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5.01.27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달리기가 가르쳐준 삶의 의미에 대해
  2. 2014.04.22 《렉싱턴의 유령》 - 제발
  3. 2012.07.31 [요즘 뭐 읽니?] 무라카미 하루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4. 2012.02.29 [서점에서 만난 사람] 책과 함께 하는 삶이 좋아! - 컨텐츠팀 이원영
  5. 2011.08.02 [요즘 뭐 읽니?]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6. 2009.11.20 <1Q84> - 여전히 소중한 하루키의 소설들 (10)
  7. 2009.11.04 넬, 나오코, 그리고 그녀
  8. 2009.10.05 짜잔~ <1Q84> 리뷰대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달리기가 가르쳐준 삶의 의미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문학사상 | 2009


책을 추천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독서를 워낙 즐기는 탓에 한꺼번에 여러 책이 아우성쳐서 골치가 아프다라고 말한다면 뻔한 거짓말이겠지만. 암튼 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추천한 책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내 경우엔 추천한 사람이 더 궁금해진다. 그래서 책을 추천한다는 건 어딘가 약간은 부끄럽고 겸연쩍은 일이 되어 버렸다. 이럴 때면 가급적 내가 하는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보편적 성격의 책을 고른다. 아무래도 그런 편이 남 얘기 하듯 책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고 솔직하고 편하게 독자 입장에서 책에 대한 인상을 펼쳐놓을 수 있어서 좋다. 내겐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란 그런 책이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 않았다’라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책 말미에 써놓은 자신의 묘비명을 나도 달리기할 때마다 곱씹곤 한다. 그 말을 생각하며 달리면 희한하게도 어떡하든 계속 달리게 되고 지친 와중에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 책을 읽고 이미 수많은 사람이 달리기를 즐기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니, 사실 들은 바는 없지만 그럴 것이라고 충분히 확신하게 된다. 책을 읽다가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달리도록 만드니까. 스무 살 이후 동네 운동장 몇 바퀴도 뛰어본 적 없는 게으른 나 역시 달리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2009년 1월이었다. 무척 추웠던 휴일 아침, 아무도 없는 천변을 달리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 턱이 없던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스스로 감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느낌은 거창하게 말하면 어떤 내면적 ‘만남’ 같은 것이었다. 그날 이후 달리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갑자기 긴 거리를 달리게 된 것은 아니었다. 틈나는 대로 달리면서 점차 거리를 늘려나갔다. 몇 달이 지난 후엔 10킬로미터를 편하게 달리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엔 하프코스를 완주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건축설계다. 이 일로 말하자면 알려진 만큼 멋있거나 폼 잡는 일이 분명히 아니다. 대신 알려진 것 이상으로 고되고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일임엔 틀림없다. 하루키가 달리기를 자신의 고된 글쓰기 인생을 지속하게 해주는 숭고한 정신적 ‘의식’으로 삼은 걸 보며 나 역시 달리기를 내 고된 직업을 계속 이어나가게 해주는 ‘의식’으로 삼고 싶었다. 그리고 그처럼 달리기를 하며 글을 쓰고 싶었다. 그렇게 흉내내다보니 일을 하면서 달리고 글도 조금씩 쓰는 삶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여전히 건축설계를 하고 틈나면 달리기를 한다. 글을 쓰다 보니 책도 몇 권 펴냈다. 지금의 삶을 모두 달리기를 시작한 탓으로 전제 할 수는 없겠지만 서른아홉이었던 그 해 1월,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조금 궁금하긴 하다.

 

특별한 다짐을 위해 며칠간 하루 20킬로미터 이상을 걸었던 2010년 12월 겨울 지리산에서도 이 책은 나와 함께 있었다. 아테네의 폭염을 이기고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던 대목을 읽으며 살을 에는 눈보라를 뚫고 산길을 걷는 내 상황이 재밌어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난다. 트래킹을 마치고 민박집에 몸을 뉘여 책 몇 꼭지를 읽다보면 기다리고 있는 다음날 행군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다. 외려 마음이 훈훈해지면서 금새 잠이 들었다. 어디선가 훈풍이 불어오는 듯한 그의 후끈한 이야기가 지쳐있는 심신에 무척이나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하루키의 언어는 종종 소재로 삼는 이야기를 훌쩍 넘어서서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이야기 하곤 한다. 하루키의 그런 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적잖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리드미컬하게 팔과 다리가 움직이고 중력을 이기며 땅을 밀어내어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정신을 집중해서 알아간단 건 어떤 삶의 비밀 하나를 이해하는 것과도 같다. 5킬로미터든 10킬로미터든 21킬로미터든 한 발자국씩 달리고 나면 소진된 육체와 정확하게 반비례되는 정신적 충만함이 채워지는 것이다. 긴 거리를 천천히 달려간다는 행위가 신체단련의 차원을 넘어 자기수양의 도구가 된다. 책을 읽으면 누구라도 그런 도구가 하나쯤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겨울의 한복판에서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며 책을 다시 펼친다. 봄을 기다리는 시점에서 새로운 내면의 다짐과 사색이 필요할 때 아주 제격이다. 엊그제도 호수 공원을 달렸다. 어느덧 이렇게 달린 지 6년이 되어가는구나 생각하면서. ‘젊은 날의 믹재거는 마흔다섯이 된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다’라는 책의 구절을 되뇐다. ‘누구든 나이를 먹으며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 속에 몸을 두고 살아가고 있다. 그 세계에 있는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일단 살아가야 한다’고 하루키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나도 마흔다섯이다. 강물을 생각하며, 구름을 생각하며 그저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계속 달려온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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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과 서평을 나누고자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을 펜벗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펜벗이란 서평을 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를 의미합니다.
매주 월요일, 성실한 서평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 명예 펜벗 일문일답


 


최준석 | 건축가. 건축사사무소나우대표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NAAU를 운영하면서 주택, 어린이집, 기숙사, 기업사옥 등 다양한 건축설계를 진행 중. 서른여덟 살 때 집이나 글이나 ‘짓는’ 건 매한가지라는 소소한 깨달음을 얻은 후, 본업인 건축설계 틈틈이 글짓기에도 즐겁게 공을 들이고 있다.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정의를 여전히 신뢰하기에 겉모양이 현란한 외향적 건축보다는 삶을 위해 소소한 배경으로 존재하는 내성적 건축을 좋은 건축이라 믿는다.

첫 책 《어떤 건축》이 2010년, 두 번째 책 《서울의 건축》이 2012년, 그리고 작년에 《서울 건축 만담》이 나왔다. 주기상으로 보면 2년에 한 번 책을 내는 셈이다. 우연한 작업 결과인가. 모종의 ‘자신과의 약속’인가.


자신과의 약속까진 아니지만 첫 책을 내고 대략 2년마다 한 권씩 책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 했었다. 하지만 사무소 운영하면서 책을 쓴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고 그렇게 하고 싶다고 될 일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2년 주기로 책이 나오고 있는데 특별히 지키려고 애를 쓴 적은 없다. 우연히 그렇게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취미 이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정신적인 소모가 많은 일이다. 좋은 글에 대한 욕구가 클 때면 더 할 테다. 밥벌이를 위한 노동 이후, 시간을 쪼개 글을 쓰고 있다. 당신은 왜 글을 쓰려 하는가.


