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5.02.06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 헤르만 헤세의 독후감
  2. 2015.01.06 [펜벗과 함께하는 1월의 책 이야기] - 한겨울 불타는 독서!
  3. 2014.11.28 그래도 읽어 간다
  4. 2014.11.18 《여행, 혹은 여행처럼》 - 그래 어디든 가자
  5. 2014.11.12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책 좀 읽는 독서가의 고백
  6. 2014.09.25 곧 뵙게 될 펜벗에게 편지를 부치며
  7. 2014.09.24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 같이 읽자
  8. 2014.08.06 다행히도, 세상에는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
  9. 2013.02.18 [반디 행사 수첩] 2013 책에서 찾는 사람의 길
  10. 2010.07.23 <지의 정원> - '지의 전체상'을 위한 교양이 필요해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 헤르만 헤세의 독후감


 



헤르만 헤세 |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 김영사 | 2015


서평 또는 평론을 쓰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한다. 작품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과 무엇보다도 그 책을 읽고 싶게 만들기. 나는 둘 다 안 되기에 항상 내가 유의하는 부분이지만 쉽지 않다. 다작만이 글쓰기 실력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글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인데, 때마침 이 책 서문에 인용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답이 될 듯싶다.

글로 쓰인 모든 것 중에서 나는 오로지 글쓴이가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글을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정신임을 알 것이다. 타인의 피를 이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글을 읽으며 게으름 부리는 자들을 미워한다. (9쪽)

‘피로 쓰고, 피로 읽어라.’ 글을 쓰는 자라면 신조처럼 여겨질 것이다. 헤르만 헤세도 그랬다. 헤세의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서 잠깐 글쓰기의 방식인 비평, 평론, 서평에 대한 단상을 꺼내보고자 한다. 오늘날에는 비평가와 평론가의 펜을 통해 독자들이 따라간다. 평론가의 필력은 독창적인 해석에 도움을 준다. 문단에 대한 철저한 비판도 결국 비평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여기서는 평론이나 비평이 아니라 서평에 가까운 주제를 얘기할 것이다. 서평가로 알려진 ‘로쟈’는 독자에게 지적 유희를 보여준다. 그에게 가장 높이 평가할 부분은 성실함이다. 그가 매일같이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은 독자에게 책을 고르는 좋은 정보가 된다. 이러한 성실함의 원조는 사실 따로 있다. 바로 오늘 말할 헤르만 헤세다.

그는 살면서 삼 천여 편의 서평을 썼다. 이 책은 73편의 글을 담고 있다. 직업으로서 평론, 비평, 서평을 쓴 사람은 있지만, 문학가 즉 작가가 서평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작업은 보통 철학자들이 유희적으로 자신의 지적 발산을 위해서나 이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담을 때 행해지는데, 헤르만 헤세는 소설가로서 소설가를 소개한 것이니 재미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니체가 문학적 글을 쓰기 위해 빨간 피를 뿜었다면, 그는 이번 작업을 쓰기 위해 파란 펜을 들었다. (이 부분은 책 전체가 파란색으로 인쇄된 것에서 찾아낸 것이지만) 내가 본 헤세의 글쓰기는 『데미안』에 대한 일화에서 알 수 있듯 독자를 위한 성실함이었다고 본다. 가명으로 출간한 의도가 이 책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지고 있는데, 그가 지속해서 서평을 쓴 이유 또한 세상의 젊은이들을 위한 안내자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헤르만 헤세가 마치 살아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헤세의 주관적인 생각을 알아볼 수 있다. 한 편 한 편 마다 자신의 영향을 받은 작가나 그가 비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당시 시대적 상황이나, 그 소설이 나왔던 이유가 적혀 있었다. 이 책이 제법 가볍게 읽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서문에서도 헤세의 성실함을 두고 ‘읽지 않은 책들의 더미’에 쌓여 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의 생각이 모인 이 책이 나에겐 또 하나의 소설로 다가왔다. 내가 알던 헤세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책이기도 했다. 그의 흥분과 숨소리를 듣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해안'님은?

