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5.01.26 《Paint It Rock》 - 만화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
  2. 2014.10.15 《쥐》 - 홀로코스트와 그 생존자에 관하여
  3. 2014.10.07 《코스믹코믹》 - 빅뱅의 흔적
  4. 2014.09.01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2》 - 부부가 사는 법
  5. 2013.08.27 [서점에서 만난 사람]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체험이 시작됐다! - 《허허 동의보감》 출간기념 간담회
  6. 2012.11.19 [반디 행사 수첩] 만화 마니아 모여라!
  7. 2012.11.14 [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11월 14일 북카트
  8. 2012.04.04 [접어놓은 구절들] 소복이, 《우주의 정신과 삶의 의미》
  9. 2012.01.02 [반디 행사 수첩] 만화 몽땅 다 드립니다!
  10. 2010.08.13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 요리 보고 저리 보면 슬퍼질지도 (4)

《Paint It Rock》 - 만화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

 

 


 

남무성 | 《Paint It Rock》 | 북폴리오 | 2014


한국 어른들은 만화책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다른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아니면서 만화책은 그저 아이들이 심심풀이로 보는 ‘유치한 것’으로 꾸짖기 일쑤다. 정치적으로 유독 피곤한 시대를 살아 그런지 우리 부모 세대는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했고,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사고가 경직된 탓도 있다. 문제는 그다음 세대가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부모 세대 가치관을 그대로 물려받아 만화를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무지의 슬픈 대물림이다. 8년 전, 붐비기로 악명 높은 도쿄 지하철 안에서 전과 크기만 한 소년챔프를 정독하는 정장 차림의 일본인 회사원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만화 보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기는 한국 어른들은 나를 더 한심하게 만든다. 그 어렵다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칸트의 《비판》 시리즈, 《논어》와 《맹자》를 만화로 풀어내면 얼마나 이해하기가 쉬워지는지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도 천시하고 무시하는 건 알량한 지적 허영이자, 경험하지 않고 단정 짓는 편견과 선입견 이상 이하도 아닐 것이다.

북 치고 장구 치다

남무성의 《Paint It Rock》도 한국 ‘어른들’은 그저 코흘리개들이 좋아하고 환호하는 일개 만화책으로 여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척 베리(Chuck Berry)부터 콜드플레이(Coldplay)까지 록의 60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이 책의 첫 권을 읽었거나 작가의 지난 작품 《Jazz It Up》을 읽어본 사람들은 그 비웃음들이 얼마만큼 어설프고 쓸데없는 것인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만화여서 쉽다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이고 읽는 사람들에게 축복인지 저들은 아직 잘 모른다. 단지 그 만화를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만 남을 뿐이다.

《Paint It Rock》이 좋은 건 글과 그림을 모두 음악평론가인 작가가 직접 쓰고 그렸기 때문이다. 이는 언뜻 가벼운 우연처럼 보여도 매우 중요한 사실인데, 한 장르의 통사를 살피는 과정에서 개인 사유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집필을 위한 자료 찾기와 정리는 누군가 도와줄 수 있겠지만, 생각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고 능력이므로 남이 해줄 수 없다. 생각한 이가 스스로 표현했을 때 더 논리적이고 설득력을 띠게 되는 건 당연한 일. 그런 면에서 남무성은 남들은 하나도 갖기 힘든 글과 그림이라는 두 재능을 모두 가졌고, 록 역사에 그것을 아주 잘 발휘해 내었다.

웃기니까 만화다?

이 책은 일단 웃기다. 무릇 역사란 어느 장르건 진지한 법인데 이 책은 진지함을 유머로 부드럽게 만든다. 다루는 내용은 의도한 과장과 개그 코드를 빼면 모두 사실(Fact)이어서 웃으면서 록의 지식을 하나하나 자신의 머릿속에 쟁여나갈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만화책의 힘이 있는 것이다. 물론 《Paint It Rock》은 어쩌면 만화책을 가장한 ‘진짜’ 록 역사책일지도 모른다. 작가도 충분히 의식한 듯 “만화책에 글이 왜 이렇게 많으냐”며 “해골 아픈 이야기들”을 원망하는 독자들을 가정한 걸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책은 만화책이라고 쉽게 덤벼들었다가 낭패를 볼 만큼 ‘글’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수많은 밴드와 뮤지션들이 얽힌 관계, 각종 상황을 한 자리에서 풀어내야 하니 어찌 그림으로만 가능했겠는가. 쥘 베른의 책에서 독자의 숨돌림을 도운 게 삽화라면, 남무성의 책에선 글이 그 역할을 했다.

듣기의 미덕

그림도 많고 글도 많아서 이 3부작을 읽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독자의 시간을 위협할 요소가 바로 음악이다. 작가도 책 속에 언급해두었듯 이 책은 록에 관한 이야기다. 당연히 음악이 먼저고, 이야기는 그 배경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유일한 약점이랄까. 그것은 “자우지장, 두다다다”의 의성어로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책이라는 매체의 한계와도 직결된다. 책이 다룬 뮤지션들의 대표곡이 담긴 컴필레이션 CD를 한 장씩 부록으로 붙여도 될 법했건만, 역시나 저작권 문제라는 큰 장벽 때문에 포기해야 했으리라. 이 난관은 독자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방법은 하나, 책에서 언급한 앨범과 곡들을 직접 찾아 듣는 것이다. 요즘 같이 좋은 세상은 이럴 때 활용하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CD를 구하기 힘들면 음원 사이트로 가면 되고 거기에도 없으면 유튜브라는 괴물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 필자도 해봤는데 웬만한 앨범과 곡은 다 찾아 들을 수 있다.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한 취지도 좋은 록 음악들을 함께 듣자는 데 있는 만큼 듣기는 《Paint It Rock》을 완전히 소화하기 위한, 어쩌면 읽기보다 더 본질적인 행위일지 모른다.

입문자용이 아니다

에필로그에서 남무성은 이 책이 “어린 음악 팬들에게는 정보를 주고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중년들에게는 향수를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 책이 입문자용이면서 입문자용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꾸준히 록 음악을 찾아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좀 가벼울 수 있는 반면, 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버거운 내용일 수도 있겠다. 우선 등장하는 뮤지션들 수가 엄청나고 그에 따른 앨범과 곡 수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처음에 겨냥했던 독자층(=록 입문자)이 이 책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록에 관해 좀 더 아는 사람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것이다. 뮤지션 이름도 외워야 하고 그들의 관계도 파악해야 하고 앨범도 찾아야 하고 곡도 찾아야 한다. 찾으면 또 들어야 한다. 그나마 얼터너티브 록은 짧고 명쾌하지만 프로그레시브와 아트록 쪽으로 가면 듣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 브릿팝은 감미롭지만 헤비메탈이 만만치 않은 것 역시 기나긴 아트록 러닝타임의 압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단순한 입문자용이 아니다. 록에 관심이 있고 록을 사랑하는 사람 또는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아는 만큼 섭취하고 즐길 수 있는, 굳이 따지자면 ‘중급’ 정도 수준의 서양 록 통사라면 맞겠다. 뉴메탈이 빠진 것에 일부 사람들이 아쉬움을 느끼는데, 저자의 주관이다. 주관이 배제된 저작은 있을 수 없다. 매체가 가진 오래된 특징, 관행을 본다면 그리 큰 오점이라고는 볼 수 없다. 물론 콘과 시스템 오브 어 다운까지 나왔다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그에 비길 만한 재미와 감동이 《Paint It Rock》에 있으므로 더 이상 트집거리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삼국지》를 다시 읽는 기분이었다. 요코야마는 따분한 이문열의 《삼국지》를 내 기억에서 밀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남무성도 마찬가지다. 록에 취하고 싶은 자들은 이 책을 집어라.