처음엔 글쓰기를 노동과 다른 종류의 일로 생각했다. 그렇다고 취미로 여기지도 않았다. 글쓰기를 통해 건축실무에서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표현하면서 스스로 위로받고 싶었던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일종의 대리배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글쓰기 자체를 통한 자기정화의 의미가 좀 더 큰 것 같다. 글을 쓰고 돈을 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글쓰기가 점점 노동으로 느껴지고 있다는 게 조금 유감이다.

프로필 중, 집이나 글이나 ‘짓는’ 건 매한가지라는 표현을 했다. 좋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매칭이다. 지금껏 지은 3권의 책에 대한 리뷰를 한다면. 글이 원하는 설계대로 잘 지어졌는가.


‘짓는다’는 표현이 좋다. ‘만든다’는 그 자체로 완결의 의미가 있고 만드는 사람이 더 중요한 느낌이지만 ‘짓는다’의 의미는 밥이든 집이든 글이든 짓고 나서 그것을 먹고살고 읽는 사람까지를 포괄한다고 생각한다. 책들이 잘 지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독자들의 몫이 아닐까.

과거 어떤 책을 읽었고, 현재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분야든 상세한 제목이든 관계없다.

건축 관련 책부터 소설, 실용서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한꺼번에 여러 권을 보는 스타일이라 일이 바빠지면 마무리가 잘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세상물정의 사회학》과 《논어》다.

 

추천 책에 대한 한마디.

행동하게 하는 책들이다. 《빵굽는 타자기》를 읽고 무슨 글이든 써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여행의 기술》을 읽고서 생각만 하던 먼 여행을 실행했다. 《집을 생각한다》를 읽으면 내 가족을 위한 집을 짓고 싶어진다. 최근에 읽은 《건축과 감각》은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었다.

일반적인 서평이라기 보다, 주제를 정해 책을 고르고 글을 쓰는 작업이었다. 어땠는가. 독자들이 ‘겨울’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작성한 서평을 둘러보았다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개인적으로 겨울이라는 계절의 다면성을 좋아한다. 겉으론 추워서 움츠려있는 듯 보이지만 속에는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열망이 있다.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사람마다 다양한 느낌으로 기억되고 표현되는 것 같다. 서평을 몇 개 읽으며 겨울이 새삼 참 복잡한 계절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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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싱턴의 유령》 - 제발

 

 

 

무라카미 하루키 | 《렉싱턴의 유령》 | 문학사상 | 2013  

 

수원대 허호 교수의 이야기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서울에 와서 강연했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러자 오에 겐자부로는 "최근에 하루키가 쓴 단편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흔쾌히 대답했다. 그 당시 하루키의 단편 출판을 따져보면 오에 겐자부로가 말하는 단편이 《렉싱턴의 유령》이 아니었겠느냐고 허호 교수는 말한다.

 

《렉싱턴의 유령》은 하루키다운 상상력이 응축된 책이다. 단편이기에 그것은 더 빛을 발한다. 이 책에 실린 일곱 개의 단편은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인 ‘오컬트(occult)’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등장인물의 심리를 공통으로 흔들고 있는 정체는 바로 '공포'다. 첫 번째 단편의 제목만 보고 '설마 렉싱턴에 유령이 나타났다는 말이겠어?' 생각했는데, 진짜다. 렉싱턴에 유령이 나타났다는 말이다. 두 번째 단편 '녹색 짐승'. '설마 징그러운 녹색 짐승이 나타난다는 말이겠어?' 했지만, 이번에도 맞다. 그 뒤를 잇는 '얼음사나이'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제목을 먼저 짓고 내용을 써 내려가기라도 한 듯 제목의 영역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제목에 드러난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그것'이 이 책의 줄기에 수분을 공급하는 관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근 세상을 휘젓는 공포의 정체는 '아이들의 죽음'이다. 아이들이 계모에게 맞아 죽었고, 28개월 된 아기가 게임중독에 빠진 비정한 아빠의 손에 질식사당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공포를 확산하는 건 사실이지만 하루키가 《렉싱턴의 유령》에서 주목한 관점에서 보자면 사건의 결과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공포의 정체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미 오랫동안 사람의 내부에 있었다. 그리고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에 공포는 점차 확산한다.

 

이 책의 단편 중 하나인 '토니 다키타니'에서 공포의 실체는 아내의 죽음이지만, 그것에 대해 말하기 전에 토니 다키타니의 아버지의 생애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의 아버지 다키타니 쇼자부로는 재즈 트롬본을 연주하며 혼자만의 인생을 즐겼다. 토니가 출생한 지 3일 만에 아내가 죽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유흥으로 그 고독을 외면했지만, 만 3일부터 시작된 토니의 고독은 평생 그를 불편하게 한다. 광고 일러스트 일을 하며 성공했고, 결혼도 했지만, 고독이란 공포를 마음속에서 떨치지 못했다. 고독하지 않게 됨으로써 다시 또 고독해지면 어쩌나 하는 공포. 그의 고독에 대한 공포는 아내에게도 전이된다. 아내는 쇼핑중독에 빠진다. 그리고 아내는 차 사고로 뜬금없이 죽는다. 방 하나에 가득한 명품 옷과 이백 켤레의 구두를 남긴 채. 이것이 공포의 실물이다. 진짜 정체에는 도달하지 못할 만한 뜬금없는 형태로 공포는 나타난다. 아내의 옷과 구두는 토니에겐 쓸모도 없거니와 아내를 회상하기엔 버겁도록 많은 양이다. 그래서 가정부로 고용할 여자에게 아내의 옷을 입는 조건을 내걸지만, 그 용도로도 공포의 실물을 처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토니는 마침내 중고 의류업자를 불러 아내의 옷을 전부 넘겨준다.?

 

텅 비어버린 아내의 방에는 여전히 아내의 그림자가 남아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망각의 힘은 작용할 것이고, 그림자는 희미해진다. 그가 지니고 있는 고독의 공포도 희미해질까? 아내가 죽은 지 이 년 만에 그의 아버지가 죽는다. 아버지는 산더미 같은 레코드판을 남겼다. 이번에도 토니는 중고업자에게 레코드판 더미를 처분해 버린다. 아내의 명품 옷과 아버지의 레코드판이 그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옷과 음악에 중독되는 시간에 토니는 외로웠을 테니까. 그의 고독은 만 3일부터 시작된 어머니의 부재에서 시작했다. 사랑하는 이들로부터의 외면에 이르기까지 고독은 아주 오랜 시간 축적되어 그에 걸맞은 무게로 존재했다. 그러니까 단편 '토니 다키타니'에서는 아내의 죽음 그 자체가 공포가 아니다. 공포는 토니가 쉽게 찾을 수 없는 지경까지 숨어 버린 지 오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 부분을 독자의 손이 닿을까 말까 할 부분까지만 건드려 준다.

