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4.09.18 9월의 책 두 권
  2. 2014.01.28 [반달토끼의 책방앗간] 양창순,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3. 2013.10.24 [에디터의 북카트] 현선의 10월 24일 북카트 - ‘마음산책’이 필요해
  4. 2011.09.26 [그리는 일기] 고마워요!
  5. 2011.08.24 [서점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에 미치다 - 스토리매니악 님
  6. 2011.07.27 [詩로 물드는 오후] 김춘성, 마음
  7. 2011.03.10 [그리는 일기] 똑, 똑, 똑
  8. 2010.02.17 <오래된 연장통> - 겨울날의 카페 창가 자리를 좋아하시나요? (8)
  9. 2009.06.15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9월의 책 두 권

 

 

 

 

어떤 노래를 듣는 와중 바로 다음에 듣고 싶은 노래를 떠올릴 때가 있다. 두 노래는 어딘가 닮았다거나 번뜩 떠오르는 서사가 있기 마련이다. 강상중이 쓴 소설 《마음》을 읽던 중에 나쓰메 소세키의 어떤 이야기든 이어 읽고 싶었다. 마침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 2차분 목록이 나왔다. 갱부, 《산시로》, 《그 후》, 《우미인초》. 이렇게 네 권이다. 네 권은 불안과 불만으로 묶인 한 권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는 이 네 권 중에 가장 어두운 《갱부》를 강상중의 《마음》에 이어 본다.

 

영원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면, 저는, 역시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사랑해야 하는 고인들에게 어울린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청춘과 죽음의 배반성을 견디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어떨까요. - 강상중

(강상중 / 노수경 옮김, 《마음》, 사계절, 2014)

 

주인공인 학생 나오히로는 친한 친구의 죽음을 겪었다. 그는 지독한 괴로움을 견디며 선생 강상중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위 구절은 강상중이 소년에게 보내는 편지 일부다.

 

《갱부》의 앞표지에는 일본어로 '걸으면 걸을수록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흐릿한 세계'라고 쓰여 있다. 《갱부》에는 견디다 못해 죽으려고 집을 뛰쳐나온 한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은 계속해서 걷는데, 그저 어둠만이 목적지다.

 

“임자, 일할 생각 없나? 어차피 일은 해야 할 거 아닌가?”
도테라가 다시 물었다.

다시 물었을 때는 나도 그럭저럭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일해도 됩니다만.”
이게 내 대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임시방편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그런 대답이 입 밖으로 나올 만큼 내 머리가 가까스로 정리되었다는 것은, 단순하지만 과거를 한번 쭉 돌이켜보는 과정을 거쳤다는 걸 의미한다.

(...)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어두운 곳으로 갈 생각이지만, 사실은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고 뭔가 붙잡는 것이라도 나타나는 날엔 얼씨구나, 하고 보통의 사바세계에 머물 생각인 것으로 보였다. 다행히 도테라가 붙잡아주어 아무렇지 않게 다리가 뒤쪽으로 걷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를테면 자신의 큰 목적에 송구스러운 배반을 좀 해본 셈이다.

(나쓰메 소세키 / 송태욱 옮김, 《갱부》, 2014, 현암사)

 

강상중의 《마음》과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에 나오는 '실패 중인 인생'을 잠깐 바라봤다. 두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나는 읽지 않은 이야기여도 언제나 읽어본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 《마음》과 《갱부》를 읽는 중에도 나는 두 작가의 일관된 치열함이 좋았다. 또한 두 소설에서 나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말, '배반'이라는 단어에 여지없이 묶여 버렸다.
'배반'이라고 알고 있던 뜻 옆에 '뜻 2'가 새겨졌다. 놓치기 아까운 것을 견디는 데 '배반'이라는 단어가 쓰일 수도 있으며, 억지스러운 마음가짐과의 배반이 어쩌면 송구스러울 수 있다는 것. 고쳐먹을 마음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 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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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토끼의 책방앗간] 양창순,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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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북카트] 현선의 10월 24일 북카트 - ‘마음산책’이 필요해