 

오늘의 책을 리뷰한 '돗포'님은?

버트란드 러셀을 좋아하고 도스토예프스키에 빠져 있으며, 록앤롤/ 재즈/ 블루스를 닥치는대로 섭취중인 30대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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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 홀로코스트와 그 생존자에 관하여

 

 

아트 슈피겔만 | 《쥐》 | 아름드리 | 2014

 

만화라는 매체는 종종 소설이나 영화만큼이나 독자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상세한 설명이 없더라도 실제 같은 연기를 목격할 수 없음에도 간단한 선만으로 독자의 감정을 자극할 때가 있다. 그래픽 노블을 자주 접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아는 그래픽 노블은 마블과 디씨코믹스가 전부였다. 그 밖에 수많은 책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책들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라고 말하니 어감이 이상하지만 왠지 모르게 더욱 알고 싶고 파헤쳐보고 싶은 분야 중 하나다. 20세기 역사를 말한다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피의 역사이자 잔혹한 역사이며, 식민지의 과거를 가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책을 통해 인간의 본성 중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 있던 '악'과 피해자와 가해자의 문제,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시선에 대해 꽤 많은 물음을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피의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게 만든다. 빨간 표지의 그래픽 노블 《쥐》는 나치 시대의 이야기, 홀로코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생존자의 관점에서 보는 '홀로코스트'를 표현하기 위해 만화라는 장르를 사용했다. 인물들은 의인화된 동물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나치는 고양이, 유대인은 쥐, 폴란드인은 돼지, 미국인은 개…. 만화적인 형상이며 비정상적인 (동물의 얼굴, 사람의 몸) 외형이지만 마치 사람이 걸어 다니는 것처럼 상황의 생생함이 전해진다. 장르의 특성상 간결한 그림체와 다양한 표정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의 상황과 감정이 뼛속 깊이 느껴지는 것은 광기의 역사가 아직 우리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작품과 이론을 접하며 처음에는 그들의 피해와 아픔, 참사에 주목했지만 갈수록 피해자와 가해자, 생존자에 대한 생각이 짙어졌다. 《쥐》에서도 아버지의 과거와 아들의 현재를 반복하면서 이러한 물음을 불러내는데, 그것으로부터 생각할 수 있는 문제들이 꽤 많다. 나치에게 고개 숙이며, 단지 생존을 위해 힘썼던 자들에게 뭐라고 할 수 있을까. 피해자의 가족에게까지 그들의 아픔이 얼만큼 전해졌을지, '가해자'라는 범주는 어디까지 엮을 수 있을지. 질문하자면 무궁무진하다. 쉽사리 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밤새 이야기해도 모자라지 않을까.

 

작가의 아버지는 현실 감각이 있었고, 민첩하고 움직였으며, 운도 따라주었기에 그 지독한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하루하루를 버틴 그에게 '생존자'라는 말이 붙음으로써 그의 존재는 더욱더 대단함을 느끼게 한다. 반대로 생존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단하지 않은 것인가?' 그때는 그냥 무작위였고 운이었다. 운을 넘어 운명이라 말한다면 큰 실수일 것이다. 운명 따위는 통하지 않았던 사회, 아니 아무것도 통용되지 않고 오직 인종의 구분만이 전부였던 사회, 홀로코스트가 바로 그랬던 것이다.

 

작가는 뒤이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더 새로운 대규모의 학살이 필요할지도 모르죠." 수많은 사람이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눈물 흘리며 아파하고, 기억하기로 하고 변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많은 인기를 끌었고 만화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러나 세상은 과연 그때보다 나아졌을까? 과연 그때의 광기는 깡그리 없어진 것일까? 자문해 본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터지고 있는 포탄이 그 답을 대신하고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리니링'님은?

책을 유랑하며, 책장 한 칸 한 칸 좋은 책들을 꽂아 넣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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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코믹》 - 빅뱅의 흔적

 

 

아메데오 발비, 로사노 피치오니 | 《코스믹코믹》 | 푸른지식 | 2014

 

우주배경복사, 빅뱅, 우주 팽창 등의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구 밖을 나간 적도 없기에 우주는 불가사의한 이야기의 집합체일 수 밖에 없다. 《코스믹코믹-빅뱅을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천체물리학자가 직접 쓴 만화를 곁들인 과학책이라 궁금증이 더했다. 어려운 천체물리학을 만화로 본다면 그나마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이야기는 1964년 미국 뉴저지에 있는 벨연구소의 전파학자,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어느 날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세 소음을 감지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소음은 안테나 자체의 문제도 아니었고 지구 내부에서 감지되지도 않았다. 이들은 소음을 무시하지 않고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 소음이 빅뱅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결정적 증거란 사실을 알게된다.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1978년에는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우리가 잡은 신호는 어느 특정한 지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간에서 오는 것이었다.
우주는 빅뱅이 일어난 직후에 아주 뜨거웠고,
수십억 년이 흐르는 동안 팽창하면서 냉각됐다.
우리는 뜻하지 않게 우주 초창기부터 남아 있던 열을 측정한 것이었다.
절대 0도에서 약 3도 정도 높은 열이었다. (...)
나와 밥은 가모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주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고고학 자료'를 발굴한 것이다. (본문 중)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내일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삶이 우리에게 준 기회를 잡으려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다음으로 다른 학자들이 계속해서 확실한 빅뱅의 흔적을 찾아냈고,
그 흔적들을 가지고 아주 미세한 온도의 변화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온도차가 은하계를 만든 최초의 씨앗이었다. (본문 중)

 

지금도 약 138억 년 전에 존재했던 빅뱅 폭발의 흔적들이 지극히 미세한 소음으로 존재하고 있단다. 빅뱅이 남긴 위대한 자취인 셈이다. '우주의 팽창'이 점점 빨라진다는 사실에 대한 관찰 또한 대단하다. 아인슈타인이 가설을 세웠다 철회했던 '척력을 지닌 물질'이 팽창 속도의 원인이라니! 언제쯤 우주 존재에 대한 진실이 완벽하게 밝혀질까?

