 세상에도 사랑이란 말이 살아 있을지 그것조차 예측할 수 없다니 현재의 삶은 또 얼마나 황당한가. 그 황당함 때문에 더욱 큰 소리로 “사랑해”를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완서,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문학동네, 2015)

2012년 1월 20일, 돌아가시기 이틀 전 작가 박완서가 남긴 일기에는 “살아나서 고맙다.”는 말이 쓰여 있습니다. 오늘, 작가 박완서의 4주기를 맞아 한국문학으로 살아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가정이나 나라가 고난에 처했을 때 우리의 어머니나,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얼마나 아름답게 처신했던가는 상기해볼 만하다.’라고 한 산문에서 직접 말씀하셨듯 오늘은 당신을 절실히 상기해 봅니다.


연관 도서


|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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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 시나브로 겨울이 지나간다

 



윤대녕 |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 푸르메 | 2010



겨울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열심히 지내온 한 해를 돌아보는 일은 겨울에만, 그것도 12월이 다 지나간 시점에만 할 수 있다. 지금껏 읽어온 작가들의 산문집은 어딘가 겨울을 닮았다. 그들의 산문집은 아마도 겨울에 시작해서 다음 해 겨울 혹은 다다음 해 겨울에 끝냈으리라. 무덥고 뜨거운 여름에 이렇듯 느리게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책들은 쉬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이 ‘2011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휴가 중 읽기 좋은 책 80선’에 선정됐다. 휴가 중 읽기 좋아 여름에 이 책을 샀지만, 가슴 깊이 한기가 파고드는 겨울이 되어서야 이 책이 다시 떠올랐다.

산문집은 자기 고백적이다. 윤대녕 작가의 소설을 끝까지 읽어 본 적은 없었다. 어디서든 만나면 조금씩 읽어 볼 뿐이었다. 산문집으로 처음 만난 그는 인간미 넘치는 이웃 글쟁이 아저씨 같지만, 소설가로서 그는 짧고 담담한 문체 때문인지 우울한 분위기와 날이 선 차가운 얼음이 떠오른다. 작가의 성장배경과 생각의 변화, 작가로서 생활하는 모습 등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그만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적어 내려가면서 보통사람들도 겨울에 느낄 법한 인생 돌아보기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산문집은 작가가 스스로 적는 자서전이라는 느낌이 든다. 한때, 소설보다 산문집을 더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소설은 허구적이라 나에게는 읽어야 할 당위가 없었다. 진심과 사실이 가득 담겨있던 산문집이 좋았기에 더욱이 산문집 작가를 꿈꾸기도 했었다.

얼마 전 김연수 작가도 산문집으로 처음 만났다. 소설가인 그의 성향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산문집 속 그는 본인이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웃긴 탐정사무소 주인 같았다. 폴 오스터도 마찬가지다. 《겨울일기》를 읽은 후 다른 산문집 《빵 굽는 타자기》와 《선셋파크》를 읽어보았다. 요즘은 산문집만큼이나 소설을 마땅히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인간성을 들여다보는 재미만큼 작가의 능력과 노력이 마음껏 담긴 창작물을 읽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더러는 소설을 먼저 읽고 그 후에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 산문집을 읽는다.

삶을 먼저 살아본 이가 해 주었던 이야기 중 가장 많이 공감했었고,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왔던 이 책의 내용처럼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여러 번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올겨울은 길었던 것일까, 혹은 짧았던 것일까. 그건 잘 모르겠으나 중요한 것은 누군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고 바야흐로 봄이 문밖에 당도했다는 것이리라. 곧 온 세상이 꽃과 함께 푸르러지리라. 이제는 더 이상 길을 잃지 말고 살아야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밥을 먹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슬그머니 훔쳐 보았다. (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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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과 서평을 나누고자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을 펜벗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펜벗이란 서평을 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를 의미합니다.
매주 월요일, 성실한 서평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1월의 펜벗 서평 주제는 '겨울'입니다.

| 펜벗 일문일답

● 매우 춥지만, 겨울은 ‘따뜻하다’는 감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계절이에요. Thinkthings 님이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을 겨울마다 들추게 되는 이유도 ‘따뜻하려고’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올겨울에 또 어떤 책을 읽으셨을지 궁금해져요.

춥고 시린 겨우내의 고민이 끝난 뒤 윤대녕 작가의 산문집을 읽으면, 봄을 웃으며 맞이할 수 있는 용기를 받습니다. 올겨울에는 특히 철학 서적을 동시다발적으로 읽고 있는데, 그중 피터 비에리의 《삶의 격》이라는 책이 기억에 남습니다. 현실의 존엄성에 대해 작가는 확신이 담긴 모범 답안을 이야기해 주지 않습니다. 독자들이 문제를 한 번쯤 생각해 보고 고민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 고마웠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인간의 존엄성을 편협하고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저의 생각과 입장을 다시금 돌아보고 재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 펜벗 앨범을 읽고, 자기계발서와 교양서와 같은 직접적인 가르침을 주는 책보다 ‘문학’에서 삶의 지혜와 자세를 얻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Thinkthings 님과 같은 고민을 겪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어떤 문학작품을 추천해주고 싶으세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권하고 싶습니다. 《마음》은 강상중 작가의 《고민하는 힘》과 《살아야 하는 이유》에도 많이 등장하죠. 일차적으로는 작가에게 더불어 독자에게 의문과 해답을 적절히 던져줍니다. 주인공과 함께 선생님의 비밀을 궁금해하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지러웠던 마음도 안정됩니다.
문학은 자신을 탐구해 가는 과정을 동행해 주는 친구 같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원하는 결론을 얻지 못했더라도, 결국엔 이야기를 읽어온 일련의 과정을 통해 피해왔던 본인의 고민을 마주할 힘을 얻기도 합니다.

● 펜벗 활동의 가장 두드러진 성격은 ‘추천받은 책’이 아니라 ‘추천하고 싶은 책’을 쓴다는 것입니다. 지금 ‘펜벗’은 Thinkthings님의 독서 습관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추어보는 일은 좀처럼 드뭅니다. 읽어야 할 새로운 책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고요. 하지만 펜벗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 책들의 제목이 떠오릅니다. 책장 앞에서 즐거운 고민을 하며 서성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또한 혼자 하는 독서가 익숙한 저는 다른 펜벗의 책 안목과 훌륭한 서평을 보고 감탄합니다. 펜벗은 성실한 독서가가 되어야겠다는 바람을 되뇌도록 만듭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Thinkthings'님은?

철학하는 농부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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