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09.01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2》 - 부부가 사는 법
  2. 2014.04.18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 책 좋아하시나 봐요
  3. 2014.04.08 [반달토끼의 책방앗간] 마스다 미리 《주말엔 숲으로》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2》 - 부부가 사는 법

 

 

 

마스다 미리 |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2》 | 애니북스 | 2013

 

"서로 보고 싶은 책 고르고 30분 뒤에 여기서 만나자."

"그래!"

 

모처럼 만의 서점 데이트. 주말이라 꽤 붐비던 서점에서, 우리는 각자 책을 고르고 둘러볼 시간을 갖는다. 30분 뒤. 남편이 골라온 책을 보고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살까 말까?' 한참이나 들었다 놨다 고민하던 그 책이 남편 손에 꼭 쥐어진 것이다 맘에 드는 걸 발견했다는 듯 내게 건넨 그 책. 바로《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이다.

 

당시 확인하지 못했었는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마스다 미리는 이미 꽤 알려진 작가였다. 작가는 잔잔하면서 담백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부담이 없고 재촉하지 않아 천천히 글을 읽어 내리기에 그만이다. 특유의 가늘고 정감있는 펜 터치를 좋아하는 이도 많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나 역시도 책을 읽고 《내누나》《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등 그녀의 다른 작품을 눈여겨보는, 팬이 되어 버렸다.

 

책 속에는 제목에서 언급된 치에코가 등장한다. 이야기는 치에코와 남편 사쿠짱의 아주 소소한 일상을 단편처럼 엮어 완성했다. 어느 기업의 비서로 일하는 치에코와 구두 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사쿠짱. 그들은 이제 결혼 11년 차 부부이다.

 

 

둘은 퇴근하고 함께 만나 마트에 가고

카트 안에 식료품을 담으며,

때론 맛있는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맛보거나

 

 

집에 와 하루 동안의 일을 얘기하면서

소소하게 일상을 가꿔 나간다.

 

기승전결이나 희로애락 같은 건 애초부터 없다. 책은 지극히 평온한 부부의 일상을 다룬다. 굳이 행복하다.”를 연발하지 않아도 이들 부부의 일상에는 자연스레 풍족함이 스며들었다.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전개가 결코 지루하지 않은 까닭은 기혼인 탓도 있을테다. 상황마다 우리의 경우를 덧대는 작업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사쿠짱을 통해 남편의 모습을, 치에코를 통해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마냥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 부부의 모습을 되돌아보게끔 하고, 책장을 덮은 뒤 함께 사는 그 혹은 그녀를 더욱 보듬는 힘을 갖게 하기에 그렇다. 한 장면을 두고 서로 속마음을 나레이션처럼 적어 놓은 부분을 보며 때론 맞아!’를 외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그때 그랬겠구나싶어 괜스레 애잔함을 느껴볼 수도 있다.

 

가끔 누군가 내게 묻는다.

"신혼이 몇 년까지예요?"

"어, 글쎄...?"

 

"신혼은 정확히 결혼 후 2년까지입니다."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으련만. 질문을 받으면 덜컥 답하기가 참 애매하다. 이런 마음이 들 때는 있겠지. 조금씩 같이 사는 게 익숙해지는 느낌이 들 때. 평범한 듯한 일상이 반복된다고 느껴져 재미난 일을 찾게 될 때. 내 경우, 결혼 1년 차 이제 함께 사는 게 익숙하다 싶어질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익숙한 편안함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다. 이참에 치에코와 사쿠짱의 모습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부부의 일상’. 그 소소한 하루만큼 값진 것이 없다.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하루하루가 곧 더없이 소중하다고 책은 말하는 것 같다.

 

글이 많지 않기에 속도를 내면 단숨에 읽기 십상이다. 단번에 훑어 버리기 아쉬워 침대맡에 두고 조금씩 읽는 시간이 소중하다.  단 몇 개의 에피소드이지만 이를 통해 내 삶의 풍족함도 더불어 느껴본다. 알콩달콩 11년을 신혼처럼 보내는, 이 부부가 사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든다함께 사는 그도 엇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믿으며. '우리'의 소소한 일상도 이 부부처럼 탐스럽게 영글어가길 소망해 본다.