세상을 읽고, 세상을 쓰고, 세상을 그리고 싶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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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벗과 함께하는 1월의 책 이야기] - 한겨울 불타는 독서!

 

 

 


안녕하세요
가만히 독서하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

이 겨울 어디서 무슨 책을 보며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가요?

지금 반디앤루니스 홈페이지와 모바일에서는

펜벗 그리고 많은 독자와 함께하는 '1월의 책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어요.

주제는 '한겨울 불타는 독서'입니다.

평소 독서 생활이 조금 건조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책 읽기에 소소한 재미를 더하고 싶다면 주목해 주세요.


​겨울밤 자정이 지났을 때, 군고구마를 먹으며, 향초가 타는 동안...

스무가지 상황별 독서 사진을 공유하며 따뜻한 시간을 함께해요.

 

 


 

참여하신 분들을 위해 다양한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추첨을 통해 300분께는 적립금 1,000원을!

50분께는 추첨을 통해 둘러앉은 밥상에서 엄선한

해남 주기준 농부님의 꿀고구마 한 상자(5kg)를 드려요.


 

한겨울 함께하는 '제철 독서'로 재미도 더하고

겨울철 영양만점 꿀고구마도 많이 받아가세요.


그럼 책과 함께 긴긴밤 편안하게 보내길 바랄게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독서 사진을 올리면 적립금이 팡팡! 고구마가 뚝딱!


▶이벤트 바로가기

http://www.bandinlunis.com/front/event/bandi/event1016996.do


▶이벤트 참여 기간: 1.5 ~ 1. 25 (당첨자 발표: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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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읽어 간다

 

< SESAME STREET >

 

그래도 읽어 간다

 

도서정가제가 11월 21일에 시작되었습니다. 11월 20일 자정이 다 될 때까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는 인터넷 서점들이 차지했습니다. 평소 책과 서점을 먼 산 대하듯 바라보셨던 분들도 이날은 장바구니를 비워내느라 바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사고 싶었던 책들, 좋은 기회에 잘 구매하셨는지요?

 

한때 유행처럼 독서캠페인이 번졌었습니다. 국가와 매체에서는 책 좀 많이 읽자고 부추겼습니다. 그리고 이제, 국가에서는 제대로 된 책을, 제값에 사야 한다고 새로운 법을 시행했습니다. 독서캠페인과 도서정가제 모두 ‘독서 진흥’에 뜻을 두고 있습니다. ‘진흥’이라는 말은 떨치어 일어나거나 일으킨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사들여도 스스로 읽어야 완성되는 것이 독서일 텐데, 새삼 ‘독서’라는 성질과 타의에 의한 ‘진흥’이라는 조합이 영 어색해 보입니다.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 다시 없을 기회에 붙잡은 책들은 지금 ‘독서 진흥’하고 계시는지요.

도서정가제를 맞아 왜 책을 읽으려 하나, 혹은 왜 또 사려는 건지 많이 생각했습니다. 미국의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설이나 희곡, 시집 한 권이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대한 생각이나 자신에 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시대는 ―그런 시대가 설혹 있었다 해도― 이미 지나가 버렸어요. (…) 소설은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소설은 단지 그것에서 얻는 강렬한 즐거움 때문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뭔가가 지속적이고 오래가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지요. (PARIS REVIEW, 권승혁 ? 김진아 역, 《작가란 무엇인가》, 다른)


아쉽기는 합니다. 지금까지 좀 더 저렴하게 책을 취할 수 있는 묘미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책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가장 순수한 것 하나만 남은 셈입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요. 도서정가제의 취지대로 더 좋은 책이, 즐거움을 주는 책이 오래오래 ‘점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연관 도서

 

   

 

|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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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혹은 여행처럼》 - 그래 어디든 가자

 

 

정혜윤 | 《여행, 혹은 여행처럼》 | 난다 | 2011

 

독서에도 시기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 책을 처음 꺼내든 건 약 3년 전이다. 푸른 하늘이 넓게 펼쳐진 곳에서 드러누워 이 책을 읽었다. 그럼에도 오로지 책에만 집중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기에 당시의 나는 잡념이 많았다. 그렇게 덮은 지 3년이 지났고, 다시 책을 펼쳐 들었을 때 감탄사를 연발하며 읽었다. 이 책 좋으니 한 번 읽어보라고 지인에게 연락할 정도로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다.