 

유독 '토니 다키타니'라는 단편이 기억에 남아 길게 적었다. 《렉싱턴의 유령》의 다른 단편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푼다. 공포, 그 너머의 것. 공포는 실체를 드러내기 전에 오랫동안 모습을 숨기고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그 실체를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니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저 담담히 이야기할 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의 인생에서 정말로 무서운 건, 공포 그 자체는 아닙니다. (...) 공포는 확실히 내부에 있습니다. (...) 그것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서 때로는 우리의 존재를 압도해버립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 공포를 향해 등을 돌리고 눈을 감아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자신 안에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무엇인가에 줘버리게 됩니다." (200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moya님은?
‘책을 읽으면서 놀고, 먹을 순 없을까?’ 이 생각을 조금씩 행동으로 옮겨보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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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무라카미 하루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 문학동네 | 2012

 

나른한 오후, 의식은 자꾸 아래로 아래로만 가라앉습니다. 그 끝은 당연히, 꾸벅거리며 졸고 있는 직무태만 상태. 표면적으로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긴장의 끈을 놓고 늘어진 육체를 의자에 겨우 걸치고 있는 상태. 감은 두 눈을 뜨려고 애써 보지만 어느새 정신 차리고 나면 또 다시 같은 상태. 의식이 깨어난 찰나, 잽싸게 그 틈을 치고 들어온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이라봤자, 에어컨 팡팡 터지는 쿨~한 방구석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사지를 제멋대로 뻗은 채 낮잠이나 실컷 자는 헛된 꿈꾸는 그런 상태. 써진 것과 써야 할 것 사이를 오고가며, 이처럼 단순하고 저질스러운 말장난으로밖에 하루키를 불러내지 못하는 그.그..런 상태.

 

“제 꿈은 쌍둥이 여자친구를 갖는 것입니다. 쌍둥이 자매 둘 다 제 여자친구인 것―이것은 십년 동안 품어온 제 꿈입니다. 

 쌍둥이 여자가 이런 글을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난 잘 모르겠다. 어쩌면 불쾌해할지도 모른다. 말이 되는 소리야, 하고 버럭 화를 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이건 그저 제 꿈일 뿐이에요. 꿈이란 대개 불합리하며 일상의 규제를 넘어선 것이죠. 그러니 ‘이건 그저 무라카미 하루키의 꿈이야’ 하고 너그럽게 이해하고 읽어주십시오.”

 

무라카미 하루키의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중 서두입니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하루키의 백일몽을 읽으며 제 머릿속은 자꾸만 ‘불합리하며 일상의 규제를 넘어선 것’으로 채워지고 있네요. 그러나 저는 하루키가 아니고, 여기는 사무실이며, 지금은 근무시간이므로, 어서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사장님 이하 ~장님들께서 너그럽게 이해하고 읽어주진 않으시겠지요.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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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책과 함께 하는 삶이 좋아! - 컨텐츠팀 이원영

참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통 만날 수 없었던, [서점에서 만난 사람]. 다시 봄이 옴을 기념하야, 앞으로 더 많은 책과 사람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힘차게 힘차게 달려나가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분은 저희 반디앤루니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물론 모든 분들이 그렇습니다만;;), 도서DB를 담당하시는 분입니다. 실물 책을 볼 수 없는 온라인 서점의 특성상, 도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반디앤루니스를 이용하시는 고객분들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 당장 반디앤루니스의 '베리 임포턴트 퍼슨'인 이 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볼까요?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디앤루니스 인터넷서점 컨텐츠팀의 DB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이원영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인터넷서점의 메타DB를 관리하는 업무입니다. 쉽게 말해 온라인상으로 도서를 판매할 수 있도록 등록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분들께서 진열된 도서를 만나보는 것처럼, 온라인서점에 방문해 주시는 고객님들이 보는 상품을 관리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간도서는 매일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만. 매일 신간을 만나는 일은 참 즐겁습니다.  제 관심분야의 도서라면 더욱 더 그러하지요. 저는 소설과 에세이 등, 문학 분야의 도서들을 좋아하는데요. 신간 보도자료를 만났을 때 말머리에 [문학]이라는 글귀가 있다면, 그런 자료들은 아주 편애합니다. 아. 그렇다고 다른 도서의 자료들을 소홀히 대하는 건 아니예요. 그저, 문학분야의 책들에 지대한 사랑을 쏟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디앤루니스에서 일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드라마틱한 계기가 있었던 거라면 좋을텐데, 아쉽게도 그런 순간은 없었습니다. 남들처럼 아주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원대한 꿈은 갖지 못한 채 사회에 나와보니 호락호락 하지 않았습니다. 취업의 문턱에서 참 고민이 많았던 시기가 생각나네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잡지사 기자로도 살아보고, 도서관 사서 보조로도 살아봤는데요. 그러는 동안 막연히 책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구체화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전전하면서 잠시 숨 고르기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그 때 반디앤루니스 인터넷점의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지원했고, 붙었습니다. 그래서 반디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죠! 처음 입사는 인터넷점 고객지원팀이었습니다. 도서를 주문하신 고객님들께 도움을 드리는 일로 시작해서 꽤 오랜시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자리로 옮겨 오게 되었는데요. 고객팀에서 배웠던 것들이 지금의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드라마틱한 계기는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동안 거쳐왔던 여러 직업들이 반디에서 일하기 위한 준비 단계였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아부성 발언인가요?!! ^^

 

반디앤루니스에서 일하시는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 어떤 순간이 의미 있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순간순간이 제게는 가볍지 않은 날들입니다. 책과 함께 하는 업무는 아주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직업이었거든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힘들다는 말을 많이들 하시죠? 저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매일이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을 먼저 만나는 이런 날들이 제게는 모두 의미 있는 날들이예요.  

 

도서 DB를 담당하는 업무 덕분에, 신간 도서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 많이 접하실 텐데요. 담당하시는 일의 장, 단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담당하고 있는 일이 신간도서를 등록하는 일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도서의 내용을 먼저 알아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도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출간을 기다리고 있던 도서라면 그 흥이 깨져버리는 것도 감수해야 하구요. 또 반대로 생각하면 가장 먼저 신간도서의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일 수도 있구요. 

 

최근 몇 개월간 나온 도서 중 주목하고 있는 도서에는 어떤 게 있나요?

 

최근 나온 도서 중, 주목하고 있는 도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과 문국진의 《지상아와 새튼이》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워낙 유명한 작가이니 따로 소개가 필요없겠죠. 이번에 출간된 《잡문집》은 청년 하루키의 글부터 환갑이 넘은 작가의 글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18살 때 처음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어요. 지금은 《상실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작품이죠. 그때부터 하루키의 작품은 거의 찾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예요. 그래서 추천 이유는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라서 주목하고 있다고 밖에는.... 저는 반디에서 예약판매 이벤트로  주문했어요. 잡문집 달력도 받고 적립금 3000원도 챙겼습니다. 한 장 한 장 아껴가면서 읽을 예정입니다.

 

다음으로 주목하고 있는 책은 문국진의 《지상아와 새튼이》라는 도서입니다. 법의학자이신 문국진 저자의 작품인데요. 한국 법의학에 관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여 년 전 《새튼이》와 《지상아 1, 2》에 실린 이야기들 중 현대에서 의미 있을 만한 꼭지들을 간추려 새로 출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미국드라마 중에 를 즐겨 보는데요. 한번이라도 시청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드라마에는 최첨단의 법의학 장비들과 법의학자들이 등장해요. 미국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파헤쳐서 해결하는 거지요. 우리나라에도 분명 저런 사건과 해결사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요.  마침 이번에 나온 신간이 그 궁금증을 풀어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났던 범죄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해결이 관한 것들이 소개되고 있어요. 1부는 완전 범죄는 가능한가? 라는 섹션이던데,, 궁금증이 마구마구 솟아나지 않으신가요? 

 

매일 매일,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을 보면서 혹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어떤 날은 진짜 징하게 일 많다고 생각하고, 어느 날은 저 책들 중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들은 얼마나 될까 생각하고, 어느 날은 저 한 권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 한 날은 나도 책 한 권 내? 하는... 용감한 생각을 하기도 하지요.