 

책에는 1920년 4월 26일, 미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국립학술원 회의'에서 제기된 커티스와 섀플리의 논쟁도 담겨있다. 이 자리에서 섀플리는 나선 성운은 우리 은하 바깥에 있는 별들의 집합체라는 가설을 세운 뒤, 관찰하고 증명한 사실을 발표한다. 커티스는 우리 은하의 크기가 약 30만 광년이라는 가설을 수십 억 광년으로 확대하며 나선형 성운과 다른 은하계에 대해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두 과학자의 경쟁적인 발표는 별에 대한 연구 영역을 우리 은하계(Galaxy)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한편,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천문학 관측으로 팽창하는 우주의 증거들을 밝혀낸 사실은 언제 들어도 감동이다. 허블은 끈기있는 관측으로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측정했다. 많은 나선 성운이 모두 외부 은하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우주의 팽창을 증명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과 척력이론, 일반상대성이론은 또 어떠한가. 참고로 일반상대성이론이란 질량이 공간을 휘게 만들고, 중력이 이 휘어지는 현상의 표시라는 것이다. 조지가모프의 빅뱅이론도 있다. 빅뱅을 비롯해 우주배경복사 등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까지 무수히 많은 과학자와 전파망원경 전문가들의 공로가 있었다니. 그들의 집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서 언급한 우주배경복사란 빅뱅 직후, 뜨거웠던 우주가 팽창과 함께 냉각되면서 균일한 온도의 열이 우주 전체 모든 방향에서 초단파 방출하는 것이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이론의 강력한 증거이자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주의 크기, 은하계별의 밝기인 광도 측정, 별까지의 거리 측정, 나선형 성운에 대한 이야기 등 만화로 접하니 빅뱅이야기가 조금은 쉽게 와 닿았다. 더불어 138억 년 전 아주 작은 빛에서 우주가 시작된 이야기를 통해 과학자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주는 지금도 팽창을 계속하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고 한다. 우주의 가속팽창이 마냥 좋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우주 팽창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책읽는 봄덕'님은?

뒤늦게 책이 좋아졌어요. 책 만 권을 읽기로 작정했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쓸수록 동화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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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2》 - 부부가 사는 법

 

 

 

마스다 미리 |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2》 | 애니북스 | 2013

 

"서로 보고 싶은 책 고르고 30분 뒤에 여기서 만나자."

"그래!"

 

모처럼 만의 서점 데이트. 주말이라 꽤 붐비던 서점에서, 우리는 각자 책을 고르고 둘러볼 시간을 갖는다. 30분 뒤. 남편이 골라온 책을 보고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살까 말까?' 한참이나 들었다 놨다 고민하던 그 책이 남편 손에 꼭 쥐어진 것이다 맘에 드는 걸 발견했다는 듯 내게 건넨 그 책. 바로《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이다.

 

당시 확인하지 못했었는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마스다 미리는 이미 꽤 알려진 작가였다. 작가는 잔잔하면서 담백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부담이 없고 재촉하지 않아 천천히 글을 읽어 내리기에 그만이다. 특유의 가늘고 정감있는 펜 터치를 좋아하는 이도 많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나 역시도 책을 읽고 《내누나》《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등 그녀의 다른 작품을 눈여겨보는, 팬이 되어 버렸다.

 

책 속에는 제목에서 언급된 치에코가 등장한다. 이야기는 치에코와 남편 사쿠짱의 아주 소소한 일상을 단편처럼 엮어 완성했다. 어느 기업의 비서로 일하는 치에코와 구두 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사쿠짱. 그들은 이제 결혼 11년 차 부부이다.

 

 

둘은 퇴근하고 함께 만나 마트에 가고

카트 안에 식료품을 담으며,

때론 맛있는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맛보거나

 

 

집에 와 하루 동안의 일을 얘기하면서

소소하게 일상을 가꿔 나간다.

 

기승전결이나 희로애락 같은 건 애초부터 없다. 책은 지극히 평온한 부부의 일상을 다룬다. 굳이 행복하다.”를 연발하지 않아도 이들 부부의 일상에는 자연스레 풍족함이 스며들었다.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전개가 결코 지루하지 않은 까닭은 기혼인 탓도 있을테다. 상황마다 우리의 경우를 덧대는 작업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사쿠짱을 통해 남편의 모습을, 치에코를 통해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마냥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 부부의 모습을 되돌아보게끔 하고, 책장을 덮은 뒤 함께 사는 그 혹은 그녀를 더욱 보듬는 힘을 갖게 하기에 그렇다. 한 장면을 두고 서로 속마음을 나레이션처럼 적어 놓은 부분을 보며 때론 맞아!’를 외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그때 그랬겠구나싶어 괜스레 애잔함을 느껴볼 수도 있다.

 

가끔 누군가 내게 묻는다.

"신혼이 몇 년까지예요?"

"어, 글쎄...?"

 

"신혼은 정확히 결혼 후 2년까지입니다."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으련만. 질문을 받으면 덜컥 답하기가 참 애매하다. 이런 마음이 들 때는 있겠지. 조금씩 같이 사는 게 익숙해지는 느낌이 들 때. 평범한 듯한 일상이 반복된다고 느껴져 재미난 일을 찾게 될 때. 내 경우, 결혼 1년 차 이제 함께 사는 게 익숙하다 싶어질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익숙한 편안함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다. 이참에 치에코와 사쿠짱의 모습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부부의 일상’. 그 소소한 하루만큼 값진 것이 없다.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하루하루가 곧 더없이 소중하다고 책은 말하는 것 같다.

 

글이 많지 않기에 속도를 내면 단숨에 읽기 십상이다. 단번에 훑어 버리기 아쉬워 침대맡에 두고 조금씩 읽는 시간이 소중하다.  단 몇 개의 에피소드이지만 이를 통해 내 삶의 풍족함도 더불어 느껴본다. 알콩달콩 11년을 신혼처럼 보내는, 이 부부가 사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든다함께 사는 그도 엇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믿으며. '우리'의 소소한 일상도 이 부부처럼 탐스럽게 영글어가길 소망해 본다.

 

                 컨텐츠팀 에디터 김민경

min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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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체험이 시작됐다! - 《허허 동의보감》 출간기념 간담회

 

 

취재·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이미지 제공 | 도서출판 시루

 

명불허전(名不虛傳: 名 이름 명, 不 아닐 불, 虛 빌 허, 傳 전할 전) 이름은 헛되이 전(傳)해지는 법이 아니라는 뜻으로, 명성(名聲)이나 명예(名譽)가 널리 알려진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理由)가 있음을 이르는 말

 

여기, 우리에게 전해진 두 개의 이름, ‘허준’과 ‘동의보감’이 있습니다. 허준 선생이야 부나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병자를 치유하는 데 성심과 성의를 다했던 강직한 의원이라, 모 연예인이 주인공으로 분한 드라마를 통해 익히 접한 바 있고, 동의보감은…… 글쎄요. 드라마는 허준 선생의 일대기와 활약상만을 보여줄 뿐, 그가 만든 ‘동의보감’의 내용까지는 세세히 다루어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동의보감’이라는 이름만 알고 있지, 그것이 지금과 같이 널리 알려진 데 어떠한 이유가 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누군가는 ‘허준’ 선생이 자신의 의술을 집약해 “의사 없이도” 누구나 무병장수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라고, 어디선가 주워들은 바를 읊어댈 수도 있겠는데요. 하지만 무병이란 걸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꾀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사용해 실제로 병을 예방한 경험이 있기는 한지를 재차 묻는다면, 아마도 열에 아홉은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다물 것입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아직 2009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동의보감’을 두고 ‘명불허전’이라 소리 높이며 자신 있게 자랑할 만한 처지가 못 된다는 거죠.