 

우린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다양성 속에 이미 살고 있음을, 나아가 그 다양성은 존재들이 저마다의 삶의 환경에 필사적으로 적응하려 함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들려주었기 때문에 나를 사로잡았다. (191쪽)

 

얼핏 책 제목만 보면 저자가 어딘가를 여행하고 돌아와 쓴 이야기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펼쳤다. 여행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공간을 이동한 여행기가 아니다. 불확실한 삶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놀랐던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다양성 속에 이미 살고 있음’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고 찾으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진딧물을 연구하는 박사님의 이야기가 특히 놀라웠다. 아주 작은 생명체를 연구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타인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 세계에 매력을 느껴 묵묵히 길을 열어가고 있다는 점이 대단했다. 나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을 얼마나 많이 하며 살아가고 있었던가. 조금만 알아주지 않아도 이내 서운해 하고, 감정을 다 토로하는 내가 그 작은 생명체 앞에서 부끄러웠다.

 

우리가 출발점으로 절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는 딱 한 경우뿐이다. 우리가 지금 있는 이 자리를 결코 떠나려 하지 않는 경우, 안주할 경우, (…) 여행지에서 선택을 한다는 것은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선택과 포기 ‘뒤’에, 선택과 포기를 ‘통해’서만 우리는 모두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141쪽)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온 청년 소모뚜의 이야기. 그는 자신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포기를 더 많이 선택해야 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왜 그래야만 하는지 안타까웠다. 내 안에도 그런 이기적인 존재가 도사리고 있고, 언제든지 튀어나올 것을 알기에 소모뚜의 선택과 포기, 용기가 대단해 보였다. 끈기와 인내 속에서 “모든 것을 다 갖지 못한다고 슬퍼”하지 않기를 다짐했다.

 

어떻게 보면 인터뷰집 같기도 한 이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다양한 여행을 했다. 저자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한 여행을 나 또한 경험했다. 이런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타인의 인생이 하나의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어딘가로 떠나야 여행이고, 그곳에서 색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야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현재 살아가는 이 삶이 충분한 여행이 될 수 있다. 그 여행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 나는 앞으로 자신에 더 충실한 여행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가 언제 또 이 모습으로 이 삶을 살아볼 것인가? 그 질문 속에서 우리 인생은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다." (192쪽) 라고 했듯이 이렇게 살아가는 내 삶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여행자의 첫 출발점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안녕반짝'님은?

아이를 키우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기뻐하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깊은 밤에만 독서할 수 있지만, 그 고요한 시간이 오로지 나만의 것인 듯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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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책 좀 읽는 독서가의 고백

 

 

 

다치바나 다카시 |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청어람미디어 | 2001

 

이 책에서 다치바나 다카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독서광의 일상을 그려 보인다. '한해 수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는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책으로 가득한 '고양이 빌딩'의 건물주이자 다채로운 주제로 수많은 책을 펴내는 저술가이기도 했다. 서평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책을 읽었고 중, 고교 시절에 세계문학과 일본 문학을 독파할 정도로 조숙했다. 대학 졸업 후 잡지사에 얼마간 근무한 것을 빼고 그는 프리랜서 독서가이자 서평가로 일생을 보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어떻게 책을 읽어왔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책에 실린 '퇴사의 변'을 통해 상상해 볼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간은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내 경우, 하고 싶은 일이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보는 것뿐이다. "그 정도라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좀 더 참아 봐. 다른 편집부로 옮기면 책은 얼마든지 읽을 수 있을 거야"라고 충고해 주는 사람도 몇 있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서재의 서가 앞에 앉으면 언제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초조함이 엄습해 왔다. (183쪽)