 

그래도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모든 출판사에서 한 권의 도서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을 기울였는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잘 포장해서 등록해 주려고 해요. 출간되는 도서들 중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들은 많지 않지만, 모두들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세상에 나오는 것들이니까 한 분이라도 더 만나서 그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아주 건설적인 생각이 대부분입니다.  

 

직원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반디앤루니스 사이트 중 가장 이용 빈도수가 높은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오늘의 책' 코너를 매일 챙겨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독서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오늘의 책 코너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꼼꼼히 보는 편이예요, 그리고 그 관심이 종종 구매로 이어지기도 하구요. 그 다음으로는 반디 블로그에 매주 화요일마다 연재되는 <반달토끼의 책방앗간>도 챙겨보는 코너 중에 하나입니다. 

 

평소 독서를 즐기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요즘 읽고 있는 책에는 어떤 게 있나요?
  
불과 1~2년 전만해도 한 권의 책을 다 읽어야지만 다른 책을 손에 들었는데요. 근래에는 여러 권의 책을 함께 읽어가는 습관이 생겨서 요즘은 함께 읽고 있는 책들 소개해 볼께요. 

 

먼저, 일상의 부부 이야기인 《함께하는 보통날》과 임신거부증에 대해 다루고 있는 《나는 임신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막 읽기를 끝마친 히가시노 게이고 《새벽거리에서》입니다. 

 

 

《함께하는 보통날》은 평범한 부부가 결혼 안식년을 보내면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 가는 지에 대한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해서도 연애하듯이 살아가는 저자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고 하는 아기자기한 책입니다. 

 

《나는 임신하지 않았다》라는 책은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서래마을 유아살해사건에 대한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여기서는 임신거부증에 걸린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임신하면 나타나는 몸의 변화가 전혀 없었는데도 어느 순간 아이가 나오는 그런 기막힌 이야기입니다. 서래마을에서 영아살해 사건의 주인공도 이 책에서 한 사례로 다루고 있습니다. 모성본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도서는 좋아하는 작가 중 한사람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새벽거리에서》입니다. 이 책은 '내가 사랑하게 된 여자가 살인사건의 용의자이다'라는 전제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히가시노의 기존 작품들처럼 내용에 푹 빠져들어서 읽었어요. 역시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손에서 놓기가 힘들었던 작품입니다. 

 

독서는 주로 언제,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곳곳에서 책을 읽습니다. 화장실에서 침대에서 거실에서 이동 중에 등등. 여러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독서시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입니다. 그 때 만큼 집중이 잘 되는 시간도 없는 것 같아요. 출근길 지하철인 만큼 사람은 많지만, 오롯이 혼자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매일 출퇴근 지하철에서 대부분 독서가 이루어지고, 그리고 잠들기 전 침대에서,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요 정도.. 장소는 이렇구요.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요즘은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버릇이 생겨서 3~4권씩 함께 읽어 나가고 있어요. 가끔은 내용이 헷갈릴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생생하게 기억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한 권을 모두 읽고 난 후에 다른 책을 잡는 것보다, 여러 권을 함께 읽어나가는 것이 제게는 맞는 것 같습니다. 싫증을 잘 내는 편이어서 그런지, 한 작품을 모두 읽기 전에 잠깐 지겨워 질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 다른 작품을 읽는 식으로 여러 권을 함께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책 읽는 설렘’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새 책을 집어 들 때면 묘한 쾌감이 들어요. 요것도 읽어주겠어. 하는 건방진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가벼운 성취감 같은 걸 느끼기도 하죠. 겨우 한 권 독서에 그런 거창한 마음이 드는 거냐고 하신다면 대답할 말은 없지만, 저에게 책 읽는 설렘이란 도전과 성취라고나 할까요. 도전한 분야가 저의 관심 분야가 아니라면 성취감은 더욱 높아져요. 아무래도 비관심 분야의 도서들은 읽는 속도가 떨어지거든요. 중간쯤 가서도 에잇, 안 읽어! 할까 하는 마음도 생기구요. 그래도 읽어가는 건, 모든 책에는 배울 것이 있다는 나름의 지론 때문입니다. 

 

도선과 성취! 그 두가지가 저에게는 책 읽는 설렘이예요.  

 

평소 즐겨 읽는 분야가 따로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그간 읽어온 책 중에 추천할 만한 도서도 소개해주세요.

 

저는 소설과 에세이, 여행기가 실린 책들을 좋아해요. 근래에는 소설보다도 에세이 분야에 더 치중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 사는 얘기가 참 좋거든요. 여행기는 당장 떠날 수 없는 매인 몸이기 때문에 대리만족으로 읽는다고나 할까요. 소개해 드리고 싶은 책이 참 많은데, 그중에 제가 요즘 지인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있는 책을 이 자리를 빌어서 여러분들에게도 추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작년에 처음 알게 된 작가의 작품인데,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정희재님의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라는 작품과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이 두 권 추천하고 싶어요. 요즘 사람들 모두 너무 바쁘고 고민도 많고, 한 순간도 오롯이 생각할 시간을 갖기가 어렵잖아요. 저도 요즘 사람이기에 항상 고민도 많고, 불안한 하루를 살고 있어요. 그렇게 흔들리던 시기에 읽었던 2권의 책인데요. 그 시간에 많은 위로와 치료가 되어주었던 책입니다.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라는 작품은 일상의 소소한 시간들을 풀어놓은 에세이 모음집이예요. 도시에서 겪는 여러 가지 일들에 관해 주제를 잡고 써내려간 치유의 에세이입니다. -나름 이렇게 이름 붙이고 싶네요 -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라는 도서는 티벳트 여행기입니다.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작품을 먼저 접하고 찾아 읽게 된 같은 작가의 작품입니다. 중국과 티벳트의 문제는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어찌 보면 우리나라와 참 많이 닮은 티벳민족과 부대끼면서 겪은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입니다. 기존의 여행서와는 다르게 작가의 주관적인 느낌과 현지 생활이 주가 되는 여행서입니다. 숙박정보나 관광지 안내는 없으니 이점 유념해주세요!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참 많이 들었어요, 그 중 가장 큰 수확은 제가 받은 모든 혜택들에 감사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 전에는 말로 주절거렸던 것들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 작품이랄까요. 

 

제게 많은 위로가 되었던 작품이어서, 많은 분들이 읽고 위로받고 치유받았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편애하는 작가들이 몇몇 있어요. 김영하, 공선옥, 정희재, 한강, 기형도, 공지영, 박민우,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 요네하라 마리 등등 입니다.

 

딱 한사람만 꼽기는 힘들어요. 다들 나름의 색채를 가진 작가님들이어서 고루고루 편애해 드리고 있습니다. 일부러 찾아서 읽는 작가들의 책은 위에서 소개한 작가들 정도지만,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를 때면,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는 것도 좋아해요. 보석같은 작가들이 곳곳에 숨어있으니까요.   

 

늘 마음에 두고 있거나, 몇 번이고 다시 보며 감동을 느끼는 책이 있으신가요?

 

앞에서 추천해 드린 도서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라는 도서예요. 티벳민족이 중국사람들을 대하는 마음에 관해서 읽을 때마다 제 태도를 반성하고 또 반성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 같은 도서예요. 

