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5.01.28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2. 2014.03.18 [반달토끼의 책방앗간] 박완서, 《기나긴 하루》
  3. 2014.01.24 [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4. 2013.11.08 《나목》 - 겨울의 정취를 한껏 더하는 그 시절의 이야기
  5. 2013.10.15 [요즘 뭐 읽니?]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6. 2012.09.26 [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9월 26일 북카트
  7. 2012.08.22 [서점에서 만난 사람] 창밖의 고양이, 창가의 만화가 - 만화가 심흥아
  8. 2011.01.28 <반성> - 나를 찾는 길 위에서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사진 출처: 《박완서》 - 예술사 구술 총서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수전 손택은 “작가란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세상에 바짝 붙어서 관심을 기울였던 작가 박완서의 4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는 수전 손택이 말한 작가의 정신과 맞닿아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풀어낸 글은 세상의 한 시대라고 봐도 좋습니다. 해마다 1월 22일 즈음이면, 박완서를 추모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작가의 삶을 기리기 위한 책이 여럿 출간됩니다.

2015년의 신간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는 박완서의 맏딸 호원숙이 쓴 산문집입니다. 그녀는 엄마로서의 박완서를 글에 담았고, 친구처럼 대해줬던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딸이 엄마를 썼다면, 다분히 이 책은 개인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책은 개인적인 것을 넘어 한국문학을 다시 비추기도 합니다. ‘글 쓰는 엄마’의 딸 호원숙은 엄마를 작가 박완서로 고쳐 보고, 그의 문학 앞에서 정중히 머리를 숙입니다.

나는 글쓰는 엄마를 외면했다. 도와줄 수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는 엄마만의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엄마에게 가족의 일은 그렇지 않았다. 노망이 든 할머니와 늘 해왔던 아버지 수발과 해마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입시로부터 어머니는 놓여날 수가 없었다. 그 가족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다 문학으로 풀어내셨다. 그 어떤 것도 외면하지 않고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호원숙,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달, 2015)

1977년부터 40여 년간 출간된 박완서의 산문집이 최근 재편집되어 총 7권의 산문집으로 나왔습니다. 작가는 한국 사회의 비틀어진 부분을 말할 때 더욱 냉철했습니다. 자신의 굴곡진 인생은 소설에 담아 작가가 스스로 움켜잡았다면, 산문에서 작가 박완서는 자신이 걱정하는 세상을 붙들고 놓지 않았습니다.

발전이란 게 계속 이런 속도로 질주만 하다간 이 아이가 주역이 될 21세기의 세상의 모습은 어떨는지, 무엇이 남아 있고 무엇이 없어졌을지, 그때도 사람에게 꿈이란 게 있을지, 그때 세상에도 사랑이란 말이 살아 있을지 그것조차 예측할 수 없다니 현재의 삶은 또 얼마나 황당한가. 그 황당함 때문에 더욱 큰 소리로 “사랑해”를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완서,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문학동네, 2015)

2012년 1월 20일, 돌아가시기 이틀 전 작가 박완서가 남긴 일기에는 “살아나서 고맙다.”는 말이 쓰여 있습니다. 오늘, 작가 박완서의 4주기를 맞아 한국문학으로 살아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가정이나 나라가 고난에 처했을 때 우리의 어머니나,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얼마나 아름답게 처신했던가는 상기해볼 만하다.’라고 한 산문에서 직접 말씀하셨듯 오늘은 당신을 절실히 상기해 봅니다.


연관 도서


|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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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토끼의 책방앗간] 박완서, 《기나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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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혜원
사진 제공 | 문학동네

 

같은 책이라도 전집(全集) 안에 들어가면, 새로워 보입니다. 책의 새로운 터전 같다고나 할까요? 위대한 문학전집이 세상에 나오면, 이 땅에 훌륭한 집 한 채가 지어진 것 마냥 우두커니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자꾸 보면 살고 싶어지는 것이 집입니다. 책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훌륭한 전집일수록 전부 다 모으고 싶죠. 그래서 전집은 ‘샀다’는 말보다 ‘장만했다’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세계문학전집과 한국고전문학전집을 출판한 문학동네에도 새집이 들어섰습니다. 하얗고 튼튼한 스무 권의 책들입니다. 김승옥의 단편 10편이 수록된 1권부터 2009년에 나온 박민규의 <카스테라>까지. 스무 권을 아우르고 있는 시대는 사실 모호합니다. 문학동네의 신형철 편집위원은 한국문학전집의 발간을 기념하며, 선정 기준을 밝혔습니다.