 

하여,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독서가이자 서평가 혹은 저술가의 길을 갈 것을 다짐한다. 밀린 책을 읽기 위해 본업을 포기한 사람이 바로 다치바나 다카시였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그가 '하고 싶은 일'이었으나 그걸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한다. 작가의 열정을 따라 할 수 있을지언정 그가 걸어온 삶을 흉내 내기란 쉽지 않다. 일본은 잡지가 단행본 출판보다 더 발달된 나라다. 그가 이 책을 썼던 1980, 90년대는 일본 잡지의 전성기였기에 잡지사에 실릴 양질의 원고는 공급부족 상태였다. 그는 잡지사의 수요에 발맞춰 훌륭한 원고들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한편의 원고를 쓰기 전에는 100편 이상의 참고 자료를 읽는, 원칙을 정해놓고 작업하곤 했다. 많은 자료에 대한 독서가 좋은 원고를 만든다는 변치 않는 법칙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세계적인 독서가로서 그가 제시한 '14가지 독서법'도 흥미롭다. 그는 이것이 취미를 위한 독서법이 아니라 일반교양을 쌓기 위한 독서법이라 주장하는데, 주된 내용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렇다.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으로 입수하려면 그 몇 배의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믿는다. 또한 하나의 주제를 공부하기 위해 몇 권의 입문서를 찾아 읽어야 한다. 책 선택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수업료로 생각하며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니 읽다가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고 말한다. 정독만 고집해서는 일생 만날 수 있는 책이 한정돼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 특징은 속독법으로 다양한 종류의 책을 빠르게 읽고 정독할 책과 통독할 책을 선별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을 때에는 끊임없이 의심하며 읽어야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끝으로 다치바나 다카시는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만은 꼭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나는 책이란 만인의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대학에 들어가건 사람이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학에서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한다면 인간은 결국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을 나왔건 나오지 않았건, 일생 동안 책이라는 대학을 계속 다니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이라는 대학에 지속적으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니고 있다. (286쪽)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평생 모은 책으로 거대한 '지의 왕국'을 세웠다. 그가 기획하고 친구에게 설계를 맡긴 '고양이 빌딩' 안에는 수만 권의 장서가 보관돼 있다. 비좁은 공간을 훌륭한 개인 도서관이자 집필실로 꾸몄다. 누구든 뜻만 있다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이러한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독만이 진정한 독서라고 고집해온 내게, 다카시의 속독과 통독법에 대한 유연한 사고가 인상적이다. 정독만으로는 1년에 50권 읽기도 벅찬 게 현실이다. 만약 다카시 같은 방법을 쓴다면 1년에 그 10배를 읽는 일도 가능할 것이고  보배 같은 책을 만날 확률도 더 늘어날 것이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100배에 달하는 자료를 읽는다는 다카시의 집필 방식. 게으른 서평가들에게 모범이 될 만 하지 않은가.

 

오늘의 책을 리뷰한 ' 개츠비현 '님은?

읽고 일하고 쓴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필자이자 네이버 책부문 파워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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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뵙게 될 펜벗에게 편지를 부치며

   

 

 

우표와 발행 안내 카드 사진 출처: 한국우표포털

 

 

‘펜벗’은 서평을 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를 의미합니다. 국어사전에 ‘펜벗’이라는 단어가 있는 건 아니에요. ‘펜벗’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말씀 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이 우표에 대하여 얘기해 보겠습니다. 정중앙에 ‘PEN’이라는 파란 글씨가 있는 이 우표는 1970년 6월 2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7차 세계작가 대회를 기념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세계작가 대회란, 1921년 영국 런던에서 창립된 작가 모임 ‘국제 P.E.N.’에서 매년 여는 행사인데요, 여기서 ‘P.E.N’은 ‘Poets, Essayists and Novelists’을 줄인 단어입니다. ‘국제 P.E.N.’은 인류의 정신문화가 전쟁으로 인하여 끝없이 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창립되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그리고 故박완서 선생 모두 ‘P.E.N’의 회원이었습니다.