어떤가요. 오늘의 마음. 저는 다소 심드렁한 듯합니다. 특별히 예민하게 마음을 쓸 일은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그런대로 무심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마음은 그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편안으로부터는 멀어지도록 하니까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무엇이라 정확히 표현할 정도로 크고 분명한 마음이 감지되지 않는 지금이 그저 편안하게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말이죠. 끊임없이 외부와 접촉하고 있는데도 그것으로 인한 어떤 결과가 내 안에서 포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또한 어떤 마음의 작용인지 알아봐야 할 것만 같달까요. 강박이라면 강박일 겁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아니면 권태로움이든, 지금 내가 ‘어떻다’고 인지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내가 모르는 내 마음이 내면의 바닥에서 은밀하게 나뒹굴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요.

 

마음의. 무수히 중첩되고 해체되고 얽혀드는 실핏줄. 나는 언제나 핏발이 선 채 피곤해하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정면 응시하면서. 바라보려 한다. 세상을. 사람을. 당신을. 마음은 우리를 현실 이상의 깊은 현실과 만나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시선이기에. (김소연, 《마음사전》, 마음산책, 2008)

 

뒤늦은 감이 ‘너무’ 있습니다. 이미 알 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읽을 만한 사람은 모두 읽었을 이 책, 《마음사전》을 이제야 저는 마음에 담았으니까요. 다른 말이 필요할 것 같진 않습니다. 어떤 마음의 말에 스스로를 밀어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제 강박이라도, 그로 인해 “언제나 핏발이 선 채 피곤해”지더라도, “무수히 중첩되고 해체되고 얽혀드는” 마음의 “실핏줄”“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고 싶은 제 마음을 저로서도 어쩌지 못하고, 또 그러므로 당장에 제가 할 일은 자기로 굽어진 오해와 곡해의 시선 없이 있는 그대로의 그것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해가는 수밖에요.

 

 

그렇게 제 자신에게 더 민감해지고자 ‘마음산책’에서 나온 다이앤 애커먼의 《감각의 박물관》도 함께 담았습니다. “감각은 뚜렷한 혹은 미묘한 사실들을 그대로 분명하고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감각은 현실을 아주 잘게 쪼갠 다음 그것을 다시 모아 의미있는 형태를 만든다. 감각은 우연한 표본을 받아들인다. 감각은 하나의 예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뽑아낸다. 감각들은 서로 의논하여 그럴듯한 예를 찾아내고, 작고 정밀하게 판단한다. 인생은 모든 것에 빛과 풍부함을 부여한다. (10쪽)”는 의미의 구체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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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기]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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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에 미치다 - 스토리매니악 님

 

작렬하는 태양,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땀, 여름의 한가운데 와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하지만 요사이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슬슬 가을이 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어서 빨리 와 주길, 그리고 오래도록 머물러 주길, 가을에게 부탁해봅니다. 

 

자, 그럼. 가을을 기다리는 오늘, 또 어떤 분의 이야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지, 지금부터 [서점에서 만난 사람] 시작합니다!

 

스토리매니악 님이 궁금합니다!

 

제 책상에 앞으로 볼 책을 한 30권 쌓아 놨어요. 이걸 언제 다 읽지 싶어 한숨도 나오지만, 곧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지 설레하고, 보고만 있어도 괜스레 즐거워져 히죽히죽 웃고 있는... 네, 맞습니다, 이야기에 미쳐 있는 스토리매니악입니다.^^

 

반디 서재와의 인연을 말씀해주세요.

 

반디는 오프라인 매장을 참 좋아했어요. 코엑스 안에 있는 매장을 자주 다녔죠. 그러다 인터넷 서점이 생겨 등록을 했고, 작년부터 블로그에 썼던 책에 대한 감상을 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서재를 개설했어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되고, 서재와 인연 맺기를 참 잘했다 싶네요.

 

반디 서재에서 활동하시는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 감상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을 때요! 특히 책 선택에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참 기쁘더라구요. 그럴 때 서재 활동에 매력을 느끼곤 합니다.