 

 

 

그래서 또 하나의 이름, 만화가 ‘허영만’이 나섰습니다. ‘각시탈’, ‘비트’, ‘타짜’, ‘식객’ 등 수많은 히트작을 통해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그가 이제껏 부질없이 이름만 널리 알려진 ‘동의보감’을 직접 펼쳐, 그 안에 빼곡히 담긴 건강 지혜들을 누구나 쉽게 접해볼 수 있도록 만화로 재탄생시킨 것인데요. 총 14년을 걸쳐 25권으로 정리한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이 세상에 나온 지도 어언 400년, 그 ‘명불허전’의 체험이 지난 40여 년간 배우고 관찰한 것들을 꾸준히 만화로 옮겨온 허영만 선생님의 귀한 손을 거쳐 《허허 동의보감》이라는 이름을 달고 이제 막, 시작된 참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허허 동의보감》 1권은 매주 수요일 선생님께서 한의사 세 분과 《동의보감》을 2년 동안 공부한 결과라고 알고 있습니다. 《허허 동의보감》 이 완간될 때까지 이 공부 모임은 계속될 텐데요. 어떻게 모이게 되셨나요?

 

 

 

허영만 | 제일 처음에는 제 고등학교 15회 후배인 황인태 원장과 《동의보감》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6개월을 공부하다 임상 경험 같은 경우, 한 사람보다는 더 많은 사람에게서 재미있는 얘기가 나올 것 같아 오수석 원장님과 박석준 원장님을 모시게 됐죠. 오늘 이 자리(8월 21일, 대치동 ‘다솜 한의원’에서 있었던 《허허 동의보감》 출판간담회)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박석준 원장님은 《식객》 그릴 때부터 한의학 쪽으로 의문이 생기면 자문을 구하던 분이시고, 우연찮게 세 분 모두 고등학교 동문을 인연으로 최강의 멤버들이 모이게 된 겁니다.

 

《동의보감》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공부하고 계신가요?

 

허영만 | 허준 선생도 고심해서 만들어낸 순서일 텐데, 그 순서에 입각해 공부해나가는 데 혼란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후반부에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앞의 기본도 모르고 재미 있는 것부터 이야기하면 되겠나 싶기도 하고요.

 

오수석 | 보통 의학 서적은 증상부터 다루는 게 대부분입니다. 이번에 1권으로 출간된 게 《동의보감》 중 신행 편에 해당하는데, 허준 선생께서 나는 앞으로 우주와 자연과 인간을 이렇게 바라보겠다고 전제하는 논문의 서론이라 볼 수 있습니다. 총론을 정해 뼈대부터 세운 후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데, 이런 구성은 다른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데다 그래서 철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같이 《동의보감》이 일관된 체계를 가지고 완성될 수 있었던 데에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 전쟁이나 귀향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시에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가면서 허준 선생이 자기 소신껏 편재를 하고 귀향 가 있는 동안 집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을 테니까요.

 

공부하다가 선생님께서도 직접 맥을 잡히기도 하고 그러시나요?

 

허영만 | 잽히죠. 누구나 손을 잽히죠. (웃음) 맥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보시는 분이 또 있거든요. 그 분이 두 주 정도 와서 강의를 하셨고요. 기공 같은 경우도 진짜로 잘 아시는 분 모시고 공부를 했는데, 그 분들 이야기는 두 번째 권에 나올 겁니다. (신민식 | 취재 후기 형태로 매권별로 두 분 정도씩 우리가 취재하거나 모셨던 분들의 이야기가 들어갈 예정이예요.)

 

오수석 | 《동의보감》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증상이 다 있습니다. 저도 동의보감 위주로 진료를 하지만 완벽하게 모든 분야에 잘 할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동의보감》을 알리는 취지에 공감하는 한의사 동료들이 아무 대가 없이 와서 강의를 해줬어요. 앞으로도 공부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부족한 게 있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모실 생각입니다. 이게 또 우리 자산을 발굴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양방에서 각각 영역별로 전문의가 따로 있지만 한방은 그렇지 않죠?

 

오수석 | 학문 자체가 그래요. 예를 들어, 허리가 아프면 허리 자체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자궁이나 위장, 콩밭 등에 같이 문제가 있을 수 있거든요. 말하자면 한의학적 관점에선 인체의 모든 부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거죠. 그래서 한 사람이 다 볼 수밖에 없는 거고요. 지금은 돌아가신 제 은사님하고 공부할 때 있었던 일화인데요. 자주 가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평소보다 음식이 짜요. 그러니까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저 안에 있는 주방장 허리가 아플 것이다’라고 하셔서 가보니까 정말 허리가 아프다는 거예요. 그러면 선생님께선 허리가 아픈 걸 어떻게 아셨느냐, 이건데, 짠 맛은 콩팥하고 연관되어 있으니까 자연히 허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는 거죠.

 

원래부터 한의학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동의보감》을 만화로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허영만 | 우리 어렸을 때는 한의학이 일상에 늘 같이 있었어요. 잘 아는 동네 할아버지가 한의원을 하셨는데, 거기 갈 때마다 계피를 주셔서 자주 갔었지. 그땐 군것질 거리가 없었으니까 그거 야금야금 깨먹고 돌아다니고 그랬고. 그리고 어릴 때 내가 약했어요. 학교에서 한 여름에 운동장에 세워 놓으면 비실비실 쓰러지고 그랬다고. 그래서 우리 할아버지가 ‘저 놈, 부지런히 먹여라. 부실해서 어디 쓰겠냐.’ 말씀도 많이 하시고 그래서 한약 무지하게 많이 먹었어. 지금 그 힘으로 버티는 지도 모르겠는데, 한약의 맹점이 먹고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줄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급한 요즘 사람들은 결과가 눈앞에 안 나오니까 한의학을 좀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 거고.

 

 

오수석 | 실제로 급성 전염병이나 감기, 여자들이 심하게 하혈을 하는 경우, 한약도 효과가 되게 좋습니다. 그런데 한의학 쪽으로 치료 기회가 오지 않는 거죠. 일단 병에 걸리면 병원부터 들리고 그 후에 안 되면 한의원을 찾아 오니까 그때는 이미 환자 몸이 뒤죽박죽된 상태여서 한의사들이 그 실타래를 풀어가려면 치료 기간도 많이 걸리고요. 말하자면 한의학이 진단계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니까, 애초에 한방으로 치료해볼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또 요즘 가장 안타까운 게 한의원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앞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한약을 먹고 그 효과를 본 사람들은 한방에 애착을 갖고 있겠지만 지금 아이들은 그런 경험이 없다는 겁니다. 더 문제는,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과연 자기 자녀들을 데리고 한의원에 오겠냐는 거고요. 그래서 무엇보다 한의학의 저변 확대가 시급하고도 중요한데, 선생님께서 그림으로 《동의보감》의 양생 사상을 표현해주시니까 저희로선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신민식 | 제가 《동의보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리가 쓰는 언어 중에 그 영향을 받은 게 굉장히 많다는 걸 알고부터예요. ‘이 쓸개 빠진 놈’이란 말이 있는데, 쓸개가 오장육부의 밤낮을 구별해, 쓸개가 빠지면 밤낮을 구별하지 못해 실 없는 소리를 하게 된다는 거죠.