 

 

읽고 얘기하고 뽐내고 마음 잘 맞는 펜벗을 찾길 바라며, 보내는 글에 이 기념 우표를 붙여 봤습니다. 어떠세요? 가을이 깊어질 때까지 아무쪼록 이곳에서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 ‘제37차 세계작가대회 기념 우표’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한국우표포털’에 나와 있습니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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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 같이 읽자

 

 

안정희 |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 | 알마 | 2014

 

꼭 이루고 싶은 나의 소망은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다. 큰아이가 걸음마를 배우기도 전에 아동문학에 발을 들였다. 동화 읽는 어른 지역모임에 나가 그림책과 동화를 읽기 시작했고, 급기야 어린이 독서지도사 교육을 받았다. 동기는 단순했다. 내 아이를 좀 더 알고 싶다는 것. 나와 닮았지만 전혀 다른 아이의 마음이 궁금했다. 수많은 그림책과 동화 속에서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답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순수함과 재기발랄한 모습은 뻔히 보이지만 감춰져 있고 꼭꼭 숨겨진 듯 의외의 장면에서 톡톡 튀어나왔다. 그림책이나 동화는 그저 어린이들이 보는 ‘쉽고 단순한 책’이 아니란 걸 실감했다.

 

그즈음이었다. 외형이나 내용에서 천편일률적으로 규격화된 전집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어린이 책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느티나무 도서관 얘기였다. 그곳에서는 어린이책 전문가의 검증과 부모들이 추천하는 단행본이 서가를 가득 메우고, 일과 중에 동화를 읽어주거나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열렸다. 엄마들이 도우미로 활동하는 도서관이기도 했다. 아동문학 작가의 염원이 볼로냐국제도서전의 초청이라면 내겐 느티나무 도서관이 그랬다.

 

2000년에 개관한 느티나무 도서관이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도서관 서가를 가득 메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베스트셀러에 연연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사소하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배움의 동기를 찾을 수 있는 책으로 가득하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모든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바를 보여준다.

 

《도서관에서 책과 연애하다》의 저자는 느티나무 도서관의 북큐레이터 안정희다. 그는 법학을 전공했음에도 책이 좋아 책과 일상을 함께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는 또 다른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전쟁 중에도 인간의 내면이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미스터 핍》, 《기억전달자》를 통해 저자는 인간에게 ‘책’과 ‘읽기’는 삶 그 자체(38쪽)라고 말한다. 책이 존재하는 공간인 서점, 헌책방, 북카페, 개인의 서재가 저마다 어떻게 다른지 짚고, 책이 어디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책의 의미도 달라지기 때문에 가끔은 도서관처럼 열린 공간에서 책을 읽으면 시야가 확장되는 걸 느낄 수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책은 인류가 후대에 전승코자 하는 정신이자 기억이다. 그 오래고 방대한 ‘인류의 기억’인 서가 앞에 서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61쪽)

 

소설가 김연수와 시인 문태준의 일화를 소개하는 대목은 놀랍다. 그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일찍이 작가를 꿈꾼 김연수와 작가를 꿈꾸지 않았지만 저절로 시가 흘러나왔다는 문태준, 두 작가의 이야기에서 도서관이란 공간의 무궁무진함을 느낀다.