 

‘책 읽는 설렘’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신다면?

 

제게 책 읽는 설렘, 새로운 책을 만나는 설렘은,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었을 때 그 요리가 다 되기를 기다리는 마음과 같아요. 아, 빨리 먹고 싶다...처럼 아, 빨리 읽고 싶다...라는 조바심 나는 설렘입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이야기, 작가, 출판사, 그리고 편집을 고려하는 편이에요. 우선 어떤 이야기가 있는 책인지 관심사와 연결된 것들을 주로 고르고, 좋아하는 작가이거나 혹은 모르는 작가라면 전작의 평을 고려하고,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출판사인지도 조금 고려하고, 마지막으로 읽기에 편한지를 체크해 보는 편입니다. 뭐, 요즘은 밑도 끝도 없이 표지에 혹~해서 들춰보고는 괜찮아 보이면 사기도 하지만요.

 

이런 책은 무조건 산다! 라고 할 만한 기준이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작가, 믿는 작가 몇 명이 있어요. 그 작가들의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사는 편입니다. 제게 그런 작가는 소설 쪽을 예로 들면 일본작가 '아사다 지로'의 책이 그런 경우에요.

 

현재 많은 출판사들이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하고 있는데요. 그중 특별히 선호하거나 신뢰하는 시리즈가 있으신가요?

 

전집보다는 단행본을 선호해서 세계문학전집을 사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을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책의 제본상태를 꼼꼼히 보는 편인데, 열린책들의 세계문학전집은 제본이 참 튼튼해서 좋아요. 거기에 가벼운 종이를 사용해서 양장본임에도 무겁지 않은 게 마음에 듭니다. 덧붙여 번역의 질도 좋고 충실한 해설이 있어 문학전집 중에서는 가장 선호하는 시리즈에요. 

 

요즘 읽고 있는 책에는 어떤 게 있나요?

 

 

일본의 괴이한 이야기를 모은 <속 항설백물어>, 가디언지의 위키리크스 폭로서 <위키리크스-비밀의 종말>, 경영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경영의 진화>를 읽고 있어요.

 

요즘 눈독(?) 들이고 있는 책에는 어떤 게 있나요?

 

 

기시 유스케의 신작소설 <악의 교전>, 인생사는 지혜를 알려 줄 <인생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에 은근한 눈길을 주고 있는 중입니다.

 

평소 즐겨 있는 분야와 그간 읽어온 책 중에 ‘이 책만은 반드시!’라고 추천할 만한 도서를 소개해주세요.

 

 

제일 좋아하는 분야는 소설이에요. 제 독서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구요. 그간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사다 지로의 <지하철>, 오기와라 히로시의 <내일의 기억>은 꼭 권해드리고 싶어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우리나라의 '공선옥', '김탁환', '윤성희' 작가, 일본의 '아사다 지로', '오기와라 히로시', '이치카와 다쿠지' 작가, 미국의 '마이클 코넬리' 작가, 독일의 '파트리크 쥐스킨트', 스페인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작가를 무지 좋아해요.

 

늘 마음에 두고 있거나, 몇 번이고 다시 보며 감동을 느끼는 책이 있으신가요?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이란 소설이 있어요. 이야기 자체 보다는 이 책이 제게는 의미가 있는 책이어서 늘 마음에 두고 있어요. 이 책 전에는 그다지 독서량이 많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세상에 있는 책들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졌어요. 덕분에 독서량이 폭발해서 지금 이야기에 미쳐 살고 있습니다.^^

 

최근 3개월 동안 인상 깊게 읽으신 책은 어떤 게 있나요?

 

최근에 읽었던 비채에서 나온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이라는 책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장르소설을 즐겨 있는 편인데요, 1880년대 말부터 1890년대 초까지 미스터리소설의 황금기라 불리던 시기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어 참 좋았어요.