 

 

 

 “’문학성’입니다. 문학동네가 소설을 출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신뢰하는 기준은 ‘서사의 힘’입니다.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이야기가 밝혀서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작품이 어느 정도 독자들과 소통했는지, 한 시대의 사회적 징후를 대표적으로 보여줬는지 하는 ‘문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박완서를 읽고 자랐고, 모두가 박완서를 읽으며 세월을 났다.” (400쪽)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세 번째 책, 박완서의 대표 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에 쓰인 문학평론가 차미령의 해설입니다. 세월을 함께한 책을 전집으로 다시 보는 기분은 어떨까요?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2014년에 나온 ‘새 책’이기도 합니다. 이 전집을 계기로 누군가는 한국문학 입문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통해 ‘한국문학이 이런 거구나.’라고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세대의 한국문학 독자, 한국문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속에 정착되도록 하는 게 문학 출판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종연 편집위원의 바람이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출간하는 중요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우선으로 발표된 스무 권 외에 앞으로 전집에 입주 예정인 이웃도 궁금해집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문학동네 편집위원들은 자신감 있게 입을 모았습니다. “전집을 만든다는 것이 기존에는 정서를 확정 짓는 대단히 권위적인 작업이었습니다. 문학동네는 좀 더 동시대 독자들과 호흡할 여지를 많이 남기고자 합니다. 조금 더 유연하게. 어떤 작품은 전집으로 묶기엔 조금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동시대의 작품 중 앞으로 어떤 것이 한국문학전집에 포함될 것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는 맨 처음 기준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모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문학동네의 자신감 표현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문학전집을 장식하는 표지에는 한강 사진이 있습니다. 낯선 풍경의 한강을 아름답게 찍는 이대원의 사진입니다. 문학동네가 기록할 한국문학전집의 역사가 한강의 물결을 따라 굳세게 흘러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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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 겨울의 정취를 한껏 더하는 그 시절의 이야기

 

박완서 | 《나목》 | 세계사 | 2012

 

나이를 더 먹고 나면 나도 이런 소설을 하나 쓰고 싶다, 마음을 불러 일으켰던 소설이다. 박완서의 《나목》.

 

살을 보태서 말하자면 문장 하나를 읽을 때에도 꼭 내 것으로 갖고 싶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투박하고 직설적으로 문장을 써 내려가면서도 그 안에 담긴 현란한 어휘와 감수성. 그리고 끝까지 주제를 이끌어 가는 논리 정연함이 작가 박완서의 힘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같은 전쟁 세대가 아님에도 정서가 통하여 책 속으로 푹 빠져들어 버린다. 

 

《나목》은 청년이 된 주인공이 등장함으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어릴 적 회상에 연이은 작품으로 연상된다.

 

"내가 살아 낸 세월은 물론 흔하디흔한 개인사에 속할 터이나 펼쳐 보면 무지막지하게 직조되어 들어온 시대의 씨줄 때문에 내가 원하는 무늬를 짤 수가 없었다. 그 부분은 개인사인 동시에 동시대를 산 누구나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고, 현재의 잘사는 세상의 기초가 묻힌 부분이기도 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펼쳐 보인다. 우리가 그렇게 살았다우."

 

박완서의 이 뜻은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 걸쳐 모든 작품에 깃들어 있다. 전쟁이라는 테마가 중복되어 물릴 수도 있지만, 그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는 작가정신을 새겨보면 작품마다 소재가 새롭기 마련이다.