 

그리도 또 한권 《그래, 인디아》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여러 명의 인도여행자들을 인터뷰해서 묶어낸 인터뷰집인데요. 엮은이의 발랄함도 느껴지고, 인도라는 도시를 꿈꾸게 합니다. 사람에게서, 업무에서, 폭발할 것 같이 스트레스를 받은 날,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날. 자기 전에 한 챕터씩 읽는 책이예요. 아주 큰 감동을 준다기보다는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삶을 훔쳐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곤 합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딱, 이거다라고 정해놓은 기준은 없지만, 일단은 저의 흥미를 끌어야겠지요, 그리고 재밌어야 합니다. 딱딱한 철학서나 경제관련 서적은 잘 보지 않아요. 그리고 터무니없는 사랑이야기도 기피하는 편입니다. 좋은 책을 골라 읽으려면 조금은 엄격한 기준을 정해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 재밌는 책이 좋네요. 

 

그리고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나름 가장 큰 기준이 베스트셀러는 바로 읽지 않는다 입니다. 많이 팔린 도서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겠지만,  어쩐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읽고 있는 책은 같이 읽기가 싫어져요, 그 인기가 사그라 들 때 쯤 슬그머니 읽고 있습니다.

 

그간 읽으신 소설 속 캐릭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주인공 '아오마메'와 '덴고'가 생각나네요. 푸른콩 그녀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골덴자켓을 상상하게 만드는 덴고. 가끔 그 두 사람이 생각납니다. 둘 다 많이 외로운 사람들이어서, 《1Q84》를 읽는 내내 친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비오는 날 가끔 생각나요. 현실 속 친구는 아니지만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들이랄까요!!  

 

책으로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면, 어떤 책을 꼽으시겠어요?

 

글쎄요.. 굉장히 변덕스럽고, 고집쟁이며, 유유부단하기도 하고, 쎈 척하면서, 어쩐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 FM스러운 도서가 있다면 추천해주시겠어요? 아, 그러면서도 마음은 약해서 잘 울기도 해야 하고, 소심한 복수를 꿈꾸기도 해야 하는 도서입니다. ㅋ 나열하고 보니까 제가 좀 이상한 사람 같은데요.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어쩐지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는 작품이 생각나네요. 책에 관련된 판타지 소설인데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저와 조금은 닮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신기한 캐릭터들이 많거든요. 아니면 말구요. 하하핫!!  

 

가장 좋아하는 분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어떤 건가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선물이 책이 아닌가 싶어서...  저는 책 선물을 자주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꼭 한 권 하게 된다면 앞서 말씀드린 정희재님의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라는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 외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두서없이 말이 많아진 것 같아요. [서점에서 만난 사람]을 써야 한다고 했을 때는 부담감이 많았는데, 끝내고 나서 보니 뭔가 아쉬운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책에 대한 수다는 좀 더 떨고 싶어요.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분인데도, 이렇게 찬찬히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인터뷰에 대한 부담감이 많으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써야 한다고'가 당부(?)드렸던 당사자로서 결과적으로 나름은 잘 한 일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아직 꺼내지 않으신 무궁무진한 책 이야기, 다음에 또 들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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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읽니?]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문학사상사 | 2006
 

제겐 청개구리의 유전자가 몸 속 어딘가에 박혀 있는 모양입니다. 남들이 다 같이 읽는 책은 '죽어도' 읽기 싫어하는 성미가 있거든요. 에, 그러니까 베스트셀러들은 대체로 몇 년 뒤에나 읽게 되거나 아예 읽지 않거나 한다는 말이죠. (한 마디로 쓸데없고 재수없는 고집이랄까요) 그 대표적인 예가 '냉정과 열정 사이'였습니다. 모두가 지하철에서 오렌지 빛깔 혹은 푸른 빛깔의 자그마한 책에 고개를 처박고 있을 때도 흥, 하며 콧방귀를 뀌었던 저였더랬습니다. 3-4년이 지난 뒤에야 겨우 읽었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좋다'고 할 만큼의 감동을 느끼지 못해 '거 봐, 이럴 줄 알았어'하며 실망을 했었죠. 이런 실망의 리스트가 늘어갈 때마다 저의 '마이너'한 취향을 다시 한번 깨닫고 '난 시대와 융화할 수 없는 인간인가'하는 5초 간의 고뇌를 짊어졌었습니다.

 

몇 년 전 '냉정과 열정 사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지하철의 사람 10명 중 8명이 한 손으로 들고 있기엔 버거워 보이는 책을 들고 다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네, 예상하시는 바로 그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였죠. 저 역시 발빠르게 예약판매로 책을 구매해서 품 안에 받아든 상태였지만, 난데없이 불어닥친 이 광풍에 몸을 맡기고 싶지 않아져버렸습니다. 내놓고 '난 무라카미 하루키 빠다!'라고 외칠 만큼 대단한 팬도 아니었고, 고등학생 때 샀던 '상실의 시대' 역시 일종의 유행 아이템처럼 느껴져서 읽지 않았었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1Q84를 숙성시켜두고 있다가 지난해 여름 제주도 여행을 떠나며 묵직한 1권을 여행 가방 속에 넣어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가본 제주도에서 발바닥이 후끈해지는 낮을 보내고 숙소 침대에 누워 습관처럼 책을 펴들었습니다. 살짝 열어둔 창문 너머로 찌르찌르 우는 풀벌레 소리도 들렸고, 방의 온도와 습도도 쾌적하기 이를 데 없어 '최적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조건에서 1Q84를 읽어 나갔습니다. 처음엔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처럼 더듬더듬 읽혔지만 이내 롤러코스터가 변곡점을 지나듯 무서운 속도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놀러가서 밤새 책을 읽을 정도로 제가 열혈독자는 아니라서 끝까지는 읽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3권까지 내리 독파하고, '이렇게 끝내서는 아니된다!'며 1Q84 4권을 강력히 원하는 독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서 하루키의 수필집인 '비밀의 숲'을 대출해 읽고는 그냥 갑자기 하루키가 몹시 좋아졌습니다. 아마 그 책이 저를 정말 크게 웃게 했다는 게 이유였던 것 같아요. 도서관에 '비밀의 숲'을 반납하던 날, 몇 권의 단편집과 에세이집이 다였던 저의 빈곤한 하루키 책장을 채우기 위해 통크게 10권의 하루키 책을 사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그의 전작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아, 정말 서론이 어어엄청나게 길었는데요. 그래서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은 하루키의 처녀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입니다. 이 책은 널리 알려져있다시피 하루키가 재즈카페를 운영하며 틈틈이 쓴 첫번째 소설입니다. 매일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한밤중에 부엌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글을 썼다고 하는데요. 이른바 '키친 테이블 노블'이었던 셈이죠. 결국 하루키는 이 소설로 군조신인상에 응모하고, 신인상을 받아 작가로 데뷔를 하게 됩니다.

 

책의 첫 장에는 짧지만 명징한 울림을 주는 이런 문장이 쓰여져 있습니다.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실로 간단하다.

갑자기 무언가가 쓰고 싶어졌다. 그뿐이다.

정말 불현듯 쓰고 싶어졌다.

 

또 임경선의 '하루키와 노르웨의 숲을 걷다'에 보면 하루키가 한 문예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쓴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고 합니다.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어요.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청춘과의 결별' 같은 것이었죠. 한 번 써보고 다시 한 번 고쳐 쓰고 그래도 마음에 안 들어서 수정을 거듭했지요. 소설이 내 마음을 가장 정직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소설이라는 형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다 쓰고 나서 보니, 쓰기 전과는 사뭇 다른 장소에 내가 놓인 듯했습니다."