 

 

 

그간 읽으신 소설 속 캐릭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머리에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캐릭터는 많은데요, 그 중에 근래에 만나게 된 캐릭터 하나 소개 드릴께요. '모리미 토미히코'라는 일본 작가의 신작 <펭귄 하이웨이>에 나오는 '아오야마'라는 캐릭터에요. 초등학교 4학년 소년인데, 어제의 자신보다 훌륭해지기 위해 매일 연구에 몰두한다는 참으로 잔망스런 녀석입니다. 아마 만나보시면 배꼽 잡으실 거에요.

 

단 한 권의 책으로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면, 어떤 책을 꼽으시겠어요?

 

어려워요...^^;;

 

가장 좋아하는 분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어떤 건가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란 소설을 선물하고 싶네요. 사랑 또한 인위적인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어떻게 사랑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지요. 좋아하는 분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하는 책이에요. 

 

세상 모든 책이 불탈 때 단 몇 권의 책을 구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구하실 건가요?

 

이치카와 다쿠지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구하고 싶네요. 이 책들은 읽어도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이거든요.

 

책을 읽지 않을 땐, 보통 무엇을 하면서 지내시나요?

 

요즘은 거의 잠만 자네요.^^

 

독서하면서 생긴 특별한 습관이 있으신가요?

 

목록을 만드는 습관이 생겼어요.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은 물론이고, 시간 날때마다 읽고 싶은 책에 대한 목록 같은 것들을 만들곤 합니다.

 

앞으로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추석 전까지는 소설 위주로 10권 정도 읽을 생각이구요, 올해 가기 전에 꼭 <사기> 읽기를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이야기에 미쳐 있는 분 답게(?) 참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해주셨는데요. 추석 전까지 10권, 저도 동참해볼 생각압니다!! 목록은 스토리매니악 님께서 추천해주신 책 중에서 골라보고요.^^* 

 

★ 스토리매니악 님의 '스토리매니악'한 서재가 궁금하신 분들, 지금 바로 [여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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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물드는 오후] 김춘성, 마음


 


김춘성 | <서 있는 달> | 청어 | 2011

 

마음

 

바다에 와

끝을 보면

너무한 끝없음에

미어져오고

막막해진다

 

저 먼 끝

그 너머에까지

바다는 속절없고

 

까맣게 이어진 깊은 속

바닥 끝에는

무엇이 앉아 도사릴까

 

바다는

사는 것에서부터

죽는 것까지

모두를 안고 있다

 

마음이다 

 

- 김춘성, <서 있는 달>

 

수평으로도, 수직으로도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바다를 보면 그 무한한 넓이를, 부피를 채우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살랑살랑 지느러미를 흔들며 그 속을 유영할 물고기들, 지상의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산호초들, 그 사이를 떼지어 돌아다니는 미생물들. 온통 살아서 흔들리는 것들을 떠올렸었다. 그런데 '바다는 사는 것에서부터 죽는 것까지 모두를 안고 있다'고 한다. 땅 위에서 죽은 것들은 묻히거나, 태워진다. 바다 속의 생명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여전히 바다에 있다. 바다에서의 삶이 다하면, 그들은 그때 바다의 끝을 알 수 있게 되는 걸까. 누구도 본 적이 없는 바다의 검은(혹은 검다고 짐작되는) 바닥을 보게 되는 걸까. 산 것들도, 죽은 것들도 모두 끌어 안고 사는 바다의 끝에는, 바다의 바닥에는 따뜻하고 말랑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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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기] 똑, 똑,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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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장통> - 겨울날의 카페 창가 자리를 좋아하시나요?


전중환, <오래된 연장통>, 사이언스북스, 2010

요즘처럼 눈이 내리는 날이면, 문득 좋은 사람과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집니다. 건조하게만 느껴지던 회색 도시가 새하얗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사진처럼 눈에 담아놓는 것도 좋겠죠. 그러려면 큰 창이 있는 2층 카페 창가 자리가 제격이겠네요. 하얀 눈에 쌓여 새로 태어나는 세상을 책상 앞 액자에 넣어둔 듯 잠자코 바라볼 수 있으니 말이에요. 그렇게 앉아 있는 동안, 저는 더 이상 두터운 옷을 껴입고 한껏 움츠린 자세로 바삐 걸어가는 ‘현대인’이 아닙니다. 그러니 세상과 잠시 떨어져, 사실상 저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그들을 관망하며, 그렇게 오래도록 마냥 앉아 있고만 싶어집니다.

