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르타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11.05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우리의 의식을 깨워, '우리'로 나아가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우리의 의식을 깨워, '우리'로 나아가다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한겨레출판, 2010

 


조지 오웰을 만나는 세 번째 시간, <위건부두로 가는 길>.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시선이 닿는 곳마다 글이 되고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면, 나는 오웰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까지 보기 위해 자신을 낮출 수 있는 그의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경계로 나뉘어져 있는 우리의 삶을, 그러므로 결국 너와 나의 삶을, 다시금 ‘우리’라는 테두리 안으로 들여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오웰의 글이 자꾸만 읽고 싶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겠죠. 더욱이 그 경계들을 안으로 품고 그만큼의 세상밖에 볼 수 없는 저이기에, 경계 밖 ‘그들’의 삶까지 ‘우리’라는 이름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내가 노동 계급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무엇보다 그들에게서 유사성을 발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불의에 당하는 상징적 희생자였으며, 버마에서 버마인들이 하는 역할을 영국에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쪽)

“하급 상류 중산층”인 그가, 식민지 버마에서 제국주의 경찰로 근무하면서 세상의 일그러진 얼굴을 대면하게 되고, 그때의 죄의식을 씻어내기 위해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했었던 것처럼, 이 책 <위건부두로 가는 길>은 ‘불의에 당하는 희생자’ 즉, 1930년대 당시 경제 대공황으로 대량실업을 겪고 힘겨운 삶을 지속해야 했던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그의 또 다른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진보단체이자 독서클럽인 ‘레프트 북클럽’으로부터 취재 제의를 받은 그는, 두 달에 걸쳐 랭커셔와 요크셔 지방 일대의 탄광 지대에서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묵는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며 그들의 삶을 기록했으며, 그 결과물이 바로 <위건 부두로 가는 길>로 남게 된 거죠.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다시, 정치적 글쓰기를 통해 ‘우리’의 삶으로 나아가는 그의 치열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자신의 성장배경과 영국의 계급문제, 당시 사회주의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는 2부의 내용은,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비판적 개인’으로서 오웰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어느 쪽으로 가려 해도 이런 계급 차이의 저주는 돌담처럼 우릴 막아선다. 아니면 돌담이라기보다는 수족관의 판유리 같다고 해야겠다. 없는 듯 대하기는 쉽지만 뚫고 지나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211쪽)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랄 ‘필요’는 있되, 그만한 대가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 바람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직시해야 할 사실은, 계급 차별을 철폐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여기 중산층의 전형적인 일원인 내가 있다. 내가 계급 차별을 없애기 바란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행하는 거의 모든 것은 계급 차별의 산물이다.” (216-217쪽)

그의 글을 읽으면서, 제 안에 박혀 있는 “수족관의 판유리”를 보게 됩니다. “눅눅하고 설익은 위선”으로 ‘진보’를 말했던 모습을 돌이켜 봅니다. 너무 쉽게 ‘우리’라는 말을 쓰고 말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이제 진짜 ‘우리’에 대해서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