 

취학 전 아이는 도서관에 바로 데리고 들어가지 말라는 것도 의외였다. 아이가 되도록 빨리 책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아이가 도서관 주변 환경을 관찰하면서 익숙해지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도서관이 가장 필요한 시기가 중, 고등학교 때라고 말한다. 요즘 청소년에게 도서관은 공부의 장소로 여겨지고 있어 안타깝다. 나는 학창시절에 도서관에서 책으로 빼곡한 서가 사이를 걷다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곤 했는데, 내 아이도 그럴까? 때로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해 서가 사이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더라도 그것 역시 소중한 경험이고 추억이라는 걸 내 아이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다 우리집을 방문한 이는 모두 한결같이 묻는다. “여기 이 책들, 전부 읽었어요?” 난데없는 질문에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젠 당당하게 말한다. “에이, 설마 다 읽었겠어요? 그래도 일단 차례를 훑어보니까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알아요.” 내 아이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을 읽는 중인지, 외면 받는 책은 무엇인지 아이 방을 정리하면서 짐작해본다. 방 안 여기저기 쌓여있고 아무렇게나 펼쳐진 책들을 보면서 핏줄의 무서움을 새삼 느낀다. 오늘도 난 아이와 함께 할 책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내 눈에, 내 마음에 아이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내 아이가, 다음에는 다른 아이들이, 그렇게 책과 더불어 나와 아이는 진정으로 가족이 되었다. 내 인생이 통째로 변하기 시작했다. (216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몽당연필'님은?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않는다는 나이를 한참 지났지만 책의 유혹에는 번번이 백기를 들고 맙니다. 공주(공부하는 주부)가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으로 매일 책을 읽고 지인들과 독서모임을 꾸려가고 있으며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작은 도서관 개관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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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세상에는 별만큼 많은 책이 있다

 

오수완 |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뿔 | 2010

 

“전 세계에서 1년에 출간되는 책이 100만 종. 한국에서 출간되는 책은 4만 종 이상. 하루에는 1,000종 이상. 부수로는 1억 부 이상. 그 대부분은 국가자격시험을 비롯한 각종 시험을 위한 문제집, 수험서, 참고서.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서적은 130만종. 한편 보통 사람이 일하고 공부하고 밥 먹고 잠자고 남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매일 다섯 권씩 책을 읽는다면 1년에 1,825권. 이 짓을 100년간 하면 18만 2,500권. (중략) 아무도 읽지 못한, 띠지도 벗기지 않은 1판 1쇄의 책들이, 제지 공장으로 들어갑니다. 이것이 책의 지옥이죠.”

 

이처럼 자세히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이 지구 상에서 매일 얼마나 많은 책이 태어나고 사라질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그나마 도중에 멈추지 않고 지속하고 있는 유일한 취미가 독서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세상엔 저자의 말처럼 하늘의 별만큼 많은 책들이 존재할 터인데 거기에 매초마다 얼마나 많은 책들이 보태어질 것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에 대한 두려움이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이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최근 어느 사진작가가 자신의 사진을 위해 200년이 넘은 나무를 무참히 베어버렸다는 소식이 겹친다. 그의 무참한 정신상태 역시 심히 측은하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나무를 순전히 우리만을 위해 베어내고 있는지 생각조차 하기 두렵다. 저 수많은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가 매일 매일 무심코 버리는 수많은 종이를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쓰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가 사라지고 있을까.

 

책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겠지만 우리는 항상 그 별들이 아름답고 다른 이를 비출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들어야 한다. 그야말로 쓰레기와 같은 책을 만들기 위해 소중한 나무를 마구 베어버리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아주 먼 훗날이 될지 모르지만, 만약 내가 책을 펴내는 날이 온다면 부디 그 책은 어둠이 아닌 빛으로 간직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갖는다.  

 

이 소설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위한 찬가이자 책들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들의 이야기이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책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곧 사라질 책들, 곧 태어날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놈의 직업병이 문제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작가의 길고 긴 문장의 호흡에 적응키 어려웠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무조건 문장은 간결하고, 가능하면 짧은 것이 좋다는 기자로서의 강박관념이 감히 소설이라는 전혀 다른 글에까지 적용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글에 대한 평가나 기준은 그야말로 ‘엿장수’ 맘이 아니던가. 그 엿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고 다디달게 먹는가는 다른 문제이겠지만.