 

                 컨텐츠팀 에디터 김민경

min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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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 책 좋아하시나 봐요

 

 

 

마스다 미리 |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 이봄 | 2014

 

《수짱의 연애》를 읽고 나면 이 책이 궁금해진다. 바로 수짱이 오랜만에 연애 감정을 느꼈던 남자 쓰치다의 속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과연 수짱과 쓰치다가 연애를 하게 될까, 궁금하던 터라 《수짱의 연애》를 읽고 바로 펼쳤는데, 역시 쓰치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평범하지만 나름의 고집도 있어 보이는 남자 쓰치다.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에는 쓰치다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낱낱이 들어 있다.

 

지금도 책을 좋아하지만, 서점에 가면 내가 읽지 않은 수많은 책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나처럼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방에서는 한가하게 책을 들여다보며 고르는 사람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들어서자마자 주인의 찾는 책 있느냐는 질문이 들려올 정도로 내가 사는 곳엔 작은 서점들뿐이었다. 서점에 가려면, 책을 ‘사러’ 왔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했다. 그러다가 서울의 대형 서점에 가자 그야말로 신기루를 만난 것 같았다.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 그리고 전혀 알지 못하는 책들이 즐비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고 있다는 광경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서점 이야기를 한 건 쓰치다 때문이다. 쓰치다 역시 책을 좋아해 서점에서 일하고 있다. 소개팅에서 책 이야기가 통한다 싶으면 상대방을 마음에 담는 순수한 청년이다. 책 이야기도 하고 자신의 연애, 편찮으신 큰아버지 이야기, 직장 동료들, 손님들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쓰치다의 섬세한 속내가 드러나는데, 월급날이면 서점이 붐비는 걸 보고 감동했다는 부분을 읽고 나는 멈칫했다. 책에 한창 빠져들 때의 나는 ‘책이라면 무조건 좋아’라는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책 자체를 순수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빨리 읽고 서평을 남기기 위한 수단으로 더 생각하고 있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묵직한 책들은 책장 높은 곳에 묵혀둔 채, 현재의 욕망만 풀어줄 책들만 줄기차게 찾고 있다.

 

쓰치다를 보면서 책을 처음 좋아하게 된 마음, 20대 중 후반부터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지금의 내 모습을 생각했다. 허무한 세월을 보낸 건 아니었구나.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에서 쓰치다가 서점에서 전시할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책 목록을 말해주는 대목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얘기할 땐 완전히 동감했다.) 자신 있게 얘기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가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한때 나도 훅 불면 우주의 먼지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떨던 때가 있었다. 고민에 답을 내리진 못 했지만,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 나도 꽤 질긴 먼지 같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보면, 인생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고민들. 꼭 이런 고민만 갖고 살아야 하나 싶은 의문들. 정한 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듯 앞으로 펼쳐질 삶도 어떤 날들이 이어질지 알 수 없다. 타인의 생각에 그대로 묻어가며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방향과 인생관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하게 자세를 잡고 싶다. 어쩜 그것이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관통하는 중심이 아닐까.

 

이대로 평생 애인이 생기지 않는다면 내 인생은 푸아그라를 모른 채 끝난다고. 하아~ 아니, 잠깐. 내가 지금 걱정되는 게 그거야? 애인과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간다고 해도 어차피, 인생의 추억 만들기 중 하나겠지~ 고급 레스토랑이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되는 사람도 있다. 뭘까, 이 거리는. 앞으로 좁혀질 수 있는 건가? 여하튼 난 결정했어. 나만의 규칙 두 번째. 내 결혼식에는 반드시 푸아그라를 내놓겠다! (...) 내 인생이 이럴 리가 없어, 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뭐 이 정도면 됐지, 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 (14~16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안녕반짝’님은?
아이를 키우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기뻐하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깊은 밤에만 독서할 수 있지만, 그 고요한 시간이 오로지 나만의 것인 듯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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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토끼의 책방앗간] 마스다 미리 《주말엔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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