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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4.11.17 지지 않고 계속

우리는 동물원을 사지 않았다


 



우리는 동물원을 사지 않았다

자신의 블로그에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는 학생 최혁준은 올해 2015 대학입시를 치렀으나, 지원했던 수의예과, 생물학과, 동물자원과학과 등에서 전부 탈락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누구도 그를 진짜 전문가라고 공인해 주지 않았지만, 최혁준은 자신의 전문을 신중히 기술하여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를 세상에 올렸습니다. 그는 애호하는 대상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심사숙고한 끝에 어리숙한 말이나 감상적인 태도는 애써 제외합니다. ‘직무유기 동물원’과 ‘우매한 관람객’에게 동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정중히 제시하죠.

나는 동물원에 갈 때 동행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알려준다. 혼자 방사장에서 몸을 흔들고 있는 코끼리를 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열에 아홉은 재미있어한다. 그러면 나는 이런 코끼리의 행동이 어떤 요소가 결여된 사육 상태에서 보이는 정형 행동이고, 더하여 코끼리가 홀로 사육되고 있는 것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문제점을 알려준다. 그러면 좀 전까지는 재미있어하던 그 사람들은 대부분 표정도 눈빛도 달라진다. (…) 애써 재미있게 보려고 해도 반드시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이 느껴질 것이다. 그런 불편함이 결국에는 피드백을 형성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최혁준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책공장더불어, 2014)

얼마 전, 외신을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있는 칸 유니스 동물원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계 최악의 동물원이라 불리는 이곳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참혹합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동물원에서 인간은 탈출했고, 동물들은 머무릅니다. 동물들의 처참한 몰골에선 비통한 분노마저 느껴졌습니다.

‘독일어의 교황’이라 불리는 독일의 대표 언론인 볼프 슈나이더는 『인간 이력서』에서 망가진 지구를 만들어 놓은 인류를 가리켜 ‘우리가 문제’라고 과감하게 고백합니다. 덧붙여 ‘우리가 해법일 수도 있을까?’라고 고민합니다.

우리에게는 인류를 해치지 않는 동물과 식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 다른 생물들이 인간에 의해 위협받고 멸종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한 생태계의 연관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건 인간 자신에게도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볼프 슈나이더, 『인간 이력서』, 2013, 을유문화사)

‘보호’라는 말을 매일 보는 신호처럼 무심코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인류는 해법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혁준은 ‘문제’가 왜 문제가 됐는지 제시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학생의 분석을 해법의 실마리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볼프 슈나이더는 ‘자연 보호’가 인간 자신에게도 유익한 일이 될 거라 말하지만, 적어도 누굴 위해서든 보호는 필요합니다. 온갖 물질적 혜택을 누리면서 지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인 인간이 ‘동물에 대해’, ‘식물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은 가치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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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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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고 계속

 

 

 

지지 않고 계속

 

단 하루에 성패가 결정된다는 건 사실 억울한 일입니다. 단 한 번이기에 내가 아는 것을 최대한 써먹어야 한다고, 또 그럴 수 있겠다고 하지만, 최선은 아무리 다해도 부족하고, 가차 없이 잘 못한 상태로 끝날 수 있습니다. 수능만이 아닙니다. 삶에는 ‘단 한 번’만으로 평가에 놓이는 일들이 많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시도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정답인지 오답인지에 따라 가름 나는 등급처럼, 사실 인생은 그렇게 깨끗이 변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말이죠.

 

오직 한 번뿐인 일을 겪어야 한다는 건 번번이 쉽지 않습니다. 오늘의 성과가 다음을 똑같이 기약하지 않으니까요. 중요한 건 틀려도 꺾이지 않고 계속해보겠다는 마음가짐입니다. 어쩌면, 틀릴지도 모를 혼돈과 이미 틀어진 복잡함 속에서 삶의 숱한 ‘단 한 번들’이 흘러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므로 고통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특별히 더 고통스럽게 여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특별히 더 달콤하다. 고통스럽더라도 고통스럽지 않다. 본래 공허하니 사는 일 중엔 애쓸 일도 없다. 세계는 아무래도 좋을 일과 아무래도 좋을 것으로 가득해진다. (…)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즐거워하거나 슬퍼하거나 하며, 버텨가고 있으니까. (…) 오래지 않아 날이 밝을 것입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창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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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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