 

전쟁으로 인한 상실과 가족의 해체의 모습이 《나목》에서는 한밤중에 행랑채에 퍼부은 폭격으로 오빠들이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광기 어린 어머니의 실체는 《엄마의 말뚝》에서와 같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정지해 버린다. 그리하여 부모의 단절된 애정으로 피해자가 생겨나는데 이 책의 주인공 '이경'이다. 전쟁이란 시대적 상황보다 가족의 해체가 더욱 뼈저렸던 그녀. 어째 하늘은 무심하게 아들은 다 데려가고 딸만 남겨 놓았냐는 엄마의 넋두리가 가슴에 사무친다. 이경의 꽃다운 나이는 영글어 이제 처녀가 되었지만, 엄마만 남은 황량한 집과 전쟁의 상흔은 그녀의 청춘을 농락한다.

 

이경은 학업을 중단하고 곧바로 생계전선으로 등을 떠밀리는데 그나마 대학의 간판으로 그녀가 얻은 자리는 미군PX 부대 안에서 초상화부의 영업을 하는 일이었다. 이 시기에 만난 화가 ‘옥희도’에 대한 이경의 짝사랑이 《나목》의 줄기를 이룬다. 말수 적은 옥희도는 확실히 다른 화가들과는 달라 보였다. 생계를 위해 미군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하곤 있지만 가슴은 예술의 혼으로 불타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경은 자신의 상처인 '상실'과 '빼앗김'을 옥희도의 '거룩한 예술 혼'과 '의연함'에 기대려고 한다. 그에게 왜곡된 열망을 품은 이상 그가 유부남이란 건 그녀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옥희도 또한 이경에게 연정을 표현하기에 다다른다. 완구점의 침팬지 인형을 매개로 둘은 상대의 고독을 확인하며 서로를 동일시한다. 그의 애정을 확인한 자신감에서인지 소설이 후반부에 다다른 시점의 이경은 옥희도의 아내를 찾아가 목청을 돋우며 그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은 본인이라고 고함을 지르는 발칙함까지 보인다. 그러나 명백한 불륜을 저지르는 경아의 발악이 가증스럽기보다 안타깝게 여겨지는 건 왜일까. 오히려 옥희도의 아내는 안사람으로서의 자태를 끝까지 잃지 않음으로 어린 경아의 사랑을 단념시킨다. 어느 날 한밤중에 찾아와 재워달라는 경아를 따뜻한 모성애로 받아들이는 그녀. 남편을 사랑한다며 집까지 찾아와 억지를 부리던 어린 여자에게 되레 모성을 보여줌으로 당사자에겐 더 큰 치욕을 안겨 준 강한 여인이었다. 그녀의 견고함이 옥희도에 대한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었는지 경아의 짝사랑은 물끄러미 지나간다.

 

시간이 지나 이경은 자신을 쫓아다니던 황태수와 결혼함으로 일탈에 대한 동경을 접고 현실감을 찾는다. 남편이 된 태수는 제일 먼저 처가의 고가를 철거한다. 음침한 고가에는 아내의 상처와 눈먼 신기루가 담겨 있었으니 고가의 철거를 계기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그의 의지에 기댄 이경도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겠노라 평범한 질서에 자신을 편입시키며 위로를 얻고자 한다. 

 

먼 훗날, 평범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룩한 이경은 뜻밖에 옥희도의 유작전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혼자서 그 곳을 찾아 나선다. 홀로 도착한 유작전에서 유독 한 작품이 그녀의 발길을 잡는다. 예전에 옥희도의 집에서 보았던 ‘꽃도 잎도 열매도 없는 참담한 모습의 고목’이었던 그림이다.

 

"완전한 조화를 이룬 채 서 있는 나목, 그 옆을 지나는 춥디추운 김장철 여인들. 여인들의 눈앞엔 겨울이 있고, 나목에겐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봄에의 믿음. 나목을 저리도 의연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

 

박수근 작, <나무와 여인>*

 

십 년 전 이 그림을 보았을 때는 말라 죽은 나무로 확신했지만, 시대를 견디고 나서 다시 만난 완성된 작품은 의연히 겨울을 견디는 벌거벗은 나무였다.