내 맘과 같은 우리, 이게 ‘석기 시대의 마음’이라고?

그런데 사실 제가 원하는 것처럼, 언제든 2층 창가 자리에 쉽게 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만큼은 모두 한 마음이 된 것처럼, 다들 창가 자리부터 찾아 앉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런 현상은 “지금 바로 한적한 별다방에 가서 줄지어 들어오는 손님들이 과연 어떤 테이블부터 채우는지 살펴보”면 금세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토록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걸까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팍팍한 현대인의 삶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여유를 느끼기 위해서일까요?

이에 대해 진화심리학의 눈으로 우리의 일상을 ‘다시 보기’하고 있는 <오래된 연장통>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리의 현대적인 두개골 안에는 석기 시대의 마음이 들어 있다.”는 것인데요, 아니 지금이 어느 때인데 석기 시대의 마음이냐고요? 석기 시대는커녕 디지털 기술의 수혜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오늘,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당치도 않은 소리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막상 책 속에 펼쳐져 있는 진화심리학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니 이게 어쩐 일일까요?

‘오래된 연장통’을 뒤지는 진화심리학

일단 진화심리학이란 그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다윈의 진화론에 기반하고 있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이 진화론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 바로 ‘자연선택이론’입니다. 다윈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에서, 부모가 가지고 있는 형질이 후대로 전해져 내려올 때 자연선택을 통해서 주위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형질이 선택되어 살아남아 내려옴으로써 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생물 개체는 같은 종이라도 환경에 적응하여 여러 가지 변이를 나타내게 되는데, 이 변이 중에서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변이가 선택되고, 결국 후대로 전해져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 역시 (이러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로서 인식합니다. “우리의 진화적 조상들이 수백만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부딪혔던 여러 적응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자연선택이 설계해 낸 수많은 다양한 심리 기제들의 묶음”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죠.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이 <오래된 연장통>인 것은 일상생활의 문제가 생겼을 때 꺼내드는 연장통처럼, 인간의 마음 또한 “각각의 적응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특수화된 수많은 심리적 ‘공구’들이 빼곡이 담긴 연장통”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합니다.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이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현상은 ‘조망과 피신’ 즉, “인간은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바깥을 내다 볼 수 있는 곳을 선호하게끔 진화했다.”는 이론으로 설명됩니다. 인류의 조상이 살던 선사 시대의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장애물에 가리지 않는 열린 시야가 필요했는데요, 이는 물이나 음식물 같은 자원을 찾거나 포식자나 악당이 다가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현대인의 '두개골에 석기 시대의 마음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황당하게만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이외에도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행동들 모두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자 전중환은 바로 이 질문 앞에 서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진화를 우리의 일상생활에 초대하려는 그의 노력은 소비, 도덕, 음악, 종교, 예술, 문화, 문학처럼 진화 이론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분야들에까지 폭넓게 걸쳐 있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왜 우리가 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박장대소하고, 연예인의 가십에 귀를 쫑긋 세우며, “오! 필승 코리아~”를 열창하며 눈물을 흘리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진화심리학은 내 삶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온갖 현상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제공하며 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마침 다윈 탄생 200주년을 즈음하여, 우리가 모르는 사이 늘 우리 곁에 있었던 진화심리학의 세계를 여행해 보는 건 어떨까요?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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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조진국,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해냄, 2008