 

 

불현듯, 하지만 강렬하게 그의 내면을 흔들어 쓰고 싶게 만든 이야기와 하루키식 '청춘의 결별'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후에 발표된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댄스 댄스 댄스'의 모태가 되는 작품이라고 하니 하루키와 그의 작품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싶으신 분들이 놓쳐서는 안 될 책이라 생각됩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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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 여전히 소중한 하루키의 소설들

 

무라카미 하루키, <1Q84>, 문학동네, 2009


나는 문학과는 거의 반대편에 있다고나할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30대의 직장인이다. 이런 직종에서는 소설을 읽는다, 하루키를 아느냐, 라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조롱의 대상이 될지 모르는 그런 분위기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것이 싫다. 그런 이유로 여태 누구와도 <1Q84>에 대해 혹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그것은, 나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거나 어떤 등장인물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그 어떤 것보다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어서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자 한다면 그 어떤 소중함이 깨어질 것 같은 두려움마저 느낀다. 그냥 나 혼자 웃고 때론 눈물지으며 감동받으면 그만.

문학동네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된 이번 리뷰대회 소식을 듣고, 나 스스로 <1Q84>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애정을 한번쯤 정리해보고자 생각했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지만 혼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단편들을 찾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일어원서를 뒤지고, ‘하퍼스 매거진’, ‘뉴요커’를 주문해서 영어사전을 뒤지며 보낸 숱한 시간들을 30대가 끝나기 전에 한번쯤은 정리해보고 싶었고 이번이 마침 그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1Q84>는 기본적으로 연애소설

“단 한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 한다 해도.”(1권, 408쪽)

<1Q84>는 기본적으로 연애소설이다. 주인공 덴고와 아오마메는 이 소설의 시점이 되고 있는 1984년으로부터 20년 전 초등학교 3, 4학년 동안 동급생이었다. 몹시 맑은 12월 초순의 오후, 방과 후 청소가 끝난 교실에 우연히 둘만 남게 되었고 둘은 한동안 말없이 손을 꼭 잡았다. 아오마메는 곧 전학을 가게 되고 각각 서로를 마음에 품은 채 성장하게 된다. 오래된 재즈 레퍼토리 「페이퍼 문」의 노랫말처럼. 아오마메가 없는 세상은 연극 무대에 걸린 종이로 만들 달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낀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게 아무리 형편없는 상대라 해도, 그쪽이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인생은 지옥은 아니다. 가령 약간 암울하긴 하더라도.”

“만일 너의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싸구려 축제(honky-tonk parade)에 지나지 않아.”


아오마메는 킬러가 되고, 덴고는 수학 강사이자 작가지망생으로 성장해서 서로 모른 채 같은 도시에서 살아간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소설을 구상할 때 덴고와 아오마메라는 주인공의 이름을 생각해내고, 이것으로 소설이 완성될 수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소설은 기본적으로 12살 때 서로를 좋아했던 소년 소녀가 20년 후에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될 것인데, 이것을 최대한 복잡하게(지구는 둥글고 인생은 복잡하다) 적어보자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독자가 등장인물과 연애를 하게 만드는 소설

장편소설의 매력은 단순히 스토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스토리만 있다면 그것은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만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1Q84>가 소설이 되어야만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1Q84>의 구성은 1권, 2권, 각 24장, 총 48장으로, 이것은 본문 속에서도 언급되듯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에 대한 오마주이다.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은 수학자에게는 그야말로 천상의 음악이다. 12음계 모두를 균등하게 사용하여 장조와 단조로 각각 전주곡과 푸가를 만들었다. 모두 합해서 24곡. 제1권과 제2권을 합쳐서 48곡. 거기에 완전한 사이클이 형성된다.”(1권 p.438)

전주곡과 푸가가 반복되듯이 이 소설 역시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한 장(章)씩 반복된다. 천천히, 문장을 음미하면서 이 소설을 읽다보면 독자인 우리는 많은 등장인물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 독자가 등장인물과 연애를 하듯 등장인물의 한 마디, 한 순간의 표정에 눈물짓고 가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루키의 소설에서 가장 탁월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덴고와 아오마메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인물 - 17세의 소녀 후카에리, 여경찰 아유미, 보디가스 다마루에게까지 독자는 사랑을 느낀다. 작가의 등장인물과 성장배경에 대한 세세하고도 진실된 묘사가 그 실재감을 더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분석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등장인물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는 하루키의 중년 이후 소설들의 한 특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루키 문학의 탈개인화

한동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빠져있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비웃는 시절이 있었다. 일인칭 시점의 개인의 소소한 일상.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말주변 없고 내성적인 고도자본주의 시대의 소외된 남성상이라고 할 수 있을 개인 중심의 문체 - 그것이 오랫동안 하루키 문학의 특성인양 여겨져 왔다.

나는 이런 성향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하는 것을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느껴왔다. <헌팅 나이프>에서 여행지에서 만난 장애인 청년에 대한 애정에서도 느꼈고, <토니 타키타니>의 악단 주변을 떠돌던 아버지의 인생에 대한 묘사에서, 그리고 <렉싱턴의 유령>에서 아내의 죽음을 맞이한 후 3주간 잠들어있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고 자신도 3주일간 잠들어있던 친구의 이야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라고 소리치던 발랄하고 기발한 하루키의 젊은 모습은 서서히 희미해져 아득한 옛날의 기억처럼 느껴지고, 이제는 <우연의 여행자>에서처럼 양성성을 지닌 피아노 조율사가 유방암에 걸린 누나와 재회한다던가, <어딘가 그것을 찾을 것만 같은 장소에서>처럼, 지금은 코끼리인지, 우산인지, 올드 패션드 도넛 같은 건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을 찾고 나면 자신이 찾던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어떤 입구를 찾는 사립탐정의 이야기랄까, <Birthday Girl>에서처럼 인간이 자기 자신 이상의 존재가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 이하의 존재가 된다는 것과 똑같은 만큼의 깊은 죄악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수준 높은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로서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일본과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소설가로서의 면모를 <1Q84>를 읽으면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복잡한 <1Q84>의 줄거리

먼저 <1Q84>의 줄거리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인공 덴고와 아오마메는 이 소설의 시점이 되고 있는 1984년으로부터 20년 전 초등학교 3, 4학년 동안 동급생이었다. 몹시 맑은 12월 초순의 오후, 방과 후 청소가 끝난 교실에 우연히 둘만 남게 되었고 둘은 한동안 말없이 손을 꼭 잡았다. ‘증인회’라는 종교단체 신자의 자녀인 아오마메는 곧 전학을 가게 되고 각각 서로를 마음에 품은 채 성장하게 된다.

아오마메는 체육대학을 나와 마셜아츠 강사가 된다. 한때 수강생이었던 노부인을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아내를 때리는 나쁜 남자를 죽이는데 일조하면서 비밀스러운 킬러가 된다. 인륜의 범죄를 저지르고 한 여인의 인생을 망가뜨려 버리고도 뻔뻔히 살아가는 나쁜 남자들을 벌하는 역할을 맡게 되어 두세 명 정도 더 죽이게 된다.