 

전쟁의 상흔을 찾기 어려운 시대일지라도 우리에게도 이경과 옥희도가 겪었던 본질적인 '고독'이 존재한다. 소설 속에서 태엽만 감아주면 계속 술을 마시는 동작을 했던 침팬지 인형의 운명처럼, '나'의 태엽을 감는 사회와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하는 현실이 '나'를 고독으로 내몬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아내는 순간도 먼 훗날에 이르러선 다르게 해석될 부분이 많지 않을까.

 

거리를 두어야만 보이는 진실이 뒤늦은 후회를 불러일으킬지라도, 새로운 한 발짝을 내딛는 희망이 되기엔 충분할 것이다. 말라죽은 나무가 아닌 봄을 기다리는 나무로, 닥친 현실을 의연하게 맞이하는 용기를 줄 것이기 때문에.

 

겨울에 들어서며 박완서의 《나목》에 기대어 마음을 홀가분하게 비워내니 이 또한 문학의 힘이 아닐까 싶다.

 

* 소설 속 옥희도는 실제로 박완서와 미군PX에서 같이 일했던 박수근 화백을 롤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점에 '나목'이 더욱 유명해졌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moya’ 님은?
불완전하게나마 타자에 대해 이해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상력이 풍부한 독자로서 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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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박완서, 《그리움을 위하여》

 

 

박완서 | 《그리움을 위하여》 | 문학동네 | 2013

 

어떻게 나이 들고 있는 걸까. 뭉텅, 하고 한꺼번에 인생의 시간이 떨어져나간 듯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지금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건지를 따져 묻는 불안한 스스로와 마주하곤 하고요. 허투루 흐르는 세월 없다고도 하고, 그러면 흘려보낸 세월만큼 무언가는 분명 남겨져 있어야 할 텐데요. 어쩐지 그 말이 저에게만큼은 해당되지 않는 것 같은 거죠. 그도 그럴 게, 작게는 어제와 오늘 사이, 크게는 작년과 올해 사이에 변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 과연 있었나 싶거든요. 눈에 띄게 늘어난 나잇살 빼고, 아무리 머릿속을 헤집어 봐도 헛일이기가 다반사고요. 

 

그래, 지난 시간들을 빠짐없이 건너오며 나는 내 삶의 무엇을 더하고 덜하였나, 그리하여 오늘에 남은 것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나, 소득 없는 질문만 메아리처럼 반복하기 일쑤입니다. 그마저도 지치고 짜증스러워지면 당장에 마음 편해질 구석 찾아 소망으로 완성된 먼 훗날의 나로 냅다 도망쳐버리고요. 그렇게 먼 훗날의 나를 두고, 된 사람이라 부를 만한 이모저모의 덕목을 갖다 붙여놓습니다. 존경할 만한 어른의 형상을 만드는 거죠. 그런데 오늘, 이《그리움을 위하여》를 읽다가 그 어른이 박완서 선생님과 같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단편소설에서 감지된 사람과 삶과 세상에 대한 시선이 갖가지 인생을 두루 품는 큰 사람,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으로 이어졌거든요. 

 

“선생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면 모든 게 다 문학이 되었다. 그 손으로 선생은 지난 사십 년 간 역사와 풍속과 이간을 장악해왔다. 그 책들을 읽으며 우리는 살아온 날들을 부끄러워했고 살아갈 날들 앞에 겸허해졌다. 선생이 남긴 수십 권의 책들은 앞으로도 한국사회의 공유 자산으로 남아 우리들 마음공부의 교본이 될 것이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물론 뭐, 해가 가고 나이 들수록 온통 싫은 것만 많아지는 통에 성 내는 일도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도 늘고 있는 저로선 언감생심 오르지 못할 나무라는 판단이 앞서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곳에 지향을 두고 살고 또 살다보면 지금보다는 쬐끔, 더 나은 사람이 돼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한편, 지금의 저와 먼 훗날의 제가 선생님의 저 소설들 안으로 슬며시 들어가 앉아, 그래, 이 또한 삶이고 그런대로 괜찮은 거다, 조용히 위로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그동안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릴 것 없이 살았음으로 내 마음이 얼마나 메말랐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44쪽, 〈그리움을 위하여〉중에서)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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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9월 26일 북카트