 

책은 매우 흥미롭다. 저자의 해박함(이 정도의 단어로 표현될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독서량을 가늠케 하는)에 감탄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빠져들며 다시 한 번 감탄. 어떤 독자들은 결말이 조금 허무하다고 평가하지만, 나로서는 그리 나쁜 마지막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끝은 끝이 아닐 것이기에.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확실치 않은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전직 책 사냥꾼 반디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소리를 위해 의뢰를 맡게 된다. 그리고 책을 찾아 단서를 찾아 헤매는 동안, 점점 그 책이 또 하나의 책을 찾기 위한 단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곧 무언가 더 큰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만남이 이어진다. 그가 찾으려 한 책은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반디가 겪은 모든 일들이 애초 일어나기는 한 일이었을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상상인지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의 존재함.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책에 대한, 출판사 등 책으로 먹고사는 이들에 대한 극심한 탄압이 절정을 이룬 때로 표현된다. 출판사들을 규탄하는 관제데모가 벌어지고, 책들을 모아 불태우는 행위가 있었다. 정부는 강력한 정책으로 출판문화를 규제 혹은 변화시키려 하고, 책이 사라질수록 오히려 어떤 책들은 더 높은 가격에 어둠 속에서 거래된다. 허구의 시대이지만 과연 작가가 보여주는 그 허구가 허구인지도 역시 나는 어지럽다.

 

모든 권력은 문화를 통제하려 노력한다. 거기에 빌붙어 열심히 충성하는 이들은 항상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허영과 욕망을 온전히 다 바치며 찰나의 존재감, 찰나의 권력에 취한다. 그리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그동안 그리 많은 책을 읽지 못하였다. 물론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책들을 어설프게나마 읽다 보면 쓰레기를 발견하는 일도 가끔 발생하기 마련이다. 정치적 목표를 위한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 찬 책, 자신의 어설픈 지식을 늘어놓으며 결국은 되지도 않는 훈계나 일장 연설로 마감하는 책, 처음부터 ‘난 돈 벌고 싶어 미치겠어!’를 노골적으로 선포하며, 독자들의 주머니를 털려는 자기계발서, 투자안내서 등 그리 반갑지 않은 책들도 적지 않게 만났던 것 같다. 물론 그것도 누가 어떠한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겠다.

 

책을 주제로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하게 생각게 하는 작품은 적어도, 무지한 나로서는 처음이었다. 책은 과연 나에게 무엇인지 인간에게 책은 어떤 존재이자 의미인지. 우리는 어떤 책을 만들고 버리며, 어떤 책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작지만 신념을 지니고 의미 있는 책들을 펴내는 소중한 출판사들이 있다. 물론 그 반대가 더 많지만 돈이 된다면 박근혜든 박정희든 그 어떤 무엇이 되던 칭송하고 떠받들며 온갖 역겨운 소리를 지껄이는 책들, 우리들 마음속에 욕망과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책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펴내는 그런 곳들도 여전히 많다. 그런 곳들이 그렇지 않은 곳들보다 많은 돈을 버는 것 역시 사실이다.

 

책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많고 우리는 그 많은 별 중 하나하나를 우리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은 언제나 자유로울 것이며 무거울 것이다. 우리의 선택으로 밤하늘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암흑 그 자체가 될지도 모른다.

 

책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애증, 욕망과 고뇌가 모두 느껴지는 책이었다. 앞으로도 그가 책이라는 화두를 오래 붙잡으며 우리에게 또 다른 책 이야기를 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그의 후속작을 살펴보다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확인했다.