#  사랑을 놀이기구로 표현한다면 아마 롤러코스터가 아닐까?


사랑은 롤러코스터와 닮았다. 아무런 감정이 없던 두 사람이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 둘이 함께 탄 롤러코스터는 가속 페달을 밟으며 빠른 속도로 정상으로 올라간다. 올라갈 때의 스릴과 즐거움이 큰 만큼, 딱 그 높이만큼 내려올 때의 공포를 느껴야 한다. 사랑의 크기만큼, 외로움과 두려움도 함께 커져가는 위험한 놀이이다. 설렘과 추억의 순간이 있기에, 무섭고, 처음 시작의 위치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 사랑을 꿈꾼다. <고마워요, 소울메이트>에서 만났던 공감의 글이 많았기에, 저자의 새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읽으며, 사랑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아직 연애세포가 죽어있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잃어버린 연애세포를 찾는 마음으로, 저자가 들려주는 사랑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 사랑의 시작에서 헤어짐,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까지

20편의 러브레터와 이어지는 이야기로 책의 내용이 채워진다. 빨리 뛰어가는 토끼와 토끼를 바라보며 느리지만 꾸준히 걷는 거북이의 달리기는 더 많이 사랑하는 자와 더 많이 사랑 받는 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랑에 빠질 때 생각하게 되는 운명적인 우연의 합리화, 작은 숫자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설렘, 내가 더 사랑 받았으면 하는 본심, 함께 있어도 생각까지 함께 공존할 수 없는 현실, 사랑하기에 빠져드는 오해와 갈등까지, 사랑의 순간에 느끼게 되는 질투, 행복함, 기쁨, 원망 등의 다양한 감정을 저자의 글을 통해 다시 돌아본다.

사랑의 목적이 행복이 아니듯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때론 아픔과 상처를 감내하는 일을 필요로 한다.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지 않기에 행복하지 않는다고 할까. 머리로 계산해서 할 수 일이 아니기에, 그 끝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둘 사이의 게임. 예측 할 수 없기에 행복의 순간이 소중함과 함께 상실의 불안감이 함께 한다. 글을 따라 마음을 맡기다 보면, 사랑에 상처를 심하게 받아 사랑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더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만나고 싶지 않기에 사랑에서 도망치는 이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젊었을 때는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기에, 빠져드는 마음에 집중해, 내 기분, 내 마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세월을 경험할 수록, 상대의 기분까지 고려하기에, 사랑에 더 조심스러워진다 생각한다. 알면 알수록 더 잘할 수 있다는 마음과 더 조바심 내며 주춤거리는 마음을 안고 있기에, 사랑에 관한 글들이 독자들에게 여전히 사랑 받는다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과 울어도 변하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쓸쓸함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딱 내가 좋아하는 그만큼, 상대도 나를 좋아하면 좋을 텐데, 더 많이 좋아하기에 더 자신이 없어지고, 더 많이 사랑 받기에 더 상대가 힘들어하는 미묘한 차이가 연애에 늘 발생한다. 사랑의 정의는 모두에게 각자의 의미로 정답이고, 사랑을 지속시키는 과정도 각자 다르다. 객관식 정답이 아닌, 서술형 답을 써야 한다고 할까. 내 가치관의 정답이 아닌, 상대의 마음에 드는 정답을 쓸수록, 더 좋은 점수를,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시험문제를 푸는 기분이다. 정답을 알면서도 쓰기 싫어지거나 다른 답을 쓰게 되었을 때, 연애는 끝이 난다.

달콤한 연애를 하는 연인보다는 외사랑을 하고 있거나, 솔로인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더 연애를 잘 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지는 못하지만, 연애의 순간들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힘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사회의 대인관계는 적당한 선을 지키는 일이 서로를 행복하게 해 주지만, 연애는 개인의 내밀한 콤플렉스와 사소한 일까지 부딪치기에 더욱 어렵다.

사랑에 관한 글을 읽으면, 마음이 설레고, 여행에 관한 책을 보면 여행이 떠나고 싶어진다. 책을 읽고, 감정의 변화가 느껴진다면, 아직 충분히 사랑할 능력이 있다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마음의 움직임이 느껴진다면, 책에 웅크려있지만 말고, 사랑을 시작해보길 권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비이’님은?
문학이 주는 삶의 감동의 숲과 인문학이 주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의 산, 과학이 주는 정확한 사실과 호기심의 바다를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초보 독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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