살아서는 한 마디 말조차 글의 효력을 갖고, 죽어서는 미완의 글마저 오래 말해집니다. 누구의 이야기일까요? 바로 소설가입니다. 그들은 언어를 다룹니다. 말이든 글이든, ‘나’에게서 ‘너’에게로 가려하는 것이 언어의 운명, 그러니까 소설가의 운명일 테지요. 운명이라. 다소 거창하게 들리겠지만요. 실제로 몇몇 소설가의 스케일이 좀 거창한 걸요. 국경을 넘나들고, 상상을 넘나들고, 생사를 넘나들 정도니까요. 이쯤 되면 그들의 내밀한 속마음이 궁금해집니다.

 

 

오르한 파묵 | 《소설과 소설가》 | 민음사 | 2012

 

노벨문학상. 그야말로 전세계 최고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문학상이죠. 오르한 파묵은 2006년 수상자입니다. 1952년생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중에서는 젊은 축에 든다지요. 소설가로서 한창때임을 증명하듯 《내 이름은 빨강》, 《새로운 인생》, 《검은 책》, 《순수 박물관》, 《고요한 집》, 《하얀 성》,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등 국내에도 다수의 작품들을 선보였는데요. 저는 이 중에 단 한 권만을 읽었을 뿐인데 그만 이 작가의 애독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다 읽지 못했고, 결심만 했어요, 결심만.) 어떤 책을 좋아하면, 그 작가를 좋아하게 되고, 그 작가에 대해 알고 싶어지는 법.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이라는 이 책, 《소설과 소설가》가 그래서 참 반갑습니다.

 

 

박완서 | 《세상에 예쁜 것》 | 마음산책 | 2012

 

여기 또 한 명의 소설가, 故 박완서 선생님이 있습니다. 《세상에 예쁜 것》은 그분의 새로운 산문집입니다. 아니 어떻게? 생전 노트북과 책상 서랍에 보관해둔 미발표 유고를 선생님의 맏딸이 발견했다고 해요. “나를 달구었던 것은 창작욕이 아니라 증오였다. 복수심과 증오는 세월의 다둑거림으로 위무받을 수 있을 뿐, 섣불리 표현되어선 안 된다는 걸 차차 알게 되었다. 상상력은 사랑이지 증오가 아니기 때문이다. (…) 증오가 연민으로, 복수심이 참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뀌면서 비로소 소설을 쓸 수 있었다.”(22쪽)와 같은 문장을 엿보며 고인이 된 선생님이 다시금 제 안에 살아오는 것을 느낍니다. 역시나, 반갑습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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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창밖의 고양이, 창가의 만화가 - 만화가 심흥아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희진
도서 이미지 제공 | 새만화책

 