 

오수석 | 소장, 위장, 대장, 방광 등 우리 몸은 오장육부가 구성이 되어 있는데, 쓸개의 역할은 낮에는 육부 편에 붙어 있다 저녁이 되면 오장 편에 붙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쓸개가 밤낮을 가름질하면서 조정을 하고요. 그런데 이 쓸개가 빠지게 되면, 사람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지조가 없다는 얘기를 듣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요즘은 쓸개 빠진, 즉 쓸개를 드러낸 사람들이 많은데요. 양방에서는 쓸개가 단지 담즙을 분해하는 기관일 뿐이지만, 한의학적으로 봤을 때는 쓸개 빠진 사람들한테 이 쓸개 역할을 대행해주는 침과 약을 쓰면 되는 겁니다. 양방이 보지 않는 정신적인 영역을 보는 거죠. 예를 들어, 《동의보감》에서는 눈밑이 거무티티하고 눈빛이 자신이 없으면서 편도가 잘 붓는 얘들을 쓸개가 약하다고 보는데요. 이 아이들의 경우, 한의사들이 맥을 짚어 ‘엄마 치맛자락을 잘 놓지 않죠?’ 물어보고 쓸개를 강화시키는 약을 주는데, 그러면 얘가 실제로 대범해집니다.

 

 

허영만 | 제가 《동의보감》 원전을 만화로 옮기는 어려운 작업을 시작했는데,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나중에 이 작업이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한의학이나 이 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자리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합니다. 《꼴》 같은 경우도, 실제로 관상을 공부하는 분들이 만화를 보고 혹이 다 후련하다고 하더라고. 그 동안은 한문으로만 된 데다 그림도 이상하게 그려진 걸로 공부를 하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설명해주기 애매한 것들이 많았었는데, 그게 만화를 보면서 해결됐다는 거지. 《허허 동의보감》도 한의학 분야에 있어 우리가 모르는 여러 가지 상식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공부하신 내용을 그림으로 녹여내기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고 싶습니다.

 

오수석 | 제가 책을 한 번 읽고 그걸 설명합니다. 허영만 선생님은 그걸 적으면서 가만히 듣고 계시고요. 그러면 한의사 분들이 틀린 게 있는지 없는지 한마디씩 거들어주시고, 그 이후에는 한의학에 문외한인 신민식 대표님과 편집자 김미란 씨가 위문 나는 점들을 질문합니다.

 

 

 

허영만 | 설명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이런 걸 그러야겠다’ 메모를 하고, 그린 후에는 이렇게 그리면 되는 건지 한의사 분들께 감수를 부탁합니다. 이를 테면, 어려운 한자를 나 나름대로 독자들한테 쉽게 전달한다고 했는데 이게 틀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카카오 페이지에 연재됐던 걸 수정한 것도 있고 다시 최종적으로 감수를 거쳐 나온 게 이번에 출간된 《허허 동의보감》 1권.

 

이번에 《허허 동의보감》 1권 내시면서 스토리 구성이라든지 메모하신 게 몇 권이나 되세요?

 

허영만 | 메모는 책 빈 칸에 나만 아는 글씨로 써놓는데, 그러면 상황 같은 걸 따로 쓰지 않고도 그 자리에 바로 글을 집어 넣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만화적인 아이디어는 생각날 때마다 들고 다니는 대학 노트에 날짜 쓰고, 그 날짜에 무슨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써놓지. 《동의보감》 책에도 써져 있으니까 그거랑 비교하면서 다시 보고. 그래서 작업할 때 내 책상에는 《동의보감》 하나, 노트 하나, 황인태 원장이랑 공부했을 때의 녹취록, 두 분 더 모시고 공부했을 때의 녹취록, 이렇게 네 개를 펼쳐 놓고 날짜를 봐가면서 빠지지 않게 확인하지. 그래서 이건 절대로 건들면 안 돼.

 

황인태 | 저희들이 공부하면서 같이 이야기한 거 있잖아요. 《허허 동의보감》 1권에는 그 절반 밖에 안 될 거예요. 책 내용의 나머지는 선생님이 순수 창작하신 것들이죠. 이번 책을 보면서 우리가 언제 이런 이야기를 했지, 하는 것도 진짜 많았어요. 그만큼 선생님이 공부를 하신다는 거죠.

 

허영만 | 그러니까 밥 벌어 먹고 살지 (일동 웃음)

 

 

 

1권 중에서 가장 그리기 어려웠던 게 뭔가요?

 

허영만 | ‘정기신’이예요. 그러 배우는 데 총 1년이 걸렸고, 지금 두 번째로 배우고 있는데, 난 아직도 구별을 잘 못하겠어. 이게 이건 것 같고 저게 저건 것 같고. 그래서 이걸 제일 알기 쉽게 그려놓자고 한 게 정은 초고, 기는 촛불이고, 신은 빛이다, 거든. 그런데 좀 안다는 사람들이 이게 아니라고 얘기를 또 하더라고. (황인태 | 그 대목은 동의보감에도 있는 내용입니다) 더군다나 신 같은 경우는 보이질 않는 거니까, 독자들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죠. (오수석 | 아우라죠) 그러니까 신이 뭐냐 하면, 한 십 분을 신에 대해서 얘기한다고. 그럼 이걸 어떻게 요약할 수도 없고,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아. 제일 어렵죠.

 

만약 내가 《동의보감》을 혼자서 공부했다면, 제일 어려웠을 게 한자를 우리말로 푸는 거예요. 심지어는 그 어려운 한문을 갖다가 그래도 쓰고 뒤에 접속사만 붙인 것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아마 사전 찾느라고 시간 많이 보냈을 거예요. 그런데 같이 공부하시는 분들 중에 《동의보감》 편찬한 분도 계시고 하니까 그 자리에서 즉시 해결이 돼서 좋죠. 그래도 나 혼자 다시 공부하다가 의문 나는 점이 많이 생겨 용어 사전 같은 걸 샀어요. 그걸 보면서 하니까 많이 도움이 되더라고.

 

오수석 |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에 썼던 용어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가 많이 다른데요. 그래서 독자들이 낯설게 느끼는 용어들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게 우리의 숙제인 거죠. 예전 선비들이야 ‘정기신’ 하면 웬만큼 이해가 되겠지만, 요즘은 그게 안 되니까 촛불과 같은 그림으로 표현하게 된 거고요. 게다가 어릴 때부터 서구 과학에 의해 사고체계가 형성된 상태에서, 《동의보감》처럼 도가 철학에 근거하고 있는 내용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의학 공부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초중고 총 12년을 공부하고 한의대 들어오면 이 때를 벗는 데 24년이 걸린다는 거죠.

 

선생님께선 굉장히 오랜 시간 집중해서 작업을 하시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도 많을 것 같는데요.방송이나 인터뷰를 보면서 저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하곤 했습니다.

