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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7 [요즘 뭐 읽니?]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요즘 뭐 읽니?]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 <밥벌이의 지겨움> | 생각의 나무 | 2010

 

사실 본격적으로 한국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들 한번쯤을 읽어보았을 법한 책들도 저한테는 해당이 없는 경우가 많고요. 특히나 그 이름만으로 덥석 책을 집게 만드는 명망 높은 작가들의 경우, 그 독서 목록은 가난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느긋한 마음이 없지 않는 데는, 어떤 작가 혹은 어떤 작품을 만나는 건 다 때가 있고 나름의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 작가가, 그리고 그 작품이 저에게 문득 말을 걸어올 때가, 그렇게 저와 마주치는 때가 있을 거라고요.

 

저에게는 작가 김훈이 바로 그랬습니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인기작가 김훈. 단정하면서도 날카로운 그의 문장에 대한 찬사를 접해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런데 어쩐지 ‘다음’으로만 계속 미루어왔던 건데요. 그러다 얼마 전, 드디어 집어 들었습니다. 그의 에세이집 <밥벌이의 지겨움>을. 아마도 제목 때문이었겠다, 싶습니다. 밥벌이의 지겨움, 뭐, 새삼스럽다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그걸 느끼고 있는 자에게 있어서만큼은 매번 만만치 않은 무게로 다가오니까요. 물론 ‘밥벌이의 지겨움’은 이 책을 채우고 있는 에세이 중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긴 하지만요.

 

어쨌든 그리하여, 지금 전 <밥벌이의 지겨움>을 읽고 있습니다. ‘명불허전’, 그의 에세이를 읽으며 떠오른 한마디입니다. 들은 바대로 그의 문장은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깊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이 보고 있는 세상을 전하고자 하는 이의 고민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의 글에는 언어에 대한 회의가 있고, 그로 인해 언어를 담금질해왔던 흔적이 있으며, 이에 따라 드러나는 결과로서의 언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 모든 ‘먹는다’는 동장에는 비애가 있다. (…) 전기밥통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 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으고 사람들을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대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 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술이 덜 갠 아침에, 골은 개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기로 나아가기 위해 김 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을 이룬다. 이것을 넘겨야 다시 이것을 벌 수가 있는데, 속이 쓰려서 이 것을 넘길 수가 없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은가. 대책이 없는 것이다.“ (34-35쪽)

 

아, 이제야 만났고 이제라도 만났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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