덴고는 사설학원에서 수학강사로 일하며, 한편 문학상에 꾸준히 응모하는 예비작가이다. 어느 날 신인상 응모작 중에 눈에 띄는 소설 한편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1Q84>의 가장 큰 중심사건이랄 수 있는 후카에리와의 만남이다. 후카에리가 응모한 작품은 <공기번데기>라는 소설인데 문장력은 미흡하지만 환상과 실제의 경계를 배경으로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1984년, 아오마메는 킬러가 되고 덴고는 후카에리를 만난다. 아오마메는 언젠가 고속도로 갓길에 택시에서 내리면서부터 세상에 달이 두 개가 떠있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을 그 이전의 시절과 구분 짓기 위해 1Q84년이라고 이름 짓는다. 자신을 둘러싼 질문들(Questions)로 가득한 세계라는 의미에서.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는데, 이것을 제대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본문 중 소액자처럼 등장하는 작은 이야기들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인데, 후카에리의 <공기번데기>와 <고양이 마을 이야기>가 그것이다. 공기 중에서 실을 뽑아 커다란 고치를 만드는 이야기와, 이곳저곳을 여행하다가 고양이들이 사는 마을에 숨어 지내는데 실제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더라는 이야기는, 이 소설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소설 전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지만 이런 것까지 연관해서 줄거리를 뽑기에는 내 재능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좀 더 표면적으로만 스토리를 훑어보겠다.

<공기번데기>라는 소설이 계기가 되어 덴고와 만나게 된 후카에리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다. 1970년대 운동권 세력의 공동체였다가 점차 종교단체로 변한 ‘선구’라는 집단이 있었다. 후카에리는 이곳 지도자의 딸이었는데 ‘선구’가 어떻게 비밀스러운 종교단체로 변화하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공기번데기>가 담고 있는 어떤 비밀로 인해 후카에리는 은신해야만 하고 후카에리 주변의 인물들은 하나씩 사라져간다.

아오마메는 조용하게 몇몇 죽어 마땅한 인간을 벌한 후 마지막 살인의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데, 그 사람은 어떤 종교집단의 리더였다. 그는 열 살 난 어린이들을 상대로 교접하는 사이비종교집단 ‘선구’의 리더이다. 살인을 준비하는 동안 아오마메의 주변에도 사람들이 하나씩 끔찍하게 죽어가는 일이 생긴다. 덴고는 자신과 만나던 유부녀, 자신을 아끼던 편집자의 실종을 겪으며 자신 역시 <공기번데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고 후카에리와 ‘선구’에 얽힌 비밀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오마메가 ‘선구’의 리더를 만나게 되는데, 그를 살해하려고 하지만 ‘선구’의 리더에게서 저항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모든 것에 있어 선과 악이 명료하지 않고 그는 실제로(육체적으로) 죽어가고 있었으며,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도 알 수 없는 신의 계시에 의해 몸에 마비가 오고 그 상태에서 어린 소녀들이 자신과 교접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생리가 없는 소녀가 잉태를 해야만 신의 섭리를 증명할 수 있으므로). 리더는 스스로 죽기위해 아오마메를 택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진심을 증명하기 위해 탁상시계를 공중에 부양시키는 능력을 선보이기까지 한다. 아오마메는 결국 그 남자를 죽인다.

아오마메가 리더를 죽이던 그 시각, 덴고는 마치 그 리더가 그랬듯이, 정신은 말짱하지만 몸 전체가 마비되는데 그때 후카에리가 자신에게 다가와 후카에리와 몸을 섞게 된다. 그러고 난후 동네 놀이터로 나와 밤하늘을 바라본다. 최후의 살인에 성공한 아오마메는 자신이 은신해있는 맨션에서 창밖을 통해 보이는 놀이터를 바라본다. 그 놀이터에 앉아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20년 전의 덴고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덴고 역시 자신처럼 두 개의 달을 바라보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1Q84> 3편이 쓰여져야만 한다면

위의 줄거리에는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다. <공기번데기>의 환상적인 줄거리도 생략했고, 매우 중요한 개념이랄 수 있는 퍼시버와 리시버의 개념도 설명하지 않았다. “나는 지각하고, 너는 받아들인다.”

후카에리가 쓴 <공기번데기>라는 소설은 실제의 이야기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리틀 피플과 퍼시버의 출현은 비유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후카에리가 경험한 일이었다. 후카에리는 리틀피플의 도움을 받아 공기번데기를 만들게 되는데, 그 번데기 속을 열어보니 후카에리와 똑같이 생긴 육체가 놓여 있었고, 그 두려움으로 인해 후카에리는 ‘선구’를 빠져나와 도시로 탈출하였다.

‘리틀피플’이 선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를 구분 지을 수 없지만, 일단 ‘어떤 사악한 세력’이라고 가정해 보았을 때 리틀피플은 공기번데기를 만들어 그들의 뜻을 전달하는 ‘퍼시버=지각하는 자’를 만들어내고, 리틀피플의 뜻을 세상에 실천하는 도구로서 ‘선구’의 리더를 선택했다(리시버=받아들이는 자).

세상 사람들의 관점에서 볼 때, 어린 소녀와 교접하는 종교지도자는, 리틀피플의 시점에서 볼 때는 퍼시버와 리서버로서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리틀피플은 현세에 그들의 뜻을 실현시킬 신적인 존재를 잉태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리시버인 리더는 스스로를 살해했다. 아오마메의 손을 빌려서. 그렇다면 덴고와 교접하던 후카에리 역시 공기번데기에서 만들어진 퍼시버이고, ‘선구’의 리더(즉, 리시버)가 죽었을 때 덴고가 그 리시버의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고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1Q84의 세계에서 덴고가 리틀피플의 리시버가 되었다는 것으로 2편은 일단 종결을 맺는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3편은 어떤 식으로 이어져야 할까. (실제 어떤 인터뷰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3편을 집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3편의 주된 내용은 일종의 환상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공기번데기>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하루키가 말하는 ‘강함’의 의미

가끔 하루키의 소설을 줄거리로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황당하고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해변의 카프카>의 경우, 가출한 15세의 소년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15세의 소년이 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가장 설명되지 않을 곳으로 떠난 곳이, 자신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소도시였고 그곳에서 자신의 아버지의 예언 - 너는 나를 죽이고 너의 누나와 너의 어머니와 교접할 것이다 - 을 실행하게 된다. 물론 나카타라는 노인과 해변의 카프카라는 그림을 통해서라고 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일찍이 <태엽감는 새 연대기>에서도 이런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 사라져버린 아내와, 영매의 등장과, 몽골과 소련의 국경에서 겪은 마미야 중위의 끔찍한 경험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보다 복잡해지고 환상적이 되어가고 있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는 22세의 여성 스미레가 17년 연상의 뮤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리스에서 함께 몸을 탐닉했던 밤 이후에 실종되어 버리는 이야기 역시 이러한 하루키의 특징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런 하루키의 전작과 비교해볼 때, 그 중심을 흐르고 있는 테마가 있다면 (이런 것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해서 단언하기 쉽진 않지만) 그것은 ‘상실에 대한 슬픔과 극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정 나이를 넘으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 <1Q84>에 나오는 대사처럼, 하루키의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일관된 테마는(굳이 말하자면) 아마도 상실에 대한 슬픔과 극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추구하는 강함은,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강함이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받아 거기에 견뎌내기 위한 강함입니다. 불공평함이나 불운, 슬픔이나 오해, 몰이해 - 그런 것에 조용히 견뎌나가기 위한 강함입니다.”(<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자기 자신을 상실하지 않는 것. 그런 강함.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스토리 속에 언제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카를 융은 어느 책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어. ‘그림자는 우리 인간이 전향적인 존재인 것과 똑같은 만큼 비뚤어진 존재이다. 우리가 선량하고 우수하며 완벽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림자 쪽에서는 어둡고 비뚤어지고 파괴적으로 되어가려는 의지가 뚜렷해진다. 인간이 스스로의 용량을 뛰어넘어 완전해지고자 할 때, 그림자는 지옥에 내려가 악마가 된다. 왜냐하면 이 자연계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 이상의 존재가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 이하의 존재가 된다는 것과 똑같은 만큼의 깊은 죄악이기 때문이다.” (<1Q84>2권, 325쪽)