 

허영만 | 내가 지금도 만화를 그리는 이유가 만화를 그리는 거 외에는 할 일이 없어서예요. 인터뷰 10일 후에 잡혔다 그러면 그게 계속 신경이 쓰여, 그래서 잘 안 하는 거고. 그런데 기왕 날짜를 잡아서 한다고 했으면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런데 요즘은 나도 내 나이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지금 이 상태로 얼마나 갈까, 점점 에너지를 아껴야 할 텐데 하지. 그런데 내가 노는 시간을 용납하질 못하니까. 유일하게 노는 게 술 먹는 거고. 어디 여행을 가더라도 노트에 일 삼아서 손으로 계속 뭔가를 그려야 돼. 일기이자 이걸 다듬으면 또 책이 될 테니까. 천상 뭐 이 짓 하다가 가는 수밖에 없어.

 

요즘 사람들, 아프면 대개 병원을 찾습니다. 한방은 약을 먹어도 한 번에 효과를 볼 수 없고 양방에서처럼 내시경이나 엑스레이를 통해 내가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지 눈으로 보여주질 못하니까 불안한 마음이 들거든요.

 

오수석 | 의료법 상, 한의원은 의료기기를 못쓰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한의사는 전통에 따라 손으로 맥을 짚어 병을 진단하라고 되어 있고요. 그런데 환자들은 눈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길 원해요. 불안하니까. 그래서 큰 돈을 들여 CT나 내시경 검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요. 말하자면 현재와 한의학이 대중들과 멀어진 데에는 우리가 객관적인 진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도구를 잃어버린 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환자가 병원에서 찍은 CT랑 MRI 등을 가져오면 학교에서 양방 의학도 배우기 때문에 한의사들도 자료를 보고 치료에 참조할 순 있는데, 진단 의뢰서 비용은 못 받게 되어 있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의료법 상의 차별을 없애고 과감하게 개방하는 게 옳다고 보지만 이게 결국 밥그릇 싸움이니까, 현실적으론 힘이 들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각종 의학 정보들을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허허 동의보감》을 읽다 보면 기존의 상식에 반하는 내용들도 등장합니다. 400년 전의 《동의보감》을 현대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오수석 | 일반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건강 상식과 한의학에서 쓰는 용어 등을 어떻게 매칭시켜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동의보감》을 같이 공부할 때 신민식 사장님이나 편집자, 허영만 선생님이 일반 독자들의 수준에서 의문 나는 점을 질문하고, 한의사 세 분이 함께 이야기하면서 의견 통일을 볼 수 있도록 했고요. 예를 들어, 대개 운동이 건강에 좋다고들 생각하는데, 《동의보감》에선 운동을 많이 하는 게 오히려 건강에 안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운동도 자기 몸에 맞춰 적절하게 해야 한다는 말인데, 한의학에서 기본적으로 여자의 땀은 피가 세는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지나치게 운동을 하면 골다공증이나 조기 폐경이 올 수도 있다고 하고요. 또 한의학적으로 저녁에 땀을 빼고 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데, 모든 기가 모이는 시기인 저녁에 헬스 가서 땀을 뻘뻘 흘리는 건 안 좋다는 거죠. 이럴 때, 현실적으로 저녁밖에 시간이 없는 직장인은 어떻게 하냐,를 질문하면서 이야기를 맞춰 나가는 거고요.

 

 

 

《동의보감》에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움직여 나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예전과 달리 한경도, 사람도 많이 바뀌었고 이와 같은 차이가 이전에 만들어진 의학적 지침들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궁금합니다.

 

오수석 | 그 부분도 공부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일단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진단 방법은 현재의 시점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약의 경우는 오늘날과 당시 18세기 이전에 살던 사람들의 섭생 자체가 다르거든요. 과거의 사람들은 80% 이상이 태어난 곳에서 백 리 밖을 벗어나지 못한 채 죽었다고 하는데, 씨족과 같은 공동체 단위의 생활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얘기죠. 그런데 지금은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고, 기술적으로도 컴퓨터와 같은 기기가 생겨나면서 다른 차원의 정신 노동 또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변화의 요소들을 고려해 《동의보감》의 방법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이걸 해결하는 게 우리시대의 숙제가 되겠죠.

 

사람도 그렇지만, 약재로 쓰이는 식물도 토양이나 날씨 등, 환경적인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을 텐데요. 혹시 《동의보감》에 약재가 그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성장 조건들이 따로 명시되어 있기도 한가요?

 

오수석 | 《허허 동의보감》에서 구체적으로 그 부분까지 논하지는 못하지만 임상가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있습니다. 언제가부터 ‘신토불이’를 강조하면서 우리 것이 우리 몸에 제일 좋다고들 말하는데,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아요. 중국 약 중에 훨씬 좋은 게 많습니다. (일동 웃음) 단지 수입하는 사람들이 싸구려를 들여와서 그렇지.

 

 

 

황인태 | 아까 약이라는 게 자연이라고 했잖아요. 히말라야에 가면 하루만에 히말라야를 건너는 기러기가 있습니다. 이 기러기의 심장 구조나 혈액 등을 연구하면 협심증과 같은 질병에 맞는 약재를 뽑아낼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기러기가 없잖아요. 그래서 약에 있어서 만큼은 절대로 신토불이가 아니라는 거죠.

 

요즘 젊은 친구들, 웹툰으로 만화를 많이 보잖아요. 선생님도 혹시 보시는 웹툰 있으세요?

 

허영만 | 없어요. 난 내 거 찾아보기도 바빠. 남의 걸 들여다볼 여유가 없어요. 내가 이번에 남해안에서는먹지도 않는 걸 동해안에서 먹고 있는 ‘비단멍게’라고 스토리를 쓴 게 있는데 중간에 잘못 쓴 게 있어, 가만히 생각해보다 바꿔 썼어. 그런데 어젯밤에 집에서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르게 쓰면 좋겠다, 싶은 거야 그래서 바꿨어요. 바꾸고 났는데 안 바꿔도 괜찮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 또 원래대로 바꿨어요. 그러니까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계속 그 생각을 하는 거야.

 

 

 

말씀하신 것처럼 선생님께서 일에 굉장히 집중하시잖아요. 사모님이나 자녀분들이 불평하진 않나요?

 

허영만 | 내가 결혼해서 30대 중반까지 단독주택에 살았는데, 집 앞에 있는 가로등이 우리 방문을 비치는 거야. 내가 전화국에 전화해서 이거 옮겨 주시오, 그랬어. 그걸 옮겼는지 안 옮겼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가로등 때문에 내가 잠을 못 자겠더라는 거지. 그래서 사진 인화할 때 빛 안 들어오게 하는 두꺼운 커튼을 쳐야겠다고 하니까 마누라가 질겁을 해서는, ‘사람 사는 방에 그런 걸 어떻게 치냐’고. 그런데 나는 조금만 밝아도 잠이 깨는 거야. 그 정도로 예민했던 거지. 그래서 여러 사람이 불편했고. 결국은 내가 밥 벌어 먹이려고 한 일인데 나만 나쁜 놈이 되는 거야. (일동 웃음)

 

그러던 게 소위 작업실을 얻어 밖으로 나와서는 많이 달라졌지. 집 생활하고 완전히 구분이 되니까. 그래서 어지간히 급한 일 아니면 작업할 걸 집으로 갖고 들어가지 않아. 집에 들고 가면 뭐해. 그러니까 낮에 최대한 일 보고 저녁 때 술 한 잔 먹고 집에 가고 그러지.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아는 걸 실천하는 게 어렵습니다. 선생님께선 작업하시는 동안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실 테고요. 혹시 《동의보감》을 공부하시면서 실천하게 된 건강 지혜가 있으신가요?