하루에 한 번은 길에서 고양이를 봅니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그들을 일컬어 ‘길고양이’라고 부릅니다. 한편 ‘집고양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호칭들 앞에서 저는 어쩐지 서글퍼집니다. 집이 아니면 길 위. 고양이 삶의 무대란 딱 그 정도라는 것처럼 들려서요.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동물들도 사람이 구획한, 매우 제한적인 영역에서 살아갑니다. 같은 지구에 태어났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다른 삶이죠. 이 같은 문제의식만으론 현실을 당장 바꿔 놓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킨 건 늘 작은 행동이었습니다. 어미 잃은 새끼고양이의 밥을 챙기고, 길에 죽어 있는 고양이를 묻어주고, 창밖의 고양이를 반가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우리에게도 인사를 건넵니다. 《창밖의 고양이》의 만화가 심흥아님인데요. 이번 [서점에서 만난 사람]에서 만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생각했어요. 어쩌면 고양이를 그저 고양이라고 부르는 날이 올지도 몰라!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반디 | 《우리, 선화》로 데뷔를 하셨고, 철거민의 목소리를 담은 만화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의 작업에도 참여하셨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창밖의 고양이》를 발표하셨는데요. 앞서 열거한 만화들에 덧붙여 작가님 스스로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심흥아 | 저는 만화 그리는 ‘심흥아’라고 합니다. 말씀하신 것 외에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이라는 인권잡지에 <다 아는 이야기> 와 ‘한겨레 훅’에 <카페그램> 을 연재했습니다. 대학진학에 실패해서 전공은 따로 없고,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바카’라는 만화창작집단에 들어가서 활동했고요. ‘새만화책’이라는 대안만화 출판사와 인연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디 | 《창밖의 고양이》의 경우, 출간에 앞서 웹진 ‘한겨레 훅’에서 선보였습니다. (만화에도 나와 있지만) 어떤 계기로 이 작품을 시작하셨는지, 어떤 인연으로 인터넷 연재를 시작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심흥아 | 《우리, 선화》를 그리고 있을 때 고양이를 잠깐 키웠었어요. 하얀 수컷 고양이였는데,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면서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 결국 수술을 시킬 수가 없어 암컷 고양이가 있는 집에 분양을 보냈습니다. 처음 고양이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땐 고양이를 키웠던 경험을 그려 봐야겠다 정도였는데, 콘티를 짜고 그림을 그리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면서 겪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동물에게 어디까지 배려해야 하는지, 얼마만큼 서로 희생해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창밖의 고양이》를 완성한지는 몇 년 됐어요. 출판을 목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인터넷에 연재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출판이 미뤄졌는데, 마침 ‘한겨레 훅’에 연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미리 선보이게 됐습니다.

 

 

 

반디 | 《창밖의 고양이》의 주인공은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읽어 나가다 보면 한편으로는 가족 관계에 기반을 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선화》에서도 언급한대로 평소 “가족이 살아온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계신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가족이란, 만화에서 가족이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가요?

 

심흥아 | 세상 이야기의 대부분은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다른 이들의 가족 이야기가 아닌, 우리 집 식구들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저희 가족의 조금은 특별한 사연 때문인 듯싶어요. 어릴 땐 숨기고만 싶었는데, 지금은 제 만화 속에 그려 넣으면서 스스로 치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삶을 엿보면, 상황은 각기 다르지만 겪어냈던 그 감정들은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나와 다른 삶에도 공감할 수 있고, 또 위로 받을 수 있는 거겠죠. 저의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치유됨과 동시에 독자들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만큼 가치 있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반디 | 고양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재미있어요. 특히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창밖으로 뛰쳐나가는 장면이나, 가르릉거리는 고양이를 두고 고양이 버스를 떠올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를 언급하셨는데요. ‘초코’ 말고 고양이를 그릴 때 영감을 준 다른 (이를테면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고양이도 있었나요?

 

심흥아 | 특별히 영감을 받은 작품은 없는데, 인상적이었던 건 ‘이웃집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예요. 어떻게 저런 재밌는 캐릭터를 만들었을까 생각했는데, 고양이가 가릉거리며 몸이 떨리는 걸 직접 느꼈을 때 고양이 버스를 만들었을 작가의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고양이 몸에 손을 계속 대고 있으면 버스에 탄 것처럼 멀미가 날 것 같거든요.

 

저는 평소에 꿈을 많이 꿔요. 그래서 만화에 꿈 속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도 꿈꾸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요. 실제로 초코가 창밖으로 나가버리는 꿈을 꿨었는데, 고양이가 사람처럼 느껴지는 제 마음을 만화로 표현해 봤어요.

 

반디 | “세상의 모든 고양이를 사랑하기라도 할 것 같은 대단한 기분이 든다.”라는 말로 《창밖의 고양이》를 마무리하고 계시는데요. 사람이 한 생명을 책임지는 방식에 대해,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전반에 걸쳐 질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찾으셨는지요?

