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0.07 <방황의 기술> - 방황, 해도 되는 게 아니라 해야 한다!
  2. 2011.05.27 <모두스 비벤디> - 유동하는 세계 속, 흔들리는 당신에게

<방황의 기술> - 방황, 해도 되는 게 아니라 해야 한다!



 

레베카 라인하르트 | <방황의 기술> | 웅진지식하우스 | 2011

  

불확실성이 삶을 지배하는 시대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까 두렵고 설마가 사람 잡을까 불안하다. “세상만사가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 불확실한 건 싫다. 실패할까 봐 겁난다.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지 않다. 망망대해를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착오와 실패는 계획에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을 제대로 하고 싶다. 일, 가정, 건강, 적당한 수입. 직선거리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목표를 이루고 싶다. 실험은 안 된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 (16쪽)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각에 일어나 정해진 곳으로 향한다.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일을 하고 정해진 시각에 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매일이 모이면 한 달이 된다. 한 달은 곧 월급을 의미하고 월급은 다시 한 달 혹은 그 이상의 삶을 의미한다. 밥벌이가 보장되었으니 이만하면 안정된 삶이라 하겠다. 게다가 취업 전쟁과 실업 대란이라는 이즈음의 현실을 떠올린다면, 이보다 더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 삶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고, 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달려 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면 무대가 무너진다. 기상, 전철,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보내는 네 시간, 식사, 전철, 네 시간의 일, 식사, 수면,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늘 같은 리듬. 그것은 아주 오랫동안 편안한 길이다. 하지만 어느 날 그 길에 ‘왜’가 서 있다. 놀라움이 뒤섞인 권태와 더불어 모든 것이 시작된다.” (103쪽)

 

방황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는 누구에게나 어느 때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많은 이들은 불확실한 삶을 두려워하며 ‘안정된 삶’만을 추구하려 한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있어 방황은 인생의 한 때, 즉 젊은이들에게만 용인되는 낭만의 시기이거나 이제껏 일궈온 편안한 길을 두고 굳이 험한 길로 돌아가는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러한 생각은 삶의 위험 요소를 재빠르게 전달하는 언론과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조언하며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는 전문가들에 의해 강화된다.

 

<방황의 기술>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문제시하며, 방황의 필요성과 그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그간 우리의 인생에 있어 방황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었던 외부의 조건은 무엇인지 분석해 보여주고, 제대로 방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생각의 도구들을 지녀야 하는지 조언해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일상과 맞닿아 있는 현실적 사례들을 제시하며 공감을 얻고 이해를 돕는다. 또한 여기에 더해진 문학과 신화, 철학의 내용들은 삶의 의미를 궁구하는 깊고 넓은 사유를 제공해준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전까지 일정한 방향으로 삶을 가두어 두었던 고정된 시각과 이분법적 사고를 발견하고 그 틀에 갇혀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절대 직접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빙빙 돌아봐야, 삼천포로도 빠져봐야 자신에게 갈 수 있다. 낯선 것, 예측할 수 없는 것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이 세계에서 우리가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인간이라는 것과 인간성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19쪽)

 

어느 날 그 길에 '왜'가 서 있다면, 피하지 말고 그 질문과 함께 가보자. 헤매고 방황하는 이에게만 보이는 길의 풍경이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인생 길이란 게 미리 알고 가는 이 아무도 없지 않던가. 그러니 길 모르는 이, 제대로 길 찾고자 한다면 그 '방황', 기꺼운 마음으로 해보자!는 거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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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스 비벤디> - 유동하는 세계 속, 흔들리는 당신에게


 

  

지그문트 바우만 | <모두스 비벤디> | 후마니타스 | 2010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그 위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칼날이 번뜩이고 있다. 순식간에 끊어져버릴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해오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닿는 불온한 상상이 이어진다. 언제 어떻게 끝날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는 ‘유동하는 근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실업, 전쟁, 테러 등 도처에 산재하고 있는 위험은 번뜩이는 칼날과 같이 팽팽히 당겨진 현대인의 목숨 줄을 노리며 삶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하는 공간과 시간 속의 삶의 양식, <모두스 비벤디 Modus Vivendi>. 지그문트 바우만는 이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의 실체를 파헤치고 이로부터 유동하는 세계 속, 흔들리는 당신을 향해 조언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그 메시지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생활환경의 양상을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에 따르면, 근대성은 이전의 ‘견고한’ 국면에서 ‘유동하는’ 국면으로 바뀌었으며, 국민국가의 단위에 머물러 있던 권력과 정치의 영향 범위가 달라지며 권력의 상당 부분이 정치적으로 규제 받지 않는 전지구적 공간으로 이전된 반면 정치는 여전히 지역 차원에만 머물러 있어 정치적 통제가 존재하지 않는 해방된 권력이 생겨나고 이것이 또한 불확실성의 근원이 된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는 과거에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졌던 개인에 대한 보호의 역할을 약화시켜 개인에게 일어난 불행은 ‘선택하는 자유인’으로서의 개인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세계는 점차 경계를 뚫고 해체하는 ‘지구화’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물질적·지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사회에서의 개인은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만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다시 말해, 개인은 “무역과 자본, 감시와 정보, 폭력과 무기, 범죄와 테러 등의 선별적 지구화가 낳은, 계획에도 없었고 예상치도 못한 부작용”이라는 ‘부정적 지구화’의 불의와 혼란에 맞서 스스로 ‘유연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실패나 패배의 책임을 떠안고 곧장 사회의 생산 영역 밖으로 밀려나 ‘잉여 인간’도 되지 못한 영원한 ‘쓰레기’로 전락하는 수밖에.

 

쓰레기가 되는 삶, 그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일상의 근저에서 현대인들을 위협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끊임없이 형성되는 과정에 놓여 있는, 미완성 상태의, 취소될 수 있고, 폐기될 수 있는 순간들의 모음”으로서의 ‘유동하는 근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국경 없는 시장과 경계 없는 지구는 권력을 쥐고 흔드는 소수 엘리트들에게 더 넓은 행동 범위를 제공해줄 뿐, 본질적으로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힘없는 개인에게 전지구화는 오히려 사회로부터 배제된 ‘인간쓰레기’가 되어 떠돌고 흘러 다녀야 할 불안정한 공간이 늘어난 것을 의미할 뿐이다. 지금, 이곳이 바로 지옥인 것이다. 그렇게 불확실성의 시대, 지옥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겨진 바우만의 메시지가 들려온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끊임없는 경각심이 필요하고 불안이 따르는 위험한 길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2007, 207-208쪽)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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