 

허영만 | 자전거 탈 때 숨이 턱에까지 차고 이러다 숨이 멎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적게 먹고 움직이지 말라고 하잖아. 내 나이도 있고 이제는 버거운 운동은 하지 말아야지. 또 무엇보다 소식이 좋은데, 실제로 해보니까 소식하고 술 안 먹는 다음 날은 굉장히 편해요. 술을 안 먹더라도 밥을 많이 먹은 다음 날은 기분이 영 불쾌하고. 그런데 사실 이거 하나는 실천하고 있다, 하는 건 딱히 없어. 잘못됐다는 걸 알았으면 이걸 고쳐야 하는데 안 고쳐지는 것 때문에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아요. (일동 웃음) 술 먹고 맨날 후회하고 그러지.

 

다음 작품으로 어떤 걸 구상 중이신가요?

 

허영만 |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게 실버만화였는데, 중요한 건 실버들이 만화를 안 본다는 거예요. 그래서나 혼자 그냥 연재 하다 그만 둘 수도 있지만,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다른 건 커피 만화.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커피가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없었던 데는 생산자가 아주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거든. 최근에 알아본 바로는 커피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게 불과 20년 밖에 안 됐다고 그래요. 그런데 애당초 기본적인 자료가 많으면 그림 그리기가 수월한데, 커피 만화 그리려면 거의 전 세계를 싸돌아 다녀야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웃음)

 

 

허영만

 

1955년 1월 175cm에 깡마른 19세 허영만은 이불 한 채 메고 서울역에 내렸다. 여수에서 서울까지 비둘기호 야간 열차로 9시간이 걸렸다. 1974년 한국일보 신인만화공모전에 《집을 찾아서》가 당선되며 만화가로 공식 데뷔했다.

 

1974년 《각시탈》, 1981년 《무당거미》, 1989년 《날아라 슈퍼보드》, 1994년 《비트》, 1999년 《타짜》, 2003년 《식객》 등 40년간 수많은 히트작을 낸 허영만은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로 손꼽힌다. 특히 철저한 사전조사와 취재를 통해 탄생한 콘텐츠의 힘 덕분에 허영만의 작품은 '믿고 보는' 만화로 통한다. 더불어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게임 등으로 제작된 많은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며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작품 연재에 들어가기 전 끊임없이 배우고 관찰하고 4~5년씩 '과외 수업'도 불사하는 그가 2011년부터 매주 수요일 밤을 '과외 시간'을 못 박았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동의보감》을 정보와 재미를 섞어 교양 만화로 재해석한 《허허 동의보감》을 집필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앞으로 《허허 동의보감》의 완간까지 열정을 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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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행사 수첩] 만화 마니아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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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11월 14일 북카트

간만이죠? 라고 눙치기에는 너무 간만입니다. 9월 26일 이후 거의 두 달 만에 끌고 돌아온 [에디터의 북카트]네요. 그동안 책을 안 산 것도 아니고! 그저 소개를 미루었을 뿐이고! 네네. 다 저의 귀차니즘 때문입니다. (꾸벅) 반성하는 의미로다가 이번에는 지난 북카트를 탈탈 털어 빵빵하게 소개 올리겠습니다. 그것도 만화 특집으로요. 바야흐로 겨울의 초입. 뜨끈한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귤 까먹으며 보기에 좋은 책이 만화 말고 더 있나요? (장르소설 덕후는 잠시 빠져주세요.ㅎ) 그런 의미에서 저의 편협한 만화 목록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내가 생각하는 올해의 만화’를 추천해주시는 여러분에게 푸짐한 상품이...

 

있을 리가 없죠. 헤헤. 취향이나 나눠 갖자고요. 그럼 시작합니다.

 

우리는 어리고 뭘 몰랐었지

 

앙꼬 | 《나쁜 친구》 | 창비 | 2012

억수씨 | 《연옥님이 보고 계셔》 | 애니북스 | 2012

수신지 | 《3 그램》 | 미메시스 | 2012

김수박 | 《사람 냄새》 | 보리 | 2012

김성희 | 《먼지 없는 방》 | 보리 | 2012

 

 

 

‘그땐 그랬지’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헌데 살다 보면 모든 시절을 그리 쿨하게 회고할 수만은 없겠죠. 이들 다섯 편의 만화가 그렇습니다. 방황하던 사춘기를 함께한 친구와의 이야기를 그린 《나쁜 친구》, 해맑았던 유년을 지나 상처 입은 청년으로 사는 나날을 담담히 그려나간 《연옥님이 보고 계셔》, 몸에 든 병이 마음에도 번져온 투병 시절을 그린 《3 그램》,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한 시절을 말하는 《사람 냄새》《먼지 없는 방》을 읽어가며 생각합니다. ‘그땐 그랬지’라고 노래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아직 아프고, 분노하고, 기억해야 할 때다. 더는 모르지 말자구요. 네?

 

먹으세요, 피부에 양보하지 마세요

 

후미 요시나가 | 《어제 뭐 먹었어?》 | 삼양출판사 | 2012

라즈웰 호소키 | 《술 한잔 인생 한입》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

조경규 | 《차이니즈 봉봉 클럽》 | 씨네21 | 2008

 

 

이 미친 세상과의 전투력 상승을 위해서는 먹어야죠! 《심야식당》과 《고독한 미식가》를 읽고, 드라마까지 보았고, 심지어 외장하드에 그 모든 시즌의 파일을 소장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세 편의 만화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겁니다. 《서양골동양과자점》의 작가이기도 한 후미 요시나가의 《어제 뭐 먹었어?》는 게이 커플의 동거와 (특히 식)생활을 다룬 만화인데요. 일본 가정식의 레시피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술 한잔 인생 한입》도 역시 일본입니다.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듯 술 만화고요. 29세의 회사원인 주인공은 매 에피소드마다 퇴근하기 무섭게 술집에 갑니다. 그 깨알 같은 묘사는... 하아... 말로 설명을 못하겠네요. 참고로 제 추천에 이 만화를 사서 보던 친구는 야밤에 맥주를 사러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차이니즈 봉봉 클럽》은 《오무라이스 잼잼》으로도 유명한 조경규 작가의 만화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중화요리 탐방기고요. 판타지에 가까워 보이는 격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의 배경은 서울에 실존하는 중화요리 전문점입니다. 그러니까 멀지 않은 곳에서도 황홀경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세한 정보는 관련도서를 참고하세용~

 

좀비 대 인간? 인간 대 인간!