<1Q84>에서도 언급된 이 말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소설 속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어떤 희망을 가지건, 어디든 멀리 가게 되더라도, 사람들이 자기 자신 이상의 어떤 것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No matter what they wish for, no matter how far they go, people can never be anything but themselves.”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중, <하퍼스 매거진>에 수록되었지만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단편 중에서 <Birthday Girl>이라는 소설에서 주제가 될 만한 대사이다. 간단히 이 미번역 소설의 줄거리를 말해보자면, 주인공은 오늘 20세 생일을 맞이하였지만 몸이 아프다는 동료의 말에 대신 생일날에까지 레스토랑 서빙 일을 맡아주기로 한다. 그 레스토랑의 사장님은 비밀스럽고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수수께끼의 할아버지였는데, 그날 그 사장님의 방에 처음으로 식사를 배달하게 된다.

사장님은 그녀가 20살의 생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녀에게 소원을 한 가지 말해보기를 권한다. 20세 생일인데도“난 특별한 일이 없어. 오늘이 내 스무 번째 생일이라고 해도 말이야.”라면서 동료의 부탁을 들어준 착한 소녀에게 어떤 소원이든지 한 가지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식기를 되가져갈 때까지 생각해본 소녀는 사장님에게 위와 같이 말한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 이상의 어떤 것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소원은 이루어지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는 소설이었다.

“나는 언젠가 어디선가 그를 어쩌다 만날 거야. 우연히. 그때를 소중하게 기다릴 거야.”

아오마메의 이야기처럼, 자기 자신을 상실하지 않는 것, 주변의 온갖 몰이해를 조용히 견뎌내는 것, 그런 소중함을 간직하는 것. 내가 하루키를 즐겨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reviewed by 벌꿀파이

*본 리뷰 ‘여전히 소중한 하루키의 소설들’은 문학동네와 반디앤루니스가 함께한 <1Q84> 리뷰대회 1위 수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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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나오코, 그리고 그녀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0.11 - 넬, 나오코, 그리고 그녀

「Afterglow」

어떻게 만나졌는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다시 만나지기까지 얼마나 돌아왔는데
가지 말고 머물러줘 놓지 말고 날 잡아줘
부디 함께

어떻게 지켜왔는데 얼마나 소중했는데
정말이지 미친 듯이 많은 눈물 쏟았는데
잊지 말고 기억해줘 소중하게 간직해줘
부디 함께 호흡해

나의 시간들이 멈추려 할 때쯤
말없이 내 손을 꼭 붙잡아 줘요
그리고 니 몸을 내게 기울인 채로
내 왼쪽 귓가에 아주 조용하게
하지만 선명히 내게 말해줘요
너 역시 나에게 진심이었다고
우린 서로에게 참 소중했다고
진심이었다고

* Album from 넬 『Separation Anxiety』「Afterglow」 중

나를 사랑했어야 하는 것을
 

최근 몇 년간 소설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평소 좋아하던 몇몇 소설가의 작품을 제외하면 소설이라는 장르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단지, 내가 좋아하는 박민규의 소설이기에 구입한 것이었다. 한 온라인 서점에서 연재한다는 소식도 들었던 것 같지만(소설 보다 더 관심 없는 장르가 인터넷 연재소설이다) 어떤 이야기인지 알지 못했다. 물론 그 편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하지만.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우리에게도 꽤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클래식은 당연하거니와 재즈 쪽에서도 종종 연주될 만큼 널리 알려졌다. 책날개를 보니 라벨은 1899년 루브르 미술관에서 벨라스케스가 그린 ‘왕녀 마르가리타’의 초상을 보고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하며, 또 다시 박민규는 두 작품에서 힌트를 얻어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차용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커버는 아름다운 왕녀들이 아닌 그림 오른쪽 끝부분에 있는 아름답지 않은 그녀를 부각시킨다. 누군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지 않겠는가마는(특히 아름다운 것=선한 것=착한 것으로 이어지는 등식은 고대뿐 아니라 지금에도 통용되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 것은 사랑받지 못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그녀는 아름답지 않았지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울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소설을 덮고 나서 한참을 울었다.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워서였다고 해도 좋고, 지독한 동일시를 겪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좋다. 또 빛이 존재하지 않았던 나의 스무 살이 너무나 서글퍼서였다고 해도 좋다. 그들이 사랑했던 스무 살이 아닌 사랑을 기억하는 서른네 살에 가까워진 나는, 펑펑 울면서 나를 먼저 사랑했어야 했다는 걸 깨닫는다. 제가... 부끄러운가요... 라고 묻지 않아도 될 만큼 나를 사랑했어야 했단 것을. 

넬, 나오코, 그리고 그녀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을 떠올렸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41살인 박민규가 18살이던 1986년을, <노르웨이의 숲>은 37살이었던 하루키가 20살이던 1969년을 기억해낸 작품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는 “암스테르담을 이륙한 비행기는 어떤 흔들림도 없이 프랑크푸르트를 향해 날고 있었다.”(362쪽, 당시 34세)고 이야기하고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서른일곱 살이던 그때, 나는 보잉 747기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 거대한 비행기는 두터운 비구름을 뚫고 내려와, 함부르크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35쪽)며 스무 살을 회상한다(전자는 결말 배치이며 후자는 서두 배치,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점이다).

그들에게 스무 살은 혼돈의 나이였고 터널을 통과하듯 길고 긴 어둠이었다. 그 속에서 만난 건 빛이 되는 사랑이었다. 그녀는 “그래도 날 사랑해 줄 건가요?”라고 묻고 나오코는 “나를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해요”라고 이야기한다. 하루키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여기서 그려 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간명한 테마입니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적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즈의 곡목이고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라벨의 곡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소설의 일부 챕터가 곡 제목으로 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소설 안에서 음악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도 두 작품의 유사점이다. 그 외에도 등장인물의 연결고리나 “죽음은 삶의 대극(對極)으로서가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노르웨이의 숲>의 대전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도 적용된다. 너무 자세히 짚어나가면 반전이자 감동의 묘미가 줄어들 테니 여기까지만. 

두 작품의 유사성에 대해 단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숲>이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내 안에서 서로에게 더 큰 울림을 주고, 더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와타나베에게, 나오코에게, 그에게, 그녀에게, 그들은 “서로에게 참 소중했다고 진심이었다고”.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 [<재즈피플> 보러가기(클릭)] 

- 넬의 「Afterglow」는 반디앤루니스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bandinbook)에 올립니다. (2009.11. 4.)
  [음악 들으러 가기(클릭)] 


   *p.s. _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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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1Q84> 리뷰대회!


짜짠~ 문학동네와 반디앤루니스가 함께하는 <1Q84> 리뷰대회 이벤트가 열립니다.

<1Q84> 리뷰를 반디앤루니스 서재에 올려주세요! (1, 2권 어디에 쓰셔도 상관 없습니다.)

열심히 읽고, 쓰신 회원분들께 기쁜 소식이 있을 거예요~ /(^0^)/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반디앤루니스 홈페이지로 슈~웅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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