 

심흥아 | 여전히 어려운 고민이에요. 지금도 이거다 하는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중성화 수술에 관한 부분도 그렇고요. 이것만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에요. 저 같은 경우에, 생각의 꼬리를 쫓다보면 육식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하지만 저는 채식주의자가 아니거든요. 생각은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참 어려워요. 동물에 대해 어디까지 배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개인의 기준이 다 다르겠지만, 중요한 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얼마만큼 신중하냐 하는 거죠. 조금의 고민도 없이 자신의 편리를 위해 당연하게 동물들에게 희생을 요구한다면 그건 분명한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동물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은 될 수 있을 겁니다.

 

반디 | 《떠날 수 없는 사람들》과 같은 작업뿐만 아니라 평소 인권잡지 등에 만화를 게재하는 등, 사회참여 활동을 지속하고 계십니다. 이와 관련하여 근래 주목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가 있다면요? 그것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심흥아 | 사회참여적인 만화를 몇 편 그린 것은 사실인데, 솔직히 제 자신이 사회참여에 그다지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집회에 나가본 적도 한 번도 없고요. 소극적인 사람입니다. 주변에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저에게 좋은 만화를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죠.

 

제가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환경과 먹거리에 관한 것이에요. 원자력, 핵, 기상이변, 변종하는 질병, 화학 첨가물과 가공식품처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들이 심각하게 다가와요. 뉴스에선 정치, 경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이보다 시급한 과제는 환경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성장에만 열을 올리고 끊임없이 개발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겁이 납니다. 아무리 친환경이라는 딱지를 붙여도 개발은 환경을 훼손시키거든요. 이런 산업화도 문제지만, 땅과 물을 오염시키고 동물들을 학대하는 농축산업도 큰 문제예요. 여기에 온갖 화학 첨가물로 범벅이 된 가공식품들까지 더하면, 우리가 지구상에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깨우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부터도 아직은 완전한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되새기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반디 | 별도의 색을 쓰지 않고 연필이나 펜으로만 그림을 그리시는 것 같습니다. 이는 사실적이면서도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는데요. 언제부터 그런 방식을 고수하셨는지, 평소 작업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듣고 싶습니다.

 

심흥아 | 보통 원고를 할 때,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그 위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데요. 색을 입히는 작업에 자신이 없는 이유도 있고요. 흑백이 주는 담담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고집하는 면도 있습니다. 저는 사실 만화를 그릴 때 그림보다는 이야기에 비중을 많이 두고, 그림은 큰 고민 없이 손 가는대로 그냥 그리는 편이거든요. 평소에 그림 연습도 거의 하지 않고요. 원고를 연습하듯 해왔어요. 그래서 제 그림이 마음에 안 들 때가 많아요. 이제는 욕심이 조금 생겨서 그림에도 좀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도구를 바꿔보거나 색칠하는 연습도 해보면서 앞으로의 작업들은 이야기뿐 아니라, 그림 그릴 때도 고민을 많이 하려고 해요.

 

반디 | 개인적으로 편애하는 작가들을 세 사람만 말씀해주신다면요? 꼭 만화가가 아니라도 좋고요.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대표작이 무엇인지 반디앤루니스 독자 분들에게 하나하나 소개해주세요.

 

심흥아 | 박완서, 타니구치 지로, 소복이 이렇게 세 명의 작가입니다.

 

먼저, 고 박완서님은 편애라기보다 존경하는 작가인데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시작으로 길고 짧은 소설들, 에세이 등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따로 말씀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거예요. 앞으로 제가 어떤 만화를 그려야할지 방향을 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준 작가예요.

 

그리고 ‘타니구치 지로’라는 일본 만화가의 《열네 살》이라는 만화를 좋아합니다.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해준 만화예요. 잘 씌어진 소설 한 권, 좋은 영화 한 편 봤을 때처럼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입니다.