 

로버트 커크먼 | 《워킹 데드》 | 황금가지 | 2011 

 

 

음식 다음에 좀비라니, 뭐야, 싶으셨나요. 그렇게 비위가 약하신 분들에게는 비추. 어린이와 노약자와 임산부에게도 비추. 내가 왕년에 좀비 영화 보며 치킨 좀 뜯었지! 하는 분들에게는 강추. 네네. 이쯤 되면 예상하셨죠? 가족까지 좀비로 변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사투를 그린 만화 《워킹 데드》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를 드라마화한 ‘워킹 데드 시즌 3’를 방영하고 있고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인 《워킹 데드》를 찾는 사람도 많아 보입니다. 로버트 커크먼은 한 인터뷰에서 “좀비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다 죽거나 모조리 죽거나, 아니면 차를 타고 석양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런 식의 결말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다음에도 할 이야기가 한참 남았을 텐데. 《워킹 데드》는 바로 그 생각에서 시작했다.”라고 답변한 적이 있는데요. 그의 말이 암시하듯 만화가 전개될수록 갈등 구도는 좀비 대 인간에서 점점 인간 대 인간의 구도로 옮겨 갑니다.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거죠. 무턱대고 난도질만 해대는 좀비물은 아니란 말씀! 이 시리즈는 국내에 9권까지 출간된 상태입니다. 모쪼록 지갑 간수 잘하시길 바랍니다. 북카트가 좀비보다 더 무서우니까요. 그럼 즐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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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어놓은 구절들] 소복이, 《우주의 정신과 삶의 의미》

 

 

소복이 | 《우주의 정신과 삶의 의미》 | 새만화책 | 2009

 

자랑을 좀 해야겠다. 좋아하는 작가에게 싸인을 받았다. ‘막 사세요. 어차피 100년 후엔 우리 다 없어요.’라는 문구에 그림까지 곁들였다. 만화가 소복이다. 이번에는 싸인을 받은 그 책에서 몇 구절을 소개할 참이다. 접어놓은 말풍선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우주의 정신과 삶의 의미》는 소복이의 첫 번째 단행본이다. 이 독특한 제목의 실마리가 궁금하지 않은지? 소복이는 경기도 시흥시 매화동 사람들에게 ‘만화주인공 신청서’를 받았다고 한다. 그때 여섯 명을 뽑아 인터뷰한 내용을 만화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에는 사소한 일에 울고 웃는 보통 사람들의 우주가 있다. 작가의 분신으로 등장한 외계인은 “‘삶’은 뭐고, 또 ‘의미’는 뭘까.”라고 자문한다. 그 질문은 곧 지구인에게 향한다.

 

“불행하세요?”
“이게 인생이니까요. 불행하다기보다 염려하면서 사는 거죠. 뭐… 천재만 예술하는 거 아니니까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을 것도 같고요. 그래도 요샌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는 게 긍정적이죠.” (38쪽)

 

“성공을 하면 행복해지나요?”
“누구나 성공하고 싶지 않을까요?”
“행복하고 싶어요, 아니면 성공하고 싶어요?”
“성공이요, 아니… 행복이요! 내가 잘못됐나요?”
“아니요. 사람마다 다 다른 거잖아요.” (54쪽)

 

문답의 시간이 지나고, 외계인은 ‘지구인들의 삶의 의미에 대한 보고서’라는 걸 쓰지만 이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우주의 정신과 삶의 의미》는 지구인 완결판보다 입문편에 가깝다. 나는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또 여전히 살아가는 것은 겁나는 일이다. 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건 참 어려운 목표다. 오랫동안 목표이기만 하다.”라는 소복이의 말처럼, 사람들은 각자 제 몫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전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저 목표인 채 나름대로 삶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에는 다들 조금씩 모자란 삶이다. 하지만 불행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겁나는 일’이라면서도, 소복이는 그 의미를 탐색 중인 것 같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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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행사 수첩] 만화 몽땅 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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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 요리 보고 저리 보면 슬퍼질지도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 요리 보고 저리 보면 슬퍼질지도 

 

앞표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공룡 둘리’의 표정이 압도적이다. 거뭇하게 자라난 수염에 굳게 다문 입술, 푹 눌러쓴 모자 밑으로 겨우 그러나 분명하게 보이는 한쪽 눈빛. 둘리는 둘리인데, ‘그’ 둘리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친근했던 명랑만화 주인공 ‘귀여운 아기 공룡’은 어디로 가고, 어떤 절망과 패배감, 분노 같은 것을 침묵으로 쏟아내며 보는 이-독자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공룡 둘리’가 있다.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는 순간, 그리고 충격.
 

나는 “공룡 둘리”를 보았다.
… … …
아니, 둘리가, 둘리가…?
만화를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혀 왔다.
현기증이 났다.
“도대체 누가 둘리를 이렇게 만들어 놨어?”

                                                          -만화가 김수정, 추천사 중

 

일단 둘리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은 만화가 최규석이다. 일을 하다 손가락이 잘려 초능력을 잃어버린 노동자 둘리와 동물원에서 몸을 파는 또치, 외계연구소에 넘겨져 생체실험대 위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된 도우너와 폭력을 일삼으며 감옥을 제집 드나들 듯하는 희동이. 최규석의 단편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의 표제작인 ‘공룡 둘리’는 이렇듯 “국가대표급 명랑만화의 캐릭터들을 처절하고 남루한 현실로 끌고 들어옴으로써” (111쪽) 극한의 블랙코미디를 만들어낸다.

그래, 이것은 극한일지 모른다. 우리네 삶이 사실 그다지 ‘명랑’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랑’함을 꿈꾸는 우리를 그곳으로 내모는, 그것을 위해 던져진 한마디. “더 이상… 명랑만화가 아니잖니!” (96쪽) 이로써 과거 어디쯤에 있었을 ‘아기 공룡 둘리’에 대한 기억은 배반당하고, 내 삶의 미래 어디쯤엔가는 꼭 끼워 넣고 싶었던 명랑 혹은 환상까지 강탈당한 기분을 느낀다.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버리고 무감해지려 무던히 노력했던 처절한 현실이 다시금 현실성을 회득하는 순간, 그리고 멈칫.

내가 무감해지려 노력했던 현실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서는 친구의 어려움 따위, 소주 한 잔의 푸념과 자책으로 눈 질끈 감고 넘겨버릴 수 있는 게, 또 나의 현실이다. 아니 그것이 진짜 현실이다. ‘공룡 둘리’에서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나 또한 저리도 비루한 인생이 내 것이 아님에 안도하며 일상을 위로하는 것, 그러나 그것도 잠깐, 또다시 내 삶의 털끝만한 어려움을 과장하고 호들갑 떨며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얼굴을 했던 것은 아닌가. 그러므로 과연 둘리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데 내 몫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공룡 둘리’의 저 눈빛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나는 "자아실현, 사회참여, 고차원적 소통, 남 위에 서기, 칭찬 듣기, 정신적 노출증... 이런 고상하거나 혹은 세속적인 많은 부모들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그것들과는 관계없이 이 책 속에서 읽히기를 바라는 (작가 최규석)의 간절한 마음" 을 받은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그) 마음만 받"은지도.  (작가의 말 중)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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