 

소설이 전해주는 재미와 감동, 그 이후의 난처함까지 온전히 전해준 작품이다. 즐겁고도 난처한 경험이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wittgen77'님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북한, 통일문제를 공부했습니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 국제정세 등을 다루는 주간지, 월간지 등에서 10년 정도 글을 써서 먹고 살았습니다. 지금은 통일운동 단체에서 정책홍보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여전히 게으른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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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행사 수첩] 2013 책에서 찾는 사람의 길

 

 

 

 

[2013 반디앤루니스 독서 캠페인 이벤트 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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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정원> - '지의 전체상'을 위한 교양이 필요해

다치바나 다키시, 사토 마사루, <지의 정원>, 예문, 2010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서가에 빽빽이 꽂혀 있는 책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서점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책을 하나 꺼내듭니다. 집에 돌아와 그 책을 다 읽고 나니,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지식 하나가 더 늘어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방 안에 있는 책꽂이에 그 책을 고이 꽂아두고, 또 한 번 흐뭇해합니다. 돌이켜보니, 제 독서는 꼭 이랬던 것 같습니다. 이 책, <知의 정원>을 읽고 알게 된 사실입니다. 마치 이름 모를 꽃을 하나씩 사 모아다가 좁은 방에 가득 채우고, 정체 모를 향기에 취해 있는 것처럼, 제 독서는 한 권, 한 권의 책에서 끝났을 뿐, ‘지의 정원’ 혹은 ‘지의 전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꽃의 향기는 이름을 잃었고, 저의 독서는 길을 잃었습니다. 

‘지식의 거인’ 다치바나 다카시와 ‘지식의 괴물’ 사토 마사루의 대담으로 채워진 <지의 정원>은 그들을 수식하는 호칭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수많은 책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우리를 ‘지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책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로’부터 시작된 그들의 대담은 ‘책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만들어나가야 하는지’로까지 이어집니다. 책과 세계의 관계 속에서, 세계를 보기 위해 책을 꺼내들고, 책을 통해 다시 세계를 보는 그들의 독서가 책 하나 하나의 의미와 가치에 맞는 자리를 찾아 생각의 지도를 만들어갑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들이 걸어간 자리마다 그에 알맞은 책들이 가지런히 꽂히며 거대한 서재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두 사람이 각각 꽂아나가는 책을 따라가다 보면, 그 길이 점점 더 길고 넓어져, 모든 인류를 둘러싸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역사를 아우르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니 그들의 대담이 만들어나간 새로운 서재 안에서라면,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 많이 읽고 싶은 사람, 많이 읽어야 할 사람 모두가 제각기 자신에게 필요한 독서가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교육, 정치, 종교, 사회, 역사, 과학을 아우르며 폭넓게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은 다름 아닌 책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양은 다른 말로 하면 인류의 지적 유산입니다. 그래서 교양 교육은 지적 유산의 재산목록을 가르치는 것이 됩니다. 지식의 전체상을 그리도록 하고, 지의 세계의 끝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그것을 상상할 수 있는 지점으로 학생을 데리고 가는 것이 교양 교육이라고 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 128쪽)

“고전은 모든 지식의 기반이 되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사람과 어떤 주제를 놓고 이야기할 경우 전제나 배경이 되는 지식이 없으면 내실 있는 논의가 불가능한데, 그때 전제나 배경이 되는 것이 바로 고전입니다. 단, 고전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군요. 메이지 시대에는 메이지 시대의 고전이, 현대에는 현대의 고전이 존재합니다.”
(다치바나 다카시, 108-109쪽)

우리는 현재,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시간과 정보는 곧 돈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책 속에서 사토 마사루와 다치바나 다카시가 지적하고 있듯이, 현재의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자기 목적에 따라 수단으로 흡수”하고,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정보를 넘겨보다가 찾는 단어가 걸리면 그것으로 충족이 되는, 인풋(input)이 아니라 스루풋(throughput) 검색을 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얻어진 지식과 정보는 오래가지 못할 뿐 아니라 그것의 쓰임을 다하지도 못합니다. 그저 ‘장님 코끼리 말하듯’ 단편적이고 불연속적인 지식만으로 정작 코끼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코끼리에 대해 말하는 격입니다. 그러므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그들이 강조해 말하는 ‘지의 전체상’이고, 이를 위한 ‘교양’이며, 결국 ‘책’입니다.

저는 이제, 잃어버렸던 독서의 길을 다시 찾아 새로운 서재를 꾸려나가려 합니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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