 

끝으로 ‘소복이’라는 만화가인데요. 저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를 했고, 말 그대로 제가 편애하는 작가입니다. 소복이 작가의 첫 번째 단행본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은 제가 유일하게 다섯 번 이상 본 책이에요. 쓸쓸할 때 우울할 때 꺼내서 펼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기분 좋은 만화입니다. 특히 20, 30대 여성들이 공감하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책이에요. 소복이 작가는 ‘한겨레 훅’에 얼마 전까지 《이백오 상담소》라는 만화를 연재했는데, 곧 단행본으로 나온다는 소식이 있어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디 | 작가 소개에 ‘서른한 살’이라는 나이를 기꺼이 커밍아웃(?)해주셨는데요. 서른한 살이 되기까지 두 권의 책을 엮으셨습니다. 《창밖의 고양이》를 출간한 이후의 근황과 서른한 살 이후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심흥아 | 얼마 전까지 언니와 작은 카페를 운영했었는데, 지금은 정리를 했고요. 한 권짜리 장편만화를 작업 중입니다. 만화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 보니 지금까지는 다른 돈벌이가 되는 일들을 하면서 짬짬이 만화를 그렸는데, 앞으로는 만화 작업에 많은 시간을 들이도록 노력하려고요. 해야 할 이야기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가장 큰 숙제입니다.

 

반디 | 만화로는 못다 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디앤루니스 독자 분들에게, 세상의 모든 고양이에게, 창밖의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심흥아 | 먼저, 긴 글 읽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반디앤루니스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구요.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고 좋은 질문으로 제가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반디앤루니스에도 감사드립니다.

 

예전엔 고양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니 참 다행이에요.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이 사람들에게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창밖의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상처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심흥아

 

오래오래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만화가. 인권잡지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에 <다 아는 이야기>,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 <그 길 옆에>, ‘한겨레 훅’에 《창밖의 고양이》, 《카페 그램》을 연재했다. 단행본으로 《우리, 선화》와 《창밖의 고양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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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 나를 찾는 길 위에서

 

 

김용택, 박완서, 안도현 등저 | <반성> | 더숲 | 2010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보고, 원래 자신이 품었던 생각, 처음 가졌던 자세, 출발점에서 가졌던 순수한 마음을 회복하는 일”

지금의 나와 앞으로 되고 싶은 나 사이에 반성이 있습니다. 작게는 오늘과 내일, 크게는 현재와 미래의 나 사이가 될 텐데요.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오늘도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머릿속이 바쁩니다. 그런데 바쁜 건 생각뿐이지 행동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느 땐가는 지난날에 이미 했던 반성들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성을 멈출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반성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내가 찾고 있는 ‘나’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니라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을 테니까요.   

이 책, <반성>은 우리 시대 대표작가 20명의 반성을 들려줍니다. 서석화, 이순원, 박완서, 이재무, 김용택, 이승우, 구효서, 장석주, 안도현, 서하진, 은미희, 고운기, 차현숙, 김이은, 우광훈, 김규나, 공애란, 김종광, 고형렬, 권태현. 한 사람 한 사람이 제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펼쳐 보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보게 되는 것은 결국, 인간과 자연, 세상을 아우르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길어 올리는 삶에 대한 성찰은 그 공감의 깊이를 더하며 전해져 옵니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사람,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해 돌이켜 보게 됩니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그러나 어느 땐 가장 먼 사람이기도 한 어머니와 아버지. ‘어머니의 문안 전화’(서석화)는 매일 아침 10시, 뇌졸중으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에게서 걸려오는 안부 전화로 시작하며, 전날과 똑같은 물음과 대답으로 이어지는 엄마와 딸의 대화에서 그 관계의 지난함에 대해, 그러나 결국 애뜻함과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알고 있는 만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문안 전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제 자신도 뜨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언제 한번 봐’(이승우)를 통해서는, 피상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태도 혹은 그런 태도로 상처받았던 일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문자와 메일 등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도 사람을 만나는 게 자연스러워진 시대입니다. 오히려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일에 거부감과 불편함을 느꼈던 적도 있었고요. 그렇게 제 자신을 미루어 생각해보니, 제 곁에서 상처받았을 누군가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언제 한번 봐’처럼, 습관처럼 내뱉는 그 말들이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으로 이어지지 않고, 서로를 외롭게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오늘의 내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내일의 나는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 나를 찾는 길 위에서 생각합니다. <반성>이라는 책의 마지막 장은 결국 나에게 남겨져 있다는 것을.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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